[1부] 8. 미라래빠와 비둘기
미라래빠는 수호불의 예언에 따라 욀모를 떠나 티벳의 오지로 향했다.
꾸탕에 도착한 그는 동굴 속에 들어가 위대한 깨달음의 명상에 들었다.
어느 날 황금 장식으로 단장한 비둘기 한 마리가 날아왔다. 비둘기는 고개를 까닥이며 미라래빠에게 절을 한 뒤, 그의 주위를 여러 번 돌았다. 그러더니 무염(無染) 바위 쪽으로 날아갔다. 미라래빠는 이 새가 자신을 환영하는 비인간의 마법임을 알았다. 그는 비둘기를 따라 산등성이로 올라갔다. 거기에는 흰 쌀이 한 무더기 있었다. 비둘기는 환대하듯 흰 쌀을 쪼아 입에 물고 미라래빠에게 가져다 주었다.
미라래빠는 놀랍고 즐거워 노래를 불렀다.
오, 자애로운 스승 마르빠 로작시여!
가슴속 깊이 임을 생각합니다.
간절히 임을 명상하오니
임을 떠나지 않음이 나의 기도입니다.
스승과의 합일은 지복이어라.
현현(顯現)자체는 곧 실체의 진수(眞髓)이어라.
태어남이 없는 법신을 증득함으로써
무위의 세계에 잠심하나니
높고 낮은 견해에 관심 없고
무위의 마음속에서 행복과 기쁨을 느끼네.
마음의 본성은 빛과 공(空)이네.
빛과 공(空)을 깨달아
무위의 본래적인 상태에 머무나니
좋은 경험, 나쁜 경험 상관없어라.
무위의 마음으로 나는 행복과 기쁨을 느끼네.
육근(六根)과 육경(六境)에 집착 않아
주체와 객체, 따로이 없음을 깨닫네.
기쁨과 슬픔이 하나로 녹아
무위의 본래 상태로 들어가나니
옳고 그른 행동에 관심 없어라.
무위의 마음은 진실로 행복하도다.
법신의 본질은 형태 속에 현현되나니
무수한 형태는 곧 화신불이라
마음속에 이러한 지견으로
어떤 환경 만나든지
나는 대자유의 기쁨을 누리도다.
붓다의 고향으로 돌아감도 열망하지 않나니
참으로 행복하도다, 무위의 마음이여!
이때 비둘기는 일곱 마리의 자매 비둘기들을 데리고 날아와서 미라래빠의 발앞에 예배드린 뒤 그의 둘레를 여러 번 돌았다. 미라래빠는 그들이 비인간임을 알았지만, 그들이 과연 진실을 말하는지 알아보려고 짐짓 이렇게 물었다.
“그대들은 누구이며 무슨 일로 이곳에 왔느냐?”
비둘기들은 마법을 풀고 아름다운 여신들의 모습을 나타냈다. 그들의 인도자가 말했다.
“우리들은 하늘에 사는 여인들이랍니다. 선생님에게 깊은 신심을 지녔기 때문에 진리를 배우려고 이곳까지 찾아왔지요. 부디 저희들에게 가르침을 베풀어 주소서.”
미라래빠는 천녀들에게 응답하여 노래하였다.
오, 화신불 스승이시여!
은총의 물결을 허락하소서!
그대 매혹적인 여덟 천녀들아,
비둘기의 모습으로 나타났으니
그대들의 마법 훌륭하여, 진리와 상응하도다.
그대, 아름다운 여덟 천녀들아,
부처님의 밝은 진리 행하려면
이 노래 명심하여 들을지라.
세상의 쾌락과 행복은
기쁘고 즐거운 듯하여도
머지않아 지나가 버리네.
귀부인과 숙녀들은 자존심 드높아
고상한 기품을 자랑하나
그들의 안식처와 귀의처는 어디에 있는가?
윤회 세계 불타는 집(火宅)에 살면서
때로는 행복한 듯 보여도
정작 슬픔이 그치지 않도다.
훌륭한 가문의 사랑받는 아들도
자중 않고 노력하지 않으면
아버지는 근심을 면치 못하네.
아무리 뛰어난 스승 두었을지라도
악행을 범하는 제자는
생사윤회 세계 면치 못하네.
비둘기의 모습으로 나타난 천녀들이여,
진리를 청하기는 쉬워도
깊이 믿기는 어렵네.
세상의 즐거움은 불행을 낳으니
이승에서 고통과 불행을
열반으로 이끄는 친구로 삼아야 하리.
내가 만나는 모든 불행을
나는 진실로 감사해하나니.
오오, 자매들이여!
이를 깊이 명심하고 나와 같이 행할진저!
천녀들은 미소를 띠면서 미라래빠에게 말하였다.
“저희들은 가르침대로 따르겠습니다.”
천녀들은 미라래빠에게 예배드리고, 그의 둘레를 여러 번 돌았다.
미라래빠는 천녀들에게 물었다.
“그대들은 어찌하여 비둘기의 모습을 하고 여기에 왔는가?”
그녀들은 대답했다.
“선생님은 자신뿐만 아니라 세속 생활에 대해서도 조금의 애착도 없이, 오로지 진리와 중생을 위해 은둔하며 수도하십니다. 저희들은 천안(天眼)으로 이를 알게 되었습니다. 존경심과 신심을 지니고 진리를 배우기 위해 죄악으로 오염된 인간의 눈에 띄지 않으려고 비둘기의 모습으로 찾아왔어요. 거룩한 스승이시여, 저희와 함께 천상에 올라가서 거기서 저희들에게 진리를 설해주시지 않겠습니까?”
미라래빠는 응답하였다.
“이 육신이 지속되는 한 나는 세상에 남아 지상의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것이다. 하지만 그대들은 알아야 한다. 하늘나라조차도 의지할 곳이 못 된다는 것을. 하늘나라 또한 영원한 곳이 아니기 때문에 거기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하늘나라에 태어나는 것도 대단한 일은 아니다.자, 이제 그대들은 나의 가르침을 경청하고 실천하렴!”
이어 미라래빠는 노래 불렀다.
마르빠 스승께 예배드리옵나니
오, 아버지 스승이시여,
은총의 물결과 성취를 허락하소서!
그대 천상의 여덟 미인들은
명상의 놀라운 열매인 흰 쌀을 나에게 바쳤네.
그것을 먹으니, 내 몸은 힘이 솟고 마음은 생기 넘치네.
고마움의 증표로 진리의 노래 부르리니
귀기울여 잘 들으라!
하늘 세계 최상선(有頂天)에 이를지라도
영원한 것 없으니 부질없어라.
하늘나라 젊은 꽃들이
아무리 아름답고 사랑스러울지라도
언젠가는 거기서도 떠나야 하네.
하늘나라 축복이 아무리 위대하게 보여도
그것은 단지 마음을 속이는 신기루일 뿐.
사실은 고통으로 떨어지는 원인이라네.
윤회의 육도(六道)세계 고통을 생각하면
싫증나고 진력나는 일뿐이네.
고통과 번민이 끊임없기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수행하기 원한다면
삼보에 귀의하고 신실하게 간구하라.
육도 세계 모든 중생들을
한결같이 부모처럼 여기고
가난한 이에게 보시하라.
스승에게 헌신하고
뭇 존재들에게 공덕을 돌리고
언제라도 죽음이 닥칠 수 있음을 기억하라.
그대의 몸은 부처님의 몸임을 알진저!
그대의 음성은 부처님의 진언(眞言)임을 알진저!
깨달음의 지혜인 공성(空性)을 명상하라,
그리하여 마음을 다스리는 주인이 될진저!
천녀들은 미라래빠는 다시 아뢰었다.
“스승이시여, 저희처럼 무지한 존재들에게 번뇌가 그치지 않습니다. 마음의 번뇌를 없애는가르침을 주시면, 저희들은 거기에 의지해서 수행하겠습니다.”
그들의 청에 응답하여 미라래빠는 노래불렀다.
마르빠 자애로운 분께 예배드리오니
무명병(無明病) 고치는 영약(靈藥)을 허락하소서!
오, 신실한 숙녀 천신들이여,
진리를 바르게 수행하려면
마음을 안으로 모아 명상하라.
세상사 포기함을 장식품으로 삼으라.
세속 잡사 버리고 평정과 자각으로
고요 속에 편안히 머물지라.
영광 있도다, 마음과 말의 침착함이여!
영광 있도다, 번잡한 세속사를 떠남이여!
마음에 맞지 않는 환경이
그대 마음을 어지럽히면
자신을 지켜보며 깨어 있을지니
분노의 위험이 길 가운데 있도다.
재물이 그대를 유혹하면
자신을 지켜보며 깨어 있을지니
탐욕의 위험이 길 가운데 있을지니
비방과 모욕이 들리면
자신을 지켜보며 깨어 있을지니
거슬리는 소리는 다만 귀 속임에 지나지 않도다.
친구들을 사귀어 어울릴 때면
자신을 지켜보며 깨어 있을지니
그대 마음속에 질투가 솟아나지 않도록 하라.
봉사하며 예물을 드릴 때는
자신을 지켜보며 깨어 있을지니
자만심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할지라.
언제든 어디서든 그대 자신을 지켜보라.
언제나 그대 안의 악한 생각 극복토록 애쓰고
가고 머물고 앉고 눕는 어느 때라도
그 행위 자체가 공(空)하며 허망한 것임을 관찰하라.
성자들과 학자들 백여 명이 모였어도
이 이상은 말할 것 없으리.
그대들 한결같이 행복하며 창성하기를!
그대들 한결같이 즐거운 마음으로
진리 실천에 헌신하기를.
천상의 아가씨들은 매우 기뻐하였다. 그들은 만족하며 비둘기의 모습으로 화현하여 다시 천상을 향해 높이 날아갔다.
미라래빠는 그들이 예물로 바친 쌀을 먹은 뒤 ‘회색 바위의 불멸성(不滅城)’으로 향했다.
이 장은 비둘기의 모습으로 나타난 천녀들과 그들의 예물에 관한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