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 19. 조대제 도부에게 답하다

 答 趙 待 制 道夫

 

01
示諭를 一一備悉호라 佛言有心者는 皆得作佛이라하니 此心은 非世間塵勞妄想心이라 謂發無上大菩提心이니 若有是心하면 無不成佛者리라. 士大夫學道호대 多自作障難은 爲無決定信故也라. 佛이 又言하사대 信爲道元 功德母라 長養一切諸善法하며 斷除疑網出愛流하야 開示 涅槃無上道라하며, 又云하사대 信能增長智功德하며 信能必到如來地라하시니 

 

02
示諭에 鈍根이 未能悟徹인댄 且種佛種子於心田이라하니 此語雖淺近이나 然이나 亦深遠하니 但辦肯心하라 必不相賺이니라. 今時學道之士가 往往에 緩處는 却急하고 急處는 却放緩하나니, 龐公이 云호대 “一朝에 蛇入布裩襠하면 試問宗師 甚삼時節고?’하니 昨日事도 今日에 尙有記不得者온 況隔陰事를 豈容無忘失耶아 ”

 

03
決欲今生에 打敎徹인댄 不疑佛不疑祖하며 不疑生不疑死하고 須有決定信하며 具決定志하야 念念에 如救頭燃이니, 如此做將去하야 打未徹時라사 方始可說根鈍耳니라. 
若當下에 便自謂호대 我는 根鈍하야 不能今生에 打得徹이라 且種佛種結緣이라하면 乃是不行欲到라 無有是處니라. 

 

04
某每爲信此道者하야 說漸覺得日用二六時中에 省생力處-便是學佛得力處也라하노니, 自家 得力處는 他人이 知不得하며 亦拈出 與人看不得이니, 盧行者-謂道明上座曰 “汝若返照 自己本來面目하면 密意-盡在汝邊이라”하니 是也라. 密意者는 便是 日用得力處也며 得力處는 便是省(생)力處也라. 

 

05
世間塵勞事는 拈一放一이라 無窮無盡커늘 四威儀內에 未嘗相捨는, 爲無始時來에 與之結得緣深故也요, 般若智慧는 無始時來에 與之結得緣淺故也라. 乍聞智識의 說着저하고 覺得一似難會하나니, 若是無始時來에 塵勞緣이 淺하고 般若緣이 深者인댄 有甚難會處리요. 

 

06
但深處는 放敎淺하고 淺處는 放敎深하며 生處는 放敎熟하고 熟處는 放敎生이어다. 纔자覺思量塵勞事時에 不用着力排遣하고 只就思量處하야 輕輕撥轉話頭하면 省생無限力하고 亦得無限力하리니, 請公은 只如此崖將去하고 莫存心等悟하면 忽地自悟去하리라. 

 

07
參政公이 想日日相會리니 除圍碁外에 還曾與說着遮般事否아. 若只圍碁코 不曾說着遮般事인댄 只就黑白未分處하야 掀了盤撒了子하고, 却問他호대 “索取那一着고?”하야 若索不得인댄 是眞箇鈍根漢이리라 姑置是事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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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대제 도부에게 답하다

 

 

01
일러주신 말씀 하나하나 모두 다 보았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마음있는 이는 모두 성불할 수 있느니라.”고 말씀하셨는데, 여기서 마음이란 세간의 번뇌망상의 마음이 아니라 위없는 대보리심을 내는 마음을 말합니다. 만약 이 마음 가지고 있으면 성불하지 못할 사람이 없습니다. 도를 배우는 사대부들은 다분히 스스로 장애와 어려움을 만들어서 결정적인 믿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또한 “믿음은 도의 근원이요 공덕의 어머니라. 일체 모든 선법을 길러내고 의심의 그물을 끊어 없애 애착의 물결에서 벗어나게 하니, 열반의 위없는 도를 열어 보이느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믿음은 능히 지혜의 공덕을 증장케하고, 믿음은 기필코 여래의 경지에 이르게 하느니라.”고 이르셨습니다.

 

02
일러주신 말씀에 “둔한 근기라서 아직 깨달아 통하지 못하여 우선 마음밭에 불종자를 심는다”고 했는데, 그 말씀이 쉽고 가까운 방법이라도 그러나 이 역시 매우 요원하니, 그저 긍정적인 마음으로 흐르도록 힘쓰면, 반드시 서로 속이지 못할 것입니다. 요즘 도를 배우는 선비들이 왕왕 느슨한 곳에서는 도리어 급하고 급한 곳에서는 도리어 느슨하게 풀어집니다. 
방거사가 이르되 “하루 아침에 뱀이 벌어진 곤당바지로 들어오듯 죽음은 갑자기 찾아오기에 종사 스님께 무슨 시절입니까?” 하고 시험삼아 여쭈었습니다. 
“어제 일을 오늘 기억해내도 빠뜨린 것이 있을 것인데, 하물며 태어나기 이전의 전생사는 어찌 잊지 않겠습니까?” 

 

03
금생에 통철하고자 결단하였으면, 부처님을 의심하지 말고, 조사 스님도 의심하지 마십시오. 태어남도 의심하지 말고, 죽음도 의심하지 말며, 결정적인 믿음과 결정적인 의지를 가지고 생각생각 머리에 붙은 불 끄듯이 해야합니다. 이와 같이 공부해나가면서 통철하지 못했을 때라야 비로소 근기가 둔하다 말할 수 있을 뿐입니다. 
만약 지금 당장부터 나는 근기가 둔해서 금생에는 확철히 깨달을 수 없으니, 일단 인연을 맺는 불종자를 뿌리려 한다고 말한다면, 이것은 걷지도 않고 도착하려는 것이니 그렇게 자처하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04
저는 매번 이렇게 도를 믿는 사람들을 위하여서 점차 깨달아가는 일상생활 12시진 가운데에서의 생력처야말로 바로 부처를 배워 힘을 얻는 곳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힘을 얻는 곳을 다른 사람이 알 수가 없으며, 또한 끄집어내어 남에게 보여줄 수도 없습니다. 노행자였던 육조대사께서 도명 상좌에게 말씀하셨던 “너가 만약 자기의 본래면목을 돌이켜 실핀다면 깊은 뜻이 모두가 네 곁에 있을 것이다”라는 말씀이 바로 그것입니다. 깊은 뜻이란 바로 일상생활이 힘을 얻는 곳이라는 것이며, 힘을 얻는 득력처가 바로 힘을 더는 곳입니다.

 

05
세간의 번뇌망상의 일들이란 하나를 잡아 하나를 놓아버리는 것에서 무궁무진한데, 행주좌와의 사위의 내에 언제 어디서나 일찍이 놓지 못한 것은 무시이래로 번뇌와 맺은 인연이 깊기 때문이며, 무시이래로 반야지혜와는 맺은 인연이 얕기 때문입니다.
간혹 선지식께서 설하여 드러내신 것을 듣고는 하나같이 아는것이 어려움을 깨닫기도 합니다. 만약 무시이래로 번뇌와의 인연이 얕고 반야지혜와 인연이 깊다면 알기 어려울 데가 있겠습니까? 

 

06
그저 깊은 곳은 얕게 하고 얕은 곳은 깊게하며, 생소한 곳은 익숙하게 하고 익숙한 곳은 서투르게 하십시오, 설령 번잡한 일들을 생각한다는 것을 자각할때에도 힘을 더해 밀어 보내지도 말고, 그저 사량하는 곳을 따라서 화두를 더욱 챙기기를 가볍게하면, 무한한 힘을 덜고도 무한한 힘을 얻을 것입니다. 
공께서는 그저 이같음에 이르러서는 한눈팔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마음이 기울어져 깨달음을 기다리지 않으면, 홀연 절로 깨닫게 될 것입니다.

 

07
참정공과는 날마다 서로 만날 것으로 생각됩니다. 바둑을 두는 일을 제외하고 혹시 이러한 본분사에 대해서 더 말하지는 않았습니까? 그저 바둑만 두고 이이런 본분사를 말하지 않았다면, 흑백으로 나뉘기 이전의 자리에서 반상을 엎고 바둑돌을 낱낱이 흩어 놓으심시오.
자 이제, 그에게 물어보십시오. 
“한 수를 어떻게 놓을 곳은 찾았습니까?”
만약 찾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근기가 둔한 사람일 것이니, 이일을 잠시 내버려 두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