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보우 [태고록 上] 서문
출처 | 수집자료,조계종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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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 독송용-한글 |
태고록
上
서 문
태고의 문도들이 그 스승의 어록을 출판하려고 나[韓山 李穡]에게 서문을 청하였다. 그러나 스님의 행장은 내가 이미 그 비명에 썼고, 스님의 법문은 여러 납자들에게 흩어져 있던 것을 모아 이제 한 책을 만들었으니 새삼 무슨 군소리를 하겠는가.
이 책을 읽는 사람은 알겠지마는, 스님은 석옥(石屋 : 1272~1352)스님의 법제자로 임제(臨濟)의 18대 손이다. 연경(燕京)에서 처음 법을 여니[開堂] 그 명성은 천자를 움직였고, 선조(先朝 : 공민왕)의 스승이 되니 그 덕은 나라 사람들에게 입혀졌다. 30여 년 동안 조용히 사람들을 가르쳐 인도한 일은 진정 붓으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 도(道)란 하늘과 땅을 덮고 형상과 이름을 넘어선 것인데, 거기에 무슨 문자나 언어가 있겠는가. 지금 아무리 이 책을 출판한다 하지마는 다 고인(古人)의 말찌꺼기인 것이다.
그러나 제자들로서는 차마 스승의 몸이 죽음에 따라 그 언행까지 다 없어지게 할 수는 없어서 그가 끼친 교화가 후세까지 끊어지지 않게 하려는 것뿐이다. 아아, 제자로서 스승에 대해 이렇지 않아서야 되겠는가.
왕사(王師)인 고저공(古樗公)과 광명사(廣明寺)의 굉철봉(宏哲峯) 등은 태고 문도의 우두머리이고, 지금 그 두 스님의 뜻을 내게 전해 서문을 청하는 이는 그 문도 문진(文軫)이다.
홍무(洪武) 18년(1385) 을축 7월 어느 날, 추충보절 동덕찬화공신 삼중대광 한산부원군 영예문춘추관사 이색(推忠保節同德贊化功臣三重大匡韓山府院君領藝文春秋舘事李穡)이 서문을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