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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육도집경 6권

출처 수집자료

육도집경 제6권

오 강거국 사문 강승회한역

4. 정진도무극장(精進度無極章)[여기에 19장이 있음]

정진도무극(精進度無極)이란 어떠한 것인가?
정력(精力)을 도의 깊은 데 두고 나아가매 게으름이 없어 눕거나 앉거나 행보하거나 숨을 쉬거나 그만두지 않는다. 그 눈은 마치 모든 부처님의 신령스러운 상의 변화가 항상 자기 앞에 서 있다고 보고, 그 귀는 소리를 듣되 항상 바르고 참된 것으로 가르치시는 덕음(德音)을 들으며, 코는 도의 향기를 맡고, 입은 도의 말을 하며, 손은 도의 일을 하고, 발은 도의 당(堂)을 밟아서 숨쉬는 짧은 동안에도 이 뜻을 폐하지 않는 것이다.
불쌍한 중생들은 긴 밤을 끓는 바다에서 거슬러 흐르고 바퀴처럼 굴러서 독이 더해지더라도 구원이 없다. 보살은 이를 근심하는 것이 마치 지극한 효자가 어버이를 잃는 것과 같이 하느니라.
대저 중생을 건지는 길이, 앞에 끓는 물과 타는 불의 어려움과 칼과 독의 해가 있더라도 몸을 던져서 목숨을 아끼지 않고 기쁘게 여러 어려움을 건져야 하며, 그 뜻은 6도(道)의 중생들이 고통을 벗어나 영화(榮華)를 얻는 데에 있다.

55
예전에 보살이 범속한 사람이 되었었다. 그는 부처님의 명호(名號)와 상호(相好)와 도력과 공덕이 높고 높아서 모든 하늘이 함께 귀의하였으며, 그 높음을 본받아 행하는 자는 여러 가지 괴로움이 모두 없어진다는 것을 들었다.
보살이 이에 생각을 두고 항상 슬퍼하면서 말하였다.
“내가 천사(天師)를 만나서 경전을 익혀 외우고 행실을 바로잡음으로써 부처가 되어서 중생의 병을 낫게 하고 본래의 청정함으로 돌아가게 하리라.”
그때 부처님께서 세상을 떠나시고 비구들이 없어서 법을 받아 들을 수가 없더니, 이웃에 어떤 한 범부가 그 성질이 탐욕하고 잔학한데, 보살의 정진의 뜻이 날카로움을 보고 말하였다.
“내가 부처님의 3계(戒) 한 글귀를 아는데 그대가 받고자 하는가?”
보살이 듣고 그 기쁨이 한량없어 발밑에 머리를 조아리고 땅에 엎드려서 가르침을 청하니, 게송을 아는 자가 말하였다.
“이것은 위없는 바르고 참된, 최정각ㆍ도법어ㆍ천인사의 요긴한 가르침인데 그대가 그냥 듣고자 하니 어찌 그럴 수가 있는가?”
“법을 청하여 묻는 데는 그 예의가 어떠해야 합니까?”
“그대가 정말로 간절한 정성이 있을진대 몸의 털구멍 하나에 바늘 한 개씩을 찔러서 피가 흐르고 몸이 아파도 후회하지 않아야 높은 가르침을 들을 수 있으리라.”
“부처님의 법문을 듣기만 하면 죽어도 기뻐할 터인데 어찌 하물며 몸을 찌르는 정도에 그치고, 사는 것이겠습니까?”
곧 바늘을 펴서 몸을 찌르니 피가 샘처럼 흘렀으나 보살이 법을 듣는다는 것만 기뻐서 아픔이 없는 정(定)을 얻었다.

제석이 보살의 뜻이 날카로움을 보고 감격하여서 변화의 힘으로 온몸의 한 털구멍에 바늘 한 개씩 꼽히게 하니, 그 사람이 보고 그의 뜻이 높음을 알고 곧 가르쳤다.
“입을 지키고, 뜻을 거두어 잡고, 몸으로 악을 범함이 없이 하라. 이 세 가지 행을 제거하여야 어짊을 얻어 도무극에 이를 것이니, 이것이 모든 여래ㆍ무소착ㆍ정진존ㆍ최정각께서 경계하신 참된 말씀이니라.”
보살이 계를 듣고 기뻐서 머리를 조아리면서 몸을 보니 몸에 바늘이 깨끗이 없어졌고, 얼굴빛이 혁혁히 빛나고 기력이 전보다 나았으며, 하늘ㆍ사람ㆍ귀신ㆍ용들이 덕을 찬탄하지 않음이 없었다. 뜻이 나아가고 행이 높아져서 실천하고 가르침이 서로 인이 되어 드디어 부처가 되어 중생을 건졌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에게 게송을 준 자는 지금의 조달이었느니라. 조달이 비록 먼저 부처의 게송을 알았으나 마치 소경이 촛불을 잡은 것과 같아서 남을 밝혀 줄 수는 있으되 자신은 밝히지 못하였으니, 자기에게 무슨 이익이 있겠느냐?”
보살이 예지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銳志度無極], 정진함이 이와 같았다.

56
예전에 보살이 원숭이의 왕이 되어 5백의 원숭이를 데리고 유희하였다.
그때 마르고 가물어서 여러 가지 과실이 넉넉하지 않았다. 국왕이 살고 있는 성은 산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고, 그 사이를 작은 강이 흐르고 있었다. 원숭이의 왕이 그 무리들을 거느리고 왕실의 동산에 들어가서 과실을 먹으니 동산 지기가 위에 알렸다. 왕이 물샐 틈 없이 지켜 도망하지 못하게 하라고 명령하였다.
원숭이의 왕이 알고 슬퍼서 말하였다.
“내가 무리의 어른이 되었으니 무리들의 화와 복이 내게 달렸는데, 과실을 탐하여 목숨을 건지려다가 도리어 무리들을 그르쳤도다.”
그 무리들에게 흩어져 칡을 구해 오라고 신칙하였다. 무리들이 칡을 구해 가지고 돌아와 그것을 이어서 그 한 끝을 큰 나뭇가지에 매고, 또 한 끝은 원숭이의 왕 자신의 허리에 매고 나무에 올라가서 몸을 던져 저쪽 나뭇가지를 휘어잡았으나, 칡이 짧았기 때문에 몸뚱이가 늘어져 매달려 있었다.
그 무리들에게 재촉하여 빨리 칡을 타고 건너가게 하였다. 무리들이 다 지나가자 두 겨드랑이가 찢어지면서 물가 언덕에 떨어져서 기절했다가 깨어났다.

국왕이 새벽에 나와서 순시하다가 큰 원숭이를 잡으니 그것이 사람의 말을 하였다. 머리를 조아리고 스스로 진술하였다.
“야생의 짐승이 삶을 탐하여 산택에 의지하여 국가에 살고 있었는데 때마침 가물어서 먹을 것이 없어 나라의 동산을 침범하였습니다. 이 죄는 나에게 있사오니 그 나머지는 용서하여 주옵소서. 벌레 같은 몸뚱이의 썩어질 살은 태관에게 바치면 하루 아침의 반찬거리는 될 것입니다.”
왕이 우러르면서 탄식하였다.
“짐승의 우두머리도 몸을 죽여서 무리들을 건지는 옛 성현의 넓은 어짊이 있거늘 나는 사람의 임금으로서 어찌 능히 이만도 못하냐?”
눈물을 뿌리면서 명령하여 그 묶은 것을 풀고 안전한 땅에 놓아 주었다. 그리고 온 나라에 신칙하여 원숭이가 먹는 것을 내버려 둘 것과 만약 원숭이를 침범하는 자가 있으면 도적과 같은 죄로 다스리겠다고 하였다.
돌아가서 황후에게 그 어짊을 이야기하며 말하였다.
“옛 성현의 행함도 이와 같지는 못할 것이오. 나의 어짊이 실오라기나 털끝만한 것이라면 저의 어짊은 곤륜산보다도 더 클 것이오.”
황후가 말하였다.
“훌륭하고 기특한 짐승이옵니다. 대왕께옵서는 마땅히 그로 하여금 마음대로 먹게 하고 백성들에게 해치지 못하게 하옵소서.”
왕이 말하였다.
“내가 이미 그렇게 명령을 하였소.”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원숭이의 왕은 나였고, 국왕은 아난이었으며, 5백의 원숭이는 지금의 5백 명 비구였느니라.”
보살이 예지(銳志)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정진을 행함이 이와 같았다.

57
예전에 보살이 사슴이 되었다. 힘이 무리보다 뛰어났고 인자함이 널리 덮여서 뭇 사슴이 사모하고 따랐다.
동산 가까운 데서 놀더니 목동이 알려서 왕이 군사들을 이끌고 포위하여 들어가면서 그물을 쳤다.
사슴의 왕이 알고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너희들이 이런 액난을 당하는 것이 그 허물이 내게 있다. 내가 장차 목숨을 바쳐서 너희들을 건지리라.”
그물로 가서 앞의 두 발로 내리고는 말하였다.
“나를 딛고 뛰어오르면 너희들은 온전할 수 있으리라.”
뭇 사슴이 그렇게 해서 다 모면하였는데 사슴의 왕은 몸뚱이의 살이 찢어지고 떨어져 나가고 해서 피가 샘물 솟듯 하면서 땅에 쓰러져서 겨우 숨만 할딱거렸다. 그 아픔이 말할 수 없었다.
뭇 사슴이 울부짖으면서 빙빙 돌고 가지 않았다.

사람의 왕이 그 사슴의 몸이 참혹하게 절단나서 피가 흘러 땅을 물들인 것을 보고 다른 사슴의 무리는 볼 것도 없이 물었다.
“이것은 어찌 된 것이냐?”
사슴의 왕이 대답하였다.
“지조를 잡음이 착하지 못하여서 짐승의 목숨을 받았사오며, 좋은 풀을 찾아다니면서 미미한 목숨을 보전하옵더니, 이제 국경을 침범하온 죄가 더욱 무겁습니다. 몸뚱이의 살점은 비록 다 떨어져 나갔사오나 두 허벅다리와 오장은 완전한 채로 남았사오니, 원컨대 태관에게 하루 아침의 반찬으로 바치겠나이다.”
왕이 거듭 물었다.
“네가 어찌하여 이 꼴이 되었느냐?”
사슴의 왕이 그 사실의 본말을 진술하니, 그 왕이 측은하여서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네가 짐승으로서 하늘땅과 같이 넓은 어짊을 품고 목숨을 바쳐서 무리들을 건지는데, 나는 사람의 임금으로서 구차하게 탐욕스럽고 죽이기를 좋아하여 하늘이 낳은 바를 잔해하였도다.”
곧 엄중한 명령을 선포하여 백성들에게 신칙하였다.
“이제부터 사냥을 금하고 사슴의 고기를 먹지 말라.”
그물을 찢어 버리고 사슴을 들어서 평지에 편안히 놓으니, 뭇 사슴들이 그 왕을 보고 하늘을 우러르며 슬피 울부짖다가 각각 나아가서 상처를 핥았고, 한편 퍼져서 약을 구해다가 씹어서 발라 주니, 사람의 왕이 보고 거듭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임금은 자식을 사랑하듯 그 무리를 기르고, 무리는 어버이의 은혜처럼 그 임금을 사모한다면 임금이 된 도리가 어질다고 않겠느냐?”
이로부터 살생을 끊고 어짊을 숭상하니 하늘도 곧 도왔으며, 나라가 풍족하고 백성이 화평하니 원근간에 어짊을 일컬었고, 백성들이 물이 흘러들 듯 귀순하여 왔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사슴의 왕은 나였고, 5백의 사슴은 지금 5백 명 비구들이며, 사람의 왕은 아난이었느니라.”
보살이 예지(銳志)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정진함이 이와 같았다.

58
예전에 보살이 사슴의 왕이 되었으니 이름은 수범(修凡)이었다. 몸의 털빛이 아홉 가지 빛이어서 세상에서 보기 희유한 것이었다. 강변에서 놀다가 물에 빠진 사람이 있어 하늘을 부르면서 구해 달라고 애원하니, 사슴이 불쌍히 생각하고 말하였다.
“사람의 목숨을 얻기란 어려운데 죽음을 당한단 말이냐? 내가 차라리 위험을 무릅쓰고 저 사람을 건지리라.”
곧 헤엄쳐 나아가서 말하였다.
“그대는 무서워 말고 내 뿔을 잡고 내 등에 타라. 내가 건져 주리라.”
사람이 곧 그와 같이 하였다.
사슴이 사람을 건져 내고는 지쳐서 숨이 거의 끊어져 갔다.
사람이 살아나매 매우 기뻐서 사슴을 세 번 돌고 머리를 조아리면서 말하였다.
“인도(人道)를 만나기 어려우매 그 목숨이 더욱 중하거늘 대부(大夫)께서 위험을 무릅쓰고 나의 소중한 목숨을 건져 주시니 은혜가 하늘땅보다 큰지라, 끝까지 잊지 않겠으며, 원컨대 종이 되어서 부족함이 없도록 대어 드리리다.”
사슴이 말하였다.
“그대는 가라. 나의 목숨은 죽을 때까지 그대에게 달렸으니, 혹 나를 찾는 이가 있거든 보았다고 하지 말라.”
빠졌던 사람이 공손하게 응낙하여 죽어도 어기지 않겠다고 하였다.

그때 국왕의 이름은 마인광(魔因光)이었다. 성품이 순후하고 화평하여 사랑으로 백성을 길렀다. 왕후의 이름은 화치(和致)였는데, 꿈에 사슴의 왕을 보았다. 몸의 털빛이 아홉 가지 빛이었고, 그 뿔이 물소보다 나았다.
꿈을 깨고 나서 왕에게 이야기하였다.
“그 사슴의 가죽과 뿔로 옷과 귀고리를 만들고 싶은데, 만약 잡지 못하면 저는 반드시 죽을 것입니다.”
왕이 거듭 좋다고 하고 새벽에 여러 신하들에게 사슴의 몸 모양을 설명하고 왕명(王命)을 선포하여 현상금을 걸어 구하였다.
“잡는 자는 한 고을을 봉하고, 금 발우에 은 싸라기를 채우고, 은 발우에 금 싸라기를 채워서 주리라.”
이렇게 현상금을 걸었더니, 물에 빠졌던 사람이 좋아서 말하였다.
“내가 한 고을을 얻고 금과 은을 발우에 가득히 얻는다면 한평생 즐겁게 살 수 있다. 사슴은 저절로 죽게 될 것이니, 내가 무엇을 주저하랴.”
곧 궁으로 달려가서 사실대로 알렸다. 그러자 그는 곧 얼굴에 문둥병이 생기고 입이 썩어서 악취가 났다. 거듭 말하였다.
“이 사슴은 신령함이 있으니 대왕께옵서 마땅히 무리들을 거느리고 가셔야 잡을 것입니다.”
왕이 곧 군사를 일으켜 가지고 강을 건너가서 찾았다.

사슴은 까마귀와 본디 우의를 두텁게 맺은 사이였는데, 사슴이 누워서 잠이 들어 왕이 온 것을 알지 못하자, 까마귀가 말하였다.
“친구여, 왕이 와서 그대를 잡으려고 한다.”
사슴은 피곤하여 듣지 못하였다. 귀를 쪼면서 거듭 말하였다.
“왕이 와서 그대를 죽이려고 한다.”
사슴이 놀라 왕의 활이 이미 자기를 겨냥하고 있음을 보고 빨리 달려 앞으로 나아가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면서 말하였다.
“천왕께옵서 제게 순간적인 목숨이나마 빌려 주옵소서. 미련한 말씀을 드리고자 하옵니다.”
왕은 사슴의 그러한 거동을 보고 곧 명령하여 쏘는 것을 멈추게 하였다.
사슴이 말하였다.
“대왕께서 왕후를 소중히 하시어 수고로이 몸소 출동하셨으니, 저는 마침내 죽음을 면하지 못할 줄 압니다. 대왕께서는 깊은 궁 안에 계시면서 어떻게 이 작은 벌레가 여기 있는 것을 아셨습니까?”
왕이 손으로 가리키면서 말하였다.
“저 문둥이가 알린 것이다.”

사슴이 말하였다.
“제가 좋은 풀을 찾아다니며 먹다가 멀리 보니 물에 빠진 사람이 하늘을 부르면서 애걸했습니다. 불쌍하여서 제가 위험을 무릅쓰고 건져 주었더니, 그 사람이 언덕에 올라와서 기뻐서 머리를 조아리며 말하기를, ‘나는 꼭 죽을 것인데 그대가 건져 주었으니 원컨대 종이 되어서 물과 풀을 공급하겠다’고 했습니다. 나는 대답하기를, ‘그대는 자유롭게 가라. 그러나 사람들에게 내가 여기 있다는 말을 말라’고 했습니다.”
사슴의 왕이 또 말하였다.
“차라리 물에 뜬 초목을 건져 내어 육지로 올릴지언정 돌이켜서 갚음이 없는 사람을 건져 내지는 말았어야 할 것입니다. 재물을 빼앗고 그 임자를 죽였다면 그 악은 용서하려니와 은혜를 받은 자가 패역을 도모한다면 이 원통함을 말할 수 없습니다.”
왕이 놀라서 말하였다.
“이것이 어떻게 축생으로서 넓은 사랑을 품고 목숨을 바쳐서 중생을 건지는 일을 어렵지 않게 하느냐? 이것은 반드시 하늘이로다.”
왕이 사슴의 말을 훌륭하게 여기고, 기쁘게 덕으로 나아갔다.
국내에 명령하였다.
“이 뒤로는 사슴이 먹는 것을 내버려 두라. 감히 범하는 자는 죄가 죽음에 해당하리라.”
천왕이 환궁하매, 왕후가 왕이 사슴을 놓아주었다는 말을 듣고 화가 치밀어서 마음이 뒤집혔으며, 죽어서는 태산지옥에 들어갔다.
천제석은, 왕이 뜻을 세우고 어짊을 숭상한다는 것을 듣고는 그가 이와 같음을 가상히 여겨 사슴의 무리를 화현하여 나라에 가득하게 하고 곡식을 마구 먹게 하니 싹이고 이삭이고 할 것 없이 땅을 쓴 것처럼 다 없어졌다. 이렇게 함으로써 그 뜻을 보자는 것이었다.
백성들이 이 지경이 된 것을 호소하니 왕이 말하였다.
“흉악과 거짓으로 나라를 보전하는 것이 신의를 지키다가 죽는 것만 못하다.”
제석이 왕의 신의가 참된 것임을 알고 사슴을 각기 흩어 보내었으며, 곡식을 열 배나 풍성하게 하고 독해(毒害)를 없이 하니, 모든 환난이 저절로 없어졌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사슴 왕은 나였고, 까마귀는 아난이었으며, 왕은 사리불이었고, 물에 빠졌던 자는 조달이었으며, 왕의 아내였던 자는 지금 조달의 처였느니라.”
보살은 예지(銳志)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정진함이 이와 같았다.

59
예전에 보살이 말의 왕이 되니 이름은 구야(駈耶)였다. 항상 바닷가에 있으면서 표류하는 사람을 건네어 주었다.
그때 바다 저편 언덕에 음탕한 여귀(女鬼)가 있었는데 그 수가 매우 많았다. 그것들이 만약 상인(商人)을 보면 곧 성곽(城郭)ㆍ거처(居處)ㆍ전원(田園)ㆍ기악ㆍ음식을 화하여서 만들고 미인으로 변하는데 얼굴이 꽃처럼 환하게 빛났다. 상인들을 호려서 술과 음악으로 그들을 즐겁게 하였다. 귀신이 사람을 유혹하면 모두 다 머물러서 귀신과 부부가 되었다.
1년 동안만 지내면 음귀들은 싫증이 나서 쇠창으로 그 목을 찔러서 그 피를 마시고 그 살을 먹고 골수를 빨았다.
말의 왕이 멀리서 음귀가 사람을 먹는 것을 보고 그들을 위하여 눈물을 흘렸다.

그래서 날아서 바다를 건너 저 언덕에 도착하여 잘 찧은 쌀을 얻었다. 말의 왕이 먹고 나서 산에 올라가서 외쳤다.
“누가 건너가고자 하는가?”
이렇게 세 번을 외치니, 모든 상인들이 듣고 기뻐서 말하였다.
“항상 신마(神馬)가 있어서 위급한 난을 건네어 준다고 들었더니, 이제 그 신마가 왔구나.”
기쁘게 나아가서 말하였다.
“우리를 불쌍히 여겨 건네어 주시오.”
“그대들이 떠나려 하면 음귀가 반드시 자식을 쳐들어 보이면서 그대를 부르고 쫓아올 것이다. 만약 돌아보고 그리워하는 마음이 있는 자는 내가 간 뒤에 반드시 귀신이 쇠창으로써 목을 찔러 피를 마시며 살을 먹을 것이니, 마음을 바르게 하고 착한 것을 생각해야 목숨을 보전할 수 있으리라.
대저 돌아가고자 하는 자는 내 등에 타거나, 갈기나 꼬리를 잡거나 머리나 목을 붙들거나 붙잡을 곳을 마음대로 하며 서로 이끌어 잡아라. 반드시 살아 돌아가서 어버이를 볼 수 있으리라.”
상인으로서 그 말을 신용한 자는 다 목숨을 보전하여 돌아가서 육친(六親)을 보았으나, 음란에 미혹된 무리는 요귀를 믿다가 먹히지 않은 자가 없었다.
대저 바름을 믿고 삿됨을 버리는 자는 현세에 길이 편안한 것이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말의 왕은 나였느니라.”
보살은 예지(銳志)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정진함이 이와 같았다.

60
예전에 보살의 몸이 고기의 왕이 되었다. 좌신(左臣)과 우신(右臣)이 있었는데 다 높은 수행이 있었다.
항상 부처님의 가르침을 지녀서 먹고 쉬고 하는 동안에도 변함이 없었다. 물에서 나는 나물을 먹고 겨우 생명을 보전하면서 여러 작은 무리들을 사랑하여 기르기를 마치 자기 몸을 보호하듯 하였다.
조수물을 따라서 노닐면서 부처님의 계율로써 가르치다가 고기 잡는 사람이 그물을 치고 좁혀 들어오는 것을 깨닫지 못하였다.
여러 크고 작은 고기들이 당황하여 갈팡질팡하니 고기의 왕이 연민히 여기면서 말하였다.
“무서워하지 말라. 일심으로 염불하면서 중생들이 편안할 것을 원하라. 넓은 자비로 큰 서원을 세우면 하늘의 도움이 메아리와 같으리라. 빨리 와서 서로 찾아 나아가라. 내가 너희들을 구제하리라.”
고기의 왕이 머리를 진흙 가운데에 거꾸로 박고 꼬리로 버티어서 그물을 드니, 무리들이 모두 달려 나아가서 여러 고기들이 삶을 얻고는 따라서 친하지 않음이 없었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고기의 왕은 나였고, 좌우의 신하는 사리불과 대목건련이었느니라.”
보살은 예지(銳志)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정진함이 이와 같았다.

61
예전에 보살이 거북의 왕이 되었다. 주야로 정진하여 좋은 방편을 생각하고 중생으로 하여금 정신을 본무(本無)로 돌이키게 하였다.
또 하나 어떤 거북의 왕이 함께 깊은 산에 처하였다. 도롱뇽이 나무에 올라가서 스스로 몸을 던져 이와 같이 하여 편안함이 없는 것을 함께 보고 보살이 점을 쳐 말하였다.
“이것은 몸이 위태로울 징조이니 우리들은 빨리 피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그 한 거북의 왕은 오로지 어리석고 제멋대로여서 참말을 따르지 않았다.
보살은 마음을 다하여서 그 따르는 자들을 구제하여 난을 면하게 하였다. 10일 뒤에 코끼리의 왕이 무리들과 그 나무 밑에 이르러 쉬더니, 도롱뇽이 스스로 제 몸을 던져서 코끼리 귓속에 떨어지매, 곧 놀라서 부르짖고, 여러 코끼리가 갈팡질팡 날뛰어 달아나는데, 종으로 횡으로 짓밟아서 모든 거북을 죽였다.
거북의 왕이 성내고 말하였다.
“일이 이와 같을 줄 알면서 지적하여 말하지 아니하여서 나는 죽고 너는 사니 마음이 좋으냐? 여러 겁을 너를 찾아서 만나면 곧 잔인하게 죽이리라.”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점을 잘 치는 거북은 나였고, 제멋대로여서 가지 않은 자는 조달이었느니라.”
보살은 예지(銳志)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정진함이 이와 같았다.

62
예전에 보살이 앵무새 왕이 되었는데 무리들이 3천이었다. 그 가운데 두 앵무가 힘이 무리에서 뛰어났는데 입으로 대나무 줄기를 물어서 탈 것[車乘]을 만들면 왕은 그 위에 날아 내려와서 타고 놀았다.
항상 대나무 수레를 탈 때에 상하, 전후, 좌우에 각각 5백 마리의 앵무가 옹위하니, 6면의 보익(輔翼)이 합하여 3천이었다.
진귀한 것을 바치고 수시로 오락을 하였으나 왕은 깊이 스스로 생각하였다.
‘무리들이 떠들고 하여 덕을 어지럽히니 정(定)을 얻을 수가 없다. 내가 방편을 써서 아프다는 핑계로 먹지 않고 죽은 체하여 무리들을 버리리라.’
그러자 그 모든 무리들이 소쿠리로 덮어 놓고 다른 데로 가 버렸으며 왕은 일어나서 먹을 것을 구하였다.
모든 앵무들이 다른 산의 앵무 왕에게로 가서 말하였다.
“우리 왕은 죽었습니다. 원컨대 신복(臣僕)이 되게 하소서.”
그 왕이 말하였다.
“너희 왕이 죽었다면 시체를 보여라. 만약 죽은 것이 틀림없다면 내가 너희들을 받아들이리라.”
시체를 가지고 가려고 돌아와 보니 시체가 없었다. 사방으로 퍼져서 찾아다니다가 그 왕을 만났다. 모두 절을 하면서 다시 전과 같이 공양하였다.
왕이 말하였다.
“내가 아직 죽지 않았는데 너희들은 나를 버렸다. 모든 부처님께서는 분명히 가르치시기를, ‘세상을 보면 친한 것이 없으니 오직 도에만 의지하라’고 하셨다. 사문은 수염과 머리털도 뜻을 어지럽히는 더러움이 된다 하여 버리고 욕심이 없는 수행을 숭상한다. 너희들은 시끄럽게 하여 삿된 소리로 뜻을 어지럽히니, 혼자서 짝을 없이 하고 높은 성현들과 덕을 같이하리라.”
훌쩍 날아서 한가한 곳에 고요히 있으면서 욕심을 버리고 함이 없이하여 선정을 사유하니, 모든 더러움이 아주 없어지고 마음이 천금(天金)과 같았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앵무왕은 나였느니라.”
보살은 예지(銳志)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정진함이 이와 같았다.

63
예전에 보살이 비둘기의 왕이 되었는데 따르는 무리가 5백이었다. 국왕의 동산에 날아가 놀면서 먹을 것을 찾는데 국왕이 보고 신칙하여 목부(牧夫)로 하여금 그물을 쳐서 잡게 하니, 그 무리가 크거나 작거나 단 하나도 남지 않았다. 새장에 가두고 쌀을 먹여서 살이 찌면 태관이 잡아서 요리를 하였다. 비둘기의 왕이 갇혀서 일심으로 부처님을 생각하면서 허물을 뉘우치고 자비를 일으켜서 원하였다.
“중생으로서 구속된 자가 풀림을 얻고 빨리 8난을 여의어서 나와 같은 일이 없게 하여지이다.”
그리고 모든 비둘기들에게 일렀다.
“부처님께서 경에서 여러 가지로 경계하신 중에 탐욕이 으뜸으로 되어 있다. 탐욕으로써 영화를 누린다면 마치 주린 사람이 독약을 얻어 마시는 것과 같으니, 즐거움을 얻는 순간이란 번개가 반짝할 동안이고, 여러 가지 고통이 몸을 핍박하는 것은 억 년이나 될 것이다. 너희들이 먹는 것을 덜면 신명(身命)을 보전하리라.”
무리들이 대답하였다.
“구속되어 새장 속에 갇힌 신세인데 장차 무엇을 바라겠습니까?”
왕이 또 말하였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어기고 뜻대로 탐욕을 일으키면 몸을 잃지 않음이 없느니라.”
그리고는 자기가 스스로 먹지 않으니, 살쪘던 몸이 날마다 말라서 새장 틈으로 빠져 나올 수 있었다.
남은 무리들을 돌아보고 일렀다.
“탐욕을 없애어 먹는 것을 줄이면 나와 같이 될 수 있으리라.”
말을 마치고 날아갔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둘기의 왕은 나였느니라.”
보살은 예지(銳志)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정진함이 이와 같았다.

64
불설밀봉왕경(佛說蜜蜂王經)

이와 같이 들었다.

한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부처님께서 모든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마땅히 부지런히 정진하여 경을 듣고 외우며, 게을러 음개(陰蓋)에 덮이지 말라. 내가 생각하건대 과거 무수겁 때에 부처님께서 계셨으니, 이름은 일체도왕(一切度王)여래ㆍ무소착 ㆍ최정각이었다.
그때 일체 모든 하늘과 헤아릴 수 없는 인민을 위하여 경법(經法)을 설하셨느니라. 이때 두 비구가 있었으니, 그 한 비구의 이름은 정진변(精進辯)이었고, 또 한 비구의 이름은 덕락정(德樂正)이었는데, 함께 경법을 들었더니라.
정진변은 경을 듣고 기뻐하였고 그때 곧 아유월치(阿惟越致:불퇴전)를 얻어서 신통을 구족하였으나, 덕락정은 잠에서 깨지 못하고 홀로 얻은 것이 없었다.

그때 정진변이 덕락정에게 말하였다.
“부처님은 만나기 어렵다. 억백천 세상에 한 번 나오시니까. 마땅히 힘써 정진하여서 무리의 모범이 되어야 하거늘 어찌하여 잠만 잔단 말인가. 대저 잠이란 것은 음개(陰蓋)의 죄인 것이니, 마땅히 힘써서 깨닫는 마음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때 덕락정이 그의 충고를 듣고 곧 경행(經行)을 하였는데, 기수(祇樹)에서 처음으로 경행하다가 다시 잠 속에 머물렀다. 이렇게 번거롭고 어지러워서 스스로 정(定)에 이르지 못하자 샘물 가에 나아가 앉아서 사유(思惟)하고자 하였으나 또 앉아서 졸았다.
그때 정진변이 문득 좋은 방편으로써 가서 제도하기로 하고, 화하여 꿀벌의 왕이 되어 날아서 그 눈으로 나아가서 쏠 것 같이 하니, 덕락정이 놀라서 깨어 앉아서 이 벌의 왕을 무서워하다가 얼마 안 가서 또 졸았다.
그때 꿀벌의 왕이 겨드랑이 밑으로 날아 들어가서 그 가슴과 배를 쏘니 덕락정이 놀라서 마음속이 두근거려 감히 다시 졸지 못하였다.
그때 샘물 속에 여러 빛의 꽃, 즉 우담(夏曇)ㆍ구문(拘文)과 그밖에 여러 가지가 곱고 깨끗하였다.
꿀벌의 왕이 꽃 위로 날아가서 감로미(甘露味)를 먹으니, 덕락정이 단정하게 앉아서 지켜 보고 또 날아올까 무서워서 감히 다시 졸지 못하였다. 그리고 그 벌에 대하여 생각하고 그 근본을 관찰하였다.
벌의 왕이 꿀을 먹으면서 나오지 않고 얼마 동안 꽃 속에 있더니, 졸다가 진흙탕 속으로 떨어져서 온통 미역을 감고는 다시 날아서 그 꽃 위로 돌아가 머물렀다.
그때 덕락정이 꿀벌을 향해 이렇게 게송을 설하였다.

이 감로(甘露)를 먹는 자는
그 몸이 평안하게 되는데,
다시 가지고 돌아가서
두루 처자에게도 줘야 할 게 아닌가.

어찌하여서 진흙탕에 떨어져
스스로 그 몸을 더럽히는 것이냐?
이와 같이 지혜 없는 짓을 하면
그 감로의 맛을 망치는 것이네.

또 이러한 꽃이란 것은
오래 그 속에 머물 것이 아니니
해가 빠지면 꽃이 오므라져
나가려 해도 나갈 수가 없다네.

마땅히 해가 나길 기다려야
너 다시 나올 수 있으리니
긴 밤의 피로와 어둠은
그 고통 말할 수 없게 되네.

그때 꿀벌의 왕이 덕락정을 향해 게송으로 대답했다.

부처님을 감로에다 비하리니
듣고 또 들어도 만족이란 없다네.
게으름은 있어서는 아니되니
일체에 유익함이 없으리라.

5도(道)는 생사의 바다이니
진흙탕에 떨어짐과 같으니라.
애욕(愛欲)에 얽힌 바 되면
아주 어리석은 지혜 없는 사람일세.

해가 나와 꽃들이 열리는 걸
부처님의 색신에다 댄다면
해가 져서 꽃이 도로 오므림은
세존께서 열반함[般泥曰]과 같다 하리.

여래의 세상을 만났으니
마땅히 부지런히 정진하여
졸음으로 덮인 것을 제거하고
부처님을 늘 계시다 하지 말라.

깊은 법의 요긴한 지혜는
색인연(色因緣)을 쓰지 않나니
현재 그 지혜 있는 자는
마땅히 알지니라. 선교(善巧)의 방편임을.

좋은 방편으로 제도하는 바는
유익한 때문이요 느닷없이 드는 것이 아니니
이제 이 변화를 나타냄도
또한 일체를 위한 연고니라.

그때 덕락정이 그 말을 듣고 곧 불기법인(不起法忍)을 얻고 모든 법의 근본과 다라니를 알았으며, 그제야 정진변의 선교 방편을 알고 항상 홀로 경행(經行)하여 다시 게으르지 않았으며, 때에 응하여 또한 불퇴전의 경지를 얻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정진변은 나였고, 덕락정은 미륵이었느니라.

내가 그때 미륵과 함께 경법을 들었으나 미륵은 그때 잠 때문에 홀로 얻은 바가 없었으니, 만약 내가 그때 좋은 방편을 써서 제도하지 않았다면 미륵은 지금까지 생사 가운데 있으면서 벗어나지 못하였으리라.
이 법을 듣는 자는 항상 마땅히 정진하고 널리 일체에 전하여서 다 졸음의 덮개를 제거하고 빛나는 지혜의 근본으로 나아가게 할지니라.”

이 일을 설하실 때 한량없는 사람이 다 위없는 평등도의(平等度意)를 발하였다.”
보살은 예지(銳志)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정진함이 이와 같았다.

65
불이삼사소경(佛以三事笑經)

예전에 보살이 청신사(淸信士)가 되어서 3보께 귀의하고 큰 자비와 넓은 어짊으로 중생을 용서하여 건졌다.
청백함을 지켜 도둑질하지 않았고, 보시하되 평등히 하였으며, 곧고 깨끗하여 음란하지 않았고, 관하여서 속으로도 음탕한 마음을 없이 하였으며, 신의가 4시(時)와 같았고, 무겁기가 수미산과 같았다. 술을 끊어 마시지 않았고, 효도를 높여 어버이께 순종하였으며, 정월에는 6재(齋)를 받들어 정진하되 게으름이 없이 하다가 태어난 곳에서 부처님을 만나니, 덕행이 날로 높아져서 드디어 여래ㆍ무소착ㆍ정진각ㆍ도법어ㆍ천인사가 되었다.교화하면서 두루 돌았다.

그때 저자를 지나가는데, 한 늙은이를 보니, 생선을 말로 되어서 팔면서 애통해 하며 부르짖었다.
“하늘님도 원망스럽다. 내 자식은 무슨 죄로 일찍 죽었단 말이냐? 자식이 있어서 고기를 판다면 어찌 내가 이 고생을 하랴.”
부처님께서 그것을 보고 웃으시니 입에서 오색 광명이 나와 저자에 퍼졌다.
또 큰 돼지가 오줌으로 미역을 감고 길로 가는 것을 보시고 또 웃으셨다.
아난이 옷을 바로 하고 머리를 조아리면서 아뢰었다.
“웃음이란 사람이 다분히 공경하는 마음이 없는 데서 오는 것이온데, 이제 거듭 웃으시니 반드시 가르침이 있으실 줄 아나이다. 원컨대 무리들의 의심을 풀어 주시고 뒤에 밝은 법이 되게 하여 주옵소서.”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내가 웃은 데는 세 가지 인연이 있느니라. 하나는 저 늙은이의 어리석음이 그렇게 크기 때문이다. 날마다 고기잡이를 하여 뭇 생명을 죽이고도 털끝만큼도 측은해 함이 없어 그 화로 자식이 죽은 것인데, 모든 하늘을 원망하고 울부짖고 무서워하고 하니, 이것은 아주 어리석은 짓이라, 하늘땅같이 어지신 성현도 용서하지 않나니, 이 때문에 웃은 것이니라.
예전에 비행황제가 복을 심은 것이 높고 높더니 뜻이 교만하고 행동이 방자하여 이제 말[斗] 속의 고기가 되었으니 이것이 둘이며, 무상(無想)의 천인은 80억 4천만 겁을 사는 동안 뜻이 오로지 공(空)에 집착하며 공을 공이라고 여겨 본무(本無)로 돌아가지 못하고 복이 다하매 죄를 받아서 이제 말 속에 들어 있으니 이것이 셋이니라.”

아난이 아뢰었다.
“비행황제와 저 높은 하늘은 그 덕이 높고 높은데 어찌하여 죄를 면치 못하나이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화와 복이 참이 아니거늘 어찌 항상함이 있으랴. 대체로 높고 영화로움에 처하여도 4등은(等恩)을 베풀고 네 가지 항상함이 아님을 깨달으면 저 화를 면하리라. 그런데 만약 귀함을 인하여 스스로 마음을 방자히 하여 삿됨을 좇으면 복이 다하고 나서 죄를 받는 것이 자고로 그러해서 화와 복이 쫓아오되 마치 그림자가 형체를 찾고 메아리가 소리에 응함과 같나니, 어찌 귀천이 있겠느냐?
생각해 보니 내가 전 세상에 청신사가 되었을 때, 어떤 이웃 사람이 귀신 위하는 걸 좋아하고, 간사하고 사특한 것들과 무리가 되어 믿지 않고 악을 행하여 화가 메아리처럼 응하였다.
매양 재일(齋日)이 되면 내가 부처님의 바르고 참된 법당에 들어가서 사문들이 설하는 청정한 법을 듣고 덕의 근본을 삼아서 흉화(凶禍)를 막아 끊을 것을 권하였으나 그 사람은 음탕하여 거짓으로 볼일이 있다고 핑계하고 내가 법당에 나아가면 그는 음란한 길로 갔다.
이런 뒤로 나는 태어나는 바에 부처님을 만나고 법을 듣고 사문들과 더불어 뜻을 같이하여 덕행이 날로 높아져서 드디어 여래ㆍ무소착ㆍ정진도ㆍ최정각ㆍ도법어ㆍ천인사가 되어 삼계의 어른으로서 호를 법왕(法王)이라고 하였지만 이웃 사람은 귀신의 술법을 좋아하였고 뭇 생명을 죽였으며, 여색에 음탕하고 술을 먹고 불효한 짓을 하면서 스스로 뜻을 얻었다고 뽐냈다가 3악도에 윤회 전전하여 고통이 한량이 없었느니라.
나는 이미 부처가 되었으나 그는 계속하여 냄새나는 돼지가 되었으므로 그래서 웃었느니라.”

부처님께서 또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여러 겁을 경을 받아 뜻을 캐고 사문을 친하며 기뻐하여 이렇게 높고 높음을 얻었느니라.”
보살은 예지(銳志)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정진함이 이와 같았다.

66
소아문법즉해경(小兒聞法卽解經)

예전에 어떤 비구가 정진하여 법을 지키고, 어려서부터 금계를 가져서 처음부터 범하지 않았으며, 항상 범행(梵行)을 지키고, 정사(精舍)에 있었으며, 외우는 바는 반야도무극이었다.
경을 설하는 소리가 묘하여서 따를 자가 없으니, 이 비구의 음성을 들으면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한 어린아이가 있었으니 그의 나이 일곱 살이었다. 성밖에서 소를 먹이다가 멀리서 비구가 경을 외워 설하는 소리를 듣고 곧 소리를 찾아서 정사에 이르러 비구에게 절하고는 한편에 물러앉아서 그 경의 말씀을 들었다.
그때 말씀이 색의 근본[色本]이었는데 듣고는 바로 알고서 아이가 크게 기뻐하였다. 경의 글귀가 끊어지니 문득 비구에게 물었다. 비구의 응답이 아이의 뜻에 옳지 않으니, 이때 어린아이가 도리어 풀어서 설명하였는데, 그 뜻이 심히 미묘하여 예전에 듣기 드문 바였다.
비구가 듣고 매우 기뻐하면서 이 어린아이가 이러한 지혜가 있으니 이는 범상한 사람이 아니라고 괴이하게 여겼다.
아이가 소 있는 곳으로 돌아가 보니 송아지가 흩어져서 산으로 들어갔다. 아이가 그 발자국을 찾아서 쫓아가다가 범을 만나서 해침을 당하였다. 아이가 죽으매 혼신이 옮기어 장자의 집에 제일 부인의 아들로 태어나게 되었다.

부인이 임신하자 문득 입으로 반야도무극을 설하였는데 아침부터 저물도록 쉬지 않으니, 그 장자의 집은 본디 불법을 몰랐는지라, 이 부인이 입으로 망령된 말을 한다고 괴이하게 여기고 귀신 들린 병이라고 하면서 귀신 쫓는 법을 묻기 위하여 가 보지 않은 곳이 없으나 아는 자가 없었다.
장자가 심히 근심하였으나 부인이 어찌하여 이런 병을 얻은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집안이 온통 안팎으로 근심과 두려움에 싸여 있었다.
이때 비구가 성에 들어와서 걸식하다가 장자의 집 앞에 이르러서 멀리 경 외우는 소리를 듣고 마음이 심히 기뻐졌다. 문 앞에 한동안 머물고 있노라니까 주인이 마침 나와서 이 비구를 보았으나 인사를 하지 않았다. 비구가 괴이한 생각이 들었다.
‘이 현자의 집 안에서 경을 설하는 소리가 저렇게 묘한데 이제 이 장자가 어째서 나하고 말도 하지 않는가?’

곧 장자에게 물었다.
“안에 누가 있어서 경을 설하기에 음성이 이렇게 미묘합니까?”
장자가 대답하였다.
“우리 집안 식구가 귀신병이 들려서 밤낮으로 미친 소리를 하는데 처음부터 입을 쉴 새가 없다오.”
비구가 그제야 이 장자의 집이 불법을 알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주인에게 말하였다.
“이것은 귀신병이 아닙니다. 다만 높은 경전인 부처님의 대도(大道)를 설하는 것입니다. 내가 안에 들어가서 좀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장자가 좋다고 하고 곧 비구를 데리고 아내의 처소로 들어가니, 아내가 비구를 보고 곧 절을 하였다.
비구가 축원하였다.
“빨리 부처가 되십시오.”
곧 비구와 함께 서로 경법을 논설하는데 되풀이하면서 피력하여 풀이하니, 비구가 매우 기뻐하였다.
장자가 물었다.
“무슨 병이오?”
비구가 대답하였다.
“무슨 병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깊은 경전을 말하는 것인데 깊은 뜻과 이치가 있으니, 이 부인이 가지신 아기가 불제자일 듯합니다.”
장자가 마음이 풀려서 곧 비구를 머물게 하고 음식을 대접하였다. 음식을 마치고 비구가 곧 정사로 돌아가서 소문을 퍼뜨렸다.
“한 장자의 부인이 아기를 뱄는데 아주 기괴하여서 입으로 높은 경을 외우는데, 그 말이 물 흐르는 것 같고, 그 소리가 묘하고 좋으며, 경을 해석하는데 이치가 매우 깊더라.”

훗일에 장자가 다시 그 비구와 여러 승려들을 청하여서 집에 오게 하고 음식을 장만하였다.
때가 되어 모두 와서 좌정하고 손을 닦고 음식을 마치고는 시주를 위하여서 축원을 하였다.
그때 부인이 나와서 비구들에게 절하고는 한 옆에 앉아서 다시 비구들을 위하여 쾌활하게 경법을 설하는데, 모든 의심나고 어렵고 능히 미치지 못하는 것을 다 비구들에게 구족하게 해설하니, 여러 승려들이 기뻐 뛰면서 물러갔다.
달과 날짜가 차매 부인이 아들을 낳았는데, 또한 오로(惡露)도 없었다. 그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곧 합장하고 꿇어앉아서 반야도무극을 외웠다. 부인은 그 때부터 도로 본래대로 되어서 다시 아는 바가 없게 되니, 마치 꿈꾸던 사람이 깨고 나서 아무 것도 모르는 것과 같았다.
장자가 곧 다시 여러 승려들을 초청하니 비구들이 모두 모여서 가 보았다.
어린아이가 경과 고사(故事)를 설하는데 처음부터 서슴이 없었다. 이때 여러 승려들이 이 아이의 근본을 일심으로 관하였으나 다 알지 못하였다.
장자가 물었다.
“이 아이는 어떻게 된 것이오?”
비구가 대답하였다.
“참된 불제자이니 삼가 놀라거나 의심하지 말고 잘 기르시오. 이 아이는 뒤에 크면 마땅히 일체 중생을 위한 스승이 될 것이니, 우리들도 모두 그 가르침을 따라서 받아야 할 것입니다.”

아이가 커서 나이 일곱 살이 되니, 미묘한 이치를 다 알아서 도(道)와 속(俗)을 모두 갖추었고, 무리에 뛰어나서 지혜도무극이 다함이 없었다.
모든 비구들이 다 따라서 수학하였고, 경 가운데 잘못되고 빠지고 모자라고 한 것을 바로잡고 채우고 하였다.
아이가 매양 출입하면서 이르러 그치는 곳마다 문득 사람을 교화하여 대승에 발심하게 하였다.
장자의 집 안팎 대소가(大小家) 5백 인이 다 아이를 좇아서 배워 마하연(摩訶衍)의 뜻을 발하고 모두 부처님 일을 하였으며, 성(城)이나 시(市)나 리(里)에서 아이가 가르쳐 개발된 자 8만 4천이 다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발하였고, 제자로 된 자가 5백 인이었다.
모든 비구들이, 아이가 설하는 바를 듣고 근본 번뇌의 뜻이 풀어졌고, 대승(大乘)을 뜻하여 구하는 자는 다 법안정(法眼淨)을 얻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때 어린아이는 나였고, 비구는 가섭불이었느니라. 아난아, 이와 같이 내가 옛날에 한 번 비구에게서 「마하면품(摩訶衍品)」을 듣고 선행을 칭찬하였고 이해가 되었으며 마음이 기뻐서 변치 않았고, 정진하여 잊지 않았으며, 깊이 숙명을 알고 스스로 위없는 평등 정각(正覺)을 얻었나니, 한 번 들은 공덕도 오히려 이러하거늘 하물며 종일 수도하는 분을 따르는 것이겠느냐.”
보살은 예지(銳志)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정진함이 이와 같았다.

67
살신제고인경(殺身濟賈人經)

예전에 보살이 5백 명 상인과 더불어 큰 바다에 들어가서 여러 가지 보배를 채취하였다. 바다 에 들어간 지 두어 달 만에 얻은 보배를 가득히 싣고 본토로 돌아오는데 중도에서 큰 바람을 만나니, 우레와 번개가 땅을 진동하였고, 물귀신들이 구름처럼 모여드니 사방 둘레가 성과 같았고, 그것들의 눈에서는 불꽃이 튀었다.
파도가 솟구쳐 산과 같으니, 여러 사람들이 우리는 죽는다고 울부짖으며 질려 얼굴빛이 변해 가지고 하늘을 우러러 애걸하였다.
보살이 슬퍼하면서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내가 부처가 되려는 것은 다만 중생을 위한 것이다. 해신(海神)이 사나우니 죽는 사람이 많겠구나. 목숨을 바쳐서 무리를 건짐은 보살이 숭상할 일이다. 내가 이 몸의 피를 바다에 뿌렸는데 해신이 싫어하지 않으면 뱃사람들이 마침내 언덕에 건너가지 못할 것이다.’
여러 사람들에게 일렀다.
“그대들은 손을 잡아 서로 의지하고 아울러 내 몸뚱이도 붙들어 달라.”
여러 사람이 그대로 하였다.
보살이 곧 칼로 스스로 목을 찌르니 해신이 이를 싫어하여 배를 나부껴 언덕에 올리니, 여러 사람들은 모두 구제되었다.

뱃사람들이 시체를 안고 하늘을 부르면서 울며 말하였다.
“이분은 틀림없이 보살이고 범상한 무리가 아니다.”
몸부림치면서 말하였다.
“하늘님, 차라리 우리가 여기서 죽을지언정 덕이 높은 보살을 죽이지 마옵소서.”
그 말이 참되고 정성된지라, 모든 하늘을 감동시켰다.
천제석이 보살의 큰 자비와 세상에 희유함을 보고 내려와서 말하였다.
“이는 지극한 덕의 보살로 장차 성웅(聖雄)이 될 것이다. 이제 내가 살리리라.”
그리고는 하늘의 신약을 그 입에 넣어 주고 또 몸에 바르니, 보살이 곧 소생하여 일어나 앉아서 무리와 더불어 서로 위로하였다. 제석이 유명한 보배를 배에 가득히 채워 주니 먼저 것의 천 배나 되었다.
곧 본토로 돌아와서 구친과 서로 보니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궁핍한 이에게 보시하여 구제하니 혜택이 중생에게 미쳤으며, 부처님 경전을 펴서 어리석고 어둠을 열어 주니, 국왕이 보살의 덕에 감복하고 나아가 청정한 교화를 받았다.
임금은 어질고 신하는 충성하며, 온 나라가 계율을 지키니 집마다 효자들만 있었다. 나라가 풍족하고 독한 것이 없어지니 백성들이 기뻐하였고, 목숨이 다하면 천상에 태어나서 길이 여러 가지 괴로움을 여의었다.
보살이 여러 겁을 쉬지 않고 정진하여 드디어 부처가 되었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몸을 죽여 무리를 건진 자는 나였고, 천제석(天帝釋)은 미륵(彌勒)이었으며, 5백 상인들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5백 응진(應眞)이었느니라.”
보살은 예지(銳志)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정진함이 이와 같았다.

68
예전에 보살이 홀어머니의 아들이 되었다. 아침에 절에 나아가서 삿된 것을 버리고 참된 것을 높이며 사문에게 절하고, 부처님의 신묘한 교화를 받아서 아침에 더하고 저녁에 외우니, 밝은 지혜가 날로 높아갔다.
여러 경을 탐구하여 예전 성현들의 효행을 잘 알고 정성을 다하여 사모하기를 마치 굶주렸을 때 밥을 생각하듯 하였다.
살고 있는 나라의 왕이 무도하여 재물을 탐하고 여색을 중히 하며 어진 이를 박대하고 백성을 천하게 여겼다.
왕이 항상함이 없음을 생각하고 스스로 말하였다.
“내가 착하지 않게 했으니 죽어서 장차 태산지옥에 들어갈 것이다. 어찌 금을 모아서 태산지옥의 왕에게 뇌물을 쓰지 않을 수 있으랴.”
그리고는 백성에게서 금을 얻는데 엄중한 영을 내렸다.
“만약 조금의 금이라도 감추면 그 죄가 죽음에 이르리라.”
이렇게 3년을 하니 민간에 금이란 도무지 없었다. 왕이 또 거짓으로 현상금을 걸어 말하였다.
“금을 조금이라도 얻어서 왕에게 바치는 자가 있으면 막내딸로써 아내를 삼게 하고 높은 벼슬을 주리라.”
동자가 어머니에게 말하였다.
“예전에 금돈 한 푼을 돌아가신 아버지의 입 속에 넣어서 태산의 왕에게 뇌물로 하고자 하였는데, 지금도 반드시 있을 것이니, 가져다가 왕에게 바칠까 합니다.”
어머니가 좋다고 하였다.

아들이 갖다 바치니, 왕이 구속하게 하여 금을 얻은 연유를 물으니, 대답하였다.
“아버지가 죽었을 때 금을 입 안에 넣어서 태산에 뇌물로 하고자 하였더니, 실은 대왕께서 벼슬을 내걸고 금을 구하시므로 무덤을 파고 관을 헤쳐서 가져온 것입니다.”
왕이 물었다.
“아버지의 상을 당한 지 몇 해나 되느냐?”
“11년이 되었습니다.”
“네 아버지는 태산왕에게 뇌물을 쓰지 않은 것이냐?”
“여러 성현의 글 중에서도 부처님의 가르침만이 참된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불경에서 말씀하시기를, ‘착하게 하면 복이 오고 악하게 하면 화가 따르는데, 화와 복이 그림자와 메아리 같다’ 하셨으니, 몸을 달려서 그림자를 피할 수 있고 산을 어루만져서 메아리를 막을 수 있습니까?”
“그럴 수 없다.”
“대저 몸뚱이는 곧 4대(大)입니다. 목숨이 마치면 4대가 흩어지고 영(靈)은 가서 변화하되 행한 바를 따라서 가는 것이니, 어찌 뇌물이 통할 것입니까? 대왕께서는 전세에 보시한 덕으로 왕이 되셨는데 또 인애(仁愛)를 숭상하여 덕택이 원근에 미쳤으니 비록 도는 얻지 못하였더라도 후세에 반드시 또 왕이 되실 것입니다.”
왕이 기뻐서 감옥에 갇힌 이를 크게 사면하고 빼앗은 금을 돌려주었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왕이 민간에 남은 금으로 인하여 죄없는 자를 잔인하게 살해하니, 보살이 백성들의 울부짖음을 보고 눈물을 뿌리면서 악한 정치에 목숨을 던져서 백성의 고난을 도탄에서 구해 내니 백성이 그 덕을 느끼고 부처님의 계율을 받드니, 나라가 드디어 풍족하여졌느니라. 그때 동자는 나였느니라.”
보살은 예지(銳志)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정진함이 이와 같았다.

69
조달교인위악경(調達敎人爲惡經)

예전에 보살이 천왕(天王)이 되었었다. 정력을 미세한 행에 두고, 힘써 나아가되 그침이 없었다. 매양 재일(齋日)이 되면 마차를 타고 사천하에 돌면서 부처님의 오묘한 경전을 펴서 중생을 교화하여 그 결점과 깨끗하지 않은 것을 없애고, 여래ㆍ응의(應儀)ㆍ정진각ㆍ하늘 중의 하늘[天中之天]ㆍ성인 중의 왕[衆聖中王]ㆍ도교 높은 이[道敎之尊]를 숭배하여 3악의 여러 고통의 근원을 여의게 하였다.
조달이 또한 마천왕(魔天王)이 되어서 사천하에 다니면서 사람에게 악을 마음대로 하도록 가르치면서 태산지옥의 앙화 같은 과보는 없다고 하였다.
다니다가 보살과 서로 만났다. 조달이 물었다.
“그대는 무엇을 하고 다니는가?”
보살이 대답하였다.
“백성들에게 부처님을 받들고 높은 성덕(聖德)을 닦도록 가르친다.”
조달이 말하였다.
“나는 백성들에게 욕심대로 하게 하고 현재나 미래에 재앙이 없다고 가르친다. 착하게 한다는 것은 뜻을 수고로이 할 뿐, 몸에 유익함이 없다.”
보살이 말하였다.
“그대는 우리의 도를 피하는구나.”
조달이 대답하였다.
“그대가 선을 하는 것은 마치 금이나 은과 같지만 내가 악을 숭상하는 것은 강철과 같은 것이다. 강철은 금과 은을 끊을 수 있지만, 금과 은은 강철을 끊을 수 없다. 그대가 도에서 내려오지 않으면 나는 그대를 벨 것이다.”
조달은 악이 치성하자 앙화가 이루어져서 산 채로 태산지옥에 들어갔고, 부인도 악을 하였으니, 다 죽어서 3악도에 빠졌다.
3악도에서도 착하게만 하면 모두 천상에 오를 수 있나니, 비록 높은 영화로운 자리에 처하였더라도 원악(元惡)을 품는다면 3악도에 있으면서 부처님의 한 말씀을 지키는 것만 못하리라.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사람들에게 착하게 하도록 가르친 천왕은 나였고, 사람들에게 악하게 하도록 가르친 마천(魔天)은 조달이었느니라.”
보살은 예지(銳志)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정진함이 이와 같았다.

70
살룡제일국경(殺龍濟一國經)

예전에 보살이 형제가 뜻을 같이하여 함께 도를 배웠다. 모든 부처님의 미치기 어려운 행을 사모하고, 경을 외우며 뜻을 해석하여 6도의 어둠을 열어서 인도하였다. 단련하여 속에 때를 없이 하고 지관(止觀)으로 고요히 정(定)을 닦았다.
매양 모든 나라에서 3존을 모르는 데가 있으면 곧 가서 교화하여 6도무극의 바르고 참된 묘행을 받들게 하였다.
그때 큰 나라가 있었다. 그 나라의 왕은 도를 좋아하였으나 여러 요괴들이 유혹하여 사특하고 거짓됨을 가르치니, 온 나라가 그 풍교(風敎)를 받들어 다 못된 도를 섬기니, 바람과 비가 제때에 아니오고 요괴로운 일이 끊어지지 않았다.
보살 형제가 서로 말하였다.
“우리 본국은 3존의 교화가 행하여 사람마다 10선(善)을 품어서 임금은 어질고 신하는 충성하며, 아버지는 의롭고 아들은 효도하며, 남편은 미더웁고 아내는 절개를 지키며, 집집에 현명한 자가 있으니, 우리가 다시 누구를 교화할 것인가. 그런데 저 나라는 요괴한 것을 믿고, 교룡(蛟龍)이 있어서 백성을 잡아먹으니 슬피 울부짖어도 구원할 이가 없으니, 대저 뜻을 세워서 부처되기로 구함은 이러한 무리들을 위한 것이라. 도로써 교화하고 어짊으로써 깨우쳐야 하며, 교룡은 흉악한 독을 머금었으니 우리가 꺾어야 하겠다.”

동생이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죽이는 것을 흉학의 큰 것으로 경계하시고, 살리는 것을 인도(仁道)의 으뜸이라 하셨으니 어찌 그렇게 해야 합니까?”
형이 말하였다.
“대체로 한 사람을 잔해하는 것은 그 죄가 백 겁에 뻗치지만 용이 한 나라를 삼킨다면 항하사 겁을 마쳐도 그 재앙이 없어지지 않을 것을 나는 두려워한다. 구차스럽게 작은 맛과 순간의 이익을 탐하다가 태산지옥에서 태워지고 지져지는 허물을 보지 못하는 것을 나는 마음으로 슬퍼한다.
사람으로 태어남을 얻기 어렵고 불법을 듣기 어려우니, 용을 제거하여 나라를 건져서 3존의 6도무극 높은 행으로써 인도하면 화는 실낱과 털끝 같고, 복은 하늘과 땅보다 크리라. 너는 코끼리로 화하여라. 나는 사자가 되리라. 두 목숨이 죽지 않으면 이 나라는 건지지 못하리라.”
그리고는 시방에 머리를 조아리고 맹세하였다.
“중생이 편안치 못한 것은 나의 허물이옵니다. 우리가 뒤에 부처가 되어서 마땅히 일체를 건지오리다.”
사자가 코끼리를 타고 용이 있는 데로 나아가니 용이 곧 힘을 떨쳐 번개가 번쩍이고 뇌성이 진동하였으며, 사자가 뛰며 소리지르니 용의 신령한 위업과 사자의 혁혁한 세력으로 대지가 진동하였고, 세 목숨이 끊어지니, 모든 하늘이 착함을 일컬었고, 어짊을 찬탄하지 않음이 없었다.
두 보살은 마침내 제4 천상에 태어났다.

한 나라가 목숨을 온전히 하니 주검을 안고 슬퍼하면서 말하였다.
“이는 반드시 신인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누가 이렇듯 어질겠느냐?”
문도(門徒)들이 찾아다니다가 스승이 넓은 자비로 몸을 죽여 무리를 건지는 것을 보고는 애통하여 덕을 칭송하면서 각각 또 나아가서 스승의 도화(道化)를 펴니, 왕과 신민들이 비로소 부처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온 나라가 모두 말하였다.
“부처님의 어지신 교화가 이렇게까지 거룩하시도다.”
두 주검을 장사지내면서 온 나라가 애통해 하였다.
왕이 곧 명령하였다.
“부처님의 6도무극과 10선을 받들지 않고 요귀를 섬기는 자가 있으면 죄를 들어서 권속도 함께 벌하리라[擧眷屬同].
이렇게 한 뒤로는 나라에 천 명의 사문이 있게 되어 어깨를 나란히 하고 다녔으며, 국내의 남자와 여자들이 다 청정한 신앙과 높은 수행을 하니, 사방이 편안하여 드디어 태평시대를 이루었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형은 나였고, 아우는 미륵이었으며, 독룡은 조달이었느니라.”
보살은 예지(銳志)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정진함이 이와 같았다. [죄를 들어서 권속도 함께 벌하리라(擧眷屬同)”는 거란본[丹本]에는 “죄가 독룡과 같을 것이다(與★同)”로 되어 있다.]

71
미륵위여인신경(彌勒爲女人身經)

예전에 보살이 천제석이 되어 자리가 존귀하고 영화가 높았다. 그 뜻은 언제나 무상(無常)ㆍ고(苦)ㆍ공(空)ㆍ무아(無我)라는 생각에 두어서 앉으면 참선을 하였고, 노닐면 교화를 하여 어리석음을 가엾이 여겼고, 슬기로움을 사랑하였으며, 지혜로써 가르치고 정진함을 쉬지 않았다.
그의 옛 벗이 부인의 몸을 받고 부호의 아내가 되어서 재물과 색에 혹하여 항상함이 없음을 알지 못하고, 저자에서 점포에 앉아 있었다.
제석이 장사꾼으로 화하여서 살 것이 있는 것처럼 하고 부인 앞에 와서 머물렀다. 부인이 기뻐서 아이로 하여금 달려가서 의자를 가져다가 앉게 하려 하였다. 상인이 부인을 자세히 보면서 웃었다.
부인은 높은 지조가 있는지라, 속으로 상인을 괴상하게 여기고 웃고 있는 것을 마땅치 않게 생각하였다.
아이가 의자를 가지고 오는 것이 더뎠으므로 돌아오자 곧 때리니, 상인이 보고 웃고 있었다. 곁에 한 아이가 작은 북을 치면서 뛰고 노니 상인이 보자 또 웃고 있었다. 아버지의 병 때문에 아들이 소를 잡아 놓고 귀신에게 제사지내는 것을 보자 상인이 또 웃었다.

한 부인이 어린아이를 안고 배회하다가 시장을 지나게 되었는데 아이가 얼굴을 할퀴어 피가 목으로 흘렀다. 상인이 이것을 보고 또 웃으니, 부호의 아내가 물었다.
“그대가 내 앞에서 웃음을 그치지 않는데, 내가 아이를 때린 것은, 그대 때문에 때릴 뜻이 일어난 것이거늘 그대는 어째서 웃는 것입니까?”
상인이 말하였다.
“그대는 나의 좋은 친구였는데 그대는 잊어버렸는가?”
부인이 의아해 하며 마음으로 더욱 기뻐하지 않고 상인의 말을 해괴하게 여기니, 상인이 또 말하였다.
“내가 아이를 때리는 것을 보고 웃은 것은 아이가 그대의 아버지였는데 혼령이 돌아와서 감응하여 그대의 아들이 되었기 때문이다. 한 세상만 지나도 아버지가 있어도 알지 못하니, 어찌 하물며 장구한 일이리요.
작은 북을 치는 아이는 먼저는 소였는데, 소가 죽어서 영혼이 돌아와 주인의 아들이 된 것이오. 집에서 그 소의 가죽으로 북을 만들었는데, 아이가 이제 그 북을 가지고 놀면서 그 가죽이 제 옛 몸이었음을 모르니, 그래서 웃었소.
소를 죽여서 제사하는 자는 아버지의 병이 낫기를 바라면서 삶을 구하는 데 죽임으로써 하니 상서롭지 못함이 더 심할 수 없는지라, 마치 짐새의 독[鴆毒]을 먹여서 병을 구원하려는 것과 같소. 이 아버지는 곧 죽을 것이며, 죽어서 소가 되어 여러 세상에서 도살당하는 앙화를 받아서 그침이 없을 것이며, 이제 희생되는 소는 죽어서 영혼이 사람으로 태어나서 근심과 고통을 면할 것이니, 그래서 또 웃은 것이오.
어머니의 얼굴을 할퀸 아이는, 아이가 본래 첩이었고 어머니는 본처였는데, 여자의 마음이 음란하고 질투가 강하여서 항상 가혹한 짓을 했기 때문에 첩이 원한을 품고 죽어서 본처의 자식으로 태어나서 이제 원수를 갚느라고 얼굴을 할퀴어 몸을 상해하건만 감히 원망도 하지 못하니, 그래서 웃은 것이오.

대저 중생의 마음이란 항상함이 없는지라, 전에 미워하던 것을 지금 사랑하니, 어찌 항상함이 있다 하겠소? 이런 것은 모두 한 세상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보고도 알지 못하니, 하물며 여러 겁이리요.
경에서 말씀하시기를, ‘색(色)으로써 스스로 가리는 자는 큰 도에 눈이 어둡고, 삿된 소리를 오로지 듣는 자는 부처님 소리의 메아리를 듣지 못한다’고 하셨나니, 내가 그래서 웃는 것이오.
세상의 영화란 번개와 같아서 황홀하다가 곧 없어지는 것이니, 마땅히 항상됨이 없음을 깨닫고 어리석은 자와 함께하지 말며, 덕과 지조를 높이고 6도무극 묘행을 닦아야 하오. 나는 이제 돌아갔다가 훗일에 반드시 그대의 집에 갈 것이오.”
말을 마치고는 홀연히 보이지 않았다.
부인이 허전한 마음으로 돌아가서 재계를 엄숙히 하고 오기를 바라니 온 나라가 다 그 일을 듣고서 왕과 관료들이 기쁘게 초청하려 하였다.

상인이 뒤에 과연 그의 문 앞에 나타나니 형상이 추하고 의복이 남루하였는데, 말하였다.
“나의 친구가 안에 있으니 그대가 불러오라.”
문에 있던 사람이 들어가서 모습을 자세히 말하였다.
부인이 나와서 말하였다.
“그대는 나의 친구가 아니다.”
제석이 웃으면서 말하였다.
“모양이 변하고 옷이 바뀌기만 하여도 그대는 모르는데 하물며 세상을 달리하여 이 몸을 버리고 저 몸을 받음이리요.”
거듭 말하였다.
“그대는 부지런히 부처님을 받들라. 부처님 때를 만나기 어렵고, 수행 높은 비구에게 공양하여 섬기기 어려우니, 목숨이 호흡 사이에 있는 것을 알고 세상을 따라서 미혹함이 없도록 하오.”
말을 마치고는 보이지 않았다.
온 나라가 기뻐하고 찬탄하였으며, 각각 6도무극의 높고 묘한 행을 닦았다.

부처님께서 추로자(鶖鷺子: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부인은 미륵이었고, 제석은 나였느니라.”
보살은 예지(銳志)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정진함이 이와 같았다.

72
여인구원경(女人求願經)

예전에 보살이 여인이 되었다. 그 남편이 사람됨이 사납고 어리석고 투기하여 매번 장사하러 나갈 때면 아내를 이웃 홀어머니에게 부탁하였다.
홀어머니는 부처님 계율을 받들어 청정한 신앙의 수행을 하였다.
그때 부처님께서 나라에 들어오시니, 왕과 신민들로서 계를 받지 않는 이가 없었다. 홀어머니가 경을 듣고 돌아와서 부인을 위하여 말하여 주니, 부인이 기뻐서 찬탄하였다.
“이는 곧 위없는 정진도(正眞道)ㆍ최정각자(最正覺者)이십니다.”
홀어머니에게서 부처님 말씀을 듣고 곧 멀리서 머리를 조아렸다.
재일(齋日)에 홀어머니가 말하였다.
“가서 부처님의 교화를 듣지 않겠는가?”
부인이 기뻐서 좋다고 하고 성밖에까지 찾아가다가 문득 남편의 질투를 생각하고 마음이 불안하여 집으로 돌아와서 스스로 한탄하였다.
“내 죄가 무겁기도 하다.”
홀어머니가 돌아와서 말하였다.
“하늘ㆍ용ㆍ귀신ㆍ제왕ㆍ신민들이 모두 경을 듣고, 어떤 이는 사문의 4도(道)를 얻고, 어떤 이는 보살의 수기를 얻었는데, 부처님 때를 만나기 어렵고, 경의 법을 듣기 어렵거늘 자네는 어째서 가다가 돌아왔는가?”
부인이 부처님의 덕을 듣고 눈물을 흘리면서 남편의 투기에 대하여 말하였다. 홀어머니가 시험삼아 한번 가 보자고 하니, 부인이 공손히 허락하였다.

다음날 홀어머니를 따라가서 부처님을 뵙고 오체를 땅에 던져 절하고 물러서서 마음을 고요히 하여 부처님 상호를 보고, 부처님께서는 청정하신 참으로 옳은 천존(天尊)이라고 생각하였다.
부처님께서 여인에게 물으셨다.
“너는 무슨 소원으로 왔느냐?”
곧 머리를 조아리고 대답하였다.
“저는 부처님께서 위없는 정진도ㆍ최정각ㆍ도법어ㆍ천인사가 되시어 덕이 항하사 같으시고, 지혜가 허공과 같으시며, 6통(通)ㆍ4달(達)로 일체지혜를 얻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짬을 내어 세존께 청하오니 원컨대 부처님께옵서 저를 불쌍히 여기옵소서.”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부처는 일체를 위하여 보호하시니 네 원하는 바를 들어 주겠노라.”
여인이 머리를 조아리고 아뢰었다.
“대저 사람이 세상에 처하여 본래의 무(無)를 얻지 못한 자들은 다 애욕 때문에 짝을 지어 함께 삽니다. 저는 세세에 높은 덕이 있는 이와 함께 살면서 뜻을 같이하여 질투하는 일이 없게 하여 주소서. 둘째는 몸ㆍ입ㆍ뜻ㆍ행동의 단정함이 세상에서 뛰어나게 하소서. 셋째는 세세에 정성껏 3존을 받들고 마음의 때가 날마다 없어지며, 도에 나아가되 게으름이 없도록 하시며, 모든 부처님께서 도와주시며, 사특한 무리들이 막을 수 없게 하옵시며, 반드시 일체 지혜를 얻어서 중생의 어려움을 건지게 하소서.”
부처님께서 찬탄하셨다.
“훌륭하다, 훌륭하다. 네게 원대로 얻게 하여 주리다.”
여인이 크게 기뻐하며 머리를 조아리고 제 처소로 돌아왔다. 그의 남편은 장사하러 나갔다가 배를 타고 물길로 돌아오는데 마땅히 그날 도착해야 되는데, 천제가 아내의 높은 행과 둘도 없는 발원을 보고는 기뻐서 칭찬하고 바람과 비를 일으켜서 그 배를 멈추게 하여 그 다음날 돌아왔다.

부인이 뒤에 목숨을 마치고 영혼이 도(道)가 있는 집에 태어나니 용모가 아름다워 세상에서 빛났다. 자라서 나라의 유사(儒士)의 아내가 되니, 나라에서 높고 어짊을 칭송하였다.
그때 남편은 바다에 들어가서 보배를 채취하여 궁한 백성을 구제하고자 하였다. 아내는 집에서 예절로써 스스로 지키니 마치 성이 도둑을 막는 것과 같았다. 국왕의 후비(后妃)와 대신의 처첩이 우러러 본받지 아니함이 없어서 문에 구름처럼 모여들어서 부인의 덕의(德儀)를 본받았다.
아내가 밤에 자다가 깨어서 생각하니 세상이 덧없었다.
‘영화와 부귀가 허깨비와 같으니 누가 얻어서 길게 누릴 것인가. 몸은 흙 배[坏舟]인데 정신을 거기 실었으니, 마치 달 그림자를 잡아서 하늘의 보배를 구하려는 것과 같은지라, 마음만 수고롭고 몸은 고달플 뿐, 내게 무슨 유익함이 있으랴. 꿈과 허깨비는 다 공한 것이라 천신(天神)의 세상의 영화도 그 결말이 이와 같도다. 내일 새벽에는 마땅히 위없는 바르고 참된, 하늘 중의 하늘을 찾아서 내 스승을 삼으리라.’
새벽에 일어나서 보니 뜰에 석탑이 있었다. 불상이 금빛으로 빛났고, 벽에는 경이 새겨져 있었는데, 부처님을 찬탄하여 “여러 성인들의 스승으로서 삼계에 독보(獨步)하신다”는 것이었다.
아내가 기뻐서 찬탄하였다.
“이는 곧 여래ㆍ응의ㆍ정진도ㆍ최정각자이시다.”
오체를 땅에 던져 예배하고 세 번 돌고 꽃을 흩고 향을 피우고 등을 켜서 비단을 달고, 새벽마다 밤마다 엄숙하게 정성껏 머리 조아려 공손히 예배하니, 왕후와 나라의 부인들이 그 청정한 바람을 받아서 삿된 것을 물리치고 참된 것을 숭상하였다.

이웃에 흉물스런 장사꾼 남자가 있었다. 이 부인의 남편을 만나서 말하였다.
“그대의 아내가 요망하고 헛된 데로 나아가서 귀신의 사당을 세우고 조석으로 향을 피우면서 괴상한 술법으로 저주하여 그대로 하여금 죽기를 원하니 상서롭지 못함이 이보다 더 심하랴.”
남편이 돌아가니 아내가 말하였다.
“내가 얼마 전 하룻밤에 세상이 덧없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런데 새벽에 보니 높고 신령하며, 위없는 바르고 참된 어른의 절묘한 형상이 가운데 뜰에 와 있어서 내가 이제 받들어 향을 피우고 등불을 켜고 비단을 달고 꽃을 바치고 조석으로 예배하여 머리 조아리고 귀의하오니, 당신도 마땅히 섬기면 반드시 성인의 법에 합치될 것입니다.”
남편이 크게 기뻐하고 일심으로 엄숙히 또 정성껏 하였다.
나라 사람들이 크거나 작거나 모두 그 교화를 받들어 이와 같이 하기를 8만 4여 년 동안 하였다.

부처님께서 추로자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부인은 나였고, 남편은 미륵이었으며, 홀어머니는 사리불이었고, 이웃의 흉물스런 남자는 조달이었느니라.”
보살은 예지(銳志)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정진함이 이와 같았다.

73
연등수결경(然燈授決經)

예전에 보살이 여인이 되었다. 젊어서 과부가 되어 수절하면서 3존께 귀의하였다. 가난하게 살면서 도를 즐겼고 정진을 게을리 하지 않았으며, 옳지 않은 이익을 없이하고, 기름 장사를 생업으로 하였다.
그때 어떤 사문이 나이가 서쪽으로 기운 석양과 같았는데 뜻을 높은 행에 두고 문학(文學)에는 겨를이 없으니, 속마음이 사악한 무리들은 무명(無明)이라고 하여 예경하는 데도 편벽됨이 있어서 다 갖추지 않았다. 그런데 마유(麻油)를 구걸하여 부처님 앞에 바치니, 홀어머니가 그것을 알고 하루도 빼지 않고 기름을 주었다.

한 비구가 부처님께 머리를 조아리고 합장하고 여쭈었다.
“저 늙은 비구가 비록 지혜는 적으나 계율을 갖추고 행이 높습니다. 등을 켜서 정성껏 공양하옵는데 뒤에 어떠한 복을 얻겠나이까?”
세존께서 칭찬하셨다.
“잘 물었다. 저 늙은 비구는 무수겁을 지나서 마땅히 여래ㆍ무소착ㆍ정진도ㆍ최정각이 되어서 정수리에 겹광명[重光]이 있고 삼계를 인도하여서 득도(得度)하는 중생이 헤아릴 수 없이 많으리라.”
홀어머니가 소식을 듣고 부처님 처소로 달려가서 머리를 조아리고 아뢰었다.
“비구가 등에 켠 기름은 제가 바친 것이옵니다. 그가 앞으로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를 얻어서 중생을 인도하여 신묘한 본래의 무(無)로 돌아가게 하리라 하시오니, 하늘ㆍ사람ㆍ귀신ㆍ용들로서 좋아하지 않는 것이 없나이다. 저를 불쌍히 여겨 다시 제게도 수기를 주옵소서.”
부처님께서 여인에게 말씀하셨다.
“여인의 몸으로는 부처ㆍ연각ㆍ벽지불ㆍ범천ㆍ제석ㆍ마천ㆍ비행황제가 되지 못하나니, 이러한 어른은 높고 높아서 여인의 몸으로 얻어질 바가 아니다. 이를 얻고자 하거든 마땅히 더러운 몸을 버리고 청정한 몸을 받아야 하느니라.”
여인이 머리를 조아리고 아뢰었다.
“이제 이 몸뚱이를 버리겠나이다.”

집으로 돌아가서 깨끗이 목욕하고 멀리 절하면서 말하였다.
“대저 몸뚱이라는 것은 4대(大)가 화합하여 있는 것인데, 내가 오래 보전할 수 없다.”
누각에 올라서 소원하였다.
“이제 이 더러운 몸을 굶주린 중생에게 바치오니, 원컨대 남자의 몸을 얻어서 수기를 받고 부처가 되게 하옵소서. 만약 혼탁한 세상에 어두운 중생으로서 바름을 등지고 삿된 데로 향하여 부처를 알지 못하는 자가 있으면 제가 마땅히 저 세상에 있어서 건지겠나이다.”
높은 데서 몸을 던지니 보는 자가 소름이 끼쳤다. 부처님께서 지극한 뜻을 아시고 땅을 화하여 부드럽게 하시니, 마치 하늘의 보료와 같았다. 몸을 보니 상한 데가 없는데 곧 그대로 남자가 되었는지라 그 기쁨이란 한량이 없었다.
부처님 처소에 달려가서 뛰면서 아뢰었다.
“세존의 은혜를 입어서 이미 청정한 몸을 얻었사오니 원컨대 가엾이 여기시와 제게도 높은 수기를 주옵소서.”
부처님께서 찬탄하셨다.
“네 용맹은 세상에 희유하다. 반드시 부처가 될 것이니 의심을 품지 말라. 등불을 켠 비구가 부처가 될 때 마땅히 네게 불호(佛號)를 주리라.”
하늘ㆍ사람ㆍ귀신ㆍ용들이 장차 이 사람이 부처가 되리라는 것을 듣고 다 그를 향하여 절하여 축하하고 처소로 돌아가서 감탄하면서 각기 정진을 더하였다. 그때 중생을 발심시킨 것이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었다.

부처님께서 추로자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늙은 비구는 정광(錠光)부처님이었고, 홀어머니는 나였느니라.”
보살은 예지(銳志)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정진함이 이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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