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6. 짱팬남카종에서 부른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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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6. 짱팬남카종에서 부른 노래

미라래빠는 락마를 떠나 짱팬남카종 동굴로 가서 얼마 동안 머물렀다.
어느날 버섯으로 만든 갑옷과 투구를 입은 원숭이 한 마리가 풀줄기로 만든 화살과 활을 메고 산토끼의 등에 올라타고서 미라래빠의 동굴을 찾아왔다. 그 기괴한 모습을 보고 미라래빠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그러자 원숭이 마귀가 말했다.
“당신은 겁이 나서 이곳으로 왔군요. 두려움이 없다면 여기서 떠나실 수 있을 텐데요.”
미라래빠는 그에게 응답했다.
“눈앞에 나타난 모든 세계가 마음 자체(一心)임을 나는 완전히 깨달았다. 그리고 마음의 본질은 법신(法身)과 동일함을 알았다. 그러므로 그대 불쌍한 마귀야, 그대가 어떤 환영으로 나타나든지 그건 나에게는 다만 웃음거리일 뿐이다.”
이에 악마는 예물을 바치고 미라래빠 앞에 서약한 뒤 무지개처럼 공중으로 사라졌다. 그는 조탕지방의 마왕이었던 것이다.

어느 날 조탕 지방의 보시자들이 미라래빠를 찾아왔다. 그들은 짱팬남카종에 사는 것이 왜 유익한지 물었다.
미라래빠는 노래로 응답하였다.

    거룩한 스승께 예배올리나이다.
    신도들이여, 이곳의 정경을 노래하리니
    귀 기울여 들을진저.

    '짱팬의 하늘 성(城)'은
    고요한 침묵 속에 잠겼네.
    위로는 높이 먹구름 모여들고
    저 아래는 깊고 푸른 짱 강물 흐르네.

    등 뒤로는 붉은 바위 하늘 높이 치솟고
    발 아래는 야생화가 만발하네.
    동굴 주위에서는
    어슬렁거리는 야수들의 포효소리.
    독수리와 솔개들은
    하늘에서 선회하고
    가랑비는 부슬부슬 뿌리네.

    꿀벌떼는 붕붕대며 날아들고
    야생마와 망아지는 이리저리 날뛰네.
    조약돌과 바윗돌 사이를 조잘대며 지나는 시냇물
    원숭이들은 나뭇가지 오르내리며 재주부리고
    종달새는 높이 솟아
    환희를 노래하네.

    때마춰 들려오는 내 친구들의 노랫소리,
    상상을 초월한 기쁨이 있는 이 곳.
    그대들에게 들려주노라, 이곳의 장점들을.

    오, 선량한 보시자들이여,
    나의 대도(大道)와 모범 따라
    악을 버리고 선한 공덕 쌓기를!
    내 가슴속에서 저절로 솟아난 이 노래,
    아무쪼록 교훈으로 삼기를.

보시자들 중에는 명상 수행자가 한 사람 있었다. 그가 미라래빠에게 청했다.
“스승이시여, 저희들을 맞이하는 선물로 부디 정견(正見)과 명상과 계율에 관한 본질적인 가르침을 베풀어주지 않으시렵니까?”
이에 미라래빠는 노래로 응답하였다.

    스승의 은총이 미라의 가슴속에 스며드네.
    자애로운 스승이시여,
    제게 자비를 내리시어 공의 진리 깨닫게 하소서!

    신실한 보시자들에게 응답하여
    신들과 부처님들 기쁘게 할 노래 부르네.

    마음의 나툼과 공(空), 그리고 차별없는 마음,
    이 세 가지가 정견의 진수요,
    각성과 무념(無念)과 몰입은
    명상의 진수,
    무집착과 바라는 것 없는 온전한 무관심은
    계율의 진수,
    바람(望)과 두려움과 혼란 없음이
    성취의 진수.
    도모하지 않고 숨기지 않으며 분별하지 않는 것,
    이 세 가지는 교의의 진수라네.

미라래빠의 노래를 듣고 난 뒤 보시자들은 집으로 돌아갔다. 며칠 후 여러 제자들이 다시 찾아와서 건강과 안부를 여쭈었다.
미라래빠는 그들에게 응답의 노래를 불러주었다.

    스승의 발에 엎드려 절합니다.
     인적이 드문 삼림 속에서
    미라래빠는 즐거이 명상하네.

    집착 없고 애착 없어
    걷는 것도 머무는 것도 한결같은 즐거움.
     질병도 없고 부조화도 없이
    덧없는 이 육신 기꺼운 마음으로 돌보니
    잠자지 않은 채 고요 속에 앉아 있네.

    비영원(非永遠)의 삼매에 잠심하여
    나는 기쁨을 맛보노라.
    내부열의 지복에 젖어서 추위를 모르니
    이는 실로 기분 좋은 일이네.

    두려울 것도 당혹할 것도 없어
    즐거이 딴뜨라 수행 행하네.
    노력 없이 완성을 성취하며
    마음 흐트러짐 없이 은둔처에 머무니 실로 행복하여라.
    이것이 다름 아닌 몸의 행복.

    행복은 지혜와 방편의 두 길이고
    행복은 '둘이 곧 하나'인 생기행과 원만행이네.
    오고 감이 없는 깨달음의 대 지혜가 행복이요.
    친구와 지껄이지 않는 무언(無言)이 행복이네.
    이것이 다름 아닌 말(言語)의 행복.

    행복은 얻을 것 없음을 체득함이요
    행복은 쉬임없이 명상함이네.
    희망도 두려움도 없는 성취가 행복이요
    티끌 없이 이루어 낸 행위가 행복이네.
    이것은 다름아닌 마음의 행복.

    행복은 무념과 불변의 광채요,
    지순한 법계에 쏟아지는 위대한 환희이며
    행복은 불변하는 색(色)의 영역이라네.

    지행(知行)이 어우러진
    명상의 영감을 받아
    지복의 이 작은 노래가
    내 가슴속에 솟구치도다,
    깨달음의 열매 추구하는 이여!
    부디 이 명상 수행법을 따를진저!

제자들은 미라래빠에게 여쭈었다.
“스승이시여, 노래를 부르실 때 선생님의 몸과 입과 마음은 참으로 기쁨이 충만합니다. 어찌하여 이런 기쁨이 넘칩니까?”
미라래빠는 대답했다.
“일심(一心)을 깨달으면 그렇게 된단다.”
제자들은 이에 간절히 청하였다.
“비록 그 같은 지복과 즐거움을 느낄 수 없는 저희들입니다만 작은 즐거움이라도 누리고 싶습니다. 마음의 본질을 깨달을 수 있도록 이해하기 쉽고 행하기 쉬운 간명한 가르침을 베푸소서!”
미라래빠는 이에 ‘일심의 열 두 가지 의미’를노래하였다.

    스승의 발아래 엎드려 절합니다.
     오, 선량한 신도들이여!
    일심의 본질을 깨달으려면
    이 가르침을 실행할진저.
    신심(信心)과 식견(識見)과 수행,
    이 세 가지는 마음의 생명 나무이니
    이 나무 북돋우고 기를진저.

    무집착과 무고집과 무무명(無無明),
    이 세 가지는 일심의 방패이니
    손에 들긴 가벼워도 방어에는 견고하네.
    이 방패 굳게 잡을진저.

    명상과 근면과 끈기,
    이 세 가지는 일심의 준마이네.
    바람같이 재빠르고 힘차게 달리나니
    말을 구하려면 이 말을 구할진저.

    자아의 각성과 발현과 지복,
    이 세 가지는 일심의 열매이네.
    씨앗 심고 열매 맺어 즙액을 짜내면
    본질(核)이 우러나나니
    본질을 음미하려면 이 열매를 구할진저.

    명상자는 직관(直觀)으로
    열두 가지 일심의 의미를 노래했네.
    선량한 보시자들아,
    신심으로 고무되어 수행에 매진할지라!

이리하여 신도들은 미라래빠에게 한층 큰 신심을 지니게 되었으며 훌륭한 예물들을 바쳤다. 그뒤 미라래빠는 월모 설산(雪山)으로 떠나기로 하였다.

이 장은 ‘짱팬 하늘 성(城)’에서 부른 미라래빠의 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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