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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육도집경 8권

출처 수집자료

육도집경 제8권

오 강거국 사문 강승회한역

6. 명도무극장(明度無極章)[여기에 9장이 있음]

83
이와 같이 들었다.

한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1,250명의 비구와 보살 1만 인이 함께 앉아 있었다.
제일(第一) 제자 추로자(鶖鷺子: 사리불)이 앞으로 나아가서 머리를 조아리고 무릎을 꿇고 앉아서 아뢰었다.
“차닉(車匿)은 숙세에 어떠한 공덕이 있었기에 보살이 집에 있으면 마땅히 비행황제가 되었을 것인데 권하여 나라를 버리고 산에 들어가서 도를 배워 부처가 되어서 중생을 제도하시고 공훈이 높고 높아서 멸도(滅度)에까지 이르게 하였나이까? 원컨대 세존이시여, 그 원인을 드러내어 주소서.”

부처님께서 찬탄하시면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사리불이 묻는 바는 매우 훌륭하도다. 차닉은 여러 세상에서 공훈이 한량없었느니라. 너희들은 자세히 들으라. 내가 이제 말하리라.”
“예, 그렇게 하겠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예전에 보살이 되어서 니가변국(尼呵遍國)에 있었다. 그 왕이 사람은 혹 도를 닦아서 하늘에 오른다고도 하고, 혹 신사(神祠)를 위하여서 하늘에 오른다고도 하는 말을 들었다. 왕이 어려서부터 항상 하늘에 오르기를 원하였으나 어떻게 해야 될지 방법을 알지 못하였다.
나라에 바라문 4만여 인이 있었는데 왕이 불러들여서 물었다.
‘내가 하늘에 오르고자 하는데 장차 어떠한 방법으로 하면 될 것인가?’
기애(耆艾)가 대답하였다.
‘잘 물으셨습니다. 대왕께서는 장차 이 몸으로 승천하고자 하십니까, 아니면 영혼으로써 하시려는 것입니까?’
왕이 말하였다.
‘이렇게 앉은 대로 승천하고자 하노라.’
‘그러시면 마땅히 큰 제사를 일으키십시오.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왕이 기뻐서 금은 2천 근을 주었다.
바라문이 보배를 얻어 가지고 돌아가서 흥청거리고 놀다가 보배가 다 없어지자 의논하였다.
‘왕으로 하여금 인물이 출중한 동남ㆍ동녀 백 명씩과 코끼리와 말 따위 가축들을 각각 백 마리씩을 잡아서 먼저 우리들이 먹게 하고 사람과 축생을 죽인 그 뼈와 살로써 하늘에 오를 계단을 삼으라고 하자.’
그렇게 왕에게 말하니, 왕이 대단히 좋다고 하고, 곧 외신(外臣)에게 명하여 빨리 그렇게 준비하도록 하여 모두 옥에 가두니, 우는 자가 길을 메웠다.
나라 사람들이 모두 말하였다.
‘대저 왕이 된 자가 부처님의 참된 교화를 등지고 요망한 짓을 하니 나라를 망하게 할 장본인이로다.’
바라문이 또 말하였다.
‘설사 이 산 것들을 죽이기만 하는 것으로는 대왕께서 하늘에 오르지 못합니다. 우리들이 저자에서 육시(戮屍)를 해야만 그것이 틀림없이 됩니다.’

거듭 모의하였다.
‘향산(香山)에 천왕의 기녀(妓女)가 있는데 이름은 사인형신(似人形神)이다. 신성하여 얻기 어려운데 왕에게 이를 구하라고 하자. 만약 얻지 못하면 모든 것이 다 허사가 되니 그것은 우리의 허물이 아니라고 하자.’
또 왕에게 가서 말하였다.
‘향산에 하늘의 음악 여인이 있는데 마땅히 그 피를 얻어서 사람과 축생의 것에 합하여서 계단을 만들어야 당신이 하늘에 오를 것입니다.’
왕이 거듭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왜 진작 말하지 않았는가? 이제 벌써 4월인데 비로소 말하는가?’
대답하였다.
‘우리 술법에는 본말(本末)의 절차가 있습니다.’
왕이 국내에 백성들을 모이게 하고 크게 상을 주어 술과 풍악을 다 갖추고는 물었다.
“오늘 누가 능히 신녀(神女)를 잡아 올 수 있겠느냐?”
백성 가운데 아는 자가 말하였다.
‘제7 산중에 두 도사가 있는데 하나는 이름이 사리(闍梨)요, 하나는 우분(優犇)입니다. 이 두 사람이 신녀가 있는 곳을 압니다.’
왕이 그 도사를 불러오라고 하니, 사자가 명령을 받은 지 수일 만에 도사를 데리고 돌아왔다. 왕이 기뻐서 7일 동안 술을 베풀고 음악을 들려 주고 나서 말하였다.
‘그대들은 나를 위하여서 신녀를 붙잡아 오라. 내가 하늘에 오르면 나라는 그대에게 주리라.’
‘꼭 힘써서 하겠습니다.’

대답하고 물러나와 찾아 나서기 2개월이 넘어서 일곱 겹으로 된 산을 지나 향산에 가서 보니 큰 못물이 있었는데 세로와 가로가 30리였으며, 못 가 평지에 큰 보배 성이 있었는데 세로와 가로와 높이가 각각 80리였고, 보배 나무가 성을 두르고 있었는데 밝고 밝게 나라를 비추었다. 못 가운데 연꽃이 있었는데 꽃잎이 천 개였고 거기에 오색이 있어서 빛과 빛이 서로 비추었다. 이상한 종류의 새들도 부르고 화답하여 울었다. 성문이 일곱 겹이었고, 누각과 궁전이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깃발이 휘날려 빛났으며, 종과 풍경 소리가 오음을 내었다. 천제가 그 가운데 있어서 광대들과 서로 오락하다가 7일 후에는 제석이 나와서 노닐었고, 못에서 목욕하고 쾌락이 끝나면 마땅히 도로 하늘로 오르는 것이었다. 못과 나무 밑에 거룩한 바라문이 있었는데 안팎이 때가 없고 5통의 밝음을 얻은 분이었다. 두 도사가 나아가 머리를 조아리고 물었다.
‘이 소리가 세상에 없는 기이한 것인데 장차 누가 즐기게 됩니까?’
대답하였다.
‘두마왕(頭魔王)의 딸 등 천여 명이 여기서 유희한다. 이제 올 것이라서 자리를 닦고 있으니 그대들은 빨리 물러가라.’
명령을 받고 물러가 숨어서 의논하였다.
‘이 바라문은 도덕이 신령스러우니 우리들이 무슨 방법으로 천녀를 납치할 수 있을까? 오직 고도(蠱道)로써 풀을 묶어 제웅을 만들어서 주문을 외우고 물에 던져서 저 바라문으로 하여금 몸이 무거워지게 하고 천녀들의 신령함이 쉬게 하는 수밖에 없다.’

곧 풀을 묶어서 물에 던지고 고도로써 저주하니 제석이 돌아가고 모든 하늘도 다 돌아갔으나 오직 천녀가 날지 못하였다.
두 도사가 물에 들어가 천녀의 상희를 벗기고 묶자 천녀가 말하였다.
‘그대들은 장차 나를 어떻게 할 셈이냐?’
위에 말한 대로의 내막으로 대답하고 대나무로 채롱을 만들어서 담아 가지고 길을 가기 7일 만에 왕의 나라에 도달하였다. 궁에 나아가서 스스로 송구스러워하니 왕이 여자가 나타난 것을 기뻐하여 음식을 주고 도사를 위로하였다.
‘내가 하늘에 오름을 얻으면 이 나라는 그대들에게 주리라.’

왕의 원자 이름은 난라시(難羅屍)인데, 다른 나라의 왕이 되었고, 그의 태자는 이름이 수라(須羅)인데 이전부터 속이 인자하고 화하고 밝아서 크게 비추었다. 처음 세상의 중생들의 미래(未來)의 일을 보자, 아무리 깊어도 보지 못하는 것이 없고, 아무리 작아도 통달하지 아니함이 없었다. 6도무극의 높은 행을 마음에 놓지 않고 스스로 여래ㆍ무소착ㆍ정진각ㆍ도법어ㆍ천인사ㆍ선서ㆍ세간해가 되어 본래의 무(無)에 미치기를 서원하여 구하였다.
왕이 말하였다.
‘내가 승천할 것이니, 황손(皇孫)을 불러서 하직하리라.’
손자가 이르러 머리를 조아려 인사를 마치고 물러나 자리에 앉으니, 왕이 물었다.
‘네 부모와 및 백성들이 편안하냐?’
‘덕택을 입어서 모두 편안하옵니다.’
손자가 말하였다.
‘제가 천녀를 구하여 아내를 삼지 않으면 할아버지께옵서 그를 반드시 죽일 것이라는 말씀을 사람들한테 들었나이다.’
왕이 말하였다.
‘내가 마땅히 그 피로 계단을 만들어서 하늘에 오를 것이다.”
손자가 곧 먹지 않고 물러가 누워서 기뻐하지 않았다. 왕이 손자가 죽을까 두려워하여서 곧 그 천녀로 아내를 삼아주니 안팎이 모두 기뻐하고 걱정할 일이 다 없어졌다.

네 달 뒤에 바라문이 다시 말하였다.
‘마땅히 구덩이를 파고 모든 축생을 잡아서 구덩이를 메꾸고 신녀의 피를 취하여서 그 위에 바르고 길일을 택하여 하늘에 제사 지내야 하옵니다.’
왕이 좋다고 하고 나라의 모든 원로(元老)와 여러 신하들과 백성들에게 명하여 이 제사를 일으키라고 하였다. 황손이 듣고 딱한 듯 기뻐하지 않고 바라문에게 힐난하여 물었다.
‘이 제사의 술법이 어느 성전에서 나온 것인가?’
대답하였다.
‘대저 이 제사를 지내야 그 복으로 승천하는 것이오.’
황손이 또 힐난하였다.
‘대저 죽인다는 것은 중생의 목숨을 해치는 것이요, 중생의 목숨을 해하는 자는 패역과 죄악의 우두머리이다. 그 화가 끝이 없고 혼령이 몸을 바꿔 다시 서로 원혐하면서 칼과 독으로 서로 잔해하여 세세에 쉼이 없다가 죽어서 태산에 들어가면 태워지고 지져지고 저며지고 베이고 하는 온갖 지독한 형벌을 받다가 그것이 끝나면 혹 축생이 되어서 다시 칼에 죽으며, 만약 뒤에 사람이 되더라도 육시의 죄를 받나니, 모두 잔상하고 죽인 데서 연유하는 것이어늘 어찌 모진 것을 행하여서 승천함이 있으랴.’

바라문이 대답하였다.
‘그대는 나이가 어린데 무엇을 안다고 우리를 힐난(詰難)하는가?’
황손이 말하였다.
‘내가 숙세에 바라문의 집에 태어나서 5백 생을 계속해서 그대들의 도서(道書)를 완미하였는데 청정하고 참된 것이 위주였다. 그대들의 교묘한 거짓이 어찌 경의 뜻에 맞겠는가?’
바라문이 말하였다.
‘그대가 우리 도를 안다면 어찌 말하지 않는가?’
황손이 바라문의 밝은 법을 갖추어 설명하였다.
‘성인의 뜻은 지극히 청정한데, 그대들은 더럽고 흐리며, 잔인하고 혹독하며, 탐하고 인색한 데다가 헛되이 사특한 제사로써 사람과 모든 축생을 살해하고, 술을 마시고 음란하고 위를 속이고 백성을 궁하게 하는 것이다. 백성으로 하여금 부처님을 등지고 법을 어기며, 성현을 멀리하여 섬기지 않고, 재물을 다하여 귀신에게 바치면서 어버이는 굶주리고 헐벗게 하니, 어찌 성인의 뜻에 맞으며, 사문의 높은 행이겠느냐?’
바라문이 계면쩍고 부끄러워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갔다.

손자가 곧 할아버지인 왕을 위하여 위없는 바르고 참된 최정각의 지극히 성실한 믿음의 말씀을 하였다.
‘대저 승천하고자 하는 자는 마땅히 3존께 귀의하고, 4비상(非常)을 깨달아서 인색함과 탐욕함을 모두 끊고, 뜻을 청정하게 가누며, 몸을 바쳐서 무리를 건짐으로써 덕이 중생에 미치도록 하는 것이 첫째입니다. 인자하게 생명을 아끼고 자기를 억제하여 상대방을 건지며, 뜻을 항상 족한 데 머무르게 하고, 내 것이 아니면 취하지 않으며, 정조를 지켜 음탕하지 않고, 신의를 지켜 속이지 않으며, 술은 어지러운 독이라 효도를 마르고 썩게 하는 것이니, 10덕(德)을 받들어 지키고 어버이를 인도하되 바름으로써 하는 것이 둘째입니다. 중생의 욕(辱)을 참고, 미치고 취한 것을 슬퍼하며, 독한 것이 오면 가엾어 하는 생각을 보내어서 제도하고 해하지 않으며, 3존으로써 깨우쳐서 알면 곧 도와서 기뻐하고, 사랑으로 기르고 평등하게 보호하여 은덕이 하늘땅과 같으면 이것이 셋째입니다. 예리한 뜻으로 정진하여 우러러 높은 행에 오르는 것이 넷째입니다. 삿됨을 버리고 더러움을 제거하여 뜻이 고요하기가 공(空)과 같은 것이 다섯째입니다. 널리 덮임이 없는 것을 배워 일체지혜를 구하는 것이 이 여섯째입니다. 이러한 큰 덕을 품고 처음부터 끝까지 허물이 없이 하면 삼계의 법왕도 될 수 있는데, 하늘에 오르는 것이 어찌 어렵겠나이까? 만약 부처님의 자비의 가르침을 어기고 저 흉악하고 혹독함을 숭상하여 중생의 목숨을 잔해하며, 음탕함을 즐기고 삿된 것을 위한다면 살아서는 하늘이 버리고, 죽어서는 3악도에 들어가서 다시 서로 죽여 화를 받음이 끝이 없으리니, 이러한 큰 악으로써 승천하기를 바라는 것은 비유하면 왕의 명령을 어기는 자가 높은 벼슬을 바라는 것과 같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훌륭하다. 옳은 말이로다.’
옥을 열어서 크게 사면하고 모든 요망한 것을 물리쳐 끊으며 곧 나라의 재물을 들어 손자에게 명하여 덕을 일으키게 하였다.
황손이 재물을 얻어서 궁한 백성들에게 모두 주니 보시한 지 7일에 궁핍한 자와 부족한 자가 없었다. 보시한 뒤에 백성들에게 계를 지키도록 권하니, 온 나라가 감화되어 따르지 않는 이가 없었고, 하늘ㆍ용ㆍ귀신이 모두 훌륭하다고 찬탄하면서 훌륭한 보배와 비단과 곡식들이 쏟아지게 하니, 이웃 나라에서 덕을 사모하고 귀화하는 것이 마치 여러 갈래의 흐르는 물이 바다로 돌아가는 것과 같았다. 황손이 아내를 데리고 할아버지에게 인사하고 물러나 나라로 돌아가서 합문(閤門)을 닫고 일을 하지 않고 서로 즐기니, 여러 신하들이 아뢰었다.
‘태자의 비를 제거하지 않으면 국사가 장차 그릇되겠나이다.’
부왕이 말하였다.
‘조왕(祖王)께서 아내로 맞이하게 하여 주신 것을 어찌 제거하겠느냐? 불러서 가두자.’
비가 듣고 무참하여서 날아서 본래의 거처인 제7 산으로 돌아가서 우분 등을 보고 말하였다.
‘나의 남편이 오거든 나를 위하여 내게로 보내 달라.’
금가락지를 두어 신표로 삼았다. 부왕이 태자비가 갔다는 것을 듣고 아들을 보내 나라로 돌아오도록 하라고 하였으나 그 아내를 보지 못하고 슬퍼서 눈물을 흘렸다.
그러자 궁을 지키는 신이 말하였다.
‘그대는 슬퍼하지 말라. 내가 그대에게 길을 가르쳐 주리라. 비는 제7 산에 있는데 빨리 찾으면 미칠 수 있으리라.’

황손이 듣고 곧 구슬옷을 입고 칼을 차고 활을 잡으니 복장의 광채가 40리에 빛났다. 다음날 7산에 이르니 아내가 나뭇가지를 꺾어서 땅에 던져 표식(標識)으로 삼은 것이 보였다.
나아가서 두 도사를 보고 물었다.
‘나의 아내가 이리로 지나갔는가?’
그렇다고 하면서 금가락지를 주고 도와서 함께 가다가 나무로 다리를 만들어서 저 작은 물을 건너고 8산 위에 올라갔다. 4선 바라문을 보고, 오체를 땅에 던져 절하고 물었다.
‘내 아내가 여기로 지나가는 것을 보았습니까?’
‘여기로 지나갔노라. 잠깐만 앉으라. 내가 그대에게 처소를 보여 주리라.’
그때 천왕제석이 원숭이로 화하여서 위령(威靈)이 산을 진동하니 황손이 크게 무서워하였다.
바라문이 말하였다.
‘그대는 무서워할 것이 없다. 저것이 와서 공양을 올릴 것이다.’

원숭이가 세 도사를 보고 의심하여 머문 채 나아가지 않았다. 바라문이 나오라고 말하자 원숭이가 곧 나아가 과실로써 공양을 올렸다. 바라문이 받아서 네 사람이 함께 먹고는 원숭이에게 말하였다.
‘이 세 사람을 데리고 사인형신의 처소에 가라.’
원숭이가 말하였다.
‘이 사람은 어떠한 사람이기에 하늘에 오르게 합니까?’
바라문이 말하였다.
‘국왕의 태자며, 보살의 우두머리인 분이라, 장차 여래(如來)ㆍ무소착(無所着)ㆍ정진도(正眞道)ㆍ최정각(最正覺)ㆍ도법어(道法御)ㆍ천인사(天人師)가 될 것이고, 중생이 마땅히 그 덕택을 입어서 본래의 무(無)로 돌아감을 얻으리라.’
원숭이가 감탄하였다.
‘훌륭하도다, 보살이여. 부처가 되시거든 저는 그때 말이 되겠습니다.”
우분 등 두 사람은 하나는 종이 되고, 하나는 응진이 되기를 원하니, 보살은 대단히 좋다고 하고 함께 하늘에 올랐는데, 길에 연일각(緣一覺) 5백 인이 있다가 함께 지나가면서 머리를 조아렸다.
원숭이를 보내어 꽃을 가져오게 하여 모든 부처님 위에 흩으면서 원하였다.
‘나로 하여금 빨리 정각을 얻게 하여 중생을 인도하여 생사의 신을 없애고, 본래의 무(無)로 돌아가게 하옵소서.’
세 사람도 또한 같은 원을 하고 함께 모든 부처님께 머리를 조아리고 갔다.

사인형신의 성문 밖에 이르러서 원숭이는 머리를 조아리고 갔고, 세 사람이 함께 앉았더니, 그때 비녀[靑衣]가 나와서 물을 길었다.
보살이 물었다.
‘너는 물을 길어서 무엇을 하려느냐?’
‘왕녀의 목욕물을 공급하려는 것입니다.’
보살이 가락지를 빼어서 그 물 가운데 던졌더니 천녀가 가락지를 보고 곧 목욕을 중지하고 그 어버이에게 말하였다.
‘제 남편이 이제 여기 찾아왔습니다.’
어버이의 이름은 두마(頭摩)였다. 기뻐서 급히 나가서 만나니, 보살은 머리를 조아려서 사위된 예로 뵈었고, 두 도사는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났다.
왕이 데리고 안으로 들어가서 손수 딸을 불러 주었다. 시녀가 천여 명이었다. 하늘 음악으로 서로 즐기면서 거기에 머문 지 7년이 되었다.
어버이를 봉양해야 할 것을 생각하고는 목이 메어 하직 인사를 하고 본국으로 돌아갈 것을 말하니, 천왕이 말하였다.
‘이 나라의 모든 것을 이제 자네에게 줄 터인데 어찌하여 가려고 하는가?’
보살이 또 먼저와 같이 하직 인사를 하니 왕이 7일만 더 유하여 즐기도록 하라고 하였다.
7일 후에 어떤 큰 신왕(神王)이 천왕한테 와서 축하하였다.
‘없어졌던 따님이 이미 돌아왔고, 게다가 성인 사위까지 맞이하였으니 얼마나 기쁘십니까?’
천왕이 말하였다.
‘내 딸은 미천한 것인데 성웅(聖雄)인 사위를 얻었소. 그런데 돌아가서 어버이를 봉양할 생각을 하니 수고스럽지만 좀 보내 주오.’
귀신 왕이 공손히 승낙하고 곧 하늘 보배로써 집을 지으니, 7층의 망루(望樓)와 여러 가지 보배 하늘 악기가 있었는데, 세상에서 보기 드문 것이었다.
귀신 왕이 손바닥으로 받들고 가서 본토에 놓고 머리를 조아리고는 물러갔다.

보살이 어버이를 뵙고 정성껏 인사를 다 갖추었다. 할아버지인 왕이 기뻐서 왕위를 물려주니 천녀와 귀신ㆍ용들이 훌륭하다고 일컫지 않음이 없었다. 여러 죄수들을 크게 사면하고 국고를 비워서 보시하여 사방의 백성들과 아래로 뭇 생명에 미치기까지 그 궁핍함을 구제하되, 원하는 대로 하여 주니, 중생들이 뛰면서 찬탄하지 않음이 없었다. 부처님의 어진 교화를 찬탄하며 윤택이 천지를 지나니, 팔방에서 덕택을 사모하고 나라로 들어오는 것이 어린아이가 인자한 어머니를 의지함과 같았다. 할아버지 왕은 목숨을 마치고 곧 천상에 태어났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황손은 나였고, 4선 바라문은 사리불이었으며, 우분은 목련이었고, 사리는 차익이었으며, 천제석은 건덕(揵德)이었고, 부왕은 가섭(迦葉)이었으며, 할아버지 왕은 지금 백정왕이었고, 어머니는 나의 어머니 사묘였으며, 비(妃)는 구이였느니라. 보살이 여러 해를 4등(等)으로 널리 자비를 베풀고 큰 자비와 6도무극로써 중생을 제도한 것을 이루 셀 수 없느니라.”

부처님께서 경을 설하여 마치시니, 모든 보살과 4부 제자와 하늘ㆍ용ㆍ귀신 및 질량신(質諒神)이 모두 기뻐하면서 절하고 갔다.

84
차라국왕경(遮羅國王經)

예전에 차라 국왕의 왕후가 아들이 없었다. 왕이 심히 슬퍼하며 왕후에게 명령하였다.
“그대는 그대의 친정으로 돌아가서 자식을 두는 술법을 구하여 가지고 돌아오라. 내가 허물하지 않으리라.”
왕후가 울면서 인사하고 물러 나와 목숨을 버릴 것을 맹세하고 산의 험한 곳에서 몸을 던지려고 마침내 숲속으로 들어갔다.
천제석이 감동하여 말하였다.
“이 왕의 원후(元後)는 전 세상에 나의 누님이었다. 이제 아들이 없어서 몸을 험한 산 속에 던졌구나.”
이를 불쌍히 여기고 홀연히 내려와서 그릇에 과실을 담아 주면서 말하였다.
“누님이여, 당신은 이 과실을 잡수시오. 반드시 거룩한 아들을 두어서 장차 세상에 어른이 될 것입니다. 만약 왕이 의심하거든 이 그릇을 보이시오. 이것은 천왕의 신기(神器)이니 분명한 증거가 될 것입니다.”
왕후가 하늘을 우러르고 과실을 삼켰더니 홀연히 천제는 사라져서, 간 바를 볼 수 없었다. 곧 몸이 무거움을 느끼고 궁으로 돌아가서 왕을 보고 사실대로 자세히 말하였다. 때가 차서 아들을 낳았는데, 그 형상이 몹시 추하여서 세상에서 보기 드문 것이었다. 그러나 이를 갈 나이가 되자 총명이 널리 통달하여 지혜와 책략이 짝할 이가 없고, 힘은 능히 코끼리를 쓰러뜨릴 만했으며, 달려가서 나는 매를 잡았고, 소리를 지르면 그 울림이 사자의 부르짖음[獅子吼]과 같았다. 이름은 원근에 펴졌고 팔방에서 칭찬이 대단했다.
왕이 이웃 나라의 왕녀를 태자의 비로 맞아들이니 그 이름은 월광(月光)이었고 단정하고 아름다워 세상에 좋음을 골고루 갖추었다.
이 왕녀에게는 다음으로 일곱 명의 동생이 있었는데 이들 역시 인물들이 좋았다.

왕후는 월광이 태자의 형상을 미워할까 무서워서 거짓으로 말하였다.
“우리 나라에는 예전부터 법이 남편을 밝은 낮에 서로 보지 않도록 되어 있는데, 이것은 중요한 예의이니, 비(妃)는 예의를 잃음이 없게 하라.”
“잘 알겠나이다. 감히 높으신 가르침에 어김이 없이 하오리다.”
이렇게 한 뒤로 태자가 출입하여도 그 얼굴을 알지 못하였다.
태자가 하루는 깊이 생각하였다.
‘우리 나라가 일곱 나라와 적이 되어서 심하게 다투어 편안함이 없어 백성들이 울부짖으니, 내가 장차 권도로써 편안하게 하리라.’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나의 몸이 지극히 추하니 비가 본다면 반드시 떠날 것이다. 가면 천하는 편안하고 백성들은 쉬게 될 것이다.’
그리고는 기쁘게 모후(母后)에게 말씀드려서 한 번 비를 보고 자기의 용모를 보이고자 한다고 하였다.
모후가 말하였다.
“네 모양은 추하고 비의 용모는 아름답고 고와서 천녀에 견줄 만한데 알면 곧 버리고 갈 것이라, 너는 마침내 홀아비가 될 것이다.”
태자가 그래도 거듭 말하니 모후가 딱하게 여겨서 그 원을 들어 주었다.
비를 데리고 말을 보는데 태자가 말을 기르는 목부(牧夫)로 변장하였다. 비가 보고 말하였다.
“목부가 왜 그렇게 추합니까?”
왕후가 말하였다.
“이는 선왕(先王)의 목부이다.”

다음은 데리고 코끼리를 보는데 비가 거기서 또 그를 보고 의심하였다.
‘내가 놀러 가는 곳마다 이 사람을 보게 되니 이상한 일이다. 혹시 이 사람이 태자가 아닐까?’
그리고는 왕후에게 말하였다.
“원컨대 태자의 빛나신 모습을 보고 싶나이다.”
왕후가 곧 방편으로써 그 형제로 하여금 나라에 노닐게 하고 태자의 관료들이 따르며 시위하게 하니 비가 보고 조금 기뻐하였다.
뒤에 또 동산에 들어갔는데 태자가 나무에 올라가서 과실을 가지고 비의 등에 던졌다.
비가 말하였다.
“이건 태자인 것이 틀림없구나.”
밤에 그가 자는 틈을 타서 가만히 불로써 그 모습을 비추어 보고는 무서워서 본국으로 달아나 버렸다.
왕후가 분하여서 말하였다.
“어찌하여 비가 돌아가게 하였느냐?”
태자가 대답하였다.
“비가 간 것은 천하가 태평할 근본이오니 백성들이 마침내 그 어버이를 편안히 모시게 될 것입니다.”
절하여 인사하고 찾아나섰다.

비의 나라에 가서 거짓 도자기 만드는 사람이 되어 품삯을 받고 그릇을 만드니 그릇의 묘한 품이 나라에 으뜸이었다. 공장 주인이 그 묘함을 보고 잘 포장하여 왕비에게 바쳤다.
왕이 그릇을 받고는 좋아하면서 작은 딸에게 주니, 전하여서 언니들도 보게 되었다.
월광은 남편이 한 짓임을 알고 땅에 던져서 부숴 버렸다. 또 이번에는 성에 들어가서 품삯을 받고 여러 가지 비단에 물들이는 일을 하였는데, 그 한 필을 매듭지어 여러 가지 기묘한 재주를 베푸니, 갖가지 기교가 가득하여 세상에 보기 드문 것이었다.
물들이는 집에서 기뻐하면서 왕에게 바치니 왕이 또 좋아하면서 여덟 딸에게 보였다. 월광은 또 알고 던져 버리고 보지 않았다.
또 대신에게 고용되어서 말을 기르는데 말이 살찌고 또 길들여졌다. 대신이 보고 말하였다.
“네가 모두 어떠한 재주를 지녔느냐?”
“태관(太官)이 다루는 여러 가지 맛을 제가 모두 갖출 수 있습니다.”
대신이 찬을 만들게 하여 대왕에게 드리니 왕이 말하였다.
“이 음식은 누가 한 것인가?”
신하가 사실대로 대답하니 왕이 명하여 태관을 삼아서 모든 요리를 맡아서 감독하게 하였다.

국을 가지고 안에 들어가서 여덟 왕녀에게 올리는데 권도를 쓰고자 하여 거짓 엎질러 몸을 적시니, 모든 딸들이 놀라고 무서워하는데 월광은 보지 않았다.
천제석이 찬탄하였다.
‘보살이 중생을 건지기에 근심함이 이에 이르렀도다. 내가 방편으로써 이를 도우리라. 일곱 적국을 부추겨 여자가 있는 수도로 모이게 하리니, 그렇게 하면 백성들의 큰 화가 멈춰지리라.’
월광의 부왕이 쓴 서신을 변화로 만들어서 월광을 아내로 준다고 하니 일곱 나라가 모두 예를 갖추어 친히 맞이하러 모여들었다.
함께 모이자, 서로 인사하면서 말하였다.
“여기에 어찌하여 왔느냐?”
각기 말하였다.
“월광에게 장가들려고 왔다.”
그래서 다툼이 분분하게 되었다. 각기 서신을 보이니, 그들이 원망하여 한결같은 목소리로 말하였다.
“마땅히 저놈의 후사를 멸하여야 한다.”
그것을 틀림없이 하기 위하여 사신을 보내어 서신을 돌려주고 모두 힐난하였다.
“너는 한 딸로써 우리 일곱 나라를 희롱하였다. 원수는 같고 병력은 풍성하니 네 나라가 없어지는 것은 시간 문제이다.
월광의 부왕이 두려워서 말하였다.
“이거 큰 화가 닥쳐왔구나. 전에 잘못한 짓이 불러온 바로다.”

월광에게 말하였다.
“네가 남의 아내가 되었으니 남편이 현명하거나 어리석거나, 길하거나 흉하거나, 잘생겼거나 못생겼거나 그것은 네 숙명인데 누가 능히 막겠느냐. 정숙하게 한결같이 하며 효성을 다하여서 어른을 받들지 않고, 남편을 박대하고 나라로 돌아왔기에 화가 이에 이른 것이다. 내가 이제 마땅히 네 몸뚱이를 일곱 몫으로 나눠서일곱 왕에게 사과하리라.”
월광이 울면서 말하였다.
“원컨대 제 목숨을 한 시각만 빌려 주옵소서. 지혜 있는 선비를 구하면 반드시 능히 일곱 나라의 환을 물리칠 자가 있을 줄로 압니다.”
왕이 곧 모집하였다.
“누가 이 화를 막을 수 있겠는가? 월광으로써 아내를 삼고 큰 복으로써 대우하리라.”
태자가 말하였다.
“빨리 높은 망루(望樓)를 세우소서. 제가 그것을 막으리다.”
망루가 이루어지자 태자가 꾀병으로 비칠거리다가 땅에 쓰러지면서 말하였다.
“월광이 업고 올라가야만 적을 물리칠 수 있다.”
월광이 창황하여 도륙 당할 것을 두려워하여 겨드랑이를 부축하여 겨우 망루에 올라가서 섰다.
태자가 마치 사자후와 같은 높은 소리와 멀리 진동하는 소리로 일곱 국왕에게 불교로써 깨우쳐서 일렀다.
“하늘 같은 임금이 되고자 하면 마땅히 어진 도로써 해야 하거늘 그대들은 이제 노여움을 일으키는가. 노여움이 성하면 곧 화가 나타나고, 화가 나타나면 곧 몸을 잃는 것이다. 대저 몸을 죽이고 나라를 잃는 것이 이름난 여색으로 말미암는다.”
일곱 나라의 장수들로서 두려워 허둥거리지 않는 이가 없었다. 조금 있다가 본토로 돌아가고자 하였다.

태자가 왕에게 말하였다.
“혼인의 도가 저 모든 왕들만한 이들이 없는데, 어찌 일곱 딸을 저 일곱 왕에게 시집보내어 사위로 울타리와 병풍으로 삼지 않습니까? 왕은 크게 편안해지고 신하와 백성들은 쉬게 되며, 어버이는 봉양함을 얻을 것이옵니다.”
왕이 말하였다.
“좋다. 이 즐거움이 큰 것이로다.”
드디어 일곱 왕을 사위로 삼으니, 여덟 사위의 예가 풍성하였고 임금과 백성들이 기뻐하였다. 이에 왕과 신하와 백성들이 비로소 태자가 월광의 옛 남편이었음을 알았다.
곧 좋은 보좌역으로 무사를 골라서 시종하여 각각 본국으로 돌아가게 하니 아홉 나라가 화친하여 편안하였고, 백성들이 손뼉을 치고 춤을 추면서 찬탄하기를, “하늘이 우리에게 아버지를 내려 보내셨다”고 하였다.
대저 성인의 권도 술책은 범부가 아는 바가 아니다.
덕이 모이고 공이 이루어져서 그것이 이에 빛나니 다시는 조롱하고 비방함이 없었다.

나라에 돌아온 지 몇 해 만에 대왕이 죽고 태자가 왕위를 대신하자, 크게 무리들의 죄를 사면하고 5계(戒)ㆍ6도(度)ㆍ8재(齋)ㆍ10선(善)으로써 백성들을 교화하니, 재앙과 요괴가 아주 없어져서 나라가 풍족하고 무리가 편안하였으며, 큰 교화가 유행하여 다 3존을 받들었다.
덕이 성하여 복이 되돌아와 모든 병이 소멸되고 얼굴이 빛나고 밝아져서 저 복숭아꽃보다도 나았다. 그렇게 된 까닭은 보살이 숙세에 부부가 함께 밭을 갈다가 아내에게 밥을 가져오도록 시키고 아내가 돌아오는 것을 바라보니, 한 벽지불과 더불어 함께 걷다가 산기슭에 숨어서 오래 되어도 오지 않는지라, 의심이 생겨서 호미를 가지고 가서 때리고자 하였다. 가서 보니 그 아내가 먹을 것을 나누어서 사문에게 공양하고 합장하고 물러서 있었다.
사문이 먹고 나서 발우를 허공에 던지니 광명이 번쩍이면서 날아갔다.
이것을 보고 남편이 마음으로 뉘우치고 부끄러워하면서 생각하였다.
‘아내는 덕이 있어서 이 어른께 치성을 하였는데, 나는 심히 어리석었으니 장차 그 재앙을 받게 되리라.’
곧 아내에게 말하였다.
“그대가 공양한 복을 나도 마땅히 함께 할 것이니 남은 밥을 같이 먹읍시다. 그래도 그대에겐 허물이 없을 것이오.”
그들은 목숨을 마치고 각각 왕가에 태어났는데, 아내에겐 순후한 자비의 혜택이 있었기 때문에 나면서 단정하였고, 남편은 먼저 성냈다가 뒤에 인자하였으므로 처음엔 추하였다가 뒤에는 좋아진 것이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대저 사람의 하는 짓이 먼저는 주었는데 뒤에는 빼앗았으면 후세에 처음 나서는 크게 부하다가 커서는 빈곤하게 되며, 처음에는 빼앗았는데 뒤에는 고맙게 주면 뒷세상에서 받는 것이 처음에는 빈천하다가 뒤에는 커서 부귀하게 되느니라. 태자는 나였고, 아내는 구이이였으며, 부왕은 정백왕이었고 어머니는 사묘였고, 천제석은 미륵이었느니라. 보살이 세세에 중생들을 염려하여 도탄에서 건졌나다.”
보살은 넓은 지혜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普智度無極], 명시(明施)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85
보살이명리귀처경(菩薩以明離鬼妻經)

예전에 보살이 범속한 사람이 되었다. 나이 열 여섯에 뜻이 열려 통달하였으며, 배움이 넓고 보는 것이 커서 경을 알지 못함이 없었다. 정신을 단련하여 깊이 생각하되, 여러 경전과 도술 중에서 어느 경이 가장 참되고 어느 도가 가장 편안한가 하였다. 생각하고는 한숨을 쉬며 탄식하였다.
‘오직 불경만이 가장 참된 것이고, 함이 없음[無爲]이 가장 편안한 길이로다.’
또 결심하였다.
‘내가 마땅히 그 참됨을 품고 그 편안함에 처하리라.’
어버이가 아내를 들이고자 하니 슬퍼하여 말하였다.
“요망한 화근의 성함이 색보다 큰 것이 없으니, 만약 요망한 벌레[蠱]가 이르면 도덕이 상하게 될 것이다. 내가 도망하여 가지 않으면 장차 이리에게 먹히게 되겠다.”
드디어 다른 나라로 가서 힘껏 품팔이하여서 스스로 살아갔다.
그때 농사하는 노인이 있었다. 늙도록 아들이 없었는데 풀밭에서 한 계집아이를 얻으니 얼굴이 아름다워 나라에서 뛰어날 정도였다. 잘 길러서 자식을 삼고, 남편감을 구하여 나라를 돌았으나 마땅한 사람이 없었다.
노인이 보살을 고용한 지 5년이 되었는데, 그 지조와 행실을 작은 데서부터 큰 데까지 보고 마음속으로 칭찬하고 말하였다.
“동자야, 우리는 살기가 넉넉하다. 딸을 네 아내로 줄테니, 나의 후사(後嗣)가 되어 다오.”

딸에게는 신덕(神德)이 있어서 보살의 마음을 호렸다. 아내로 들인 지 얼마 안 되어서 곧 스스로 깨달았다.
‘내가 모든 부처님의 밝은 교화를 보니, 여색은 불이요, 사람은 날아드는 나방이라고 하셨다. 나방이 불빛을 탐하다가 타 죽고 말지 않는가. 그런데 이 노인이 색의 불로써 내 몸을 태우고, 재물의 미끼로써 내 입을 나꾸었으며, 집의 더러운 것으로 내 덕을 죽였다.’
그리고는 밤에 가만히 도망하여 백여 리를 갔다. 마침 빈 정자가 있어서 의지하고 자려 하는데 정자의 주인인 듯한 사람이 물었다.
“그대는 웬 사람인가?”
“나는 지나가다가 들려서 쉬려는 것이오.”
정자의 주인이 데리고 들어갔는데, 보니 묘한 상(床)과 요(蓐)와 여러 가지 진귀한 것이 눈에 빛났으며, 부인이 있었는데 얼굴이 자기의 아내와 같았고, 보살의 마음을 호렸다. 데리고 살게 하여서 거기서 다섯 해를 지내다가 마음을 밝혀 깨달았다.
‘음난함은 벌레가 되는 것이니 몸을 망치고 목숨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도망하여 숨으려 한 것인데 여자를 또 만났구나.’

가만히 도망하다가 또 보니 보배 궁전에 부인이 앞에서 처럼 다시 그의 마음을 호렸다.
더불어 살기를 10년 만에 마음을 밝혀 깨닫고 탄식하였다.
‘내 재앙이 무겁구나. 달아나도 못 면하는구나.’
그리고는 깊이 스스로 맹세하였다.
‘다시는 끝까지 기숙(寄宿)하지 않으리라.’
또 도망하다가 멀리 큰 집을 보고 피하여 풀 속으로 가니 문지기가 말하였다.
“웬 사람인데 밤에 다니느냐?”
“이 앞동네까지 가는 사람입니다.”
“금함이 있어서 갈 수 없다.”
안에서 사람이 불러서 가 보니 보이는 바가 먼저와 같았다. 부인이 말하였다.
“무수한 겁으로부터 부부가 될 것을 맹세하였는데, 그대가 달아나면 어디로 갈 것입니까?”
보살이 생각하였다.
‘애욕의 뿌리를 뽑기가 이렇게도 어렵단 말인가?’
곧 네 가지 무상하다[四非常]는 생각을 일으켜서 말하였다.
“내가 무상(無常)ㆍ고(苦)ㆍ공(空)ㆍ무아(無我)의 선정으로써 삼계의 모든 더러움을 없애고자 하거늘 어찌 다만 그대의 더러움만 없애지 못하랴.”
이 네 가지 생각을 일으키니 귀신 아내가 곧 없어졌고, 마음속이 밝아지면서 문득 모든 부처님께서 자기 앞에 서 계신 것을 보고 공(空)ㆍ불원(不願)ㆍ무상(無相)의 선정을 알았으며, 사문의 계를 받고 무승사(無勝師)가 되었다.
보살이 넓은 지혜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명시(明施)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86
유동수결경(儒童受決經)

예전에 보살이 발마국(鉢摩國)에 태어났을 때 바라문이 되었는데 이름은 유동(儒童)이었다. 스승으로부터 학문을 받아서 우러러 천문을 보았으며, 도참(圖讖)에 대한 여러 가지 글까지도 듣고 보면 곧 알았고 참됨을 지키며 효도를 숭상하니, 나라의 바라문들이 칭찬하였다. 그의 스승이 말하였다.
“네가 도를 갖췄고 재주가 족하게 되었는데 어찌 나아가서 교화를 시작할 뜻을 내지 않느냐?”
“전부터 가난하여 재물이 없어서 은덕에 보답할 수 없으므로 감히 물러가지 못합니다. 어머니의 병환이 심하여도 치료를 할 수 없으니, 원컨대 다니면서 품팔이를 하여서 약값이라도 마련할까 합니다.”
스승이 대단히 좋은 일이라고 하였다.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나서 가까운 나라에 돌아다니다가 보니, 바라문 5백 명이 강당에 모여서 높은 자리를 마련하고, 또 꽃다운 여자 한 사람과 은전 5백 냥을 놓고는, 높은 자리에 올라간 자에게 여러 선비들이 함께 질문하여서 그가 본 것이 넓고 도가 깊은 자면 여자와 돈을 바치기로 하고 있었다. 보살이 가 보니 그들의 지혜가 얕아서 질문하면 곧 말이 막히곤 하였다. 이것을 보고 여러 바라문들에게 말하였다.
“나도 역시 바라문의 아들이니 여러분의 논의에 참예할 수 있습니까?”
모두 좋다고 말하였다.
곧 높은 자리에 오르니 여러 선비들의 논란은 천박한데 대답하는 도는 컸고, 물음은 좁은데 해석하는 뜻은 넓었다.
모든 바라문들이 말하였다.
“도가 높고 지혜가 큰 자는 스승으로 삼을 만하다.”

모두 내려가서 머리를 조아렸다.
보살이 인사하고 물러나니 바라문들이 함께 말하였다.
“이분이 비록 높고 슬기로우나 다른 나라의 바라문이니 우리 나라의 딸을 줄 수는 없다. 돈이나 보태 주자.”
보살이 말하였다.
“도가 높은 자는 그 덕이 깊은 것입니다.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은 욕심을 없이하는 도이니, 이 욕심은 귀중한 것이라 도로써 선(仙)에게 전하고, 덕으로써 성인(聖人)에게 주어서 신선과 성인이 서로 전할 때 그 밝은 교화는 없어지지 않나니, 말하자면 이것이 좋은 후사(後嗣)인데, 그대들의 욕심은 도의 근원을 막고 덕의 뿌리를 자르는 것이니 후손이 없다고 할 만합니다.”
말을 마치고 곧 물러가니 바라문들이 계면쩍고 부끄러워하였다.
여자가 저 보살은 곧 나의 남편이라고 하면서 옷을 걷어잡고 도보로 그의 발자취를 찾아서 여러 나라를 거치는 동안에 힘은 지치고 발은 부르트고 해서 길가에 머물러 쉬고 있었다.
거기는 발마국이었다. 왕의 이름은 제승(制勝)이었는데 나라를 순행하면서 지경을 살피다가 여자가 지쳐서 쉬는 것을 보고 물었다.
“너는 웬 사람인데 길가에 있느냐?”
여자가 자세히 그 내력을 진술하니, 왕이 그의 뜻을 가상히 여기고 매우 가엾이 생각하였다.
왕이 그 여자에게 명령하였다.
“나를 따라서 궁으로 돌아가자 너로써 딸을 삼으리라.”
여자가 말하였다.
“남의 밥을 거저 먹을 수 있습니까? 원컨대 무슨 직업을 갖게 하여 주시면 대왕을 따르겠나이다.”
왕이 말하였다.
“너는 좋은 꽃을 가져다가 나 있는 데를 꾸미는 일을 하여라.”
여자가 공손히 응낙하고 왕을 따라서 궁으로 돌아가서 날마다 좋은 꽃을 따다가 왕궁(王宮)의 소용되는 곳에 공급하였다.

유동이 나라로 돌아와서, 길가의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면서 구렁을 메우고 땅을 쓸어서 더러움을 없애는 것을 보았다. 행인에게 물었다.
“백성들이 기뻐하니 장차 무슨 경사라도 있는 것입니까?
대답하였다.
“정광(定光)여래ㆍ무소착ㆍ정진도ㆍ최정각ㆍ도법어ㆍ천인사께서장차오셔서 교화하시기 때문에 모두들 기뻐하는 것입니다.”
유동이 마음으로 기뻐하면 고요히 선정에 들어서 마음을 밝혀 더러움을 없이 하고 부처님께서 장차 오시면 뵈려고 하였다.
길에서 전의 그 여자가 꽃을 병에 꽂아 가지고 가는 것을 만났다. 꽃을 청하였더니 다섯 송이를 주었다.
왕후도 서민도 모두 몸소 길을 닦는데 보살도 땅을 조금 청하여서 스스로 닦았다.
한 백성이 말하였다.
“나머지 작은 시내가 있는데 물이 급하고 빨라서 흙과 돌이 서지 않습니다.”
보살이 생각하였다.
‘내가 선정의 힘으로써 저 작은 별을 내려다가 막으면 어떨까?’
또 생각하였다.
‘공양하는 법이 4대의 힘으로써 몸소 애써서 해야 좋은 것이다.’
곧 별을 놓아 두고 돌을 날라다가 몸의 힘으로써 막고 선정의 힘으로 머물게 하니 나머지는 작은 구덩이였다.
부처님께서 이르셨다.
몸의 사슴가죽 옷을 벗어서 그 젖은 땅에 깔고 다섯 송이 꽃을 부처님 위에 흩으니 꽃이 공중에 벌여 있는 것이 마치 손으로 종자를 뿌려 뿌리가 땅에 붙이고 난 것과 같았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뒤에 91겁을 지나서 네가 마땅히 부처가 되어서 호를 능인(能仁)여래ㆍ무소착ㆍ정진도ㆍ최정각ㆍ도법어ㆍ천인사라 하리라. 그 세계는 뒤바뀌어 부자간이 원수가 되기도 하고, 왕의 정치가 백성을 상하게 하여서 마치 칼이 비오듯 하여 백성이 비록 피하려 하여도 그 환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인데, 네가 마땅히 거기에서 중생을 건지리니 제도되는 자를 셀 수가 없으리라.”
유동이 기뻐서 뛰었는데, 땅에서 일곱 길이나 허공으로 올라갔다. 공중에서 내려와서는 머리털을 땅에 펴고 부처님께서 밟으시게 하니, 세존께서 넘으시고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땅을 밟지 못하게 하라. 그 까닭은 수기를 한 곳이어서 그 높음이 위가 없기 때문이다. 지혜 있는 보살이 여기에 절을 지으면 수기를 받은 것과 같으리라.”
모든 하늘이 모두 소리를 가지런히 하여 말하였다.
“우리가 마땅히 절을 지으오리다.”
그때 장자의 아들이 이름이 현건(賢乾)이었는데 작은 나무의 가지를 그 땅에 꽂으면서 말하였다.
“내 절이 벌써 섰다.”
모든 하늘이 서로 돌아보면서 말하였다.
“범속한 서민의 더벅머리 아이가 높은 성인의 지혜를 지닌 것이냐?”
곧 여러 가지 보배를 날라다가 그 위에 절을 세우고서 머리를 조아리면서 아뢰었다.
“원컨대 저도 부처가 되어서 지금과 같이 교화하게 하소서. 이제 절을 세운 바 그 복이 어떠하옵나이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유동은 부처가 될 때에 네가 마땅히 수기를 받으리라.”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유동은 나였고, 꽃을 팔던 여자는 지금의 구이였으며, 장자의 아들은 지금 이 좌중의 비라여(非羅餘)니라.”
비라여가 곧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니, 부처님께서 수기하셨다.
“뒤에 마땅히 부처가 되어서 호를 쾌견(快規)이라 하리라.”

부처님께서 경을 설하여 마치시니 모든 4부 제자와 하늘ㆍ용ㆍ귀신들이 기뻐하지 아니함이 없이 머리를 조아리고 갔다.
보살은 넓은 지혜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명시(明施)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87
마조왕경(摩調王經)

이와 같이 들었다.

한때 부처님께서 무이국(無夷國)에 계시면서 나무 밑에 앉으시니 얼굴빛이 빛남이 자금(紫金)보다 더하였고, 흔연히 웃으시니 입에서 오색 광명이 뻗쳐 나와서 당시에 보는 자가 뛰면서 기뻐하지 않음이 없어서 모두 함께 찬탄하였다.
“참으로 이른바 하늘 중의 하늘이신 분이다.”

아난이 옷을 단정히 하고 머리를 조아리면서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웃으심에는 반드시 중생을 제도하시려는 깊은 뜻이 있으신가 하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다. 실로 네 말과 같다. 내가 헛되이 웃지 않나니 곧 법을 일으키려는 것이니라. 네가 웃는 뜻을 알고자 하느냐?”

아난이 대답하였다.
“성전(聖典)에 기갈하였사오니 진실로 배부르고 만족함이 없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예전에 성왕이 있었으니 이름은 마조(摩調)였다. 그때 비행황제가 되어서 사천하를 다스리되 마음이 바르고 행동이 공평하니 백성이 훔치고 원망함이 없었고, 자비로 기쁘게 보호하니 뜻이 제석(帝釋)과 같았다.
그때 백성의 수명은 8만 세였다. 임금에게 7보가 있었으니 자금전륜(紫金轉輪)ㆍ비행백상(飛行白象)ㆍ감색신마(紺色神馬)ㆍ명월신주(明月神珠)ㆍ옥녀성처(玉女聖妻)ㆍ주보성신(主寶聖臣)ㆍ전병성신(典兵聖臣)이었다.임금에게 천 아들이 있었으니 단정하고 어질고 고요하며, 옛 일을 밝게 알고, 앞일을 미리 알아, 유식한 무리들로서 공경하여 사모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임금이 노닐어 보고자 하여 동서남북 어디에고 뜻 맞는 데에 생각을 두면 금륜이 앞에 있다가 뜻을 따라서 가는데 7보가 다 그렇게 되어서 날아서 성왕을 인도하였고, 하늘ㆍ용ㆍ신선이 모두 지키면서 여러 가지 보배 꽃을 흩었으며, 성수(聖壽)의 무량함을 빌었다.

임금이 측근의 신하로서 주로 수건과 빗을 맡은 자에게 신칙하였다.
‘네가 내 머리에서 백발이 나거든 곧 내게 알려라. 대저 모발이 흰빛으로 되는 것은 죽음이 온다는 분명한 증거이다. 그렇게 되면 나는 더러운 세상의 속된 일을 버리고 청정 담박한 행동으로 나아가고자 하노라.”
측근의 신하가 명령대로 뒤에 흰 머리털을 발견하고 곧 임금에게 알리니, 임금이 흔연히 태자를 불러서 말하였다.
‘내 머리에 흰 털이 났구나. 머리가 희어지는 것은 항상함이 없다는 증거이다. 생각을 무익한 세상 일에 흩는 것이 마땅치 않다. 이제 너를 임금으로 세우니 사천하를 잘 다스려라. 신하와 백성들의 목숨이 네게 매였으니, 네가 그들을 불쌍히 여기고, 법은 내가 행한 것과 같이 하면 악도를 면하리라. 그리고 너도 머리가 희어지거든 나라를 버리고 반드시 사문이 되어라. 아들을 세우는 가르침은 4등ㆍ5계ㆍ10선을 우선으로 하도록 하여라.’
밝은 가르침이 마침 끝나니 곧 나라를 버리고 시골땅 나무 밑에서 수염과 머리털을 제거하고 법복을 입고 사문이 되니, 여러 신하와 백성들이 애통해 하고 사모하여 몸부림치며 울었다.

마조법왕의 자손이 서로 계승하여 1천84대에 이르러 성황(聖皇)의 바른 법이 마지막에 없어지려 하니, 마조성왕이 다시 천상을 버리고 혼신으로 내려와서 말세의 왕에게 태어나서 또 비행황제가 되어 가지고 명호를 남(南)이라고 하였다.
정법을 다시 일으키고 궁중의 황후와 귀인들에게 밝게 신칙하여 8계를 받들고, 달마다 6재를 지키게 하였으니, 첫째는 마땅히 인자하고 측은한 마음으로 중생을 사랑하여 살려 줄 것이요, 둘째는 삼가 도적질하지 않고 부한 자는 가난한 자를 구제할 것이며, 셋째는 마땅히 정조를 잡아서 청정하게 참됨을 지킬 것이요, 넷째는 마땅히 믿음을 지키며 말은 부처님 가르침으로써 할 것이요, 다섯째는 마땅히 효성을 다하고 술을 입에 대는 일이 없을 것이고, 여섯째는 높은 상과 비단 장막에 눕지 않을 것이며, 일곱째는 신시(申時)가 지나면 음식을 입에 대지 않을 것이요, 여덟째는 향과 꽃과 기름을 삼가 몸에 가까이 함이 없이 하고, 음란한 노래와 삿된 음악으로 행실을 더럽힘이 없도록 할 것이니, 이런 것은 마음으로 생각하지 말고 입으로 말하지 말고, 몸으로 행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또 모든 훌륭한 신하들에게 신칙하여 영특한 바라문들을 이끌고, 아래로는 백성들에게 미치도록 하며, 사람에게 높고 낮음이 없으며 6재를 받들고, 8계를 익혀 몸에 붙이되 날마다 세 번 외우게 하였다.
부모에게 효순하고, 노인을 공경하되 높이 받들어서 마음을 쉬고 나아가 경을 받게 하였으며, 홀아비와 과부와 어리고 약한 걸인 아이들을 구제하고 질병에는 의약과 의식(衣食)으로 건졌으며, 괴롭고 궁핍하여 없는 자는 궁문으로 나와서 부족한 바를 구하게 하였다.
만약 교화에 순종하지 않는 자가 있으면 부역을 무겁게 하고, 그 한 집을 어진 자 다섯 집 사이에 있게 하여 이 다섯 집으로 하여금 그 한 집을 교화하도록 하는데, 먼저 순종하도록 하는 자에게는 상을 주었다. 돕는 신하는 어진 이를 쓰고 귀족을 쓰지 않았다.
왕이 이렇게 밝은 법을 시행한 뒤로는 사천하의 백성이 자비과 화목으로 서로 향하여서 살벌한 마음이 없어졌고, 얻으면 서로 사양하니 밤에도 문을 닫지 않았으며, 정결(貞潔)하고 청정하여 아내가 아니면 욕심을 내지 않았고, 한 가지 말을 하고 두 말 하지 않아서 교령을 내매 어질고 측은히 하였고, 항상 진실되지 않음을 보고는 말하되 화려하게 꾸미지 않았으며, 상대방의 길함과 이로움을 보면 마음으로 기뻐하고 말로 도왔다.
큰 도의 교화가 행해지니 흉한 것과 독한 것이 사라져 없어졌으며, 부처를 믿고 법을 믿고 사문을 믿으며 말에 다시 의심과 맺힘이 없었다.

남왕의 인자한 윤택[慈潤]이 이르지 아니함이 없어서 팔방과 상하에서 덕을 찬탄하지 않음이 없었다.
제2 천제와 사천왕과 일월성신ㆍ해룡ㆍ지기(地祇)들이 날마다 함께 의논하였다.
‘세간의 인왕(人王)이 4등으로 인자하게 베푸니 은혜가 이르는 바가 모든 하늘보다 낫다.’
천제석이 모든 하늘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남왕(南王)을 보고자 하는가?’
하늘들이 말하였다.
‘몇 해나 벼른 원이옵니다. 실로 밝게 아시는 그대로입니다.’
제석이 곧 팔을 굽히는 동안에 남왕의 자혜(慈惠)의 전상에 이르러서 남왕을 보고 말하였다.
‘성왕의 높은 덕을 모든 하늘들이 목마르게 사모하여 서로 보고자 날마다 원하는데 성왕은 도리천을 보고자 하지 않으십니까? 그 위에서는 저절로 원하는 것이 없는 것이 없습니다.’
남왕이 말하였다.
‘좋습니다. 노닐어 보고 싶습니다.’

제석이 돌아가서 마차 부리는 사람[禦者]인 마루(摩婁)를 불러서 말하였다.
‘내가 타는 천마보거(千馬寶車)를 가지고 남왕을 맞이하여 오라.’
마차 부리는 사람이 명령을 받고 하늘 수레로써 남왕을 맞이하는데, 수레가 대궐 밑에 이르니 신하와 백성들이 모두 놀라면서 말하였다.
‘이것은 우리 성왕의 상서로다.’
일찍이 없던 일에 감탄하면서 다시 서로 선전하여 온 나라가 기뻐하였다.
‘우리 임금님의 넓은 자비로 덕이 중생에 미치시는데 달마다 6재에 8계를 스스로 닦으시고 또 백성을 그것으로써 가르치시니, 이 덕이 무거우므로 천제가 경애하여 와서 맞이하는 것이다.’
남왕이 수레에 오르니 수레와 말이 함께 날아서 서서히 배회하였는데, 백성들이 함께 보도록 하게 하고자 함이었다.
왕이 마차 부리는 사람에게 말하였다.
‘잠시 내게, 악인의 두 길인 지옥과 아귀계에서 태우고 지지고 고문하여 그들의 묵은 죄를 받게 하는 것을 보게 하여 달라.’
마차 부리는 사람이 명령대로 하고는 드디어 하늘에 올랐다.

제석이 기뻐서 자리에서 내려와 맞이하면서 말하였다.
‘종으로 횡으로 노심하여 중생을 근심하고 건지시는 4등ㆍ6도의 보살의 큰 업을 모든 하늘이 사모하고 서로 보고자 합니다.’
제석이 스스로 나아가서 팔을 잡고 함께 앉으니, 남왕의 풍채가 다시 향기롭고 깨끗하게 변하여서 얼굴빛의 단정함이 제석과 다를 것이 없었다.
곧 훌륭한 음악을 연주하니 그 소리가 한량이 없었고, 보배ㆍ꽃ㆍ향을 흩으니 세상에서 보는 바가 아니었다.
제석이 거듭 말하였다.
‘세간의 옛 거처(居處)를 생각하지 마시오. 천상의 여러 가지 기쁜 것이 성왕의 것입니다.’
남왕의 뜻이 어리석고 어두운 것을 교화하고 여러 가지 삿된 마음을 없애어 3존을 알게 하는 데 있었으므로 제석에게 대답하였다.
‘사람의 물건을 빌렸으면 마땅히 주인에게 돌려줄 것을 알아야 하는 것처럼 이제 이 천상의 자리가 나의 떳떳한 거처가 아니오니, 잠시 세간에 돌아가서 내 자손을 가르치되, 부처님의 밝은 법으로써 마음을 바르게 하여 나라를 다스리고 효도와 순종으로 서로 계승하게 하며, 계율을 갖추고 행이 높아지면 사람의 몸뚱이를 놓아 버리고 천상에 태어나서 제석과 더불어 서로 즐기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남왕은 나였느니라. 자손이 서로 이어받아서 서로 전하기를 1천84대 동안 하였는데, 아들을 세워서 왕을 삼고는 아버지는 가서 사문이 되곤 하였느니라.”

아난이 기뻐하면서 머리를 조아리고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인자하시게 중생을 가엾어하시며 은덕의 윤택함이 여기에 이르도록 공덕이 썩지 않았고, 이제 과연 부처가 되시어 삼계 가운데 어른이 되셨나이다.”

모든 하늘과 신선 성자들이 귀의하여 공경하지 않음이 없었고, 모든 비구들은 기뻐서 절하고 갔다.

88
아리념미경(阿離念彌經)

이와 같이 들었다.

한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우리(優梨) 마을에 계셨다.
그때 모든 비구들이 점심 뒤에 강당에 앉아서 사사로이 함께 강론하였다.
“사람의 수명은 짧은 것이어서 몸의 편안함이 얼마 없고 곧 저승으로 나아가니, 하늘이나 사람이나 모든 것들이 태어나서 죽지 않는 것이 없거늘 어리석고 어두운 사람들은 인색하고 탐욕하여 보시하지 않고 떳떳한 도[經道]를 받들지 않으면서 착하여도 복이 없고 악하여도 별로 화가 없는 것이라 하여 제 마음대로 제 뜻에 좋은 대로 못된 짓을 않는 것이 없이 하여 부처님의 가르침을 어기니, 뒤에 뉘우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부처님께서 천이(天耳)로 멀리서 모든 비구들이 무상(無常)이라는 높은 법담을 강론함을 들으시고, 곧 일어나셔서 비구들이 있는 데로 오셔서 자리에 앉으셨다. 그리고 물으셨다.
“조금 전에 무엇을 이야기 하였느냐?”
모두 꿇어앉아서 대답하였다.
“조금 전 밥을 먹은 뒤에 함께 사람의 목숨이 어름어름하는 동안에 오래지 않아서 곧 저승으로 가게 된다는 말을 하였나이다.”
위에서 말한 대로를 말씀드렸다.
세존께서 칭찬하셨다.
“훌륭하다, 훌륭하다. 아주 좋은 말들을 하였구나. 마땅히 너희들은 집을 버리고 도를 배우거든 뜻을 항상 청결하게 하고 오직 착함만을 생각해야 하느니라. 비구가 앉고 일어날 때에는 마땅히 두 가지 일을 생각해야 하나니, 첫째는 마땅히 경을 설하는 것이요, 둘째는 마땅히 참선하여 쉬는 것이니라. 너희들이 이제 경을 듣고자 하느냐?”
“예, 그러하옵니다. 즐거이 듣기를 원하나이다.”

세존께서 곧 말씀하셨다.
“예전에 어떤 국왕이 있었는데 이름은 구렵(拘獵)이었다. 그 나라에 나무가 있었으니 나무 이름은 수파환(須波桓)이었다. 나무 둘레가 560리였고, 밑뿌리가 사방으로 퍼진 것이 840리며, 높이가 4천 리었고 가지가 4방으로 퍼진 것이 2천 리였다. 나무에 다섯 면(面)이 있었는데, 첫째 면의 과일은 왕과 궁인이 함께 먹었고 둘째 면은 백관(百官)이 먹었고, 셋째 면은 백성들이 먹었고, 넷째 면은 사문 도인이 먹었고, 다섯째 면은 새와 짐승이 먹었으니, 그 나무 과일의 크기가 두 말들이 병만이나 하였고, 맛이 달기가 꿀과 같았는데 지키는 자가 없었고 또한 서로 침범하지도 않았다.
그때 사람의 수명이 다 8만 4천 세였으나 모두 아홉 가지 병이 있었으니, 추움ㆍ더움ㆍ주림ㆍ목마름ㆍ대소변ㆍ애욕ㆍ식욕ㆍ늙음ㆍ몸 약함이라, 이 아홉 가지 병이 있었다.
여인은 나이가 5백 살이 되어야 출가하였다.
그때 장자(長者)가 있었으니 이름은 아리념미(阿離念彌)였고 재물이 한량이 없었다.
염미가 스스로 생각하였다.
‘수명이 심히 짧아 태어난 것으로 안 죽는 것이 없다. 보물은 내 것이 아니라 자주 재앙과 환난을 가져오는 것이니, 보시하여 빈핍을 건지는 것만 못하다. 세상의 영화가 비록 즐거우나 오래 가는 것이 없으니 집을 버리어 더럽고 탁한 것을 멀리하고 청결을 지키는 것만 못하다.’
곧 가사를 입고 사문이 되어서 어진 이를 찾아가서 사문의 계를 받았다.
염미가 사문이 된 것을 보고는 수천여 명의 사람들이 그의 성스러운 교화를 듣고, 다 항상함이 없어서 성함이 있으면 곧 쇠하고 존재한 것은 없어지지 않음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오직 도만이 귀하다 하여 다 사문이 되어서 그의 교화를 따랐다.

염미가 모든 제자들을 위하여서 경을 설하였다.
‘사람의 목숨이란 짧은 것이어서 어름어름하다 보면 항상함이 없어서 이 몸을 버리고 저승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태어남이 있으면 죽지 않는 것이 없으니 어찌 장구할 것이냐.
이러므로 마땅히 인색하고 탐욕하는 마음을 끊고 가난하고 궁핍한 이에게 보시하며, 애정을 단속하고 욕심을 거두어서 모든 악을 범함이 없이 하라. 사람이 세상에 처하여 목숨의 흐름이 심히 빠르다. 사람의 목숨은, 비유하면 마치 아침에 풀잎 끝에 있는 이슬처럼 잠깐 있다가 곧 떨어지니, 사람의 목숨이 이와 같은데 어찌 장구할 것인가.
사람의 목숨은, 비유하면 하늘에서 비가 내려 물에 떨어질 때 거품이 일어났다가 곧 꺼지는 것과 같지만, 그러나 목숨의 흐름이 빠르기가 저 거품보다 심하다.
사람의 목숨은, 비유하면 우레와 번개가 황홀하다가 잠깐사이에 곧 없어지는 것과 같지만, 그러나 목숨의 흐름이 빠르기가 이보다도 심함이 있다.
사람의 목숨은, 비유하면 지팡이로 물을 치고서 지팡이를 떼면 물이 곧 합쳐지는 것과 같지만, 그러나 목숨의 흐름이 빠르기가 이보다도 심함이 있다.

사람의 목숨은, 비유하면 타오르는 큰 불 속에 던져진 작은 기름덩이가 잠깐 동안에 타 버리는 것과 같지만, 그러나 목숨의 흐름이 저 작은 기름덩이보다 빠르다.
사람의 목숨은, 비유하면 베틀에 편 날이 베를 짬에 따라서 자꾸 줄어 없어지는 것처럼 천명(天命)이 밤낮으로 손모(損耗)됨도 이와 같아서 근심은 많고 고통은 무거우니 어찌 장구할 것인가.
사람의 목숨은, 비유하면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가 한 걸음 옮기는데 한 걸음 죽을 땅에 가까워지는 것처럼 사람이 하루를 지남이 저 소의 한 걸음과 같고, 또한 목숨의 흘러감이 또 이보다 촉급하다.
사람의 목숨은, 비유하면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주야로 빨리 흘러 잠시도 그침이 없는 것과 같지만, 그러나 사람의 목숨이 지나감은 이보다 빠름이 있어서 주야로 죽음에 나아가되 그침이 없는 것이다.
사람이 세상에 처하여 근고(勤苦)가 심하고 근심이 많은데, 사람의 목숨을 얻기가 어려우니, 이러므로 마땅히 바른 도를 받들고 경과 계율을 지키고 행하여서 헐뜯거나 상함이 없도록 하고 궁핍한 자들에게 보시하여라.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서 죽지 않는 자가 없느니라.’

염미가 모든 제자들에게 이렇게 가르치고 또 말하였다.
‘내가탐욕ㆍ음란ㆍ성냄ㆍ어리석음ㆍ노래ㆍ춤ㆍ기악ㆍ수면(睡眠)ㆍ사특하고편벽된 마음을 버리고 청정한 마음으로 나아가서 멀리 애욕을 여의고 모든 악행을 없앴느니라. 안으로 마음의 때를 씻고 모든 바깥 생각[外念]을 없애서 선함을 보아도 기뻐하지 않고 악함을 만나도 근심하지 않으며, 고와 낙을 두 가지가 아닌 것처럼 하고, 그 행을 청정하게 하며, 일심으로 움직이지 않고 제4선(禪)을 얻었느니라.
내가 인자한 마음으로 사람과 축생을 교화하여 선한 도를 알게 하고 천상에 올라서 태어나게 하였으며, 슬퍼하고 연민히 여기어 그들이 악에 떨어질까 두려워하였느니라.
내가 4선과 모든 공정(空定)을 보아 비추어 통달하지 아니함이 없었고, 그 마음이 환희하여 그 본 바로써 만물을 교화하여 깊은 법을 보게 하였고, 선정과 불사(佛事)에 만약 얻음이 있는 자는 또한 도와서 기뻐하였으며, 만물을 기르고 보호하되 스스로 몸을 보호함과 같이 하였느니라.
이 네 가지 일을 행하면 그 마음이 바르고 평등하여지느니라.
눈으로 보는 추하고 좋은 모든 색과, 귀로 듣는 찬탄하는 소리와 꾸짖는 소리와, 좋은 향기, 더러운 냄새와, 아름다운 맛, 쓰고 매운 맛과 곱고 매끄럽고, 거칠고 모짊과, 뜻에 맞는 희망, 마음을 어기는 고민에 좋아하지도 기뻐하지도 않고 나빠도 원망하고 성내지 않았나니, 이 여섯 가지 행을 지켜서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에 이르렀느니라.
만약 그대들이 마땅히 이 여섯 가지 행을 행하면 응진(應眞)의 도를 얻으리라.’

염미는 삼계의 여러 성인들의 높은 스승으로서 지혜가 미묘하고 통달하여 아무리 깊어도 알지 못하는 것이 없었으며, 그 모든 제자들이 비록 응진의 도는 얻지 못하였더라도 그 목숨을 마치고는 다 천상에 났으니, 마음이 고요하고 뜻이 적막하여서 선정을 숭상한 자는 다 범천에 났고, 그 다음은 화응성천(化應聲天)에 났고, 다음은 불교락천(不憍樂天)에 났고, 다음은 도솔천에 났고, 다음은 염천(炎天)에 났고, 다음은 3도리천에 났고, 다음은 제1 천상에 났고, 다음은 세간 왕후의 집에 태어났느니라.
행이 높으면 그 높음을 얻고 행이 낮으면 그 낮음을 얻는 것이어서 빈부, 귀천과 오래 살고 일찍 죽음이 다 숙세의 업을 말미암나니, 염미의 계율을 받들면 쓸데없는 고통이 없느니라.

염미는 곧 내 몸이었느니라.
모든 사문들이 힘써 행하여 정진하면 생ㆍ노ㆍ병ㆍ사와 근심과 걱정의 괴로움에서 벗어나서 응진(應眞)의 멸도(滅道)의 대도를 얻을 것이며, 다 행하지 못하더라도 불환(不還)ㆍ빈래(頻來)ㆍ구항(溝港)의 도를 얻으리라.
밝은 자는 깊이 생각하라. 사람의 목숨은 덧없어서 어찌어찌하다 보면 잠깐 사이에 이제 수명이 백 세가 되니, 어떤 사람은 그 때까지 살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은 그 때까지 살지도 못한다. 백 세 동안에 무릇 3백 계절이 바뀌나니, 봄ㆍ여름ㆍ겨울이 각각 백 번씩 바뀐다. 백 년 중에 1천2백 달이 있으며 봄ㆍ여름ㆍ겨울 절기마다 각각 4백 달씩 있다. 다시 3만 6천 일이 바뀌니, 봄이 1만 2천 일이 바뀌고 여름 더위와 겨울 추위가 각각 1만 2천 일씩이다.
백 세 동안에 하루 두번씩 먹는다면 무릇 7만 2천 끼니이니, 봄ㆍ여름ㆍ겨울에 각각 2만 4천 끼니씩인데, 어려서 젖먹이때에 먹지 못한 때와 혹 겁나거나 무서워서 먹지 못하거나 혹 병으로, 혹 성나서, 혹 참선하거나 혹 재계하거나 혹 가난하고 없어서 먹지 못한 때를 제외하면 이 7만 2천 끼니 중에 있는 것이다.
백 세 동안에 밤에 눕는 것으로 50년을 제하고, 어렸을 때를 10년으로 제하고, 병든 동안을 10년으로 제하고, 가사로 걱정하고 그밖에 여러 가지 일을 경영하기에 근심한 것을 20년으로 잡아서 제하고 보면 사람의 수명이 백 세라고 하나 겨우 10년의 즐거움을 얻는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또 이어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미 사람의 목숨에 대하여서 해를 말하고 달을 말하고 날을 말하고 먹는 것을 말하였다. 내가 비구들을 위하여서 말할 것은 이미 다 말하였으니, 내가 뜻한 것은 다 이룬 것이다.
너희 모든 비구들이 뜻하여 구하는 것도 또한 마땅히 마치게 되리니, 혹은 산택(山澤)에서 혹은 절에서 경을 외우고 도를 생각하여 수행을 게을리 하지 말라. 옳은 마음의 보살은 뒤에 뉘우침이 없느니라.”

부처님께서 경을 설하여 마치시니 모든 비구들이 기뻐하지 아니함이 없었으며, 부처님께 나아가 절을 하고 물러갔다.

89
경면왕경(鏡面王經)

이와 같이 들었다.

한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여러 비구들이 식사할 때에 발우[應器]를 들고 성에 들어가서 밥을 구하는데 해가 아직 한낮이 안 되었으므로 함께 생각하고 말하였다.
“성에 들어가는 것이 너무 이르니 우리들이 함께 배움을 달리하는 바라문의 강당에 가서 잠깐 앉아서 기다리자.”
모두 좋다고 하고 곧 그곳으로 갔다. 바라문들과 더불어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나아가서 앉아 있었다.
그때 바라문들은 함께 자기들끼리 경에 대하여 논쟁하였는데, 설고 맺힌 것을 풀지 않아 서로 비방하고 미워하기를, “나는 이 법을 알지만 너는 무슨 법을 안다는 것이냐”, “내가 아는 바는 도에 맞는 것이지만, 네가 아는 것은 도에 맞지 않는 것이다”, “나의 도법은 펴서 행할 수 있는 것이지만 너의 도법이란 것은 가까이하기 어려운 것이다” 하였다.
마땅히 앞에 해야 할 말을 뒤에 말하며, 마땅히 뒤에 해야 할 말을 도리어 앞에 말하며, 대부분의 법을 옳지 않게 말하여서 무거운 짐을 주어 능히 들지 못하게 하고는 “너를 위하여 뜻을 설하여도 능히 알지 못한다”고 하면, “네가 아는 것이 없고 지닌 것이 없으면서 네가 핍박하면 또 어떻게 할 것이냐” 하여 말다툼으로 서로 해하였는데, 한마디 독설을 받으면 세 마디로 응수하려 하였다.
모든 비구들이 그들의 이와 같은 나쁜 말을 듣고 또한 그들의 말을 좋아하지 않았고, 그들의 바름을 인증하지 않았다.
각각 자리에서 일어나서 사위성에 이르러 밥을 구하여서 먹기를 마치고, 발우를 간직하고 기수(祇樹)로 돌아와서 부처님께 절하고 모두 한 면에 앉아서 사실대로 말씀드리고, 이 바라문들의 그 배움이 스스로 괴로운 것이니, 언제 마땅히 해탈할 것인가 생각하였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저 배움을 달리하는 무리들이 한 세상만 어리석고 어두운 것이 아니니라. 비구들아, 구원한 과거에 이 염부제에 왕이 있었으니 이름은 경면(鏡面)이었다.
부처님의 요긴한 경을 외워서 지혜가 항하의 모래 같았으나 신하와 백성들은 대부분 외우지 않고 쓸데없는 세속의 글[瑣小書]을 지녔으며, 반딧불의 밝음은 믿었으나 일월이 멀리까지 비춤을 의심하였다.
왕이 장님들로써 깨우쳐 주어 백성들로 하여금 도랑물을 버리고 큰 바다에 놀게 하고자 하였다. 사자에게 신칙하여 나라 안에 다니면서 배냇장님들을 모아서 다 궁으로 데리고 오라 하였다.
신하가 명령을 받고 다니면서 나라 안의 눈 없는 사람들을 모두 데리고 와서 아뢰었다.
‘눈 없는 사람들을 구하여서 이미 대궐에 데려다 놓았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데리고 가서 코끼리를 보이도록 하여라.’
신하가 왕의 명령을 받들어 장님들을 인솔하여 코끼리 있는 데로 가서 손으로 만져 보게 하였다.
그 중에는 코끼리의 발을 만져 보는 자, 꼬리를 만져 보는 자, 꼬리의 밑둥을 만져 보는 자, 배를 만져 보는 자, 옆구리를 만져 보는 자, 등을 만져 보는 자, 귀를 만져 보는 자, 머리를 만져 보는 자, 상아[牙]를 만져 보는 자, 코를 만져 보는 자가 있었다.
장님들은 코끼리에 대하여 다투는 바가 분분하였다. 각기 제가 본 것이 옳고 남이 본 것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사자가 이끌고 돌아와서 왕의 처소로 나아가니, 왕이 물었다.
‘너희들은 코끼리를 보았느냐?’
‘저희들이 함께 보았습니다.’
‘코끼리가 무엇과 같더냐?’
발을 만져 본 자가 대답하였다.
‘대왕님, 코끼리가 칠통(漆筩) 같았습니다.’
꼬리를 만져 본 자가 대답하였다.
‘비[掃帚]와 같았습니다.’
꼬리의 밑둥을 만져 본 자가 대답하였다.
‘지팡이와 같았습니다.’
배를 만져 본 자가 대답하였다.
‘북과 같았습니다.’
옆구리를 만져 본 자가 대답하였다.
‘벽과 같았습니다.’
등을 만져 본 자가 대답하였다.
‘높은 안석과 같았습니다.’
귀를 만져 본 자가 말하였다.
‘키[簸箕]와 같았습니다.’
머리를 만져 본 자가 말하였다.
‘작은 언덕과 같았습니다.’
어금니를 만져 본 자가 말하였다.
‘뿔과 같았습니다.’
코를 만져 본 자가 말하였다.
‘대왕님, 코끼리는 큰 동아줄과 같았습니다.’
왕 앞에서 다시 서로 다투면서 말하였다.
‘대왕님, 코끼리는 참으로 제 말과 같은 것입니다.’

경면왕이 크게 웃으면서 말하였다.
‘장님아, 장님아, 네가 불경을 보지 않는 자와 같구나.’
그리고는 게송을 설하였다.

이제 눈이 없는 무리들이 되어서
쓸데없이 다투면서 제가 옳다네.
한 가지만 보고는 나머지는 아니라니
코끼리 하나를 놓고 서로 미워하도다.

또 말하였다.
‘대체로 소인의 글만 알고 불경의 한없이 넓고 위없이 높은 참되고 바름을 보지 않는 자는 마치 눈이 없는 것과 같으니라.’
이에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모두 불경을 외웠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또 말씀하셨다.
“경면왕은 곧 나였고, 장님들은 강당의 바라문이었느니라. 이때 그들이 지혜가 없이 장님처럼 앉아서 다투었는데, 이제 다투고 또한 어두우니 다투고 앉아 있는 것은 이익이 없느니라.”

부처님께서 이때 이 책을 모두 살펴보시고서 제자들로 하여금 풀이하게하여 후세들을 위하여 밝음이 되게 하였고, 우리 경도(經道)를 오래 머물게 하기 위해 이 『의족경(義足經)』을 설하셨다.

제가 어두우면서 남이 저만 못하다 하니
날로 느는 어리석음 언제 밝아지랴.
도가 없으면서 모두 다 배웠다 하니
뒤바뀐 행동으로 언제 깨달으랴.

스스로 깨달아서 높은 행을 해야 하고
듣고 보는 데서 견줌 없이 해야 하거늘
세간의 5택(宅)에 떨어져 얽매여서
제가 하는 것이 남보다 낫다고 하니

우치함을 품고서 잘되기를 바라고
삿된 학문 가지고 제도됨을 바라도다.
보고 듣는 바를 자세히 생각하고
계를 지켜도 그것을 뽐내지 말라.

세상에 행함을 보고 따르지 말 것이니
비록 약은 생각이라도 저들의 행이니라.
행을 평등히 하고 또한 공경하여서
따라오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지 말라.

이렇게 허물 끊고 뒤에도 없이 하며
나만이 할 수 있다는 생각도 버려라.
제가 안다고 영리한 체하지 말고
보고 듣고 하더라도 관(觀)만 행하여라.

이것도 저것도 원하는 게 없으면
태(胎)로 나는 고통도 여의게 되리라.
여기도 저기도 머무는 바 없이 하고
모두 법을 관하면 바름을 얻으리라.

의식으로써 듣고 보고 하는 바
사특한 것은 조금도 생각지 말고
지혜로 법을 관하며 의식으로 의식을 보면
여기 세상을 놓고 공함을 얻으리라.

있는 것이 없거니 무엇을 기다리랴.
본래 법을 행하여 진리를 구할 것을.
계만 지키는 것으로는 지혜[慧]가 못 되나니
그것만으로는 저 언덕에 못 가리라.

90
찰미왕경(察微王經)

예전에 보살이 큰 나라의 왕이 되었으니 이름은 찰미(察微)였다. 뜻이 맑고 행이 조촐하며 오직 3존에 귀의하고 불경을 받아 익혔으며, 마음과 뜻을 고요한 데 두고 깊이 사람의 시초를 보았다.
‘본래의 무(無)로부터 생겨나 원기(元氣)가 강한 것은 흙으로 되고, 연한 것은 물로 되고, 따뜻한 것은 불로 되고, 움직이는 것은 바람으로 되었으며, 이 네 가지가 화합하여 의식과 정신[識神]이 생기고, 위로 밝음이 있어 능히 깨닫는 것이다. 욕심을 그치고 마음을 비우면 신령스런 본래의 무(無)로 돌아간다.’
그리고는 맹세하였다.
‘각(覺)을 깨닫지 못한 무리가 정신이 4대를 의지하여 서는데, 크게 어질면 하늘이 되고 조금 어질면 사람이 되며, 여러 가지 더럽고 추잡한 짓을 한 것은 날아다니고 기어다니고 꿈틀거리는 것이 되니, 행(行)으로 말미암아 몸을 받는다. 그 형체가 만 가지로되 식(識)과 원기(元氣)는 미묘하여 보기 어렵나니, 형상이 털끝만큼도 없는 것을 누가 능히 파악할 것인가. 그러나 그것이 묵은 것을 놓고 새 것을 받아서 종시 끝이 없도다. 내가 영원(靈元)으로써 덧없는 몸을 화하여 5도(塗)에 윤전(輪轉)하면서 면면히 계속하여 여러 신하들의 의심을 풀어 주리라.’
무리들이 어두워서 깨닫지 못하고 오히려 의심하였다.
‘몸뚱이가 죽어도 혼신이 살아 있어서 다시 다른 몸을 받는다 하나, 저희들은 여럿이지만 과거 세상을 아는 이가 적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생각의 실마리를 잡을 수 없는데 어찌 능히 여러 지난 세상 일을 알 것이며, 물질이 소모되는 것도 보지 못하는데 누가 능히 영혼의 변화를 보겠느냐?”

왕이 한가한 날 사사로운 문으로 추한 옷을 입고 혼자 나아가 신을 깁는 늙은이한테 가서 희롱하여 물었다.
“이 땅에 사람으로서 누가 즐겁겠는가?”
늙은이가 대답하였다.
“왕이 제일 즐거울 것이오.”
“그의 즐거움이란 어떠한 것일까?”
“백관이 떠받들고 백성들이 올리니 무슨 소원이고 마음대로 되는지라, 이것이 즐거움이 아니겠느냐?”
“과연 그렇다.”
그리고는 포도주를 마시게 하였더니 그가 취하여서 아무 것도 모르게 되었다. 그를 궁중으로 끌어다 놓고 왕이 원비(元妃)에게 말하였다.
“이 신 깁는 늙은이가 말하기를 임금이 가장 즐겁다고 하기에 내가 희롱으로 왕복을 입히고 나라의 정사를 듣게 하여 볼 테니 모두들 해괴하게 알지 말라.”
왕비가 말하였다.
“잘 알았습니다.”
그가 술을 깬 날 시첩이 시치미를 떼고 말하였다.
“대왕님, 술이 취하신 동안에 여러 가지 일이 밀려 쌓였사오니 마땅히 평상대로 살피셔야 하옵니다. 나아가서 집무를 보십시오. 백관들이 일을 바로잡도록 재촉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어둡고 답답해서 동인지 서인지 알 수가 없었다. 사관[國官]은 허물을 기록하였고, 여러 대신들은 충고하였으며, 자리에 종일 앉았으니 온몸이 결리고 아팠다. 먹는 것도 달게 여겨지지 않아 날마다 수척하여 갔다.

궁녀가 천연스럽게 물었다.
“대왕님, 신색(神色)이 좋지 않으시니 어찌되신 일이옵니까?”
“내가 꿈에 신기료장수가 되어서 밥벌이를 하노라고 몹시 애썼더니 그래서 그런가 보다.”
모두 속으로 웃지 않는 이가 없었다.
잠자리에 들어서도 잠을 못 이루고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생각하였다.
‘내가 신을 깁는 늙은이인가, 참으로 천자인가? 만약 천자라면 몸뚱이의 살갗이 왜 이렇게 추하냐? 본래 신기료장수라면 어떻게 되어서 왕궁에 처하게 된 것인가? 내 마음을 가눌 수 없고, 눈알이 도는데, 두 군데 몸이 어느 것이 참인지 모르겠구나.’
원비가 걱정하는 척하고 말하였다.
“대왕께서 기뻐하지 않으시니 기악을 갖추어 올리겠습니다.”
포도주를 마시게 하여 몸시 취하게 하여서 아무 것도 모르게 되자 도로 옛 옷을 입히고 추한 제 처소로 데려다 놓았다.
술이 깨자 곧 눈을 떠 보니 그 더러운 방에 추한 옷이 여전하였고 뼈마디가 모두 아파서 두들겨 맞은 것 같았다.
수일 후에 왕이 또 갔더니 늙은이가 말하였다.
“먼저 그대가 준 술을 마시고 깊이 취하여서 아무 것도 모르다가 이제 비로소 깨어났소. 그동안 꿈에 왕이 되어서 여러 가지 관무(官務)를 살피는데, 사관은 허물을 기록하고, 여러 관료들은 충고하고 하여 마음이 황황하고 초조하였으며, 마디마디 아픈 것이 볼기를 맞아도 이보다 더하지는 않았을 것이오. 꿈만으로도 오히려 이와 같으니 하물며 참으로 왕이 되는 것이랴. 지난 날 말한 것은 반드시 그런 것 같지 않소.”

왕이 궁으로 돌아가서 여러 신하들과 더불어 이 일을 말하니, 웃음소리에 귀가 시끄러웠다.
왕이 여러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이 한 몸뚱이로 겪은 것을 보고 듣고 하고도 오히려 알지 못하거늘, 하물며 세상을 달리하여 옛 것을 놓고 새 것을 받으며, 다시 도깨비에 시달리고 병으로 고통한 여러 가지 어려움이랴. 그런데 혼령이 변화하여 가서 몸을 받는 곳을 알고자 하니 어찌 어렵지 않으랴. 경에서 말씀하시기를, ‘어리석은 자가 여러 가지 사특함을 품고 혼령을 보고자 하는 것은 마치 청맹과니가 그믐밤에 별과 달을 우러러보려는 것과 같으니, 몸을 괴롭혀서 이가 빠지도록 한들 언제 보겠느냐’고 하셨느니라.”
이에 여러 신하들과 온 나라 백성들이 비로소 혼령이 원기와 서로 합하여서 마치고는 다시 비롯하여 윤회함이 끝이 없음을 알고, 생ㆍ사ㆍ화ㆍ복이 나아가는 바를 믿었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왕은 나였느니라.”
보살은 넓은 지혜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명시(明施)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91
범마황경(梵摩皇經)

이와 같이 들었다.

한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이 덕을 닦고 여러 가지 착함을 받들어 행하면 반드시 큰 복을 얻으리니, 비유하건대 농부가 일찍이 좋은 밭이 있어서 잘 가다듬고 비가 알맞게 오고 씨를 제때에 뿌려서 절기에 응하여 난 것을 풀을 매어 가꾸고 또 재해(災害)가 없다면 어찌 수확이 없을까 두려워하랴.
내가 예전 세상에 부처가 못 되었을 때 마음이 크고 널리 사랑하여 중생을 연민히 여겨 구제하기를 마치 인자한 어머니가 그 갓난애기를 기르듯 하였느니라.
이와 같이 하기를 7년에 어진 공이 나타나서 목숨을 마치고는 혼령이 올라가서 범황(梵皇)이 되었으니 이름은 범마(梵魔)였다.
저 천황의 지위에 처하여서 하늘과 땅이 일곱 번 이루어지고 무너지고 하는 것을 겪었는데, 무너질 때를 당하면 내가 곧 위로 올라가서 제15 약정천(約淨天)에 있다가 그 뒤 다시 시작되면 도로 범천으로 돌아와서 청정하여 욕심이 없었고, 있는 바에 자연스러웠느니라.
뒤에 내려와서 서른여섯 번이나 도리천제가 되었는데, 7보 궁궐과 음식ㆍ의복ㆍ음악이 자연스러웠고, 뒤에 다시 세간에 돌아와서 비행황제가 되었는데, 7보가 인도하고 따랐으니, 첫째는 자금전륜(紫金轉輪)이요, 둘째는 명월신주(明月神珠), 셋째는 비행백상(飛行白象), 넷째는 감마주렵(紺摩朱鬣), 다섯째는 옥녀처(玉女妻), 여섯째는 전보신(典寶臣), 일곱째는 성보신(聖寶臣)인데 모두 8만 4천씩이었느니라.
왕에게 천 아들이 있었으니 다 단정하고 깨끗하며 인자하고 용감하여 한 사람이 천 명을 당할만하였다.

왕이 그때 5교(敎)로써 정치를 하여 백성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으니, 첫째는 자비롭고 어질게 하여 죽이지 않으니 은혜가 뭇 생명에 미쳤고, 둘째는 청백하고 사양하여 도둑질하지 않고 자기를 버려 무리를 구제하였으며, 셋째는 정숙하고 고결하여 음란하지 않고 모든 애욕에 빠지지 않았으며, 넷째는 성실하고 신의가 있어 속이지 않고 화사하게 꾸미지 않았으며, 다섯째는 효도를 받들고 술 취하지 않아서 행동에 경박하고 추잡함이 없는 것이었다.
이때에는 감옥이 없었고, 채찍과 몽둥이를 쓰지 않았으며, 바람과 비가 고루고 알맞아서 오곡이 풍성히 익고, 재해가 일어나지 않으니 세상이 태평하였다.
사천하 백성들이 서로 도(道)로써 이끌어서 착하면 복을 얻고 악하면 재앙이 있음을 믿으니, 죽어서는 다 하늘에 올랐고, 3악도에 들어가는 자가 없었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예전 세상에서 4등심(等心)을 행한 7년 동안의 공으로 올라가서 범황이 되었고, 내려와서 제석이 되었으며, 다시 돌아와서 세간의 비행황제가 되어 사천하를 다스리기 수천백 세상이었느니라.
공이 쌓이고, 덕이 찼으며, 모든 악이 없어지고, 많은 선함이 널리 모여서 부처가 되어서 말과 행에 따를 자가 없는 삼계의 어른이 되었느니라.”

비구들이 경을 듣고 기뻐서 부처님께 절하고 갔다.
보살이 넓은 지혜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명시(明施)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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