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집 15. 하운사에 대한 답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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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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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아라마제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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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答 夏 運 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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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1
示諭호대 道契則 霄壤이 共處요 趣異則 覿面楚越이라하니 誠哉라 是言이여. 卽此乃 不傳之妙라 左右發意하야 欲作妙喜書할새 未操觚拂紙에 已兩手分付了也라. 又何待堅忍究竟하야 以俟佗日耶리요? 遮箇道理는 唯證者라사 方黙黙相契요 難與俗子言이니라.
15-02
延平은 乃閩嶺佳處라 左右- 能自調伏하야 不爲逆順關捩子의 所轉하니 便是大解脫人이로다. 此人은 能轉一切關捩子하야 日用活鱍鱍地라 拘牽惹絆佗不得이니라. 苟若直下에 便恁麽承當하면 自然 無一毫毛나 於我作障이니라.
15-03
古德이 有言호대 “佛說一切法은 爲度一切心이어니와 我 無一切心커니 何用一切法리요?”하며, 又懶融이 云호대 “恰恰用心時에 恰恰無心用이니 曲談은 名相勞요 直說은 無繁重이라. 無心恰恰用호대 常用恰恰無니 今說無心處- 不與有心殊라.”하니 非特懶融이 如是라, 妙喜與左右도 亦在其中이니, 其中事는 難拈出似人이라, 前所謂 黙黙相契- 是也니라.
15. 하운사에 대한 답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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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1
말씀하신 것을 보니, 도에 계합하면 하늘과 땅도 같이 머물고, 뜻이 다르면 얼굴을 마주해도 초나라와 월나라만큼 떨어져있다 하셨는데, 참으로 그러하니 옳은 말씀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전하지 못한 묘함입니다.
그대가 마음을 내어 나에게(묘희, 대혜스님 호) 서신을 쓰고자 하시니, 붓을 잡고 종이를 펼치기도 전에 이미 양손으로 분부해 마쳤습니다. 또 어찌 굳건히 구경까지 참아내면서까지 다른 날을 기다리십니까? 이러한 도리는 오직 증득한 이라야 비로소 묵묵히 서로 계합하는 것이요, 속인들과는 말하기 어렵습니다.
15-02
연평(허운사가 사는 지역)은 민령지방의 아름다운 곳인데다가, 그대가(左右) 능히 스스로를 조복할 수 있어, 역순경계의 문빗장에 갇히지 않으니, 곧 이는 대해탈인입니다. 이 사람, 당신은 능히 일체의 문빗장을 수 있으니, 일상생활에서 활발발한 경지라서 그 어떠한 것이라도 [그대를] 잡아 당기거나 끌어 맬 수가 없습니다. 진실로 만일 그 자리에서 곧 이렇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자신에게 장애되던 것들은 자연히 한 터럭 끝만큼도 없을 것입니다.
15-03
고덕이 말씀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 일체법을 설하심은 일체 마음을 제도하기 위함이라. 나에게는 일체 마음이 없으니 어떻게 일체법이 작용하겠는가?”
또한 우두법융 선사가(나융) 말했습니다.
“흡흡하게 [경계에 따라] 알맞게 마음을 쓸 때에, 무심으로 쓰게되니, 완곡한 이야기는 이름이 서로 번거롭고, 직설적인 이야기는 번거로운 중복이 없습니다. 무심하게 알맞게 쓰되, 항상 쓰면서도 알맞음조차 없으니, 지금 무심을 말한 곳이 유심과도 다르지 않다.”고 하였습니다.
비단 우두법융 선사만 이같을 뿐만아니라, 나(묘희)와 그대(좌우)도 또한 그 가운데 있으니, 그중 일은 잡아내어서 사람들에게 보이기도 어렵습니다. 앞에서 말한바, 묵묵히 서로 계합한다 함이 이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