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10. 소년 래충빠를 만나다

0

[2부] 10. 소년 래충빠를 만나다

미라래빠는 다끼니의 예언에 따라 궁탕 지방으로 향했다. 그 성(城)에 도착해보니, 많은 사람들이 집을 짓느라 분주히 일하고 있었다. 미라래빠가 그들을 향해서 먹을 것을 청하자 그들은 대꾸했다.
“당신도 보다시피 우리는 집을 짓고 있소.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음식을 나눠줄 틈도 없소. 당신은 시간이 남아도는 것 같은데, 집 짓는 일이나 거들어주지 않겠소?”
미라래빠가 그들에게 말했다.
“그렇소, 나에게는 시간이 많소. 나는 이제 ‘집 짓는 일’을 다 마쳤기 때문에 여유가 많은 것이요. 당신들이 음식을 주지 않더라도 나는 세속적인 집을 짓지는 않을 것이오. 나 이미 세속의 집을 떠났소.”
그들은 의아해서 물었다.
“당신은 어떤 집을 지었길래 우리의 일을 그렇게 무시하는 것이오?”
미라래빠는 그들에게 노래로 응답하였다.

   신심은 내 집의 튼튼한 기초요,
   근면은 훤칠한 방이요,
   명상은 견고한 벽돌이며
   지혜는 커다란 주춧돌.
   네 가지 자재 사용하여
   나는 성 같은 집을 지었으니
   영원한 진리의 집은 무너지지 않네.
   세속의 집은 미망 덩어리,
   마귀들의 감옥 같나니
   나는 그 집을 버리고 떠나왔다네.

일꾼들은 모두 깜짝놀라며 물었다.
“당신의노래는 우리에게 큰 깨우침을 줍니다. 하지만 당신에게는 우리가 가진 토지나 재물은 물론이요, 친척이나 친구들, 아내와 자식들은 없지 않소? 우리에게는 이것들이 당신이 말한 것보다 훨씬 더 소중하오. 만약 우리가 소유한 것보다 더 값진 재산을 갖고 있다면 무엇인지 한번 노래해 보시지요?”
미라래빠는 이에 다음과 같이 노래하였다.

    아뢰야식(阿賴耶識)은 비옥한 토지요,
    내적인 가르침은 그곳에 뿌려진 씨앗,
    명상 수행은 싹틔우고 북돋우는 작업이요.
    삼신불(三身佛)은 무르익은 곡식이니
    이는 하늘 농사를 짓는 네 가지 영원한 기둥.
    그대들 세상 농사는 미망의 작업이니
    굶주림의 노예인 양 헐떡임만 있을 뿐,
    나는 미련 없이 떠났네.

    공(空)으로 지어진 멋진 창고와
    먼지 많은 세상 떠난 여의주 보배,
    열 가지 덕을 쌓는 봉사 활동,
    번뇌 없는 지고의 행복,
    이 네 가지 보배야 말로 영원한 하늘의 재산이라네.
    세상의 보배와 재물이야     
    흑마술처럼 그대들을 잘못 이끄는
    덧없는 환영 아닌가.
    나는 미련 없이 떠나네.

    부성(父性)과 모성(母性) 두루 갖추신 붓다(佛寶)는 내 양친이요,
    지순한 진리(法寶)는 내 얼굴이요,
    함께 길 떠나는 수행자들(僧寶)은 내 사촌과 조카요,
    진리의 수호자들은 친구라네.
    이 네 가지는 내 영원한 하늘의 친척들.
    그대들 세상의 친척들은 헐뜯고 속이나니
    난 미련 없이 떠났네.

   지복의 현상은 아버지 같고
   능히 이루어낸 수행의 빛은 지복으로 충만하나니
   이는 나의 배경이라.
   하나 속의 둘은 윤기나는 내 살결이요,
   체험과 직관은 나의 눈부신 의상이니
   이 네 가지는 영원한 하늘의 아내들이네.
   기만과 속임수는 그대의 세속 친구,
   다툼이 끊이지 않는 잠시 잠깐의 벗들이라
   나는 미련 없이 떠났네.

   궁탕의 선남 선녀들이여,
   이 노래 인연되어
   지순한 정토에서
   우리 다시 만나길......!

깊은 신심을 일으킨 그들은 미라래빠에게 예배드리며 공양을 올렸으며 모두들 후에 신실한 제자가 되었다. 그후 미라래빠는 라라(염소언덕) 고을의 위쪽으로 가서 ‘비단동굴’을 발견하고 거기에 머물렀다.

한편 염소 언덕마을에는 일찍이 아버지를 여읜 소년이 어머니와 삼촌과 함께 살고 있었다. 그는 명석하고 착실한 소년이었다. 그는 기억력이 매우 뛰어나서 불경에 나오는 많은 이야기들과 법문을 암송하고 있었다. 그래서 소년은 사람들에게 경전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 대가로 많은 예물을 받으며 지냈다.

어느날 소년은 당나귀를타 고 골짜기 위쪽으로 소떼를 몰고 가다 미라래빠가 명상하는 동굴 근처에 이르렀다. 누군가 부르는 노랫소리에 이끌려 당나귀에서 내려 동굴로 다가간 소년은 미라래빠를 발견하였다.
그 순간 형언할 수 없는 황홀한 기쁨을 느껴 한동안 자리에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소년은 이때 명상의 깊은 상태를 체험하였다.
이 소년이 그후 유명한 레충도제작빠로 알려진 미라래빠의 마음의 아들이다.
소년의 가슴 속에는, 과거의 업(까르마)에 대한 각성으로 인해 스승을 향한 불변의 믿음이 싹트게 되었다. 그래서 소년은 그때까지 사람들에게 봉사한 댓가로 받았던 모든 예물들을 아낌없이 미라래빠에게 바쳤다. 그후 소년은 어머니와 삼촌을 까마득히 잊어버린 채 진리를 배우며 동굴에 머물렀다.

한편 소년이 벌어오는 수입이 끊어지게 된 어머니와 삼촌은 소년의 행방을 수소문한 끝에, 소년이 미라래빠와 함께 동굴에 살면서 그에게 모든 예물을 바쳤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소년을 돌아오게 하려고 갖은 애를 썼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소년은 미라래빠의 곁에 머물면서 진리를 배워 오래지않아 명상의 체험과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그는 내부 생명열(內部 生命熱)을 통달하여 무명베옷 한 벌만으로도 지낼 수 있게 되었다. 이리하여 소년은 래충빠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반면 래충빠의 어머니와 삼촌은 몹시 분개하여 저주가 담긴 항아리를 그에게 보냈다. 이로인해 래충빠는 문둥병에 걸리게 되었다. 그는 병이 낫기를 바라며 명상을 계속하였다.
어느 날 다섯 명의 인도요기(명상 수행자)들이 방문하였다. 래충빠는 그들에게 어머니와 삼촌의 이전에 보내주었던 보릿가루로 빵을 구워 대접하였다. 요기들이 음식을 먹으며 외쳤다.
“불치의 병이로다! 불치의 병이로다!“

그들은 래충빠가 문둥병에 걸렸음을 알았다. 이에 래충빠는 그들에게 이 병을 고치는 방법이 없겠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요기 한 사람이 일러주었다.
“얼마나 고통스럽겠소! 나의 스승 중에는 와라짠드라라는 분이 계시는데 그분이라면 당신을 치료해줄 수 있을 것이요. 스승께서 티벳에 오시지는 않을테니 당신이 인도로 가야 할 것이오.”
래충빠는 미라래빠에게 인도 여행을 허락해주시도록 청했다. 미라래빠는 승낙하고 이별의 선물로 다음과 같은 노래를 불렀다.

   한없는 은혜를 베풀어주신 스승님께 기도합니다.
   내 아들 래충빠를 보호하고 축복하소서!

   아들아, 세속을 버리고
   진리를 위해 정진하며
   스승과 수호불, 삼보에 네 마음 다하여 간구하라.
   아들아, 여행중에라도 이것만은 명심하렴.

   삼매의 정진을 양식 삼고
   아뚱(Ah Tung) 내부열로 옷 입으며
   마법의 '생명 에너지 마음'의 말을 타고
   그렇게 인도를 여행하라, 아들아!
   물들지 않은 마음, 언제나 티없이 지니고
   딴뜨라 가르침의 은빛 거울(眞面目)을 항상 기억하여
   번민하지 말고 지켜나가야 하리라.
   아들아, 여행중에라도 이것만은 명심하라.

   도둑떼 만나서 붙잡히면
   여덟 가지 세속 바람, 덧없음을 상기하라.
   능력과 공덕 감추고
   겸손하고 유쾌하게 인도를 여행하라.

   아들아, 나의 기도와 축복으로
   질병을 완치하고 오래 오래 건강하길.....!

미라래빠는 동굴 속에서 다시 명상에 들었다. 제자 래충빠는 동굴의 입구를 진흙으로 막은 뒤 요기들과 함께 인도로 떠났다.

래충빠는 인도에 가서 와라짠드라 스승을 만났다. 스승은 그에게 ‘독수리 날개를 지닌 분노의 번개를 소유한 자의 완전한 가르침을 전수해 주었다. 래충빠의 병은 이 행법을 수행한 공덕으로 이내 완치되었다.

래충빠는 그후 티벳으로 돌아와 지복(至福) 골짜기에 도착하였다. 그 골짜기에 살고 있는 사람에게 스승 미라래빠가 어떻게 지내시는지 물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미라’라고 불리는 수도자가 살고 있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지만, 요즘은 그런 얘길 들은 적이 없소.”
래충빠는 불안해졌다. 혹시 스승께서 돌아가신 것은 아닐까. 래충빠는 마음에 큰 고통을 느끼며 스승께서 지내던 곳을 찾아갔다. 마침내 ‘비단 동굴’에 당도하고 보니 진흙으로 막은 입구는 예전과 다름이 없었다. 스승께서 저 안에서 돌아가신 것일까? 그는 진흙벽을 무너뜨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미라래빠는 명상의 자세로 꼼짝도 않고 똑바로 앉아 있었다.
래충빠는 스승의 건재한 모습을 확인하자 한없이 기쁨에 젖었다. 그는 스승의 건강과 안녕을 여쭈었다. 래충빠의 물음에 답하여 미라래빠는 노래하였다.

   인자하신 스승 마르빠의 발 앞에
   엎드려 절 하나이다.

   친척을 떠나니 행복하고
   고향 애착 버리니 행복하고
   장소에 집착하지 않아 행복하고
   승려의 법복(法服)을 입지않아 행복하네.

   집과 가족에 대한 집착 버리니 행복하고
   이것저것 구하지 않으니 행복하고
   진리에 다함없는 부를 향유하니
   무한히 행복하네.

   재물을 모을 걱정 않으니 행복하고
   잃어버릴까 걱정 없으니 행복하고
   쓰지 못해 안달하지 않으니 행복하네.

   마음의 본질을 깨달으니 행복하고
   사주자의 환심 사려 하지 않으니 행복하네.

   권태와 실증 없이 행복하고
   아무것도 준비할 필요 없어 행복하고
   모든 일, 진리 따라 살아가니 행복하네.

   이리저리 움직이고 싶은 갈망 없어 행복하고
   죽음이 두렵지 않아 행복하고
   강도와 도둑떼 성가시지 않으니 행복하고
   진리 수행의 좋은 환경 갖추니 행복하네.

   악업 끊고 죄를 짓지 않으니 행복하고
   공덕 쌓는 길 걸어가니 행복하고
   증오와 살상과는 인연을 끊으니 행복하고
   자만심과 질투를 버리니 행복하네.

   여덟 가지 세속의 바람 떠나니 행복하고
   평정심에 안주하니 행복하고
   마음을 지켜보는 마음 있으니 행복하고
   기대와 두려움을 모두 버리니 행복하네.

   무집착의 깨달음 세계에 살아가니 행복하고
   법계(法界)의 분별하지 않는 큰 지혜는 그 자체가 행복이네.
   내재(內在)의 자연스런 영역에서 평정을 찾으니 행복하고
   육식(六識)이 절로 작용하게 놓아두니 행복하네.
   감관(感官)의 빛나는 다서 문(五感)은 나를 행복케 하고
   오가는 마음 그치니 행복하네.
   오, 헤아릴 수 없는 행복과 즐거움이여!

   나는 지극한 행복의 노래를 불렀나니
   스승과 삼보를 향해 감사하는 노래라네.
   다른 행복을 내 어찌 바랄까!

   모든 부처님과 스승들의 은총으로
   보시자들은 음식과 의복을 날라주네.
   악업과 죄가 없으니 죽음에 임해서도 행복할 것이요,
   선업과 덕을 지녔으니 살아 있는 동안 행복하네.
   즐겁게 요가를 수행하니 행복의 극치 아닌가.
   이제 그대 이야기 듣자꾸나, 래충빠야!
   그대 소원은 성취되었느냐!

래충빠는 아뢰었다.
“원하던 바가 이루어져 래충은 다시 건강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선생님 곁의 이 은둔처에 머물겠습니다. 저에게 더 깊은 가르침을 허락해주십시오.”
미라래빠는 제자 래충빠에게 한층 심오한 가르침을 베풀었다. 래충빠는 스승과 함께 ‘비단 동굴’에 머물면서 명상을 계속하였다. 이리하여 그는 완전한 깨달음과 체험을 성취하게 되었다.

이 장은 미라래빠가 ‘비단 동굴’에서 마음의 아들 래충빠를 만난 이야기이다

 
Leave A Reply

Exit mobil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