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11. 짜푸레빠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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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11. 짜푸레빠를 만나다

미라래빠는 ‘비단동굴’을 떠나 륀푸의 ‘빛의 동굴’로 가서 한동안 머물렀다. 어느날 젊은이 몇 명이 찾아와서 스승께 여쭈었다.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지난날의 원수를 많이 죽이고도 지금은 동굴에서 이렇게 진리의 길에 들어서시다니 참으로 놀랍습니다. 하지만 저희들은 선생님의 곁에있을 때는 진리의 길을 가야겠다고 결심하지만 고향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다시 세상사에 얽매이게 됩니다. 저희들은 어떻게 수행하면 좋겠습니까?”
미라래빠는 대답하였다.
“만약 그대들이 태어나고 늙고 병들어 죽는 윤회고(輪廻苦)로 부터 벗어나 참다운 자유를 원한다면 다사분망함을 그치고 항상 마음속에 평화를 지녀야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생의 고통이 금생보다 훨씬 더 크고, 짊어질 짐도 무겁다는 것을 명심하고, 다가올 생을 위해 준비하도록 하라. 자 그럼, 나의 노래를 귀담아 들어보라.”

    중생들은 윤회 세계 방황하며
    태어나서 늙고 병들어 죽는 고통의 바다를
    끝없이 부유(浮遊)하네.
    그대들은 아느냐, 윤회 바다의 고통을!
    괴로운 바다를 건너는 배,
    어찌하여 서둘러 타지 않는가?
    마군과 귀신들, 염라대왕보다
    다가올 생애의 고통이 한층 두렵나니
    생전에 인도해줄 길잡이를
    어찌하여 그대들은 구하지 않는가?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은
    다가올 생애의 고통을 한층 무겁게 하나니
    내생을 편안하게 해줄 신약(神藥)을
    어찌하여 금생(今生)에서 구하지 않는가?

    윤회의 삼계는
    한없이 크고 넓어라.
    생사의 윤회길에 비할 수 없네.
    어찌하여 준비하지 않은가?
    스스로 아무런 보장을 지니지 못했거든
    그대, 진리를 수행해야 옳으리라.

청년들은 다시 스승에게 청하였다.
“선생님께서 가르치는 말씀에 따라 저희들도 진리를 실천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극단적인 고행으로 스스로를 상하게 하는 것은 무의미하지 않습니까?
시주자들과 제자들이 바친 음식도 좀 드시고, 예물도 선생님 자신을 위해서 쓰시도록 하세요. 그리고 방금 들려주신 노래의 뜻을 좀 더 알고 싶습니다. 자세히 설명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미라래빠는 다음과 같은 노래로 응답하였다.

    자격 있는 스승에게 의지하는 것은
    윤회와 열반 세계의 길잡이 되고,
    사심 없이 베푸는 보시는
    깨달음의 길로 인도하네.

    떠오르는 달이 어둠을 밝히듯
    명상체험은 마음을 밝히네.

    진리 위한 재물 보시는
    윤회 바다 건너는 나룻배.

    교조적인 편협성을 떠나 정견(正見)을 지니면
    일관되게 명상을 할 수 있으리.
    그 행동이 불교의 가르침과 일치한다면
    계율은 맑아지고 스승은 기뻐하리라.
    하여 후회없이 죽음에 임하는 과보얻으리.

    친척이니 신도니 제자들이니,
    나에겐 아무 의미 없어라,
    세인(世人)들은 여전히 탐착하련만.

    명성이니 위엄이니 칭송이
    나에겐 아무 의미 없어라,
    물욕(物欲)에 빠진 사람들은 여전히 집착하련만.

    정돈이니 세탁이니 청결 따위가
    나에겐 아무 의미 없어라.
    그 어느 것도 나는 원하지 않나니
    이것들은 그대 젊은이들이 필요로 하는 것.
    열두 가지 집착하는 마음, 나와는 상관없네.
    이 모든 것 수행할 수 있는 자
    많지 않으리라.
    늙은이의 '자랑스런 이야기'를 기억하라!

    진정한 행복을 구한다면
    진리를 실천하라.
    산란한 마음 경계하고 고독 속에 머무르라.
    인내로써 은둔처를 고집하라.
    불타의 경지 갈망하라.
    그리하면 그대의 인내는 자라나리니
    그대 마침내 생로병사 네 악마를 퇴치하리라.

청년들 중에 가장 재능있고 지혜롭고 근면하며 가장 자비로운 자가 미라래빠에게 청하였다.
“스승이시여, 저희들은 이 세상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다음 생이 어떻게 될지 잊고 살아왔습니다. 내생을 위해 살 수있는 준비를 하도록 저희들을 시자(侍者)로 받아주시고, 더 많은 가르침을 주시지 않겠습니까?”
미라래빠는 설하였다.

“온갖 가능성과 기회를 지닌 인간의 몸으로 태어나기란 보석을 얻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다. 또한 인간으로 태어나 진리를 수행하는 기회를 가지는 것은 더욱 귀한 일이다. 그리고 백 명의 스승들 중에서 진정으로 진리를 실천하는 스승을 만나기란 더 한층 힘든 일이다. 참 스승을 만나고 정진에 필요한 환경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대들이 이를 충족시키게 되었으니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진리를 수행하는 데 매진하여라.“

이때 미라래빠는 다음과 같은 노래를 불렀다.

    팔난(八難)을만나면
    해탈은 어렵나니
    온갖 기회 주어진
    인간의 몸 지중하네.

    윤회의 슬픔 깨달아
    열반락(涅槃樂)을 구하기는 어렵네.
    깨달음을 구하는 백 명 가운데 한 명이라도
    좋은 환경 만나기는 어렵네.

    세상 쾌락 버리기 어렵기에
    보석같이 소중한 몸 빛내기는 어렵네.
    경전의 심오한 가르침 체득한
    자애로운 스승을 만나기는 어렵네.

    진리를 바르게 수행하는
    신실한 제자를 만나기는 어렵네.
    방해 없는 고요한 수도처는
    만나기 참으로 어렵네.

    바른 지견, 바른 수행, 바른 교의 지닌
    수행의 도반을 만나기는 어렵네.
    고행을 감내하는
    강건한 몸 지니기란 쉽지 않네.

    이런 조건 갖추고도
    명상 수도 생활에 몰두하긴
    한층 더 어려워라.
    아홉 가지 어려운 조건도
    결심하고 노력하면
    마침내 극복할 수 있으리.

이 충고의 말씀을 듣고 그 젊은이는 큰 신심을 지니게 되어 스승에게 헌신하기 시작했다. 미라래빠는 그를 입문시키고 가르침을 베풀었다. 후에 그는 훌륭한 명상 수행자가 되어 해탈을 성취하였다. 그가 바로 미라래빠의 친밀한 아들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인 짜푸레빠이다.

이 장은 ‘위대한 빛의동굴’에서 미라래빠가 짜푸래빠를 만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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