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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육도집경 3권

출처 수집자료

 

육도집경 제3권

오 강거국 사문 강승회한역

1. 보시도무극장 ③ [여기에 11장이 있음]

15
이와 같이 들었다.

한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는데,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예전에 국왕이 있었는데 화묵(和黙)이라 하였다. 왕이 행동이 어질고 평등하여 백성을 자식같이 사랑하였으며, 바른 법으로 나라를 다스리니, 백성에게 원망하는 마음이 없었다.
그 나라는 넓고 커서 군(郡)과 현(縣)이 매우 많고 경계가 치성하였으며, 오곡이 풍성하게 익고 나라에 재난이 없었으며, 수명은 8만 세였다.
화묵성왕이 밝게 궁중의 황후ㆍ귀인ㆍ백관ㆍ시자로 하여금 법도를 지키는 신하가 되게 하고, 바른 법으로써 가르쳐서 각기 맡은 바 부서를 다스리게 하였다.
왕이 항상 인자한 마음으로 중생을 불쌍히 생각하여 그 어리석고 어둡고 미치고 어긋나서 스스로 타락하는 이를 슬퍼하여 도가 있는 근원을 찾아 기쁘게 보태지 않음이 없었으며, 중생을 불쌍히 여겨 보호하기를 제석(帝釋)과 같이 하였다.
살생ㆍ도둑질ㆍ음탕함ㆍ이간하는 말ㆍ욕설ㆍ거짓말ㆍ꾸밈말ㆍ질투ㆍ성냄ㆍ어리석음, 이와 같은 사나운 것을 마음에 남겨 두지 않고, 부모에게 효순하고, 구친(九親)을 경애하며, 현자를 찾아 따르고, 성인을 높이며, 부처를 믿고, 법을 믿고, 사문의 말을 믿고, 선에는 복이 있고, 악에는 재앙이 있음을 믿는, 이 충성되고 바른 10선(善)의 밝은 법을 자신이 행하고, 후비(後妃)와 천첩(賤妾)에 미치도록 엄중히 신칙하여 다 높이 받들게 하고, 서로 거느려 선을 하게 하였으며, 4진(鎭)에 포고하여 신하와 백성이 모두 지니어 외우고 마음으로 잡아 행하게 하였다.

나라에 가난한 자가 있어서 곤궁함을 참을 수 없었다. 잘못된 계획으로 도둑질을 하였더니, 주인이 붙들어서 위에 보고하였다.
왕이 물었다.
‘네가 도둑질을 했느냐?’
도둑이 말하였다.
‘도둑질을 했습니다.’
‘네가 무엇 때문에 도둑질을 했느냐?’
‘실은 빈곤해서 스스로 살 수가 없어서 성현의 밝은 법을 어기고 불로 뛰어드는 도둑질을 했습니다.’
왕이 연민히 여기면서 그 솔직함을 가상히 여기고, 속으로는 부끄러워 하며 길게 탄식하였다.
‘백성이 굶주린 것은 곧 내가 그를 굶주리게 한 것이요, 백성이 추운 것은 곧 내가 그를 벌거벗게 한 것이다. 내 힘으로 능히 나라에 가난한 자가 없게 하리니, 백성의 고락이 내게 달렸도다.’
곧 나라에 큰 사면[大赦]을 베풀고 창고의 재물을 내어 곤핍한 자에 보시하니, 주리고 목마른 자에게는 먹고 마시게 하였으며 추운 자에게는 옷을 입게 하였고, 병든 자에게는 약을 주었으며, 전원ㆍ사택ㆍ금은ㆍ구슬ㆍ수레ㆍ말ㆍ소ㆍ돈을 구하는 대로 주었다. 나는 새, 달리는 짐승, 뭇 벌레, 오곡, 꼴풀 따위도 또한 좋은 대로만 되어 주었다.

왕이 보시를 한 뒤로부터 나라가 풍족하고 백성이 부하였으며, 서로 도로써 거느리니, 백성으로서 죽이는 자와, 남의 재물을 훔치거나, 남의 부녀를 간음하거나, 이간하는 말ㆍ욕설ㆍ거짓말ㆍ꾸밈말을 하거나, 질투하고, 성내고, 어리석거나 한 자가 없어서 흉악하고 미련한 마음이 조용히 사라졌으며, 다 부처를 믿고 법을 믿고 사문을 믿고, 선을 하면 복이 있고 악을 지으면 앙화가 있다는 것을 믿어서 온 나라가 화락하니, 채찍과 몽둥이가 없어지고, 원수와 적이 신하가 되니, 무기가 창고에서 썩었으며, 감옥에는 매어 있는 죄수가 없으매 사람들이 모두 선을 칭송하며 우리가 때를 만나 태어났다고 하였다.
하늘ㆍ용ㆍ귀신이 돕고 기뻐하여 그 나라를 보호하지 않음이 없어 독해(毒害)가 말라 없어지고, 오곡이 풍성하게 익었으며, 집집이 남는 재물[餘財]이 있어서 왕은 속으로 혼자 기뻐하여 오복을 얻었으니, 첫째는 장수(長壽)요, 둘째는 얼굴이 빛나서 날마다 좋아짐이요, 셋째는 덕의 기운이 펄방 상하에 가득함이요, 넷째는 무병하고 기력이 날로 느는 것이요, 다섯째는 국경이 안온하여 마음이 항상 즐거운 것이었다.

왕은 뒤에 목숨을 마쳤는데도 건강한 사람처럼 잘 먹고 편안히 누웠다가 홀연히 도리천상에 태어났다. 그 나라 인민들은 왕의 10계를 받들어 지옥ㆍ아귀ㆍ축생도에 들어가는 자가 없어서 목숨이 다하면 혼령이 모두 하늘에 올랐다.”

부처님께서 모든 사문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화묵왕이란 바로 나였느니라.”

모든 사문들이 경을 듣고 다 크게 기뻐하면서 부처님께 절을 하고 물러갔다.

16
불설사성경(佛說四姓經)

이와 같이 들었다.

한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이때 4성의 집이 숙명의 재앙을 만나서 가난이 더욱 심하여 풀 옷과 풀 자리에 나물 죽을 먹었으며, 지극히 곤궁하였으나 무도한 집에 발을 옮기지 않았고, 손으로는 무도한 은혜를 잡지 않았으며, 지조와 행실이 청정하여 여러 사특한 것이 그 마음을 물들이지 못하였으며, 아침에 배우고 저녁에 익혀 경과 계율을 입에서 놓지 않았으니, 세존께서 칭찬하시는 바요, 여러 지혜 있는 이가 공경하는 바였다. 비록 옷과 밥을 자기의 몸과 입에는 공급하지 못하여도 성중(聖衆)께는 봉양하였으니, 나물 죽이거나 풀 자리거나 집에 있는 것에 따라서 하되 하루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모든 사문들이 말하였다.
“4성이 빈곤하여 항상 주린 빛이 있는데 우리들이 저 사람의 공양[常食]을 받을 수가 없다.
경에서 말씀하시기를 ‘사문이 일심으로 참[眞]을 지키고 계를 갖추고 수행이 높아서 뜻이 천금(天金)과 같으며, 재색(財色)을 보배로 여기지 아니하고 오직 경을 보배로 여겨 6기(飢)를 없앤다고 하셨으니, 그러므로 맹세하여 제근(除饉)이 되니, 어찌 걸식[分衛]을 부끄러워하여 행하지 않으랴’ 하셨다.
함께 부처님께 나아가서 본말(本末)을 진술하니, 세존께서 잠자코 계셨다.

뒷날 4성이 정사(精舍)에 나아가 절하고 나서 한쪽에 앉으니, 부처님께서 모든 사문들이 전에 말씀 드리던 일을 생각하시고 4성에게 물으셨다.
“어떻게 날마다 인자하게 보시하여 비구들을 공양하는가?”

대답하였다.
“그러하옵니다. 온 집이 날마다 공양을 하지만 다만 한스러운 것은 사는 것이 가난하여 나물 죽과 풀 자리에 성현들을 왕림하시게 하는 것이니, 아뢸 말씀이 없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시의 행에 오직 네 가지 뜻이 있으니, 인자한 마음으로 상대방에 향하고, 가엾어하는 마음으로 뒤따라 불쌍해 하며, 상대방이 성도(成度)함을 기뻐하고, 중생을 보호하여 구제하는 것이니, 비록 보시하는 것이 작고 박할지라도 그 뒤에 태어나는 곳은 의레 천상이나 인간 두 길이일 것이며, 원하는 바가 자연스러워서 눈에는 빛이요, 귀에는 소리이며, 코에는 향기요, 입에는 맛이며, 몸에는 옷이요, 마음에는 다 기쁨이니, 궁핍함을 두려워 말라.
만약 보시를 하되 야박하고 또 마음이 기쁘지 않으면 뒤에는 그 복을 얻더라도 아주 엷은 복이어서 관의 지위나 7보가 족히 영화롭지 못하며, 박한 가운데 처하여서 마음이 또 인색하게 검박하여 감히 입지도 먹지도 못하고 걱정스럽고 조마조마하여 언제나 기쁨을 누리지 못하며, 배는 고프고 몸은 추워서 혹 걸인(乞人)과 같이 헛되이 살다가 헛되이 죽나니, 선으로써 스스로 도와 줌이 없느니라.
만약 보시를 좋아하기는 하나, 마음이 정성되지 않아서 교만하여 스스로 뽐내며, 몸으로 공경하지 아니하고 비단같이 빛나는 이름이나 구하여 멀리 자기를 드날리고자 한다면 뒤에 조그마한 재산이 있어도 세상 사람들은 공연히 큰 억대의 부자라고 떠들며, 안으로는 강제로 빼앗길까 두려워하여 입는 것도 항상 형편이 없고, 먹는 것도 단 것을 맛보지 못하다가 또한 헛되이 나서 헛되이 죽게 된다. 비구는 일찍이 그 문을 밟은 적이 없으며, 멀리 3존(尊)을 떠나 항상 악도(惡道)에 가까워지느니라.
좋은 것으로써 보시하며, 4등(等)으로 공경하여 받들되 손수 스스로 짐작하여 하고, 뜻을 3존에 두며 중생으로 하여금 부처님을 만나고 하늘에 오르게 할 것을 서원하면 고통과 독이 없어져서 후세에 태어나는 것이 원하는 대로 되며, 부처님을 만나고 하늘에 나는 것이 반드시 원하는 대로 되느니라.”[이 장의 별본(別本)이 「살화단왕경(薩和檀王經)」 뒤에 있음.]

17
예전에 바라문이 있었으니 이름은 유람(維藍)이었다. 영화가 높고 지위가 높아서 비행황제(飛行皇帝)가 되었다. 재물이 헤아릴 수 없고 본래 보시를 좋아하여 얼굴빛이 좋은 유명한 여인과 세상에 빛나는 옷을 남에게 베풀어 주었다. 금 발우에는 은 싸라기를 담았고, 은 발우에는 금 싸라기를 담았으며, 깨끗이 씻은 항아리와 소반에는 4보(寶)가 서로 섞여 있었고, 금 솥ㆍ은 솥 안에는 온갖 맛있는 것이 있었다.
진수(秦水)라는 이름난 소를 모두 황금으로써 옷을 입혔고, 뿔이 하나인 소는 날마다 4되의 젖이 나왔고, 모두 송아지가 딸려 있었다.
보배 옷을 짜서 만드는데 밝은 구슬을 솔기에 달아 엮었고, 평상과 걸상과 휘장에 보배로 장식한 것이 눈이 부셨다.
훌륭한 코끼리와 말에는 금과 은으로 안장과 굴레를 하였고, 여러 가지 보배로 얽은 모든 수레에 꽃 일산과 호피(虎皮)로 된 자리와 글과 무늬를 조각한 것이 좋지 않은 것이 없었다.
유명한 여인으로부터 보배 수레에 이르기까지 한가지 한가지에 각각 1,084개씩 있는 것을 사람에게 베풀어 주니, 유람의 인자한 은혜를 팔방과 상하의 하늘ㆍ용ㆍ선한 신들이 도와 주고 기뻐하지 않음이 없었다.

저 유람과 같이 보시하여 서민들을 구제하되 그 목숨이 다하도록 날마다 피로도 게으름도 없이 하더라도 그것이 하루 동안 계를 갖춘 한 청신녀에게 공양하는 것만 못하니, 그 복이 전자보다 배나 되어서 헤아릴 수 없다.
또 청신녀 백 명에게 보시하는 것이 계를 갖춘 청신남(淸信男) 한 사람에게 한 때의 밥을 대접하는 것만 못하고, 계를 갖춘 남자 백 명에게 보시함이 계를 갖춘 비구니에게 밥 한 끼니를 보시함만 못하며, 비구니 백 명에게 보시함은 수행이 높은 사미 한 사람에게 밥을 대접하는 것만 못하고, 사미 백 명에게 보시함이 계행을 갖추어 마음에 더러움과 흐림이 없고 안팎이 청결한 사문 한 사람에게 보시함만 못하다. 범인(凡人)이 기왓장과 돌 같다면, 높은 계행을 갖춘 자는 명월주(明月珠)와 같으니, 기왓장과 돌이 천하에 가득하여도 진주 하나만 못한 것과 같다.

또 유람과 같이 많은 보시로 계행을 갖춘 많은 사람에 미치게 하더라도 그것이 구항(溝港) 한 사람에게 공양하는 것만 못하고, 수다원 백 사람에게 하는 것이 빈래(頻來)한 사람에게 공양하는 것만 못하고, 사다함 백 사람에게 하는 것이 불환(不還) 한 사람에게 공양하는 것만 못하고, 아나함 백 사람에게 하는 것이 응진(應眞) 한 사람에게 공양하는 것만 못하다.

또 유람이 앞에서 한 보시와 모든 성현에 밥을 공양한 것과 같은 것은 그 어버이를 효성(孝誠)으로 섬기는 것만 못하니, 효성이란 그 마음을 다하여 밖으로 나[私]를 없이 하는 것이다.
백 세(世)를 어버이에게 효도하는 것이 한 벽지불에 공양하는 것만 못하고, 벽지불 백 명에게 공양하는 것이 한 부처님께 공양하는 것만 못하며, 부처님 백 분께 공양하는 것이 한 절을 세우고 3보를 지켜 스스로 귀의하는 것만 못하니,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고 비구승에 귀의하며, 인(仁)을 다하여 살생을 아니하고, 청백을 지켜 훔치지 아니하며, 정조를 지켜 다른 이의 아내를 범하지 아니하고, 신의를 받들어 속이지 아니하며, 효순(孝順)하여 술에 취하지 않는다. 5계를 지키며, 달마다 6재를 받들면 그 복이 높고 높아서 저 유람이 만 가지 명물을 보시하고 성현에게 공양한 것보다 나아서 헤아리기 어렵다.

계(戒)만을 지키는 것도 평등한 마음으로 중생을 자육(慈育)하는 것만 못하니, 그 복이 다함이 없다.
비록 나물 죽과 풀 자리라 하더라도 3보를 받들어 스스로 귀의하고, 4등심(等心)을 품고, 5계를 갖추어 가지면 산과 바다는 저울질하고 헤아릴 수 있을지라도 이 복은 헤아리기 어렵다.

부처님께서 4성에게 말씀하셨다.
“유람을 알고자 하느냐? 곧 내 몸이었느니라.”

4성이 경을 듣고 마음이 크게 기뻐서 절하고 갔다.

18
예전에 보살의 몸이 사슴의 왕이 되었는데, 그 몸이 키가 크고 컸으며, 몸에 털이 오색이었으며, 굽과 뿔이 기묘하고 아름다워 뭇 사슴이 복종하니 수천의 무리가 되었다.
국왕이 사냥을 나가니 뭇 사슴이 분산하여 바위에서 떨어지고 구렁에 빠지며, 나무에 부딪치고 가시에 찔리며, 부러지고 깨어지고 죽고 상하고 하며 죽은 것이 적지 않았다.
사슴의 왕이 보고 목메어 말하였다.
“내가 무리의 장(長)이 되어 가지고, 의당 밝게 생각하여 땅을 택하여서 놀아야 했거늘 다만 좋은 풀만을 위하여서 여기에 머뭇거려 여러 어린 것들을 죽게 하였으니 죄는 내게 있다.”
그리고는 곧바로 스스로 나라에 들어가니 나라 사람들이 모두 보고 말하였다.
“우리 임금님이 지극히 어지신 신 덕이 있으셔서 신록(神鹿)이 조회하러 온 것이다.”
곧 나라의 상서로 여겨 함부로 건드리지 않았다.
드디어 정전 앞에 이르러서 무릎을 꿇고 말하였다.
“보잘것없는 축생이 삶을 탐하여서 나라의 지경에 목숨을 의탁하였다가 졸지에 사냥꾼을 만나 벌레 같은 것들이 달아나다가 혹 살아도 서로 잃어버리고, 혹은 주검이 낭자(狼藉)합니다.
하늘 같은 어지심으로 만물을 사랑하시는데 실로 가련한 일이옵니다. 원컨대 스스로 서로 골라서 날마다 태관(太官)에게 바치겠사오니 그 수를 알려 주옵소서. 감히 임금님을 속이지 않겠습니다.”
왕이 매우 기특하게 여기면서 말하였다.
“태관이 쓰는 것은 하루 하나에 불과한 것인데, 너희들의 사상(死傷)이 매우 많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만약 실지로 그렇다면 내가 맹세코 사냥을 아니하리라.”

사슴의 왕이 돌아와서 여러 사슴에게 이 뜻을 말하고 그 화와 복을 설명하니, 뭇 사슴들이 엎드려서 듣고 스스로 서로 차례를 매겨 먼저 갈 자를 정하였다.
매양 죽음에 나아감을 당하여 그 왕에게 하직하러 가면, 왕이 울면서 회유(誨諭)하였다.
“무릇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은 다 죽으니, 누가 그것을 면할 수 있으랴. 길을 갈 때에 부처님을 생각하며 어지신 가르침을 지켜서 인자한 마음으로 저 사람의 왕을 향하여서 삼가 원망함이 없이 하라.”
날마다 이와 같이 하였는데, 그 가운데 마땅히 가야 할 사슴이 잉태하여 몸이 무거운 것이 있어서 애원하였다.
“죽음을 감히 피하는 것은 아닙니다. 해산하도록만 기다려 주십시오”
다시 그 다음을 취하여 대신하려 하였다.
그 다음 차례가 머리를 조아리고 울면서 말하였다.
“마땅히 죽음에 나아가야 할 일이오나, 아직 하루 낮 하루 밤의 목숨이 있사오니 때가 이르러서 죽는 것이라면 한스럽지 않겠습니다.”

사슴 왕이 차마 그 생명을 죽게 할 수 없어서 다음날 무리 속에서 빠져나와 자신이 태관에게로 갔다.
요리사가 사슴 왕을 알아보고 곧 위에 알리니, 왕이 그 까닭을 물으매 위와 같은 사실을 대답하였다.
왕이 창연(愴然)히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어찌 짐승으로서 천지의 어짊을 품어 몸을 죽여서 무리를 건지는 옛 사람의 넓은 자비의 행을 밟는단 말이냐. 내가 사람의 임금이 되어 가지고 날마다 중생의 목숨을 죽여서 내 몸을 살찌게 하였으니, 나는 흉학(兇虐)함을 좋아하였고 승냥이와 이리의 짓을 숭상하였구나. 짐승인데도 저러한 어진 일을 하여 하늘을 받드는 높은 덕이 있구나.”
왕이 사슴을 제 처소로 돌려보내고 온 나라에 칙명을 내렸다.
“만약 사슴을 침해하는 자가 있으면 사람을 침해한 것과 같이 벌하리라.”

이런 일이 있은 뒤로부터 왕 및 여러 관료들이 교화를 따르고 백성들이 인(仁)을 지켜 죽이지 않으니 윤택이 초목에까지 미치고 나라가 드디어 태평하였다.
보살이 세세(世世)에 목숨을 위태롭게 하여 중생을 건지니 공은 이루어지고 덕이 높아져서 드디어 높은 어른[尊雄]이 되었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사슴의 왕은 나였고, 국왕은 사리불이었느니라.”
보살은 자비로운 은혜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보시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19
예전에 보살의 몸이 따오기가 되어서 자식을 셋을 두었다.
그때 나라에 큰 가뭄이 들어서 먹일 것이 없었다. 겨드랑 밑의 살을 찢어서 그들의 목숨을 건지니, 세 자식이 의심하였다.
“이 고기의 냄새와 맛이 어머니 몸의 냄새와 같으니, 우리 어머니가 몸의 살로써 우리를 먹이는 것이 아니겠느냐”
세 자식이 슬프고 괴로운 심정으로 또 말하였다.
“차라리 우리가 죽을지언정 어머니의 몸을 손상하지 않으리라.”
곧 입을 다물고 먹지 않으니 먹지 않는 것을 보고 어미는 다시 먹이를 구하였다.
천신이 탄복하여 “어미의 인자한 은혜는 넘기 어렵고, 새끼의 효도도 드물게 있는 일이로다” 하고 모든 천신이 도와서 원하는 대로 좇아 주었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따오기의 어미가 바로 내 몸이었고, 세 자식은 사리불ㆍ목련ㆍ아난이었느니라.”
보살은 자비로운 은혜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보시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이 장의 별본이 「유람장(維藍章)」 뒤에 있음.]

20
예전에 보살이 공작의 왕이 되었는데 따르는 아내가 5백이나 되었으나 그 옛 짝들에게 돌려보내고 푸른 공작만을 아내로 하고자 하였다. 푸른 공작은 오직 감로(甘露)와 좋은 과실만을 먹었으므로 공작은 아내를 위하여 날마다 다니면서 그것을 구하여 왔다.
그 나라 왕의 부인이 병이 있었는데 꿈을 꾸니 공작의 고기가 약이 된다는 것이었다. 깨어서 왕에게 말하니 왕이 사냥꾼에게 명령하여 빨리 가서 찾으라 하였다. 부인이 말하였다.
“누구든 그것을 잡는다면 막내딸의 사위로 삼고 금 백 근을 주리라.”

나라의 사냥꾼들이 퍼져서 다니며 찾다가 공작의 왕이 한 푸른 공작을 따라 항상 먹는 데가 있음을 보고 곧 꿀에 반죽한 보릿가루를 그곳 나무에다 발라 놓았더니 공작이 그것을 취하여서 그 처에게 주었다.
사냥꾼이 꿀에 반죽한 보릿가루를 자기 몸에 바르고 죽은 듯이 앉아 있었다. 공작이 와서 보릿가루를 취하니 사람이 그때 공작을 잡았다.
공작이 말하였다.
“그대는 몸을 삼가는 것이 반드시 이로울 것이다. 내가 그대에게 금산(金山)을 보여 주겠는데, 무진장의 보배라 이를 만하다. 내 목숨을 놓아 달라.”
그 사람이 말하였다.
“대왕은 내게 금 백 근을 주기로 하였고, 막내딸의 사위로 삼기로 하였는데, 어찌 네 말을 믿겠느냐?”
곧 왕에게 바쳤다.

공작이 말하였다.
“대왕님께서 인자하셔서 윤택이 두루하지 않음이 없으시니, 제 작은 원을 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물을 조금만 주시면 제가 자비로써 축원할터이니 그것을 복용하면 병이 곧 나으리다. 만약 효력이 없다면 그때 죄를 주셔도 늦지 않을까 합니다.”
왕이 그 뜻을 받아들였고, 부인이 그 물을 먹으니 모든 병이 다 나아서 화색이 좋아졌다. 궁 안의 사람들도 다 그렇게 해서 병들이 나았다.
온 나라가 왕이 넓은 자비로 공작의 목숨을 보전하여 한 나라 전체의 목숨을 늘리게 하였음을 칭찬하였다. 공작이 말하였다.
“원컨대 제가 몸을 저 큰 호수에 던져서 그 물에 축원을 할 수 있다면 온 나라 백성들의 모든 병을 다 고칠 수 있습니다. 만약 의심스러운 점이 있으면 몽둥이로 제 발을 치소서.”
왕이 좋다고 하니 공작이 곧 축원을 하였고, 나라 사람들이 물을 마시매 귀먹은 자가 듣고 장님이 보며 벙어리가 말을 하고 꼽추가 펴져서 모든 병이 다 나았다.

부인의 병이 없어지고 나라 사람이 아울러 무병함을 얻으니 공작을 해하는 마음이 없었다. 공작이 모두 알고 왕에게 말하였다.
“임금님의 살려 주신 은혜를 받고 제가 보답으로 일국의 수명을 건졌습니다. 보답이 끝났사오니 물러가게 하여 주소서.”
왕이 좋다고 하니 공작이 곧 날아서 나무 위에 올라가서 다시 말하였다.
“천하에 세 가지 어리석은 것이 있도다.”
왕이 물었다.
“무엇이 세 가지냐?”
“첫째는 내가 어리석은 것이고 둘째는 사냥꾼이 어리석은 것이고 셋째는 대왕께서 어리석은 것입니다.”

왕이 설명해 보라고 하니 공작이 말하였다.
“모든 부처님의 중한 계율은 색(色)을 불로 여긴 것이니, 몸을 불태워서 목숨을 위태롭게 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5백의 받들어 주는 아내를 버리고 푸른 공작을 탐하여서 그 먹이를 찾아 주기를 종과 같이 하다가 사냥꾼의 그물에 걸리게 되어 목숨이 위태하게 되었으니, 이것은 나의 어리석음입니다. 사냥꾼의 어리석음이란 내가 지성스럽게 말했지마는 한 산의 금덩어리를 버리고, 무궁한 보배를 버리고, 부인의 사악하고 거짓된 속임수를 믿고 막내딸로 아내 삼을 것을 바랐으니, 세상에 미치고 어리석은 것들을 보면 다 이런 무리들입니다. 부처님의 지성의 계율을 버리고 귀신과 도깨비의 속임을 믿어서 술마시기를 좋아하고 음란하다가 혹 파문(破門)의 화를 가져오고, 혹 죽어서 태산지옥에 들어가면 그 고통이 무수한데, 다시 사람이 되기를 생각하나 마치 날개 없는 새가 날아서 하늘에 오르고자 하는 것과 같으니, 어찌 어렵지 않겠습니까? 음란한 여자의 요망함은 저 도깨비보다 지나치니, 나라를 망치고 몸을 위태롭게 함이 이에 말미암지 않음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어리석은 남자는 이를 존중합니다. 만에 한 가지도 성실한 말이 없거늘 사냥꾼이 믿었으니 이것이 사냥꾼의 어리석음입니다.
임금님께서는 천의(天醫)를 얻으셔서 한 나라의 병을 제거하고 모든 독이 다 없어져 얼굴들이 한창 핀 꽃과 같으니 모두들 기뻐서 의뢰하거늘, 임금님께서 놓아 주셨으니 이것은 임금님의 어리석음입니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공작의 왕이 이런 뒤로 팔방에 두루 돌면서 번번이 신약으로써 인자한 마음으로 보시하여 중생의 병을 고쳤나니, 공작의 왕은 내 몸이었고, 국왕은 사리불이었으며, 사냥꾼은 조달이었고, 부인은 조달의 처였느니라.”
보살은 자비로운 은혜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보시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21
예전에 한 바라문의 나이가 120살이었는데, 정조를 지켜 아내를 얻지 않았으며, 음란하고 방종한 일들이 전혀 없었다. 고요히 산택(山澤)에 처하여서 세속의 영화를 즐기지 않았다. 띠풀로 집을 짓고 쑥으로 방석을 삼았으며, 샘물과 산 과일로 생명을 지탱하면서 뜻이 넓고 수행이 높으니, 천하가 그 덕을 칭찬하였다. 왕이 사위로 삼아서 재상으로 하려 하였으나, 도에 뜻을 두어 벼슬을 하지 않고 산택에 처하기 수십여 년이었다. 어짊이 중생에 미치니 새와 짐승이 믿고 따랐다.

그때 네 짐승이 있었으니, 여우ㆍ수달ㆍ원숭이ㆍ토끼였다. 이 네 짐승이 말하였다.
“도사에게 공양하고 마음을 맑히어서 경을 듣자.”
여러 해가 지났다. 산에 과일이 다 없어지니 도사가 과일 많은 곳을 찾아서 옮기고자 하였다.
네 짐승이 걱정하여 말하였다.
“비록 한 나라에 영화를 누리는 사람이 있으나 마치 흐린 물이 바다에 찬 것과 같아서 한 말이나 한 되의 감로수만 못하다. 도사가 간다면 성전을 듣지 못하니 우리들이 쇠잔하겠구나. 각기 마땅한 대로 음식을 구하여서 도사님께 바치고 이 산에 머물도록 청하여서 큰 법을 듣기로 하자.”
모두 옳다고 하여 원숭이는 과일을 찾아오고, 여우는 사람으로 화하여서 한 자루의 찐 보릿가루를 얻어 오고 수달은 큰 물고기를 잡아 와서 각기 말하기를 가히 한 달 동안은 바칠 만한 양식이 된다고 하였다.
토끼가 ‘나는 무엇을 도사께 올려야 할까?’ 하고 깊이 생각하였다. 그리고 말하였다.
“대체로 생(生)이 있으면 사(死)가 있는 것을, 몸뚱이는 썩는 그릇이라 오히려 버리는 것이 마땅한데, 범부 만 명을 먹이는 것이 도사 한 분께 공양하는 것만 못하다.”
그리고는 곧 나무를 가져다가 태워서 숯불을 만들고 도사를 향하여 말하였다.
“제 몸이 비록 작으나 하루 양식으로 바칩니다.”
말을 마치고 곧 스스로 불로 뛰어드니 불에 타지 않았다. 도사가 보고 그의 이와 같음에 감격하였고, 모든 부처님께서 그 덕을 찬탄하셨으며, 천신이 사랑하여 길렀다.
도사가 드디어 머물러서 날마다 묘한 경을 설하였고, 네 짐승이 가르침을 받았다.

부처님께서 모든 사문들에게 말씀하셨다.
“바라문은 정광(定光)부처님이셨고, 토끼는 내 몸이었으며, 원숭이는 추로자(秋鷺子)였고, 여우는 아난이었으며, 수달은 목련이었느니라.”
보살은 자비로운 은혜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보시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22
예전에 보살이 큰 부호가 되어서 보배를 쌓은 것이 나라와 같았다. 항상 가난을 구제하기를 좋아하여 은혜가 중생에 미쳐 모두 다 귀의함을 받으니, 마치 바다가 여러 흐름을 받아들이는 것과 같았다.
그때 친구의 자식이 있었는데 방탕한 행동으로써 집안의 재물을 다 없애니, 부호가 딱하게 여겨서 타일렀다.
“생계를 세우되 도(道)로써 하면 복과 이익이 다함이 없느니라. 금 천 냥을 줄 터이니 자본을 삼으라.”
대답하였다.
“잘 알겠습니다. 밝으신 가르침을 감히 어기지 않겠습니다.”
곧 장사를 하였으나 성품이 삿되고 행실을 함부로 하며, 귀신과 요사한 것 섬기기를 좋아하고, 음탕한 짓과 술을 좋아하여 재물을 다 없애고 또 궁하여졌다.
이렇게 하기를 다섯 번에 다섯 번 다 그 재물을 없애고 다시 가난하게 되었다. 그때 부호의 집 문 밖에 똥 위에 죽은 쥐가 있었는데 부호가 보이면서 말하였다.
“대체로 총명하고 착한 사람은 저 죽은 쥐를 가지고도 생계를 세워서 살아 갈 수 있는데, 금 천 냥을 가지고도 곤궁하다는 말이냐? 이제 다시 금 천냥을 네게 주리라.”

그때 어떤 거지 아이가 이 가르침을 멀리서 듣고 깊이 느낀 것이 있었다. 나아가서 밥을 빌고 돌아갈 때 쥐를 가지고 갔다. 부호의 묘한 가르침을 따라서 양념을 구걸하여 잘 섞어 쥐를 구워서 파니 돈 양전(兩錢)이 되었다. 그것을 굴려서 채소를 팔아서 백여 전이 되었고, 작은 것이 차츰 불어나게 되어 드디어 부자가 되었다.
한가롭게 있으면서 생각하였다.
‘내가 본래 거지로서 어떻게 이 재산을 치부하였는가?’
곧 깨닫고는 말하였다.
“그때 현명한 부호가 저 어리석은 아이에게 하던 그 훈계로 말미암아서 내가 이만큼 치부한 것이니, 은혜를 받고 갚지 않으면 이를 일러 밝음을 등지는 것이라 하리라.”
곧 은으로 된 책상 하나를 만들고 또 금 쥐를 만들어서 여러 유명한 보배로 그 배를 채워 책상 위에 놓고 또 여러 가지 보배로 그 둘레를 꾸몄다. 그리고 여러 가지 맛 좋은 음식을 갖추어 가지고 저 부호에게 가서 절하고 그 까닭을 말하면서 이제 높으신 덕택에 보답하려는 것이라고 하니, 부호가 말하였다.
“어질도다, 장부여. 교훈이 될 만하도다.”
곧 딸을 주어 아내로 삼게 하고 거처와 여러 가지를 온통 다 주면서 말하였다.
“너는 나의 후계자가 되어서 마땅히 3보(寶)를 받들고 4등심(等心)으로써 중생을 구제하여라.”
“예, 반드시 부처님의 가르침을 닦겠습니다.”
이렇게 부호의 대를 이으니, 일국이 효도를 칭찬하였다.

부처님께서 모든 사문들에게 말씀하셨다.
“부호는 나였고, 저 탕자(蕩子)는 조달이었으며, 쥐로써 치부한 자는 반특(槃特) 비구였느니라. 조달은 나의 육억품(六億品) 경을 품고도 말은 따르되 행실은 어긋났으므로 죽어서 태산지옥에 들어갔고, 반특 비구는 나의 한 글귀를 품었으나 드디어 세상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대체로 말만 있고 실천이 없는 것은 기름이 빛 때문에 스스로를 해치는 것과 같으니, 이는 소인(小人)의 지혜요, 말과 행동이 서로 맞는 것은 밝기가 해와 달 같아서 뭇 생명을 품고 만물을 이루니, 이는 대인(大人)의 밝음이니라. 실천은 곧 땅[地]이라 만물이 이를 말미암아 나느니라.”
보살은 자비로운 은혜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보시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23
예전에 늙은 과부가 부호의 집에 고용되어서 전원(田園)을 지켰다.
주인이 돌아다니다 보니 식사할 때가 지났다. 그때 과부가 와서 먹으려고 하는데 사문이 와서 밥을 비니, 마음으로 이 사람을 생각하였다.
‘욕심을 끊고 삿된 것을 버리며, 그 행동이 청정하고 진실하여 사해의 주린 사람을 건지니, 이러한 계행이 청정한 참된 현자에게 조금 보시하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는 자신이 먹을 몫을 다 발우에 담고 연꽃 한 송이를 그 위에 얹어서 바치니, 도인이 신통을 나타내어 광명을 놓았다.
과부가 기뻐서 감탄하여 말하였다.
“참으로 신성한 분이로다. 원컨대 내가 뒤에 백 명의 아들을 낳아서 이와 같게 하리라.”
과부는 죽어 신이 옮겨 가서 “바라문의 후사(後嗣)가 될 것이다” 하였다. 그 영(靈)이 바라문의 소변 보는 곳에 모였는데, 사슴이 소변을 핥고는 곧 그것에 감응하여 태어나게 되었다.
때가 차서 딸을 낳으매 바라문이 기르니 나이 10여 살에 용모가 빛나고 걸음이 단정하였다. 집에서 불을 지키는데 이 딸이 사슴과 함께 놀다가 모르는 사이에 불이 꺼졌다. 아버지가 와 보고 성내면서 가서 불을 구하여 오게 하여 딸이 사람 모인 데로 갔는데, 한 걸음을 옮기면 그 자리에 연꽃 하나가 솟았다.
불 임자[火主]가 말하였다.
“네가 내 집을 세 바퀴만 돌면 불을 네게 주리라.”
딸이 곧 그렇게 하니 연꽃이 육지에 나서 집을 세 겹으로 둘렀는지라 행인들로서 발을 멈추고 아름답고 신기해 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이 소문이 국왕에게 알려졌다. 왕이 관상사(觀相師)에 명하여 그 귀천을 상보게 하니, 관상사가 말하였다.
“반드시 성사(聖嗣)를 두어서 복을 전함이 무궁하오리다.”
왕이 어진 신하에게 명하여서 예를 갖추고 아내로 맞이하니, 용모가 매우 아름다워 궁 안의 사람으로 이만한 이가 없었다.
임신을 하여 때가 차서 알을 백 개를 낳게 되었는데 후비와 첩들로서 질투하지 않는 이가 없어서 미리 파초에 귀신의 형상을 새겨 두었다가 해산하게 되자 머리털로 그의 낯을 덮고 오로(惡露)를 또 파초에 발라서 왕에게 보이면서 여러 요망스러운 말로 총명을 가리니, 왕이 현혹하여 믿었다.
여러 사특한 것들이 병에 알을 넣고 입구를 밀봉하여 강물에 던졌다.

천제석이 내려와 봉인(封印)을 하였고, 천사들이 날개로 호위하여 흐름을 따라 내려가다 정지하니, 마치 기둥이 땅에 박힌 것 같았다.
하류에 있는 나라에서 그 왕이 누대에 올라서 멀리 보니 병이 떠내려오는데 찬란한 빛이 있어서 하늘의 영[乾夷]이 있는 듯하였다.
건져서 보니 제석의 인문(印文)이 찍혀 있었고 알 백 개가 들어 있었다.
백 명의 부인으로 하여금 따뜻하게 품도록 하였더니, 때가 차매 몸이 이루어져서 나오는데 백 명의 사내아이였다.
나면서부터 높은 성인의 지혜가 있어서 깨우쳐 주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알았고 얼굴이 빛남이 세상에서 뛰어났으며, 상호가 희유하였고, 힘과 재간이 백 사람을 당하였으며, 소리가 사자의 울음소리와 같았다.
왕이 곧 흰 코끼리 백 마리에 7보의 안장과 굴레를 갖추어서 그들에게 주고 이웃 나라를 치게 하니, 네 이웃이 항복하여 모두 신하라고 일컬었다.

또 그들이 태어난 나라를 치니, 나라 사람들이 모두 무서워서 떨었다. 왕이 말하였다.
“누가 능히 이 적을 물리치겠느냐?”
부인이 말하였다.
“대왕께서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적이 성을 어디서 칠 것인지 보고서 거기에 망루대를 세운다면 대왕을 위하여 항복하게 하오리다.”
왕이 곧 적이 올 곳을 살펴보고 망루(望樓)를 세우니, 어머니가 망루에 올라가서 소리를 높여서 말하였다.
“대체로 반역에는 큰 것이 세 가지가 있다. 여러 사특한 것들을 멀리하지 않고 두 세상의 죄를 불러오는 것이 그 하나요, 태어나서 어버이를 모르고 효행을 어기는 것이 그 둘이며, 세력을 믿고 어버이를 죽이고 독을 3존(尊)께 향하는 것이 그 셋이라. 이 세 가지 반역을 품으면 그 악을 덮을 수 없으리라. 너희들은 입을 벌리라. 징표가 이제 나타나리라.”
어머니가 그 젖을 짜니 하늘이 젖을 백 아들의 입으로 들어가게 하였다.
정성의 느낌으로 젖을 마시고 슬퍼져서 모두 말하였다.
“이분이 곧 우리 어버이로다.”
울면서 합장하고 걸어 나가서 머리를 조아리면서 허물을 뉘우치니, 어버이와 아들이 비로소 모였고, 애통해 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두 나라가 화목하니, 정이 형제보다 나았으며, 다른 데서도 기뻐서 훌륭하다고 칭찬하지 않음이 없었다.

모든 아들들이 세상이 무상하여 허깨비와 같음을 보고 어버이께 하직하고 도를 배워 세속의 더러움을 멀리하여 99명의 아들이 연각[緣一覺]이 되었으며, 한 아들은 나라를 다스리던 부왕이 죽으매 왕이 되어서 크게 모든 죄를 사하고 감옥을 헐고 못 막은 것을 터 놓고 노예를 풀어 주고 효도하는 자를 위로하였고, 고독한 자를 부양하고 창고를 열어서 크게 보시하여 백성의 원을 따라서 주었으며, 10선으로써 국법을 삼아서 사람마다 외우게 하였더니, 집에는 효자가 있게 되었고, 탑을 세우고 절을 짓고 사문에게 공양하며, 경을 외우고 도를 논하였더니, 입에는 4악이 없었으며, 모든 독이 없어지니 수명이 더하여 길어졌고, 천제가 기르고 지켜 주기를 어버이가 자식을 기르는 것과 같이 하였다.

부처님께서 사문들에게 말씀하셨다.
“머물러서 왕이 된 자는 내 몸이었고, 부왕은 지금의 백정왕이었으며, 어머니는 사묘(舍妙)였느니라.”
보살은 자비로운 은혜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보시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24
예전에 보살이 한때 바라문이 되었는데, 경학(經學)에 밝게 통달하니, 나라 사람들이 스승으로 삼았다. 제자가 5백 명이었는데 다 선비의 덕이 있었고, 보시를 좋아하여 마치 스스로 몸을 보호하듯이 하였다.
그때 세상에 부처님께서 계셨는데, 호는 첩(啑)여래ㆍ무소착(無所著)ㆍ정진존(正眞尊)ㆍ최정각(最正覺)이셨고, 삼계를 거느려서 인도하여 신성한 본래의 무(無)로 돌아가게 하셨다.
보살이 부처님을 뵙고 자연히 스스로 귀의하여 부처님과 스님들을 청하여서 7일 동안 집에 머물게 하고 예로써 공양하였는데, 바라문의 제자들이 각기 맡을 바를 다투었다.
한 사람이 나이가 어린데 스승의 심부름을 다니다가 일할 것을 청하니, 스승이 말하였다.
“일은 있는데 할 사람이 없는 것을 네가 맡으라.”
동자가 대답하였다.
“오직 등불을 담당할 사람이 없습니다.”
스승이 좋다고 하자, 제자는 독에 삼씨 기름을 채워서 스스로 목욕하고, 흰 천을 머리에 감고 제 손으로 불을 붙였다.

하늘ㆍ사람ㆍ용ㆍ귀신이 그 용맹한 힘을 보고 모두 손뼉을 치면서 놀라지 않는 이가 없었고, 세상에 이럴 수도 있느냐고 탄복하면서 이는 반드시 부처가 될 것이라고 하였으며, 부처님께서도 가상히 여기셨다.
밝혀 철야하였는데도 머리는 상하지 않았고, 마음이 한결같이 경에 있어서 확연(霍然)하여 다른 생각이 없었다. 7일을 이와 같이 하되 도무지 게으른 생각이 없이 하니, 부처님께서 수기하셨다.
“무수겁을 지나서 너는 마땅히 부처가 되리니 호를 정광(錠光)이라 하고, 정수리와 어깨 위에 각각 광명이 있을 것이며, 가르치고 건져서 해탈을 얻는 중생이 한량이 없으리라.”
하늘ㆍ사람ㆍ용ㆍ귀신들이 그가 부처가 될 것이라는 말을 듣고 기뻐하지 않음이 없었고, 머리 조아려 절하면서 치하하였다.

바라문이 생각하기를 ‘저 동자가 부처가 된다면 나도 반드시 되리라. 마땅히 내게도 부처님께서 수기를 주시고 가실 것이다’ 하고, 나아가서 머리를 조아리고 아뢰었다.
“이제 베푼 것은 작은 공양이오나 제 성심껏 한 것이오니, 원컨대 제게도 수기를 주옵소서.”
부처님께서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동자가 부처가 될 때에 마땅히 네게 수기를 주리라.”
바라문이 부처가 될 것이라는 말을 듣고 기뻐서 몸뚱이 있는 것도 잊어버렸다. 이런 뒤로 크게 보시하여 주린 자에게 밥을, 헐벗은 자에게 옷을, 병든 자에게 의사와 약을 주고, 날고 기고 꿈틀거리는 것들까지도 그 먹는 바를 따라서 때를 맞춰서 구제하니, 팔방의 모든 나라들이 인자한 아버지라고 일컬었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동자는 정광불이시고, 바라문은 내 몸이었다. 보살은 자비로운 은혜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보시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25
예전에 보살이 큰 부호가 되니 축적된 재산이 수억이었다. 항상 3존을 받들고 자비로 중생(衆生)에게 향하였다.
저자에 나갔다가 자라를 보고 불쌍한 마음이 나서 값이 얼마인가를 물었다.
자라 임자는 보살이 너른 자비의 덕이 있어서 중생을 구제하기를 숭상하고, 재산이 헤아릴 수 없는 부자여서 값이 높거나 낮은 데 구애되지 않을 것을 알고 대답하였다.
“값이 백만입니다. 사가신다면 좋지만 그렇지 않으면 제가 마땅히 삶을 것입니다.”
보살은 좋다고 하고, 곧 그 값대로 치르고 자라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와서 그 상한 데를 씻어서 보호하고 물에 가서 놓아 주었다. 그리고 그것이 놀면서 가는 것을 보고 한편 슬프고 한편 기뻐서 맹세하였다.
“태산지옥과 아귀중생의 무리와 세상의 감옥에 갇힌 이들이 어서 난을 면하고 몸이 편안하고 목숨이 완전하게 되기를 지금 너와 같이 되어라.”
그리고는 시방에 머리를 조아리고 합장하고 원하였다.
“중생이 소란하여 그 고통이 한량 없다. 내가 마땅히 하늘이 되고 땅이 되며, 가뭄에는 비가 되고, 표류하는 데는 뗏목이 되며, 주린 데에는 밥을 주고, 추위에 옷을 주고, 더위에 서늘하게 하여 주며, 병에는 좋은 의원이 되고, 어둠에 빛이 되리니, 만약 흐린 세계에 뒤바뀜이 있을 때에 내가 그 가운데서 부처가 된다면 저 중생들을 제도하오리다.”
시방의 모든 부처님께서 다 그 서원을 좋아하여 찬탄하셨다.
“훌륭하다. 반드시 네 뜻대로 되리라.”

자라가 뒤에 밤에 와서 그 문을 깨무니 그 문 소리를 이상히 여겨서 부리는 사람이 나가서 자라를 보고 돌아와서 사실대로 말하였다.
보살이 보니, 자라가 말하였다.
“제가 무거운 은택을 입어서 몸의 온전함을 얻었는데 덕택에 보답함이 없었습니다. 저는 물에 사는 물건이라 물이 가득 참과 이지러짐을 압니다. 홍수가 와서 반드시 큰 해가 있을 것이오니 속히 배를 마련하여 때가 오거든 서로 만나도록 합시다.”
대답하였다.
“대단히 고맙다.”
다음날 새벽에 궁문에 나아가서 사실대로 왕에게 말하니, 왕이 전부터 보살의 훌륭한 이름을 들은지라, 그 말을 신용하고 낮은 데 있는 자들을 높은 곳에 옮겨 있도록 하였다.

때가 되자 자라가 와서 말하였다.
“홍수가 오니 어서 내려와서 제가 가는 대로 따라오시면 해가 없을 것입니다.”
배가 그 뒤를 따르는데, 뱀이 배로 오는 것을 보살이 건지라고 하니, 자라가 대단히 좋다고 하였다. 또 여우가 떠내려가는 것을 보고 건지라고 하니, 자라가 또 좋다고 하였다.
또 보니 사람이 표류하는데 제 뺨을 치고 하늘을 부르면서 자기 목숨을 건져 달라고 하였다.
건져 주자고 하니, 자라가 말하였다.
“삼가 건지지 않도록 하십시오. 대체로 사람은 마음이 거짓되어 끝까지 믿을 수가 없으며, 은혜를 등지고 세력을 쫓아 흉악과 반역을 잘합니다.”
보살이 말하였다.
“벌레의 무리인 너를 구제했는데, 사람의 무리를 내가 천하게 여긴다면 어찌 이것이 어진 도리이겠느냐? 내가 차마 그럴 수 없다.”
그리고는 건지니 자라가 말하였다.
“후회할 것입니다.”
드디어 풍요로운 땅에 이르자 자라가 물러나면서 말하였다.
“은혜에 보답이 끝났으니 물러갈까 합니다.”
보살이 대답하였다.
“내가 여래ㆍ무소착ㆍ지진정각(至眞正覺)을 얻으면 반드시 제도하리라.”
자라가 대단히 좋다고 하고 물러갔으며 뱀과 여우도 각각 갔다.

여우는 굴을 파고 살았는데, 옛 사람이 묻어 두었던 자마명금(紫磨名金) 백 근을 얻고 기뻐서 “저분의 은혜를 갚으리라” 하고, 달려가서 말하였다.
“제가 은덕을 받아서 작은 목숨이 구제되었습니다. 저는 굴에서 사는 동물이므로 굴을 파고 스스로 편안히 지내는데, 굴을 파다가 금 백 근을 얻었습니다. 이 굴은 무덤이 아니요, 집이 아니며, 빼앗거나 훔친 것도 아니라 나의 정성의 소치이므로 현자께 바치려고 합니다.”
보살이 깊이 생각하기를, ‘받지 않고 헛되이 버리면 가난한 백성에게 유익함이 없으니, 받아서 보시함으로써 중생이 구제되게 한다면 얼마나 좋겠느냐’ 하고 받으니, 표류하던 사람이 보고 자기에게 반을 나눠 달라 하였다. 보살이 곧 10근을 주니, 그 사람이 말하였다.
“네가 무덤을 파고 금을 빼내었으니 그 죄를 어떻게 할 것이냐? 반으로 나누지 않으면 내가 반드시 유사(有司)에게 고발하리라.”
보살이 대답하였다.
“가난한 백성이 곤핍(困乏)하니 내가 고르게 주고자 하는데 네가 마음대로 하려고 하면 또한 치우치는 것이 아니냐?”
그 사람이 드디어 사직에 고발하여서 보살이 구속되었으나 하소연할 곳이 없었다. 오직 3존께 귀명하고 허물을 뉘우쳐 자책하면서 자비로 원하였다.
“중생들이 어서 8난을 여의고 지금 나와 같은 원한이 없게 되어지이다.”

뱀과 여우가 만나서 말하였다.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하나?”
뱀이 “내가 장차 구제하리라” 하고, 드디어 좋은 약을 머금고 옥으로 들어가서 보살의 형상을 보니 얼굴빛이 손상되어 있었다. 마음이 슬퍼져서 보살에게 말하였다.
“이 약을 스스로 지니시오. 내가 장차 태자를 물 테니 그 독이 더욱 심하여져서 능히 건질 자가 없게 되거든 현자께서 약이 있다고 알리고 전하시오. 그렇게 하면 나을 것입니다.”
보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뱀이 그대로 하였다.
태자의 목숨이 위태롭게 되자 왕이 영을 내렸다.
“누가 이를 구제할 수 있다면 정승으로 봉하여서 내가 더불어 정치에 참여하게 하리라.”
보살이 위에 알리고 약을 전하여서 곧 나으니 왕이 기뻐서 까닭을 물으매, 갇힌 사람이 본말(本末)을 스스로 진술하였다.
왕이 슬픈 표정으로 스스로 뉘우쳐 말하기를 “내가 너무도 어두웠도다” 하고, 곧 표류하던 사람을 베고, 그 나라에 큰 사면을 베풀고, 정승으로 봉하여서 손을 잡고 궁으로 들어와서 함께 앉아서 말하였다.
“현자는 어떠한 글을 좋아하고 어떠한 도를 품었기에 하늘 땅과 같은 어짊을 행하여 혜택이 중생에 미치는가?”
“불경을 좋아하고 불도를 품었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불교에 요결(要決)이 있는가?”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네 가지 항상함이 없음을 말씀하셨는데, 여기에 있는 자는 여러 가지 앙화가 없어지고 밝은 복이 창성합니다.”
왕이 말하였다.
“좋다. 원컨대 그 실제를 얻고자 하노라.”
“하늘과 땅이 없어질 때에 일곱 해가 나란하고 큰 바다가 모두 마르며, 천지가 텅 비어서 수미산이 무너지며, 하늘ㆍ사람ㆍ귀신ㆍ용ㆍ중생의 신명(身命)이 갑자기 타 없어지니 전에 성하였던 것이 이제 쇠망함이라, 이것이 이른바 항상함이 없는 것입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항상함이 없다는 생각을 지켜 말하기를, ‘천지도 오히려 그러하거늘 관작(官爵)이나 국토가 어찌 오래 가겠느냐’고 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자는 넓은 자비의 뜻이 있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천지도 오히려 그러하거늘 어찌 하물며 국토리요, 부처님께서 항상함이 없다고 설하신 것을 내가 마음으로 믿노라.”

부호가 또 말하였다.
“괴로운 것 중에서도 더욱 괴로운 것을 대왕은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원컨대 밝은 가르침을 듣고자 하노라.”
“중생의 식령(識靈)은 미묘하여 알기 어렵습니다. 보아도 모양이 없고 들어도 소리가 없건만 넓기로는 천하이며, 높기로는 덮음이 없는지라 왕양(汪洋)하여 겉이 없으며, 윤회하여 조금도 쉼이 없습니다. 그러나 6욕(欲)에 주리고 목마름이 마치 바다가 많은 지류(支流)에 만족하지 않는 것과 같아서 이것을 자주 탐하다가 태산지옥에서 태어나고 지지는 여러 지독한 고통을 받고, 혹 아귀가 되어서 구리를 녹인 물로 입을 적시고, 역사[役]하여 태산을 만들며, 혹 축생이 되어서 도살되는데 베이고 벗겨지고 찢기고 하여 죽으면 다시 칼질을 하니 그 고통이 한량이 없으며, 만약 사람이 되어서 태중에 열 달 있다가 태어나게 되면 갑자기 자궁이 줄어들어 마치 새끼줄로 몸을 조르는 것과 같고, 땅에 떨어질 때 아픈 것이 높은 데서 밑으로 떨어지는 것과 같고, 바람이 불어오면 불로 몸을 사르는 것과 같고, 따뜻한 물로 씻는 것이 끓는 구리 쇳물로 목욕하는 것과 같고, 손으로 몸을 만지는 것이 칼로 벗기는 것과 같으니 이러한 고통은 말할 수 없으며, 나이가 많아진 뒤에는 모든 기관[根]이 아울러 늙어서 머리털은 희고 이는 빠지고 안팎이 쇠약하고 피로하게 되니 이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슬픕니다.
나아가 중병을 이루고 4대(大)가 흩어지려 하면 마디마다 다 아파서 앉고 눕는 데도 사람을 기다려야 하고, 의원이 와도 괴로움만 더합니다.
목숨을 마치려고 할 때엔 몸 안의 모든 바람이 아울러 일어나서 힘줄은 끊어지고 뼈는 부숴지고 구멍은 모두 막히며, 숨이 끊어지면 혼신이 떠나서 갈 바를 찾아가는데, 만약 하늘에 오르더라도 하늘에 또한 빈부와 귀천이 있으며, 수명도 무한정 연장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복이 다하면 죄가 오는지라 떨어져서 태산ㆍ아귀ㆍ축생으로 들어가니 이것이 괴로움입니다.”
왕이 말하였다.
“훌륭하구나.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고(苦)의 요체(要諦)를 내가 마음으로 믿으리라.”

부호가 또 말하였다.
“대체로 존재하는 것은 반드시 공(空)하게 되나니, 마치 두 나무를 서로 비벼서 불이 나면 불이 도리어 나무를 태우고 불도 나무도 다하여서 두 가지가 다 공하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예전의 윗대 임금과 궁전과 신민이 지금은 없어져서 간 곳을 보지 못하니, 이 또한 공한 것입니다.”
왕이 말하였다.
“훌륭하구나.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공(空)의 요체를 내가 마음으로 믿으리라.”

부호가 또 말하였다.
“대체로 몸뚱이는 흙ㆍ물ㆍ불ㆍ바람입니다. 강한 것은 흙이 되고, 연한 것은 물이 되며, 더운 것은 불이 되고, 숨쉬는 건 바람인데 목숨이 다하여 혼신이 가고, 4대가 각각 흩어지면 능히 보전할 것이 없으니, 이러므로 무아(無我)입니다.”
왕이 말하였다.
“훌륭하구나.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내가 없다는 것을 내가 마음으로 믿으리라. 몸뚱이도 보전하지 못하거든 어찌 하물며 국토리요. 슬프도다. 나의 선왕께서 위없는 바르고 참된 최정각의 무상(無常)ㆍ고(苦)ㆍ공(空)ㆍ무아(無我)의 가르침을 듣지 못하셨도다.”

부호가 말하였다.
“천지도 항상함이 없는데 누가 나라를 보전할 수 있겠습니까? 어찌 창고를 비워서 가난하여 주린 사람들에게 보시하지 않으십니까?”
왕이 말하였다.
“훌륭하구나. 밝은 스승의 가르침이 상쾌하도다.”
곧 모든 창고를 비워서 가난한 자에게 보시하고, 홀아비ㆍ홀어미와 고아들로 하여금 어버이가 되고 자식이 되게 하니 백성들이 그 빛나는 일에 복종하여 빈부가 평등하여지니 온 나라가 기뻐서 웃음을 머금고 다녔으며, 하늘을 우러러 탄복하기를 “보살의 신성한 덕화가 이에 이른 것인가” 하여 사방에서 덕을 찬탄하니, 드디어 태평한 세대가 되었다.

부처님께서 모든 사문들에게 말씀하셨다.
“부호는 내 몸이었고, 국왕은 미륵이었으며, 자라는 아난이었고, 여우는 추로자였으며, 뱀은 목련이었고, 표류하던 사람은 조달이었느니라.”
보살은 자비로운 은혜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보시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26
예전에 보살이 사문의 수행을 하였다. 항상 산림에 처하였고, 인자한 마음으로 중생의 긴 고통을 불쌍히 여겨서 삼계에 윤회하는 것을 어떻게 건질까 하였다. 마음을 맑히고 사유하여 도를 찾고 근원을 넓혀서 마땅히 저 중생을 건지리라고 하는데, 옷에 이가 있어서 몸이 가렵고 마음이 흔들리니 도의 뜻이 서지 않았다. 손으로 더듬어 찾아서 곧 이를 잡았는데 마음에 측은하여 둘 데를 구하다가 마침 짐승의 뼈가 있어서 가만히 그 가운데에 두었다. 이가 7일 동안 먹다가 다하매 버리고 가서 생사에 전전하였다.
보살은 부처가 되어서 종으로 횡으로 교화하였다.
그때 큰 눈이 와서 길에 행인이 끊어졌었는데, 나라의 어떤 부호가 부처님과 수천의 비구들을 초청하여 7일 동안 공양하되 그 마음이 엄숙하고 경건하게 하되, 온 집안이 다 그러하였다.
눈은 아직 개이지 않았는데,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신칙하여 모든 사문에게 다 정사로 돌아가게 하라고 하시니, 아난이 아뢰었다.
“주인의 공손한 마음이 떨어지지 않았고 눈이 한창 내립니다. 걸식[分衛]할 곳도 없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주인의 뜻이 끝났으니 다시 더 공양하지 않으리라.”
부처님께서 곧 이끌고 나아가시니 사문들도 호위하고 따라서 정사에 돌아갔다.

다음날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주인에게 가서 걸식하여 보아라.”
아난이 가르침을 받고 가서 주인의 문에 이르니 문에서 사람이 보고도 온 까닭을 묻지 않았다.
조금 있다가 돌아와서 머리 조아리고 꿇어앉아서 사실대로 아뢰고, 또 그 원인을 여쭈었다.
“저 사람의 뜻이 변하는 것이 어찌 그리 빠릅니까?”
부처님께서 곧 위와 같은 말씀을 하시고 또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내가 인자한 마음으로 이의 작은 목숨을 건져서 썩은 뼈를 주어서 7일을 먹게 하였으므로 이 세상에서 정성을 다한 공양을 얻은 것이다. 숙세(宿世)에 은혜를 베푼 것이 은혜가 7일에 해당하므로 그의 뜻이 그치고 다시 전과 같지 않은 것이니, 어찌 하물며 인자한 마음으로 부처님과 사문들에게 향하며, 계를 지킴이 청정하며, 욕심을 벗고 수행을 높게 하지 않겠는가. 안으로 자기의 마음을 단정히 하고 겉으로 자비로써 교화하여 수행 높은 비구 한 사람을 공경하여 공양하는 것이 범부 서민을 여러 겁 동안 정성껏 보시하는 것보다 나으리라.
그 까닭은 비구는 부처님의 경을 품었으며, 계가 있고, 정(定)이 있고, 혜(慧)와 해탈과 해탈지견의 씨가 있어서 이 5덕(德)으로써 중생을 인자하게 인도하여 삼계의 만 가지 고통의 화를 멀리하게 하는 때문이니라.”

아난이 아뢰었다.
“다행하옵니다. 이 부호가 직접 여래ㆍ무소착ㆍ정진도(正眞道)ㆍ최정각(最正覺)ㆍ도법어(道法御)ㆍ천인사(天人師)와 아울러 모든 사문인 불환(不還)ㆍ빈래(頻來)ㆍ구항(溝港)ㆍ응진(應眞) 및 보살과 크고 넓은 자비를 세우고 중생을 거느려 인도하는 자를 뵙고 공양하였으니, 이 복이 계량하기 어려워서 바다와 같고 저울질하기 어려워서 땅과 같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구나. 아난아, 참으로 그러하다. 부처님 때는 만나기 어렵고, 경법(經法)은 듣기 어렵고, 비구승은 공양하기 어려우니 우담바라꽃이때에 한 번 있는 것과 같으니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니, 비구들이 기뻐하시면서 머리 조아리고 받들어 행하였다.
보살은 자비로운 은혜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보시를 행함도 이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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