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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육도집경 2권

출처 수집자료

육도집경 제2권

오 강거국 사문 강승회한역

1. 보시도무극장 ② [여기에 4장이 있음]

11
바야왕경(波耶王經)

예전에 바라나국에 바야(波耶)라는 왕이 있었다. 나라를 인(仁)으로써 다스려서 방패와 창이 못쓰게 되었고, 곤장과 매질이 없어졌으며, 감옥은 헐리니 길거리에 걱정하는 소리가 없었고, 중생들은 제자리를 얻었다. 나라는 풍족하고 백성은 번성하니 하늘들은 인자함을 찬탄하였다.
왕성의 너비와 길이가 4백 리요 둘레가 1천6백 리인데 왕이 날마다 이 성중의 사람들을 먹이고 다 그 원대로 좇아 주었다.
이웃 나라에서 이 나라가 풍족하고, 재해가 없음을 듣고 왕이 신하들과 모의하여 말하였다.
“저 나라는 풍부하고 백성들이 안락하다. 내가 얻고자 하니, 가면 반드시 이기리라.”
신하와 첩들이 모두 기쁘게 왕의 원대로 따르겠다고 하였다. 곧 군사를 일으켜서 어진 나라로 갔다.

어진 나라의 여러 신하들이 듣고 막으려 하였다.
어진 왕은 슬퍼하면서 말하였다.
“나 한 사람의 몸 때문에 많은 백성의 몸을 죽이겠는가. 나 한 사람의 목숨을 사랑하여 백성들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겠는가. 한 입에 두 번 먹으며 한 몸뚱이에 여러 벌 옷을 입겠는가. 때에 따라 어찌 다투랴. 봄 하늘[春天] 같은 덕을 버리고 승냥이와 이리의 잔학(殘虐)을 취하겠는가. 내가 차라리 한 세상의 목숨을 버릴지언정 큰 뜻을 버리지 않으리라. 자기를 헤아리고 여러 생명을 편안하게 한다는 것은 대개 하늘의 인(仁)이다.”
방편으로 신하들에게 말하기를, “각각 물러갔다가 내일 다시 의논하자” 하고, 밤에 성을 넘어서 도망하여 한 나무 밑에 앉았다.

한 바라문이 왔는데 그의 나이 60이었다. 왕에게 물었다.
“저 어진 나라의 임금님께서 만복하시고 강령하신가?”
대답하였다.
“그 임금님은 벌써 돌아가셨다.”
바라문은 듣고 땅을 치면서 애통해 하였다.
왕이 그에게 물었다.
“그대는 왜 그렇게 슬퍼하는가?”
대답하였다.
“내가 들으니 저 임금님은 어진 덕이 여러 생명에 미쳐서 그 덕택이 제석과 같다기에 달려와서 목숨을 의탁하려 했더니, 저 임금님이 돌아가셨다니 이 늙은 것도 다 살았구려.”
왕이 말하였다.
“저 어진 임금이란 자가 바로 나였소. 이웃 나라 임금이 우리 나라가 풍부하고 백성이 번성하며 보배가 많다는 것을 듣고 무사에게 명령하여서 내 머리를 가져오는 자에게는 남녀 종을 각각 천 명, 말 천 필, 소 천 마리, 금ㆍ은 각 천 근씩을 상으로 준다 하였소. 이제 그대가 내 머리를 취하고 금관과 칼을 분명한 증거로 삼아 가지고 저 왕에게 가서 많은 중상(重賞)을 받아서 대대로 물려줄 자산이 된다면 내 마음이 기쁘겠소.”
“어질지 못하여 도를 어김은 차라리 죽을지언정 어찌하겠습니까?”
“노인은 나를 믿고 살았는데 궁하게 할 수 있으랴. 내가 이제 이 머리를 그대에게 주되, 그대에게는 죄가 없게 하리라.”
그리고는 일어나서 시방에 머리 조아리고, 눈물을 흘리면서 맹세하였다.
“중생으로서 위태로운 자를 내가 마땅히 편안케 하리라. 참됨을 등지고 삿됨으로 향하는 자를 내가 마땅히 3존(尊)께 귀의케 하리라. 이제 이 머리로써 그대의 궁함을 구제하되, 그대에겐 죄가 없게 하리라.”
곧 칼을 당겨 자결함으로써 그 사람의 어려움을 건지게 하였다.

바라문이 머리와 관과 칼을 가지고 저 왕에게 이르렀다. 왕은 옛 신하들에게 물었다.
“어진 왕의 힘이 천 사람을 당한다는데 어찌 이 사람에게 잡혔느냐?”
옛 신하들은 머리를 조아려 땅에 쓰러져 애통해 하며 대답을 못하였다.
다시 바라문에게 물었다. 바라문이 경위를 진술하니, 백성들이 거리에 쓰러져서 울부짖다가 어떤 사람은 피를 토하였고, 어떤 사람은 기절을 하여 시체처럼 보였다. 저 왕도 신하도 크고 작은 무사들도 모두 비통해 하지 않는 자가 없었다.
왕은 하늘을 우러르면서 길게 탄식하여 말하였다.
“나의 무도함이여, 하늘의 어진 아들을 죽였도다.”
그리고는 어진 왕의 몸뚱이와 머리를 취하여 연결하여 금박을 하고 전상(殿上)에 앉혀서 32년 동안 천자(天子)를 삼았다가 뒤에 그의 아들을 세워서 왕으로 삼으니, 이웃 나라까지도 자식처럼 그를 사랑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어진 왕은 죽은 뒤에 곧 천상에 났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어진 왕은 내 몸이었고, 이웃 나라의 왕은 목련이었으며, 그 나라의 여러 신하들은 지금 이 모든 비구들이었다.”
보살은 자비로운 은혜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보시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12
바라나국왕경(波羅㮈國王經)

예전에 바라나 국왕의 태자 이름은 가란(迦蘭)인데 형제가 두 사람이었다.
부왕이 죽으니 나라를 서로 사양하여 주인으로 서는 자가 없었다.
형은 아내를 거느리고 도망하여 산에 들어가서 도를 배웠다. 임강수(臨江水)에 이르렀는데, 그때 다른 나라의 어떤 범죄자가 국법으로 그의 손발을 잘리고 코와 귀가 절단되고 부서진 배에 띄워 버려졌다. 죄인이 하늘을 연달아 부르니 도사(道士)가 그것을 들고 슬퍼하며 말하였다.
“저 사람이 누구기에 그 괴로움이 저다지도 심할까. 대체로 자비를 넓히어 몸을 어질게 하고 목숨의 위험을 무릅쓰면서 뭇 생명의 액난을 건지는 것은 큰 선비가 할 일이다.”
그리고는 물에 뛰어들어 물결을 헤치고 배를 끌어다가 언덕에 댄 뒤 그를 업고 거처로 돌아와서 극진히 양호하니, 상처가 나아 목숨을 보전하게 되었다. 햇수가 4년이 지났지만 자비로 기르되, 싫증냄이 없었다.

그의 아내는 음란하여 꺼리는 것이 없어 죄인과 음모를 꾸며 남편을 죽이려고 죄인에게 말하였다.
“그대가 그를 죽인다면 내가 그대와 살겠다.”
죄인이 말하였다.
“저 사람은 현자(賢者)인데 어떻게 죽이느냐?”
그렇게 하여도 아내의 말이 여전하매 죄인이 또 말하였다.
“나는 손발이 없어서 죽일 수 없다.”
아내가 말하였다.
“그대는 앉아 있으라. 나에게 꾀가 있다.”
그리고는 거짓으로 머리가 아프다고 하며 남편에게 말하였다.
“이것은 반드시 산신의 소위인데 내가 풀어 주고자 하니 내일 당신과 함께 기도를 합시다.”
남편이 대단히 좋다고 하여, 다음날 드디어 언덕으로 갔는데 높이가 40리며 삼면에 절벽이 있어서 보는 자가 모두 무서워하였다.
아내가 말하였다.
“술법이 있으니 당신이 해를 향하고 서 있으면 제사는 내가 지내겠습니다.”
남편은 해를 향하였고 아내는 거짓으로 두어 둘레쯤 돌다가 산 밑으로 밀어서 떨어뜨렸다.
산 중턱에 나무가 있었는데, 잎이 촘촘하고 두터워 부드럽고 폭신하였다. 도사(道士)는 가지를 잡고 서게 되었다. 나무에는 감미로운 과실이 있어 먹고 목숨을 보전하였다. 나무 곁에는 거북이 있어서 또한 날마다 그 과실을 먹었는데, 나무에 사람이 있는 것을 보고 무서워서 감히 가지 못하여 닷새나 굶다가 위험을 무릅쓰고 과실이 있는 데로 나아가니, 양자가 서로 해함이 없어서 드디어 서로 닿을 만큼 가까이 다가왔다. 도사는 뛰어서 거북에 올라타니 거북이 놀래어 땅으로 뛰어내렸는데 천신이 도와서 사람도 거북도 상함이 없었다.

고국에 돌아오니 아우가 나라를 형에게 사양하였고, 형은 몸을 어질게 하여 넓은 자비로 뭇 생명을 건졌다.
왕이 나라를 다스리되, 날마다 보시하여 4백 리 안 사람들이 수레, 말, 갖가지 보배와 음식을 자유로 하였으며, 동서남북에 은혜로 기르기를 이와 같이 하니, 왕의 공명이 두루 펴져서 시방에서 덕을 찬탄하였다.

한편 그의 아내는 남편이 죽었고 나라에 자기를 아는 사람이 없다고 하여 손, 발이 무지러진 사내를 업고 나라로 들어와서 스스로 말하였다.
“시집이 세상의 쇠란을 당하였고 몸마저 절단나서 높으신 임금님의 인자하신 은혜를 듣고 와서 비는 것입니다.”
나라 사람들이 이와 같음을 갸륵하게 여겨 다음과 같이 가르쳐 주었다.
“대왕께서 넓으신 자비로 뭇 생명을 기르시는데 내일은 동문으로 나가서 보시할 것이다. 네가 마중하면 너의 선행을 귀하게 보셔서 네게 많이 주시리라.”

이튿날 왕에게 가서 구걸하니, 왕은 그들을 기억하고는 여러 신하들에게 아내의 내력을 이야기하였다. 한 신하는 말하였다.
“마땅히 불에 태워야 합니다.”
또 한 신하는 말하였다.
“마땅히 베어야 합니다.”
법을 맡은 대신[執法大臣]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대체로 바른 것을 버리고 삿됨에 들어가서 패역(悖逆)의 행동을 하는 것보다 큰 죄는 없습니다. 저 흉악한 사람에게 못을 박아 사람을 후리는 여자[蠱女]의 등이라고 붙여 항상 지고 있게 해야 합니다.”
여러 신하들이 모두 말하였다.
“좋습니다. 좋은 것을 따라 집행함이 현명합니다.”
왕이 10선(善)으로써 백성을 교화하니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왕과 신하와 백성들은 죽어서 천상에 태어났으며, 죄인 부부는 죽어서 지옥에 들어갔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의 왕은 내 몸이었고, 죄인은 조달이었으며 아내는 회간여자(懷杆女子)였느니라.”
보살은 자비로운 은혜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보시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13
살화단왕경(薩和檀王經)

예전에 국왕의 이름이 살화단(薩和檀)이었으니, 풀이하면 일체를 보시한다[一切施]는 뜻이다. 구하는 것이 있으면 남의 뜻을 거슬리지 않고 보시하였기 때문이다. 그 왕의 이름이 팔방에 퍼져서 모르는 이가 없었다.
그때 문수사리(文殊師利)가 가서 시험하고자 하여 소년 바라문으로 변화하여 다른 나라로부터 왕궁 문에 이르러 문지기에게 말하였다.
“나는 먼 데서 왔는데, 대왕을 뵙고자 합니다.”
문지기가 곧 이와 같이 아뢰었다.
왕은 매우 기뻐하면서 곧 나아가 맞이하되, 아들이 아버지를 뵙는 것과 같이하여 앞에서 예(禮)를 올리고 앉으라고 청하였다. 그리고 물었다.
“도인께서는 어디에서 오셨습니까? 험한 길을 오시기에 얼마나 피곤하십니까?”
바라문이 말하였다.
“제가 다른 나라에 있으면서 왕의 공덕을 들었으므로 와서 뵙는 것이며, 이제 빌고자 하는 것이 있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대단히 좋습니다. 얻고자 하는 바를 스스로 의심하거나 어려워하지 마십시오. 지금 내 이름이 일체시(一切施)입니다. 어떠한 것을 구하고자 합니까?”
바라문이 말하였다.
“나는 다른 것은 소용이 없고, 왕의 몸을 얻어서 나의 남종으로 삼고 왕의 부인으로 나의 여종을 삼고 싶은데, 만약 그렇게 하겠다면 나를 따라 갑시다.”
왕이 매우 기뻐하면서 대답하였다.
“대단히 좋습니다. 이제 이 몸은 결정코 도인에게 종속되어 부림을 받겠습니다. 그러나 부인은 큰 나라의 왕녀이오니 마땅히 가서 물어 보아야겠습니다.”

곧 들어가서 부인에게 말하였다.
“이제 한 도인이 연소하고 단정한데, 멀리서 와 내 몸을 빌어 가지고 남종을 삼고자 하고, 아울러서 당신은 여종으로 삼고자 하는데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소?”
부인이 물었다.
“왕께서는 어떻게 대답하셨습니까?”
“나는 이미 종이 될 것을 허락하였으나, 당신에 대하여는 허락하지 못하였소.”
부인이 말하였다.
“왕께서는 서로 버리고 혼자서만 편리할 대로 하시고, 나를 제도하실 생각은 아니하십니다.”
부인이 곧 왕을 따라 나가서 도인에게 말하였다.
“이 몸도 도인의 종으로 바치겠습니다.”

바라문이 다시 왕에게 말하였다.
“정말로 그렇게 하겠습니까? 나는 이제 가야겠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내가 태어난 이래로 보시하되 일찍이 후회한 적이 없었습니다. 도인을 따라가겠습니다.”
“그대들이 나를 따르겠다면 다 모두 맨발인 채로 신을 신지 말라. 마땅히 종의 법과 같이하여 바로잡지 않을 수 없다.”
왕과 부인이 말하였다.
“예, 주인님[大家]의 가르침을 좇아서 감히 명령을 어기지 않겠습니다.”
그때 바라문이 노비를 거느리고 길을 갔다.
문수사리는 곧 나툰 사람[化人]으로서 그 왕의 자리와 부인의 몸을 대신하여 나라를 다스려서 전과 같게 하였다.

왕의 부인은 본디 큰 나라의 왕녀로서 단정하기 짝이 없었으며, 수족이 부드럽고 연하였으며, 깊은 궁중에서 생장하여 추위와 괴로움을 겪지 않았다. 더구나 임신한 지 수 개월의 무거운 몸으로 걸어서 주인을 따르자니, 온몸이 고통스럽고 발바닥은 터지고 상하여서 다시 나아갈 수 없었다. 피로가 극도에 달하여 뒤에 떨어지니 바라문이 둘아보고 꾸짖었다.
“네가 이제 종이 되었으니 마땅히 종의 법대로 할 것이요, 네 그 본래의 행투를 쓰지 못하리라.”
부인은 꿇어앉아 아뢰었다.
“다만 소인이 아주 피로해서 조금 멈추어 쉰 것입니다.”
고함쳤다.
“빨리 와서 내 뒤를 따르라.”
가다가 나라의 시장에 이르러서 따로따로 남종과 여종을 팔아서 각각 다른 주인에게 넘기니, 서로 수 리(里)나 떨어졌다.

그때 어느 장자가 이 남종을 사서 이 집을 지키게 하고 모든 매장하는 자[埋者]가 있으면 그 세금을 거두게 하여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이때 여종은 어느 대가(大家)에 소속되었는데, 부인의 질투가 심하여 새벽부터 밤까지 일하게 되니 당초부터 쉴 수가 없었다. 그 뒤 수일 만에 여종이 아이를 낳으니 남자인데, 부인이 성내어 말하였다.
“너는 종년인데 어떻게 이 아이를 얻을 수 있겠느냐? 어서 죽여 버려라.”
주인의 명령을 따라서 곧 그 아이를 죽여서 묻으러 가는데, 남종의 처소에 이르러 서로 만나 보고 말하였다.
“사내아이를 낳았는데 오늘 죽었습니다. 돈을 아니 가지고 왔으니 지금 정녕 아무렇게나 묻을 수는 없습니까?”
남종이 말하였다.
“주인님께서 몹시 급하니 이것을 들으면 나에게 적지 않은 벌을 줄 것이오. 그대는 빨리 가지고 가서 다시 다른 데를 찾아보고 여기에서 지체하지 말아 주오.”
왕과 부인이 비록 서로 만났으나 애쓰고 고생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고, 각기 원망하는 마음도 없었다.

이렇게 말하는 순간에 황홀하기 꿈과 같더니, 왕과 부인이 저절로 본국으로 돌아와서 중궁(中宮)에 있었다. 정전에 앉았는데 전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고, 모든 신하들이나 후궁ㆍ채녀들이 다 모두 전과 같았으며, 낳았던 태자도 또한 저절로 살아나니, 왕과 부인이 마음속으로 스스로 의심이 되어서 이게 어떻게 된 연고인가 하였다.
문수사리가 허공에서 7보로 된 연꽃 위에 앉아 신색상(身色相)을 나투고 찬탄하였다.
“훌륭하다. 지금 그대가 보시하는 지성이 이와 같구나.”
왕과 부인이 기뻐서 뛰었고, 곧 나아가 절을 하였다.
문수사리가 그들을 위하여 경법을 설하니 3천 세계의 국토가 크게 진동하였고, 온 나라 사람을 덮으니, 모두 위없는 참되고 바른 도의 뜻을 발하였으며, 왕과 부인은 그때에 불기법인(不起法忍)을 얻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때 왕은 곧 내 몸이었고, 부인은 지금의 구이(俱夷)였으며, 태자는 라운(羅云)이었느니라.

내가 숙세(宿世)에 보시함이 이와 같아서 일체 사람을 위하여 신명(身命)을 아끼지 않아 무수겁에 이르렀으되 뉘우침이 없었으며, 영화를 바라는 바가 없어서 스스로 정각을 얻었다.”
보살은 자비로운 은혜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보시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14
수대나경(須大拏經)

예전에 섭파국(葉波國)에 왕이 있었는데, 호는 습수(濕隨)였고, 이름은 살사(薩闍)였다. 나라를 바르게 다스리니 백성들이 원망이 없었다.
왕에게 태자가 있었는데, 이름이 수대나(須大拏)였다. 용모와 위의가 세상에 빛났고, 자비와 효성이 그와 같기 어려웠으며, 4등(等)으로 널리 보호하였고 말로도 사람을 상하게 하지 않았다.
왕에게는 한 아들뿐이어서 무량한 보배로 여겼다. 태자는 어버이를 섬기되 하늘과 같게 하였으며, 지각(知覺)이 든 이래로 항상 보시하여 뭇 생명을 건지기를 원했으며, 우리의 후세가 복을 한량없이 받도록 하였다.
어리석은 자는 무상한 변화를 보지 못하고 보존할 수 있다고 하지만, 지혜 있는 사람는 5가(家)가 있음을 알고 보시하는 사람을 높인다.
시방의 모든 부처님ㆍ연각[緣一覺]ㆍ무소착존(無所着尊)께서도 보시하는 것이 세상의 보배라고 찬탄하지 않음이 없으시다.
태자가 드디어 널리 보시하여 혜택이 중생에 미쳤다. 의복과 음식을 얻고자 하는 자에게는 말하자마자 그것을 주었고, 금은과 여러 가지 진귀한 보배와 수레ㆍ말ㆍ전답ㆍ주택 따위를 구하여도 주지 않음이 없었다. 그리고 빛과 향기가 멀리 퍼져 찬탄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부왕에게 한 흰 코끼리가 있었는데 위무(威武)와 용맹(勇猛)이 60마리의 코끼리를 쓰러뜨릴 수 있었다. 원수 나라가 와서 싸워도 이 코끼리가 번번이 이겼다.

모든 왕들이 의논하였다.
“태자가 어질고 거룩하여서 구하는 것을 주지 않는 것이 없다 하니, 바라문 여덟 사람을 보내어서 태자에게 가서 흰 코끼리를 달라고 하게 하자.”
바라문들을 불러 말하였다.
“만약 능히 얻기만 하면 우리가 그대에게 중하게 사례하리라.”
그들은 명령을 받고는 곧 길을 떠났다.
사슴 가죽 옷을 입고, 짚신을 신고, 병을 들고, 지팡이를 들고 멀리 여러 고을을 지나 천여 리를 가서 섭파국에 이르렀다.

지팡이를 짚고 한쪽 발을 들고 대궐문을 향하고 서서 지키는 군사[衛士]에게 말하였다.
“내가 들으니 태자가 가난하고 궁핍한 이에게 보시하여 윤택이 여러 생명에 미친다 하므로 먼 데서 와서 나도 궁핍한 바를 구걸하고자 한다.”
지키는 군사가 곧 들어가서 사실대로 알렸다. 태자가 듣고 흔연(欣然)히 달려나가서 맞아들이고, 마치 아들이 아버지를 뵙는 것처럼 머리를 조아려서 발에 닿도록 하고 위로하였다.
“어디에서 오셨습니까? 고체(苦體)는 어떠하십니까? 구하는 바를 얻고자 하여 한 발로 선 것입니까?”
대답하였다.
“태자님의 덕의 빛이 두루 팔방에 들리어 위로는 창천(蒼天)에 달하고, 아래로는 황천(黃泉)에 이르렀으니, 태산처럼 높은 덕을 우러러 찬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대는 하늘 사람의 아들이라 입 밖에 낸 말은 반드시 믿을 만합니다. 정말 보시를 숭상하여 중생의 원을 어기지 않는다면 이제 연꽃 위로 가는 흰 코끼리를 얻고자 합니다. 라사화대단(羅闍★大檀)이라고 하는 코끼리 말입니다.”
태자가 말하였다.
“대단히 좋습니다. 여러분에게 금은과 여러 가지 보배를 올려 마음대로 구하는 바를 가져 어려움이 없게 하겠습니다.”
곧 시자(侍者)에게 신칙하여 빨리 흰 코끼리에게 금은의 안장과 굴레를 씌워서 끌어오게 하였다.
왼손으로 코끼리 고삐를 잡고 오른손으로는 금 항아리를 받들어 바라문의 손을 씻고 인자함과 기쁨으로 코끼리를 넘겨주었다. 바라문이 크게 기뻐하면서 곧 축원을 마치고 함께 코끼리를 타고 웃음을 머금고 갔다.

정승과 백관들로서 한탄하지 않는 이가 없었고, 모두 말하였다.
“이 코끼리는 용맹과 힘이 으뜸이어서 나라가 이 놈을 믿고 편안하였다. 적과 교전하게 되면 바로 위풍당당하게 돌진하였는데, 이제 원수 나라에 주었으니, 장차 무엇을 믿을 것인가?”
그리고는 함께 왕께 간언을 올렸다.
“대체로 흰 코끼리는 그 힘이 60마리의 코끼리를 쓰러뜨릴 수 있으며, 이 나라의 적을 물리치는 보배이온데, 태자께서 무서운 원수에게 주었습니다. 궁중에는 창고가 날마다 비어 들어가는데, 태자께서 마음대로 보시하기를 그만두지 않습니다. 수년 내에 온 나라 처자들까지도 반드시 보시할 물건으로 될 것이 두렵습니다.”
왕이 그 말을 듣고 마음이 아파 한참 있다가 말하였다.
“태자가 불도를 좋아하여 궁핍을 구제하고 중생을 자비로 기르는 것을 수행의 으뜸으로 삼는다. 비록 법을 어겼더라도 만약 구속하여 벌한다면 이것은 무도한 일이다.”

백관들이 말하였다.
“허물을 갈고 닦는다는 교의(敎儀)에는 잃음이 없어야 합니다. 구속하고 벌함이 잔학하다 함을 신들도 감히 들었사오니 나라에서 쫓아내어 10년 동안만 전야(田野)에서 스스로 근신하고 뉘우치도록 하는 것이 신들의 원입니다.”
왕은 곧 사자(使者)를 보내어서 태자에게 말하였다.
“코끼리는 나라의 보배인데 어찌 원수에게 주었느냐? 차마 벌을 가하진 못하겠으니 빨리 나라에서 나가거라.”
사자가 명을 받들어 이와 같이 말하니, 태자가 대답하였다.
“감히 천명(天命)을 어기지 않겠습니다. 원컨대 7일만 보시하여 없는 사람을 구제하게 하시면 나라에서 나가도 여한이 없겠습니다.”
사자가 그렇게 아뢰니, 왕이 말하였다.
“빨리 가라. 네 말을 듣지 않겠다.”
사자가 돌아가 말하였다.
“왕께서 윤허하시지 않습니다.”
태자가 거듭 말하였다.
“감히 천명을 어기지 않겠습니다. 나에게 사재(私財)가 있으니 나라의 것을 침범하지 않겠습니다.”
사자가 또 아뢰니 왕이 들어 주었다.

태자가 흔연히 시자(侍者)에게 신칙하였다.
“나라 안에 궁핍한 백성이 있으면 빨리 오도록 권하여서 그 하고자 하는 바를 좇아 마음대로 어김이 없이 하여 주라. 국토ㆍ관작ㆍ전택(田宅)ㆍ재보는 허깨비나 꿈 같은 것이라 없어지지 않는 것이 없느니라.”
백성들이 모두 궁문으로 달려왔다. 태자는 음식ㆍ의복ㆍ칠보와 그밖에 여러 가지 보배로써 백성이 원하는 것을 마음껏 주었다. 보시를 마치고 나니 가난하였던 자가 다 부유하게 되었다.
태자의 아내의 이름은 만지(曼坁)였는데 다른 나라 왕의 딸로서 얼굴이 아름답고 빛나 한 나라에 둘도 없었고, 머리에서 발까지 7보와 영락으로 장식하였다.
태자는 그 아내에게 말하였다.
“일어나서 내 말을 들어 보오. 부왕께서 나를 단특산(檀特山)으로 보내어 10년 동안 있게 하셨는데, 그대는 아는가?”
아내가 놀라 일어나서 태자를 보고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무슨 죄가 있기에 나라에서 추방되어서 높으신 몸이 깊은 산에 있어야 하옵니까?”
그는 아내에게 대답하였다.
“내가 보시함으로써 국내의 것을 헛되이 소모하고, 싸움의 보배인 이름난 코끼리를 원수에게 주었기 때문에 부왕과 여러 신하들이 성나서 나를 쫓아내는 것이오.”
아내는 곧 발원하였다.
“나라가 풍족하며, 왕과 대신들과 백성들의 부귀와 수명이 다함이 없어지이다. 마땅히 뜻을 세워 저 산택(山澤)에서 성도할 것을 널리 맹세하나이다.”

태자는 말하였다.
“저 산택은 무서운 곳이오. 호랑이 따위 해하는 짐승 때문에 살기 어려우며, 또 독충ㆍ도깨비ㆍ귀신ㆍ번개ㆍ뇌성벽력ㆍ바람ㆍ비ㆍ구름ㆍ안개가 있어 매우 두려워할 만하오. 추위도 더위도 과도하여 수목에 의지하기 어려우며, 가시덤불과 돌자갈은 그대가 견딜 바가 아니오. 그대는 왕의 딸로 영화와 즐거움 속에 태어나서 중궁(中宮)에서 자랐으니, 옷은 곱고 부드러운 것이었으며, 음식은 달고 아름다운 것이었고, 눕는 곳은 휘장과 장막이었으며, 여러 가지 음악이 귀를 울렸고, 원하면 무엇이나 마음대로 하였소. 이제 산택에 산다면 풀을 깔고 누워야 하고 초목의 열매를 먹어야 하니, 사람이 참을 바가 아닌데 어떻게 견디겠소?”
아내는 말하였다.
“고운 옷과 뭇 보배와 휘장과 맛있는 음식이 내게 무슨 유익한 것이기에 태자와 더불어 생이별하여 살겠습니까?
대왕이 나갈 때엔 번(幡)으로써 표지[幟]를 삼고, 불은 연기로써 표지를 삼고, 지어미는 지아비로써 표지를 삼거늘, 내가 태자 믿기를 어린애가 어버이 믿듯이 하였습니다. 태자가 나라에 계시면서 사방에 멀리 보시할 때 나도 같은 원을 세웠었는데, 이제 어려움을 겪게 된 마당에 오히려 남아서 영화를 지킨다면 어찌 이것이 어진 길이오리까?
혹 누가 와서 구걸한다면 하늘 같은 남편을 보지 못하여 이 마음이 절망을 느껴 반드시 죽게 되리니, 그것은 의심할 것이 없습니다.”

태자가 말하였다.
“먼 나라 사람이 와서 처자를 달라 하면 나는 거스르는 마음을 가질 수 없소. 그대가 그리운 애정 때문에 혹 은혜의 길을 어겨서 널리 윤택하게 함을 끊는다면 나의 중한 임무를 파괴하는 것이오.”
아내가 말하였다.
“태자님의 보시(布施)는 세상에서 보기에 희유한 것입니다. 마땅히 큰 서원을 마치기까지 삼가 게으름이 없이 하오리다. 백천만 세에 당신과 같으신 이가 없을 것입니다. 부처님의 중한 임무를 나도 감히 어기지 않겠습니다.”
태자가 좋다고 하고 곧 처자를 거느리고 어머니께 나아가서 하직하는데, 머리를 땅에 조아리고 마음 아파하며 말씀드렸다.
“원컨대 걱정을 버리시고 옥체를 보중하시옵소서. 나라 일이 번잡하더라도 자주 자비로 간하시어 마음대로 백성에게 죄 주는 일이 없게 하옵소서. 마땅히 참기 어려운 것을 참으시면 참는 것이 보배가 되옵니다.”
어머니가 하직하는 말을 듣고 시자(侍者)를 돌아보면서 탄식하였다.
“내 몸이 돌과 같고 마음이 강철 같구나. 이제 아들 하나 있는 것을 쫓아내는데 보고만 있으니, 내가 이 무슨 마음이란 말인가. 아들을 두지 못했을 때는 자식 두기를 원하다가 아이를 밴 날부터는 나무가 꽃을 머금은 것 같아서 날마다 이루어지기만 기다렸더니, 하늘이 나의 원을 빼앗지 않으시고 아들을 두게 하사 이제 길러서 성취시켰더니, 생이별을 해야 한다는 말이냐? 부인과 빈첩으로서 질투하던 자는 기뻐하여 다시 나를 존경하지 않을 것이다.”

태자가 처자와 함께 절하고 물러가니, 궁내에 있는 사람들로서 목메어 울지 않는 이가 없었다. 궁에서 나와 문무 대신과 관리와 백성들과 슬픈 작별을 하고 성을 나왔다. 모든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태자는 나라의 성령(聖靈)이요, 보배 중의 보배거늘 두 어버이는 무슨 마음으로 쫓아내는 것일까?”
태자가 성밖에 앉아 모든 전송하는 자들에게 사례하여 집으로 돌려보내니, 백성들이 엎드려 절하고 모두 애통해 하였다. 어떤 이는 애통해 하며 하늘을 불렀는데, 그 소리가 나라에 진동하였다.
아내와 함께 길을 떠나 본국에서 멀리 떨어져 온 것을 알고 한 나무 밑에 앉았는데, 어떤 바라문이 먼 데로부터 와서 구걸하기에 입었던 보배 옷과 처자의 진주 구슬을 풀어서 다 주어 버렸다.
처자를 수레에 태우고 자신은 고삐를 잡고 가는데, 막 길을 떠나려 하니, 또한 바라문이 말을 빌기에 말을 주어 버리고, 자신이 끌채에 들어가 수레를 끌었다. 가다가 또한 바라문이 수레를 빌기에 곧 처자를 내리게 하고 수레를 주었다.
태자에게는 수레도 말도 옷도 패물도 몸에 필요한 필수품도 아무 것도 남은 것이 없었다. 아내에게 딸을 업게 하고 자기는 사내아이를 안았다. 나라에 있을 때에 그 이름난 코끼리와 여러 가지 보배와 수레와 말을 보시하다가 쫓겨났지만, 한 번도 성내거나 후회하지 않고 화목한 마음으로 서로 따르면서 기쁘게 산으로 들어갔다.
세 번의 이레인 21일 만에 드디어 단특산에 이르렀다.

태자가 보니 산엔 수목이 무성하였고, 흐르는 샘마다 물이 아름다웠으며, 단 과실이 갖추어 있었고, 오리ㆍ기러기ㆍ원앙이 그 사이에 유희하였으며, 온갖 새들이 서로 화답하며 구슬피 울었다.
태자는 보고 나서 그 아내에게 말하였다.
“당신, 이 산을 보오. 수목이 하늘로 솟았으나 부러지고 상한 것이 거의 없으며, 뭇 새들은 지져귀고, 곳곳에 샘이 있으며 여러 가지 과실이 많아서 음식이 될 만하니, 오직 도에만 힘써서 서원한 것을 어기지 맙시다.”
산중의 도사(道士)들은 다 절개를 지키고 학문을 좋아하였다.
한 도사가 있었는데 이름은 아주타(阿周陀)로 오래 산간에 살았으며, 현묘(玄妙)한 덕이 있었다. 곧 아내와 함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리고 합장하고 서서 도사에게 말하였다.
“내가 처자를 거느리고 여기 온 것은 도를 배우고자 함이오니, 원컨대 넓은 자비와 가르침을 내리셔서 나의 뜻을 이루어 주소서.”
도사는 가르치고 태자는 배웠다. 나무와 풀로 얽어서 집을 짓고, 머리는 묶고, 풀잎 옷을 입고 과일을 먹고 샘물을 마셨다. 아들의 이름은 야리(耶利)인데 작은 풀 옷[草服]을 입고 아버지를 따라 드나들었고, 딸의 이름은 계나연(罽拏延)인데 사슴 가죽옷[廘皮衣]을 입고 어머니를 따라서 드나들었다.
산에서 하루를 자고 나니 하늘이 샘을 불게 하여 그 맛이 더욱 달아졌고, 약을 만들 수 있는 나무[藥樹木]가 자라났으며 좋은 과실이 무성하였다.

뒤에 구류손(鳩留孫)이라는 늙고 가난한 바라문이 있었는데, 그의 아내는 한창 나이인 데다가 얼굴이 곱고 단정하였다. 병을 가지고 물을 길러 갔는데, 길에서 나이 젊은이가 길을 막고 그녀를 희롱하여 말하였다.
“그대는 사는 것이 가난하여 몸을 보전하지 못하는데 저 늙은이의 재물이 탐나서 같이 살기를 바라는가. 저 늙은이는 도를 배운다지만 속은 사악하며 교화의 도리에도 통하지 못하였으니, 한 인격을 이루기가 어렵소. 오로지 어리석고 악독한데 그대는 그의 무엇을 탐하는가. 얼굴은 추하고 검으며, 코는 납작하고, 몸뚱이는 굽었고, 낯은 주름살투성이고, 입술은 비뚤어지고, 말은 더듬고, 두 눈은 푸르러 그 모습이 귀신 같아 온몸에 한 군데도 좋은 데가 없으니, 누가 미워하지 않으랴. 그대는 그의 아내가 되었으니, 부끄럽고 싫지 않은가?”
여자가 조롱하는 말을 듣고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내가 그 늙은이를 보면 머리털과 수염이 바로 하얗게 센 것이 마치 나뭇가지에 서리가 붙은 것과 같아서 조석으로 그가 빨리 죽기만 바라건만 원대로 안 되니 어떻게 할 수가 없소.”
곧 남편에게 돌아가서 사실을 모두 이야기하고, 이렇게 말하였다.
“당신이 종을 두면 내가 물을 길지 않을 것이요, 만약 이대로면 나는 당신을 떠나겠소.”
남편이 말하였다.
“내가 가난하니 부리는 사람을 어떻게 얻겠소?”
아내가 말하였다.
“내가 들으니 보시에 뛰어난 수다나라고 하는 보살이 자비로 중생을 건져 그 나라 재물을 허비하여서 임금과 여러 신하에게 쫓겨 산중에 산다고 하오. 그에게 있는 두 아이를 달라고 하면 당신에게 줄 것입니다.”

아내가 자주 이렇게 조르니 사랑하는 아내를 어기기가 어려워서 그 말대로 하기로 하고, 섭파국으로 갔다. 궁문에 나아가서 태자가 어디로 갔느냐고 물으니, 지키는 병사가 위에 아뢰었다.
왕이 이 말을 듣고는 가슴이 맺히고 속이 막혀 눈물과 콧물이 섞여 흘러서 한동안 있다가 말하였다.
“태자가 쫓겨난 것은 바로 이런 사람들 때문인데, 지금 또 왔구나.”
그리고는 불러들여서 오느라고 수고했다고 한 뒤, 그 까닭을 물었다.
“태자님의 덕의 향기를 원근이 모두 노래하기에 멀리서 와서 의탁하여 쉬기를 바랍니다.”
왕이 말하였다.
“태자가 여러 가지 보배를 보시하여 다 없애고 지금 깊은 산에 처하여서 의식도 채우지 못할 터인데 무엇을 그대에게 주겠는가?”
“덕의 아름다움이 높고 높아 멀리서 목마르게 사모하였사오니, 빛나시는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귀하여 지금 죽어도 한이 없겠습니다.”
왕이 사람을 시켜서 그 지름길을 가르쳐 주었다.

길에서 사냥꾼을 만나서 물었다.
“그대는 여러 산을 밟았으니 혹시 태자를 보지 못했는가?”
사냥꾼이 본디 태자가 쫓겨난 까닭을 알았으므로 벌컥 성내어 꾸짖었다.
“내가 네 목을 베리라. 태자를 물어서 어떻게 한다는 것이냐?”
바라문이 계면쩍고 두려워서 생각하였다.
‘내가 꼭 이 사람에게 죽게 되었구나. 방편을 써서 속일 수밖에 없다.’
“임금님과 여러 신하들이 태자님을 불러서 나라로 돌아오게 하여 왕으로 삼으려고 하는 것이다.”
사냥꾼은 “대단히 좋다”면서 기쁘게 그 처소를 가르쳐 주었다.

멀리 작은 집이 보였고, 태자도 또한 그가 오는 것을 보았다. 두 아이는 보고 마음속으로 무서워하며 남매가 서로 말하였다.
“우리 아버지가 보시를 숭상하여서 이 사람도 온 것이다. 재산이 다하여 알맞은 것이 없으니 반드시 우리 남매를 줄 것이다.”
그리고는 손을 붙들고 함께 도망쳤다. 어머니가 옛날에 구덩이를 파 놓았는데 그 구덩이에 사람이 들어갈 만하였다.
두 아이가 들어가 나무로 그 위를 덮고, 서로 경계하여 말하였다.
“아버지가 불러도 대답을 하지 말자.”

태자가 공손히 앞쪽에 앉으라고 청하여 과일 음료를 앞에 내놓았다. 과일 음료를 다 마시자 위로하였다.
“먼길에 오시느라고 얼마나 피로하십니까?”
그가 대답하였다.
“내가 먼 곳에서 오느라고 온몸이 아프고, 또 대단히 주리고 목이 마릅니다. 태자님의 빛과 향기는 팔방에서 좋다고 탄복하지요. 높고 높아서 멀리 비추니, 그것은 마치 태산과 같은지라 천신(天神)이든 땅 귀신[地祇]이든 누가 칭찬하지 않겠습니까? 이제 멀리 와서 궁한 신세를 의탁하여 작은 목숨을 늘리고자 합니다.”
태자는 딱한 표정으로 말하였다.
“재물이 다 없어져 아낄 것이 없습니다.”
바라문이 대답하였다.
“두 아이로써 이 늙은 몸을 봉양케 하여 주면 좋겠습니다.”
태자가 대답하였다.
“그대가 멀리서 와서 아이들을 구하는데 내가 어길 마음이 없습니다.”

태자가 아이를 부르니 남매가 무서워서 서로 말하였다.
“아버지가 부르는 것은 반드시 귀신에게 우리를 주려는 것이다. 명을 어기고 대답하지 말자.”
태자는 구덩이에 있다고 생각하여 나무를 들추어 아이들을 발견했다. 아이들이 나와서 아버지를 끌어안고 부들부들 떨면서 눈물을 흘리며 말하였다.
“저것은 귀신이지 바라문이 아니어요. 우리가 자주 바라문을 보았지만 얼굴과 모양이 저렇지는 않아요. 우리를 귀신의 밥으로 만들지 마셔요. 어머니는 과일을 따러 가시더니 왜 이리 더디신가. 오늘 우리는 틀림없이 귀신에게 먹힐 텐데. 어머니가 오셔서 우리를 찾으면 어미소가 송아지를 찾듯 미쳐서 달리면서 애통해 하실 터이며, 아버지도 반드시 후회하실 거여요.”
태자가 말하였다.
“나는 보시한 이래로 일찍이 조금도 후회한 적이 없었다. 내가 허락하였으니 너희들은 어기지 말라.”
바라문이 말하였다.
“그대가 넓은 자비로 주는 것인데, 아이의 어머니가 돌아오면 그대의 넓은 덕도 깨어지고 내 본래의 원도 어긋나는 것이니, 빨리 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태자가 말하였다.
“그대가 아이들을 구하려고 멀리서 왔는데, 마침내 어길 수 없으니 어서 속히 데리고 가시오.”

태자가 오른 손으로 바라문의 손에 물을 부어 깨끗하게 하고 왼손으로는 아이들을 붙들어서 바라문에게 주니, 바라문이 말하였다.
“내가 늙어서 기운이 없는데 아이들이 도망하여 어머니한테로 가면 내가 어떻게 잡겠는가? 태자는 크신 은혜로 서로 묶어서 주시오.”
태자가 아이들을 붙들어 바라문으로 하여금 묶게 하고 자신이 손으로 그 새끼줄 끝을 잡았다. 두 아이가 몸부림을 쳐 뒹굴면서 아버지 앞에서 슬피 울며 어머니를 부르면서 말하였다.
“천신ㆍ지신이시여, 산과 나무의 모든 신들이여, 한 번 불쌍히 여기셔서 우리 어머니에게 일러 주소서. 두 아이를 남에게 주었으니 어서 과일을 버리고 와서 한 번 서로 보기라도 하라고.”
슬픔이 하늘과 땅을 감동시키니, 산신이 슬퍼서 큰 소리를 내어 우레가 진동하는 것과 같았다.
어머니는 그때 과일을 따다가 마음이 두근거려 하늘을 우러러보니 구름도 비도 없었다. 그런데 오른편 눈에 경련이 일어나고 왼편 겨드랑이가 가려우며 두 젖에서 젖이 자꾸 흘렀다.
어머니가 생각하였다.
‘이것은 대단히 괴이한 일이다. 내가 과일 때문에 이러고 있었더니 빨리 돌아가서 아이들을 봐야겠다. 장차 무슨 일이라도 있을 모양이다’
곧 과일을 내버리고 황황히 미친 사람처럼 돌아왔다.

제석이 생각하였다.
‘보살이 뜻이 높아서 그 넓은 서원의 중한 임무를 이루고자 하는데 아내가 가면 그 높은 뜻이 무너지게 된다’
그리고는 사자로 변화하여서 길을 막아 웅크리고 앉으니, 부인이 말하였다.
“너는 짐승 중의 왕이요, 나는 사람 중의 왕자로서 함께 이 산에 머물고 있다. 내게 두 아이가 있는데, 다 아직 어리다. 아침도 아직 못 먹어 나만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사자가 그녀를 피하였다. 부인이 나아가는데, 다시 그 앞에 흰 이리로 변화하여 나타나니 부인이 앞에서와 같이 말하니 이리도 또 피하였다. 다음 또 범이 되었는데 마침 바라문이 멀어지자 드디어 물러갔다.

부인이 돌아와서 태자가 혼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참담하고 무서워서 말하였다.
“우리 아이들은 어디 가고 이제 혼자만 앉아 있습니까? 아이들이, 항상 내가 과일을 가지고 돌아오는 것을 멀리서 보면 내게로 달려오다가 넘어져 다시 일어나고, 뛰고, 좋아하며 웃으면서 ‘엄마가 왔다’고 하였고, 그리고 나서 주린 애들은 배부르게 먹었는데, 이제 보이지 않으니 누구에게 주었습니까?
내가 앉으면 아이들이 좌우에 서서 몸에 먼지가 묻은 것을 보곤 서로 털어주고 하더니, 이제 아이들이 오지 않고 또 있는 곳도 못 보겠으니, 당신이 누구에게 주었단 말이요. 어서 말 좀 하세요.
하늘과 땅에 기도드릴 때, 그때 심정은 말도 하기 어려우나 마침내 좋은 자식들을 얻게 되었소. 이제 아이들의 장난감인 흙 코끼리ㆍ흙 소ㆍ흙 말ㆍ흙 돼지와 그밖에 여러 가지 앙증스런 것들이 이리저리 땅바닥에 널린 것을 보니 마음이 슬프오. 내가 또한 미치겠구려. 호랑이나 귀신에게 잡아먹혔나요, 아니면 도적에게 잡혀갔나요. 어서 이 맺힌 것을 풀어 주시오. 내가 꼭 죽을 것 같소.”
태자가 한참 만에야 드디어 말하였다.
“어떤 한 바라문이 와서 두 아이를 달라고 하면서 나이가 다하고 목숨이 얼마 남지 않아 심부름이나 시키겠다고 하여 내가 주었소.”
아내가 이 말을 듣고 몸부림 쳐 땅에 구르고 애통해 하며 울면서 말하였다.
“과연 꿈꾼 바와 같구나. 하룻밤 꿈에 늙고 가난한 거지 같은 바라문이 나의 두 젖을 베어 가지고 달아나더니, 바로 지금 이 일이었구나.”
애통하여 하늘을 부르니 한 산 사이에 진동하였다.
“내 자식이 저러하니 어디에 가서 찾아야 하나.”

태자는 아내의 애통함이 더욱 심함을 보고 말하였다.
“내가 본래 그대에게 효도를 융성하게 하며 받들어 따른다고 맹세하였소. 내가 대도에 뜻을 두어 중생을 구제하되, 구하는 것을 주지 않는 것이 없이 한다고 아주 분명하게 말하였거늘, 지금 애통해 하여 나의 마음을 어지럽히는가?”
아내가 말하였다.
“태자님은 도를 구하는데 괴로움이 어찌 그리 심합니까? 대체로 가장이 처자들 사이에 있어서 자유롭지 않음이 없거늘, 하물며 사람 중에서도 높으신 신분이리까?”
그리고는 원하였다.
“구하는 바를 반드시 얻어서 일체지(一切智)에 이르소서.”

제석과 모든 하늘들이 모두 의논하였다.
“태자의 도를 넓히는 보시가 다함이 없으니, 그 아내로써 시험하여 마음을 보는 것이 어떠한가?”
제석이 바라문이 되어 가지고 그 앞에 가서 말하였다.
“내가 들으니 당신은 하늘과 땅의 어짊을 품고 널리 중생을 건져서 보시하되 어김이 없다기에 와서 동정을 청합니다. 당신의 부인이 어질고 정숙하여 덕의 향기가 멀리 들리므로 와서 주기를 청하는 것이니, 혹 즐거이 줄 수 있습니까?”
“대단히 좋다.”
그리고는 오른손으로는 물을 떠서 바라문의 손을 씻게 하고, 왼손으로는 아내를 이끌어 주려고 하였다. 모든 하늘이 만수무강을 기원하였고, 그 선함을 탐복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그러자 천지가 갑자기 크게 움직여 사람도 귀신도 놀라지 않는 이가 없었다.

바라문이 말하였다.
“그만두시오. 난 취하지 않겠습니다.”
“이 아내에게 어떤 나쁜 점이 있다는 말입니까? 이 아내에게는 나쁜 것이라곤 도무지 없고 부인으로서의 예절도 가장 잘 갖추었다오. 그 부왕께서 오직 이 딸만을 두었는데, 예를 다하여 남편을 섬기되 도탄을 피하지 않았으며, 좋은 옷과 맛난 음식을 구하지 않았고, 부지런히 노력하였건만 얼굴은 빛남이 남보다 뛰어납니다. 그대가 취하면 내가 기뻐할 것이니, 근심을 제거하는 것이 가장 좋은 일입니다.”
범지가 대답하였다.
“부인의 현숙하고 부지런함은 진실로 당신의 말과 같습니다. 삼가 승낙하고 받아서 내가 당신에게 드리는 것이니 남에게 주는 일이 없도록 하십시오.”
또 말하였다.
“실은 나는 천제석으로서 세상의 보통 사람이 아닙니다. 그래서 와서 당신을 시험해 본 거지요. 당신이 부처님을 숭상하는 지혜는 표리가 일치하여 견줄 수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이제 무엇을 원하십니까? 마음대로 구하시면 반드시 좇겠습니다.”
태자가 말하였다.
“원컨대 큰 부자가 되어서 항상 보시를 좋아하되, 지금보다도 탐함이 없도록 하고, 나의 부왕님과 나라의 신민들을 서로 만나게 해주십시오.”
천제석이 “좋다”고 하고, 때에 응하여 나타나지 않았다.

한편 바라문은 그 뜻대로 얻은 것을 기뻐하였으므로 가는 데 피곤함을 몰랐다. 두 아이를 끌고 가서 부리기를 바랐으나, 아이들은 왕의 자손이라 본래 영화와 즐거움을 자유로 하다가 그 양친을 떠나서 새끼줄로 묶인 바 되니, 묶인 자리가 다 상하여서 슬피 울며 어머니를 불렀다. 그러면 채찍을 쳐서 달리게 하였다.
바라문이 낮잠을 자는데, 두 아이가 도망하여 스스로 못 속에 빠지니, 연과 부들[蒻]이 위를 덮었고, 물벌레가 몸을 덮었다. 깨어서 찾아다니다가 다시 아이들을 붙들어서 마구 채찍으로 때리니 피가 흘러 땅을 물들였다.
천신이 불쌍히 생각하여 묶인 것을 풀고 상한 것을 낫게 하였으며, 단 과일이 생기게 하고, 땅을 부드럽고 연하게 하니, 남매가 과일을 따서 서로 주고 먹으면서 말하였다.
“이 과일은 마치 과수원의 것과 같고, 이 땅은 마치 임금님 면류관 옆에 달린 술과 같구나.”
남매가 서로 붙들고 하늘을 우러르며 어머니를 불러서 눈물이 온몸에 흘러내렸다.
바라문이 가는 데는 그 땅이 높고 험하며 자갈밭ㆍ가시덤불이어서 몸뚱이와 발바닥이 상하여 지독하게 아팠고, 나무의 과일을 보면 혹은 쓰거나 혹은 맵거나 하여 바라문은 가죽과 뼈가 서로 붙었으나, 아이들은 피부가 빛나고 윤택하며 얼굴빛이 회복되었다.

그 집에 돌아와서 웃으면서 말하였다.
“내가 그대를 위하여 종 두 사람을 얻었으니 당신 마음대로 부리도록 하오.”
아내가 이 아이들을 보고 말하였다.
“노비가 아닙니다. 이 아이들은 단정하고 수족이 고와서 일을 시킬 수 없으니 빨리 가서 팔아 가지고 다시 부릴 만한 것을 사오십시오.”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다른 나라로 가고자 하였는데, 하늘이 그 길을 잘못 들게 하여 아이들의 본국으로 갔다. 백성들이 알고 모두 말하였다.
“이들은 태자님의 아들이다. 대왕님의 손자다.”
그들은 목이 메어서 궁문에 나아가서 위에 알렸다. 왕이 바라문을 불러 아이들을 데리고 궁에 들어오니 궁인으로서 누구나 탄식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왕이 불러서 안으려고 하니 두 아이가 나아가지 않았다. 왜 그러느냐고 하니 아이가 말하였다.
“전에는 왕손이었으나 지금은 종이 되었사온데 천한 종으로서 어떻게 임금님의 무릎에 앉겠습니까?”
바라문에게 이 아이들을 얻은 연유를 물으니, 사실대로 대답하였다. 얼마에 팔겠느냐 하니 바라문이 대답을 못 하자, 사내아이가 얼른 대답하였다.
“남자는 값이 은전 1천과 황소 백 마리옵고, 여자는 값이 금전 2천과 암소 2백 마리옵니다.”
왕이 말하였다.
“남자는 컸는데도 천하고, 여자는 어린데도 귀하니 그 무슨 까닭이냐?”
대답하였다.
“태자가 거룩하고 어질어서 윤택이 하늘 땅과 같으며 천하가 즐겨 따르니, 마치 어린애가 어버이를 의지하듯 합니다. 이것은 천하를 얻는 밝은 도모이옵거늘 멀리 추방되어 산택(山澤)에 처하여 호랑이와 독충과 이웃이 되었으며, 과일을 먹고 풀 옷을 입었으며, 우레와 비가 사람을 놀라게 하였습니다. 대체로 재물이란 초개(草芥)와 같은 것이라, 앉아서 내침을 당하니, 그러므로 남자는 천한 줄로 압니다.
백성의 딸이 만약 용모가 빼어나면 깊은 궁궐에 들어갈 수 있으니 누우면 곧 보료 위요, 보배 휘장을 덮으며, 천하의 훌륭한 옷을 입고, 천하가 바치는 조공을 먹으니, 그러므로 여자는 귀한 줄로 압니다.”
왕이 말하였다.
“여덟 살밖에 안 된 어린애가 보살의 변론을 갖추었으니 하물며 그 아버지랴.”
궁중의 모든 사람들로서 그 풍자하여 간함을 듣고 슬퍼하지 않은 이가 없었다.
바라문이 말하였다.
“값으로 은전 1천과 황소와 암소를 각각 백 마리씩 주신다면 좋고,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 그만두겠습니다.”
왕이 승낙하고 곧 그 수대로 주니 바라문이 물러갔다.

왕이 두 손자를 무릎 위에 앉히고 물었다.
“아까는 안기지 않더니 지금은 어찌하여 빠르냐?”
대답하였다.
“아까는 노비였사오나 지금은 왕손이 되었습니다.”
“네 아비는 산에서 무엇을 먹느냐?”
“고비 나물과 나무 열매 따위를 먹으며, 날마다 새와 짐승을 데리고 서로 즐기니 또한 근심이 없습니다.”
왕이 사자(使者)를 보내 맞아오게 하니 사자가 길에 나아가매 산중에 수목들이 구부렸다 폈다 하여 마치 절을 하는 것과 같았다. 모든 새들이 슬피 우니 슬픈 소리에 감정이 담겨 있었다. 태자가 말하였다.
“이것이 무슨 상서일까?”
아내가 누워 있다가 말하였다.
“부왕의 뜻이 풀어지셔서 사자가 맞이하러 오나 봅니다. 신기(神祇)가 돕고 기뻐서 이런 상서가 일어나나 봅니다.”
아내는 아이들이 없어진 때부터 누워 있었는데, 사자가 오자 일어나서 절하고 왕명을 받았다.
사자가 말하였다.
“상감마마와 황후마마께옵서 식사를 못 하시고 울음으로 보내시와 몸이 날로 쇠해지시면서 태자님을 보고싶어 하시옵니다.”
태자가 좌우를 돌아보니 산도 나무도 흐르는 샘도 그리운 것이었다. 눈물을 거두고 수레에 올랐다.

사자를 따라서 출발하니 온 나라가 기뻐서 길을 닦고 청소를 하고 휘장을 치고 향을 피우고 꽃을 흩고 기악을 울리고 기와 일산을 바치고 하여 온통 종종걸음을 쳤으며, 만세를 불렀다.
태자가 성에 들어와 머리를 조아려 사과 올리고, 물러나와 기거하니, 왕이 다시 나라의 진귀한 보배를 모두 태자에게 주어서 보시하게 하매 이웃 나라의 지친 백성들이 모두 귀화하여 마치 여러 내가 바다로 돌아가듯 하였다. 묵은 원한이 다 사라지고 절하여 신하라 일컬었으며, 공물을 바쳐 서로 위하니, 적들도 어짊을 숭상하고 도둑이 다투어 보시하였다. 방패와 창을 거두어들였고, 감옥은 헐렸다. 뭇 생명이 길이 편안하였고 시방이 착함을 칭송하였다. 덕을 쌓기를 쉬지 아니하여 드디어 여래의 집착하는 바 없는 바르고 참된 도와 가장 바른 깨달음의 도법과 하늘과 인간을 거느리는 스승을 얻어서 삼계에 독보(獨步)하는 뭇 성인의 왕이 되었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모든 부처님의 중한 임무를 받아 중생을 건질 것을 맹세하고 비록 일찍이 극도의 고통을 받았을지라도 이제 위없는 어른[無蓋尊]이 되었느니라.
태자가 뒤에 목숨을 마치고 도솔천에 났다가 천상에서 내려와서 백정왕에게 태어났으니, 곧 지금의 이 몸이었으며, 부왕은 아난이었고, 처는 구이였으며, 아들은 라운이었고, 딸은 나한 주지모(朱遲母)였으며, 천제석은 미륵이었고, 사냥꾼은 우타야(優陀耶)였으며, 아주타는 대가섭이었고, 아이를 판 바라문은 조달이었고, 그 처는 지금의 조달의 처 전차(旃遮)였느니라.
내가 숙세로부터 마음과 힘을 다하여 애쓴 것이 헤아릴 수 없으나 마침내 두려워하거나 큰 서원을 어김이 없었으며, 보시 법으로써 제자를 위하여서 설하였다.”
보살은 자비로운 은혜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보시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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