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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잡보장경

출처 수집자료


몸과 말과 뜻의 업을 단속하지 않으면
지혜로운 사람은 그를 떠나 다른 곳으로 가리.

질투하는 악한 사람 착한 마음이 없어
남의 이익과 즐거움과 명예를 보면
마음이 닳아 몹시 고통하나니
그는 말은 좋고 부드러우나 마음은 나쁜 사람
지혜로운 사람은 그를 떠나 멀리 다른 곳으로 가리.

사람이 만일 나쁜 욕심 즐기고 이양을 탐하며
아첨하고 취(取)하면서 부끄러움 없으며

안팎이 모두 깨끗하지 않으면
지혜로운 사람은 그를 빨리 떠나 다른 곳으로 가리.

사람이 만일 공경하고 삼가는 마음이 없어
교만한 그 마음에 아무 법이 없으면
스스로 지혜로운 이라 하나 실은 어리석나니
슬기로운 사람은 그를 멀리 떠나 다른 곳으로 가리.

어떤 이에게 음식과 침구와
갖가지 의복을 얻어 살아가거든
부디 그를 옹호하고 그 은혜 생각하기
마치 인자한 어머니가 외아들을 생각하듯 하라.

욕망은 모든 괴로움을 내고 자라게 하나니
부디 먼저 욕망을 끊고 성냄을 떠나야 하며
스스로 뽐내는 교만한 마음도 버려야 하네.
그것들은 사람을 나쁜 곳으로 가게 하기 때문이다.

부귀한 벗이나 빈천한 벗이나
그러한 벗들은 속히 멀리 떠나라.
한 집을 위해서는 한 사람을 버리고
한 마을을 위해서는 한 집을 버리며
한 나라를 위해서는 한 마을을 버리고
자기 몸을 위해서는 온 천하를 버려라.

바른 법을 위해서는 자기 몸을 버리고
한 손가락 위해서는 현재 재물 버리며
목숨을 위해서는 사지(四肢)를 버리고
바른 법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버려라.

바른 법은 일산 같아 능히 비를 막듯이
법을 수행하는 이는 법이 옹호해 주며
행하는 법의 힘으로 온갖 나쁜 계를 끊는다.

한창 봄이 되어 시원한 그늘을 얻는 것처럼
법을 수행하는 이도 또한 그와 같아서
지혜로운 여러 성현들과 함께 나아가느니라.

많은 재물의 이익을 얻어도 기뻐하지 않고
혹은 중한 보배를 잃어도 근심하지 않으며
항상 괴로워하면서도 구걸하지 않으면
그이는 바로 견실한 대장부니라.

남에게 재물을 보시하고는 못내 기뻐하고
세상의 온갖 악은 빨리 떠나며
자기 몸을 든든히 세우기를 바라보며 깊게 하면
그는 바로 웅건한 장부니라.

의리를 밝게 알아 온갖 일에 익숙하고
사람됨이 부드러워 남과 함께 즐기면
사람들은 찬탄하기를 좋은 장부라 하리라.
그 때 우바대달은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지금 형님을 더욱 믿고 공경하나니
가령 어떤 곤액과 고통을 당하더라도
마침내 나쁜 일을 행하지 않고
혹은 죽거나 살거나
재물을 얻거나 잃거나 악을 짓지 않고
기어코 형님을 받들어 섬기리라.

계율을 가져 죽을지언정
계율을 범하면서 살지 않으리
무엇 때문에 이 한 평생 동안
방일하면서 악을 행할까.

나고 죽는 동안에 방일하지 말라.
나는 생사간에 악을 행하여
나쁜 벗을 만나서는 나쁜 일 짓고
선한 벗을 만나서는 절교하였다.

부처님께서 전생 일을 아는 지혜에 들어
그것을 깨닫고 비구들에게 이 게송 말씀하셨다.

그 때의 대달은 바로 이 내 몸이요
우바대달은 바로 저 아난이며
그 때의 둔도비는
바로 저 제바달다니라.

비구들이여, 이렇게 공부할 줄을 알아야 한다.
이 학문 이름은 집법총섭설(集法摠攝說)이니
부디 널리 삼가 행하고 공경하라.

여러 비구들은 그 법을 닦았다.

30. 제바달다가 부처님을 해치려고 한 인연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계시면서 제바달다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여래에게 나쁜 마음을 내지 말라. 그렇게 하면 스스로 손해를 보아 불안한 일을
당하고 스스로 그 고통을 받을 것이다.”
비구들은 말하였다.
“희유하나이다. 세존이시여, 제바달다는 부처님께 대하여 항상 나쁜 마음을 가지는데, 부
처님께서 언제나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시며 부드러운 말로 더불어 말하십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것은 오늘만이 아니다. 지난 옛날 가시국의 바라내성에 첨복(瞻蔔)이라는 큰 용왕이
있었다. 그는 항상 때를 맞춰 비를 내려 곡식을 익게 하고, 14일 15일에는 사람 모양으로 변
하여 5계(戒)를 받들어 가지며 보시하고 법을 들었다.
그 때 남인도의 어떤 주사(呪師)가 와서 화살을 세우고 주문을 외워 첨복 용왕을 잡아갔
다.
그 때 어떤 천신이 가시국왕에게 말하였다.
'어떤 주사가 첨복 용왕을 잡아갔습니다.'
왕은 곧 군사를 내어 그를 쫓아갔다. 그 바라문은 다시 주문을 외워 왕의 군사들을 모두
꼼짝도 못하게 하였다. 왕은 많은 재물을 내어 그에게 주고 용왕을 찾아왔다.
그 바라문은 두 번째 다시 와서 주문을 외워 용왕을 잡아가려고 하였다. 용왕의 여러 권
속들은 구름을 일으키고 비를 내리며 우레와 번개로 벼락을 치면서 그 바라문을 죽이려 하
였다. 용왕은 인자한 마음으로 여러 용들에게 말하였다.
'그 목숨을 해치지 말라.'
그래서 잘 타일러 그를 돌아가게 하였다.
그가 세 번째로 다시 왔다. 그 때 여러 용들은 다시 그를 죽이려 하였다. 그러나 용왕은
그것을 말려 죽이지 못하게 하고 그를 놓아 주어 돌아가게 하였느니라.
비구들이여, 그 때의 그 용왕은 바로 지금의 이 내 몸이요, 그 주사는 지금의 저 제바달다
니라.
그 때 나는 용으로 있으면서도 인자한 마음으로 여러 번 그를 구제하였거늘, 하물며 오늘
에 있어서 어찌 사랑하지 않겠는가?”

31. 공명조(共命鳥)의 인연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계실 그 때 비구들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 제바달다는 부처님의 사촌 아우인데 어찌하여 항상 부처님을 원망하고
해치려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것은 오늘만이 아니다. 옛날 설산에 공명(共命)이라는 새가 있었는데, 한 몸에 머리가
둘이었다.
한 머리는 항상 맛있는 과실을 먹어 그 몸을 안온하게 하려 하였지마는 한 머리는 질투하
는 마음으로 이렇게 말하였다.
'어찌하여 자기만이 항상 맛난 과실을 먹고 나는 먹지 못하는가?'
그리하여 그는 독한 과실을 따 먹고 두 머리를 모두 죽게 하였느니라.
비구들이여, 알고 싶은가. 그 때 그 맛난 과실을 먹은 자는 바로 이 내 몸이요, 그 때 그
독한 과실을 먹은 자는 바로 지금의 저 제바달다니라.
그는 옛날에 나와 한 몸이 되어 있으면서도 나쁜 마음을 내더니, 지금 내 종제가 되었어
도 또한 저러하니라.”

32. 흰 거위왕의 인연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계실 때 제바달다는 산을 밀어 부처님을 눌러 죽이려 하였고, 호재
(護財)라는 코끼리를 놓아 부처님을 밟아 죽이게 하려 하였으므로 그 나쁜 이름이 세상에
흘러 퍼졌다.
제바달다는 여러 사람 앞에서는 부처님을 향해 참회하고 부처님 발을 불어 드리지마는 여
러 사람이 없을 때에는 비구들 가운데서 나쁜 말로 부처님을 욕하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말
하였다.
“제바달다는 부처님을 향해 참회하고 마음이 아주 유순한데, 까닭없이 나쁜 이름이 흘러
퍼지게 되었다.”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희유하나이다. 세존이시여, 제바달다는 매우 아첨하고 거짓이 많습니다. 여러 사람들 앞
에서는 공손하게 부처님을 대하고 그윽한 곳에서는 나쁜 마음으로 부처님을 꾸짖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것은 오늘만이 아니다. 옛날 어떤 연못에 많은 물새가 거기 살았었다. 그 때 어떤 황
새가 그 못에 살면서 천천히 걷다가 한 쪽 다리를 들고 있었다. 여러 새들은 모두 말하였다.
'이 새는 행실이 착하고 위의가 행실에 맞아 물에 사는 짐승을 괴롭히지 않는다.'
그 때 흰 거위는 게송으로 말하였다.

다리를 들고 천천히 걸으며
음성은 아주 부드럽고 연하여서
세상을 속이고 미혹하지만
누가 그의 아첨과 거짓을 모르리.

황새가 말하였다.
'왜 그런 말을 하는가? 이리 와서 우리 서로 친하게 지내자.'
흰 거위가 대답하였다.
'나는 너의 아첨과 거짓을 안다.'
그리하여 끝내 친하지 않았느니라.
너희들은 알고 싶은가? 그 때의 그 거위의 왕은 바로 지금 이 내 몸이요, 그 황새는 바로
지금의 저 제바달다니라.”

33. 큰 거북의 인연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계셨다. 제바달다는 항상 나쁜 마음으로 부처님을 해치려 하여, 활을
잘 쏘는 바라문을 사서 화살을 가지고 부처님께 나아가 활을 당겨 부처님을 쏘게 하였다.
그러나 그 쏜 화살은 모두 구물두꽃[拘物頭華]·분타리꽃[分陀利華]·파두마꽃[波頭摩華]·
우발라꽃[優鉢羅華]으로 변하였다.
5백 명 바라문들은 이 신변을 보고 모두 두려워하여, 곧 화살을 버리고 부처님께 예배하
고 참회한 뒤에 한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 그들을 위하여 설법하여 그들은 모두 수다원의
도를 얻었다. 그리고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원컨대 저희들이 집을 떠나 도 배우는 것을 허락하소서.”
부처님께서
“잘 왔구나, 비구들이여.”
하시자, 그들의 수염과 머리는 저절로 떨어지고 법옷[法衣]은 몸에 입혀졌다.
부처님께서 그들을 위하여 거듭 설법하시어 그들은 모두 아라한의 도를 얻었다. 그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의 신력은 참으로 희유하나이다. 제바달다는 언제나 부처님을 해치려 하지마는
부처님께서 항상 큰 인자한 마음을 내십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것은 오늘만이 아니다. 옛날 바라내국에 한 우두머리 상인이 있어 이름을 불식은(不
識恩)이라 하였다. 그는 5백 명 상인들과 함께 바다에 들어가 보물을 캐어 보물을 가지고
돌아오다가 물 굽이치는 곳에 이르러, 물에 사는 나찰을 만났는데, 그들이 배를 붙들어 앞으
로 나아갈 수가 없었다.
여러 상인들은 매우 놀라고 두려워하여 모두 외쳤다.
'천신·지신과 일월의 여러 신들이여, 누구나 우리를 사랑하고 가엾이 여겨 우리의 액난
을 구제하여 주소서.'
그 때 등 너비가 1리나 되는 어떤 큰 거북이 그들을 가엾이 여겨 배가 있는 곳으로 와서
여러 사람들을 등에 업고 곧 바다를 건너게 하였다.
그 때 거북이 잠시 잠이 들자 불식은은 큰 돌로 거북의 머리를 때려 죽이려 하였다. 여러
상인들이 말하였다.
'우리는 거북의 은혜를 입고 어려움에서 벗어나 살게 되었는데, 그를 죽이는 것은 옳지
못하고 또 은혜를 모르는 일입니다.'
불식은은 말하였다.
'우리는 지금 굶주림이 급하다. 누가 그의 은혜를 묻겠는가?'
이렇게 말하고, 곧 거북을 죽여 그 고기를 먹었다. 그런데 그 날 밤중에 큰 코끼리 떼가
와서 그들을 밟아 죽였다.
비구들이여, 그 때의 그 큰 거북은 바로 지금의 이 내 몸이요, 그 때의 그 불식은은 바로
지금의 저 제바달다이며, 그 때의 그 5백 명 상인들은 바로 저 집을 나와 도를 얻은 5백 명
아라한이다.
나는 과거에도 그의 액난을 구해 주었지만 지금도 그의 생사의 근심을 제거해 주느니
라.”

34. 두 재상의 모함한 인연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계실 때 제바달다는 여러 가지 인연을 만들어 부처님을 해치려 하였
으나 되지 못하였다.
그 때 남천축국에서 어떤 바라문이 왔는데, 그는 주술(呪術)을 잘 알고 독약을 잘 만들었
다. 제바달다는 그 바라문에게서 독약을 만들어 부처님 몸에 흩었으나 바람은 그 독약을 불
어, 그 약은 도로 제 머리 위에 떨어졌다. 그는 이내 까무러치면서 땅에 쓰러져 죽게 되었
다.
그러나 어떤 의사도 고치지 못하였다.
“세존이시여, 제바달다가 독약을 입어 죽게 되었습니다.”
부처님께서 그를 가엾이 여기시므로 진실한 말로 말씀하셨다.
“내가 보살 때부터 부처가 된 뒤로 저 제바달다에 대해서 언제나 사랑하는 마음을 가졌
고, 조금도 나쁜 마음이 없었다면 제바달다의 독은 스스로 사라질 것이다.”
이렇게 말씀하시자, 그 독기는 곧 사라졌다.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희유하나이다. 세존이시여, 제바달다는 한결같이 부처님께 대하여 나쁜 마음을 일으키는
데 부처님께서 어찌하여 여전히 그를 살려 주십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오늘만 나쁜 마음으로 나를 향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도 그러하였느니라.”
비구들이 다시 아뢰었다.
“부처님께 나쁜 마음을 가졌던 그 일은 어떠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지난 세상에 가시국에 바라내라는 성이 있었고, 거기에 두 재상이 있었는데, 한 사람 이
름은 사나(斯那)요 한 사람 이름은 악의(惡意)였다. 사나는 항상 법을 따라 행하였고, 악의
는 언제나 나쁜 행을 행하여 모함하기를 좋아하였다. 그래서 그는 왕에게 말하였다.
'사나가 반역하려 합니다.'
왕이 곧 사나를 옥에 가두자, 하늘의 여러 선한 신들은 허공에서 소리를 내어 말하였다.
'그 어진 사람은 실로 아무 죄가 없는데 어찌하여 구속합니까?'
그 때 여러 용들도 그렇게 말하고 신하들과 인민들도 그렇게 말하였다. 그래서 왕은 곧
놓아 주었다.
그 다음에 악의는 왕의 창고 물건을 훔쳐 사나의 집에 가져다 두었다. 그러나 왕은 믿지
않고 악의에게 말하였다.
'네가 그를 미워하여 거짓으로 그런 일을 한 것이다.'
왕은 신하에게 말하였다.
'이 악의를 붙잡아다 저 사나에게 넘겨 죄를 다스리게 하라.'
사나는 악의를 시켜 왕에게 참회하게 하였다. 그러나 악의는 스스로 죄가 있음을 알고 곧
비제혜왕(毘提醯王)에게로 달아나, 한 보배상자를 만들어 독을 가진 모진 뱀 두 마리를 그
안에 넣고, 비제혜왕으로 하여금 사신을 시켜 저 나라에 보내어, 그 국왕과 사나 두 사람만
같이 보고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못하게 하였다.
왕은 아주 잘 장식한 그 보배상자를 보고 매우 기뻐하여, 곧 사나를 불러 같이 열어 보려
고 하였다.
그 때 사나는 말하였다.
'멀리서 온 물건은 스스로 볼 것이 아니오, 멀리서 온 과실과 음식은 당장 먹을 것이 아
닙니다. 왜냐 하면, 저기는 악한 사람이 있으므로 혹 악한 물건이 와서 사람을 해칠까 두렵
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왕은 말하였다.
'나는 꼭 보고 싶다.'
세 번이나 간절히 왕에게 간하였으나, 왕은 그 말을 듣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다시 왕에
게 말하였다.
'신의 말을 듣지 않으신다면 왕께서 스스로 보십시오. 신은 보지 않겠습니다.'
왕이 곧 상자를 열자 두 눈이 멀어 아무것도 보지 못하게 되었다. 사나는 근심과 괴로움
으로 거의 죽게 되었다. 그래서 사람을 사방에 내어 보내어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좋은
약을 구해 얻어, 그것으로 왕의 눈을 다스려 전과 같이 회복되었다.
비구들이여, 그 때의 그 왕은 바로 지금의 저 사리불이요, 그 사나는 바로 이 내 몸이며,
그 때의 그 악의는 바로 저 제바달다니라.”

35. 산닭왕[山鷄王]의 인연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계실 때 제바달다가 부처님께 나아가 이렇게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이제 편안히 머무시고 이 대중들을 저에게 맡겨 주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침[唾]을 먹을 어리석은 사람아, 나는 이 대중을 사리불이나 목건련에게도 맡기지 않
는데, 어떻게 너에게 맡기겠느냐?”
그러자 제바달다는 화를 내며 욕하고 떠나갔다.
비구들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바달다는 여러 가지로 부처님을 괴롭히려 하며, 또 많은 방편으로 부처님
을 속이려 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것은 오늘만이 아니다. 지나간 세상에 설산 곁에 사는 어떤 산닭왕은

많은 닭들을 거느리고 자기를 따르게 하였다. 그 닭 벼슬은 매우 붉고 몸은 희었다. 그는
여러 닭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저 도시나 마을을 멀리 떠나 사람들에게 잡아 먹히지 않도록 하라. 우리가 원
망하고 미워할 만한 것들이 많이 있으니, 부디 스스로 잘 삼가고 보호하라.'
그 때 어떤 마을에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다. 그는 거기에 닭이 있다는 말을 듣고 곧 그
리로 가서, 나무 밑에서 천천히 걸으면서 머리를 숙이고 그 닭에게 말하였다.
'나는 당신의 아내가 되고 당신은 나의 남편이 됩시다. 당신의 몸은 단정하여 사랑할 만
합니다. 머리의 벼슬은 붉고 몸은 온통 하얗습니다. 우리가 서로 받들어 섬기면 안온하고 즐
거울 것입니다.'
닭은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고양이는 노란 눈의 어리석고 작은 물건
무엇이나 해칠 마음으로 잡아먹으려 하는구나.
그러나 아내를 가진 자로서
그 목숨이 안온한 이 보지 못했다.

비구들이여, 그 때의 그 닭은 바로 내 몸이요, 고양이는 바로 저 제바달다니라. 그는 과거
에도 나를 꾀어 속이려 하였고, 오늘도 나를 꾀어 속이려 하는 것이다.”

36. 길리조(吉利鳥)의 인연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계셨다.
그 때 제바달다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부처님께는 푸른 옷을 입은 5백 명의 귀신이 있어서 항상 호위하고 있다. 또 부처님에게
는 나라연(那羅延)도 따르지 못할 열 가지 힘이 있다. 그러므로 나는 그를 해칠 수가 없다.
차라리 돌아가서 그를 받들어 섬기다가 요긴한 기회를 보아 해치면 죽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 등 대중 앞에서 부처님을 향해 참회하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만일 내 참회를 받아 주면 나는 방편을 쓸 것이요, 내 참회를 받아 주지 않으면 이로 인
해 그의 이름이 나쁘게 퍼질 것이다.'
그는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의 참회를 받아주소서. 저는 한적한 곳에서 혼자 마음을 닦으려 합니
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법에는 아첨과 속임이 없다. 아첨하고 속이는 자에게는 어떤 법도 있을 수 없는 것이
다.”
그 때 저 외도의 여섯 스승들은 모두 말하였다.
“제바달다는 진심으로 부처님께 참회하는데, 부처님이 그 참회를 받아 주지 않는다.”
비구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 제바달다는 거짓으로 부처님을 대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것은 오늘만이 아니다. 먼 옛날 바라내국에 범마달(梵摩達)이라는 왕이 있었다. 그는
법을 정하여 살생을 금하였다.
그 때 어떤 사냥꾼은 선인(仙人)의 옷을 입고 온갖 사슴과 새를 잡았지만는, 아무도 그것
을 아는 이가 없었다.
어떤 길리조(吉利鳥)가 여러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저 아주 나쁜 사람은 비록 선인의 옷을 입었지만, 사실은 사냥꾼으로서 항상 살생합니다.
그러나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길리조를 신용하였는데 진실로 그 말과 같았다.
비구들이여, 그 때의 그 길리조는 바로 지금 이 내 몸이요, 그 사냥꾼은 바로 지금의 저
제바달다이며, 그 왕은 바로 저 사리불이니라.”

37. 늙은 선인의 인연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계셨다.
그 때 아사세왕이 제바달다를 위하여 날마다 5백 가마의 밥을 보냈으므로, 제바달다는 많
은 이양(利養)을 얻었다.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아사세왕은 제바달다를 위하여 날마다 5백 가마의 밥을 보내고 있다 합니다.”
부처님께서
“제바달다가 많은 이양을 얻는 것을 부러워하지 말라.”
하시고,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파초는 열매를 맺으면 마르고
갈대와 대도 또한 그렇다.
버새[?]는 새끼를 배면 죽고
노새도 또한 그러하니라.

어리석은 사람 이양을 탐하여 망하나니
지혜로운 이의 비웃음거리니라.

이 게송을 읊으시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제바달다는 오늘만 이양을 위하여 망하고 나를 비방한 것이 아니라, 과거에도 또한 그
러하였느니라.”
비구들은 아뢰었다.
“과거의 그 일은 어떠하였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과거 바라내국의 선산(仙山)에 두 선인이 있었는데, 늙은이는 신통을 얻었고 젊은이는
얻지 못하였다.

그 때 그 늙은이는 신통의 힘으로 울단월(鬱單越)로 가서 익은 멥쌀을 가지고 와서 둘이
서 같이 먹고, 또 염부제로 가서 염부 열매를 가지고 와서 둘이서 같이 먹고 또 도리천으로
가서 그 하늘의 수타(須陀)맛을 가지고 와서 둘이서 갈라 먹었다.
젊은 선인은 그것을 보고 부러운 마음이 생겨 그 늙은이에게 말하였다.
'원컨대 그 오신통(五神通)을 닦는 법을 저에게도 가르쳐 주십시오.'
늙은 선인은 말하였다.
'만일 좋은 마음을 가지면 오신통을 얻어 반드시 이익이 있겠지만 만일 마음이 좋지 못하
면 도리어 해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는 간절히 아뢰었다.
'원컨대 저에게 가르쳐 주소서.'
그 때 늙은 선인이 곧 오신통을 가르치자 그는 이내 그것을 얻었다.
그는 오신통을 얻고는 여러 사람들 앞에서 가지가지 신통을 나타내어 큰 이름과 이양을
얻었다. 그렇게 되자 그는 그 늙은이를 질투하는 마음이 생겨 가는 곳마다 비방하다가 이내
신통을 잃어버렸다.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이렇게 말하였다.
'저 늙은 선인은 나이도 많고 덕이 있는데, 저 젊은 선인이 제멋대로 비방한다.'
그리하여 모두 성을 내어 성문을 막고 들어오지 못하게 하였으므로, 그는 이내 이양을 잃
고 말았다.
비구들이여, 알고 싶은가? 그 때 그 늙은 선인은 바로 지금의 이 내 몸이요, 그 젊은 선인
은 저 제바달다니라.”

38. 두 상인의 인연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계셨다.
그 때 여러 비구들 가운데 부처님 말을 따르는 이는 모두 열반과 천상과 인간의 길을 얻
었고, 제바달다의 말을 따르는 이는 모두 지옥에 떨어져 큰 고뇌를 받았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 가르침을 따르는 이가 큰 이익을 얻고, 제바달다의 말을 따르는 이가 큰 괴로움을
받은 것은 오늘만이 아니라 옛날에도 그러하였느니라.
지나간 세상에 어떤 두 상인은 5백 명 상인을 데리고 광야에 이르렀다. 어떤 야차 귀신이
소년으로 변하여 좋은 옷을 입고 머리에는 화만을 이고 거문고를 타면서 상인들에게 가서
말하였다.
'너무 피로하지 않습니까? 그 물풀을 싣고 가서 장차 무엇에 쓰려 하십니까? 요 가까운
앞길에 좋은 물풀이 있습니다. 나를 따라 오십시오. 그 길을 가리켜 드리겠습니다.'
한 상인은 그 말을 따라 '우리들은 지금 싣고 가는 이 물풀을 버리고 가벼이 하여 가자'
고 하였다. 그러나 다른 한 상인은 말하였다.
'우리는 지금 물풀을 보지 못했다. 버리지 말자.'
그리하여 물풀을 버린 앞의 사람들은 목이 말라 모두 죽었지만, 그것을 버리지 않은 사람
들은 갈 곳에까지 도착하였다.
비구들이여, 그 때 그 물풀을 버리지 않은 사람은 바로 지금의 내 몸이요, 그 물풀을 버린
사람은 저 제바달다이니라.”

39. 여덟 하늘이 차례로 법을 물은 인연


옛날 부처님이 세상에 계실 때에, 밤중에 갑자기 여덟 하늘이 차례로 내려와 부처님께 나
아갔다.
첫째 하늘은 용모가 단정하고 광명은 1리를 비추며 천녀 열 명을 권속으로 삼고 부처님께
나아가 지극한 마음으로 땅에 엎드려 예배한 뒤에 한 쪽에 물러나 서 있었다.
부처님께서 그 하늘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복을 닦아 하늘 몸[天身]을 받았으니, 5욕(欲)을 스스로 즐기면서 시원스레 안락을
누리고 있는가?”
하늘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비록 천상에 나서 살지만 마음은 항상 근심하고 괴로워 합니다. 왜 그
런가 하면, 저는 전생에 수행할 때에 부모와 스승과 사문과 바라문에게 충성하고 효도하며
마음으로 공경하였지만, 그분들에게 대하여 은근히 공경하고 예배하거나 마중과 배웅을 하
지 못하였습니다. 그런 업의 인연으로 과보가 실로 적어 다른 하늘보다 못하며, 못하기 때문
에 스스로 꾸짖어 수행하지만 만족할 수 없습니다.”
용모와 몸의 광명과 그 권속들이 앞의 하늘보다 열 배나 훌륭한 다른 하늘이 부처님께 나
아가 땅에 엎드려 발 아래 예배하고 한 쪽에 물러나 서 있었다.
부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천상에 나서 시원스런 안락을 누리는가?”
그는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비록 하늘에 나서 살지만 항상 근심하고 괴로워합니다. 왜 그런가 하
면, 저는 전생에 수행할 때 부모와 스승과 사문과 바라문에게 충성과 효도하는 마음을 내어
공경하고 예배하였습니다. 그러나 앉는 자리와 따뜻한 침구를 보시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런
업의 인연으로 지금 과보를 얻었으나 다른 하늘보다 못하며, 못하기 때문에 스스로 꾸짖어
인(因)을 닦지만 만족할 수가 없습니다.”
다시 용모와 광명과 권속들이 앞의 하늘보다 열 배나 훌륭한 다른 하늘이 부처님께 나아
가 땅에 엎드려 발 아래 예배하고 한 쪽에 물러나 서 있었다.
부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하늘 몸을 받아 시원스런 안락을 누리는가?”
그는 아뢰었다.
“저는 비록 하늘 궁전[天宮]에 나서 살지만 항상 근심하고 번민합니다. 왜 그런가 하면,
저는 전생에 부모와 스승과 사문과 바라문에게 충효하고 공경하며 예배하고 자리와 침구를
보시하였으나, 그분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많이 베풀어 보시하지 못하였습니다. 그 업의 인연
으로 지금 과보를 얻었지만 다른 하늘보다 못하며, 못하기 때문에 마음으로 후회하고 꾸짖
으면서 인을 닦지만 아직 갖추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므로 근심하고 번민합니다.”
용모와 광명과 그 권속들이 앞의 하늘보다 열 배나 훌륭한 다른 하늘이
부처님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 아래 예배하고 한 쪽에 물러나 서 있었다.
부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하늘 몸을 받아 시원스레 안락을 누리는가?”
그는 아뢰었다.
“저는 비록 하늘에 났지만 마음으로 항상 근심하고 번민합니다. 왜 그런가 하면, 저는 비
록 과거에 부모·스승·사문·바라문에게 충효하고 공경하며 예배하고 침구와 음식을 보시
하였으나 법을 듣지 못하였습니다. 그 인연으로 지금 과보를 받았지마는 다른 하늘보다 못
하며, 못하기 때문에 항상 스스로 꾸짖으면서 인을 닦지만 아직 만족하지 못하였습니다. 그
러므로 근심하고 번민합니다.”
그 몸의 광명과 권속들이 앞의 하늘보다 열 배나 훌륭한 다른 하늘이 부처님께 나아가 땅
에 엎드려 발 아래 예배하고 한 쪽에 물러나 서 있었다.
부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하늘 몸을 받아 시원스레 안락을 누리는가?”
그는 아뢰었다.
“저는 비록 하늘에 났으나 마음으로 항상 근심하고 번민합니다. 왜 그런가 하면, 저는 전
생에 부모와 스승과 사문과 바라문에게 잘 충효하고 공경하며 예배하고 침구와 음식을 보시
하였으며 법을 들었지만,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하였습니다.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하였기 때문
에 지금 과보를 받았으나 다른 하늘보다 못하며, 못하기 때문에 마음으로 항상 후회하고 꾸
짖으면서 인을 닦지만 아직 원만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므로 근심하고 번민합니다.”
몸의 광명과 그 권속들이 앞의 하늘보다 열 배나 훌륭한 어떤 하늘이 부처님께 나아가 땅
에 엎드려 발 아래 예배하고 한 쪽에 물러나 서 있었다.
부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하늘 몸을 받아 시원스레 안락을 누리는가?”
그는 아뢰었다.
“저는 비록 천당에 나서 살지만 마음으로 항상 근심하고 번민합니다. 왜 그런가 하면, 저
는 전생에 수행할 그 때 비록 부모와 스승과 사문과 바라문에게 충효하고 공경하며 예배하
고 침구와 음식을 보시하며 법을 듣고는 그 뜻을 이해하였지만, 그 말대로 수행하지 못하였
습니다. 그 업의 인연으로 지금 과보를 받았으나 다른 하늘보다 못하며, 못하기 때문에 스스
로 깊이 후회하고 꾸짖으면서 인을 닦지만 아직 만족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므로 근심하고
번민합니다.”
다시 용모와 광명과 그 권속들이 앞의 하늘보다 열 배나 훌륭한 어떤 하늘이 부처님께 나
아가 땅에 엎드려 발 아래 예배하고 한 쪽에 물러나 서 있었다.
부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하늘 몸을 받아 시원스레 안락을 누리는가?”
그는 아뢰었다.
“저는 지금 하늘 궁전에 나서 5욕을 스스로 즐기며, 필요한 물건은 생각을 따라 곧 생기
므로 진실로 즐거워 어떤 근심도 번민도 없습니다.
왜 그런가 하면, 저는 전생에 인을 닦을 그 때 부모와 스승과 사문과 바라문에게 충효하
고 공경하며 예배하고 침구와 음식을 보시하였으며, 법을 듣고는 그 뜻을 이해할 뿐 아니라
그 말대로 수행하였습니다. 그 인연으로 하늘의 과보를 받아 용모가 단정하고 광명이 특히
좋으며, 권속이 많아 다른 여러 하늘보다 뛰어났습니다.
그러한 행을 닦았으므로 과보의 만족을 얻었고, 만족하였기 때문에 가장 훌륭한 과보를
얻었으며, 가장 훌륭한 과보이기 때문에 모든 하늘이 따르지 못하고 따를 자가 없기 때문에
마음으로 즐거움을 얻습니다.”


잡보장경 제4

40. 가난한 사람이 보리떡을 보시하여 갚음을 얻은 인연

 

옛날 어떤 사람이 집이 가난하여 품을 팔아 보릿가루 여섯 되[升]를 얻었다. 그것을 가지
고 집에 돌아와 처자를 먹이려 하였다.
돌아오는 도중에 마침 어떤 도인이 바리를 들고 지팡이를 짚고 걸식하러 다니는 것을 보
았다.
'저 사문은 용모가 단정하고 위의가 조용하여 매우 공경할 만하구나. 한 끼를 보시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였다.
그 때 도인은 그의 생각을 알고 그를 따라 어떤 물가에 이르렀다. 가난한 사람이 도인에
게 말하였다.
“내게 지금 보릿가루가 있어 보시하고자 하는데 혹 자시겠습니까?”
도인은 대답하였다.
“그렇게 합시다.”
그는 물가에다 옷을 펴고 도인을 앉힌 뒤에, 한 되 보릿가루를 물에 타서 한 덩이를 만들
어 도인에게 주면서 이렇게 발원하였다.
'만일 이 도인이 깨끗이 계율을 가지고 도를 얻은 사람이라면, 나로 하여금 현재에 한 작
은 나라의 왕이 되게 하소서.'
도인은 그 떡을 얻고 가난한 이에게 말하였다.
“어찌 이리 적은가? 어찌 이리 작은가?”
그는 이 도인은 많이 먹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다시 한 되를 물에 타서 한 덩이를 만들어
주면서 발원하였다.
'만일 이 도인이 깨끗이 계율을 가지고 도를 얻은 사람이라면, 나로 하여금 두 개의 작은
나라 왕이 되게 하소서.'
도인이 다시 말하였다.
“어찌 이리 적은가? 어찌 이리 작은가?”
그 가난한 이는 생각하였다.
'아마 이 도인은 아주 많이 먹는 사람인 것 같다. 그만큼 떡을 주어도 적다고 불평하는구
나. 그러나 나는 이미 청하였으니까 대어 주어야 한다.'
다시 두 되를 물에 타서 한 덩이를 만들어 주면서 발원하였다.
'만일 이 도인이 깨끗이 계율을 가지고 도를 얻은 사람이라면, 나로 하여금 현재에 네 개
의 작은 나라를 거느리는 왕이 되게 하소서.'
도인은 다시 말하였다.
“어찌 이리 적은가? 어찌 이리 작은가?”
그래서 그는 나머지 두 되를 마저 덩이를 만들어 도인에게 주면서 발원하였다.
'지금 이 사문이 만일 깨끗이 계율을 가지는 도인이라면, 나로 하여금 바라내(波羅)의 국
왕이 되어 네 개의 작은 나라를 거느리며, 또 도를 보는 자리를 얻게 하소서.'
도인은 그 떡을 받고도 그래도 적다고 불평하였다. 가난한 이는 도인에게 말하였다.
“우선 자십시오. 만일 그것으로도 부족하시다면, 내 옷을 벗어 음식과 바꾸어 와서라도
대어 드리겠습니다.”
도인은 떡을 먹었다. 그러나 한 되만 먹고 나머지는 주인에게 돌려 주었다. 가난한 이는
물었다.
“존자가 아까는 떡이 너무 적다고 불평하시더니 지금은 왜 다 자시지 않습니까?”
도인이 대답하였다.
“그대가 처음에 내게 한 덩이 떡을 줄 때에는 바로 한 작은 나라의 왕이 되기를 원하였
소. 그래서 나는 그대 마음의 원이 작다고 말한 것이오. 둘째 번의 떡덩이에서는 두 개의 작
은 나라 왕이 되기를 원하였소. 그래서 그대의 원이 작다고 말한 것이오. 셋째 번의 떡덩이
에서는 네 개의 작은 나라왕이 되기를 원하였소. 그래서 나는 그대의 원이 작다고 말한 것
이오.
그리고 넷째 번의 떡덩이에서는 바로 바라내의 국왕이 되어 네 개의 작은 나라를 거느리
기를 원하였고, '나로 하여금 도를 보는 자리를 얻게 하라'고 하였소. 그래서 나는 그대 원
이 작다고 한 것이지, 음식이 부족하여 적다고 불평한 것은 아니오.”
그 때 가난한 이는 의심이 생겼다.
'나로 하여금 현재의 다섯 나라의 왕이 되게 하는 것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아마 거
짓이리라.'
그러다가 다시 생각하였다.
'내 마음을 능히 아는 것을 보면 반드시 성인일 것이다. 이런 큰 복밭은 나를 속이지 않
을 것이다.'
도인은 그의 생각을 알고, 곧 바리를 던져 허공에 두고 그 뒤를 따라 날아 올라가서, 큰
몸으로 변하여 허공에 가득 찼다가 다시 작은 몸으로 화하자 마치 가는 티끌과 같았다. 한
몸으로써 한량없는 몸이 되기도 하고 한량없는 몸을 합하여 한 몸이 되기도 하였다.
또 몸 위에서는 물을 내고 몸 아래에서는 불을 내었다. 물을 땅처럼 밟기도 하고 땅을 물
처럼 밟기도 하였다.
이렇게 열여덟 가지 신통을 나타내고는 가난한 이에게 말하였다.
“즐겨 큰 원을 내고 조금도 의심하지 말라.”
이렇게 말하고 그는 곧 몸을 숨기고 떠났다.
그 때 그 가난한 사람은 바라내성으로 향하여 가다가 도중에서 어떤 재상을 만났다.
재상은 그를 만나자 그 형상을 자세히 보고는 말하였다.
“너는 아무개의 아들이 아닌가?”
“그렇습니다.”
“왜 그처럼 남루하게 되었는가?”
“어려서 부모를 잃은 뒤에 집이 망하고, 돌보아 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곤궁하여 이처
럼 남루하게 되었습니다.”
재상은 곧 바라내 왕에게 아뢰었다.

“왕의 친하신 아무개의 아들이 지금 문 밖에 있는데 매우 곤궁합니다.”
왕은 곧 분부하여 그를 데리고 앞에 오게 하여, 자세한 사정을 묻고 그 친한 이임을 알았
다. 그래서 왕은 말하였다.
“즐겨 나를 친근히 하고 부디 멀리 떠나지 말라.”
이레 뒤에 왕은 병으로 목숨을 마쳤다. 신하들은 서로 의논하였다.
“왕에게는 뒤를 이을 이가 없고, 오직 빈궁한 아들이 있을 뿐이다. 저 이는 왕과 친하다.
우리 함께 추대하여 바라내의 왕을 삼아 네 나라를 거느리게 하자.”
그러나 그는 그 뒤에 사나워졌다.
전날의 그 도인은 왕의 궁전 앞의 허공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말하였다.
“너는 옛날 발원하여 도를 보는 자리를 얻기를 구하더니, 지금은 어찌하여 온갖 악을 지
으면서 본래와 다른가?”
그는 다시 왕을 위하여 갖가지 법을 연설하였다. 왕은 그 법을 듣고는 먼저 지은 악을 뉘
우쳤다.
그리고 허물을 고치고 부끄러워하면서 알뜰히 도를 행하여 수다원(須?洹)을 얻었다.

41. 가난한 여자가 두 냥을 보시하고 갚음을 얻은 인연

 

옛날 주암산(晝闇山)에 여러 성현들과 숨어 사는 스님들이 많았다. 여러 나라에서 그 산의
명성을 듣고 거기에 공양하는 이가 많았는데 그 가운데 어떤 장자가 여러 권속들과 함께 공
양을 가지고 가려 하였다.
어떤 빈궁한 거지 여자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여러 장자들이 산으로 공양을 보내는 것은 반드시 어떤 모임을 가지려는 것이다.
나는 가서 걸식을 해야겠다.'
그리고는 산으로 향하여 갔다.
산에 이르러 아까 그 장자가 갖가지 음식을 차려 여러 스님들을 공양하는 것을 보고 혼자
가만히 생각하였다.
'저 사람은 전생의 복을 닦아 오늘에 부귀한데, 지금 다시 공덕을 지으면 장차 더욱 훌륭
하게 될 것이다. 나는 전생에 복을 짓지 못하여 금생에 빈곤하다. 만일 지금 복을 짓지 않으
면 미래에는 더욱 빈곤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눈물을 흘리면서 울다가 또 생각하였다.
'나는 전에 똥 속에서 돈 두 냥을 주워 항상 아끼면서 구걸이 뜻같이 되지 않을 때에는
이것으로 음식과 바꾸어 스스로 살아 가리라고 생각한 일이 있다. 지금 그것을 여러 스님들
에게 보시하자. 하루 이틀쯤 음식을 얻지 못하더라도 죽지는 않을 테니까.'
그리하여 스님들의 공양이 끝나는 것을 엿보아 그 돈 두 냥을 보시하였다.
그 때 스님들 법에는 어떤 사람이 보시하면 유나(維那)가 앞에 서서 축원을 하게 되어 있
었다. 그러나 그 때에는 상좌(上座)가 유나의 축원을 허락하지 않고 자기가 스스로 축원하였
으므로, 여러 하좌(下坐)들은 매우 못마땅한 마음으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저 거지 여자의 돈 두 냥을 얻어, 상좌가 가벼이 그를 위하여 스스로 축원하는데, 보통
돈을 보면 어떻게 그렇지 않겠는가?'
그 때 상좌는 곧 자기가 먹을 밥의 반을 갈라 두었다가 그 여자에게 주었다. 사람들은 상
좌가 여자에게 밥을 많이 주는 것을 보고, 그들도 그 여자에게 밥을 많이 주었다.
그 때 여자는 묵직한 양의 음식을 얻어 가지고 매우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나는 마침 보시하여 지금 그 갚음을 얻었다.”
그는 그 음식을 가지고 도로 산을 내려가다가 어떤 나무 밑에 이르러 누워 잤다.
마침 그 때 왕의 큰 부인이 죽은 지 이레가 되었다. 왕은 사자를 보내어 온 나라를 돌아
다니면서 누가 복덕이 있어서 왕의 부인이 될 만한지 찾게 하였다.
관상쟁이는 점을 치고 말하였다.
“저 누런 구름 밑에는 반드시 현인이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사자는 그를 데리고 그 나무 밑에 가서 여자를 보았다. 얼굴빛은 윤택하여 복덕의
상이 있고, 나무는 구부려 그 위에 그늘을 지어 빛이 이르지 않도록 하였다.
관상쟁이는 말하였다.
“이 여자의 복덕은 부인이 될 만합니다.”
사자는 그녀를 향탕(香湯)에 목욕시키고, 그녀에게 부인의 의복을 주니, 크지도 않고 작지
도 않아 몸에 꼭 맞았다.
1천 수레와 1만 기병이 좌우를 호위하여, 그녀를 데리고 왕궁에 이르렀다. 왕은 그녀를 보
고 매우 기뻐하고 공경하며 존중하였다.
이렇게 며칠을 지내다가 여자는 가만히 생각하였다.
'내가 이런 부와 복의 인연을 얻은 것은 그 돈을 보시하였기 때문이다. 지금 저 스님들은
내게 크고 무거운 은혜가 있다.'
그 여자는 왕에게 아뢰었다.
“저는 전에 몹시 빈천하였는데 왕에게 뽑히어 지금은 사람답게 살게 되었습니다. 제게
저 스님들의 은혜를 갚게 하여 주소서.”
왕은 말하였다.
“그대 마음대로 하오.”
부인은 음식과 보물을 수레에 싣고 산으로 가서 스님들에게 보시하였다. 그러나 그 상좌
는 일어나지 않고 유나스님을 보내어 축원하면서 자기는 나와 축원하지 않았다.
왕의 부인은 말하였다.
“제가 옛날 두 돈을 보시하였을 때에는 저를 위해 축원하더니, 지금은 수레에 보배를 실
었는데도 왜 저를 위해 축원하시지 않습니까?”
또 여러 젊은 비구들도 모두 말하였다.
“저 상좌는 전에 가난한 여자가 두 돈을 보시할 때에는 그녀를 위해 축원하더니, 지금은
왕이 부인이 수레에 보물을 싣고 왔어도 축원하지 않는구나. 늙어 망령들었는가?”
그 때 상좌는 왕의 부인을 위하여 바른 법을 연설하고는 말하였다.
“부인이여, '전에 두 돈을 보시할 때에는 저를 위해 축원하더니, 지금은 수레에 보물을
실었어도 축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내게 불평하십니까?

우리 불법에서는 보물을 귀하게 여기지 않고, 오직 착한 마음을 귀하게 여길 뿐입니다. 부인
이 전에 두 돈을 보시할 때에는 착한 마음으로 가득하였는데, 지금 보물을 보시함에 내노라
고 뽐내는구료. 그래서 나는 지금 당신을 위해 축원하지 않는 것이요.
또 젊은 도인들도 내게 불평하지 마시오. 당신들은 집을 떠난 뜻을 깊이 알아야 하오.”
여러 젊은 도인들은 각기 부끄러워하고 모두 수다원의 도를 얻었고, 왕의 부인도 법을 듣
고는 부끄러워하고 기뻐하면서 또 수다원의 도를 얻었다.
그리고 법을 듣고는 예배하고 떠났다.

42. 건타위국의 화가(畵家) 계나(?那)가 음식을 보시하여 갚음을 얻은 인연


옛날 건타위국(乾陀衛國)에 한 화가가 있었는데, 이름을 계나(?那)라 하였다.
그는 3년 동안 객지에서 품팔이하여 30냥 금을 벌어 가지고 집으로 돌아오다가 다른 사람
이 반차우슬(般遮于瑟:五歲會) 여는 것을 보고 유나(維那)에게 물었다.
“하루 동안 회를 열려면 얼마나 듭니까?”
유나는 대답하였다.
“30냥 금을 쓰면 하루 동안 회를 열 수 있습니다.”
그는 가만히 생각하였다.
'나는 전생에 복업을 짓지 못하였기 때문에 지금 이 갚음을 받아 품팔이로 살아간다. 지
금 복밭을 만났는데 어떻게 복을 심지 않겠는가?'
그는 유나에게 말하였다.
“청컨대 이 제자를 위하여 추(椎)를 쳐서 스님들을 모아 주십시오. 저는 지금 회를 베풀
고자 합니다.”
그 회를 마치고 그는 기뻐하면서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이르자 그 부인이 물었다.
“3년 동안 품판 돈은 어디 있습니까?”
그는 대답하였다.
“내가 얻은 재물을 지금 모두 튼튼한 창고 안에 넣어 두었소.”
“그 튼튼한 창고는 지금 어디 있습니까?”
“저 스님들 속에 있소.”
부인은 그를 꾸짖고 곧 친정 친척들을 모아 그 남편을 법관에게 끌고 가서 이렇게 말하였
다.
“우리 모자는 빈궁하여 고생이 심하니, 옷도 없고 밥도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 남편은 얻
은 재물을 다른 데 쓰고 집에는 가지고 오지 않습니다. 그 이유를 문책하여 주십시오.”
그 때 법관은 그 남편에게 물었다.
“왜 그렇게 하였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이 몸은 번갯불과 같아서 오래 비추지 못하고 또 아침 이슬과 같아서 잠깐 사이에 사라
집니다. 그 때문에 두려워하여 스스로 깊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는 전생에 복업을 짓지
못하였기 때문에 지금 곤궁하여 의식이 궁핍하다'고. 그래서 저 불가라성(弗迦羅城)에서 반
차회(般遮會)를 여는 것을 보고 그 스님들이 매우 청정하였기 때문에 기뻐하고 공경하며 믿
는 마음이 우러나서 유나에게 물었습니다.
'얼마나 들면 하루 음식을 이바지할 수 있습니까?'
유나는 대답하였습니다.
'30냥이면 하루 공양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3년 동안 번 돈을 곧 유나에게 주어 스님들을 위해 하루 음식을 짓게 하였습
니다.”
법관은 그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고, 또 그를 가엾이 여겨 곧 자기 옷과 영락을 벗어 주
고, 또 말과 수레를 주고, 다시 한 부락을 떼어 상으로 봉해 주었다. 그 꽃갚음[華報]이 이러
하였고 열매 갚음[果報]은 뒤에 있을 것이다.


43. 계이라(啓吏羅) 부부가 몸을 팔아 보시회를 열고 그 갚음을 얻은 인연


옛날 계이라(啓吏羅)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들 부부는 매우 빈궁하여 할 수 없이 품팔이로
써 겨우 살아갔다.
그는 다른 장자들이 모두 절에 가서 큰 보시회(布施會)를 베푸는 것을 보고 집에 돌아와
그 부인과 함께 자면서, 부인의 팔을 베고 누워 가만히 생각하였다.
'나는 전생에 복을 짓지 못하였기 때문에 이렇게 빈궁하다. 그런데 저 장자 같은 이는 전
생에도 복을 지었고 지금도 복을 짓는다. 나는 지금도 복이 없다. 장래 세상에는 더욱 괴로
울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울자 눈물이 부인의 팔에 떨어졌다. 부인이 물었다.
“왜 눈물을 떨구십니까?”
그는 대답하였다.
“남을 보니 복을 닦아 언제나 즐거운데, 나는 빈천하여 복을 닦을 수 없구료. 그래서 눈
물을 떨구는 것이요.”
“눈물을 흘리면 무엇합니까? 내 몸을 팔아서 그 재물로 복을 지으십시오.”
“당신을 판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 가겠소?”
“만일 살아가지 못할 것이 두려워 나를 내어 놓지 못하시겠으면, 우리 다 같이 몸을 팔
아 공덕을 닦읍시다.”
이에 두 부부는 서로 이끌고 어떤 부잣집에 가서 말하였다.
“지금 우리 부부의 이 천한 몸을 사주십시오.”
주인이 물었다.
“얼마나 받으려는가?”
“열 냥을 받고자 합니다.”
“이제 너희들에게 돈을 줄 것이니, 이레 만에 갚지 못하면 너의 부부를 종으로 삼을 것
이다.”
이렇게 약속하였다.
그들은 돈을 가지고 그 절에 가서 보시회를 열었다. 그들은 함께 쌀을 찧으면서 서로 격
려하여 말하였다.
“지금 우리는 힘을 내어 이 복업을 짓는다. 뒷날 남의 집에 매이면 어찌 우리 뜻대로 되
겠는가?”
이에 그들은 밤낮으로 부지런히 힘써 대회 거리를 준비하고 엿새 째가 되어 곧 회를 베풀
게 되었다.
마침 그 때 국왕이 와서 회를 베풀려고 날짜를 다투자, 스님들이 모두 말하였다.
“저 가난한 이를 받았기 때문에 결코 변경할 수가 없습니다.”
국왕은 이 말을 듣고 말하였다.
“저이는 어떤 소인으로서 감히 나와 대회 날짜를 다투는가?”
그는 곧 사람을 보내어 계이라에게 말하였다.
“너는 내 날짜를 피하라.”
계이라는 대답하였다.
“절대 양보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세 번 되풀이하였으나 그 말은 처음과 같았다. 왕은 이상히 여겨 몸소 그 승방에
가서 그에게 말하였다.
“너는 왜 뒷날로 미루지 않고 나와 날짜를 다투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우리는 오직 오늘 하루만 자유롭고, 이후에는 남의 집에 매이게 되어 다시는 회를 베풀
수 없기 때문입니다.”
“왜 할 수 없는가?”
그들은 말하였다.
“생각하니 우리는 전생에 복을 짓지 못하여 지금 이렇게 곤궁합니다. 그러므로 만일 지
금 복을 짓지 않으면 아마 뒷날은 더욱 괴로워질 것입니다. 그래서 생각하던 끝에 몸을 팔
아 돈과 바꾸고 그것으로 공덕을 지어 이 고통을 끊으려 하였습니다. 만일 이레 뒤에 그 돈
을 갚지 않으면 우리는 그의 종이 됩니다. 오늘이 엿새인데 내일 이면 이레가 찹니다. 그 때
문에 죽음으로써 날짜를 다투는 것입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가엾은 생각이 들고 처음 보는 일이라고 찬탄하면서
“너야말로 참으로 빈궁의 괴로움을 깨달은 사람이다. 나약한 몸으로 굳건한 몸과 바꾸었
고, 나약한 재물로 굳건한 재물과 바꾸었으며, 나약한 목숨으로 굳건한 목숨과 바구었구
나.”
하고, 그의 대회를 허락하였다. 그리고 왕은 또 자기와 부인의 옷과 영락을 벗어 계이라
부부에게 주고, 다시 열 개 촌락을 떼어 복을 지은 봉(封)으로 주었다.
대개 지극한 마음으로 복덕을 닦는 이가 현재에 얻는 꽃갚음도 그와 같거늘, 하물며 장래
에 얻는 열매갚음이겠는가?
이로써 볼 때에 모든 세상 사람으로서 괴로움을 면하고자 한다면, 부지런히 복을 닦아야
하겠거늘, 어찌 함부로 게으르고 방일하겠는가?

44. 사미가 개미를 구제하고 수명이 길게 된 인연

 

옛날 어떤 아라한 도인이 한 사미를 길렀다. 그는 그 사미가 이레 뒤에는 반드시 목숨을
마칠 것을 알고, 그에게 말미를 주어 집에 돌려 보내면서 이레가 되거든 돌아오라고 분부하
였다.
사미는 스승을 하직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개미들이 물을 따라 떠내려 가면서 곧
죽게 된 것을 보았다. 그는 자비심이 생겨 가사를 벗어 거기에 흙을 담아 물을 막고, 개미를
집어 마른 땅에 올려 놓아 개미들이 모두 살게 하였다.
이레가 되어 그는 스승에게로 돌아갔다. 스승은 이상히 여기고 선정에 들어 관찰하다가,
그가 다른 복은 없는데 그렇게 된 것은 개미를 구제한 인연임을 알았다.
그래서 사미는 이레 만에 죽지 않고 수명을 늘리게 되었다.

45. 건타국왕이 묵은 절 탑을 중수하고 목숨을 늘린 인연

 

옛날 건타위국에 어떤 왕이 있었다.
어떤 뛰어난 관상쟁이가 왕의 상을 보니, 왕은 이레 뒤에는 반드시 목숨을 마치게 되어
있었다.
왕은 사냥을 나갔다가 다 허물어진 어떤 묵은 탑을 보고 곧 신하들과 함께 그것을 수리하
였다.
그리고 기뻐하면서 궁으로 돌아왔는데, 이레가 지나도 아무 일이 없었다.
관상쟁이는 이레가 지난 것을 보고 이상이 여겨 왕에게 물었다.
“어떤 공덕을 지었습니까?”
왕은 대답하였다.
“아무 공덕도 지은 것이 없다. 다만 어떤 부서진 탑을 진흙으로 수리한 것 뿐이다.”
탑을 수리하는 공덕도 이와 같은 것이다.

46. 비구가 절 벽의 구멍을 막아 목숨을 늘린 인연

 

옛날 한 비구가 죽을 때가 되었다.
마침 어떤 외도 바라문이 그 상을 보니, 이레 뒤에는 그 비구가 반드시 목숨을 마치게 되
어 있었다.
그 때 그 비구는 승방에 들어갔다가 벽에 구멍이 난 것을 보고, 곧 진흙을 뭉쳐 구멍을
막았다.
그 복으로 말미암아 그 수명을 늘려 이레를 지나게 되었다.
바라문은 그것을 보고 이상히 여겨 물었다.
“당신은 어떤 복을 닦았습니까?”
“나는 아무 복도 닦은 것이 없소. 다만 어제 승방에 들어갔다가 벽에 구멍이 난 것을 보
고 수리하였을 뿐이요.”
바라문은 찬탄하면서 말하였다.
“승가의 복밭은 가장 깊고 무거워, 능히 죽을 비구도 그 수명을 늘리게 하는구나.”

47. 장자의 아들이 부처님을 뵙고 수명을 늘려 주기를 구한 인연

 

옛날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에 어떤 장자의 아들이 있었는데 나이 5, 6세가 되었다.
어떤 관상쟁이가 그의 상을 보니 복덕을 두루 갖추었으나 오직 수명이 짧았다. 장자는 그
를 데리고 여섯 명의 외도 스승에게 가서 수명을 늘려 주기를 구하였는데, 그 여섯 스승들
이 수명을 늘리는 법을 주지 못하자, 화를 내면서 다시 부처님께 데리고 가서 아뢰었다.
“이 아이의 명이 짧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수명을 늘려주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수명을 늘려 줄 수 있는 그런 법은 없느니라.”
“원컨대 방편을 가르쳐 주소서.”
부처님께서 가르쳐 주셨다.
“너는 저 성문 아래 가서 나오는 사람들을 보거든 예배하고, 들어오는 이에게도 예배하
라.”
그 때 어떤 귀신이 바라문의 몸으로 변하여 성으로 들어가려 하였다. 아이가 그를 향해
예배하자 귀신이 축원하였다.
“너를 장수하게 하리라.”
그 귀신은 바로 그 아이를 죽일 귀신이었다.
그러나 귀신의 법에는 두 가지 말을 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이미 장수하기를 허락한지라
죽일 수가 없었다.
그는 이와 같이 겸손하고 참으며 공경하여 수명을 늘릴 수가 있었다.

48. 장자의 아들이 품팔이로 회를 베풀어 현재의 갚음을 얻은 인연

 

옛날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 어떤 장자의 아들은 일찍이 부모를 잃고, 외롭고 궁하여
헤매면서 품팔이로 살아갔다.
그는 어떤 사람에게서 도리천상은 아주 즐겁다는 말을 듣고, 또 다른 사람에게서 부처님
과 스님을 공양하면 반드시 거기 가서 난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그 사람에게 물었다.
“얼마나 들면 부처님과 스님께 공양할 수 있겠는가?”
그 사람은 대답하였다.
“금 30냥을 쓰면 보시회를 베풀 수 있다.”
그는 곧 저자로 가서 품팔 곳을 구하였는데, 저잣거리에 어떤 큰 부자 장자가 있어 그를
쓰기로 하였다.
장자는 물었다.
“너는 지금 어떤 일을 할 수 있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저는 무슨 일이나 다 할 수 있습니다. 3년 동안 일하면 얼마나 찾겠습니까?”
“금 30냥은 찾을 것이다.”
장자는 그가 무슨 일이나 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곧 그를 썼다.
그는 사람됨이 단정하고 정직하여 금·은·동·철 등 갖가지 점방에서 보통 때보다 곱절
이나 이익을 얻게 하였다.
연한이 차자, 그는 장자에게서 품삯을 받았다. 장자는 물었다.
“너는 지금 그 돈으로 무슨 일을 하려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저는 부처님과 스님들을 공양하려 합니다.”
장자는 말하였다.
“나는 이제 너를 도와 주리라. 갖가지 그릇과 쌀과 국수를 너에게 줄 것이니, 음식을 만
들어 부처님과 스님들을 청하여라.”
그는 곧 승방으로 가서 부처님과 스님들을 청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을 시켜 그 청
을 받게 하셨다. 그리하여 부처님께서는 당신 방에 계시고 스님들만 장자 아들의 청을 받기
로 하였다.
마침 그날은 명절날이 되어 여러 사람들은 갖가지 음식을 스님에게 보내
었다.
그래서 스님들은 모두 배불리 먹은 뒤 장자의 집으로 갔다.
그 때 장자의 아들은 손수 음식을 돌렸다. 상좌(上座)가 조금만 놓으라 하자, 차례로 모두
조금만 놓으라 하여 아랫줄에 이르렀다.
그 때 장자의 아들은 울고 번민하면서 생각하였다.
'3년 동안 고생하여 이 음식을 베푼 것은 여러 스님이 잘 자시기를 바랐던 것인데, 이제
스님들이 드시지 않는구나. 내가 천상에 나기를 구하였지만 끝내 거기 가서 나지 못하겠구
나.'
그리고 그는 부처님께 나아가 아뢰었다.
“스님들이 저의 공양을 먹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반드시 저의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조금 먹던가?”
“예, 모두 조금씩 먹었습니다.”
“먹지 않더라도 네 소원은 반드시 이뤄지겠거늘, 하물며 조금 먹었는데 어찌 이뤄지지
않겠느냐?”
그는 기뻐하면서 돌아가서 음식을 먹었다. 여러 스님들도 음식을 마치고 모두 돌아갔다.
그 때 5백 상인들이 바다에 들어갔다가 돌아와서 성에 들어가 음식을 찾았다. 그러나 마
침 세상에는 흉년이 들어 아무도 주는 이가 없었다.
어떤 사람이 그들에게 말하였다.
“저 장자의 아들이 오늘 회를 열었으니 반드시 거기에는 음식이 있을 것입니다.”
장자의 아들은 상인들이 있다는 말을 듣고 기뻐하여 5백 상인들에게 음식을 주어 모두 충
족하게 하고 그들을 따르는 사람들도 모두 배불리 먹였다.
제일 아랫 상인이 만 냥의 가치가 있는 구슬 하나를 풀어 그에게 주었다. 그리하여 5백
상인이 저마다 구슬 하나씩과 발우 하나씩을 주었지마는 그 장자의 아들은 감히 받지 않고,
부처님께 달려가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것이 바로 이 세계에서 받는 갚음[華報]이니 가지더라도 괴로움이 없을 것이요, 뒷날
에는 반드시 천상에 날 것이니 두려워할 것이 아니니라.”
그리고 그의 주인 장자는 아들이 없고 외딸이 있었는데, 곧 그 아이에게 딸을 아내로 주
었다. 이리하여 드디어 가업이 번창하여 사위성 안에서 제일이 되었다.
장자가 목숨을 마치자, 바사닉왕은 그 아이가 총명하고 지혜가 있다는 말을 듣고, 장자의
가업을 모두 그 아이에게 주었다.
그의 이 세계에서 받는 갚음은 이와 같았고, 과보(果報)는 뒤에 있을 것이다.

49. 불나(弗那)가 부처님께 한 발우의 밥을 드리고 현재의 갚음을 얻은 인연

 

옛날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 범지(梵志:바라문) 다섯 형제가 있었다. 첫째 이름은 야
사(耶奢)요, 둘째 이름은 무구(無垢)며, 셋째 이름은 교범바제(?梵波提)요, 넷째 이름은 소타
이(蘇馱夷)로, 이 네 형제는 산에 들어가 도를 배워 5신통(神通)을 얻었다.
맨 끝의 아우는 이름이 불나(弗那)였는데, 그는 부처님께서 걸식하시는 것을 보고, 희고
깨끗한 밥을 발우에 가득 담아 부처님께 드렸다.
그 때 불나는 농사를 업으로 삼고 있었는데, 그는 밭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그 뒤
어느 날 그는 밭에 나가 보았다. 밭 가운데 난 모종이 모두 금벼[金禾]로 변하였는데, 길이
가 모두 두어 자나 되었고, 다 베고 나면 처음처럼 도로 나오곤 하였다.
그 나라 왕도 그 말을 듣고 와서 베었으나 다 벨 수 없었다.
그 때 형들은 생각하였다.
'우리 아우 불나는 지금 어떻게 살아가는가? 구차하지는 않을까?'
그들은 모두 가서 그 아우의 복이 왕보다 나은 것을 보고 아우에게 말하였다.
“네가 전에는 가난하였는데, 어떻게 갑자기 이런 부자가 되었느냐?”
아우는 대답하였다.
“나는 구담(瞿曇)에게 한 발우의 밥을 드리고 이런 갚음을 받았습니다.”
네 형은 이 말을 듣고 기뻐 뛰면서 또 아우에게 말하였다.
“너는 지금 우리를 위해 환희단(歡喜團)을 만들어 다오. 우리 넷은 각각 하나씩 가지고
구담에게 공양하여 하늘에 나기를 발원하리라. 그 법을 듣지 않으면 해탈할 수 없다.”
그리하여 그들은 각각 환희단을 가지고 부처님께 나아갔다. 큰 형이 하나를 집어 부처님
발우에 놓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행은 덧없으니.”
또 둘째가 환희단을 집어 부처님 발우에 놓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것이 곧 나고 죽는 법이다.”
셋째가 또 환희단을 부처님 발우에 놓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고 죽음이 아주 사라지면.”
또 넷째가 환희단을 부처님 발우에 놓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열반이 즐거움 되느니라.”
그들은 곧 집으로 돌아가 고요한 곳으로 가서 서로 물었다.
“너는 어떤 말씀을 들었는가?”
맏형은 말하였다.
“나는 '모든 행은 덧없으니'라고 들었다.”
다음 형은 말하였다.
“나는 '그것이 곧 나고 죽는 법이다'라고 들었다.”
그 다음 형은 말하였다.
“나는 '나고 죽음이 아주 사라지면'이라고 들었다.”
넷째는 말하였다.
“나는 '열반이 즐거움 되느니라'라고 들었다.”
네 형제들은 각각 그 게송을 생각하고 아나함을 얻었다. 그리하여 모두 부처님께 나아가
중이 되기를 구하여 아라한의 도를 얻었다.

50. 대애도(大愛道)가 금실로 짠 옷을 부처님께 드린 일과 또 천주사(穿珠師)의 인연

 

옛날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 대애도(大愛道)는 부처님을 위하여 금실로 짠 옷을 가지
고 가서 부처님께 올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것을 스님들에게 보시하시오.”
대애도는 말하셨다.
“저는 부처님을 젖을 먹여 길렀습니다. 내 손으로 옷을 만들어 일부러 와서 부처님께 바
치는 것은 부처님께서 나를 위해 이것을 받아 주시기를 바라서인데, 어찌하여 스님들에게
주라고 말씀하십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모님으로 하여금 큰 공덕을 얻게 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왜냐 하면, 중들의 복밭은 가
없이 넓고 크기 때문에 권하는 것입니다. 만일 내 말대로 한다면 그것은 이미 내게 공양한
것입니다.”
그 때 대애도는 그 옷을 가지고 중들에게로 가서 윗자리에서부터 돌렸으나 아무도 감히
받는 이가 없었다. 차례가 미륵에게 이르자 미륵은 곧 그것을 받아 입고 성에 들어가 걸식
하였다.
미륵의 몸에는 32상(相)이 있었고, 몸빛은 자마금빛이었다.
미륵이 성에 들어가자 여러 사람들은 다투어 구경하였지만 아무도 밥을 주는 이가 없었
다.
그 때 어떤 천주사(穿珠師)는 아무도 그에게 밥을 주는 이가 없는 것을 보고, 곧 미륵 앞
에 나아가 꿇어앉아 청하여 집으로 데리고 가서 밥을 주었다.
미륵이 식사를 마치자, 천주사는 조그만 자리를 미륵 앞에 펴 놓고 앉아 설법을 들으려
하였다.
미륵은 네 가지 변재의 힘이 있었다. 그래서 그를 위해 갖가지 묘법을 설하였다.
그 때 천주사는 설법 듣기를 즐겨 조금도 싫증을 내지 않았다.
예전에 어떤 장자가 딸을 시집 보내려고 천주사를 시켜 한 보배 구슬을 뚫게 하고 돈 10만
냥을 주었었다.
마침 그 때 그 장자는 사람을 보내어 구슬을 찾으러 왔다. 그러나 천주사는 법을 듣기에
정신이 없어 구슬 뚫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대답하였다.
“잠깐만 더 기다리시오.”
그 사람은 또 찾으러 왔다. 이렇게 세 번이나 오갔지마는 그래도 찾아가지 못하였다. 그
장자는 화를 내어 돈과 구슬을 모두 도로 빼앗아 갔다.
천주사의 아내는 성을 내어 그 남편에게 말하였다.
“이제는 일이 없게 되었습니다. 잠깐 동안 구슬을 뚫으면 10만 냥의 이익을 얻을 것인데,
왜 저 도인의 말만 듣고 있습니까?”
천주사는 그 말을 듣고 마음 속으로 매우 한탄하였다.
그 때 미륵은 그가 매우 한탄하는 것을 알고 그에게 물었다.
“그대는 나를 따라 절에 갈 수 있는가?”
“갈 수 있습니다.”
그는 미륵을 따라 승방에 가서 상좌 비구에게 물었다.
“어떤 사람이 금 10만 근을 얻는 것과 기쁜 마음으로 설법을 듣는 것과 어느 것이 낫습
니까?”
교진여는 말하였다.
“설령 어떤 사람이 금 10만 근을 얻더라도 다른 사람이 계율을 가지는 이에게 한 발우의
밥을 주는 것보다 못하거늘, 하물며 믿는 마음으로 잠깐 동안이나마 법을 듣는 것이겠는가?
그것은 저것보다 백천만 곱이나 훌륭하니라.”
그래서 다시 둘째 상좌에게 묻자, 둘째 상좌는 대답하였다.
“설령 어떤 사람이 10만 수레의 금을 얻더라도 계율을 가지는 이에게 한 발우의 밥을 주
는 것보다 못하거늘, 하물며 기뻐하는 마음으로 법을 듣는 것이겠는가?”
조금 있다가 또 셋째 상좌에게 물었다. 셋째 상좌는 대답하였다.
“설령 어떤 사람이 10만 집의 금을 얻더라도 계율을 가지는 이에게 한 발우의 밥을 주는
것보다 못하거늘, 하물며 법을 듣는 것이겠는가?”
또 넷째 상좌에게 묻자, 넷째 상좌는 대답하였다.
“설령 10만 나라의 금을 얻더라도 계율을 가지는 이에게 한 발우의 밥을 주는 것보다 못
하거늘, 하물며 법을 듣는 것이겠는가? 그것은 백천만 갑절이나 나으니라.”
이렇게 차례로 물어 아나율에게 이르자, 아나율은 말하였다.
“어떤 사람이 사천하에 가득 찬 금을 얻더라도 계율을 가지는 이에게 한 발우의 밥을 주
는 것보다 못하거늘, 하물며 법을 듣는 것이겠는가?”
미륵이 물었다.
“존자는 '비구에게 한 발우의 밥을 주는 것이 사천하에 가득한 금을 얻는 것보다 낫다'
고 하였는데, 어째서 그러합니까?”
존자는 대답하였다.
“내 자신이 징험한 바입니다. 생각하면 과거 91겁 전에 어떤 왕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두
아들을 두었는데, 첫째는 이름이 리타(利)요, 둘째는 이름이 아리타(阿利)였습니다. 장자는
항상 그들에게 말하였습니다.
'높은 이도 떨어지며 항상된 듯한 것도 다하는 것이다. 대개 남[生]이 있으면 죽음이 있고
모이면 흩어지는 것이다.'
장자는 병으로 목숨을 마치려 할 때 아들에게 분부하였습니다.
'부디 갈라져 살지 말라. 마치 실 한 가닥은 코끼리를 잡아 매지 못하지만, 실을 많이 모
으면 코끼리도 끊지 못하는 것처럼 형제가 한데 사는 것도 많은 실과 같으니라.'
장자는 이렇게 아들에게 훈계하고 목숨을 마쳤습니다.
그들은 아버지의 유훈이기 때문에 형제가 같이 살면서 서로 공경하고 화목하였습니다.
뒤에 그 아우가 장가들어 생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우의 아내는 남편이 못마땅해 이
렇게 말하였습니다.
'당신은 저이의 종과 같습니다. 재물을 쓰는 것과 손님을 대접하는 것은 모두 당신 형님
이 맡아 하고, 당신은 그저 옷과 밥을 얻을 뿐이니, 종이 아니고야 어찌 그렇겠습니까?'

아내는 자주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그 때 부부는 마음에 변화가 생겨 형에게 갈라져 살기를 청하였습니다. 형은 아우에게 말
하였습니다.
'너는 아버지의 임종 때의 말을 생각하지 않느냐?'
그러나 아우는 마음을 고치지 않고 자꾸 갈라져 살기를 청하였습니다. 형은 아우의 뜻을
보고 곧 갈라져 살기로 하되, 모든 소유를 모두 반으로 나누었습니다.
아우 내외는 나이가 젊기 때문에 방탕하게 놀아 낭비가 심하였습니다. 그래서 얼마 지나
지 못하고 빈궁하게 되어 그 형에게 와서 구걸하였습니다. 그 때 그 형은 그에게 돈 10만
냥을 주었습니다.
아우는 그것을 얻어간 지 오래지 않아 다 써 버리고 또 와서 청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렇
게 여섯 번까지는 10만 냥씩 주었다가, 일곱 번째에는 형은 아우를 꾸짖었습니다.
'너는 아버지의 임종 때 말을 생각하지 않고 갈라져 살기를 청하였는데, 애를 써서 생활
하지 못하고 자꾸 와서 물건을 청하는구나. 이제 너에게 10만 냥을 줄 터인데, 네가 생활을
잘하지 않고, 또 와서 청하더라도 다시는 주지 않을 것이다.'
이런 괴로운 말을 듣고 그 내외는 애써 생활하여 점점 부자가 되었고, 그 형은 재물을 잃
고 차츰 빈궁하게 되어 아우에게 가서 구걸하였습니다. 그러나 아우는 형에게 밥도 주지 않
으면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형은 항상 부자이리라고 생각하였는데, 가난할 때도 있습니까? 나는 옛날 형에게 구걸한
적이 있었는데 몹시 꾸지람을 들었습니다. 지금 왜 저에게 와서 청하는 것입니까?'
형은 이 말을 듣고 매우 근심하고 번민하면서 생각하였습니다.
'한 배에서 난 형제도 오히려 이러하거늘, 하물며 남이겠는가?'
그는 그만 생사가 싫어져 집에는 돌아가지 않고 산에 들어가 도를 공부하되, 부지런히 고
행하여 벽지불이 되었습니다.
뒤에 그 아우도 점점 빈궁하게 되고 또 세상의 흉년을 만나 나무를 팔면서 살아갔습니다.

그 때 벽지불은 성에 들어가 걸식하였으나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빈 발우로 도로 성을
나왔습니다. 그 나무꾼은 벽지불이 빈 발우로 성을 나오는 것을 보고, 곧 나무를 팔아 얻은
핏[稗]가루를 주려고 벽지불에게 말하였습니다.
'존자시여, 이 거친 음식을 드시겠습니까?'
그는 대답하였다.
'좋고 나쁜 것을 가리지 않고 그저 먹어 몸을 지탱하겠노라.'
그래서 나무꾼은 그것을 주었습니다. 벽지불은 그것을 받아 먹고는 허공에 날아올라 열여
덟 가지 신변을 보인 뒤에 본 자리로 내려왔습니다. 뒤에 나무꾼은 나무하러 가다가 길에서
토끼 한 마리를 보고 지팡이로 쳤습니다. 그것은 죽은 사람으로 변하여 갑자기 일어나 나무
꾼의 목을 껴안았습니다. 그는 온갖 방편으로 그것을 떼려 하였으나 뗄 수가 없어 옷을 벗
어 주고 사람을 시켜 하였지마는 또한 뗄 수 없었습니다.
끝내 날이 어두워 그것을 업고 집으로 항하였습니다.
집에 이르자 그 시체는 스스로 풀리면서 땅에 떨어져 순금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 때 나무꾼은 그 금 사람의 머리를 베었는데, 머리는 도로 났습니다. 그 손과 다리를 베
자 손과 다리는 다시 나서 잠깐 동안에 금머리와 금손이 그 집에 가득 차서 큰 무더기로 쌓
였습니다.
이웃 사람들은 관청에 알렸습니다.
'저이는 빈궁한 사람인데, 그 집에 저절로 저런 금무더기가 쌓였습니다.'
왕은 그 말을 듣고 사람을 보내어 살펴보게 하였습니다. 그 사람은 그 집에 갔으나 순전
히 문드러지고 냄새나는 죽은 사람의 손과 머리밖에 보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주인이
스스로 금머리를 들고 왕에게 바치자, 그것은 바로 순금이었습니다.
왕은 매우 기뻐하면서 '이이는 복받은 사람이다' 하고, 큰 마을을 봉(封)해 주었습니다.
그는 거기서 목숨을 마치고는 둘째 하늘에 나서 제석천이 되었다가 인간에 내려와서는 전
륜성왕이 되었습니다. 이리하여 91겁 동안을 끊이지 않고, 하늘 왕과 인간의 왕이 되었고,

지금은 최후의 몸으로 석가 종족에 났는데, 처음 나는 날에는 40리 안의 묻힌 창고에서 보배가

저절로 솟아났습니다. 그 뒤에 그가 점점 자라나자, 부모는 그 형 석마남(釋摩男)을 치우치게

사랑하였습니다.
아나율의 어머니가 여러 아이들을 시험하려고 사람을 보내어 '밥이 없다'고 말하자, 아나
율은 '빈 그릇만 가지고 오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빈 그릇을 그에게 주었더니, 빈 그릇에는 온갖 맛난 음식이 저절로 찼습니다.
비록 4천하의 금으로 젖을 사서 먹이더라도 한 겁 동안도 모자라겠거늘, 하물며 91겁 동
안 언제나 즐거움을 받는 것이겠습니까? 그러므로 내가 지금 이 저절로 된 음식을 받는 것
은, 전생에 그 한 발우의 밥을 보시하였기 때문에 이 갚음을 받는 것입니다.
위로 여러 부처님과 아래로 범천에 이르기까지 깨끗한 계율을 가지는 이만을 모두 지계자
(持戒者)라 합니다.”
그 때 천주사는 이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였


잡보장경 제5권

51. 천녀가 가섭부처님 탑에 화만(華蔓)을 공양한 인연

그 때 석제환인은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수다원을 얻고는, 곧 천상으로 돌아가 여러 하늘
무리들을 모아 놓고, 부처님과 법과 승가를 찬탄하였다.
그 때 어떤 천녀는 광명이 매우 빛나는 화만을 머리에 이고, 여러 하늘 무리들과 함께 선
법당(善法堂)에 왔다.
여러 하늘 무리들은 그 천녀를 보고 놀라운 마음이 생겼고, 석제환인은 곧 게송으로 천녀
에게 물었다.

너는 어떠한 복업을 지었기에
몸은 순금을 녹인 것 같고
그 빛은 마치 연꽃 같으며
그리고 큰 위엄과 덕이 있는가?

몸에는 묘한 광명을 내고
얼굴은 꽃이 피어나는 듯
금빛이 환하게 비치는구나.

어떠한 업으로 그런 몸 얻었는가?
원컨대 나를 위해 설명하여라.

그 때 천녀는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나는 옛날에 아름다운 화만을
가섭부처님의 탑에 바치고
지금은 이 천상에 나서
이런 훌륭한 공덕을 얻었다.

그래서 이 천상에 나서 살면서
이 금빛 몸을 갚음으로 얻었다.

석제환인은 다시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참으로 놀랍구나, 공덕 밭이여.
온갖 더러운 것 매어 버리면
그러한 조그만 종자로써도
훌륭한 하늘의 과보를 얻는구나.

그 누가 저이를 공양하지 않으랴.
저 순금 무더기를 공경하여라.

그 누가 부처님을 공양하지 않으랴.
훌륭하고 묘한 공덕의 밭인 것을.
눈은 매우 길고 넓어서
마치 저 푸른 연꽃 같아라.

위없이 제일 높은 어른에게
너는 잘 공양을 올렸구나.
그리하여 조그만 공덕의 업을 지어
그처럼 훌륭한 모양을 얻었구나.

그 때 천녀는 하늘에서 내려와 꽃일산을 들고 부처님께 나아갔다. 부처님께서 그를 위해
설법하시니, 그는 수다원을 얻고는 천상으로 돌아갔다.
여러 비구들은 이상히 여겨 곧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그 천녀는 어떤 공덕을 지었기에 그런 하늘몸[天身]을 얻어 단정하고 뛰어
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는 옛날에 여러 가지 화만을 가섭부처님의 탑에 공양하였다. 그 인연으로 지금 그런
과보를 받은 것이다.”

52. 천녀가 가섭부처님 탑에 연꽃을 공양한 인연

그 때 또 어떤 천녀는 광명이 빛나는 화만을 머리에 이고, 여러 하늘들과 함께 선법당에
왔다. 여러 하늘들은 그 천녀를 보고 놀라운 마음이 생겼다.
그 때 제석천은 게송으로 물었다.

너는 옛날에 어떤 복을 지었기에
그 몸은 마치 순금 무더기 같고
그 빛은 저 연꽃 같으며
그리고 큰 위엄과 덕이 있는가?

몸에는 묘한 광명을 내고
얼굴은 꽃이 피어나는 듯
그 광명 매우 빛나고 밝구나.

너는 어떤 업으로 그 모양 얻었는가?
원컨대 나를 위해 설명하여라.

천녀는 곧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나는 옛날에 연꽃으로써
가섭부처님 탑에 공양했나니
오늘에 또 세존님 만나
이런 훌륭한 공덕을 얻었네.

그리고 천상에 나서 살면서
이 금빛 몸의 갚음 얻었네.

석제환인은 다시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참으로 놀랍구나, 공덕 밭이여.
온갖 더러운 것 없앴나니
심은 종자는 아주 작아도
얻은 과보는 훌륭하구나.

누가 공양하기 즐기지 않으랴.
저 순금덩이를 공경하여라.

누가 부처님을 공양하지 않으랴.
훌륭하고 묘한 복밭인 것을.
그 눈은 넓고도 또 길어서
마치 저 푸른 연꽃 같아라.

가장 훌륭하고 거룩한 분에게
너는 능히 옛날에 공양했나니
묘한 복덕의 그 업을 짓고
지금 그러한 갚음을 받았구나.

그 때 천녀는 곧 하늘에서 내려와 꽃일산을 들고 부처님께 나아가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는 법안(法眼)이 깨끗하게 되어 천상으로 돌아갔다.
비구들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그 여자는 과거에 어떤 업을 지었기에 그런 갚음을 받았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는 과거에 가섭부처님 탑에 묘한 연꽃을 공양하였기 때문에 그런 훌륭한 과보를 얻었
고, 지금은 도의 자취를 보았느니라.”

53. 천녀가 여덟 가지 재계(齋戒)를 받들어 지니고 천상에 난 인연

 

그 때 또 어떤 천녀는 여덟 가지 재계를 받들어 지니고 천상에 나서 몸의 단정한 갚음을
얻어 빛나는 얼굴과 위엄스런 모양이 사람들과 달랐다.
천녀는 여러 하늘들과 함께 선법당에 왔다. 하늘들은 그를 보고 모두 놀라운 생각을 했고,
석제환인은 게송으로 물었다.

너는 옛날에 어떤 업을 지었기에
그 몸은 마치 순금의 산과 같고
빛나는 얼굴은 환하게 밝으며
빛깔은 깨끗한 연꽃 같은가?

훌륭한 위엄과 덕을 얻어
몸에서는 크고 묘한 광명 내나니
어떤 업으로 그런 몸 얻었는가?
원컨대 나를 위해 설명하여라.

그 때 천녀는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나는 옛날 가섭부처님 밑에서
여덟 가지 재계를 받들어 지니고,
지금은 이 하늘에 나게 되어
단정한 이 몸의 갚음 받았네.

석제환인은 다시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참으로 놀라워라, 공덕 밭이여.
능히 훌륭하고 묘한 갚음 내나니
옛날에 조그만 인(因)을 닦아
지금 이 하늘 위에 나게 되었네.

그렇게 훌륭한 복 무더기를
그 누가 공양하지 않을 것이며,
그렇게 훌륭하고 거룩한 이를
그 누가 공경하지 않을 것인가?

이 말을 듣는 이는 그 누구나
마땅히 크게 기뻐해야 할 것이요,
하늘에 나기를 바라는 이는
깨끗한 계율을 가져야 하네.

그 때 그 천녀는 좋은 꽃일산을 가지고 부처님께 나아갔다. 부처님께서는 그를 위해 설법
하시어 도를 얻게 하셨다.
비구들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 하늘은 옛날에 어떤 복을 지었기에 천상에 나서 거룩한 결과를 얻게 되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는 옛날 사람으로 있을 때 가섭부처님 앞에서 여덟 가지 재를 받들어 지녔다. 그 선
행으로 말미암아 천상에 나서 도의 자취를 보게 되었느니라.”

54. 천녀가 등불을 켜 공양하고 천상에 난 인연

그 때 왕사성의 빈바사라왕(頻婆娑羅王)은 불법 안에서 도를 닦고, 무너지지 않는 믿음을
얻어 항상 부처님께 등불을 공양하였다.
그 뒤에 제바달다가 아사세왕과 나쁜 벗이 되어 불법을 해치려 하였다. 그래서 그 나라
백성들은 두려워하여 등불을 켜는 공양을 못하였다.
마침 어떤 여자가 습관으로 승가의 자자일(自恣日)에 부처님께서 길에서 거니시는 것을
보고 등불을 켜 공양하였다.
아사세왕은 그 소문을 듣고 매우 화를 내어, 곧 칼바퀴[劍輪]로 그 여자의 허리를 베어 죽
였다. 그 여자는 목숨을 마치고 33천의 마니염(摩尼焰) 궁전에 나게 되어 그 궁전을 타고 선
법당에 이르렀다.
제석천은 게송으로 물었다.

너는 옛날에 어떤 업을 지었기에
그 몸은 마치 순금덩이 같고
그리고 큰 위엄과 덕이 있으며
그 얼굴은 그처럼 빛이 나는가?

천녀는 곧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세 가지 세계의 진정한 구제요
세 가지 존재의 큰 등불이신
그 부처님을 지극한 마음으로 뵈었더니
뛰어난 상호로 장엄한 몸이었네.

온갖 법 가운데 가장 훌륭하신 이
그를 위해 등불 켜 공양했나니
등불은 타서 어둠을 없애고
부처님 등불은 온갖 악을 없앴네.

햇빛과 같은 그 등불 보고
진실로 믿는 마음 일어났고
왕성히 밝게 타는 그 등불 보고
기뻐하면서 부처님께 예배했네.

천녀는 이 게송을 마치고 부처님께 나아갔다. 부처님께서 그를 위해 설법하시니, 그는 수
다원을 얻고는 곧 천상으로 돌아갔다.
비구들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그는 어떤 인연으로 천궁에 나게 되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는 옛날 인간으로 있을 때, 승가의 자자일(自恣日)에 부처님께서 길에서 거니시는 것
을 보고 등불을 켜 공양하였으므로, 아사세왕이 그 허리를 베어 죽였다. 그는 그 선의 인으
로 말미암아 목숨을 마친 뒤에는 천상에 나게 되었고, 또 내 곁에서 법을 듣고는 믿고 이해
하여 수다원의 도를 얻게 되었느니라.”

55. 천녀가 수레를 타고 부처님을 뵙고는 기뻐하여 길을 피한 인연


그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에 계시면서 성에 들어가 걸식하셨다.
어떤 소녀가 수레를 타고 장난하면서 동산으로 향하다가 길에서 부처님을 만나자 수레를
돌려 길을 피하고는 마음으로 기뻐하였다. 그 뒤에 그녀는 목숨을 마치고 33천에 나서 선법
당으로 갔다.
석제환인은 게송으로 물었다.

너는 옛날에 어떤 행을 지었기에
그 몸빛은 마치 순금 같으며
빛나는 얼굴이 환하고 밝기는
마치 저 우발라꽃과 같은가?

훌륭한 위엄과 덕을 얻어
이 하늘 위에 태어났나니
원컨대 나를 위해 설명하여라.
무엇으로 말미암아 그리 되었나.

천녀는 곧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저는 부처님께서 성에 드시는 것을 보고
수레를 돌려 길을 피하고는
기뻐하여 공경하고 믿는 마음 내었다가
목숨을 마치고는 천상에 났습니다.

그는 이 게송을 마치고 부처님께 나아갔다. 부처님께서 그를 위해 설법하시니, 그는 수다
원을 얻어 천궁으로 돌아갔다.
비구들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그는 무슨 인연으로 저 천상에 나게 되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는 옛날 인간으로 있을 때 수레를 돌려 나를 피하였으므로 지금 천상에 나게 되었고,
또 내게서 법을 듣고 믿고 받들어 수다원의 결과를 증득하였느니라.”

56. 천녀가 부처님께 꽃을 뿌려 꽃일산으로 화한 인연


그 때 사위국에 어떤 여자가 있었다.
그는 명절날에 아서가꽃[阿恕伽華]을 꺾어 들고 성으로 들어가다가 마침 성에서 나오시는
부처님을 만나 그 꽃을 부처님 위에 흩었더니, 꽃이 변하여 꽃일산이 되었다. 그는 기뻐 뛰
면서 공경하고 믿는 마음을 내었다.
그 때 그는 목숨을 마치고 33천에 태어나 그 궁전을 타고 선법당으로 갔다.
제석천은 게송으로 물었다.

너는 옛날에 어떤 업을 지었기에
이 하늘 위에 와서 났는가?
그 몸은 마치 순금빛 같고
위엄과 덕은 빛나고 밝구나.

어떤 업으로 그런 몸 얻었는가?
원컨대 나를 위해 설명하여라.

천녀는 곧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나는 옛날 염부제에서
아서가꽃을 꺾어 돌아오다가
성에서 나오시는 부처님 만나
그것을 부처님께 공양하고
기뻐하여 공경하는 마음 내었으므로
목숨을 마치고는 천상에 났네.

그는 이 게송을 마치고 부처님께 나아갔다. 부처님께서는 그를 위해 설법하시고, 그는 수
다원을 얻어 곧 천상으로 돌아갔다.
비구들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 천녀는 무슨 인연으로 하늘몸을 받게 되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는 옛날 인간에 있을 때, 성을 나가 아서가꽃을 꺾어 가지고 돌아오다가 마침 나를
만나, 곧 그 꽃을 내게 공양하고 매우 기뻐하였다. 그 선업으로 인해 목숨을 마치고는 천상
에 났고, 또 내게서 법을 듣고 깨달아 수다원을 증득하였느니라.”

57. 사리불마제가 부처님 탑에 공양한 인연

 

빈바사라왕은 이미 도를 얻고는 부처님께 자주 나아가 예배하고 문안 드렸다.
그러나 궁중의 부녀들은 날마다 부처님께 나아갈 수 없으므로, 왕은 부처님 머리털로 궁
중에 탑을 세웠다. 그래서 궁중 사람들은 항상 거기에 공양하였다.
빈바사라왕이 죽은 뒤에 제바달다는 아사세왕과 정이 매우 두터웠으므로, 비방하는 마음
을 내어 궁중에서 이 탑에 공양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 때 사리불마제(舍利弗摩提)라는 궁녀가 승가의 자자일이 되어 본래의 풍습을 생각하고
향과 꽃으로 그 탑에 공양하였다.
그 때 아사세왕은 그가 부처님 탑에 공양한 것을 미워해 송곳으로 그를 찔러 죽였다. 그
는 목숨을 마치고는 33천에 나게 되어 하늘 궁전을 타고 선법당으로 갔다.
제석천은 게송으로 물었다.

너는 옛날에 어떤 복을 지었기에
이 하늘 위에 와서 났는가?
위엄과 덕이 빛나고 밝기는
마치 순금의 빛깔 같구나.

어떤 업을 지어 그 몸을 얻었는가?
원컨대 나를 위해 설명하여라.

천녀는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나는 옛날 인간에 있을 때
기뻐하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온갖 좋은 향과 꽃을
부처님 탑에 공양하였네.

그러자 아사세왕은
송곳으로 나를 찔러 죽였으므로
목숨을 마치고는 하늘에 나서
이런 큰 즐거움을 받게 되었네.

그는 이 게송을 마치고 부처님께 나아갔다. 부처님께서 그를 위해 설법하시니, 그는 수다
원을 얻고 곧 천궁으로 돌아갔다.
비구들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그는 어떤 인연으로 저 천상에 나게 되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는 전생에 인간으로 있을 때 꽃과 향으로 부처님 탑에 공양하였다. 그 선업으로 말미
암아 지금 하늘몸을 얻었고, 또 내게서 법을 듣고 깨달아 수다원을 증득하였느니라.”

58. 장자의 부부가 부도(浮圖)를 만들고 하늘에 난 인연

 

사위국에 어떤 장자가 부도(浮圖)와 승방(僧坊)을 만들었다.
그 장자는 병으로 목숨을 마치고 33천에 났다. 아내는 남편을 생각하여 근심하고 괴로워
하였기 때문에 남편이 세상에 있을 때처럼 그 부도와 승방을 수리하였다.
남편은 하늘에 있으면서 스스로를 살펴보고 말하였다.
'나는 무슨 인연으로 이 천상에 났을까?'
그리하여 탑과 절을 지었기 때문에 그 천상에 오게 된 것을 알았다.
그리고 자기 몸이 확실히 하늘몸인 것을 보고 기쁜 마음이 생겨 항상 탑과 절을 생각하면
서 자기가 만든 탑과 절을 지금은 누가 수리하는지 천안으로 살펴보았다. 그러다가 아내가
밤낮으로 남편을 생각하며, 근심하고 괴로워하면서 남편을 위하여 탑과 절을 수리하는 것을
보았다.
남편은 생각하였다.
'내 아내는 내게 큰 공덕이 있다. 나는 지금 가서 문안하고 위로하리라.'
그는 곧 천상에서 사라져 아내 곁에 가서 말하였다.
“당신은 너무 근심하고 나를 생각하는구료.”
아내는 말하였다.
“당신은 누구시기에 내게 충고하십니까?”
“나는 당신의 남편이오. 내가 승방과 탑을 지은 인연으로 33천에 나게 되었고, 당신이 부
지런히 그것을 수리하는 것을 보고 여기 온 것이오.”
아내는 말하였다.
“가까이 오십시오. 우리 즐기십시다.”
남편은 말하였다.
“사람의 몸은 더럽고 냄새가 나기 때문에 가까이 할 수 없소. 만일 내 아내가 되고 싶으
면 다만 부지런히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공양하시오. 그리하면 목숨을 마친 뒤에는 천궁 내
곁에 날 것이니, 당신을 아내로 삼으리다.”
아내는 남편 말대로 부처님과 스님들을 공양하고 온갖 공덕을 지으면서 천상에 나기를 발
원하였다. 그리하여 목숨을 마친 뒤에는 곧 천궁에 태어났다.
그들 부부는 함께 부처님께 나아갔다. 부처님께서 그들을 위하여 설법하시어 그들은 수다
원을 얻었다.
비구들은 놀랍고 이상히 여겨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들은 무슨 업연으로 저 천상에 나게 되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저들은 옛날 인간에 있을 때 부도와 승방을 만들어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공양하였다.
그 공덕으로 지금 천상에 나게 된 것이다.”

59. 장자 부부가 부처님을 믿고 공경하여 하늘에 난 인연

 

왕사성 안에 어떤 장자가 있었는데, 날마다 부처님께 나아갔다. 그의 아내는 '날마다 저렇
게 가는 것은 남의 여자와 몰래 통정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남편에게 물었다.
“날마다 어디 갔다 오십니까?”
남편은 대답하였다.
“부처님께 갔다 온다.”
“부처님은 잘났습니까, 당신보다 훌륭하십니까, 그래서 항상 가십니까?”
남편은 아내를 위해 부처님의 갖가지 공덕을 찬탄하였다.
그 때 아내는 부처님의 공덕을 듣고 마음으로 기뻐하여 곧 수레를 타고 부처님께 갔는데,
부처님 곁에는 여러 왕과 대신들이 좌우를 꽉 막고 있었으므로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멀리서 부처님께 예배하고 성 안으로 도로 들어왔다.
그 뒤에 그는 목숨을 마치고 33천에 나서 스스로 생각하였다.
'부처님 은혜는 중하다. 한 번 예배한 공덕이 나를 하늘에 나게 하였구나.'
그는 곧 하늘에서 내려와 부처님께 나아갔다. 부처님께서 그를 위해 설법하시어 그는 수
다원을 얻었다.
비구들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그는 어떤 인연으로 하늘에 나게 되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는 옛날 인간에 있을 그 때 내게 예배하였다. 그 한 번 예배한 공덕으로 목숨을 마치
고 하늘에 난 것이다.”

60. 외도 바라문의 딸이 부처님 제자들에게 배워 재(齋)를 지내고 하늘에 난 인연

그 때 사위국에서 부처님의 제자로서 많은 여자들이 읍회(邑會)를 만들어 자주 부처님께
로 갔다.
그 무리 중에는 어떤 바라문의 딸이 있었다. 그는 삿된 소견으로 부처님을 믿지 않아 한
번도 재를 지내거나 계를 가진 일이 없었다.
그는 여러 여자들이 모여 재 지낸 음식을 먹는 것을 보고 물었다.
“너희들은 지금 어떤 좋은 모임을 가졌는가? 나는 너희들과 친한 사이인데 왜 내게는 알
리지 않았는가?”
여자들은 대답하였다.
“우리는 지금 재를 지낸다.”
바라문의 딸은 말하였다.
“오늘은 6일도 아니요, 12일도 아닌데, 누구의 법을 위해 재를 지내는가?”
“우리는 지금 부처님의 재를 지내는 것이다.”
“너희들은 부처님의 재를 지내어 어떤 공덕을 얻는가?”
여자들은 말하였다.
“하늘에 나서 해탈한다.”
바라문의 딸은 음식을 탐하였기 때문에 물을 받고 잿밥[齋食]을 먹었다. 그리고 맛있는 미
음도 받았다.
그는 '바라문의 재법(齋法)에는 마시지도 않고 먹지도 않는데, 부처님의 재법에는 좋은 밥
도 먹고 맛있는 미음도 마신다. 이런 재 하기는 아주 쉽다' 하고는, 부처님을 믿고 기뻐하였
다.
그 뒤에 그는 목숨을 마치고 천상에 나게 되었다.
그는 천상에서 내려와 부처님께 나아갔다. 부처님께서 그를 위해 설법하시어 그는 수다원
을 얻었다.
비구들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그는 어떤 인연으로 천상에 나게 되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는 옛날 인간에 있을 때 여러 여자들이 모여 재하는 것을 보고, 그를 따라 기뻐하고
재하였다. 그 선업으로 말미암아 천상에 난 것이다.”
61.가난한 여자가 수달(須達)에게 천[]을 보시하고 하늘에 난 인연
그 때 수달 장자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우리 집에 난 사람은 목숨을 마친 뒤에도 나쁜 길에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왜냐 하면,
내가 모두 깨끗한 법으로 가르쳤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도 빈궁하여 곤고한 사람이나 믿거
나 믿지 않는 사람은 선법으로 가르쳐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공양하게 하리라.'
그리고 이 사실을 바사닉왕에게 자세히 아뢰었다.
왕은 곧 북을 치고 방울을 울리면서 영을 내렸다.
“지금부터 이레 뒤에 수달 장자는 사람들을 교화하고 구걸하여 삼보에 각각 공양하려 한
다. 모든 인간들은 각각 그를 따라 기뻐하고 얼마라도 보시하라.”
이레 되는 날 수달 장자는 여러 사람들에게 보시를 청하였다.
어떤 가난한 여자가 고생하여 번 돈으로 겨우 천[] 한 벌을 얻어 몸을 가리고 있다가 수
달이 구걸하는 것을 보고 그에게 보시하였다.
수달은 그것을 받고는 그 뜻을 기특히 여겨 재물과 곡식과 비단옷을 그의 요구대로 대어
주었다.
그 뒤 가난한 여자는 목숨을 마치고 천상에 나게 되었다.
그는 부처님께 나아갔다. 부처님께서 그를 위해 설법하시니, 그는 수다원을 얻었다.
비구들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 천녀는 어떤 인연으로 천상에 나게 되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는 옛날 인간에 있을 그 때 수달 장자가 교화하고 구걸하는 것을 보고 마음으로 기뻐
하여 제가 입었던 흰 천을 수달에게 보시하였다. 그 선업으로 말미암아 천상에 나게 되었고,
또 내게서 법을 듣고는 믿고 이해하여 수다원을 얻었느니라.”

62. 장자의 딸이 삼보를 믿지 않다가 아버지가 돈을 주어서 5계를 받게 하여 천상에 난 인연

 

그 때 사위국에 불사(弗奢)라는 장자가 있었다.
그에게 두 딸이 있었는데, 첫째는 집을 떠나 부지런히 수행하여 아라한이 되었고, 둘째는
삿된 소견으로 부처님을 믿지 않고 비방하였다.
그 때 아버지는 믿지 않는 딸에게 말하였다.
“네가 지금 부처님께 귀의하면 나는 너에게 돈 천 냥을 줄 것이요, 나아가서 법과 스님
에게 귀의하고 다섯 가지 계율을 받들어 가지면 돈 8천 냥을 주리라.”
이에 그 딸은 5계(戒)를 받고 오래지 않아 목숨을 마치고 천상에 났다.
그녀는 부처님께로 가서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수다원을 얻었다.
비구들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 천녀는 어떤 업행으로 천상에 나게 되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녀는 전생에 인간에 있을 때 아버지의 돈을 탐하여 3보(寶)에 귀의하고 5계(戒)를 받
들어 가졌었다. 그 인연으로 지금 천상에 나게 되었고, 또 내게서 법을 듣고 도를 얻었느니
라.”

63.여자가 땅을 쓸다가 부처님을 뵙고 기뻐함으로써 하늘에 난 인연


남천축 법에는 집에 소녀가 있으면, 반드시 일찍 일어나 뜰과 지게문의 좌우를 쓸게 하였
다.
어떤 장자의 딸이 일찍 일어나 땅을 쓸다가 마침 부처님께서 문 앞을 지나가시는 것을 보
고 기쁜 마음이 생겨 마음을 모아 부처님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명이 짧아 이내 죽어 33천에 났다.
대개 하늘에 나면 세 가지로 생각하는 법이 있다. 그녀는 스스로 생각했다.
'나는 전생에 어떤 몸이었을까?'
그리하여 사람의 몸이었던 것을 스스로 알았다.
'나는 지금 어떤 곳에 났는가?'
여기는 바로 하늘이라고 알았다.
'옛날 어떤 업을 지었기에 여기 와서 났는가?
부처님을 뵙고 기뻐한 선업으로 말미암아 이 과보를 받았다고 알았다.
그녀는 부처님의 중한 은혜를 느끼고 천상에서 내려와 부처님을 공양하였다. 부처님께서
그녀를 위해 설법하시어 그는 수다원을 얻었다.
비구들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어떤 인연이 저 여자로 하여금 하늘에 나서 도를 얻게 하였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녀는 옛날 인간에 있을 때 일찍 일어나 땅을 쓸다가 문 앞을 지나가는 부처님을 뵙고
마음으로 기뻐하였다. 그 선업으로 말미암아 천상에 났고, 또 내게서 법을 듣고 도를 깨달은
것이다.”

64. 장자가 집을 지어 부처님을 청하여 공양하고 그 집을 보시함으로써 하늘에 난 인연

 

왕사성에 큰 장자가 있었다. 그는 집을 새로 짓고 부처님을 청하여 공양하고는, 그 절을
부처님께 보시하면서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지금부터 성에 들어가실 때에는 언제나 여기 오셔서 손을 씻고 발우를 씻
으소서.”
그 뒤 그는 목숨을 마치고 천상에 나서 하늘 궁전을 타고 부처님께 나아갔다. 부처님께서
그를 위해 설법하시어 그는 수다원을 얻었다.
비구들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그는 어떤 인연으로 천상에 나게 되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는 옛날에 인간에 있을 때 새 집을 짓고 부처님을 청하여 보시하였었다. 그 선업으로
말미암아 하늘 궁전에 와서 나게 되었고, 또 내게 법을 듣고 도를 얻었느니라.”

65. 부인이 사탕수수를 아라한에게 보시하고 하늘에 난 인연

 

옛날 사위국의 어떤 아라한 비구가 성 안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마침 사탕수수를 짜는 집
에 이르렀다.
그 집의 며느리가 굵고 큰 사탕수수 하나를 그 비구의 발우에 넣어 주었다. 시어머니가
그것을 보고 성을 내어 지팡이로 쳤다. 마침 중요한 곳을 맞아 그 며느리는 죽어 도리천에
났는데, 여자의 몸이 되었고, 그가 사는 궁전은 순전히 사탕수수뿐이었다.
여러 하늘들이 선법당에 모일 때 그 여자도 거기 갔다.
제석천은 게송으로 물었다.

너는 옛날에 어떤 업을 지었기에
훌륭하고 묘한 빛의 몸을 얻었는가?
빛나는 광명은 견줄 데 없어
마치 저 녹은 금덩어리 같구나.

천녀는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나는 옛날 인간에 있을 때
사탕수수를 조금 보시했더니
지금 이러한 큰 갚음 얻어
여러 하늘 중에서 광명이 뛰어나네.

66.여자가 부처님 발에 향을 바르고 하늘에 난 인연


옛날 사위성 안의 어떤 여자가 땅에 앉아 향을 갈다가 성 안으로 들어가시는 부처님을 만났다.
그녀는 부처님의 몸을 보자 기쁜 마음이 생겨 갈던 향을 부처님 발에 발라 드렸다.
그 뒤 그녀는 목숨을 마치고 하늘에 나게 되어 몸의 향기가 4천 리까지 풍기었다. 그녀가
선법당으로 가자 제석천은 게송으로 물었다.

너는 옛날에 어떤 업을 지었기에
그 몸에서 미묘한 향기 나는가?
이 하늘 위에 살면서
광명과 빛깔은 녹인 금과 같구나.

천녀는 곧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나는 그 묘하고 훌륭한 향을
가장 훌륭한 이에게 공양하고서
짝 없는 위엄과 큰 덕을 얻어
이 33천에 와서 태어나
큰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몸에서는 온갖 묘한 향기가 나서
백 유순(由旬)까지 풍기나니
이 향기를 맡는 사람들은
모두 큰 이익을 얻을 것이다.

그 때 그 천녀는 부처님께 나아갔다. 부처님께서 그녀를 위해 설법하시어 그녀는 수다원
의 도를 얻고 천상으로 돌아갔다.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그녀는 어떤 복을 지었기에 천상에 나서 몸이 그처럼 향기롭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천녀는 옛날 인간에 있을 때 내 발에 향을 발랐다. 그 인연으로 목숨을 마치고는 하
늘에 나서 그런 과보를 받은 것이다.”

67. 수달 장자의 여종이 삼보에 귀의하여 하늘에 난 인연

 

그 때 사위국의 수달 장자는 10만 냥의 금으로 사람을 부려 부처님께 귀의시키려 하였다.
그 때 어떤 여종이 장자의 말을 듣고 부처님께 귀의하였다. 그리고 목숨을 마친 뒤에는
33천에 나게 되어 선법당으로 갔다.
제석천은 게송으로 물었다.

너는 전생에 어떤 복이 있었기에
이 하늘 위에 나게 되어서
광명과 빛깔이 그처럼 미묘한가?
이제 나를 위하여 설명하여라.

천녀는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삼계의 굳세고 훌륭하신 분
나고 죽는 괴로움 빼어 버리고,
삼계를 진실로 건지시는 분
세 가지 번뇌를 끊어 버리네.

나는 옛날에 부처님께 귀의하고
또 법과 스님에게 귀의했나니
나는 그러한 인연으로써
지금에 이 과보 얻었느니라.

그녀는 이 게송을 마치고 부처님께 나아갔다. 부처님께서 그녀를 위해 설법하시어 그녀는
수다원의 도를 얻었다.
비구들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그녀는 어떤 업의 인연으로 그런 과보를 받았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녀는 옛날 인간에 있을 때 부처님께 귀의하였기 때문에 지금 천상에 나게 되었고, 또
내 설법을 듣고 수다원을 얻었느니라.”

68. 가난한 여자가 부처님께 걸식하고 하늘에 난 인연

 

옛날 사위성 안의 어떤 여자는 빈궁하고 곤고하여 항상 길에서 구걸하며 살아갔는데, 그
생활이 오래 계속되자 어떤 사람도 돌아보지 않았다.
부처님께서 지나가시는 것을 보고 그녀는 부처님께 가서 밥을 빌었다. 부처님께서는 그녀
가 굶주려 죽게 된 것을 가엾이 여겨 아난을 시켜 그녀에게 밥을 주게 하였다.
그 때 그 가난한 여자는 밥을 얻고 기뻐하였다.
뒤에 그녀가 목숨을 마치고 천상에 나게 되자, 부처님의 은혜를 느끼고 내려와 부처님을
공양하였다. 부처님께서 그녀를 위해 설법하시어 그녀는 수다원을 얻었다.
비구들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지금 저 천녀는 어떤 인연으로 천상에 나게 되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저 천녀가 옛날 인간 세상에서 굶주려 죽게 되었을 때에 아난을 시켜 그녀에게 밥을 주
었다. 그녀는 밥을 얻고 매우 기뻐하였다. 그 인연으로 말미암아 목숨을 마친 뒤에는 천궁에
났고, 또 내게 법을 듣고 도를 얻었느니라.”

69. 장자의 여종이 주인의 밥을 부처님께 보시하고 갚음을 얻어 천상에 난 인연


사위국의 어떤 장자의 아들이 다른 여러 장자의 아들과 동산으로 놀러 떠나면서 그 집안

사람에게 말하였다.
“내게 밥을 보내라.”
조금 뒤에 그 집에서는 여종을 시켜 밥을 보냈다.
종은 문 밖에 나갔다가 부처님을 만나 그 밥을 부처님께 공양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서는 다시 밥을 주어 보내었다. 종은 또 길에서 사리불과 목건련을 만나 그 밥을 주
었다. 그리하여 세 번째에야 밥을 가지고 가서 장자의 아들에게 주었다.
장자의 아들은 밥을 먹고 집에 들어와 아내에게 말하였다.
“오늘 왜 그리 늦게 밥을 보냈소?”
아내는 대답하였다.
“오늘은 세 번이나 밥을 보냈는데 왜 늦었다고 하십니까?”
이에 곧 종을 불러 물었다.
“너는 아침에 세 번이나 밥을 가져다 누구에게 주었느냐?”
여종은 대답하였다.
“첫 번째 보낸 밥은 부처님을 만나 보시하였고, 두 번째 보낸 밥은 사리불과 목건련에게
드렸습니다.”
주인은 그 말을 듣고 매우 화를 내어 지팡으로 그녀를 때렸다. 그녀는 곧 목숨을 마치고
천상에 났다.
그녀는 처음으로 하늘에 나서 세 가지를 생각하였다. 첫째는 '나는 지금 어디서 났는가?'
생각하고는 하늘에 난 것을 알았고, 두 번째는 '나는 어디서 죽어 하늘에 와서 났는가?' 생
각하고는, 인간에서 죽어 천상에 난 것을 알았으며, 세 번째는 '어떤 업의 인연으로 하늘에
나게 되었는가?' 생각하고는, 밥을 보시하였기 때문에 그런 과보를 받은 것을 알았다.
그녀는 곧 부처님께 내려와 공양하였다.
부처님께서 그녀를 위해 설법하시어 그녀는 수다원을 얻었다.
비구들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지금 저 천녀는 어떤 인연으로 천상에 나게 되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녀는 본래 인간에 있을 때 어떤 장자의 여종이 되어 그 장자의 아들을 위해 보내는
밥을 부처님을 만나 보시하였으므로, 그 주인이 매우 화를 내어 지팡이로 때려 죽였다.
그녀는 그 업의 인연으로 말미암아 목숨을 마치고는 하늘에 났으며, 또 내게 법을 듣고
도를 깨달았느니라.”

70. 장자가 부처님을 위해 강당을 짓고 그 갚음을 얻어 천상에 난 인연

 

그 때 왕사성의 빈바사라왕은 부처님을 위해 부도와 승방을 만들었다.
어떤 장자도 부처님을 위해 좋은 집을 지으려 하였으나 땅을 얻지 못하여 부처님께서 거
니시는 곳에 한 강당을 짓고 네 문을 열었다.
뒤에 그는 목숨을 마치고 천상에 나서 하늘 궁전을 타고 부처님께 내려와 공양하였다. 부
처님께서 그를 위해 설법하시어 그는 수다원을 얻었다.
비구들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지금 저 천자는 어떤 업의 인연으로 하늘 궁전에 나게 되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는 본래 인간에 있을 때 부처님의 강당을 지었었다. 그 좋은 인연으로 말미암아 목숨
을 마치고 천상에 났다가 은혜를 느끼고 내게 와서 공양하였고, 또 설법을 듣고는 수다원을
얻은 것이다.”

71. 장자가 왕이 탑 만드는 것을 보고, 자기도 탑을 만들어 갚음을 얻어 하늘에 난 인연


그 때 남천축의 어떤 장자가 기사굴산(耆??山)에 있었다.
그는 빈바사라왕이 부처님을 위해 좋은 부도와 승방 만드는 것을 보고, 자기도 부처님을
청하여 부도와 승방을 만들었다.
그 뒤 그는 목숨을 마치고 천상에 났다가 부처님의 은혜를 생각하고 내려와 공양하였다.
부처님께서 그를 위해 설법하시어 그는 수다원을 얻었다.
비구들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 천자는 과거에 어떤 인연을 지었기에 천궁에 나게 되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는 옛날 인간에 있을 때 왕이 탑을 일으키는 것을 보고 마음으로 기뻐하여 자기도 부
처님을 청하여 부도를 만들어 세웠었다. 그 좋은 업으로 말미암아 천상에 나게 되었고, 또
내게 법을 듣고는 믿고 깨달아 수다원을 증득하였느니라.”

72. 상인이 집을 지어 부처님께 공양하고 그 갚음을 얻어 천상에 난 인연


그 때 사위국의 어떤 상인은 멀리 나가 장사하다가 거기서 죽고 돌아오지 않았다.
어머니는 그의 아들을 길렀다. 그 아들이 자라나자 또 멀리 떠나려 하였다. 조모는 그에게
말하였다.
“네 아비는 멀리 떠나 거기서 죽고 돌아오지 않았다. 너는 멀리 떠나지 말고 가까운 곳
의 저자에서 점포라도 펴고 앉았거라.”
그는 조모님의 분부를 받들어 시중에다 점포를 짓고 생각하였다.
'이 성 안 사람들은 모두 부처님을 청한다. 나도 이제 새로 집을 지었으니 부처님을 청하
리라.'
그는 곧 가서 부처님을 청하였다. 부처님께서 오시자 그는 아뢰었다.
“저는 이 집을 부처님께 공양하겠습니다. 지금부터 성에 들어가실 때에는 언제나 저의
집에 오셔서 손과 발우를 씻으소서.”
그 뒤 그는 목숨을 마치고 천상에 났다가 다시 내려와 부처님께 나아갔다. 부처님께서 그
를 위해 설법하시어 그는 수다원을 얻었다.
비구들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 천자는 옛날 어떤 업의 인연을 지었기에 천상에 나게 되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는 본래 사람으로 있을 때 점포를 새로 짓고 그 안에다 부처님을 모셨

잡보장경 제6권
원위 서역삼장 길가야·담요 공역

73. 제석이 일을 물은 인연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마갈제국(摩竭提國)의 왕사성 남쪽에 있는 암바라림(庵婆羅林) 바
라문촌의 북쪽 비제혜산(毘提醯山) 석굴 안에 계셨다.
그 때 제석은 부처님께서 거기 계신다는 말을 듣고 반사식기(槃?識企)라는 건달바(??婆)
왕자에게 말하였다.
“마갈제국의 암바라숲 바라문촌의 북쪽에 있는 비제혜산에 부처님께서 계신다. 나는 지
금 너희들과 함께 거기 가고 싶다.”
반사식기는 대답하였다.
“예, 그것은 매우 좋은 일입니다. 즐거이 듣겠습니다.”
그는 곧 유리 거문고를 끼고 제석을 따라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갔다.
그 때 여러 하늘들은 제석이 건달바 왕자와 함께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가려 한다는 말을
듣고 제각기 장엄하게 하고는, 제석을 따라 하늘에서 사라져 곧 비제혜산으로 갔다.
그 때 그 산에는 광명이 환히 비치어 거기 가까이 사는 선인들은 모두 불빛이라고 생각하
였다.
제석은 건달바 왕자에게 말하였다.
“여기는 청정하여 모든 악을 멀리 떠난 아련야다. 편안히 좌선하라. 지금 부처님 곁에는
여러 높고 훌륭한 하늘들이 그 좌우를 꽉 막아 있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부처님을 뵈올 수
있겠는가?”
제석은 다시 건달바 왕자에게 말하였다.
“너는 나를 위해 부처님께 가서 내 뜻을 전하고 문안 드려라.”
건달바 왕자는 분부를 받고 가서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곳에서 부처님의 거룩한 모습을
바라보며, 부처님께 들리도록 거문고를 타면서 게송을 읊었다.

욕심은 곧 집착을 내나니
코끼리가 진창에 빠져드는 것 같고
또 코끼리가 취하고 미쳐
갈고리로 막을 수 없는 것 같네.

비유하면 저 아라한들이
묘한 법을 사모하는 것처럼
또 내가 그녀의 색을 탐하여
아버지를 공경하고 예배하는 것처럼

귀하고 훌륭한 것을 내기 때문에
내 마음 더욱더 사랑하고 즐기네.

못 견디게 내 애욕은 자라나
더운 땀이 시원한 바람을 만난 것 같고
극히 목마를 때 찬물을 얻은 듯
너의 모습 참으로 즐길 만하구나.

아라한이 묘한 법을 즐기는 것처럼
병자가 좋은 약을 얻은 것처럼
주린 이가 좋은 음식 얻은 것처럼
빨리 그 시원함으로 내 더위를 없애자.
아직도 내 탐욕은 달리고 달리나니
내 마음 붙들어 떠나지 못하게 하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장하다. 반사식기여, 지금 너의 그 노랫소리는 거문고 곡조와 어울리는구나. 너는 멀리
서 그 노래를 지어 부르는구나.”
그는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옛날 건달바왕(??婆王) 진부루(珍浮樓)의 딸 수리바절사(修利婆折斯)라는 여자를
만났는데, 식건치(識騫稚)라는 마다라(摩多羅) 천자(天子)가 먼저 그 여자를 사랑하였지마는
저도 그 때 그 여자를 몹시 사랑하여 거기서 위의 게송을 읊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저는 부
처님 앞에서 다시 이 게송을 읊은 것입니다.”
그 때 제석은 지금 부처님께서는 선정에서 깨어나 반사식기와 말씀하신다고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다시 반사식기에게 말하였다.
“너는 지금 내 이름을 말한 뒤에 땅에 엎드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병이나 괴로움이
없으시어 기거가 가뿐하시고 음식은 입에 맞으시며, 기력은 편안하시고 아무 나쁜 일이 없
이 즐겁게 지내십니까?' 하고 문안드려라.”
그는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고, 제석이 시키는 대로 다시 부처님께 나아가 제석의 이름으
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제석의 말로 문안드렸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제석과 여러 하늘들은 모두 편안한가?”
그는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석과 33천이 부처님을 뵙고자 하는데 허락하시겠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지금이 바로 그 때이니라.”
제석과 33천들은 부처님의 허락을 받고, 곧 부처님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 아래 예배하
고 한쪽에 서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디 앉으리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이 자리에 앉아라.”
“대중이 이렇게 많은데 이 굴이 너무 비좁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석굴을 보니, 놀랍게도 석굴은 아주 넓어졌다. 그것은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많이 수용하게 된 것이다.
제석은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그 앞에 앉아 아뢰었다.
“저는 항상 부처님을 뵙고 법을 듣고자 하였습니다. 옛날 부처님께서 사위국에서 화광삼
매(火光三昧)에 들어 계실 때, 사위의 시녀(侍女) 보사발제(步?拔提)가 부처님을 향해 합장
하였습니다. 저는 그 때 그 여자에게 말하였습니다.
'지금 부처님께서는 선정에 들어 계시기 때문에 나는 감히 어지럽힐 수가 없다. 너는 나
를 위해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나를 일컫고 문안해 다오.'
그 여자는 저의 말로 부처님께 예배하고 문안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그 때 너희들의 말하는 소리를 듣고 곧 선정에서 일어났다.”
제석은 아뢰었다.
“저는 옛날 노인에게 들으니, 여래·아라한·삼약삼불타께서 세상에 나타나시면 하늘 무
리는 늘어나고 아수라 무리는 줄어든다고 하였습니다. 제가 지금 하늘에 나자 하늘 무리는
늘어나고 아수라 무리는 줄어들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제가 보니, 부처님 제자로서 하늘에
나는 이는 수명과 광명과 이름, 이 세 가지가 다 하늘보다 훌륭합니다.”
그 때 구비야보(具毘耶寶)의 딸이 도리천에 났다. 그는 본래 부처님 제자로 제석의 아들이
었고 이름은 거혹(渠或) 천자였다.
또 세 사람의 비구는 부처님 앞에서 범행(梵行)을 닦았지마는 마음이 욕심을 떠나지 못하
였기 때문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건달바(乾?婆) 집에 태어나 날마다 세 때로
여러 하늘들을 위하여 심부름하였다.
거혹 천자는, 세 사람이 심부름하는 것을 보고 생각하였다.
'내 마음은 기쁘지 않고 차마 볼 수 없다. 내가 전생에 인간에 있을 때 저 세 사람은 항
상 우리 집에 와서 내 공양을 받았는데, 지금은 여러 하늘들의 심부름꾼이 되었으니 나는
차마 볼 수 없다. 저 세 하늘은 본래 부처님의 성문 제자들이다. 내가 본래 인간에 있을 때
저들은 내게서 공경과 공양과 의복과 음식을 받았는데, 지금은 하천하게 되었구나.'
그리하여 그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부처님의 입에서 법을 듣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았는데, 어찌하여 이런 비루
한 곳에 나게 되었는가? 전에는 내가 너희들을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였지마는 다른 부처님
에게서 법을 듣고는 보시를 행하고 믿었기 때문에 지금은 제석의 아들이 되어 큰 위덕이 있
고 세력이 자재(自在)롭다. 여러 하늘들은 나를 거혹이라 부른다.
너희들은 부처님의 훌륭한 법을 얻고도 왜 부지런히 수행하지 않고 이런 천한 곳에 났는
가? 나는 이런 나쁜 일은 차마 볼 수가 없다. 어찌하여 꼭 같은 법 안에서 이런 하천한 사
람이 생겼는가? 여기는 부처님의 제자로서는 나지 않아야 할 곳이다.”
거혹 천자는 이렇게 조롱하였다. 그 세 사람은 매우 부끄러워하고 자신이 싫어져 합장하
고 거혹에게 말하였다.
“천자의 말과 같다면 그것은 실로 우리들의 허물입니다. 이제 그런 나쁜 욕심은 끊어 버
리겠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곧 부지런히 노력하여 선정과 지혜를 닦았다.
그들은 곧 구담(瞿曇)의 법을 생각하면서 욕심의 근심됨을 보고 곧 번뇌를 끊었다. 마치
큰 코끼리가 굴레를 끊는 것처럼 그들의 탐욕을 끊는 것도 그와 같았다.
제석과 상나천(商那天)과 세상을 보호하는 사천왕(四天王)과 또 다른 여러 하늘들이 모두
와서 그 자리에 앉았는데, 탐욕을 끊은 그들은 여러 하늘 앞에서 허공으로 날아 올라갔다.
제석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 세 사람은 어떤 법을 얻었기에 능히 저런 여러 가지 신변을 부리며 부처님을 와서
뵙습니까? 저들이 얻은 바를 듣고 싶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저 사람은 이미 그곳을 버리고 범천 세계에 났느니라.”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를 위하여 범천에 나는 법을 말씀하여 주소서.”
“착하다. 어진 제석이여, 의심되는 것을 분별하여 묻는구나.”
그 때 부처님께서는 생각하셨다.
'제석은 아첨이나 거짓이 없다. 진실로 의심되는 바를 묻고 나를 괴롭히지 않는다.'
그리하여 말씀하셨다.
“만일 네가 물으면 나는 분별하여 설명하리라.”
제석은 여쭈었다.
“어떤 결사(結使)가 사람과 하늘·용·야차·건달바·아수라·가루라·마후라가들을 결
박합니까?”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탐욕과 질투의 두 결사가 사람과 하늘·아수라·건달바의 일체 무리들을 결박한다. 그
들은 모두 탐욕과 질투 때문에 스스로 결박하는 것이다.”
“진실로 그러합니다. 하늘 가운데 하늘이시여, 탐욕과 질투의 인연은 능히 일체를 결박합
니다. 저는 지금 부처님께 그 이치를 듣고 의심 그물이 곧 없어졌습니다.”
제석은 큰 기쁨이 생겼다. 그리하여 다시 다른 이치를 여쭈었다.
“탐욕과 질투는 무엇으로 인해 생깁니까? 어떤 인연으로 탐욕과 질투가 생기게 되며, 어
떤 인연으로 그것은 사라지게 됩니까?”
“교시가(?尸迦)여, 탐욕과 질투는 미움과 사랑으로 인해 생기고 미움과 사랑이 인연이 된
다. 미움과 사랑이 있으면 반드시 탐욕과 질투가 있고, 미움과 사랑이 없으면 탐욕과 질투는
곧 사라지느니라.”
“진실로 그러합니다. 하늘 가운데 하늘이시여, 저는 지금 부처님께 그 이치를 듣고 의심
그물이 없어졌습니다.”
제석은 큰 기쁨이 생겼다. 그리하여 다시 다른 이치를 여쭈었다.
“사랑과 미움은 무슨 인연으로 생기며, 무슨 인연으로 사라집니까?”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사랑과 미움은 욕심에서 생기고, 욕심이 없으면 그것은 사라지느니라.”
“진실로 그러합니다. 하늘 가운데 하늘이시여, 저는 지금 부처님께 그 이치를 듣고 의심
그물이 없어졌습니다.”
제석은 큰 기쁨이 생겼다. 그리하여 다시 다른 이치를 여쭈었다.
“욕심은 무슨 인(因)으로 생기고 무슨 연(緣)으로 자라며, 어떻게 하면 없앨 수 있습니
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욕심은 각(覺)으로 인해 생기고, 각관(覺觀)으로 반연해 자란다. 각(覺)이 있으면 욕심이
있고, 각관(覺觀)이 없으면 욕심은 곧 사라지느니라.”
“진실로 그러합니다. 하늘 가운데 하늘이시여, 저는 지금 부처님께 그 이치를 듣고 의심
그물이 없어졌습니다.”
제석은 큰 기쁨이 생겼다. 그리하여 다시 다른 이치를 여쭈었다.
“각관은 무엇을 인해 생기고 무슨 연으로 자라며, 어떻게 하면 없앨 수 있습니까?”
“각관은 들뜸에서 생기고 들뜸을 연하여 자란다. 들뜸이 없으면 각관이 사라지느니라.”
“진실로 그러합니다. 하늘 가운데 하늘이시여, 저는 지금 부처님께 그 이치를 듣고 의심
그물이 없어졌습니다.”
제석은 큰 기쁨이 생겼다. 그리하여 다시 다른 이치를 여쭈었다.
“들뜸은 무엇을 인연하여 나서 자라며, 어떻게 하면 그것을 없앨 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교시가여, 들뜸을 없애려면 8정도(正道)를 닦아야 한다. 즉, 바른 소견[正見]·바른 업
[正業]·바른 말[正語]·바른 생활[正命]·바른 방편[正方便]·바른 뜻[正思惟]·바른 생각[正
念]·바른 선정[正定]이니라.”
제석은 이 말씀을 듣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진실로 그러합니다. 하늘 가운데 하늘이시여, 진실로 들뜸은 8정도로 말미암아 사라집니
다. 저는 지금 부처님께 그 이치를 듣고 의심 그물이 없어졌습니다.”
제석은 기뻐하였다. 그리하여 다시 다른 이치를 여쭈었다.
“들뜸을 없애려고 하면 8정도를 닦아야 하겠습니다. 비구는 어떤 법으로 인하여 그 8정
도를 더욱 자라게 할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거기에는 세 가지 법이 있다. 첫째는 하고자 하는 마음[欲]이요, 둘째는 바른 노력[正懃]
이며, 셋째는 마음 껴잡기[攝心]를 많이 익히는 것이다.”
제석은 말하였다.
“진실로 그러합니다. 하늘 가운데 하늘이시여, 저는 그 이치를 듣고 의심 그물이 없어졌
습니다.”
비구가 수행할 그 정도(正道)는 이 세 가지 법으로 인하여 더욱 자라게 할 수 있다는 이
말을 듣고 다시 여쭈었다.
“비구가 들뜸을 없애려면 몇 가지 법을 배워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세 가지 법을 배워야 하나니, 즉 보다 왕성한 계율의 마음과 보다 왕성한 선정의 마음
과 보다 왕성한 지혜의 마음을 배워야 하느니라.”
제석은 이 말씀을 듣고 말하였다.
“진실로 그러합니다. 하늘 가운데 하늘이시여, 저는 그 이치를 듣고 의심 그물이 없어졌
습니다.”
그리고는 뛰고 기뻐하였다. 그리하여 다시 다른 뜻을 여쭈었다.
“들뜸을 없애려면 몇 가지 이치를 알아야 합니까? 저는 듣고 싶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여섯 가지 이치를 알아야 한다. 즉, 첫째로는 눈으로 빛깔을 보는 것과 둘째는 귀로 소
리를 듣는 것과 셋째는 코로 냄새를 맡는 것과 넷째는 혀로 맛을 보는 것과 다섯째는 몸으
로 닿임을 아는 것과 여섯째는 뜻으로 여러 가지 법을 분별하는 것이니라.”
제석은 이 말씀을 듣고 말하였다.
“진실로 그러합니다. 하늘 가운데 하늘이시여, 저는 그 이치를 듣고 의심 그물이 없어졌
습니다.”
그리고는 기뻐 뛰었다. 그리하여 다시 다른 이치를 여쭈었다.
“일체 중생들이 탐하는 것과 하고 싶어하는 것과 향하는 곳과 나아가는 곳은 다 꼭 같습
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일체 중생이 탐하는 것과 하고 싶어하는 것과 향하는 곳과 나아가는 곳은 꼭 같지 않다.

중생은 한량이 없고 세계 또한 한량이 없어 그 하고 싶어하는 것과 향해
나아가는 곳은 각기 달라 같지 않고, 제각기 제 소견을 가지고 있느니라.”
제석은 이 말씀을 듣고 말하였다.
“진실로 그러합니다. 하늘 가운데 하늘이시여, 저는 그 이치를 듣고 의심 그물이 없어졌
습니다.”
그리고는 기뻐 뛰었다. 그리하여 다시 다른 이치를 여쭈었다.
“모든 사문과 바라문들은 모두 꼭 같은 마지막과 번뇌 없음과 마지막 범행(梵行)을 얻습
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사문과 바라문들은 모두 꼭 같은 마지막과 번뇌 없음과 마지막 범행을 얻지 못한
다. 그러나 만일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이 위없이 끊고 애욕의 결박에서 벗어나게 되어 바르
게 해탈하면, 그들은 모두 꼭 같은 마지막과 번뇌 없음과 마지막 범행을 얻을 수 있느니
라.”
“부처님 말씀과 같이 위없이 끊고 사랑의 결박에서 벗어나 바르게 해탈하게 되면, 그들
은 모두 꼭 같은 마지막과 번뇌 없음과 마지막 범행을 얻게 될 것입니다. 저는 이제 부처님
의 말씀을 듣고 그 이치를 이해하고 그 법을 알게 되어 의심의 저쪽 언덕을 건너고 온갖 소
견의 독한 화살을 뽑아 나[我]라는 소견을 버리고 마음이 물러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 법을 말씀하실 때 제석과 8만 4천의 여러 하늘들은 티끌과 때를 멀리 떠나 법안이 깨
끗하게 되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교시가여, 너는 혹 과거에 저 사문이나 바라문에게 이런 이치를 물은 적이 있는가?”
“세존이시여, 저는 기억합니다. 저는 옛날 여러 하늘들과 함께 선법당에 모였을 때 '부처
님께서 세상에 나오실 것인지' 하늘들에게 물은 적이 있습니다.
그 하늘들은 제각기 '아직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지 않으실 것이다'라고 말하였습니다.
여러 하늘들은 그 말을 듣고 모두 흩어졌습니다.
그 뒤에 큰 위엄과 덕이 있는 하늘들이 복이 다해 목숨을 마쳤습니다. 그 때 저는 그것을
보고 두려워하여, 어떤 사문과 바라문이 한적한 곳에 있는 것을 보고 곧 거기 갔더니, 그들
은 저에게 '너는 누구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나는 제석이다' 하고, 그들에게 예배하지 않았더니, 그들이 도로 저에게 예배하였고,
저는 그들에게 묻지 않았는데, 그들이 저에게 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들의 무지함을 알았으므로 그들에게 귀의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지금부터
부처님께 귀의하여 부처님 제자가 되겠습니다.”
그는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나는 전에 언제나 의심을 가져
마음이 항상 만족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지혜로운 사람을 구해
내가 가진 의심을 풀려 하였다.

그래서 부처님을 두루 찾다가
저 한적한 여러 곳에서
사문과 바라문들을 보고
저이가 부처님이라 생각하였다.

나는 그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예배하고 공경하고 문안하고는
어떤 것이 바른 도를 닦는 것인가?
나는 그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그러나 그 여러 사문들은
도와 도 아님을 알지 못했네.
그러다가 나는 이제 부처님을 뵙고
의심 그물이 모두 다 끊어졌네.
지금 이 세상에 부처님 나셨나니

그는 이 세상의 큰 논사(論師)로
원수의 악마를 부수어 항복받고
번뇌를 모두 없앤 훌륭한 이네.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나오심은
가장 드문 일로서 짝할 이 없어
어떤 하늘도 범(梵)의 무리도
그 부처님과 같은 이 없네.

“세존이시여, 저는 수다원을 얻었습니다. 바가바(婆伽婆)여, 저는 수다원을 얻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착하고 착하다, 교시가여. 네가 만일 방일하지 않으면 반드시 수다원을 얻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어 말씀하셨다.
“너는 어디서 그런 무너지지 않는 믿음을 얻었는가?”
제석은 아뢰었다.
“저는 부처님 곁에서 그 믿음을 얻었습니다. 또 저는 여기서 하늘의 수명을 얻을 것입니
다. 원컨대 이 일을 기억하시고 이해하여 주소서.”
제석은 이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나는 인간의 고귀한 집에 태어나 온갖 일을 두루 갖추게 되고, 거기서 다시 속세를 버리
고 집을 떠나 거룩한 길로 향해 나아가서, 만일 열반을 얻으면 매우 좋고, 열반을 얻지 못하
면 정거천(淨居天)에 나리라.'”
그 때 제석은 여러 하늘을 모아 말하였다.
“나는 하루 세 때로 범천을 공양하였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그것을 그만두고 하루 세 때
로 부처님을 공양하리라.”
그 때 제석은 반사식기(般?識企) 건달바(乾?婆) 왕자에게 말하였다.
“너는 내게 은혜가 매우 중하다. 네가 능히 부처님을 깨웠기 때문에 나로
하여금 그 깊은 법을 보고 듣게 하였다. 내가 천상에 돌아가면 진부루의 딸 수리바절사를
너의 아내로 주고, 또 그 아버지를 대신하여 너를 건달바의 왕이 되게 하리라.”
그리하여 제석은 하늘 무리들을 거느리고 부처님을 세 번 돌고는 물러나 고요한 곳에 이
르러 모두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하고, 세 번 일컫고 천상으로 돌아갔다.
제석이 떠난 지 오래지 않아 범천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제석이 이미 떠났다. 이제 내가 부처님께 가리라.'
마치 장사가 팔을 굽혔다 펴는 것 같은 사이에 부처님 계신 곳에 이르러 부처님 발에 예
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범천의 광명이 비제혜산(毘提醯山)을 두루 비췄다.
그 때 범천은 게송으로 말하였다.

그런 이치를 나타내시어
많은 이익을 주셨구나.
사지(舍脂)의 그 땅인
마가바(磨伽婆)를
둘러싼 이는 모두 어진 이

능히 어려운 것을 잘 물었나니
사사바(娑婆)여.

그는 제석의 물음을 거듭 말하고 곧 천상으로 돌아갔다.
부처님께서는 이른 아침에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어제 범천왕이 내게 와서 위의 게송을 읊고 곧 천상으로 돌아갔느니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비구들은 기뻐하면서 부처님 발에 경례하고 떠났다.

74. 아야교진여(阿若橋陳如) 등을 제도한 인연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계시면서 설법하시어 아야교진여를 제도하실 때, 석제환인과 빈바사
라왕(頻婆莎羅王)은 각기 8만 4천 무리를 데리고 와서 모두 도를 얻었다.
비구들은 이상히 여겨 여쭈었다.
“어떻게 그 많은 사람이 모두 세 가지 나쁜 길에서 구제되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지금만이 아니다. 옛날에도 나는 그들을 구제하였느니라.”
비구들은 아뢰었다.
“옛날에 구제하신 그 일은 어떠하셨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옛날 여러 상인들이 바다에 들어가 보배를 캐어 돌아오는 도중에 큰 광야에서 뱀 한 마
리를 만났는데, 그 몸의 높이는 6구루사(拘樓舍)로 상인들의 주위를 빙 두르고 있어서 드나
들 곳이 없었다.
그 때 상인들은 너무 놀라고 두려워 외쳤다.
'천신과 지신이시여, 자비가 있으면 우리들을 구제하여 주십시오.'
어떤 흰 코끼리가 사자와 짝이 되었는데, 그 사자가 뛰어가서 뱀의 대가리를 부수어 상인
들을 그 어려움에서 벗어나게 하였다.
그 때 뱀은 입으로 독기를 뿜어 사자와 흰 코끼리를 해쳤으나 아직 목숨은 끊어지지 않았
다. 상인은 그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우리를 구제하여 주었다. 소원이 무엇인가?'
그들은 대답하였다.
'오직 부처가 되어 모든 사람들을 구제하려 한다.'
상인들은 말하였다.
'만일 너희들이 부처가 되면 우리가 제일 먼저 그 법을 듣고 도를 얻기를 원한다.'
사자와 흰 코끼리는 목숨을 마치고, 상인들은 그들을 화장하여 그 뼈로 탑을 세웠느니
라.”
부처님께서는 이어 말씀하셨다.
“알고 싶은가? 그 때의 사자는 바로 지금의 내 몸이요, 흰 코끼리는 저 사리불이며, 장사
주인들은 교진여와 제석과 빈바사라왕이요, 그 때의 여러 상인들은 지금의 저 도를 얻은 하
늘들이니라.”

75.차마(差摩)가 눈을 앓다가 삼보에 귀의하여 눈이 깨끗하게 된 인연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석씨(釋氏) 동산에 계셨다.
그 때 차두성(車頭城) 안에 차마(差摩)라는 석씨 종족이 있었다. 그는 부처님을 깨끗이 믿
고 법과 스님들을 깨끗이 믿어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과 스님들께 귀의하였다. 또 한결같이
부처님을 향하였고, 한결같이 법과 스님들을 향하였다.
부처님에 대하여 의심이 없고 법과 스님들에 대하여 의심이 없었다. 그리고 괴로움의 진
리에 대하여 의심이 없고, 괴로움의 원인과 사라짐과 사라지는 길에 대하여 의심이 없었다.
그리하여 도를 보는 자리에 이르러 도의 결과를 얻어 마치 수다원이 일을 알고 보는 것처
럼, 그도 모두 알고 보아 삼보리(三菩提)에 있어서 기한을 지내지 않고 결정코 그것을 얻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차마는 눈병을 앓았기 때문에 갖가지 빛깔이 있지마는 그것을 볼 수 없었다. 그는
항상 부처님을 생각하였다.
'눈을 주는 자에게 귀의합니다. 밝음을 주는 이, 어둠을 없애는 이, 횃불을 잡는 이에게
귀의하며, 바가바(婆伽婆)께 귀의하고, 선서(善逝)께 귀의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사람 귀보다 뛰어난 깨끗한 하늘 귀[天耳]로 그 음성을 듣고 아난에게 말씀
하셨다.
“너는 지금 가서 글귀로써 차마를 옹호하여 그를 구제하고 지키고 돌보아 재앙을 없애
주고, 또 네 무리를 위해 이익을 주어 편하고 즐겁게 살도록 하라.”
그 때 부처님께서는 차마를 위하여 눈을 깨끗이 하는 수다라(修多羅)인 '다절타(多折他)
시리(施利) 미리(彌利) 기리(棄利) 혜혜다(醯醯多)'를 말씀하시고, 이 눈을 깨끗이 하는 주문
으로 차마의 눈을 깨끗이 하여 그 눈의 막(膜)을 없애게 하셨다.
“바람 눈병이나 더위 눈병, 추위 눈병이나 혹은 등분(等分) 눈병이라도, 타지 않고 지지
지 않으며, 곪지 않고 아프지 않으며, 가렵지 않고 눈물이 흐르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계율의 알맹이요 고행의 알맹이며, 시선의 알맹이요 하늘의 알맹이며, 약의 알맹이
요 주문의 알맹이며, 인연의 알맹이요 괴로움의 알맹이며, 그 원인의 알맹이요 사라지는 알
맹이며, 길의 알맹이요 아라한의 알맹이며, 벽지불의 알맹이요 보살의 알맹이다.
이와 같이 차마의 이름을 일컫고 다른 사람도 그와 같이 그 이름을 일컬으면 눈이 깨끗하
게 될 것이요, 눈이 깨끗하게 된 뒤에는 어둠이 없어지고 그 막이 없어질 것이다.
바람 눈병이나 더위 눈병, 추위 눈병이나 혹은 등분 눈병이라도 타지 않고 지지지 않으며,
곪지 않고 아프지 않으며, 가렵지 않고 눈물을 흘리지 않을 것이다.
아난이여, 이런 글귀는 과거 여섯 부처님도 말씀하셨고, 지금 일곱째인 나도 말하며, 사천
왕과 제석도 말하고, 범천왕과 범천의 무리들도 모두 따라 기뻐하는 것이다.
아난이여, 하늘이나 사람·악마·범·사문이나 바라문이 이 글귀를 세 번 말하면, 그 눈의
가림이나 어둠·막·곪음·눈푸름이나 혹은 눈물이 흐르는 따위의 병으로서, 그 병을 하늘
이 내었거나, 용·약사·아수라·구반다(究槃茶)·아귀·비사(毘舍)가 내었거나, 혹은 독기·
나쁜 주문·벌레·비타라(毘陀羅) 주문·나쁜 별이나 혹은 여러 별들이 내었더라도 그것은
모두 나을 것이다.”
아난은 곧 그 집으로 가서 차마를 위하여 그 주문을 세 번 외웠다. 그 눈은 본래와 같이
깨끗하게 되어 모든 빛깔을 보게 되었다.
또 그 주문으로 사람의 성명을 일컫자, 차마에게서와 같이 어둠이 없어지고, 막과 바람·
더위·추위 및 등분이 없어져 타지 않고 지지지 않으며, 곪지 않고 아프지 않으며, 가렵지
않고 눈물이 흐르지 않았다.
“바가바께 귀의하며 타아가타(陀阿伽陀)·아라가(阿羅呵)·삼먁삼불타(三?三佛陀)께 귀의
합니다.”
보살은 이 신비로운 주문의 글귀로써 모든 중생들을 잘 성취하게 하였다.
여러 범천들은 모두 따라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사바하[娑呵].”

76. 일곱 가지 보시의 인연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일곱 가지 보시가 있으니, 그것은 재물의 손해가 없이 큰 과보를 얻는다.
첫째는 눈의 보시니, 언제나 좋은 눈으로 부모·스승·사문·바라문을 대하고, 나쁜 눈으
로 대하지 않는 것을 눈의 보시라 한다. 그는 몸을 버리더라도 몸을 받아 청정한 문을 얻고,
미래에 부처가 되어서는 하늘눈[天眼]이나 부처눈[佛眼]을 얻을 것이니, 이것을 첫째 과보라
하느니라.
둘째는 화한 얼굴과 즐거운 낯빛의 보시이니, 부모·스승·사문·바라문에게 찌푸린 얼굴
로 대하지 않는 것이다. 그는 몸을 버리더라도 다시 몸을 받아 단정한 얼굴을 얻고, 미래에
부처가 되어서는 순금색의 몸이 된다. 이것을 둘째 과보라 하느니라.
셋째는 말씨의 보시이니, 부모·스승·사문·바라문에 대하여 부드러운 말을 쓰고 추악한
말을 쓰지 않는 것이다. 그는 몸을 버리더라도 다시 몸을 받아 변재를 얻고, 그가 하는 말은
남이 믿고 받아 주며, 미래에 부처가 되어서는 네 가지 변재를 얻는다. 이것을 셋째 과보라
하느니라.
넷째는 몸의 보시이니, 부모·스승·사문·바라문을 보면 일어나 맞이하여 예배하는 것이
다. 이것을 몸의 보시라 한다. 그는 몸을 버리더라도 다시 단정하고 장대하며 남의 공경을
받는 몸을 얻고, 미래에 부처가 되어서는 몸이 니구타(尼拘陀) 나무와 같아서 그 정수리를
보는 이가 없을 것이니, 이것을 넷째 과보라 하느니라.
다섯째는 마음의 보시이니, 위에 말한 바와 같은 일로써 공양하더라도 마음이 화하고 착
하지 못하면 보시라고 할 수 없다. 착하고 화한 마음으로 정성껏 공양하는 것이 마음의 보
시이다. 그는 몸을 버리더라도 다시 몸을 받아 밝고 분명한 마음을 얻어 어리석지 않고, 미
래에 부처가 되어서 일체를 낱낱이 아는 지혜를 얻을 것이니, 이것을 다섯째 과보라 하느니
라.
여섯째는 자리의 보시이니, 만일 부모·스승·사문·바라문을 보면 자리를 펴 앉게 하고,
나아가서는 자기가 앉은 자리에 앉게 하는 것이다. 그는 몸을 버리더라도 다시 몸을 받아
항상 일곱 가지 보배로 된 존귀한 자리를 얻을 것이요, 미래에 부처가 되어서는 사자법좌
(師子法座)를 얻을 것이다. 이것을 여섯째 과보라 하느니라.
일곱째는 방이나 집의 보시이니, 부모·스승·사문·바라문으로 하여금 집안에서 다니고
서며 앉고 눕게 하는 것이다. 이것을 방이나 집의 보시라 한다. 그는 몸을 버리더라도 다시
몸을 받아 저절로 궁전이나 집을 얻고 미래에 부처가 되어서도 온갖 선실(禪室)을 얻을 것
이니, 이것을 일곱째 과보라 하느니라.
이 일곱 가지 보시는 재물의 손해가 없이 큰 과보를 얻느니라.”

77. 가보왕국(迦步王國)에 가뭄이 들었을 때 부처님을 목욕시켜 비를 얻은 인연

비록 조그마한 선(善)이라도 좋은 복밭에 심으면 뒤에는 반드시 갚음을 얻을 것이다.
먼 옛날 한량없고 가없는 아승기 겁 전에 가보(迦步)라는 왕이 있어 염부제 안의 8만 4천
나라를 거느리고 있었다. 그 왕에게는 2만 부인이 있었지마는 자식이 없어 여러 해 동안 신
에게 기도하였다.
큰 부인이 태자를 낳아 이름을 전단(?檀)이라 하였다. 그는 전륜왕이 되어 4천하를 거느
리고 있었지마는 악을 싫어하여 집을 떠나 바른 깨달음을 이루게 되었다.
그 때 그 나라의 상쟁이들은 모두 말하였다.
“12년 동안 큰 가뭄이 들 것인데, 어떤 방법으로 이 재앙을 물리치겠는가?”
그들은 서로 의논하였다.
“우리가 지금 금항아리를 만들어 저자에 두고, 거기에 향수를 가득 채워 부처님을 목욕
시키고, 뒤에 그 향수를 사방에 널리 펴 탑을 세우면, 저 재앙을 없앨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곧 부처님을 청하여 향수에 목욕시키고, 그 향수를 8만 4천 보배 병에 갈라 넣어
8만 4천 나라에 나누어 주고, 모두 탑을 세워 공양하여 복을 짓게 하였다.
그리하여 탑을 만들어 복을 지은 인연으로 하늘에서 큰비가 내려 오곡(五穀)이 풍성하고
인민이 안락하였다.
그 때 어떤 사람이 그 탑을 보고 마음으로 기뻐하여 한 줌 꽃을 그 탑 위에 흩고 매우 좋
은 과보를 얻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천안(天眼)으로 먼 옛날을 관찰하여 보니, 전단부처님의 향수 탑에서 교화를 받은
이는 모두 오랜 뒤에 부처가 되어 열반에 들었었다.
그리고 한 줌 꽃을 보시한 사람은 바로 이 몸으로, 나는 옛날 그런 인연이 있었기 때문에
그 뒤에 스스로 부처가 된 것이다.
그러므로 수행하는 사람은 정성된 마음으로 온갖 공덕을 짓되, 조그만 선이라도 업신여기
는 생각을 내지 않아야 하느니라.”

78. 장자가 사리불과 마하라(摩訶羅)를 청한 인연


옛날 사위성 안에 큰 장자가 있었다. 그 집은 큰 부자로서 재보가 한량없었다. 그래서 차
례로 사문을 집으로 청하여 공양하였다.
그 때 차례는 사리불과 마하라(摩訶羅)였다. 그들이 장자의 집에 가자, 장자는 그들을 보
고 매우 기뻐하였다.

마침 그날 바다에 들어갔던 장자의 상인들은 많은 보배를 얻어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고,
또 국왕은 촌락을 떼어 장자에게 봉해 주었으며, 그 부인은 아기를 배어 아들을 낳았기 때
문에 여러 가지 경사가 한꺼번에 모여들었다.
사리불 등은 그 집에 들어가 장자의 공양을 받았다. 공양이 끝나자 장자는 물을 돌리고,
존자 앞에다 조그만 자리를 펴고 앉았다. 사리불은 축원하였다.
“오늘은 좋은 때에 좋은 갚음을 받아 재물의 이익과 즐거운 일이 모두 모여 마음이 기쁘
고 즐거울 것이니, 신심(信心)을 내어 부처님을 늘 생각하면, 오늘처럼 뒤에도 그럴 것이
다.”
그 때 장자는 이 축원을 듣고 매우 기뻐하여 훌륭하고 묘한 천 두 필을 사리불에게 보시
하고 마하라에게는 주지 않았다. 그래서 마하라는 절로 돌아왔으나, 섭섭하고 슬픈 마음으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사리불이 그 보시를 얻은 것은 그 축원이 장자의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나도 그
축원을 구해야 하겠다.'
그리하여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아까 그 축원을 내게 주십시오.”
사리불은 대답하였다.
“그 축원은 항상 쓸 것이 아닙니다. 쓸 때가 있고 쓰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마하라는 간절히 청하였다.
“그것을 꼭 내게 주십시오.”
사리불은 그 뜻을 차마 거절할 수 없어 그 축원을 주었다.
그는 축원을 받아 읽고 외워 아주 익히 통하였다. 그리하여 생각하였다.
'언제 또 내 차례가 되어 상좌로서 이 축원을 외우게 될 것인가?'
마침 차례가 되어 그는 장자 집에 가서 상좌가 되었다.
그 때 그 장자 집 상인들은 바다에 들어갔다가 보배를 잃어버렸다. 게다가 장자의 부인도
관가의 일에 걸렸고, 또 아이도 죽었다. 그런데 마하라는 그 축원 그대로 말하였다.
“뒤에도 항상 그러하리라.”

그 때 장자는 그 말을 듣고 매우 화를 내어 그를 때리면서 문 밖으로 쫓아버렸다.
그는 매를 맞고 괴로워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왕의 깨밭에 들어갔다가 깨를 밟아 모종이
모두 부러졌다. 깨밭지기는 화를 내어 채찍으로 그를 때려 그는 심한 괴로움과 욕을 보았다.
그는 거듭 매를 맞고 깨밭지기에게 물었다.
“내게 무슨 허물이 있기에 그처럼 때리는가?”
깨밭지기는 그가 깨를 밟은 상황을 자세히 말하고, 그 이유를 보여 주었다.
그는 다시 걸어 몇 리를 가기 전에 어떤 사람이 보리를 베어 쌓아 둔 보리 무더기를 만났
다.
그 때 그 고장 풍속에는 그 무더기를 오른쪽으로 돌면 음식을 차려 놓고 풍년을 빌지마
는, 만일 왼쪽으로 돌면 불길하다고 되어 있었다.
마하라는 그 무더기를 왼쪽으로 돌았다. 주인은 화를 내어 또 몽둥이로 그를 때렸다. 그는
물었다.
“내게 무슨 죄가 있기에 함부로 몽둥이로 때리는가?”
주인은 대답하였다.
“너는 왜 보리 무더기를 오른쪽으로 돌면서 '많이 들어오라'고 축원하지 않는가? 우리
법을 어겼기 때문에 너를 때려 그 이유를 보인 것이다.”
그는 또 얼마를 가다가 어떤 장사 지내는 것을 만나 무덤 구덩이를 오른쪽으로 돌면서 아
까 보리 무더기에서와 같이 축원하였다.
“많이 들어오라, 많이 들어오라.”
상주는 화를 내어 그를 때리면서 말하였다.
“너는 죽은 사람을 보았으면 가엾이 여겨 지금부터 다시는 이러지 말라고 말해야 할 것
이 아닌가? 그런데 왜 도리어 '많이 들어오라, 많이 들어오라'라고 말하는가?”
마하라는 말하였다.
“지금부터는 당신 말대로 하겠습니다.”
또 얼마를 가다가 그는 어떤 결혼하는 것을 보고 저 상주가 가르친 말 그대로 하였다.
“지금부터는 다시 이러지 말라.”
결혼하는 사람은 화를 내어 또 매를 때려 머리가 부서지게까지 되었다.
그는 매를 맞고 미친 듯 달려 얼마를 가다가 어떤 기러기잡이를 만났다. 그는 놀라고 두
려웠기 때문에 그의 그물에 부딪쳤다. 그래서 기러기들이 모두 놀라 흩어졌다. 사냥꾼은 화
를 내어 막대기로 때렸다.
그 때 마하라는 매를 맞고 몹시 피로해 사냥꾼에게 말하였다.
“나는 곧은 길로 걸어가다가 여러 번 미끄러져 정신이 어지럽고 걸음이 경솔하여 당신
그물에 부딪쳤습니다. 너그러이 생각하고 놓아 주어 이 길을 가도록 하십시오.”
사냥꾼은 대답하였다.
“너는 차분하지 못하고 허둥거렸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다. 왜 천천히 기어가지 않는
가?”
그는 다시 출발해 사냥꾼의 말대로 기어가다가 도중에 빨래하는 사람을 만났다. 그 사람
은 그가 엎드려 기어오는 것을 보자 옷을 훔칠 것이라 생각하고, 또 그를 잡아 막대기로 때
렸다. 마하라는 곤란을 만나 다급해지자 위의 사실을 자세히 말하고 놓여나게 되었다.
그는 기원(祇洹)으로 가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전날의 사리불의 축원을 외웠다가 큰 봉변을 당했다. 매를 맞아 몸이 부서지고 거
의 목숨을 잃을 뻔하였다.”
비구들은 그를 데리고 부처님께 나아가 그가 매를 맞은 유래를 자세히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마하라는 지금만 그런 일이 있은 것이 아니다. 옛날 어떤 국왕의 딸이 병에 걸리자
태사(太史)가 점을 치고는, '무덤 사이로 가서 병을 제거하라'고 하였다.
그 때 그 왕녀는 시종을 데리고 무덤 사이로 갔는데, 길을 가던 어떤 두 상인이 왕녀의
시종이 엄한 것을 보고 겁을 내어 무덤 사이로 달아났다. 그 한 사람은 왕녀의 시종들에게
귀와 코를 베이었고, 또 한 사람은 놀라고 두려워 급히 시체들 속에 엎드려 거짓으로 죽은
체하였다.
그 때 왕녀는 금시 죽어 아직 살이 문드러지지 않은 시체를 골라서 그 위에 앉아 목욕을
함으로써 앓고 있는 병을 고치고자 하였다. 그래서 사람을 보내어 살펴보다가 마침 그 상인
을 만나 손을 대어 보니, 그 몸이 아직 따뜻하였다. 그래서 금시 죽은 것이라 생각하고 겨자
가루를 몸에 바르고는 그 위에서 목욕하였다.
겨자가루의 매운 기운이 상인의 코에 들어갔다. 상인은 아무리 참으려 하였으나 견딜 수
가 없어 그만 크게 재채기를 하고 벌떡 일어났다.
그 때 시종들은 그를 송장 귀신이라 생각하고, 어떤 재앙이나 주지 않을까 하여 문을 닫
고 버티었다. 왕녀도 급히 붙들고 놓지 않았다.
그 때 상인은 사실대로 말하였다.
'나는 실은 귀신이 아닙니다.'
그러자 왕녀는 그를 데리고 성으로 가서 성문을 열라 하고, 그 사실을 자세히 아뢰었다.
그러나 부왕은 그 말을 듣고도 믿지 않고, 무장을 한 채 성문을 열고 나가 보고는 비로소
귀신이 아님을 알았다.
그 때 그 부왕은 '여자의 몸은 두 번 드러내는 것이 아니다' 하고, 딸을 아내로 주었다.
상인은 매우 기뻐하였고, 그 경사는 한량이 없었다.”
부처님께서는 이어 말씀하셨다.
“그 때 왕녀를 얻은 그 상인은 바로 저 사리불이요, 귀와 코를 베인 이는 바로 저 마하
라이다. 그는 오늘만이 아니라 전생의 인연도 그와 같았느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지금부터 설법하고, 축원하려 하거든 부디 그 적당한 때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보시와 계율과 인욕과 정진과 선정과 지혜를 닦아 익히고, 근심하고 슬퍼하며
기뻐하고 즐기는 것도, 그 때의 적당하고 적당하지 않음을 알아 함부로 말하지 않아야 하느
니라.”

 

잡보장경 제7권

 

79. 바라문이 여의주를 부처님께 보시하고 도를 얻은 인연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에 계셨다.
그 때 남천축의 어떤 바라문은 여의주(如意珠)를 잘 감별하였다. 그는 여의주 하나를 가지
고 남천축에서 동천축으로 가서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으나, 아무도 그것을 감별하는 이가
없었다.
마침내는 사위국의 바사닉왕에게 가서 말하였다.
“누가 능히 이 구슬을 감별하여 알겠는가?”
바사닉왕은 여러 신하들과 모든 지혜로운 이를 모아 보았지마는 그것을 아는 이가 없었
다.
바사닉왕은 그와 함께 부처님께로 갔다. 부처님께서는 그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 구슬 이름을 아는가, 이 구슬이 난 곳을 아는가, 이 구슬의 능력을 아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모르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이 구슬은 마갈(摩竭)이라는 큰 고기 뇌수에서 나왔는데, 그 고기의 몸 길이는 28만 리
요, 구슬 이름은 금강견(金剛堅)이다.
첫째 능력은 어떤 독기에 쏘인 사람도 그것을 보면 그 독기가 사라지고 그 빛을 보거나
몸에 닿아도 독기가 사라지는 것이다. 둘째 능력은 열병 든 사람이 그것을 보면 곧 낫고, 그
빛이 몸에 닿아도 병이 낫는 것이다. 셋째 능력은 어떤 사람이 한량없는 백천 사람의 원수
를 가졌더라도 그 구슬만 가지고 있으면 모두 친하게 되는 것이니라.”
바라문은 이 말씀을 듣고 매우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참으로 일체 지혜를 가지신 어른이시다.”
그리고는 곧 그 구슬을 부처님께 바쳤다. 그리고 중이 되기를 청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잘 왔구나, 비구여.”
그러자 그의 수염과 머리털은 저절로 떨어지고 법복이 몸에 입혀졌다.
부처님께서 그를 위해 설법하시니 그는 이내 아라한이 되었다.
비구들은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그 구슬을 잘 감별하시고, 또 설법하시어 그로 하여금 도를 얻게 하십니
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오늘만이 아니다. 과거에도 그러하였다. 옛날 가시국의 선인산(仙人山)에 다섯 가지 신
통을 가진 선인이 있었다.
어떤 바라문이 나뭇잎 하나를 가지고 가서 선인에게 물었다.
'이것은 무슨 나무 잎인가?'
선인은 대답하였다.
'이 나무 이름은 금정(金頂)인데, 어떤 사람이 독에 쏘여 거의 죽게 되었더라도 이 나무
밑에 앉으면 그 독이 곧 사라지고, 열병 든 사람이 이 나무에 기대면 그 병이 곧 낫는다. 또
이 나뭇잎을 그 사람 몸에 대면, 어떤 독기나 열병도 모두 낫게 된다.'
바라문은 기뻐하여 선인의 제자가 되어 법을 배우고, 또 다섯 가지 신통을 얻기를 청하였
다.
비구들이여, 그 때 나뭇잎을 가진 바라문은 바로 지금의 이 바라문이다. 나는 그 때에도
그를 가르쳐 5신통을 얻게 하고, 지금도 생사의 어려움을 면하여 아라한이 되게 하였느니
라.”

80.십력가섭(十力迦葉)이 진실한 말로 부처님 발의 피를 멎게 한 인연

 

어느 날 부처님께서는 가타라(迦陀羅) 나무 가시에 발이 찔렸다. 피가 흘러 멎지 않아 온
갖 약을 발라도 낫지 않았다. 그리고 여러 아라한들이 향산(香山)에서 약을 캐어 와 발라도
낫지 않았다.
그 때 십력가섭이 부처님께 나아가 이렇게 말하였다.
“만일 부처님께서 라후라(羅羅)와 제바달다를 대하는 것과 조금도 다름없이 일체 중생을
평등한 마음으로 대하신다면 발의 피가 멎을 것입니다.”
그러자 피가 곧 멎고 딱지도 완전히 떨어졌다.
비구들은 찬탄하였다.
“온갖 묘한 약을 다 써도 피가 멎지 않더니 가섭의 진실한 말에 피가 곧 멎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것은 오늘만이 아니다. 과거에도 그러하였느니라. 옛날 어떤 바라문이 아들을 낳아 이
름을 무해(無害)라 하였는데, 무해는 그 아버지께 말하였다.
'밭에 다닐 때에도 중생을 해치지 마십시오.'
아버지는 말하였다.
'너는 신선이 되려는가? 살아가려면 어떻게 벌레를 죽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들은 말하였다.
'저는 현세에도 안락하고 후세에도 안락하고 싶습니다. 제 말을 들어 주지 않으신다면 이
렇게 살겠습니다.'
그리고는 곧 독한 용이 사는 우물가에 앉아 죽으려고 하였다. 세상에는 독한 용이 있어서
그것을 보면 곧 사람을 해친다.
그 때 바라문의 아들은 용을 보았다. 그러자 용의 독기가 그의 온몸에 퍼져 거의 죽게 되
었다.
그 때 아버지는, 아들이 간 곳을 몰라 몹시 근심하며 찾다가 아들이 죽으려는 것을 보고,
그에게 가서 말하였다.
'지금까지 내 아들에게 해치려는 마음이 없었다면 이 독기는 사라질 것이다.'
이렇게 말하자, 독기가 곧 사라져 본래처럼 회복되었다. 그 때의 그 아버지는 바로 저 십
력가섭이요, 아들은 바로 내 몸이었다.
저 가섭은 지나간 세상에서도 진실한 말로 내 병을 고쳤고, 이 현세에서도 진실한 말로써
내 병을 고친 것이다.”

81. 부처님께서 보리수 밑에 계실 때 마왕(魔王) 파순(波旬)이 부처님을 괴롭힌 인연


옛날 부처님께서 보리수 밑에 계실 때 악마 파순(波旬)은 80억 무리를 거느리고 와서 부
처님의 도를 부수려고 이렇게 말하였다.
“구담이여, 너는 왜 혼자 여기 앉아 있는가? 빨리 일어나 떠나라. 만일 떠나지 않으면 나
는 네 다리를 잡아 바다 밖에 던져 버리리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세상을 보는데, 아무도 나를 바다 밖으로 던질 사람이 없다. 너는 전생에 절 하나
를 짓고 하루 동안 여덟 가지 계율을 지키면서 벽지불에게 한 발우의 밥을 주었기 때문에
여섯째 하늘에 나서 큰 악마의 왕이 되었다.
그러나 나는 세 아승기 겁 동안 널리 공덕을 닦았다. 즉, 첫 아승기겁에서도 한량없는 부
처님을 공양하였고, 둘째, 셋째 아승기겁에서도 그리하였다. 그리고 성문과 연각을 공양한
것은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다. 그러므로 이 온 땅덩이는 바늘만큼도 내 몸의 뼈가 아닌
것이 없느니라.”
악마는 말하였다.
“구담이여, 내가 옛날에 하루 동안 계율을 가지면서 벽지불에게 밥을 주었다는 네 말은
참말이다. 나도 그것을 안다. 너는 나를 아는구나. 그러나 네가 그렇게 말하지마는 그것을
누가 증명해 알겠는가?”
부처님께서는 곧 손으로 땅을 가리키면서 말씀하셨다.
“이 땅이 나를 증명할 것이다.”
이렇게 말씀하실 때 온 땅덩이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지신(地神)이 금강제(金剛際)에서
나와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증명하겠습니다. 이 땅이 생길 때부터 저는 항상 그 속에 있었습니다. 부처님의 말
씀은 진실이요, 거짓이 아닙니다.”
부처님께서는 파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먼저 이 물병을 움직여 보고 그 다음에 나를 바다 밖으로 던져라.”
그 때 파순과 80억 무리들은 아무리 하여도 그것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당황하여 어쩔 줄 모르다가 모두 무너져 별처럼 흩어졌다.
비구들은 아뢰었다.
“파순은 언제나 부처님을 괴롭히려 하지마는 이기지 못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것은 지금만이 아니라 과거에도 그러하였느니라.
옛날 가시국의 선인산에 5신통을 가진 선인이 있었는데, 바라내성 안의 젊은이들을 교화
하여 모두 집을 나와 선인의 도를 닦게 하였다.
그 때 그 성의 신(神)이 매우 화를 내어 선인에게 말하였다.
'만일 네가 또 성에 들어와 사람들을 제도하면, 나는 네 다리를 잡아 바다밖에 던져 버리
리라.'
그 선인은 물병 하나를 들고 성의 신에게 말하였다.
'먼저 이 물병을 움직여 본 뒤에 나를 던져라.'
그는 신력을 다했으나 움직여 보지 못하고 부끄러워하면서 항복하였다. 그 때의 그 선인
은 바로 내 몸이요, 그 성의 신은 바로 파순이니라.”

82.부처님께서 비구들을 위하여 이양(利養)의 화됨을 말씀하신 인연

 

그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에 계시면서 이양을 싫어하고 근심하셨다.
한 깊은 숲이 있었는데, 이름이 탐장엄(貪莊嚴)이었다.
부처님께서는 이양을 피하여 그 숲으로 가셨다. 숲에는 절이 있고 나익가(那?迦)라는 아
라한이 그 절 주지였다.
부처님께서는 그 숲으로 가셨다. 한낮이 되자 가사를 가지고 공양하는 사람이 숲 속에 가
득 찼다.
그들은 '우리는 이양을 바라지 않는데, 이양은 항상 우리 뒤를 따른다'고 하였다.
다시 1만 2천 비구도 거기 왔다. 부처님께서는 그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양이란 큰 재해로서 장애가 된다. 나아가서는 아라한까지도 이양의 장애를 받느니
라.”
비구들은 아뢰었다.
“어떤 장애가 됩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이양의 해는 가죽을 찢고 살을 찢으며, 뼈를 부수고 골수를 부순다. 어떤 것을 찢고 부
수는가? 계율을 가지는 이의 가죽을 찢고 선정 닦는 이의 살을 찢으며, 지혜로운 이의 뼈와
미묘하고 착한 마음의 골수를 부수느니라.”
1만 2천 비구들은 모두 세 가지 옷과 여섯 가지 물건만 가지고 아련야의 생활을 하면서
다른 물건은 받지 않았다.
부처님께서는 찬탄하셨다.
“착하고 착하다. 너희들은 아련야의 법을 잘 지키는구나. 그것은 욕심이 적은 법이요, 욕
심이 많은 법이 아니다. 그것은 만족할 줄 아는 법이요, 만족할 줄 모르는 법이 아니다. 그
것은 한적한 것을 즐겨 하는 법이요, 시끄러움을 즐겨 하는 법이 아니다. 그것은 노력하는
법이요, 게으른 법이 아니다. 그것은 바르게 생각하는 법이요, 삿되게 생각하는 법이 아니다.
그것은 안정한 마음의 법이요, 산란한 마음의 법이 아니다. 그것은 지혜의 법이요, 어리석음
의 법이 아니니라.”
비구들은 이 말씀을 듣고 모두 아라한이 되었다. 비구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참으로 드문 일입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것은 오늘만이 아니라 과거에도 그러하였느니라.
옛날 가시국에 야차라는 재상이 있었고, 야차의 아들은 이름이 야아달다(夜兒達多)였다.
그는 세상의 덧없음을 깊이 깨닫고 집을 떠나 신선을 배웠다.
그런데 여러 신선들은 욕심이 많아 모두 과실과 풀을 가지고 서로 다투었다. 그는 그들에
게 욕심이 적은 것을 가르치기 위해 부드러운 풀을 버리고 거친 풀을 가지며, 맛난 과실을
버리고 쓴 과실을 가지며, 새로운 과실을 버리고 묵은 과실을 취하였다.
이렇게 과실을 버리고 가지고 한 뒤에는 곧 5신통을 얻었다. 1만 2천 선인은 그가 그렇게
하는 것을 보고 욕심이 적은 것을 배워 다시는 많이 구하지 않고, 또 5신통을 얻었다.
그리하여 야아달다는 차츰 방편을 써서 여러 선인들을 교화하다가 목숨을 마친 뒤에는 불
용처(不用處)에 났느니라.
그 때의 야아달다는 바로 내 몸이요, 1만 2천 선인들은 바로 지금의 1만 2천의 비구들이
었느니라.”

83.도둑이 피살될 때 멀리서 부처님을 뵙고 기뻐함으로써 하늘에 난 인연


그 때 사위국의 바사닉왕은 북을 치고 영을 내렸다.
“누구든지 도적을 붙들면 죽여라.”
때마침 어떤 사람이 도적을 끌고 왕에게 왔다. 왕은 사람을 시켜 끌고 나가 죽이게 하였
다.
그는 마침 성 밖의 도중에서 부처님을 만나 뵙고 마음으로 기뻐하고, 형장에 나가 왕의
법을 따라 죽었지마는 곧 천상에 나게 되었다.
그는 자기가 죽으려 할 때 부처님을 뵙고 기뻐하였기 때문에 목숨을 마친 뒤에 천상에 난
것을 알고, 부처님의 은덕을 느끼고 내려와서 부처님을 공양

하였다. 부처님께서 그를 위해 설법하시니, 그는 수다원을 얻었다.
비구들은 아뢰었다.
“그는 어떤 업의 인연으로 하늘궁전에 나게 되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는 옛날 왕에게 죽게 되었을 때 여래를 보고 기뻐하였다. 그 좋은 인으로 말미암아
저 하늘궁전에 났고 또 내게서 법을 듣고 깨달아 수다원을 얻었느니라.”

84.손발을 베인 사람이 부처님의 은혜를 생각하고 하늘에 나게 된 인연

 

옛날 사위국의 어떤 사람이 나라의 법을 범하고 그 손발을 베이어 길에 버려져 있었다.
부처님께서 가시다가 그것을 보고 곁에 가서 물으셨다.
“너는 지금 무엇이 가장 괴로운가?”
그는 대답하였다.
“저는 배고픈 것이 가장 괴롭습니다.”
부처님께서 곧 아라한에게 분부하여 그에게 밥을 주게 하였다.
그는 목숨을 마치고 천상에 나게 되어 부처님의 두터운 은혜를 생각하고, 하늘에서 내려
와 부처님을 공양하였다.
부처님께서 그를 위해 설법하시니 그는 수다원을 얻었다.
비구들은 여쭈었다.
“그는 어떤 업으로 천상에 나게 되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는 옛날 인간에 있을 때 손발을 베이어 길에 던져져 있었는데, 내가 거기 가서 밥을
주라고 아난에게 분부하였었다. 그는 마음으로 기뻐하여 목숨을 마친 뒤에는 천상에 났고,
또 내게서 법을 듣고 도를 얻었느니라.”

85. 장자가 좋은 꿀장[蜜漿]을 나그네에게 공양하고 하늘에 난 인연

 

옛날 사위국의 어떤 장자가 기원숲(祇洹林)의 빈 땅을 구하여 집을 지으려 하였으나 수달
장자가 이미 차지하였기 때문에 빈 땅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기원(祇洹)의 대문 안에서 좋고 깨끗한 물을 사용하고 갖가지 꿀과 갖가지
보릿가루로 장을 만들어 모든 나그네들에게 주었다.
90일 뒤에 부처님도 그것을 받았다. 그는 목숨을 마치고 천상에 나서 큰 위엄과 덕으로
하늘궁전을 타고 내려와서 부처님께 공양하였다. 부처님께서 그를 위해 설법하시니, 그는 수
다원을 얻었다.
비구니들은 아뢰었다.
“그는 어떤 업의 행으로 천상에 나게 되어 위엄과 덕이 그와 같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는 전생에 사람으로 있을 때 기원 문에서 갖가지 장을 여러 사람들에게 보시하였고,
나도 그것을 받았다. 그는 그 인연으로 천상에 나게 되었고, 또 내게서 법을 듣고 도를 얻었
느니라.”

86. 바사닉왕이 사람을 보내어 부처님을 청하였는데 그 사자가 하늘에 난 인연

 

옛날 사위국의 바사닉왕과 수달 장자는 오랫동안 부처님을 뵙지 못하여 마음으로 몹시 사
모하였다.
그들은 여름 안거 뒤에 사자를 보내어 부처님을 청하였다. 사자는 부처님께 나아가 공손
히 아뢰었다.
“왕과 장자께서 부처님을 뵙고자 합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이 수레를 타시고 사위로
가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수레를 타지 않겠다. 내게는 신족(神足)이 있다.”
비록 그렇게 말씀하셨지마는 그로 하여금 복을 짓게 하기 위하여 수레 위에서 공중으로
걸어가시고, 사자는 그 앞에서 왕과 장자에게 알렸다.
왕과 장자는 몸소 나와 맞이하였고, 사자도 왕과 함께 돌아와 부처님을 뵈었다.
사자는 목숨을 마친 뒤에 천상에 났다가 곧 보배 수레를 타고 부처님께 나아갔다. 부처님
께서 그를 위해 설법하시니, 그는 수다원을 얻었다.
비구니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이는 어떤 인연으로 하늘궁전에 나서 보배 수레를 탑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는 옛날 인간에서 왕의 사자가 되어 부처님께 나아가 수레를 받들어 타게 하였다. 그
업의 인연으로 지금 천상에 나서 언제나 보배 수레를 타고, 또 내게서 법을 듣고 깨달아 수
다원을 얻었느니라.”

87. 바사닉왕이 교화하고 구걸할 때 어떤 가난한 사람이 천을 보시하여 하늘에 난 인연

 

옛날 사위국의 바사닉왕은 이렇게 말하였다.
“수달 장자는 일체 인민을 교화하여 온갖 복업을 짓는다. 나도 중생들을 위하여 교화하
고 구걸하여 그들로 하여금 복을 얻게 하리라.”
이에 그는 교화하고 다니면서 곳곳에서 구걸하였다.
그 때 어떤 빈궁한 사람이 하나뿐인 천을 가지고 와서 왕에게 보시하였다. 왕은 얻은 천
을 다시 부처님께 바쳤다.
그 뒤에 그 가난한 사람은 목숨을 마치고 하늘에 났다가 부처님의 큰 은혜를 생각하고 내
려와서 공양하였다. 부처님께서 그를 위해 설법하시니, 그는 수다원을 얻었다.
비구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이는 옛날 어떤 업을 지었기에 저 하늘에 났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는 옛날 인간에 있을 때, 왕이 교화하는 것을 보고 흰 천을 왕에게 보시하였다. 그 선
한 인으로 말미암아 지금 하늘에 나게 되었고, 또 내게서 법을 듣고 도를 증득하였느니라.”

88. 형이 아우에게 삼보를 받들라고 권하여 하늘에 난 인연

 

옛날 사위국에 어떤 두 형제가 있었다. 형은 불법을 받들어 닦았고, 아우는 부란나(富蘭
那)를 섬기었다. 형은 항상 아우에게 3보(寶)를 섬기라고 권하였으나 아우는 듣지 않았다.
그래서 항상 다투면서 화합하지 못하여 각각 갈라져 살았다.
형은 부처님을 공양하고, 뒤에 목숨을 마치고는 천상에 났다가 부처님께 내려와 은혜를
갚으려고 공양하였다. 부처님께서 그를 위해 설법하시니, 그는 수다원을 얻었다.
비구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이는 옛날 어떤 업을 지었기에 저 하늘궁전에 났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는 과거 인간에 있을 때 바른 법을 즐기고 삼보를 받들었다. 그 복의 인으로 말미암
아 지금 하늘에 나게 되었고, 또 내게서 법을 듣고 믿어 도를 깨달았느니라.”

89. 아버지가 아들이 도를 얻었다는 말을 듣고 기뻐함으로써 하늘에 나게 된 인연

 

옛날 사위국의 어떤 두 형제는 항상 다투기를 좋아하고 서로 원망하고 미워하여 왕에게
같이 가서 판결을 구하려 하였다. 도중에 부처님을 만났는데, 부처님께서 그들을 위해 설법
하시어 그들은 모두 아라한의 도를 얻었다.
아버지는 그 아들들이 부처님을 만나 도를 얻었다는 말을 듣고 마음으로 매우 기뻐하였
다.
그 뒤에 그는 목숨을 마치고 천상에 났다가 부처님께 내려왔다. 부처님께서 그를 위해 설
법하시니, 그는 수다원을 얻었다.
비구들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이는 과거에 어떤 업을 지었기에 지금 천상에 나게 되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는 옛날 인간에 있을 때 내가 그 아들들을 위해 설법하여 그들이 도를 얻었는데, 그
말을 듣고 뛰면서 기뻐하였다. 그래서 목숨을 마치고는 하늘에 나게 되었고, 또 내게서 법을
듣고 믿고 이해하여 도를 깨달았느니라.”

90. 아들이 아버지의 핍박을 받고 집을 떠나 천상에 난 인연


옛날 사위국의 어떤 사람은 그 아들이 출가하여 부처님을 섬기게 하였다.
부처님께서 그를 받아들여 승려로 만들고 항상 땅을 쓸게 하였다. 그는 그 괴로움을 견디
지 못해 도 닦기를 그만두고 속가로 돌아갔다.
아버지가 그에게 말하였다.
“너는 그저 출가하라. 내가 너를 대신해서 땅을 쓸리라.”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기원정사로 갔는데, 아들은 그 절이 깨끗한 것을 보고 마음으로 기
뻐하여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차라리 죽을지언정 출가하여 땅을 쓸고, 다시는 속가에 돌아가지 않으리라.”
그 뒤에 그는 목숨을 마치고 천상에 났다가 곧 부처님께 내려왔다.
부처님께서 그를 위해 설법하시니 그는 수다원을 얻었다.
비구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이는 어떤 업의 인연으로 천상에 났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는 과거 인간에 있을 때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여 집에 돌아가려 하였으나, 그 아버지
는 듣지 않고 그 일을 대신하면서 억지로 출가하게 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매우 기뻐하였으
므로 목숨을 마친 뒤에는 천상에 나게 되었고, 또 내게서 법을 듣고 도를 얻었느니라.”

91. 아라한 기야다(祇夜多)가 악룡(惡龍)을 몰아 바다에 넣은 인연

 

옛날 기야다(祇夜多)라는 아라한이 있었는데, 부처님께서 세상을 떠나신 지 7백 년 뒤였
다. 그는 계빈국으로 나갔다.
그 때 계빈국에는 아리나(阿利那)라는 나쁜 용왕이 있어서 자주 재해를 부려 여러 성현들
을 괴롭혔기 때문에 그 나라 인민들이 모두 걱정하였다.
그 때 2천 아라한들은 모두 신력을 다해 그 용을 나라 밖으로 몰아내려 하였다. 그래서
그 중 5백 아라한은 신통을 부려 땅을 흔들었고, 또 5백 명은 큰 광명을 놓았으며, 또 5백
명은 선정에 들어 거닐었다.
이렇게 모두들 신력을 다했으나 용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최후로 존자 기야다가 용이 사는 못가에 가서 손가락을 세 번 튀기면서 말하였다.
“용아, 너는 이제 나가거라. 여기서 살지 말라.”
용은 감히 머무르지 못하고 곧 떠나갔다.
그 때 2천 아라한들은 존자에게 말하였다.
“우리도 존자와 같이 번뇌가 다하였습니다. 해탈한 법신은 모두 평등한데, 우리는 모두
신력을 다하였으나 용을 움직일 수 없었는데, 존자는 어떻게 손가락을 세 번 튀겨 저 용을
멀리 바다로 들어가게 하십니까?”
존자는 대답하였다.
“나는 범부였던 때로부터 지금까지 계율을 받들어 가져 돌길라(突吉羅)에 이르기까지 평
등한 마음으로 잘 단속하되, 네 가지 중한 죄처럼 생각하였습니다. 지금 여러분이 그 용을
움직이지 못한 것은 신력이 같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때 존자 기야다는 제자들과 함께 북천축을 향해 가다가 도중에서 까마귀 한 마리를 보
고 미소하였다. 제자들은 물었다.
“이상합니다. 존자는 왜 미소하십니까? 그 뜻을 말씀해 주십시오.”
존자는 대답하였다.

“때가 되면 말하리라.”
거기서 더 나아가 석실성(石室城) 문에 이르자, 그는 슬퍼하면서 얼굴빛이 변하였다.
때가 되어 성 안에 들어가 걸식하고 도로 성문을 나오다가 다시 슬퍼하면서 얼굴빛이 변
하였다.
제자들은 꿇어앉아 아뢰었다.
“이상합니다. 아까는 왜 미소하셨고, 지금은 슬퍼하면서 얼굴빛이 변하십니까?”
존자는 대답하였다.
“나는 과거 91겁 전, 비바시(毘婆尸)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뒤에 어떤 장자의 아들이 되
었었다.
그 때 나는 출가하려 하였으나 부모들은 듣지 않고 내게 말하였다.
'우리 집 일이 중하다. 만일 네가 집을 떠나면 누가 그 뒤를 잇겠느냐? 우리가 너를 장가
보내리니, 네가 아들을 낳으면 집 떠나는 것을 허락하리라.'
나는 장가를 든 뒤에 다시 집을 떠나려 하였다. 부모님은 다시 '만일 아들 하나만 낳으면
집 떠나는 것을 들어 주리라'라고 하였다.
나는 오래지 않아 사내를 낳아 아이가 말할 수 있을 때가 되어 다시 부모님께 아뢰었다.
'전에 약속한 대로 집 떠나기를 허락하여 주십시오.'
그 때 부모님은 전의 약속을 어길까 두려워하여 가만히 유모를 시켜 손자에게 말하였다.
'네 아비가 집을 떠나려 할 때에 너는 문에 있다가 아비를 붙들고 말하기를,〈이미 나를
낳아 지금까지 길렀는데, 왜 나를 버리고 집을 떠나려 하십니까? 만일 꼭 가시려면 나를 죽
이고 가십시오〉라고 하라' 하였다.
아들이 시키는 대로 말할 때 나는 슬픔으로 마음이 변하여 '가지 않고 여기 있을 것이다'
라고 말하였다. 그 때문에 나는 생사에 떠돌아다니고 있었다.
내가 도의 눈으로 내 전생을 관찰해 보니, 천상과 인간과 또 삼악도에서 서로 만나기는
참으로 어렵고 어려웠다. 아까 내가 본 그 까마귀는 바로 그 때의 내 아들이었다.

또 내가 슬퍼서 얼굴빛이 변한 이유는 이러하다. 내가 아까 성 곁에서 어떤 아귀의 아들
을 만났는데, 그는 내게 말하였다.
'나는 이 성 곁에서 70년을 지냈습니다. 어머니는 나를 위해 성 안에 들어가 걸식하지마
는 아직 한 번도 얻어 온 적이 없습니다. 나는 굶주리고 목 말라 매우 위급합니다. 존자는
성에 들어가 우리 어머니를 보시거든 나를 위해 말해 주십시오. 빨리 나를 보러 오라고.'
그래서 나는 성 안에 들어가 그 아귀 어머니를 보고 말하였다.
'지금 네 아들은 저 성 밖에 있으면서 굶주리고 목말라 매우 위급하다. 빨리 가 보라.'
그 때 아귀 어미는 대답하였다.
'나는 이 성 안에 들어온 지 70여 년이 되었지만 내가 박복하여 나 또한 굶주렸고 쇠약해
져 기운이 없습니다. 그래서 혹 고름이나 피나 눈물이나 침이나 똥 같은 더러운 먹을 것이
있더라도 여러 힘센 이들이 먼저 앗아 가기 때문에 나는 얻지 못합니다.
최후로 한 모금 더러운 것을 얻었는데 그것을 가지고 문을 나가 아들과 갈라 먹으려 하지
마는 문 안에 여러 힘센 귀신들이 있어 내가 나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존자는 우리
를 가엾이 여겨 나를 데리고 나가 우리 모자가 서로 만나 이 더러운 것을 먹게 하여 주십시
오.'
그 때 나는 아귀 어미를 데리고 성문을 나가 모자가 서로 만나 더러운 것을 갈라 먹게 하
였다.
그 때 나는 그 귀신에게 물었다.
'네가 여기서 산 지 얼마나 되었는가?'
아귀는 대답하였다.
'나는 이 성이 일곱 번 이루어지고 무너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나는 탄식하면서 말하였다.
'아귀는 오래 살기 때문에 그 고통이 매우 많구나.'”
제자들은 이 말을 듣고 모두 생사를 근심하여 곧 도의 자취를 얻었다.

92. 두 비구가 기야다를 보고 천상에 난 인연

 

그 때 남천축의 어떤 두 비구는 기야다가 큰 위덕이 있다는 말을 듣고 계빈국을 향해 갔
다.
나무 밑을 지나다가 몸이 아주 여읜 어떤 비구가 부엌 앞에서 불을 지피고 있는 것을 보
았다.
두 비구는 그에게 물었다.
“너는 존자 기야다를 아는가?”
그 비구는 대답하였다.
“나는 안다.”
“지금 어디 있는가?”
“이 위의 셋째 굴 안에 있다.”
두 비구는 곧 산으로 올라가 그 굴에 이르러 아까 불을 지피던 비구를 보았다. 두 비구는
이상히 여겨 '그처럼 이름과 덕망이 있으면서 무엇 때문에 먼저 여기 와 있을까?' 하고 한
비구가 의심을 풀기 위해 그에게 물었다.
“존자는 그처럼 위덕이 있으신데 손수 불을 때십니까?”
존자는 대답하였다.
“나는 과거 생사의 고통을 생각하고 중생을 위해서라면 머리와 손발을 기꺼이 태우겠는
데, 하물며 섶나무를 태우는 일이겠는가?”
그들은 이내 물었다.
“알 수 없습니다. 과거 생사의 고통이란 어떠하였습니까? 듣고 싶습니다.”
존자는 대답하였다.
“나는 기억한다. 과거 5백 세상 동안 나는 개로 태어나 항상 굶주리고 목말랐는데, 오직
두 때만은 배불리 먹었다. 한 때는 마침 취한 사람이 땅바닥에 술을 토해 놓아 그것을 먹고
배가 부른 것이었다. 그리고 다른 한 때는 두 부부만이 사는 집을 만난 때였다. 남편은 밭에
나갔고, 아내는 집에서 밥을 짓고는 무슨 일이 있어서 잠깐 밖에 나갔었다. 그 때 나는 안으
로 들어가 밥을 훔쳐 먹었는데, 하필이면 밥 그릇 주둥이가 작아서 처음에는 머리를 넣을
수 있었지마는 다시 빼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한 번 배는 불렀지마는 뒤에는 큰 고통을 당
했다. 그 남편이 밭에서 돌아와 내 목을 베어 내 머리는 그릇 안에 있었다.”
그 때 두 비구는 그 설법을 듣고 생사를 싫어하여 수다원을 얻었다.

93. 월지국왕(月氏國王)이 아라한 기야다를 본 인연

 

월지국(月氏國)에 전단계니타(?檀?尼)라는 왕이 있었다.
왕은 계빈국에 있는 존자 아라한 기야다의 큰 명성을 듣고, 그를 보려고 몸소 수레를 타
고 신하들과 함께 그 나라로 갔다. 그는 도중에서 가만히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왕으로서 천하의 왕이다. 어떤 인민도 모두 공경하고 항복한다. 큰 덕이 있는
이가 아니면 어떻게 내 공양을 받들 수 있겠는가?'
이렇게 생각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 그 나라에 이르렀다.
어떤 사람이 존자 기야다에게 말하였다.
“월지국의 왕 전단계니타가 여러 신하들과 함께 멀리서 와서 뵈려고 합니다. 원컨대 존
자는 옷을 바르게 하고 나가 대접하십시오.”
존자는 대답하였다.
“내가 부처님 말씀을 들으니, '출가한 사람은 예로서 속세의 외양을 존경할 뿐 오직 힘
쓸 것은 덕이다'라고 하셨는데, 어떻게 옷을 꾸미고 나가서 맞이하겠는가?”
그리고 곧 잠자코 단정히 앉아 있으면서 나가지 않았다.
이에 월지국왕은 존자가 있는 곳으로 가서 존자 기야다의 위덕을 보고는, 더욱 공경하고
믿는 마음이 생겨 앞으로 나아가 머리를 조아리고 한쪽에 물러섰다.
존자가 가래침을 뱉고자 하자, 왕은 자기도 모르게 가래침 그릇을 앞에다 바쳤다.
그러자 존자 기야다는 왕에게 말하였다.
“빈도(貧道)는 지금 존자를 위해 복밭이 되지 못하는데 어찌하여 몸소 왕
림하셨습니까?”
그 때 월지국왕은 부끄러워하면서 '내가 아까 가만히 생각한 마음을 아시는구나. 신비한
덕이 아니면 어떻게 그럴 수 있겠는가?' 하고, 거듭 공경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 때 존자 기야다는 왕을 위해 간단히 설법하였다.
“왕은 오실 때 길이 좋았습니다. 가실 때에도 오실 때와 같도록 하시오.”
왕은 그 분부를 받고 곧 본국으로 돌아갔다. 중도에 이르러 여러 신하들은 원망하였다.
“우리는 멀리 대왕을 따라 저 나라에 갔지마는 마침내 아무 들은 것도 없이 헛되이 돌아
갑니다.”
그 때 월지국왕은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지금 아무 얻은 것이 없다고 나를 원망한다. 그러나 아까 그 존자는 나를 위
해, '왕은 오실 때 길이 좋았습니다. 가실 때에도 오실 때와 같도록 하시오'라고 설법하셨다.
그대들은 그 뜻을 모르는가? 나는 과거에 계율을 지키고 보시를 행하며 승방을 짓고 탑을
세웠다. 이런 갖가지 공덕으로 왕이 될 종자를 심어 지금 이 자리를 누리고 있다.
그러므로 지금 다시 복을 닦고 온갖 선을 널리 쌓으면 미래 세상에서도 반드시 복을 받을
것이다. 그래서 존자는 나를 보고, '왕은 오실 때 길이 좋았습니다. 가실 때에도 오실 때와
같도록 하시오'라고 경계하신 것이다.”
신하들은 이 말을 듣고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하였다.
“신들은 하천하고 어리석어 망령되게 가고 오는 길만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대왕의 신
기로운 덕은 묘하게 그 말뜻에 꼭 맞습니다. 여러 가지 덕을 쌓았기 때문에 이 국위(國位)를
누립니다.”
신하들은 이렇게 말하고 기뻐하면서 물러갔다

94. 월지국왕이 지혜 있는 세 신하와 친한 벗이 된 인연

 

그 때 월지국의 왕 전단계니타는 지혜로운 세 사람과 친한 벗이 되었다.
첫째는 마명(馬鳴)보살이요, 둘째는 마타라(摩羅)라는 대신이며, 셋 째는 차라가(遮羅迦)라
는 용한 의사였다.
왕은 이 세 사람과 매우 친하여 융숭하게 대접하고 늘 좌우에 있게 하였다. 마명보살은
왕에게 아뢰었다.
“만일 왕께서 내 말을 쓰시면 나는 왕으로 하여금 내생에도 늘 선(善)과 함께 하면서 온
갖 어려움을 아주 떠나고 나쁜 세계를 길이 여의게 하겠습니다.”
둘째 대신은 아뢰었다.
“만일 왕께서 신의 비밀한 말을 써서 누설하지 않으시면 사해를 모두 얻을 수 있을 것입
니다.”
셋째로는 의사가 아뢰었다.
“만일 왕께서 신의 말을 써 주시면 왕은 마침내 횡사하시지 않고, 온갖 맛이 마음에 맞
으며 모든 일이 맞아 근심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왕은 의사의 말처럼 일찍이 조그만 병도 앓지 않았다.
그리고 왕은 대신의 말을 써서 군사의 위엄을 떨치는 곳에서 항복하지 않는 것이 없어 사
해에서 삼면은 이미 평정하였고, 오직 동쪽만이 항복하지 않았다.
그래서 곧 군사를 일으켜 치러 갈 때 먼저 여러 오랑캐와 흰 코끼리를 보내어 앞에서 인
도하게 하고, 왕은 뒤를 따랐다. 총령(?嶺)에 이르러 험한 관(關)을 넘으려 할 때 먼저 한
코끼리와 말이 나아가려 하지 않았다.
왕은 괴상히 여겨 말에게 말하였다.
“나는 지금까지 너를 타고 정벌하여 삼면은 이미 평정하였다. 그런데 너는 지금 왜 나아
가려 하지 않는가?”
그 때 대신이 왕에게 아뢰었다.
“신은 먼저 왕에게 '비밀한 말을 누설하지 말라'고 아뢰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누설하였
으니 장차 왕의 목숨이 멀지 않을 것입니다.”
대신의 말과 같이 왕은 오래지 않아 반드시 죽을 것을 스스로 알았다.
그런데 왕은 지금까지 남의 나라를 정벌하면서 3억이 넘는 사람들을 죽였기 때문에 장래
에는 반드시 중한 벌을 받을 것을 스스로 알고, 마음에 두려움이 생겨 곧 참회하였다. 그리
하여 보시를 행하고 계율을 가지며 승방을 짓고 스님들을 공양하되 네 가지 일에 모자람이
없었고, 온갖 공덕을 닦되 부지런하여 게으르지 않았다.
그 때 여러 신하들은 저희끼리 말하였다.
“왕은 온갖 악을 널리 짓고 무도하게 사람들을 죽였는데 지금 복을 지은들 과거의 허물
에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왕은 그 말을 듣고 그들의 의심을 풀어 주기 위하여 곧 방편으로써 신하들에게 명령하였
다.
“너희들은 이레 낮 이레 밤 동안 저 큰 가마에 불을 때어 물을 끓게 하되, 잠깐도 그치
지 말라.”
그리고 왕은 곧 반지를 그 가마 안에 던져 넣고 여러 신하들에게 명령하였다.
“너희들은 저 가마 안의 반지를 집어 오라.”
신하들은 아뢰었다.
“다시 다른 죄로 죽여 주십시오. 저 반지는 집어 올 수 없습니다.”
왕은 다시 말하였다.
“어떤 방편을 쓰면 저것을 집을 수 있겠는가?”
신하들은 대답하였다.
“밑에서는 불을 끄고 위에서 찬물을 부으십시오. 그 방편이면 사람의 손이 상하지 않고
그것을 집을 수 있을 것입니다.”
왕은 대답하였다.
“내가 이전에 악을 지은 것은 저 뜨거운 가마와 같다. 지금 온갖 선을 닦고 부끄러워하
여 참회하고 다시는 악을 짓지 않는다면 왜 그것을 멸하지 못하겠는가? 3악도도 막을 수 있
고 인간이나 천상에도 날 수 있을 것이다.”
신하들은 이 말을 듣고 곧 깨달아 모두 기뻐하면서 지혜로운 사람의 말은 쓰지 않을 수
없다고 하였다.

잡보장경 제8권

95 .구시미국(拘尸彌國)의 재상 부부가 부처님께 악심을 품었는데 부처님께서 즉시 교화하여
수다원을 얻게 한 인연

 

부처님께서는 구시미국(拘尸彌國)에 계셨다.
그 때 어떤 재상 바라문은 사람됨이 사나워 도리로써 행동하지 않았고, 그 아내도 사특하
고 아첨하기 남편과 다름이 없었다.
남편은 아내에게 말하였다.
“사문 구담이 이 나라에 있다. 만일 그가 오거든 문을 닫고 열어 주지 말라.”
어느 날 갑자기 부처님께서 그 집안에 가셨다. 바라문의 아내는 부처님을 보고도 잠자코
말을 하지 않았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희들 바라문은 어리석고 삿된 소견으로 3보를 믿지 않는구나.”
아내는 이 말을 듣고 매우 화를 내어 제 손으로 영락을 끊고는 때 묻은 옷을 입고 땅에
앉아 있었다.
남편이 밖에서 돌아와 물었다.
“왜 그러느냐?”
아내는 대답하였다.
“사문 구담이 나를 욕하면서 말하기를 '너희들 바라문은 삿된 소견으로 불법을 믿지 않
는구나'라고 하였습니다.”
남편은 말하였다.
“우선 내일까지 기다리자.”
그들은 그 이튿날 문을 열어 놓고 부처님께서 오시기를 기다렸다.
다음날 부처님께서 그 집에 나타나시자, 바라문은 칼을 들고 부처님을 치려 하였다. 그러
나 맞지 않았다.
그는 부처님께서 허공에 계시는 것을 보고 스스로 부끄러워하여 온몸으로 땅에 엎드려 부
처님께 아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내려오셔서 저의 참회를 받아 주소서.”
부처님께서 곧 내려오셔서 그의 참회를 받고, 그들을 위해 설법하시니, 그들은 모두 수다
원을 얻었다.
그 때 비구들은 부처님께서 그런 나쁜 사람을 교화하여 항복 받으셨다는 말을 듣고 각기
이렇게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타나심은 참으로 놀랍고 장하신 일이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것은 오늘만이 아니다. 옛날에도 그를 다루어 항복받았느니라.”
비구들은 아뢰었다.
“알 수 없습니다. 옛날에도 그를 다루어 항복 받으셨다는 그 일은 어떠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옛날 가시국에 악수(惡受)라는 왕이 있었다. 그는 법답지 못하여 백성들을 괴롭히고 무
도하게 사람을 죽이며, 사방에서 오는 장사꾼들의 진기한 물건들을 모두 세(稅)로 빼앗으면
서 그 값을 주지 않았다.
그러므로 국내에 보물은 아주 귀하게 되었다. 그래서 백성들은 서로 전해 그의 나쁜 이름
이 흘러 퍼졌다.
그 때 앵무새의 왕이 숲 속에서 있다가 왕의 죄악을 말하는 길 가는 사람들 말을 듣고 가
만히 생각하였다.
'나는 비록 새이지마는 그 이름을 알 수 있다. 나는 왕에게 가서 선한 도를 말하리라. 그
가 만일 내 말을 들으면 반드시 이렇게 말하리라.
〈저 새의 왕도 착한 말을 하는데 하물며 사람의 왕이겠는가.〉
그리하여 그가 내 꾸짖음을 듣고 혹 고칠는지도 모른다.'
그는 곧 높이 날아 왕의 동산에 내려와 어떤 나무 위에 앉았다.
마침 왕의 부인이 동산으로 놀러 들어갔다. 그 때 앵무새는 날개를 치고 울면서 말하였다.
'지금 왕은 매우 사납고 무도하여 백성들을 해치며 그 독은 새와 짐승에게까지 미쳐 갑니
다. 그리하여 사람과 짐승들은 기가 차서 꾸짖으며 원한을 맺고 슬퍼하는 소리가 온 천하에
두루 들립니다. 또 부인도 가혹하기 왕과 다름이 없다 하는데, 백성의 부모로서 그럴 수 있
습니까?'
부인은 이 말을 듣고 불꽃처럼 화를 내며, '저 어떤 조그만 새가 주둥이를 놀려 나를 꾸
짖는가?' 하고, 사람을 보내어 잡으려고 하였다.
그러나 앵무새는 놀라거나 두려워하지도 않고 그 사람 손에 잡혔다. 그리하여 부인은 그
새를 왕에게 넘겼다.
왕은 앵무새를 보고 말하였다.
'너는 왜 우리를 꾸짖는가?'
앵무새는 대답하였다.
'왕의 법답지 않음을 말하여 이익이 되게 하려 하였고, 꾸짖은 것은 아닙니다.'
왕은 또 물었다.
'어떤 법답지 않은 일이 있는가?'
'일곱 가지 비법이 있어서 왕의 몸을 위태롭게 합니다.'
'무엇무엇이 일곱인가?'
앵무새는 대답하였다.
'첫째는 여색에 빠지고 거칠어 곧고 바르기를 힘쓰지 않는 것이요, 둘째는 술을 즐겨 어
지러이 취하여 나라일을 돌보지 않는 것이며, 셋째는 장기와 바둑에 빠져 예의 교화를 닦지
않는 것이요, 넷째는 사냥을 다녀 살생하면서 조금도 인자한 마음이 없는 것이며, 다섯째는
나쁜 말 쓰기를 좋아하여 좋은 말이 조금도 없는 것이요, 여섯째는 부역을 시키고 벌을 주
되 더욱 법칙을 어기는 것이며, 일곱째는 도리에 어긋나게 백성들의 재산을 빼앗는 것입니
다.
이 일곱 가지 일은 왕의 몸을 위태롭게 하는 것입니다. 또 세 가지 일이 있어서 왕의 나
라를 기울게 합니다.'
왕은 다시 물었다.
'세 가지 일이란 무엇인가?'
앵무새는 대답하였다.
'첫째는 사특하고 아첨하는 나쁜 사람들을 친하는 것이요, 둘째는 어진 이를 붙이지 않아
그 충고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며, 셋째는 남의 나라 치기를 좋아하여 백성들을 기르지
않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 일을 버리지 않으면 나라가 무너지기는 아침이 아니면 저녁일 것입니다.
대개 왕이 되면 온 나라가 우러르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왕은 다리와 같이 만민을 제도하
여야 하고, 저울과 같이 친소(親疎)에 평등하여야 하며, 길과 같이 성현의 자취에 어긋나지
않아야 하는 것입니다.
또 왕은 해와 같이 온 세상을 두루 비춰 주어야 하고, 달과 같이 모든 것에 맑고 시원한
것을 주어야 하며, 부모와 같이 백성들을 사랑하고 가엾이 여겨야 하고, 또 하늘과 같이 일
체를 덮어 주어야 하며, 땅과 같이 만물을 싣고 길러야 하고, 또 불과 같이 만민을 위해 나
쁘고 근심되는 것을 태워야 하며, 물과 같이 사방을 윤택하게 해야 하고, 또 과거의 전륜성
왕처럼 열 가지 선한 도로 중생을 교화해야 하는 것입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매우 부끄러워하였다.
'앵무새의 말은 매우 정성스럽고 간곡하다. 나는 사람의 왕으로서 소행이 무도하였다. 그
러나 이제 그 가르침을 따라 스승으로 받들어 섬기면서 바른 행을 닦으리라.'
그리하여 온 나라에 교화가 퍼지자 왕의 나쁜 이름이 없어지고 부인과 신하들은 모두 충
성하고 공경하며 모든 백성들은 다 기뻐하였다.
마치 소들이 물을 건널 때 길잡이가 바르면 따르는 것도 다 바른 것과 같았다.
그 때의 앵무새는 바로 지금의 내 몸이요, 가시국왕 악수는 바로 지금의 재상이며, 그 때
의 부인은 바로 지금의 재상 부인이니라.”

96. 부처님의 아우 난타(難陀)가 부처님의 핍박을 받고 집을 떠나 도를 얻은 인연

 

부처님께서 가비라위국(迦比羅衛國)에 계시면서 성 안에 들어가 걸식을 하시다가 난타(難
陀)의 집에 이르셨다.
마침 난타는 아내와 함께 있었는데 아내는 얼굴에 화장하면서 눈썹 사이에 향을 바르고
있었다.
부처님께서 문 안에 계신다는 말을 듣고 난타는 밖에 나와 보려 하였다. 그 아내는 약속
하였다.
“나가서 부처님을 뵙고 내 이마의 화장이 마르기 전에 들어오십시오.”
난타는 곧 나가 부처님께 예배하고 발우를 받아 집에 들어가 밥을 담아 바쳤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그것을 받지 않으셨다. 부처님을 지나서 아난에게 주었다. 아난도 그것을 받지
않고 말하였다.
“너는 누구에게서 그 발우를 받았는가? 주인에게 돌려드려라.”
이에 그는 발우를 받들고 부처님을 쫓아 니구루정사(尼拘屢精舍)로 갔다. 부처님께서는 곧
이발사에게 명령하여 난타의 머리를 깎으라고 하셨다. 그러나 난타는 듣지 않고 주먹을 쥐
면서 화를 내어 이발사에게 말하였다.
“너는 지금 이 가비라(迦毘羅)의 모든 사람들의 머리를 다 깎으려는가?”
부처님께서는 이발사에게 물으셨다.
“왜 그 머리를 깎지 않느냐?”
이발사는 대답하였다.
“무서워서 못 깎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아난과 함께 몸소 난타 곁으로 가셨다. 난타는 두렵기 때문에 감히 머리를
깎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머리를 깎았지마는 늘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하였다. 그러
나 부처님께서 늘 그를 데리고 다니시기 때문에 그는 돌아갈 수가 없었다.
그 뒤 어느 날 그는 방을 지키는 당번이 되어 못내 기뻐하면서 생각하였다.
'이제 집으로 돌아갈 좋은 기회를 얻었다. 부처님과 스님들이 모두 떠난 뒤에 나는 집으
로 돌아가자.'
부처님께서 성으로 들어가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는 물을 길어 저 물병을 채워 두고 돌아가라.”
그는 곧 물을 길었다. 한 병을 채우면 다른 병이 쓰러졌다. 이리하여 얼마를 지났으나 그
병을 모두 채울 수가 없었다. 그는 생각하였다.
'한꺼번에 다 채울 수가 없다. 비구들이 돌아오면 제각기 긷게 하고 지금은 병을 집안에
넣어 두고 돌아가자.'
그는 방문을 닫으려 하였다.
한 짝을 닫으면 한 짝이 열리고 한 문을 닫고 나면 한 문이 다시 열렸다. 그는 다시 생각
하였다.
'한꺼번에 다 닫을 수가 없다. 우선 버려 두고 가자. 비구들의 옷이나 물건을 잃어버리더
라도 내게 재산이 많으니 보상하기에 넉넉하다.'
그리하여 그는 곧 승방을 나가다가 가만히 생각하였다.
'부처님께서 반드시 이 길로 오실 것이다. 나는 저 다른 길로 가자.'
부처님께서 그 마음을 아시고 다른 길로 오셨다. 그는 멀리서 부처님께서 오시는 것을 보
고 큰 나무 뒤에 숨었다. 나무신이 나무를 들어 허공에 두자 그는 드러난 데에 서 있었다.
부처님께서는 난타를 데리고 절에 돌아가 난타에게 물으셨다.
“너는 부인을 사모하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진실로 사모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또 그를 데리고 아나파나산(阿那波那山) 위에 올라가 다시 물으셨다.
“네 부인은 아름다운가?”
“예, 아름답습니다.”
그 산에 어떤 늙은 애꾸눈의 원숭이가 있었다. 부처님께서는 또 물으셨다.
“네 부인 손타리(孫陀利)의 아름다운 얼굴이 저 원숭이에 견주어 어떠한가?”
난타는 괴로워하면서 생각하였다.
'내 아내의 아름다움은 사람 중에서 짝할 이가 드문데, 부처님께서는 지금 왜 내 아내를
저 원숭이에 견주실까?'
부처님께서는 다시 그를 데리고 도리천으로 올라가 그와 함께 여러 천궁을 돌아다니시면
서 여러 천자들이 여러 천녀들과 함께 서로 즐기는 것을 보여 주셨다.
그 중의 어떤 궁중에는 5백 천녀만이 있고 천자가 없는 것을 보고, 그는 부처님께 돌아와
이유를 물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네가 가서 직접 물어 보라.”
난타는 거기 가서 물었다.
“다른 여러 궁전에는 모두 천자가 있는데 왜 여기만 천자가 없는가?”
천녀들은 대답하였다.
“염부제에 사는 부처님 아우 난타는 부처님의 핍박으로 집을 나갔습니다. 그는 집을 나
간 인연으로 목숨을 마치고는 이 천궁에 나서 우리 천자가 될 것입니다.”
난타는 대답하였다.
“내가 바로 그 사람이다.”
난타는 곧 거기서 살고 싶어하였다. 그러자 천녀들은 말하였다.
“우리는 하늘이요, 당신은 지금 사람입니다. 돌아가서 인간의 수명을 마치고 여기 와서
나면 그 때에는 살 수 있습니다.”
그는 부처님께 돌아와 위의 사실을 자세히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네 아내의 아름다움이 저 천녀들과 어떠한가?”
난타는 아뢰었다.
“저 천녀들에게 비하면 제 아내는 애꾸눈 원숭이와 같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난타를 데리고 염부제로 돌아오셨다.
난타는 하늘에 나기 위해 더욱 정성껏 계율을 가졌다.
그 때 아난은 그를 위해 게송을 읊었다.
마치 숫양이 싸울 때에
앞으로 나아갔다가 다시 물러나는 것처럼
네가 계율을 가지려 하는
그 일도 그와 같구나.

부처님께서는 다시 난타를 데리고 지옥으로 가셨다. 여러 끓는 가마들에다 사람을 삶는데,
한 가마솥에는 물만 끓고 있었다. 그는 그것을 괴상히 여겨 부처님께 그 이유를 여쭈었더니,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네가 가서 직접 물어 보라.”
난타는 곧 가서 옥졸에게 물었다.
“다른 여러 가마솥에서는 사람을 삶으면서 죄를 다스리는데, 왜 이 가마솥만은 사람을
삶지 않고 비어 있는가?”
옥졸은 대하였다.
“염부제 안에 부처님의 아우로서 난타라는 사람이 있다. 그는 집을 떠난 공덕으로 장차
하늘에 나겠지마는 탐욕 때문에 도를 파한 인연으로 하늘 수명을 마치고는 이 지옥에 떨어
질 것이다. 그래서 지금 나는 이 가마솥을 달구면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난타는 두려워하면서 옥졸이 붙들까 겁이 나서 이렇게 말하였다.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원컨대 저를 보호하고 염부제로 데리고 가 주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난타여, 너는 정성껏 계율을 가져 너의 하늘 복을 닦아라.”
난타는 대답하였다.
“하늘에 나지 않아도 좋습니다. 오직 이 지옥에 떨어지지 않기를 원할 뿐입니다.”
부처님께서 그를 위해 설법하시어 이레 동안에 그는 아라한이 되었다.
비구들은 찬탄하였다.
“세존께서 세상에 나오심은 참으로 장하고 놀라우신 일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것은 오늘만이 아니라 과거에도 그러하였느니라.”
“과거에도 그러하였다는 그 사실은 어떠합니까? 저희들을 위하여 말씀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옛날 가시국에는 만면(滿面)이라는 왕이 있었고, 비제희국(比提希國)에는 얼굴이 뛰어나
게 아름다운 어떤 음녀가 있었다.
그 때 두 나라는 항상 서로 원망하고 미워하였다.
가시국의 왕 곁에 어떤 간사한 신하가 있었다. 그는 저 나라에 있는 음녀는 아름답기 세
상에 드물다고 찬탄하였다. 왕은 그 말을 듣고 마음이 혹하여 사자를 보내어 청하였으나 그
나라에서 주지 않았다. 왕은 다시 사자를 보내어 말하였다.
'4, 5일 동안 잠깐 만나고 곧 돌려보내리다.'
그 때 그 나라 왕은 음녀에게 분부하였다.
'너는 아름다운 자태와 온갖 기능을 모두 다 갖추었으므로 가시국왕은 너에게 혹하여 잠
깐 동안도 떠나지 못하게 할 것이다.'
이렇게 말하고 곧 가게 하였다. 그리고 4, 5일이 지난 뒤에 다시 불렀다.
'큰 제사를 지내고자 하는데 그 여자가 있어야 하겠소. 잠깐 놓아 돌려보내 주면 뒤에 다
시 보내리다.'
가시국왕은 곧 돌려보내 주었다. 제사가 끝난 뒤에 다시 사자를 보내어 청하였을 때, 저쪽
에서는 '내일 보내겠소' 하고 답을 하였다. 그러나 그 이튿날이 되어도 보내 주지 않았다.
이렇게 거짓말로 여러 날을 지내자, 왕은 사모하는 마음이 더욱 간절하여 단 몇 사람만 데
리고 가보려 하였다. 여러 신하들은 가지 말기를 권하고 충고하였지마는 왕은 그것을 듣지
않았다.
그 때 선인산에 사는 어떤 원숭이 왕은 총명하고 널리 통해 아는 것이 많았다. 마침 아내
가 죽어 어떤 암컷을 차지하였다. 여러 원숭이들은 모두 화를 내어 꾸짖었다.
'이 음탕한 놈아, 그것은 우리의 공동 소유인데 왜 너 혼자만 차지하는가?'
그래서 원숭이 왕은 암컷을 데리고 가시국을 달아나 왕에게 의지하였다. 여러 원숭이들은
모두 그 뒤를 쫓아와 성 안에 들어와서는 집을 부수고 담을 헐어 어찌할 수가 없었다.
가시국 왕은 원숭이 왕에게 말하였다.
'너는 왜 그 암컷을 저 여러 원숭이들에게 돌려 주지 않는가?'
원숭이왕은 말하였다.
'나는 아내가 죽고 다시 아내가 없는데, 왕은 지금 왜 나를 돌려보내려 합니까?'
'지금 너희 원숭이들이 우리 나라를 부수고 어지럽게 하는데, 어떻게 돌아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 일(음행)이 좋지 않습니까?'
'좋지 않다.'
이렇게 좋지 않다고 왕이 재삼 말하기 때문에 원숭이 왕은 말하였다.
'왕은 지금 궁중에 8만 4천의 부인을 두고도 그것을 사랑하지 않고, 적국에 있는 음녀를
쫓아가려 하십니다. 나는 지금 아내가 없어 이 하나를 가졌는데 왕은 좋지 않다고 말하십니
다. 모든 백성들은 당신을 바라보고 살아가는데 왕은 어떻게 한 음녀를 위하여 저들을 버리
십니까?
대왕은 아셔야 합니다. 대개 음욕이란 즐거움은 적고 괴로움이 많은 것입니다. 그것은 마
치 미련한 사람이 바람을 거슬러 횃불을 잡고 놓지 않다가 마침내 데이는 것과 같습니다.
애욕은 더럽기 저 똥무더기 같지마는 외형이 좋은 엷은 가죽에 덮이어 있습니다. 또 그것
은 똥에 빠진 독사처럼 은혜를 모릅니다. 그것은 원수와 같아서 거짓으로 사람에 붙어 친하
고, 그것은 빚과 같아서 반드시 돌려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또 그것은 뒷간에 난 꽃처럼 미워할 만하고, 그것은 옴과 같아서 불을 향해 긁으면 더욱
심하며, 그것은 개가 마른 뼈를 씹을 때 침이 한데 모이면 맛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입술과
이가 모두 부숴져도 만족할 줄을 모르는 것과 같고, 그것은 목 마른 사람이 짠 물을 마시는
것과 같아서 갈증은 더욱 심하며, 그것은 뭇 새들이 다투어 쫓는 썩은 고기와 같고, 그것은
고기와 짐승이 맛을 탐하여 죽게 되는 것처럼 그 재화는 매우 큰 것입니다.'
그 때의 원숭이 왕은 바로 지금의 내 몸이요, 그 왕은 바로 지금의 난타이며, 그 음녀는
지금의 손타리이니라.
그 때 나는 저 난타를 애욕의 수렁에서 건져 내었고, 지금은 그를 생사의 고통에서 건져
내었느니라.”

97. 큰 역사가 광야의 도적떼를 교화한 인연


그 때 부처님께서는 왕사성에 계셨다.
왕사성과 비사리국(毘舍離國) 중간에 5백 명의 도적떼가 있었다.
빈바사라왕(頻婆娑羅王)은 인자하고 너그러워 은혜로운 법으로 세상을 다스리고 생물의
목숨을 해치지 않았다. 그래서 곧 광고를 내었다.
“만일 누구나 저 5백 명 도적 떼들에게 가서 그들을 교화하여 도둑질하지 않게 하면 벼
슬로 상을 주리라.”
어떤 역사가 와서 왕의 모집에 응하고, 그 광야에 가서 도적 떼들을 교화하여 다시는 도
둑질하지 않게 하였다.
그들이 이미 항복하자 그는 큰 성을 만들고 그들을 그 안에 두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
이 모여와 그에게 붙어 마침내 큰 나라를 이루었다. 그 나라 사람들은 모두 이렇게 말하였
다.
“우리는 저 큰 역사가 양육해 주는 은혜를 입고 모두 모였다.”
그리고 다시 약속하였다.
“지금부터 우리가 새로 아내를 맞이할 때에는 먼저 저 역사에게 바치자.”
그들은 곧 역사에게 가서 말하였다.
“우리들은 새로 아내를 맞이하는 이는 먼저 그 아내를 역사님께 바치자고 약속하였습니
다. 그것은 두 가지 일 때문이니, 첫째는 역사님과 같은 좋은 아들을 얻기 위해서요, 둘째는
역사님의 은혜를 갚기 위해서입니다.”
역사는 대답하였다.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그들이 간청하였기 때문에 곧 그들의 뜻을 따라 그 법을 행하였다.
여러 날을 지나 어떤 여자는 그 일을 좋지 않게 생각하고 여러 사람들 앞에 발가벗고 서
서 소변을 보았다. 사람들은 모두 꾸짖었다.
“너는 부끄러움도 없느냐. 어떻게 여자로서 여러 사람들 앞에 서서 소변을 보는가?”
그러자 그 여자는 대답하였다.
“여자가 여자들 앞에서 옷을 벗고 소변을 보는데 무엇이 부끄러우냐? 이 나라에는 모두
여자뿐이요, 오직 저 역사만이 남자다. 만일 그의 앞이라면 부끄러워해야 하겠지마는 너희들
앞인데 무엇이 부끄럽겠는가?”
그 때부터 사람들은 서로 전해 말하였다.
“그 여자 말이 바로 도리이다.”
사리불과 목련은 함께 5백 제자를 데리고 그 광야를 지나갔다. 역사는 그것을 알고 두 존
자와 5백 제자들을 청하여 편안히 쉬게 하고 의복과 음식을 이바지하였다.
사흘 뒤에 그 나라 사람들이 모두 모여 모임을 열고는 술을 마시고 잔뜩 취하여 그 역사
의 집을 에워싸고 불을 질렀다. 역사는 물었다.
“왜 이렇게 타는가?”
그들은 대답하였다.
“처음으로 시집오는 여자는 모두 너를 거친다. 우리도 사람인데 그 일을 참을 수가 없다.
그래서 너를 태워 죽이려는 것이다.”
역사는 대답하였다.
“나는 처음에 듣지 않았는데 너희들이 억지로 그렇게 한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듣지 않고 그를 태워 죽이려 하였다.
그는 목숨이 끊어지려 할 때 서원을 세웠다.
'나는 사리불과 목련을 공양한 공덕의 인연으로 이 광야에 나되, 힘센 귀신이 되어 이 사
람들을 죽이리라.'
이렇게 말하고 곧 숨이 졌다.
그리고 그는 그 광야에서 귀신으로 바꿔 나서 큰 독기를 뿜어 많은 사람들을 죽였다.
어떤 지혜로운 사람이 그 광야에 가서 그 귀신을 찾아 말하였다.
“너는 지금 한량없이 사람을 죽여 그 고기를 다 먹지 못하고 그저 썩히기만 하는구나.
원컨대 우리를 용서하고 저 소나 말을 죽여라. 그렇게 하면 하루에 한 사람씩을 너에게 대어 주리라.”
그리하여 그 나라 사람들은 모두 제비를 뽑아 하루에 한 사람씩 죽음을 당하게 되었다.
이리하여 발수타라(拔須陀羅)라는 장자에게 그 차례가 갔다.
그는 한 사내아이를 낳았다. 복덕이 있고 얼굴이 단정하였는데 그 귀신에게 먹히게 되었
다. 장자는 생각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세상에 나셔서 괴로워하는 모든 중생들을 구제하여 주십니다. 원컨대 부처
님께서는 제 아들을 오늘의 이 액난에서 건져 주소서.'
그 때 부처님께서는 왕사성에 계시다가 그 장자의 마음을 아시고 곧 광야로 가서 그 귀신
의 궁전 안에 앉아 계셨다. 귀신은 부처님을 와서 보고 매우 화를 내어 부처님께 말하였다.
“사문이여, 나가라.”
부처님께서 곧 나오셨다. 귀신이 막 궁전 안에 들어가면 부처님도 도로 들어가셨다. 이렇
게 세 번 되풀이하다가 네 번째에는 부처님께서 나가지 않으셨다.
귀신은 이렇게 말하였다.
“만일 나가지 않으면 네 마음을 미치게 하고, 네 다리를 잡아 황하 복판에 던져 버릴 것
이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이 세상에서 어떤 하늘이나 악마나 법으로도 내 다리를 잡아 그렇게 하는 자를 보
지 못했다.”
귀신은 말하였다.
“그렇다면 나로 하여금 네 가지 일을 묻게 하라. 나는 말하리라.
첫째는 무엇이 급한 물결을 잘 건너가는가? 둘째는 무엇이 큰 바다를 잘 건너가는가? 셋
째는 무엇이 모든 고통을 잘 없애는가? 넷째는 무엇이 깨끗함을 잘 얻는가?”
부처님께서는 곧 대답하셨다.
“믿음이 급한 물결을 잘 건너고, 방일하지 않는 것이 큰 바다를 잘 건너며, 정신이 고통
을 잘 없애고, 지혜가 깨끗함을 얻느니라.”
그는 이 말을 듣고 곧 부처님께 귀의하여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다. 그리고 손에서 그 아
이를 내어 부처님 발우 안에 두고 아이 이름을 광야수(曠野手)라 지었다.
아이가 점점 자라나자 부처님께서 그를 위해 설법하시니 그는 아나함의 도를 얻었다.
비구들은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심은 참으로 놀라우신 일입니다. 그 광야의 그런 나쁜 귀신을
항복받아 우바새(優婆塞)를 만들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것은 오늘만이 아니라 과거에도 그러하였느니라. 과거에 가시국과 비제혜국 중간에
큰 광야가 있었고, 거기에 사타로(沙盧)라는 악귀가 있어 길을 끊었기 때문에 아무도 거기를
지나가지 못하였다.
사자(師子)라는 상인 우두머리가 5백 명 상인을 데리고 그 길을 지나가려 하였으나 사람
들이 두려워하여 지나갈 수가 없었다. 우두머리는 말하였다.
'부디 두려워하지 말고 그저 내 뒤를 따르라.'
이에 앞으로 나아가 그 귀신이 있는 곳에 이르러 귀신에게 말하였다.
'너는 내 이름을 듣지 못하였는가?'
귀신은 대답하였다.
'나는 네 이름을 알기 때문에 싸우러 온 것이다.'
'너는 무엇이 능한가?'
그는 곧 활을 잡아 귀신을 쏘되 5백 발을 쏘았다. 그러나 그것은 모두 귀신의 뱃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활과 칼 따위의 무기를 썼으나 그것들도 모두 귀신의 뱃속으로 들어
갔다.
앞으로 나아가 주먹으로 치면 주먹도 그 뱃속으로 들어가고, 오른손으로 때리면 오른손이
그 몸에 붙고, 오른발로 차면 오른발이 그 몸에 붙으며, 왼발로 차면 왼발이 붙고, 머리로
치면 머리가 붙었다.
귀신은 게송으로 말하였다.

너는 손과 발과 또 머리를 써도
모든 것은 다 내 몸에 붙거늘
다른 사람의 어떤 물건이 붙지 않으랴.

우두머리도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지금 내 손과 발과 또 머리와
모든 재물과 무기들은 붙어도
오직 정진만은 너에게 붙지 않나니.

만일 정진을 쉬지 않으면
너와의 싸움도 그만두지 않을 것이요,
내가 지금 이 정진을 쉬지 않으면
마침내 너를 두려워하지 않으리라.

그 때 그 귀신은 말하였다.
'지금 너를 위하여 저 5백 상인들을 모두 놓아 주어 가게 하리라.'
그 때의 사자는 바로 지금의 내 몸이요, 사타로는 지금의 저 광야의 귀신이니라.”

98. 재상이 법을 듣고 욕심을 떠난 인연


부처님께서는 왕사성에 계셨다.
빈바사라왕에게 큰 재상이 있었다. 그는 왕과 함께 자주 부처님께 나아가 부처님께서 말
씀하시는 욕심 떠나는 설법[離欲法]을 듣고, 그 뒤로는 그 부인에게 가지 않았다. 부인은 나
쁜 마음을 품고 독약을 구하여 음식에 넣어 부처님을 청하여 드리려 하였다. 남편은 부인이
나쁜 마음을 품고 있는 것을 알고 부인에게 그 음식을 청하자, 부인은 그것을 주지 않고 다
른 음식을 주었다.
부처님께서 오시자 남편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 음식은 자시지 마소서.”
부처님께서 물으셨다.
“왜 먹지 말라고 하는가?”
“독이 있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세상에는 세 가지 독보다 더한 독은 없지마는 나는 그것을 벌써 없앴거늘 어떤 조그
만 독이 나를 해칠 수 있겠는가?”
부처님께서 그 음식을 자셨으나 조금도 이상이 없었다.
그 때 재상의 부인은 믿는 마음을 내었다. 부처님께서 그들을 위해 설법하시어 그들 부부
는 모두 수다원을 얻었다.
비구들이 모두 처음 보는 일이라고 찬탄하자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것은 오늘만이 아니라 과거 세상에서도 그를 교화하였느니라.
옛날 가시국왕에게 비도혜(比圖醯)라는 지혜로운 신하가 있었다. 그는 항상 도법으로 국왕
을 돕고 또 여러 신하들도 모두 선한 법을 닦게 하였다.
그 때 명상(明相)이라는 용왕이 비도혜에게 자주 오가면서 그 법의 말을 들어 받들고는,
아내에게 가는 걸음이 드물어졌다. 용의 아내는 성을 내어 이렇게 말하였다.
'저 비도혜의 심장을 얻어 불에 제사하고 그 피를 마셔야 살겠다.'
그 때 그 용왕과 그의 아내와 자주 오가면서 친히 지내는 야차 귀신이 있었다. 그는 용왕
아내의 말을 듣고 대답하였다.
'내가 얻을 수 있다.'
그리하여 용의 아내 곁에 있던 여의주를 가지고 가서 이제 상인이 되어 가시국왕에게로
갔다. 그는 왕과 함께 저포(樗蒲) 놀이를 하였다. 그는 여의주를 걸고 왕은 그 나라의 창고
를 걸고, 또 비도혜를 한몫으로 하여 여의주에 맞섰는데 야차가 이겼다. 그러나 야차는 그
나라의 창고는 취하지 않고 다만 비도혜만 요구하고서는 여의주를 왕에게 주었다.
왕은 비도혜에게 물었다.
'그대는 가고 싶은가?'
그는 대답하였다.
'가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야차는 비도혜를 데리고 갔다. 비도혜는 야차에게 물었다.
'나를 찾아온 것은 무슨 뜻이었는가?'
야차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렇게 간절히 묻기를 그치지 않으므로 마침내 말하였다.
'용왕의 부인이 당신의 심장을 취하여 불에 제사하고 당신의 피를 취하여 마시고자 합니
다.'
비도혜는 말하였다.
'만일 그대가 나를 죽여 심장과 피를 가지고 간다면 모든 사람의 심장과 피는 다 똑같은
것인데, 그것이 누구의 것인지 어떻게 알겠는가? 너는 나를 죽이지 말고 데리고 가라. 그가
내 심장을 필요로 한다면 그 대신 나는 내 지혜를 줄 것이요, 그가 내 피를 필요로 한다면
그 대신 나는 내 법을 줄 것이다.'
이 말을 듣고 야차는 생각하였다.
'이 분은 참으로 지혜로운 사람이다.'
그리하여 그를 데리고 용왕에게로 가자 용왕은 그를 보고 매우 기뻐하였다.
비도혜는 그들을 위해 설법하였다. 용왕 부부와 그 권속들은 모두 공경하고 믿는 마음을
내어 5계(戒)를 받았고, 또 야차 무리들도 5계를 받았다.
그 때 염부제 안에 있는 용과 야차들은 모두 많은 보물을 가지고 와서 비도혜에게 주었
고, 비도혜는 그것을 왕에게 바치고, 또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염부제의 사람과
용과 귀신들은 모두 5계를 받고 열 가지 선행을 닦았느니라.
그 때의 비도혜는 바로 지금의 내 몸이요, 명상 용왕은 지금의 선견(善見) 재상이며, 용왕
의 아내는 바로 지금의 재상 부인이요, 왕은 저 사리불이며, 야차는 바로 지금의 목련이니
라.”


99. 니건자(尼乾子)들이 불구덩이에 몸을 던졌다가 부처님께 제도된 인연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에 계셨다.
그 때 부처님께서는 삿된 소견을 가진 외도의 여섯 스승과 그 권속들을 교화하고 항복받
아 그들을 모두 무너져 흩어지게 하였다. 그리하여 5백 명 니건자들은 서로 말하였다.
“우리 무리들은 완전히 패해 모두 흩어졌다. 차라리 불에 타 죽어 빨리 뒷 세상으로 가
는 것만 못하다.”
이렇게 말하고, 섶을 모아 불을 질러 타 죽으려 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매우 가엾이 여겨 그들의 고통을 뽑아 없애려고 그 불을 붙지 않게 하시고,
그들 곁에서 화광삼매에 드셨다. 그들은 그 큰 불덩이를 보고 마음으로 기뻐하여 이렇게 말
하였다.
“우리는 구태여 불을 지를 필요가 없다. 모두 저 속에 몸을 던지자.”
그리하여 그들은 그 불덩이 곁으로 갔다. 몸이 갑자기 맑고 시원해지면서 매우 유쾌하고
즐거워졌다. 그들은 그 불 속에 계시는 부처님을 뵙고 더욱 기뻐하면서 출가하기를 청하였
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잘 왔구나, 비구들이여.”
그러자 그들의 수염과 머리털은 이미 떨어졌고 법복은 몸에 입혀져 있었다. 부처님께서
그들을 위해 설법하시니 그들은 모두 아라한이 되었다.
비구들은 말하였다.
“참으로 놀랍구나. 세존께서는 저 니건자들을 스스로 타 죽는 고통에서 건져 주시고, 또
아라한이 되게 하셨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것은 오늘만이 아니다. 옛날 사위국의 5백 명 상인들은 바다에 들어가 보물을 캐기로
하였다. 그래서 비사거(比舍?)라는 우두머리 상인은 여러 상인들을 데리고 바람을 따라 나
가 보물이 있는 곳에 이르러 보물을 캐어 배에 실었다.
상인들은 보물에 탐이 생겨 보물을 너무 무겁게 배에 실었다. 그래서 비사거는 여러 상인
들에게 말하였다.
'보물을 너무 무겁게 싣지 말라. 너희들의 목숨을 잃을 것이다.'
그러나 여러 상인들은 그 말을 듣지 않고 차라리 보물과 함께 죽을지언정 버릴 수는 없다
고 하였다.
우두머리는 곧 그 배의 보물을 모두 물 속에 던지고 여러 상인들을 자기 배에 태웠다.
여러 보물배들은 모두 바다 속에 침몰하였다. 바다신은 그 우두머리가 보물을 버려 상인
들을 구하는 것을 보고 마음으로 기뻐하여 그 우두머리가 버린 보물들을 가지고 날아와 그
의 앞에 있다가 바다에서 나오자 우두머리에게 돌려 주었다.
여러 상인들은 말하였다.
'우리는 왜 그 보물 있는 데서 목숨을 버리지 않고 이런 고통을 당하는가?' 비사거는 그
들을 매우 가엾이 여겨 그가 얻은 보물을 모두 그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집을 떠난
외도들의 법을 닦아 5신통을 얻었다.
상인들은 말하였다.
'저런 큰 선비는 재보를 탐하지 않고 스스로 그 뜻을 닦았기 때문에 큰 이익을 얻었다.
우리도 저이를 본받아야 한다.'
그리고 모두 그 보물을 버리고 선인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그 법을 닦아 익혀 모두 5신통
을 얻었느니라.
비구들이여 그 때의 비사거는 바로 지금의 이 내 몸이요, 5백 상인들은 바로 지금의 저
니건자들이다.”

100. 오백 마리 흰 기러기가 법을 듣고 하늘에 난 인연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에 계셨다.
그 때 반차라국에서 5백 마리 흰 기러기를 바사닉왕에게 바쳤다.
왕은 그것을 기원정사에 보내었다.

여러 스님들의 밥 때에는 사람들이 와서 밥을 빌었다. 그 기러기도 스님들이 모인 것을
보고 그 앞에 와서 섰다.
부처님께서는 한 음성으로 설법하시지마는 중생들은 각기 제 기틀을 따라 그것을 이해하
는 것이다.
그 때 기러기들도 부처님 말씀을 이해하여 설법을 듣고는 모두 기뻐하여 우는 소리를 서
로 받으면서 못으로 돌아갔다.
그 뒤에 날개가 길게 자라 다른 곳으로 날아갔는데 사냥꾼이 그물로 덮어 모두 죽게 되었
다. 그물에 걸렸을 때 한 마리가 소리를 치자 여러 마리가 모두 받았으니 그것은 설법을 들
을 때의 그 소리였다. 그들은 착한 마음으로 말미암아 죽어서 도리천에 났다.
하늘에 났을 때에는 세 가지를 생각한다. 첫째는 나는 본래 어디서 왔는가?이고, 둘째는
다음에는 어디서 날 것인가이고, 셋째는 전생에 어떤 업을 지었기에 이 하늘에 나게 되었는
가이다.
그 기러기들은 생각하여 보았다.
'우리는 전생의 인(因)을 살펴보았지마는 다른 선행은 없고, 오직 부처님에게서 법을 들은
것뿐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5백 천자들은 부처님 앞에 내려왔다. 부처님께서 그들을 위해 설법하시
니 그들은 모두 수다원을 얻었다.
바사닉왕이 마침 부처님께 나아갔다. 전에는 항상 5백 마리 기러기가 부처님 앞에 늘어서
있는 것을 보았는데, 그 날은 보이지 않기 때문에 부처님께 아뢰었다.
“여기 있던 그 기러기들은 모두 어디로 갔습니까?”
“기러기들을 보고 싶은가?”
“보고 싶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 기러기들은 다른 곳으로 날아갔다가 사냥꾼에게 잡혀 목숨을 마치고 하늘에 났소.
지금 이 좋은 하늘관을 쓰고 얼굴이 뛰어나게 단정한 5백 천자들이 바로 그들인데, 지금 법
을 듣고 모두 수다원을 얻었소.”
왕은 아뢰었다.
“이 기러기들은 어떤 업의 인연으로 축생에 떨어졌다가 목숨을 마치고는 천상에 났으며,
또 지금 도를 얻었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옛날 가섭부처님 때 5백 명 여자들이 모두 계를 받았으나 마음을 좋게 가지지 못해 그
받은 계율을 깨뜨렸고, 그 계율을 범하였기 때문에 축생에 떨어져 이 기러기가 되었소.
그러나 그 계율을 받았기 때문에 나를 만나 법을 듣고 도를 얻었소. 그리고 기러기 몸으
로 있으면서 법을 들은 인연으로 천상에 난 것이오.”

101. 제바달다가 호재(護財)라는 술취한 코끼리를 놓아 부처님을 해치려 한 인연


부처님께서는 왕사성에 계셨다.
그 때 제바달다는 호재(護財)라는 술취한 코끼리를 놓아 부처님을 해치려 하였다. 그래서
5백 아라한들은 모두 허공으로 날아갔으나 오직 아난만은 부처님 뒤에 남아 있었다.
그 때 부처님께서는 오른손을 드시었다. 흰 호재 코끼리는 5백 마리 사자를 보고 두려워
하여 곧 항복하였다. 그러자 5백 비구들은 모두 부처님을 버리고 달아났는데, 오직 아난만은
부처님 뒤에 남아 있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이런 일은 지금만이 아니라 과거에도 그러하였느니라. 옛날 가시국에 5백 마리 기러기
가 짝이 되어 살고 있었다.
그 때 그 기러기들 왕의 이름은 뢰타(賴)요, 뢰타에게는 소마(素摩)라는 신하가 있었다.
그 때 기러기 왕은 사냥꾼에게 잡히게 되었다. 5백 마리 기러기 떼들은 모두 그를 버리고
달아났지마는 오직 소마만은 그를 버리지 않고 따라다녔다. 그리고 사냥꾼에게 말하였다.
'우리 왕을 놓아 주십시오. 지금 내가 내 몸으로 대신 하겠습니다.'
그러나 사냥꾼은 듣지 않고 마침내 기러기 왕을 범마요왕(梵摩曜王)에게 바쳤다.
왕은 기러기 왕에게 물었다.
'편안한가?'
기러기 왕은 대답하였다.
'왕의 큰 은혜를 입어 왕의 맑은 물을 마시고 또 좋은 풀을 먹고 생명을 보전하면서 언제
나 편안하게 이 나라에서 살아갑니다. 원컨대 대왕은 저 모든 기러기들을 놓아 주어 두려움
이 없게 하여 주십시오.'
그 때 5백 마리 기러기들은 왕의 궁전 위의 허공에서 소리를 쳤다.
왕은 물었다.
'저것은 어떤 기러기인가?'
기러기 왕은 대답하였다.
'저것들은 내 권속입니다.'
왕은 그들에게 두려움이 없게 하려고 나라에 영을 내려 기러기를 죽이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기러기 왕은 왕에게 아뢰었다.
'부디 바른 법으로 나라를 다스리십시오. 세상은 덧없는 것입니다. 비유하면 사방의 산,
즉 끝없이 높은 동방의 큰 산이 갑자기 들어오고, 남방·서방·북방의 산도 또 그와 같이
와서 이 세상을 갈아 부술 때에는 일체 중생과 사람과 귀신들이 모두 없어지지마는 그것을
피할 수 없고, 믿을 데가 없으며, 구제할 수도 없는 것과 같습니다.
그 때를 당해서 무엇을 믿고 힘입겠습니까? 오직 이런 것을 생각하고 부디 사랑하는 마음
으로 일체 중생을 두루 기르고, 바른 법을 닦고 행하여 온갖 공덕을 지으십시오.
대왕이여, 아셔야 합니다. 어떠한 부귀도 사방에서 오는, 쇠하고 멸하는 법에 꺾이고 부서
져 허무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또 어떠한 건강도, 사방에서 오는 온갖 병 때문에 부서지고
멸하는 것입니다. 어떠한 젊음도 사방에서 오는 쇠약의 산 때문에 부서지는 것입니다. 또 어
떠한 생명도 사방에서 오는 죽음의 큰 산 때문에 무너지고 멸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네 산은 일체가 다 가진 것으로서, 어떤 하늘이나 용이나 사람이나 귀신 등의
생명을 가진 무리는 그것을 면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항상 사랑하는 마음을 닦고 정성껏 바른 법을 행하십시오. 만일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죽을 때에도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후회하지 않기 때문에 좋은 곳에서 나서 반드
시 성현을 만날 것이요, 성현을 만나게 되면 생사를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왕은 소마에게 물었다.
'너는 왜 잠자코 있는가?'
소마는 대답하였다.
'지금 기러기 왕과 사람의 왕이 같이 말씀하고 계신데, 만일 거기 끼어들어 말하면 그것
은 예의가 아니어서 위에 대하여 공경하고 정성된 마음이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왕은 말하였다.
'이는 실로 희유한 일이로다. 너는 기러기 몸으로서 능히 그러한 충신의 절개를 지키는구
나. 그것은 사람으로서도 미치지 못할 바이다.
그리고 네 목숨으로 기러기 왕을 대신하려 하였고, 또 겸손하여 말에 참여치 않으니, 너희
들과 같은 군신의 의리는 참으로 세상에 드문 것이다.'
왕은 곧 금아(金?)를 그들의 머리에 씌워 주고, 또 좋은 비단으로 기러기 왕의 머리에 매
어 보내면서 말하였다.
'너는 아까 나를 위해 좋은 법을 말하였기 때문에 곧 놓아 주는 것이다.'
그 때의 기러기 왕은 바로 내 몸이요, 소마는 바로 아난이며, 사람의 왕은 아버지 정반왕
이요, 그 사냥꾼은 바로 제바달다이니라.”

 

잡보장경 제9권

102. 가전연(迦?延)이 악생왕(惡生王)을 위해 여덟 가지 꿈을 풀이한 인연


옛날 악생왕이 잔인하고 사나운 행동으로 남을 가엾이 여기는 마음이 없고 삿된 소견이
왕성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매우 가엾이 여겨 제자들을 보내어 여러 나라로 돌아다니면서 교화하게 하
셨다.
가전연은 바로 그 악생왕국의 바라문 종족이다. 부처님께서는 곧 가전연을 본국으로 보내
어 국왕과 백성들을 교화하게 하셨다.
그 때 존자 가전연은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이내 본국으로 돌아갔다.
그 때 악생왕은 바른 도를 보지 못하고 삿된 도를 받들어 섬겼다. 그래서 언제나 이른 아
침에는 사람을 만나지 않고, 먼저 하늘신을 섬기는 사당에 절하였다.
그 때 가전연은 그 악생왕을 교화하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다른 사람으로 변하되, 마
치 얼굴이 단정한 멀리서 온 사자처럼 꾸미고, 왕의 문 안에 들어가 왕을 뵐 때에야 본래
모양으로 돌아가 사문의 형상이 되었다.
왕은 특히 머리를 깎은 도사를 미워하였다. 그래서 왕은 매우 화를 내어 말하였다.
“너를 이제 죽이겠다.”
왕은 곧 사람을 시켜 가전연을 잡아다 죽이려 하였다.
가전연은 왕에게 아뢰었다.
“내가 무슨 허물이 있기에 죽이려고 합니까?”
왕은 말하였다.
“머리를 깎은 너희들을 보면 불길하다. 그래서 지금 너를 죽이려는 것이다.”
존자 가전연은 대답하였다.
“그 불길은 내게 있고 왕에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왜냐 하면, 왕은 비록 나를 보아도 아
무 손해가 없지마는 내가 왕을 보면 왕은 나를 죽이려 합니다. 이것으로 미루어 '그 불길은
바로 내게 있다'고 말한 것입니다.”
왕은 본래 총명하므로 이 말을 듣고는 곧 그 뜻을 깨닫고 가전연을 놓아 주면서 나쁜 마
음을 내지 않았다. 그리고 가만히 두 사람을 보내어 뒤를 따르게 하면서 그가 머무르는 곳
과 먹는 음식은 어떤 것인가를 살피게 하였다.
그들은 가전연이 나무 밑에 앉아 빌어온 밥을 먹되, 밥을 얻었을 때에는 그들에게도 나누
어 주고, 남은 것이 있으면 물 속에 쏟아 버리는 것을 보았다.
그들이 돌아가자 왕은 물었다.
“존자가 머무르는 곳과 먹는 음식은 어떻던가?”
그들은 위에서 본 대로 자세히 왕에게 아뢰었다.
그 뒤에 왕은 존자 가전연을 청하여 거친 음식을 주고 사람들을 보내어 물었다.
“지금 그 음식이 마음에 맞는가?”
가전연은 대답하였다.
“음식의 본 뜻은 먼저 배를 채우는 데 있다.”
그 뒤에 다시 부드럽고 맛난 음식을 주고 또 사람을 보내어 물었다.
“마음에 드는가?”
존자는 또 대답하였다.
“음식의 본 뜻은 배를 채우는 데 있다.”
그 뒤에 왕은 존자에게 물었다.
“내가 음식을 주었을 때 거칠고 부드러운 것을 가리지 않고, 다만 '배를 채우는 데만 있
다'고만 말하니, 그것은 무슨 뜻인가?”
존자 가전연은 대답하였다.

“몸과 입은, 비유하면 부엌에서는 전단(?檀)도 타고 더러운 똥도 타는 것처럼, 우리 몸과
입도 그러하여 음식에는 거칠고 부드러운 것 없이 배를 채우면 그만입니다.”
그리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이 몸은 마치 수레와 같아
좋고 나쁜 것 가림이 없다.
향기로운 기름이나 냄새 나는 기름이나
조리(調利)하는 데에는 똑같으니.

왕은 그 말을 듣고 그의 큰 덕을 깊이 알았다.
그리고 거칠고 부드러운 음식을 바라문들에게 주어 보았다. 바라문들은 처음에 거친 음식
을 받았을 때에는 모두 화를 내어 얼굴빛을 변하고 꾸짖다가 나중에 부드러운 음식을 줄 때
에는 기뻐하고 찬탄하였다.
왕은 바라문들이 음식을 따라 기뻐하고 노여워하는 것을 보고는 가전연을 더욱 믿고 공경
하였다.
그 때 존자의 외생녀(外生女)는 일찍부터 성 밖의 바라문 촌에 살고 있었는데, 좋은 머리
털을 가지고 있었다.
안거 때가 되어 그는 지극한 마음으로 공양하기 위하여 자기 머리털을 팔아 5백 냥 금전
을 받아 가전연을 청하여 여름 안거 동안 공양하였다. 그래서 존자 가전연은 여름 안거를
거기서 마치고 성 안으로 돌아왔다.
그 때 악생왕의 궁문 안에 갑자기 죽은 꿩 한 마리가 있었는데, 그것은 전륜왕이 먹던 꿩
과 같았으므로 악생왕은 그것을 먹으려 하였다.
어떤 지혜로운 신하가 왕에게 아뢰었다.
“이 꿩을 그냥 드시지 마시고 먼저 시험해 보셔야 합니다.”
왕은 그 말을 따라 곧 사람을 시켜 그 고기 한 점을 베어 개에게 주었다. 개는 그 고기
맛을 탐하여 혀까지 한꺼번에 먹고는 그만 죽어 버렸다.
또 그 고기를 조금 베어 어떤 사람에게 시험해 보았다.
그 사람도 그 고기를 먹다가 그 맛을 탐하여 마침내 제 손까지 깨물어 먹고는 죽어 버렸
다.
왕이 그것을 보고 매우 두려워하자 어떤 사람이 말하였다.
“이 고기는 전륜왕이나 번뇌가 없는 지혜를 가진 도인이라야 먹을 수 있는 것입니다.”
왕은 곧 사람을 시켜 그 고기로 맛난 음식을 만들어 존자 가전연에게 보내었다. 가전연은
그것을 먹었는데도 몸이 아주 편안하였다.
뒤에 왕은 사람을 보내어 살펴보게 하고는 가전연의 안색이 보통 때보다 더 뛰어나다는
것을 듣고는 더욱 존경하였다. 그리고 저 외도의 바라문들을 업신여기고 천하게 여겼다.
왕은 가전연에게 물었다.
“존자는 이 여름에 어디서 안거를 지내시고 지금 오십니까?”
존자는 외생녀가 머리털을 팔아 돈을 얻어 스님들을 공양하였다는 말을 자세히 하였다.
왕은 그 말을 듣고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 궁중에 머리털이 매우 아름다운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불과 몇 닢 안 되
는 동전밖에 받지 못하였는데, 지금 그 여자의 머리털은 5백 냥의 금전을 받았다 하니, 그
여자는 머리털만 보통이 아닐 뿐 아니라 반드시 얼굴도 아름다울 것입니다.”
왕은 곧 그 여자 부모의 성명을 묻고는 사람을 보내어 거기 가서 그 여자를 직접 보게 하
였는데, 그 자태의 뛰어남은 과연 그 추측과 같았다.
왕은 사자를 보내어 그를 맞아 부인으로 삼으려 하였다. 그런데 그 여자의 집에서는 많은
보물과 도시와 촌락을 요구하였다.
왕은 다시 생각하였다.
'그것을 주더라도 여자가 올 때에는 그것은 모두 내게 돌아온다.'
곧 승낙하고 그를 맞아들여 부인으로 삼기로 하였다. 처음으로 맞이하는 날에는 온 나라
가 모두 기뻐하면서 경사라고 일컬었다.
그 뒤에 또 큰 사면령을 내려 방면하고, 그 부인 이름을 시바구사(尸婆具沙) 부인이라 짓
고, 왕은 매우 아끼고 사랑하였다. 그 뒤에 태자를 낳았는데, 이름을 교바라(喬婆羅)라 하였
다.
어느 때 왕은 자다가 꿈에 여덟 가지 일을 보았다.

첫째는 왕의 머리에 불이 붙었고, 둘째는 두 마리 뱀이 왕의 허리를 감았으며, 셋째는 가는
쇠그물이 왕의 몸을 감았고, 넷째는 두 마리 빨간 고기가 왕의 두 발을 삼켰으며, 다섯째는
네 마리 흰 따오기가 왕을 향해 날아왔고, 여섯째는 겨드랑이까지 빠지는 피의 진흙 속으로
다녔으며, 일곱째는 태백산에 올랐고, 여덟째는 황새가 머리 위를 스쳐 갔다.
왕은 꿈에서 깨어나 상서롭지 못하다 생각하고, 근심하고 슬퍼하다가 곧 바라문들에게 가
서 물었다.
바라문들은 본래부터 왕을 꺼렸고 또 존자를 질투하였기 때문에 왕의 이 꿈 이야기를 듣
고 말하였다.
“대왕의 꿈은 매우 불길합니다. 만일 푸닥거리를 하지 않으면 그 화가 왕의 몸에 미칠
것입니다.”
왕은 그 말을 듣고는 실로 그렇다 생각하고 더욱 근심하고 번민하면서 그들에게 물었다.
“푸닥거리를 할 때에는 어떤 물건을 써야 하는가?”
바라문들은 말하였다.
“거기에 쓸 것은, 대왕이 매우 사랑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말해도 왕은 결코 그렇게 하시
지 못할 것입니다.”
왕은 대답하였다.
“그 꿈이 하도 나빠 다만 그 재화가 내 몸에 미칠까 두려울 뿐이다. 내 몸 이외에 다른
것은 아까운 것이 없다. 부디 나를 위해 거기에 필요한 물건을 말하라.”
바라문들은 왕이 간절한 것을 보아 그 마음이 지극한 것을 알고, 왕에게 말하였다.
“그 꿈에 여덟 가지가 있으므로 여기에도 꼭 여덟 가지를 행해야 그 재앙을 막을 수 있
습니다.”
첫째는 왕의 사랑하는 부인 시바구사를 죽여야 하고, 둘째는 왕의 사랑하는 태자 교바라
를 죽여야 하며, 셋째는 재상인 대신을 죽여야 하고, 넷째는 왕의 소유인 오신(烏臣)을 죽여
야 하고, 다섯째는 하루에 3천 리를 달리는 왕의 코끼리를 죽여야 하며, 여섯째는 하루에 3
천 리를 달리는 왕의 낙타를 죽여야 하며, 일곱째는 왕의 그 좋은 말을 죽여야 하고, 여덟째
는 까까머리 가전연을 죽여야 하는 것입니다.
금후 이레 동안 그 여덟 가지를 죽여 그 피를 모으고 그 가운데로 다니면 그 재앙을 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왕은 그 말을 듣고 자기 목숨이 중했기 때문에 곧 허락하고, 궁중으로 돌아와 근심하고
번민하였다.
부인이 왕에게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왕은 부인에게 그 상서롭지 못한 꿈을 자세히 이야기하고, 또 바라문이 말한 꿈의 재앙을
막는 조건을 이야기하였다.
부인은 이 말을 듣고 아뢰었다.
“다만 대왕의 몸만 편안하여 재화가 없으시다면 첩의 천한 몸이야 말할 것이 있겠습니
까?”
그리고는 다시 아뢰었다.
“지금부터 이레 뒤에는 저는 죽음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그러므로 제가 저 존자 가전연
에게 가서 엿새 동안 재를 닦고 법을 듣는 것을 허락하여 주십시오.”
왕은 말하였다.
“안 된다. 만일 네가 그에게 가서 그 사실을 말하여 그가 그런 줄을 안다면, 그는 나를
버리고 날아가 버릴 것이다.”
그러나 부인이 하도 간청하기 때문에 왕은 할 수 없어 마침내 가는 것을 허락하였다.
부인이 존자에게 가서 예배하고 문안드린 지 사흘이 지났다. 존자는 이상히 여겨 물었다.
“부인은 지금까지 여기 와서 밤을 지낸 일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왜 보통 때와 다릅니
까?”
부인은 말하였다.
“왕의 악몽으로 인하여 지금부터 이레 뒤에는 우리들을 죽여 재화를 막을 것이니, 목숨
이 얼마 남지 않았으므로 존자에게 법을 들으러 왔습니다.”
곧 존자에게 왕의 꿈을 이야기하였다.
존자 가전연은 말하였다.
“그 꿈은 매우 좋습니다. 장차 경사가 있을 것이니 걱정할 것 없습니다. 머리에 불이 붙
었다는 것은 보주국(寶主國)에서 10만 냥 금의 가치가 있는 하늘관[天冠]을 가지고 와서 왕
에 바칠 것이니, 그 꿈은 바로 그것입니다.”
부인은 만일 이레가 차면 왕에게 죽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그것이 늦게 올까 걱정이 되
어 존자에게 물었다.
“그것은 언제 오겠습니까?”
“오늘 저녁 때 반드시 올 것입니다. 그리고 두 마리 뱀이 왕의 허리를 감았다는 것은 월
지국왕(月支國王)이 10만 냥 금의 가치가 있는 칼 두 개를 바친다는 것이니, 그것은 밤이 되
면 올 것입니다.
가는 쇠그물이 몸을 감았다는 것은 대진국왕(大秦國王)이 10만 냥 금의 가치가 있는 구슬
영락을 바친다는 것이니, 그것은 내일 새벽이면 올 것입니다.
빨간 고기가 발을 삼켰다는 것은 사자국왕이 10만 냥 금의 가치가 있는 비유리(毘琉璃)
보배 신을 바친다는 것이니, 그것은 내일 아침 때에 올 것입니다.
네 마리 흰 따오기가 왔다는 것은, 발기국왕(跋耆國王)이 황금 보배 수레를 바친다는 것이
니, 그것은 내일 점심 때에 올 것입니다.
피의 진흙 속이란 안식국왕(安息國王)이 10만 냥 금의 가치가 있는 사슴털옷을 바친다는
것이니, 그것은 내일 점심 중참 때에 올 것입니다.
태백산에 올랐다는 것은 광야국왕(曠野國王)이 큰 코끼리를 바친다는 것이니, 그것은 내일
저녁 무렵에 올 것입니다.
황새가 머리 위를 스쳤다는 것은 왕과 부인 사이에 남모르는 사사로운 일이 있다는 것이
니, 그 일은 내일 있을 줄 알아야 합니다.”
과연 그 존자의 말과 같이 그 때가 되자 여러 나라에서 바치는 물건이 모두 도착하였다.
그리하여 왕은 매우 기뻐하였다.
시바구사 부인은 본래 하늘관을 쓰고 있었는데 보주국에서 바친 하늘관을 겹쳐 써 보았
다. 왕은 장난으로 시바구사 부인이 쓴 하늘관 하나를 벗겨 금만(金?) 부인의 머리에 씌웠
다. 그러자 시바구사 부인은 화를 내며 말하였다.
“만일 나쁜 일이 있었다면 내가 먼저 당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하늘관을 얻으니 그
에게 씌우십니까?”
그리고는 타락[酪] 그릇을 왕의 머리에 던지자 왕의 머리가 더러워졌다.
왕은 매우 화를 내어 칼을 뽑아 부인을 치려 하였다.
부인은 왕이 두려워 방안으로 달려 들어가 방문을 걸었다. 그래서 왕은 들어가지 못하였
다.
그 때 왕은 깨달았다.
'존자가 남 모르는 사사로운 일이 있을 것이라고 해몽한 것이 바로 이것이구나.'
왕은 곧 부인과 함께 존자 가전연에게 가서 위의 사실을 자세히 이야기한 뒤에 말하였다.
“법이 아닌 삿되고 악한 말을 믿고, 하마터면 존자님과 처자 대신 등, 내가 사랑하는 사
람들을 해치는 큰 죄악을 지을 뻔하였습니다. 이제 존자님의 진실한 말을 듣고 어둡던 눈이
뜨이어 바른 도를 보고 나쁜 일에서 떠나게 되었습니다.”
곧 존자를 청하여 공경하고 받들어 공양하였다. 그리고 모든 바라문들을 멀리 국경 밖으
로 쫓아 버렸다.
왕은 존자에게 물었다.
“어떤 인연이 있어 그와 같이 여러 나라에서 각각 그런 보물을 내게 보내었습니까?”
존자는 대답하였다.
“먼 옛날 91겁 전에 비바시라는 부처님이 계셨습니다. 그 부처님 때에 반두(槃頭)라는 나
라가 있었습니다.
그 나라의 왕태자는 부처님을 믿고 정진하였습니다. 그는 부처님께 나아가 공양하고 예배
한 뒤에 곧 자기가 가진 하늘관과 보배 칼·영락·큰 코끼리·보배 수레, 흠바라 옷 따위를
그 부처님께 바쳤습니다. 그 복으로 말미암아 나는 곳마다 높고 귀하여 가지고 싶은 보물이
구하지 않아도 저절로 이 르렀습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삼보에 대하여 깊이 공경하고 믿는 마음이 생겼다. 그리하여 예배하고
궁중으로 돌아갔다.

103. 황금 고양이의 인연


옛날 악생왕이 동산에 나가 놀다가 동산 안의 집 위에서 황금 고양이 한 마리가 동북쪽에
서 나와 서남쪽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왕은 곧 사람을 보내어 땅을 파다가, 석 섬들이의 구리쇠 독을 하나 얻었는데, 거기에는
금전이 가득 차 있었다.
좀더 깊이 파다가 또 독 하나를 얻었다. 이렇게 하여 세 개의 독을 얻었는데, 모두 석 섬
들이였다.
또 곁으로 파다가 거기서도 구리쇠 독을 얻었다. 쉬지 않고 자꾸 파서 5리에 이르는 동안
모두 구리쇠 독을 얻었는데 거기에도 금전이 가득 차 있었다.
악생왕은 매우 이상히 여겨 곧 존자 가전연에게 가서 그 돈을 얻은 내력을 자세히 이야기
하고는 말하였다.
“나는 이것을 쓰려고 하는데 장차 내게나 백성들에게 어떤 재화가 없겠습니까?”
존자는 대답하였다.
“그것은 왕이 전생에 지은 인(因)으로 말미암아 얻은 복의 갚음입니다. 그저 쓰십시오.
탈이 없을 것입니다.”
왕은 다시 물었다.
“알 수 없습니다. 과거의 그 인이 어떠합니까?”
존자는 대답하였다.
“자세히 들으십시오. 먼 옛날 91겁 전 비바시부처님의 끼친 법이 있을 때였습니다. 여러
비구들이 네거리에 높고 큰 자리를 만들고 그 위에 발우를 얹어 두고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세상에 누가 이 든든한 창고 안에 돈을 넣겠는가? 이 창고에 넣은 돈은 물도 띄울 수 없
고 불도 태울 수 없으며, 왕도 빼앗을 수 없고 도둑도 겁탈할 수 없을 것이다.'
그 때 어떤 가난한 사람이 마침 나무를 팔아 돈 세 전을 얻은 것이 있었는데, 그는 이 말
을 듣고 매우 기뻐하여 곧 그 돈을 모두 발우에 넣고 성심으로 발원하였습니다.
그리고 집을 향해 5리 쯤 걸어오면서 걸음마다 기뻐하고, 집 문에 이르러서는 보시한 그
곳을 향해 진심으로 발원하고는 집에 들어갔습니다.”
존자는 이어 말하였다.
“그 때의 그 가난한 사람이 바로 지금의 왕입니다. 왕은 과거에 세 전을 보시한 인연으
로 말미암아 세상마다 존귀하여 그런 세 개의 돈 항아리를 얻었으며, 5리 동안 걸음걸음마
다 기뻐한 인연으로 항상 5리 안에 그런 돈이 있게 된 것입니다.”
왕은 전생의 인연을 듣고 기뻐하면서 떠나갔다.

104. 악생왕이 오백 개의 발우를 얻은 인연

 

옛날 악생왕이 울선연성(鬱禪延城)에 살 때 문지기가 이른 아침에 성문을 열었더니, 문 밖
에 갑자기 5백 대 수레가 있었고, 그 수레에는 각각 보배 발우가 실려 있었는데, 거기에는
금좁쌀이 가득가득 담겨 있었다. 발우에는 모두 인(因)을 찍어 봉하고, 글이 쓰여 있었는데,
이 발우를 악생왕에게 주노라'라고 되어 있었다.
그래서 문지기는 왕에게 아뢰었다.
“성문 밖에 보배 발우가 있는데, 그 발우에 글이 쓰여 있기를, '왕에게 준다'고 되어 있
습니다. 이상합니다. 지금 그것을 가져야 합니까?”
왕은 가만히 생각하였다.
'저 보물이 갑자기 온 것은 혹 불길한 일이 아닌가? 만일 내가 저것을 가진다면 장차 우
리 집이나 나라에 재화가 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고는 존자 가전연에게 나아가 물었다.
“오늘 새벽에 성문을 열었더니 갑자기 보배 발우가 나타났는데, 거기에 인이 찍혀 있고,
'악생왕에게 준다'는 글이 쓰여 있었습니다. 그 길흉을 알 수 없는데, 그것을 가져야 합니
까?”
존자는 대답하였다.
“그것은 왕이 전생에 지은 복의 갚음입니다. 그저 의심 말고 가지십시오.”
왕은 다시 물었다.
“내가 과거에 어떤 공덕을 닦았기에 이런 과보가 왔습니까?”
존자는 대답하였다.
“옛날 91겁 전에 선인산에 어떤 벽지불이 있었습니다. 그는 비를 만나 발이 미끄러져 넘
어지면서 사기 발우를 깨뜨렸습니다. 그래서 곧 옹기집으로 가서 사기 발우를 구걸하였습니
다. 옹기장이는 못내 기뻐하면서 곧 다섯 개 발우에 물을 가득 담아 그에게 주었습니다.
그가 얻은 발우를 공중에 던지고, 몸을 솟구어 허공에 올라가 열여덟 가지 변화를 보이니,
모두들 한량없이 기뻐하였습니다.
그 때의 옹기장이는 바로 지금의 왕이요, 그 부인은 바로 저 시바구사 부인이며, 아이는
교바라 태자요, 옹기를 산 이는 재상 부로규(富盧?)이며, 그 때 그 옹기를 산 이의 부인은
바로 지금의 저 재상 부인입니다.”
왕은 다시 물었다.
“알 수 없습니다. 지금 저 발우들은 저절로 생긴 것입니까? 어디서 온 곳이 있습니까?”
존자는 대답하였다.
“저 발우들은 저절로 생긴 것이 아니요, 항하(恒河)의 용궁에서 온 것입니다. 이제 그 내
력을 말하면, 옛날 라마왕(羅摩王)의 장인되는 바라문이 저 항하 곁에서 청정한 행을 닦고
있었습니다. 그 때 라마왕은 날마다 보배 발우에 음식을 담아 그 장인에게 보내 주었습니다.
그런데 바라문 법에는 그릇을 두 번 쓰는 일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바라문은 음식을
먹고는, 발우를 항하에 버렸습니다. 장님인 용은 그 보배 발우를 주워 금좁쌀을 가득 담아
궁중에 두었습니다.
이렇게 버린 발우가 날마다 자꾸 많아졌는데 그래서 5백 수레의 발우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장님인 용이 목숨을 마친 뒤에 그 발우들을 관리할 아들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천
제(天帝)가 왕이 옛날에 발우를 보시한 인연을 알고 지금 왕에게 낸 것입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그 보배 발우를 가져다 복을 짓되, 두루 보시를 향하고 삼보를 공양하
였다.
그 인연으로 후생에는 좋은 곳에 났다.

105. 비마천(毘摩天)에게 청하여 큰 부자 되기를 바란 인연

 

옛날 두 형제가 있었는데 집이 매우 빈곤하였다.
형은 날마다 아침 저녁으로 비마천(毘摩天)에게 정성껏 예배하면서 큰 부자되기를 바랐다.
그리하여 그 아우를 들에 보내어 밭을 갈고 씨를 뿌리게 하였다. 이렇게 오랫동안 구하고
청하였다.
그 때 비마천은 아우로 변하여 형의 곁에 갔다. 형은 화를 내어 말하였다.
“왜 농사 일을 하지 않고 무엇하러 여기 왔느냐?”
아우는 대답하였다.
“형님은 절에서 밤낮 기도하면서 큰 부자가 되기를 바랍니다. 나도 오늘 형님을 본받아
재계(齋戒)하고 발원하여 큰 부자가 되기를 바라고 싶습니다.”
형은 말하였다.
“너는 밭도 갈지 않고 종자도 뿌리지 않으면서 풍족한 재물을 어떻게 얻을 수 있겠는
가?”
아우는 대답하였다.
“참으로 종자를 뿌려야 수확을 얻습니까?”
형은 대답하지 못하였다.
이에 비마천은 도로 하늘 형상으로 돌아가 그 형에게 말하였다.
“지금 내 힘으로써 너를 도울 수가 있다. 오늘까지 보시를 행하였더라면 지금은 부자였
을 것이다. 그런데 너는 과거에 보시를 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은 빈궁하게 되었다. 지금
아무리 밤낮 정성으로 내게 많은 재물을 구하더라도 그것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마치 암바라(菴婆羅)나무에서 열매를 구하려 할 때 겨울이라면 아무리 백천(百千)의 하늘
신을 받들어 섬기더라도 그 열매를 얻을 수 없는 것처럼 너도 그와 같아서 전생에 인을 닦
지 않았으므로 아무리 내게 큰 부자 되기를 구하여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열매가 익
으면 구하지 않아도 스스로 얻어지는 것이다.”
그는 게송으로 말하였다.

복의 업은 익은 열매 같나니
신에게 제사하여 얻는 것이 아니다.

사람은 계율의 수레를 탄 뒤에야
저 천상에 이를 수 있고
선정의 지혜는 꺼지는 등불 같아
하염없는 그곳에 이르게 되네.

106. 귀자(鬼子)의 어머니가 아들을 잃은 인연

귀자(鬼子)의 어머니는 늙은 귀신의 왕 반사가(般?迦)의 아내로서 1만 명의 아들을 두었
는데, 모두 큰 역사의 힘이 있었다. 제일 작은 아들은 이름이 빈가라(嬪伽羅)였다.
귀자의 어머니는 흉악하고 요사하며 사나워 사람의 아이들을 잡아먹었으므로 사람들은 걱
정하여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 때 부처님께서는 그 아들 빈가라를 붙들어다 발우 밑에 숨겨 두었다. 그래서 귀자의
어머니는 천하를 두루 다니면서 이레 동안 찾았으나 찾지 못하고 근심하고 번민하였다.
어떤 이가 말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일체를 아는 지혜를 가지셨다.”
그 말을 듣고 부처님께 나아가 아이 있는 곳을 물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만 명 아들 중에서 겨우 한 아들을 잃었는데, 왜 고민하고 근심하면서 찾아다니느
냐? 세상 사람들은 아들 하나나 혹은 셋이나 다섯을 두었는데 너는 그들을 잡아먹지 않았느
냐?”
귀자의 어머니는 아뢰었다.
“만일 지금 제가 빈가라만 찾으면 다시는 세상 사람들의 아들을 해치지 않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곧 귀자의 어머니에게 발우 밑에 있는 빈가라를 보여 주셨다. 그는 신력을
다하였으나 들어 낼 수가 없어 도로 부처님께 청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만일 네가 지금 삼귀오계(三歸五戒)를 받고 목숨을 마칠 때까지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
면 네 아들을 돌려주리라.”
귀자의 어머니는 부처님의 분부대로 삼귀오계를 받들어 가졌다.
부처님께서는 그 아들을 돌려주면서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부터 계율을 잘 받들어 가져라. 너는 가섭부처님 때 갈니왕(??王)의 일곱째
딸로서 굳게 공덕을 지었지마는, 계율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귀신의 형상을 받은 것
이다.”

107. 하늘을 제사하는 주인의 인연

 

옛날 어떤 바라문은 마실천(摩室天)을 섬기면서 밤낮으로 받들었다.
하늘이 그에게 물었다.
“너는 무엇을 구하는가?”
바라문은 대답하였다.
“나는 지금 이 하늘을 제사하는 주인이 되기를 원합니다.”
하늘은 말하였다.
“저기 여러 마리 소가 있다. 너는 저기 가서 제일 앞에서 걸어가는 놈에게 물어 보라.”
그는 하늘이 시키는 대로 그 소에게 가서 물었다.
“너는 지금 괴로우냐, 즐거우냐?”
소는 대답하였다.
“매우 괴롭습니다. 가시에 찔려 두 갈빗대는 뒤틀리고 등은 부서졌건마는 무거운 수레를
끌면서 쉴 사이가 없습니다.”
그는 다시 물었다.
“너는 어떤 인연으로 그 소의 형상을 받았느냐?”
소는 대답하였다.
“저는 저 하늘을 제사하는 주인으로서 마음대로 하늘에 제사하는 제물을 썼으므로 목숨
을 마치고는 소가 되어 이런 고통을 받습니다.”
그는 이 말을 듣고 하늘에게 돌아갔다. 하늘은 물었다.
“너는 지금도 하늘을 제사하는 주인이 되고 싶은가?”
바라문은 말하였다.
“내가 그 일을 보니 참으로 그것은 되고 싶지 않습니다.”
하늘은 말하였다.
“사람은 선악을 행하여 스스로 그 갚음을 받느니라.”
바라문은 회개하고 온갖 선을 행하였다.

108. 나무의 신에 제사한 인연

 

옛날 어떤 늙은이가 있었는데 그 집은 큰 부자였다.
그 늙은이는 고기가 먹고 싶어 거짓 방편으로 밭머리의 나무를 가리키면서 여러 아들에게
말하였다.
“지금 우리 집이 이처럼 부자가 된 것은 저 나무 신의 은총을 입었기 때문이다. 그러므
로 너희들은 오늘 양떼 중에서 한 마리를 잡아 제사를 지내야 한다.”
그래서 아들들은 아버지 분부를 받고 곧 양을 잡아 그 나무에 제사하고 나무 밑에다 하늘
에 제사하는 사당을 세웠다.
그 뒤 아버지는 목숨을 마치고는 그가 행한 업에 쫓기어 도로 자기 집 양 떼 속에 태어
났다.
그 때 마침 여러 아들들은 나무 신에 제사하려고 양 한 마리를 고르다가 그 아버지를 잡
아 죽이려 하였다. 그 양은 “아하하” 하고 웃으면서 말하였다.
“그 나무에 무슨 신령이 있겠는가? 나는 과거에 고기가 먹고 싶어 거짓으로 너희들로 하
여금 제사를 지내게 하고 너희들과 함께 고기를 먹었는데, 이제 그 재앙을 나만 먼저 받는
구나.”
때마침 어떤 아라한이 걸식하러 왔다가 그들의 죽은 아버지가 양의 몸을 받은 것을 보고,
그 아들들에게 도의 눈을 빌려 주고 관찰해 보게 하였다.
그래서 그들은 그것이 바로 아버지인 것을 알고 마음으로 괴로워하여 곧 그 나무 신을 부
숴 버리고, 허물을 뉘우치고 복을 닦으면서 다시는 생물을 죽이지 않았다.

109. 여자가 음욕을 싫어해 집을 나온 인연

 

옛날 얼굴이 뛰어나게 아름다운 어떤 여자가 집을 나와 외도 법 안에서 도를 닦고 있었
다.
그 때 어떤 사람이 그 여자에게 물었다.
“그처럼 아름다운 얼굴로 세속에 있어야 마땅한데 왜 집을 떠났는가?”
그 여자는 대답하였다.
“나는 지금은 아름답지 않습니다. 다만 젊어서부터 음욕을 싫어하여 일부러 집을 나왔습
니다. 내가 집에 있을 때에는 얼굴이 아름다웠기 때문에 일찍 시집가서 일찍 아들을 낳았습
니다. 아이는 차츰 건장해졌는데, 단정하기가 비할 데 없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차츰 여위
어 가면서 마치 병자처럼 되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아이에게 병의 이유를 물었으나 아이는 말하려 하지 않다가, 내가 자꾸 물으므로 할
수 없이 내게 대답하였습니다.
'내가 바로 말하지 않는 것은 목숨이 온전하지 못할까 두렵기 때문입니다. 바로 말하려면
참으로 뻔뻔스러운 일입니다.'
아이는 이어 말하였습니다.
'나는 어머니와 가만히 정을 통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에 병이 된
것입니다.'
나는 아들에게 말하였다.
'옛날부터 어디 그런 일이 있겠는가?'
그리고 다시 생각하였다.
'만일 내가 들어 주지 않으면 저 아이는 혹 죽을지도 모른다. 차라리 지금 도리에 어긋나
더라도 아이의 목숨을 살려야겠다.'
그리하여 아이를 불러 그 뜻을 따르려 하였습니다.
아이가 침상에 오르자 곧 땅이 꺼지면서 아이는 산 채로 땅 속으로 빠져 들어갔습니다.
나는 놀라고 두려워 손으로 아이를 붙들다가 아이의 머리털을 잡았기 때문에 그 털은 지금
도 내 품 안에 있습니다. 이 일에 통절히 느낀 바 있어 나는 집을 떠난 것입니다.”

110. 불효한 아들이 고통을 받은 인연

 

옛날 가묵국(迦國)의 구타선촌(鳩陀扇村)에 어떤 노모가 있었는데, 그에게는 아들 하나만
이 있었다. 아들은 어머니의 뜻을 거스리고 어기어 자비와 효도를 닦지 않고 어머니에게 화
를 내어 어머니를 향해 손을 들어 한 번 내리치고는 그 날로 집을 나갔다. 그는 마침 길에
서 도적을 만나 한쪽 팔을 베이었다.
그 불효한 죄가 현재의 갚음으로 이내 나타나 그 고통이 이러하거늘, 뒷날 지옥에서 받는
고통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111. 난타왕(難陀王)이 나가사나(那伽斯那)와 변론한 인연

 

옛날 난타왕(難陀王)은 총명하고 널리 통해 익숙하지 않은 일이 없었다. 그는 자기가 아는
것은 당할 이가 없으리라 생각하고, 신하들에게 물었다.
“혹 어떤 지혜롭고 총명한 사람이 있어서 의심되는 일을 물어 나를 당할 이가 있는가?”
그 때 어떤 신하는 일찍부터 한 늙은 비구를 집에서 공양하였다. 그 비구는 계행은 청정
하였으나 널리 배우지 못하였는데 그가 왕과 변론하기로 하여 왕이 그에게 물었다.
“대개 도를 얻는 사람은 집에 있어서 도를 얻는가, 출가를 하여서 도를 얻는가?”
비구는 대답하였다.
“두 군데서 다 도를 얻을 수 있습니다.”
왕은 다시 물었다.
“만일 두 군데서 다 도를 얻는다면 무엇하러 출가를 하는가?”
비구가 그만 잠자코 무어라고 대답할 줄을 모르니, 난타왕은 더욱 교만해졌다. 그러자 신
하들이 왕에게 아뢰었다.
“나가사나(那伽斯那)는 총명하여 지혜가 뛰어난데 지금 산에 있습니다.”
그 때 왕은 그를 시험하기 위하여 곧 사람을 시켜 병에 맑은 소(?)를 가득 채워 보내면서
생각하였다.
'내 지혜가 원만한데 누가 능히 나보다 나을 것인가?'
나가사나는 소(?)를 받고는 그 뜻을 알아차리고 어떤 제자로 하여금 바늘 5백 개를 묶어
그 타락에 꽂게 하였다.
그러나 타락은 넘치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것을 곧 왕에게 돌려보내었다.
왕은 그것을 받자 그 뜻을 알고 사자를 보내어 나가사나를 청하였다. 나가사나는 왕의 명
을 받고 떠났다.
나가사나는 제자들을 거느리고 갔는데, 몸이 장대하여 그들 중에서도 특히 뛰어났었다.
왕은 마음이 호탕하고 교만해져서 거짓으로 사냥을 핑계하고 나가 길에서 만났다. 왕은
나가사나의 아름답고 장대한 몸을 보자, 곧 손가락으로 멀리 다른 길을 가리키고 가면서 끝
내 말하지 않고 침묵으로 누르려 하였는데, 여러 장자들은 아무도 그런 줄을 몰랐다.
그 때 나가사나는 자기 손가락으로 자기 가슴을 가리키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나만이 혼자 안다.”
난타왕은 나가사나를 궁중으로 맞아들일 때 조그만 집을 두드려 지게문을 아주 낮게 만들
고, 나가사나가 몸을 구부리고 엎드려 들어오게 하려 하였다. 그러나 나가사나는 자기를 빠
뜨리려고 하는 것임을 알고, 곧 스스로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왕은 그 굽힘을 받지 못하
였다.
그 때 왕은 음식을 베풀면서 거친 음식 몇 가지를 내어 놓았다. 나가사나는 너댓 숟갈 먹
고는 넉넉하다고 말하였다.
뒤에 또 맛난 음식을 내어 놓자 그제야 다시 먹었다.
왕은 물었다.
“아까 만족하다고 하였는데 지금 왜 다시 먹습니까?”
사나는 대답하였다.
“나는 아까는 거친 음식에는 만족하였지마는 맛난 음식에는 만족하지 않았기 때문입니
다.”
그리고 이어서 말하였다.
“지금 왕의 궁전 위에 가득 차도록 사람을 모이게 하십시오.”
왕은 곧 사람들을 불러 두루 가득 채워 다시 들일 곳이 없었다. 왕이 뒤에 와서 궁전에
오르려 하자, 사람들은 모두 두려워하여 엎드렸기 때문에 그 안이 자꾸 넓어져 많은 사람들
을 들이게 되었다.
그 때 사나는 왕에게 말하였다.
“추한 음식은 백성과 같고 맛난 음식은 왕과 같습니다. 백성으로서 왕을 보고 누가 그
길을 피하지 않겠습니까?”
왕은 물었다.
“출가하는 것과 집에 있는 것과 어느 편이 도를 얻겠습니까?”
사나는 대답하였다.
“둘 다 도를 얻습니다.”
“만일 둘 다 도를 얻는다면 무엇하러 출가를 하겠습니까?”
사나는 대답하였다.
“비유하면 여기서 3천여 리의 길을 가는데, 젊고 건강한 사람을 시키되 말을 타고 양식
을 싣고 무기를 들게 하였다면 빨리 도착할 수 있겠습니까?”
“있습니다.”
“만일 노인을 시키되 여윈 말을 타고 또 양식이 없다면 도착할 수 있겠습니까?”
“양식을 가지고도 도착하지 못할까 걱정인데, 하물며 양식이 없는 것이겠습니까?”
사나는 말하였다.
“출가하여 도를 얻는 일은 마치 저 젊은이와 같고 집에 있으면서 도를 얻는 것은 저 늙
은이와 같습니다.”
왕은 다시 물었다.
“나는 지금 내 몸 안의 일을 묻고 싶습니다. 나의 항상되고 항상되지 않음이 내 마음대
로 되는 것입니까?”
사나는 왕에게 반문하였다.
“왕의 궁중에 있는 암바라나무의 열매는 답니까, 씁니까?”
왕이 대답하였다.
“내 궁중에는 그 나무가 전연 없는데 어찌하여 내게 단 것, 쓴 것을 묻습니까?”
사나는 말하였다.
“나도 이제 그렇습니다. 모든 5음(陰)에는 이미 나[我]라고 할 만한 것이 없는데 어찌하
여 내게 항상됨과 항상되지 않음을 묻습니까?”
왕은 다시 물었다.
“모든 지옥에서 칼로 사람 몸을 쪼개어 여러 군데 흩어져 있어도 그 목숨은 존재한다 하
는데 사실 그렇습니까?”
사나는 대답하였다.
“비유하면 여인과 같나니, 여인이 떡과 고기와 오이와 나물을 먹으면 그 음식을 모두 소
화하지만, 아기를 배어 가라라(歌羅羅) 쯤 되었을 때에는 오히려 그 크기가 마치 가는 티끌
만한데, 어떻게 그것은 점점 더 커지고, 소화되지 않습니까?”
“그것은 업의 힘입니다.”
사나는 대답하였다.
“그 지옥에서도 그 업의 힘으로 말미암아 목숨 뿌리는 존재하게 되는 것입니까?”
왕은 다시 물었다.
“해가 하늘에 있어서 그 몸은 하나인데, 왜 여름에는 아주 덥고, 겨울에는 아주 추우며,
여름에는 해가 길고, 겨울에는 해가 짧습니까?”
사나는 대답하였다.
“수미산에는 아래위에 두 길이 있습니다. 여름에는 해가 윗길을 다니므로 길이 멀고 걸
음이 느리며 금산을 비추기 때문에 해가 길고 또 매우 덥습니다. 그리고 겨울에는 해가 아
랫길을 다니므로 길도 가깝고 걸음도 빠르며 큰 바닷물을 비추기 때문에 해가 짧고 또 매우
춥습니다.”

112. 불효한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죽이려다가 도리어 남편을 죽인 인연


옛날 어떤 며느리가 성질이 사납고 거칠어 예법을 따르지 않았고, 하는 말은 항상 시어머
니와 어긋났다.
시어머니의 꾸중을 들을 때마다 늘 불평을 품고 원망하는 마음이 더욱 왕성하여 가만히
시어머니를 죽이려 하였다.
그 뒤에 한 꾀를 쓰되, 남편을 시켜 시어머니를 죽이게 하였다. 남편은 어리석어 아내의
말을 듣고, 어머니를 데리고 광야로 가서 손발을 묶고 죽이려 하였다.
그 심한 죄역(罪逆)은 하늘에까지 사무쳐 구름과 안개가 사방에서 모여들면서 벼락을 내
려 그 아들을 쳐 죽였다.
어머니가 집에 돌아가자 아내는 문을 열면서 남편인 줄 생각하고 곧 물었습니까?
“죽였습니까?”
시어머니는 대답하였다.
“죽였다.”
그 이튿날이 되어 여자는 비로소 남편이 죽은 것을 알았다.
불효한 죄의 현재 갚음[現報]이 이와 같거늘, 뒤에 지옥에 들어가면 한량없는 괴로움을 받
을 것이다.

113. 바라내왕이 무덤 사이에서 부르는 소리를 들은 인연


대개 어떤 일이라도 구할 만한 것은 방법을 쓰면 얻을 수 있고, 구하지 않아야 할 것은
아무리 억지로 하여도 될 수 없는 것이다. 비유하면 모래를 눌러 기름을 짜고 얼음을 저어
타락 웃물을 얻으려고 하는 것처럼 이미 얻을 수 없는 것은 한갖 괴롭기만 할 것이다.
옛날 바라내국에 범예(梵譽)라는 왕이 있었다. 그는 항상 밤중에 무덤에서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아, 왕이여, 아, 왕이여.”
이렇게 하룻밤에 세 번씩 그 소리를 들었다. 왕은 오랫동안 끊이지 않는 그 이상한 소리
를 듣고 매우 놀라고 두려워하여 여러 바라문들과 태사(太史)와 점쟁이들을 모으고 의논하
였다.
“나는 항상 밤에 무덤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를 듣지마는, 나는 너무 겁이 나서 감히 대
답하지 못한다.”
사람들은 말하였다.
“그 무덤에는 반드시 요망한 물건이 있어 그런 소리를 내는 것일 것입니다. 지금 담이
큰 사자를 보내어 그 무덤을 가 보게 하십시오.”
왕은 곧 사람을 모집하였다.
“만일 누구든지 밤에 저 무덤에 가는 사람이 있으면 5백 금전의 상을 주리라.”
아버지가 없는 어떤 고독한 사람은 집이 매우 가난하였으나 큰 담력이 있었다. 그는 곧
응모하여 갑옷을 입고 투구를 쓰고, 손에는 칼과 막대기를 들고, 밤에 그 무덤으로 가서 왕
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꾸짖으면서 말하였다.
“너는 누구냐?”
그는 대답하였다.
“나는 패이복장(貝耳伏藏)이다.”
그리고는 이어 말하였다.
“너는 건장한 장부이구나. 나는 밤마다 왕을 부르는데 만일 그 왕이 내게 대답하였더라
면 나는 그 창고에 가려고 하였었다. 그러나 왕은 겁을 내어 한 번도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내일 이른 아침에 일곱 사람들을 데리고 너의 집에 갈 것이다.”
그는 물었다.
“내일 올 때 나는 어떻게 맞이하여야 하는가?”
패이는 대답하였다.
“너는 집안을 물 뿌려 쓸고, 더러운 것을 치우고, 향과 꽃으로 장식하여 아주 깨끗하게
한 뒤에 포(蒲)와 복숭아·미숫가루·장·타락 웃물·우유로 만든 죽을 여덟 그릇 담아라.
그리고 여덟 도인의 머리를 지팡이로 치되, 먼저 그 상좌의 머리를 치면서, '뿔[角]을 넣어
라' 하고, 이렇게 차례로 그 뿔을 모두 몰아 넣어라.”
그는 이 말을 듣고 집으로 돌아가 왕으로부터 5백 금전을 청해 가지고 그것으로 음식을
차리고 기다리려 하였다.
왕은 물었다.
“그 소리를 내는 것은 어떤 물건인가?”
그는 거짓으로 대답하였다.
“그것은 귀신이었습니다.”
그는 패이의 말을 듣고 가만히 기뻐하면서 이발사를 청하여 스스로 장엄하고, 이튿날이
되어 음식을 갖추어 차렸다.
여덟 도인이 와서 마치자, 그가 상좌의 머리를 쳐서 뿔을 몰아 넣게 하였더니, 그것은 곧
한 동이의 금전으로 변하였다. 이렇게 차례로 몰아 넣어 금 여덟 동이가 되었다.
그 때 이발사는 문구멍으로 그가 보물 얻는 것을 보고 가만히 생각하였다.
'나도 저 법을 알았다. 저이를 본받아 시험해 보리라.'
그 뒤에 그는 앞에서와 같이 준비한 뒤에 여덟 도인을 청하였다. 그들이 음식을 마치자
상좌의 머리를 치고는 먼저 사람처럼 보물덩이 얻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 도인은 머리가 부
숴져 피가 흥건히 흘러 젖어 자리를 더렵혔다. 그래도 독촉하여 뿔을 넣게 하자, 그는 너무
황급하여 그만 똥을 쌌다. 이렇게 차례로 일곱 사람들은 모두 막대기를 맞고 땅에 뒹굴었다.
그 중의 어떤 사람은 기운이 왕성하여 곧 그의 손을 붙들고 밖으로 뛰어나와 소리를 높여
크게 외쳤다.
“아무 주인이 우리를 해치려 한다.”
그래서 왕은 사람을 보내어 가서 보고 그 주인을 붙잡고 와서 그 사정을 자세히 물었다.
그 때 이발사는 위의 사실을 자세히 왕에게 아뢰었다.
왕은 사람을 보내어 그 품팔이 집에 가서 금보물을 보고 바로 빼앗으려 하자, 그 보물들
은 독사로 변하였다가 또 불덩이로 변하였다.
왕은 그에게 말하였다.
“이것은 너의 복이다.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들도 모두 이와 같다.”
왕은 정진하면서 여덟 가지 계율[八戒]을 받들어 가지고 좋은 과보를 얻었다. 그리하여 차
츰 8정(正)을 행하여 무루과(無漏果)를 얻었다.
남을 본받으려 하여 여덟 가지 계율을 받들어 가지더라도 마음에 진실한 믿음이 없어 이
익과 즐거움을 바라서 구하면 좋은 결과는 벌써 없어지고, 도리어 재앙만 받는 것은 저 어
리석은 사람과 다름이 없는 것이다.

114. 늙은 비구가 네 가지 결과를 얻은 인연

 

불법은 너그럽고 넓어 그 구제는 가이없다. 지극한 마음으로 도를 구하면 얻지 못할 결과
가 없느니라. 그러므로 심지어는 장난으로 한 것도 그 복은 헛되지 않다.
옛날 어떤 비구는 나이가 많아 정신이 혼미하면서도 여러 젊은 비구들의 갖가지 설법과
또 4과(果)의 설명을 듣고 마음으로 부러워하고 숭상하여 그 젊은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총명하고 지혜롭구나. 원컨대 4과를 내게 다오.”
젊은 비구들은 비웃으면서 말하였다.
“우리에게는 4과가 있습니다. 좋은 음식을 주어야 그것을 드리겠습니다.”
늙은 비구는 이 말을 듣고 마음 속에 기쁨이 솟아나, 곧 흠바(欽婆)를 끌러 요구를 들어 주
고, 다시 갖가지 맛난 음식을 차리고 젊은 비구들을 청하여 4과를 구걸하였다.
젊은 비구들은 그 음식을 먹고, 늙은 비구를 손가락으로 어루만지면서 희롱하여 말하였다.
“대덕님, 당신은 이 집 한쪽 모퉁이에 앉으십시오. 당신에게 그 과(果)를 드리겠습니다.”
늙은 비구는 이 말을 듣고 기뻐하여 그 말대로 앉았다. 젊은 비구들은 곧 가죽공으로 머
리를 치면서 말하였다.
“이것은 수다원과(須陀洹果)입니다.”
늙은 비구는 이 말을 듣고 생각을 잡아 매어 산란하지 않다가 곧 첫째 과[初果]를 얻었다.
젊은 비구들은 다시 희롱하여 말하였다.
“당신은 이제 수다원과를 얻었지마는 아직도 일곱 번 나고 일곱 번 죽어야 합니다. 다시
다른 모퉁이에 옮겨 앉으십시오. 다음에는 사다함과(斯陀含果)를 드리겠습니다.”
그 때 늙은 비구는 이미 첫째 과를 얻었기 때문에 마음이 더욱 왕성하여져, 곧 다른 자리
로 옮겨 앉았다. 젊은 비구들은 다시 가죽공으로 머리를 치면서 말하였다.
“당신에게 둘째 과[二果]를 드립니다.”
늙은 비구는 더욱 생각을 오로지하여 둘째 과를 증득하였다.
젊은 비구들은 다시 희롱하여 말하였다.
“당신은 이제 사다함과를 얻었지마는 아직도 나고 죽음으로 오가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다시 다른 자리로 옮겨 앉으십시오. 우리는 당신에게 아나함과(阿那含果)를 드리겠습니다.”
늙은 비구는 그 말대로 옮겨 앉았다. 젊은 비구들은 다시 가죽공으로 머리를 치면서 말하
였다.
“우리는 지금 당신에게 셋째 과[三果]를 드립니다.”
그 때 늙은 비구는 이 말을 듣고 기뻐하면서 더욱 지극한 마음이 생겨 곧 아나함의 과를
얻었다.
젊은 비구들은 다시 희롱하여 말하였다.
“당신은 지금 돌아오지 않는 결과를 얻었지마는 아직도 색계(色界)와 무색계(無色界)에
서 번뇌가 있는 몸을 받아 덧없이 무너지고 변할 것입니다. 그 고통을 생각하여 다시 다른
자리로 옮겨 앉으십시오. 다음에는 아라한과(阿羅漢果)를 드리겠습니다.”
그 때 늙은 비구는 그 말대로 옮겨 앉았다. 젊은 비구들은 다시 가죽공으로 머리를 치면
서 말하였다.
“우리는 지금 당신에게 넷째 과[四果]를 드립니다.”
그 때 늙은 비구는 한마음으로 생각하다가 곧 아라한이 되었다.
그는 이 4과를 얻고는 매우 기뻐하여 온갖 음식과 갖가지 향과 꽃을 차리고 젊은 비구들
을 청하여 그 은덕을 갚았다. 젊은 비구들과 더불어 도품(道品)의 번뇌 없는 공덕을 논할 때
에, 젊은 비구들이 말이 막히자 늙은 비구가 그것을 대답하고는 말하였다.
“나는 이미 아라한의 결과를 증득하여 마쳤다.”
젊은 비구들은 그 말을 듣고 모두 먼저 희롱한 죄를 뉘우쳐 사과하였다.
그러므로 수행하는 사람은 마땅히 선을 생각하여야 한다. 희롱조차도 진실한 갚음을 얻거
늘 하물며 지극한 마음이겠는가?

115. 여자가 지극한 정성으로 도를 얻은 인연


만일 사람이 도를 구하려면 반드시 정성이 있어야 한다. 정성이 서로 감응하면 능히 도를
얻을 수 있느니라.
옛날 총명하고 지혜로운 어떤 여자가 삼보를 깊이 믿어 항상 승차(僧次)에 따라 한 비구
를 집에 청하여 공양하였다.
그 때 그 비구가 차례가 되어 그 집에 이르렀다. 그는 나이 늙고 근기가 둔하여 조금도
아는 것이 없었다. 그 여자가 재식(齋食)을 마치고 그 늙은 비구에게 설법하여 주기를 청하
면서 혼자 자리를 펴고 눈을 감고 잠자코 있었다.
그러자 그 늙은 비구는 자기가 무식하여 설법할 줄 모르는 줄을 스스로 알고, 그가 눈을
감은 때를 엿보아 그를 버리고 절로 달아났다.
그러나 그 여자는 지극한 마음으로 하염이 있는 법은 덧없고 괴롭고 공하여 자유롭게 되
지 못하는 것임을 생각하고, 깊이 관찰하다가 곧 첫째 결과를 얻었다.
그 여자는 이미 결과를 얻고는, 그 늙은 비구를 찾아 은혜를 갚으려 하였다. 늙은 비구는
자기의 무식으로 그 여자를 버리고 달아난 것을 알고 더욱 부끄러워하여 다시 그 여자를 피
해 달아나 숨었다. 그러나 그 여자가 쉬지 않고 괴로이 찾아서야 비로소 스스로 나타났다.
그 때 그 여자는 그 동안에 도의 결과를 얻은 내력을 자세히 이야기하고 일부러 공양을
가져와 그 큰 은혜를 갚았다.
그 때 그 늙은 비구는 매우 부끄러워하고 스스로 꾸짖고는 이내 도의 결과를 얻었다.
그러므로 수행하는 사람은 마음이 지극하여야 한다. 만일 마음만 지극하면 구하는 것을
반드시 얻을 것이다.


잡보장경 제10권

116. 우타선왕의 인연

 

옛날 우타선왕(優陀羨王)이 로류성(盧留城)에 있었는데 총명하고 통달하여 큰 지혜가 있
었다. 그의 한 부인의 이름은 유상(有相)이었다. 얼굴만 뛰어났을 뿐 아니라, 또 덕행이 있어
서 왕은 매우 사랑하고 정이 두터웠다.
그 때 그 나라 법에는 왕이 된 사람은 스스로 거문고를 타지 않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부인은 자기에 대한 왕의 사랑을 믿고 왕에게 아뢰었다.
“원컨대 나를 위해 거문고를 타 주십시오. 나는 대왕을 위해 춤을 추겠습니다.”
왕이 그 뜻을 받아들여 거문고를 당겨 타자, 부인은 손을 들고 춤을 추었다.
왕은 본래부터 상을 잘 보았다. 그 부인의 춤추는 것을 보고 죽을 상임을 알고, 곧 거문고
를 밀치고 슬퍼하면서 길이 탄식하였다.
부인은 왕에게 아뢰었다.
“나는 지금 대왕의 은혜와 사랑을 받아 감히 그윽한 방에서 왕에게 거문고를 타게 하고
일어나 춤을 추면서 함께 즐겼습니다. 그런데 무엇이 마땅치 않아 거문고를 놓고 탄식하십
니까? 원컨대 왕은 숨기지 말고 말씀하여 주십시오.”
왕은 대답하였다.
“내가 길이 탄식한 것은 그대가 들을 일이 아니다.”
부인은 아뢰었다.
“나는 지금 정성껏 왕을 받들어 변함이 없습니다. 만일 도리에 어긋나는 일이 있으면 분
부하여 주십시오.”
이렇게 간청하여 마지 않으므로 왕은 그제야 사실대로 대답하였다.
“내가 너에게 대해 어찌 다른 마음이 있을 수 있겠는가? 지금 네가 일어나 춤을 출 때
죽을 상이 밖으로 나타났다. 너의 남은 목숨은 이레를 넘지 못할 것이다. 그 때문에 거문고
를 놓고 탄식한 것이다.”
부인은 이 말을 듣고, 매우 걱정되고 두려워 왕에게 아뢰었다.
“왕의 말씀과 같다면 목숨은 멀지 않습니다. 나는 저 돌집[石室] 비구니의 말을 들었습니
다. '만일 믿는 마음으로 단 하루 동안이라도 출가하면 반드시 하늘에 나게 된다'고. 그러므
로 나는 지금 출가하려 합니다. 원컨대 왕은 허락하여 주소서. 그렇게 하면 도를 얻을 수 있
을 것입니다.”
그러자 왕은 과중한 정과 사랑하는 마음을 걷잡을 수 없어 그 부인에게 말하였다.
“엿새 뒤에는 네가 출가하여 도에 들어가는 것을 허락하리라.”
그리하여 엿새가 되자 어쩔 수 없이 그 부인에게 말하였다.
“너에게 착한 마음이 있어 굳이 출가하여, 만일 하늘에 나게 되거든 꼭 와서 나를 보라.
그렇게 하면 나는 네가 출가하는 것을 허락하리라.”
이렇게 맹세하고 부인에게 허가하였다.
그리하여 부인은 집을 나와 여덟 가지 계율을 받고, 바로 그 날 석밀장(石蜜漿)을 너무 많
이 먹었기 때문에 뱃속이 맺히어 이레째 날 새벽이 되자 목숨을 마쳤다.
부인은 그 좋은 인연으로 말미암아 천상에 나게 되어 곧 세 가지를 생각하였다.
첫째는 나는 본래 어떤 몸이었던가 하는 것이고, 둘째는 본래 어떤 복덕을 닦았는가 하는
것이고, 셋째는 현재 이 몸은 틀림없이 하늘몸이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본래의 인연과 왕의 맹세를 자세히 알고, 그 맹세를 위하여 왕에게로
내려갔다.
그 때 광명이 왕궁에 두루 찼다. 왕은 물었다.
“지금 이 상서로운 광명은 누구인가? 바로 알려라.”
그러자 하늘은 대답하였다.
“나는 왕의 부인 유상(有相)입니다.”
왕은 그 말을 듣고 말하였다.
“여기 와 앉아라.”
부인은 대답하였다.
“지금 나는 왕의 그 더러움을 보고 가까이할 수가 없습니다. 나는 이전에 맹세가 있었기
때문에 와서 뵙는 것입니다.”
왕은 그 말을 듣고 마음이 곧 열리어 이렇게 말하였다.
“지금 저 하늘은 본래 내 아내다. 착한 마음이 있어 도에 들어가기를 구하여 하루 동안
집을 떠났다가 이내 목숨을 마치고는 그 공덕으로 말미암아 하늘에 나게 되었다. 그 신령스
런 뜻은 높고 멀어 나를 더럽고 천하다 한다. 나는 지금 왜 출가하지 못하는가?
나는 일찍이 하늘 손톱 하나가 염부제에 값한다고 들었다. 하물며 내 한 나라를 탐하고
아낄 것이 무엇인가?”
이렇게 말하고 아들 왕군(王軍)을 세워 왕위를 물려주고는, 집을 떠나 도를 배워 아라한이
되었다.
그 때 왕군왕은 나라를 맡아 다스린 뒤부터 참소하고 간사한 사람을 믿고 나라 일은 돌보
지 않았다. 우타선왕은 아들과 백성들을 가엾이 여겨, 가서 교화하고 권하여 선행을 닦게 하
려 하였다.
그 때 왕군왕은 아버지가 온다는 말을 듣고 한량없이 기뻐하여 길에 나가 맞이하려 하였
다.
그 때 여러 간사한 신하들은 쫓겨날까 두려워하여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은 지금 머리에 하늘관을 쓰시고 사자자리에 앉아 계십니다. 사자자리에는 두 번
앉는 법이 없습니다. 만일 부왕을 맞아 왕위에 도로 앉게 하시면 반드시 왕을 죽일 것입니
다. 그러므로 대왕은 부왕을 해치셔야 합니다.”
그러자 왕군왕은 마음으로 놀라고 걱정하여 더욱 의혹이 생겼다. 그러나 신하들이 쉬지
않고 간하므로, 왕은 드디어 악한 마음을 내어 전타라(?陀羅)를 품꾼으로 사서 그 아버지를
죽이러 보내었다. 전타라는 분부를 받고 부왕에게 나아가 땅에 엎드려 예배하고 아뢰었다.
“저는 옛날부터 부왕의 은혜로운 대우를 받아 조금도 반역할 마음이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 심부름으로 왔는데, 만일 해치지 않으면 반드시 제가 벌을 받을 것입니다.”
부왕은 대답하였다.
“내가 지금 여기 온 것은 너의 왕을 교화하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어찌 내몸을 아껴 너
를 벌 받게 하겠는가?”
부왕은 곧 목을 여나믄 발[十餘丈]이나 빼고는 전타라에게 말하였다.
“네 마음대로 베어라.”
그러나 전타라가 아무리 힘을 다해 베어도 칼이 들어가지 않았다.
부왕은 그를 가엾이 여겨 신력(神力)을 빌려 주고 말하였다.
“너는 지금 나를 위해 네 왕에게 가서 말하라. 너는 지금 아버지를 죽이고 또 아라한을
죽였으니, 두 가지 역죄(逆罪)를 지었다. 만일 잘 참회하면 죄가 가볍게 될 것이다.”
그 때 전타라는 이미 분부를 받은지라, 다시 칼을 들어 부왕의 머리를 베어 가지고 그 나
라로 돌아갔다.
왕군왕은 아버지의 머리를 보자 얼굴빛이 변하지 않았으므로 아버지는 도를 얻어 왕위를
탐하지 않았음을 알고는, 후회하는 마음이 생겨 괴로워하고 슬피 울면서 까무러쳤다가 한참
만에야 깨어났다. 그리하여 전타라에게서 부왕이 한 말을 들었다.
전타라는 부왕의 명령을 그 왕에게 아뢰었다.
“너는 아버지를 죽이고 다시 아라한을 해쳤으니 두 가지 역죄를 잘 참회하라.”
왕은 이 말을 듣자 더욱 애가 끓어 이렇게 말하였다.
“지금 우리 부왕은 아라한의 도를 얻었는데 어찌 나라를 탐하겠는가? 그런데 나로 하여
금 아버지를 죽이게 하였구나.”
간사한 신하들은 왕의 해침을 받을까 두려워하여 왕에게 아뢰었다.
“이 세상에 무슨 아라한이 있겠습니까? 왕은 공연한 말을 믿고 스스로 괴로워하시는 것
입니다.”
왕은 대답하였다.
“지금 우리 아버지 머리가 죽은 지 오래지마는 안색이 변하지 않았다. 도를 얻지 않고서
야 어떻게 이럴 수가 있겠는가?
또 우리 아버지 때의 대신이던 바질사(婆?師)·우파질사(優波?師)들도 모두 집을 떠나 아
라한의 도를 얻어 갖가지 신변을 나타내던 일은 우리가 다 본 바이다. 그리고 여기서 열반
하여 그 뼈를 거두어 탑을 만든 것은 지금 현재와 같은데 어떻게 없다고 하겠는가?”
간사한 신하들은 대답하였다.
“세상의 환주술(幻呪術)이나 또 약의 힘으로도 신변을 보일 수 있습니다. 그 두 신하들은
아라한의 유가 아닙니다. 며칠 뒤에는 그 증험을 왕에게 보여 드리겠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그들은 탑에다 두 구멍을 뚫고는, 거기에 고양이 한 마리씩을 넣어 길렀다.
그리고 “질사여, 나오라”고 부르면 고양이가 나와서 고기를 먹고, “도로 들어가라”고 말
하면, 고양이는 도로 구멍으로 들어갔다. 이렇게 가르치자 고양이는 곧 훈련되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은 지금 그 질사들을 보시고 싶습니까? 원컨대 같이 가서 보소서.”
왕은 곧 수레를 명하여 타고 탑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 때 그 신하들은 말하였다.
“질사여, 나오라.”
고양이는 곧 구멍에서 나왔다. 다시 말하였다.
“도로 들어가라.”
그러자 고양이는 곧 구멍으로 들어갔다.
왕은 그것을 보고, 마침내 의혹하는 마음이 성하여져서 모든 것을 뜻대로 맡기고 죄와 복
을 믿지 않았다.
어느 때 왕은 군사를 거느리고 나가 놀다가 돌아오는 길에 어느 고요한 곳에서 단정히 앉
아 선정에 들어 있는 가전연을 보았다. 왕은 문득 나쁜 마음이 생겨 손으로 흙을 쥐어 가전
연에게 뿌리면서 좌우에게 말하였다.
“너희들도 나를 위해 각기 흙을 쥐고 저 가전연에게 뿌려라.”

그리하여 흙무더기가 존자를 덮었다.
삼보를 믿는 어떤 대신이 뒤에서 오다가 이 사실을 보고는 매우 괴로워하여 존자를 위해
그 흙을 헤쳐 주면서 여러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나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거든 이 흙을 헤쳐라.”
그 때 존자는 유리보배 굴 안에 앉아 있었는데, 신령스런 위의는 윤택하고 고와서 흙으로
더러워진 빛이 없었다. 대신은 매우 기뻐하여 땅에 엎드려 그 발에 예배하고 존자에게 아뢰
었다.
“지금 왕은 무도하여 이런 죄악을 짓지마는, 선악에는 반드시 갚음이 있는데 어떻게 재
앙이 없겠습니까?”
존자는 대답하였다.
“지금부터 이레 뒤에는 하늘이 흙을 내려 성 안을 채우고 흙산을 쌓아 왕과 백성들을 모
두 덮어 죽일 것이다.”
대신은 그 말을 듣고 걱정하고 괴로워하면서 왕에게 아뢰고 또 스스로 꾀를 내어 땅속 길
을 만들어 성 밖으로 나갔다.
이레가 되자 하늘에서는 향과 꽃과 보물과 옷을 내려 그 성 안 사람들은 모두 기뻐하였
다. 그러자 간사한 신하들은 왕에게 아뢰었다.
“지금 이 상서는 모두 왕의 덕 때문입니다. 그러나 무지한 사람들이 도리어 비방하여 흙
을 내린다고 말하였는데 이런 보물을 얻었습니다.”
이렇게 속여 흐린 적이 지금까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나쁜 인연을 지은 뒤에 좋은 상서
가 생겼다는 말을 듣고 사람들은 모두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그 때 성의 네 문은 나쁜 인연의 힘으로 쇠빗장이 모두 내려왔기 때문에 사람들은 도망하
거나 숨을 길이 없었다.
그 때 하늘이 곧 흙을 내려 성을 채우고 산을 쌓았다. 그러나 그 대신과 함께 마음을 같
이한 이들은 땅속 길로 나가 존자가 있는 곳으로 가서 아뢰었다.
“생각하면, 하늘에서 흙을 내려 산을 만들어 하루 동안에 이 성을 뒤덮었습니다. 그리하
여 임금과 신하들이 모두 죽었습니다. 전생에 어떤 인연이 있었기에 지금 이런 고통을 같이
받습니까?”
그 때 존자는 대신에게 말하였다.
“자세히 들어라. 너를 위해 말하리라. 먼 옛날 여러 겁 전에 그 나라의 어떤 장자의 딸이
이른 아침에 다락 위를 소제하다가 똥을 쓸어 비구 머리에 떨어뜨렸다. 그러나 그는 참회할
줄도 몰랐는데, 마침 훌륭한 남편을 얻게 되었다.
그래서 여러 여자들은 그 여자에게 물었다.
'너는 무슨 인연으로 그런 좋은 배필을 얻었는가?'
그 여자는 대답하였다.
'다른 일이 없고, 내가 다락을 쓸어 비구 머리에 뿌렸는데, 그 때문에 좋은 남편을 만났
다.'
여러 여자들은 그 말을 듣고 모두 말하였다.
'만일 그 말과 같다면, 우리도 흙을 모아 비구 머리에 뿌려서 그 업의 인연으로 모두 저
런 갚음을 받자.'
이렇게 말하고 공덕천(功德天)과 함께 화씨성(花氏城)으로 향하였다.”
옛날부터 로류성(盧留城)과 저 성은 서로 번갈아 성하고 쇠하였으니, 이 성이 망하면 저
성이 번성하였다. 그로 말미암아 존자들은 화씨성을 향하여 갔다. 호음성(好音聲) 장자는 그
성의 우두머리로서 존자를 공양하였다.
장자는 원래 부자였지마는 존자가 그 집에 이르자 넘치는 재보가 전보다 더 많았다.
존자 가전연은 그 집으로 가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호음성 장자는 무슨 인연으로 음성이 아름다우며 또 큰 부자로서 한량없는 재보가 넘칩
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먼 옛날 어떤 장자가 날마다 사람을 보내어 5백 명의 벽지불을 청해 자기 집에서 공양
하였다.
그 심부름꾼은 늘 개를 데리고 갔었는데, 한 번은 마침 그가 다른 일이 있어 청하러 가지
못하였다. 개는 때를 맞추어 혼자 승방으로 가서 스님들을 향해 짖었다. 그 때 벽지불들은
이렇게 말하였다.
'속세의 일이 많아 주인이 청하기를 잊어버리자, 저 개가 와서 짖어 우리를 부르는 것이
다.'
그들이 서로 이끌고 장자의 집으로 가니, 장자는 매우 기뻐하여 법답게 공양하였다.
그 때의 장자는 바로 내 몸이요, 심부름꾼은 바로 아나율(阿那律)이며, 개는 바로 호음 장
자니라.
그 때문에 호음 장자는 나는 세상마다 음성이 아름답고, 또 재보가 많으니라. 그러므로 지
혜로운 사람은 복밭에 정성껏 공양하여야 하느니라.”

117. 라후라의 인연

 

나는 일찍이 들었다.
부처님께서 처음으로 집을 떠나는 밤에 부처님의 아들 라후라(羅羅)가 비로소 어머니 태
에 들었다.
실달보살(悉達菩薩:부처님)은 6년 동안 고행하여 보리수 밑에서 네 악마를 항복받고 온갖
가림덮개[陰蓋]를 없애고 활연히 깨달아 위없는 도를 이루었다.
그리하여 10력(力)과 4무소외(無所畏)를 두루 갖추고, 18불공법(不共法)을 성취하고, 4변재
(辯才)를 갖추어 모든 길에서 저 언덕에 이르게 되고, 여러 부처의 법을 밝게 알아 모든 성
문과 연각에서 뛰어났다.
처음으로 성도한 밤에 라후라가 태어났다. 온 궁중의 궁녀들은 모두 창피하게 여겨 크게
걱정하고 번민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괴상한 큰 죄악이다. 야수타라(耶輸陀羅)는 옳고 그름을 생각하지 않고 경솔한 짓으로
스스로 삼갈 줄 몰라 우리 온 궁중을 모두 더럽혔다. 실달보살이 집을 떠난 지 이미 오래인
데, 이제 갑자기 아이를 낳았으니, 이것은 큰 치욕이다.”
그 때 전광(電光)이라는 석씨의 여자가 있었는데, 그녀는 바로 야수타라 이모의 딸이다.
그는 화를 내어 가슴을 치면서 야수타라를 꾸짖어 말하였다.
“너는 존장(尊長)의 친족으로서 왜 스스로 업신여기느냐? 실달 태자는 집을 떠나 도를
배운 지 이미 6년이 지났는데 이 아이를 낳았으니, 이것은 도저히 때가 맞지 않는다. 누구를
보았느냐? 너는 부끄럼도 없이 우리 종족을 욕되게 하였다. 종족을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쁜 이름을 면하지 못한다.
실달보살은 큰 공덕이 있고 좋은 이름이 널리 퍼졌는데, 너는 왜 그를 아끼지 않고 이제
욕되게 하느냐?”
그 때 정반왕은 누각 위에 있다가 대지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면서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
는 것을 보고, 보살이 죽었다고 생각하고는, 근심 화살이 가슴을 찔러 심히 괴로워하면서 말
하였다.
'내 아들의 계율 향기는 사방에 가득 찼고, 상호는 장엄하여 연화만(蓮花?)과 같았다. 그
런데 오늘 죽는 날에 그것은 모두 말라 버렸다.
계율의 깊고 든든한 뿌리와 부끄러움의 가지와 잎사귀며, 명예의 향기와 큰 자비의 두터
운 그늘로서, 내 아들은 큰 나무와 같았는데, 이제 죽음의 코끼리에게 짓밟혔구나.
내 아들은, 크기는 금산과 같아서 온갖 보배로 장엄한 금산의 왕으로 상호가 장엄한 그
몸은 이제 무상(無常)의 금강저(金剛杵)에 모두 부서졌구나.
마치 큰 바다에 온갖 보배가 가득 찼을 때 저 마갈어가 바닷물을 휘젓는 것처럼, 내 아들
의 큰 바다도 그와 같아서 죽음의 마갈어의 침노를 받았구나.
보름달이 뭇 별들에게 둘러싸인 것처럼, 내 아들도 그와 같이 한량없는 공덕과 장엄한 상
호가 지금 무상의 라후라에게 먹히었구나.
우리 종족은 대장부에서 로월(盧越)·진정(眞淨) 등 이런 왕이 서로 이어 오늘에 이르렀
는데, 장차 우리 종족이 끊어지지 않겠는가?
특히 내 아들이 전륜성왕이 되거나 혹은 불도를 이루기를 바랐는데, 과연 지금 죽었을까?
만일 내 아들을 잃는다면 나는 반드시 근심 끝에 쇠약하여 목숨을 보전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내 아들이 출가하여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다니면서 감로법(甘露法)을 널리 연설
하기를 바랐었다.
그러나 이제 그런 갖가지 일을 보지 못하게 되었구나.'
그는 아들을 생각하고 이와 같이 갖가지로 근심하였다.
그 때 궁중에서 소리를 높여 크게 우는 소리가 들렸다. 왕은 더욱 놀라고 두려워하면서
태자가 죽었다 생각하고, 앞으로 달려가는 하녀에게 물었다.
“저것은 곡성이냐? 내 아들이 죽지는 않았는가?”
하녀는 아뢰었다.
“태자님은 죽지 않고, 야수타라가 지금 아들을 낳았기 때문에 온 궁중이 창피하다 하여
우는 것입니다.”
왕은 그 말을 듣고 더욱 걱정하고 괴로워하면서 소리내어 울고 부르짖으며 외쳤다.
“괴상한 일이다. 아주 더럽고 욕된 일이다. 내 아들이 집을 떠난 지 이미 6년이 지났는데
이제 아이를 낳다니. 그 때 그 나라 법에는 북을 한 번 치면 모든 군사가 모이고, 9만 9천
석씨들이 모두 모이게 되어 있었다. 그들은 모두 모여 야수타라를 불렀다.
야수타라는 희고 깨끗한 옷을 입고 아이를 품에 앉고 있으면서 전연 놀라거나 두려워함이
없이 친족들 속에 서 있었다.
지팡이를 든 어느 석씨가 안색을 고치고 화를 내어 야수타라를 꾸짖었다.
“이 더러운 것아, 너무도 창피한 일이다. 우리 종족을 욕되게 해 놓고 무슨 낯짝으로 우
리 앞에 섰느냐?”
비뉴천(毘紐天)이라는 석씨가 있었는데 그는 야수타라의 외삼촌이다. 그는 야수타라에게
말하였다
“더럽고 어리석기 너보다 더할 이가 없을 것이다. 외삼촌에게 사실대로 말하라. 너는 어
떤 놈 한테서 그 아이를 얻었느냐?”
그러나 야수타라는 조금도 부끄럼이 없이 정직하게 말하였다.
“집을 떠난 종족 실달에게서 이 아이를 얻었습니다.”
정반왕은 이 말을 듣고 화를 내면서 말하였다.
“그 아이를 생각하지 않고 딴 말을 하는구나. 참이거나 거짓이거나 여러 석씨들은 다 안
다.
내 아들 실달은 본래 집에 있을 때부터 5욕(欲)이 있다는 말을 귀로도 듣지 않았는데, 하
물며 욕심이 있어 아이를 낳았겠느냐? 그 따위 말은 실로 야비하고 무례하다. 누구에게서
아이를 얻어 가지고 우리를 욕되게 하는가? 그것은 진실로 거짓이요 정직한 법이 아니다.
내 아들 실달은 옛날 집에 있을 때 어떤 보물이나 맛난 음식에도 조금도 집착하지 않았
다. 그런데 하물며 지금 고행하면서 하루에 마미(麻米) 하나를 먹고 있을 때이겠느냐?”
그런 비방을 듣고 정반왕은 더욱 화를 내어 여러 석씨들에게 물었다.
“지금 저것을 어떻게 괴롭고 독하게 죽이면 좋을까?”
어떤 석씨는 말하였다.
“내 생각 같아서는 불구덩이를 만들고, 저 모자(母子)를 그 속에 던져 조금도 남는 것이
없게 하였으면 합니다.”
여러 사람도 모두 그것이 가장 좋다 하고, 곧 불구덩이를 파고 그 안에 거타라(?陀羅) 나
무를 쌓아 불을 붙이고는 야수타라를 끌고 그 곁으로 갔다.
야수타라는 그 불구덩이를 보고서야 비로소 놀라고 두려워하였다. 마치 들사슴이 혼자 동
산에 있을 때 아무 데도 의지할 곳이 없는 것처럼, 야수타라는 스스로 꾸짖되, 아무 죄도 없
는데 이런 화를 받는다 하고, 여러 석씨들을 둘러보았으나 아무도 자기를 구원할 이가 없었
다.
그래서 야수타라는 아기를 안고 길이 탄식하고는, 보살을 생각하면서 '당신은 자비가 있
어 일체 중생을 가엾이 여기십니다. 그러므로 모든 하늘과 귀신들도 모두 당신을 공경합니
다.
지금 우리 모자는 복이 엷어 아무 죄도 없이 고통을 받는데, 보살은 왜 생각하지 않으며,
왜 우리 모자를 오늘의 이 액운에서 구하시지 않습니까? 어떤 하늘 선신도 우리를 생각하지
않습니다.
옛날 보살이 여러 석씨들 가운데 계실 때에는 마치 보름달이 뭇 별 가운데 있는 것과 같
았는데, 지금은 다시 볼 수 없습니다' 하고, 곧 부처님 계신 곳을 향하여 일심으로 경례하였
다. 그리고 다시 여러 석씨들에게 절하고는 불을 향해 합장하고 진실한 말을 하였다.
“이 아이는 진실로 남에게서 생긴 것이 아니다. 만 6년 동안 내 태 안에 있은 사실이 진
실이요 거짓이 아니라면 마침내 이 불은 우리 모자를 태워 죽이지 않고 스스로 꺼질 것이
다.”
이렇게 말하고 곧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러자 그 불구덩이는 못으로 변하고 자
기 몸은 연꽃 위에 있음을 보았다.
그녀는 조금도 두려움이 없이 온화하고 즐거운 안색으로 여러 석씨들을 향해 합장하고 말
하였다.
“만일 내 말이 거짓이었더라면 곧 타 죽었을 것입니다. 이 아이는 진실로 보살의 아들입
니다. 나는 진실한 말로 불의 화를 면하였습니다.”
어떤 석씨는 말하였다.
“그 형상을 보면 놀라거나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로 미루어 보아 그것이 진실인 것을 알
수 있다.”
또 어떤 석씨는 말하였다.
“불구덩이가 맑은 못으로 변하였다. 그것을 증험하여 그의 허물이 없음을 알겠다.”
그 때 여러 석씨들은 야수타라를 데리고 궁중으로 돌아가, 더욱 공경하고 찬탄하였다. 그
리고 그녀를 위해 유모를 구하여 아들을 받들어 섬기게 하였는데 처음 낳은 때와 조금도 다
름이 없었다.
할아버지 정반왕은 손자를 매우 사랑하고 소중히 여겨 라후라가 보이지 않으면 밥을 먹지
않았다. 그리고 보살 생각이 날 때에는 라후라를 안고 그 시름을 잊었다.
간략히 이 사실을 말하면, 6년이 지난 뒤에 정반왕은 부처님을 간절히 사모하여 사람을
보내어 부처님을 청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가엾이 여겨 본국으로 돌아가셨다. 석씨 궁전에 이
르시자 부처님께서는 1천 2백50 비구로 변하셨다. 그들은 모두 부처님 몸과 같았고, 빛나는
모양도 다름이 없었다.
야수타라는 라후라에게 말하였다.
“어느 분이 너의 아버지시냐? 그 곁으로 가라.”
그 때 라후라는 부처님께 나아가 예배하고, 부처님의 왼쪽 발 곁에 섰다. 부처님께서는 곧
한량이 없는 겁 동안 닦은 공덕으로 된, 바퀴 모양이 있는 손으로 라후라의 정수리를 어루
만지셨다.
그 때 여러 석씨들은 모두 이렇게 생각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지금도 사사로이 사랑하는 마음이 있구나.”
부처님께서는 여러 석씨들의 마음 속 생각을 아시고,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나는 왕의 권속이나
또 낳은 아들을
치우치게 사랑하는 마음이 없고
다만 손으로 정수리를 만졌다.
나는 갖가지 번뇌 다하여
사랑과 미움이 아주 다 없어졌다.
너희들은 의심을 가지지 말라.

아들에 대하여 망설이고 있다고.
이 애도 장차 집을 떠나게 하여
거듭 나의 법 아들로 만들 것이니
그의 공덕을 간단히 말하면
이 애는 집을 떠나 참도를 배워
반드시 아라한을 이룰 것이다.

118. 늙은 바라문이 아첨과 거짓을 물은 인연


모든 교활과 거짓과 간사와 홀림은 그 겉모양은 곧은 듯하지마는 속에는 간악과 속임을
품고 있다. 그러므로 지혜로운 사람은 참과 거짓을 잘 분별하여야 하느니라.
옛날 어떤 바라문이 나이 늙어 젊은 아내를 맞이하였다. 아내는 남편이 늙은 것을 꺼리어
쉬지 않고 딴 남자와 정을 통하였다. 음욕에 맛을 붙여 남편을 속이고 연회를 베풀어 젊은
바라문들을 청하였다. 그러나 남편은 아내의 간음하는 버릇을 알기 때문에 연회를 계속하는
것을 즐겨하지 않았다. 아내는 갖가지 꾀를 써서 남편을 호리었다.
늙은 바라문의 전처 아들이 불 속에 떨어졌다. 그 때 젊은 아내는 눈으로 보고도 아이를
붙들지 않고 떨어지게 하였다.
바라문은 말하였다.
“아이가 지금 불에 떨어지는데 왜 붙들지 않았는가?”
아내는 대답하였다.
“나는 젊어서부터 나의 남편만 가까이하고, 일찍이 다른 남자를 붙든 일이 없었는데, 어
떻게 갑자기 이 사내아이를 붙들라고 하십니까?”
바라문은 그 말을 듣고 그렇겠다 생각하고, 아내를 믿는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그 집에 큰
연회를 열고 바라문들을 모았다. 그러자 아내는 여러 사람들과 정을 통하였다.
바라문은 이 사실을 알자 분하고 원통하여 보물을 모아 옷에 싸 가지고는 아내를 버리고
집을 떠났다.
집을 떠나 멀리 가는 도중에 어떤 바라문을 만나 동행하게 되었다. 해가 저물어 어느 집
에서 같이 자고, 이튿날 아침에 다시 길을 떠났다.
주인 집을 떠나 차츰 길이 멀어지려 할 때에 그 바라문은 늙은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어제 밤 자던 집에서 풀잎 하나가 내 옷에 붙어 왔습니다. 나는 젊을 때부터 남의 물건
을 침노하지 않았는데, 지금 이 잎이 내게 붙어 왔으니, 나는 매우 부끄럽습니다. 이것을 그
주인에게 돌려주고 오겠습니다. 당신은 여기서 기다리십시오.”
늙은 바라문은 이 말을 듣고, 그를 깊이 믿어 더욱 사랑하고 존경하면서 기다리기를 승낙
하였다.
그 바라문은 거짓으로 그 풀잎을 주인에게 돌려주려고 떠났다. 얼마 가지 않아 어떤 산골
짜기에 들어가 드러누웠다가 한참만에 돌아와 말하였다.
“그 풀잎을 주인에게 돌려주었습니다.”
늙은 바라문은 그렇게 믿고 더욱 사랑하고 존경하였다.
늙은 바라문은 마침내 대소변이 보고 싶었다. 대소변을 보고 그것을 씻으려고, 보물을 그
에게 맡겼다. 그는 그 보물을 가지고 곧 달아났다. 늙은 바라문은 자기 보물을 도둑맞은 것
을 보고, 그 사람을 원망하고 탄식하였다. 그리고 스스로 슬퍼하고 근심하고 고민하면서 다
시 길을 떠났다.
조금 가다가 어떤 나무 밑에 쉬고 있을 때, 황새 한 마리가 입에 풀을 물고 여러 새들에
게 말하는 것을 보았다.
“우리는 서로 가엾이 여기면서 한 곳에 모여 같이 살자.”
여러 새들은 그 말을 믿고 모두 모여 왔다.
그 때 황새는 여러 새들이 모두 밖에 나간 틈을 엿보아 그들의 둥우리로 가서 알을 쪼아
즙을 마시고 그 새끼들을 잡아먹었다. 그리고는 새들이 올 때가 되자 다시 풀을 물고 있었
다.
새들이 돌아와 그 사실을 보고 모두 그를 꾸짖었으나 황새는 버티며 말하였다.
“나는 그러지 않았다.”
그 때 여러 새들은 그것이 거짓임을 알고, 모두 그를 버리고 떠났다.
그 나무 밑에서 조금 있다가 집을 떠난 어떤 외도를 만났다. 누더기 옷을 입고 조용하고
천천히 걸으면서 말하였다.
“가거라 가거라, 중생들아.”
바라문은 물었다.
“왜 나란히 걸어가면서 입으로 가거라 가거라고 외치는가?”
외도는 대답하였다.
“나는 집을 떠난 사람으로서 일체 중생을 가엾이 여기기 때문에 저 개미 따위를 해칠까
두려워하여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자 늙은 바라문은 그 외도가 입으로 그렇게 하는 말을 듣고, 돈독히 믿는 마음이 생
겨 그를 따라 그 집으로 갔다. 날이 저물어 그는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나는 고요히 내 마음을 닦아야겠습니다. 당신은 딴 방에 가서 누워 주무십시오.”
그 때 바라문은 도를 닦는다는 말을 듣고 마음으로 매우 기뻐하였다.
그러나 밤중이 지나자 풍류를 잡히어 노래하고 춤추는 소리만이 들렸다. 바라문은 곧 나
가 보아 그것이 집을 떠난 외도의 방임을 알았고, 땅 밑에서 여자가 나와 그와 정을 통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여자가 춤을 추면 그 외도는 거문고를 타고 외도가 춤을 추면 그 여자
가 거문고를 탔다.
바라문은 이것을 보고 스스로 생각하였다.
'천하 만물은 사람이나 짐승이나 할 것 없이 하나도 믿을 것이 없구나.'
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남의 남자를 붙들지 않기
그 주인에게 풀잎을 돌려주기
황새가 거짓으로 풀을 머금기
외도가 벌레 다칠까 두려워하기

이러한 모든 아첨하고 거짓된 말
그것들 아무 것도 믿을 것 없네.

그 때 나라 안에 집이 아주 부자인 한 장자가 있어 진귀한 보물이 많았다. 그런데 어느
날 밤에 재물들을 많이 잃어버렸다.
그 때 왕은 이런 사실을 듣고 장자에게 물었다.
“누가 와서 가져가 잃어버리게 되었는가?”
장자는 아뢰었다.
“처음에는 간악하고 난잡함이 없이 함께 왕래했습니다. 그런데 어떤 한 바라문이 오랫동
안 함께 출입했는데 몸을 청결하게 하여 세상의 물건들을 범하지 않고 풀 잎사귀로 옷을 만
들어 입고는 오히려 주인에게 돌려주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다시 이상한 사람이 없었습니
다.”
왕은 이 말을 듣고 바라문을 잡고 물었다.
그 때 장자가 왕에게 가서 아뢰었다.
“저 사람의 정결한 행실은 세상에 비길 데가 없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하루 아침에 구
속하려 합니까? 차라리 재물을 잃어버려도 좋으니, 놓아 주었으면 합니다.”
왕은 대답하였다.
“나는 예전에 이와 같은 비유를 들은 적이 있으니, 밖으로는 거짓으로 청정한 듯하지만
안으로는 간악함을 품은 것이라 했다. 너는 근심하지 말고 내가 사실을 조사하는 대로 따라
라.”
이렇게 말하고, 즉시 조사하여 추궁하니, 변명할 말이 궁하고 이치상 막히자 사실대로 엎
드려 자수하였다.
그러므로 지혜로운 자는 거울처럼 세상에 처하여 진실과 거짓을 잘 분별하여 세상을 인도
하는 스승이 되어야 하느니라.

119. 바라문의 아내가 시어머니를 죽이려 한 인연

 

옛날 어떤 바라문이 있었다. 그의 아내는 한창 젊어 얼굴은 곱고 아름다우며, 정욕은 깊고
무거워 그 뜻은 음탕한 데만 있었다. 그러나 시어머니가 있기 때문에 마음대로 하지 못하였
다.
그래서 가만히 간악한 꾀를 내어 시어머니를 해치려 하였다. 거짓으로 효양하여 남편의
마음을 미혹시키면서 아침 저녁으로 정성껏 이바지하여 조금도 모자람이 없었다.
남편은 기뻐하여 아내에게 말하였다.
“당신이 지금 어머니를 공양하는 것은 효도하는 며느리가 할 일이오. 우리 어머니가 늘
그막에 의지할 곳은 당신 힘뿐이오.”
아내는 대답하였다.
“지금 제가 이 세상에서 받드는 공양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만일 하늘의 공양을 받는
다면 제 소원은 만족할 것입니다. 혹 하늘에 날 어떤 묘한 법이 없습니까?”
남편은 대답하였다.
“바라문 법에 바위에서 떨어지거나 불 속으로 들어가거나 다섯 가지 뜨거움으로 몸을 지
지는 등 이런 일을 행하면 곧 천상에 난다고 하였소.”
아내는 말하였다.
“만일 그런 법이 있다면 시어머님은 하늘에 나서 자연의 공양을 받으실 일이지 무엇하러
애써서 세상 공양을 받겠습니까?”
이렇게 말하자 남편은 그 말을 믿고, 곧 들밭에 큰 불구덩이를 파고는 나무섶을 많이 쌓
아 아주 사납게 불을 붙였다. 그리고 그 위에 큰 연회를 베풀고 늙은 어머니를 모시고는 친
족들을 불러 모았다. 바라문들은 모두 거기 모여 음악과 노래로 종일토록 즐겼다.
손님들은 모두 흩어지고 어머니만 혼자 남았다. 부부는 어머니를 데리고 불구덩이 있는
곳으로 가서 어머니를 불구덩에 밀어 넣고는 돌아보지도 않고
달아났다.
그 때 그 불구덩이 안에 마침 조그만 발판이 있었다. 어머니는 그 발판 위에 걸려 마침내
불에는 떨어지지 않았다.
어머니는 곧 그 구덩이에서 나왔다. 날이 이미 어두웠으므로 올 때의 자취를 더듬어 집으
로 향하였다. 숲 속을 지나게 되었는데, 사방이 깜깜하였다. 호랑이와 나찰 귀신들이 두려워
노모는 낮은 나무를 더위잡고 올라가 그 두려움을 피하고 있었다.
그 때 마침 도적들이 많은 재보를 훔쳐 와서 떼를 지어 그 나무 밑에서 쉬고 있었다. 그
는 겁이 나서 꼼짝도 않고 있다가, 나오는 기침을 누를 수 없어 그만 나무 위에서 기침을
하였다.
도적들은 그 기침 소리를 듣자 저것은 악귀라 생각하고, 그 재보를 버린 채 모두 흩어져
달아났다.
새벽녘이 되어 노모는 아무 두려움 없이 태연히 나무에서 내려왔다. 거기서 그 보물들을
가지어 향기로운 영락과 온갖 구슬과 금팔찌와 귀고리 등 여러 가지 진귀한 물건을 가득 지
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들 부부는 어머니를 보고 깜짝 놀라면서 저것은 기시귀(起尸鬼)라 생각하고 감히 가까
이 가지 못하였다.
어머니는 그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죽어 하늘에 나서 이런 재보를 많이 얻었다.”
그리고 그 며느리에게 말하였다.
“이 향기로운 영락과 구슬·금팔찌·귀고리 등은 네 부모와 고모부·이모부·자매들이
가지고 와서 너에게 준 것이다. 나는 늙고 약하기 때문에 많이 가지고 오지 못하였다. 그리
고 '너에게 말하여 오게 하면 얼마든지 주리라'라고 하였다.”
며느리는 이 말을 듣고 못내 기뻐하면서 시어머니가 한 법처럼 불구덩이에 몸을 던지고자
하여 그 남편에게 아뢰었다.
“늙으신 시어머님은 불구덩이에 몸을 던졌기 때문에 이런 재보를 얻었습니다. 그러나 힘
이 약하여 많이 지고 오지 못하였다니 내가 가면 반드시 많이 얻어 올 수 있을 것입니다.”
남편은 그 말대로 불구덩이를 만들었다. 아내는 거기에 몸을 던져 몸이 타서 아주 죽고
말았다.
그 때 여러 하늘들은 게송으로 말하였다.

대개 사람은 높은 이에게
부디 나쁜 생각 내지 말지니
며느리가 시어머니 해치려다가
도리어 제 몸 태워 죽는 것 같으리.

120. 까마귀가 올빼미의 원수를 갚은 인연

 

옛날에 까마귀와 올빼미가 있었는데 그들은 서로 미워하는 원수 사이였다.
까마귀는, 올빼미가 보지 못하는 것을 알고 낮을 기다려 올빼미 떼를 밟아 죽여 그 고기
를 먹었고, 올빼미는 밤이 되면 까마귀의 눈이 어두움을 알고 까마귀 떼를 쪼아 창자를 내
어 먹었다.
이렇게 낮과 밤을 두려워하면서 그칠 새가 없었다.
그 때 까마귀 떼 가운데 한 지혜로운 까마귀가 여러 까마귀들에게 말하였다.
“서로 원망하고 미워하면 구제할 길이 없고, 끝끝내 서로 죽이면 양쪽이 다 보전할 수
없다.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저 올빼미들을 아주 없애 버려야 우리는 즐거이 살 수 있다. 만
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마침내 우리가 패하게 될 것이다.”
까마귀들은 말하였다.
“네 말과 같다. 어떤 방편을 써야 저 올빼미들을 모두 죽일 수 있겠는가?”
지혜로운 까마귀는 말하였다.
“네 말과 같다. 어떤 방편을 써야 저 올빼미들을 모두 죽일 수 있겠는가?”
지혜로운 까마귀가 말하였다.
모두 그 말대로 하였다. 지혜로운 까마귀는 가엾은 꼴을 하고, 올빼미들이 사는 굴 밖에
가서 슬피 울었다. 올빼미는 그 소리를 듣고 나와 말하였다.
“너는 지금 왜 머리가 부서지고 털이 빠진 채로 여기 와서 슬피 울면서 괴로워하는가,
무슨 할 말이 있는가?”
까마귀가 말하였다.
“여러 까마귀들이 나를 미워하기 때문에 나는 살 수가 없다. 그래서 여기 와서 몸을 던
져 저 원수들을 피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 때 올빼미는 가엾게 여겨 그를 기르려고 하였다. 그러자 여러 올빼미들은 말하였다.
“그는 우리 원수다. 가까이 할 수 없다. 무엇 때문에 원수를 기르려고 하는가?”
그러자 올빼미가 말하였다.
“그는 지금 매우 곤고하여 우리에게 와서 몸을 의지하려 한다. 그 고단한 신세를 어떻게
하겠는가?”
드디어 그를 기르면서 남는 고기를 주어 먹였다.
얼마 지나 까마귀는 털이 회복되었다. 까마귀는 거짓으로 기뻐하면서 가만히 꾀를 내었다.
마른 나뭇가지와 풀을 물고 와서 올빼미 굴에 쌓으면서 무슨 은혜를 갚는 체하였다.
그러자 올빼미는 물었다.
“무엇하러 그러는가?”
까마귀는 대답하였다.
“이 굴 속은 순전히 찬 돌뿐이다. 그러므로 이것으로써 추운 바람을 막으려는 것이다.”
올빼미는 그러려니 생각하고 잠자코 있었다. 그래서 까마귀는 굴을 지키면서 거짓으로 심
부름꾼이 되었다.
그 때 마침 심한 눈이 내려 추위가 대단하였다. 올빼미들은 모두 굴 속으로 모여들었다.
까마귀는 그 기회를 만나 기뻐하면서 소치는 사람의 불을 몰고 와서 굴 속에 불을 질렀다.
그래서 올빼미들은 한꺼번에 모두 타 죽고 말았다.
그 때 여러 하늘들은 게송으로 말하였다.

혐의가 있는 사이에서는
그를 너무 믿지 말라.
까마귀가 거짓으로 착한 체하여
올빼미들을 태워 죽인 것 같으리.

121. 여종이 염소와 싸운 인연

 

옛날 어떤 여종이 있었다.
그는 성질이 얌전하고 청렴하여 항상 주인을 위하여 보리와 콩을 관리하였다.
그 때 그 집에 있는 숫양이 빈 틈을 엿보아 보리와 콩을 먹어 한말 쯤이나 축을 내었다.
그래서 주인에게 꾸중을 들었다.
그는 주인이 자기를 믿지 않는 것은 모두 저 양이 먹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였다. 그 때
문에 그는 양을 미워하여 막대기로 양을 쳤다. 그러면 양도 성을 내어 그 여종을 들이받았
다. 이렇게 하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어느 날 여종은 빈 손에 불을 가지고 있었다. 양은 그 손에 막대기가 없는 것을 보고, 곧
쫓아와 여종을 들이받았다. 여종은 황급하여 가졌던 불을 양 잔등에 던졌다. 양은 뜨거움을
못 견뎌 사방으로 뛰어다녔다. 그래서 그 불은 마을 사람들을 태우고 또 산과 들에까지 번
져 갔다.
그 때 그 산에는 5백 마리 원숭이가 있었는데, 불어오는 불길을 피할 수가 없어 한꺼번에
타 죽고 말았다.
여러 하늘들은 그것을 보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성내어 서로 싸우는
그 사이에는 머물지 말라.
숫양과 여종이 싸우는 바람에
마을 사람들과 원숭이가 죽었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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