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5. 락마에서 부른 노래

0

[1부] 5. 락마에서 부른 노래

미라래빠는 명상을 하기 위해 링와작을 떠나 리워뺀와르로 가기로 결심하고는 이를 락마의 신도들에게 알렸다. 그러자 그들은 미라래빠에게 말하였다.
“리워뺀와르 근처에는 매우 한적한 사원이 하나 있는데, 거기 가서 머무시면 어떻겠습니까? 저희들은 리워뺀와르에 관해서는 잘 알지 못합니다. 사원에 머무시는 동안, 저희가 그 주변의 장소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미라래빠는 일단 사원으로 가서 얼마간 머문 뒤에 리워뺀와르로 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신도들에게 말하였다.
“나는그대들의 안내가 필요치 않다. 혼자 길을 찾아가겠다.”
신도들이 여쭈었다.
“선생님을 안내할 분이 따로 계시단 말씀입니다?”
“그렇다. 나에게는 안내자가 있다.”
“그분이 도대체 누구시죠? 저희들에게 말씀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미라래빠는 그들에게 노래를 불렀다.

     영광스런 성취자이신 스승은
     어둠을 몰아내시니
     그분이야말로 진정한 안내자라네.

     추위와 더위 멀리 여윈 무명베옷 나에게 있으니
     털옷은 필요치 않네.
     하여 나에게는 무명베옷이 안내자라네.

     기원과 동일시와 변형 행법은
     바로드(中有界)의 미망을 부수나니
     이 또한 나의 안내자라네.

     공덕의 예물로 몸을 바침은
     자아를 소멸시키는 가르침이니
     이 또한 나의 안내자라네.

     홀로 은둔하여 명상을 실천함은
     깨달음으로 인도하니
     이 또한 나의 안내자라네.

     홀로 은둔하여 명상을 실천함은
     깨달음으로 인도하니
     이 또한 나의 안내자라네.

     미라는 여섯 안내자들의 인도를받으며
     '깨달음의 동굴'에 머무노라.
     하여 모든 일에 걸림이 없도다.

미라래빠는 상부(上部) 락마에 있는 동굴로 갔다. 그 후 그 동굴은 ‘깨달음의 동굴’로 불리게 되었다.

미라래빠가 유동삼매(流動三昧:有相三昧)에 들었을 때이 일이다.
어느날 한밤중에 멀리서 큰 소음과 함께 아우성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나각 소리가 하늘에서 울려 퍼졌다. 마치 전쟁이 일어나 대군이 진격해오는 듯한 소동이었다. 미라래빠는 혹시 이 나라에 전쟁이 일어나지는 않았는가 생각했다. 대자비삼매(大慈悲三昧)에 들었지만, 그 소리는 점점 크게 들려오고 있었다. 하늘과 땅은 온통 붉은 빛 속에 휩싸였다. 미라래빠가 의아하게 여겨 주위를 둘러보자 하늘과 땅이 온통 불타고 있었다. 악마 군단이 황급히 포환을 터뜨리고 바닷물을 뒤흔들고 산을 집어던지고 있었던 것이다. 악마들은 갖가지 방법으로 미라래빠를 위협하며 욕설을 퍼부으면서 바위를 무너뜨리고 동굴을 쪼개도 온갖 종류의 무기로 공격해왔다.

미라래빠는 악마들이 그를 해치기 위해 모여들었다는 것을 알고 생각했다.
‘이 죄악에 찬 아짜마 악마들은 태초 이래 지금까지 육도(六道)세계를 두루 돌아다며 악업만 저질렀구나. 그래서 하늘을 날아다니는 굶주린 유령들이 되었구나. 이들은 사악한 생각과 악의에 차서 무수한 중생들을 해쳤으니 그 시꺼먼 악업(惡業)으로인해 다음 생애는 지옥에 떨어질 수밖에 없겠구나. 이 얼마나 불쌍한 존재들인가?’
미라래빠는자비심으로 노래를 불렀다.

     역경사 마르빠 스승께 절하옵나니
     끝없는 자비의 하늘, 임의 하늘에
     은총의 구름이 사방에 모여들어
     축복의 비가 쏟아지나니
     제자들의 수확은 풍성합니다.
     허공같이 가없는 중생들에게
     깨달음의 은총 물결 허락하소서!

     그대 비인간과 악마들이여!
     하늘을 횡단하여 날아다니며
     음식에 굶주린 귀신들이여!
     악업의 열매 익어
     이생에 굶주린 귀신으로 태어났구나.
     게다가 남을 해친 악행의 업으로
     그대들은 내생(來生)에 지옥에 떨어지리.
     유익한 이 말을 깊이 명심하렴.

     나는 까귀 스승들의 아들이네.
     가슴속에 신심이 일어나 진리를 배웠네.
     인과보응(因果報應)의 법칙을 알고
     끈기 있게 고행 수도하여
     일심의 참모습을 보았네.

     삼라만상이 환몽임을 깨달아
     자아에 집착하는 마음을 버리고
     윤회 세계 이원(二元)의 쇠사슬을 끊어
     불멸의 법신(法身)을 체득하였네.

     그대, 성가신 무리들아,
     마음을 초월한 명상자를 어찌 해치리?
     악행과 악의는
     그대 자신들을 해칠 뿐이네.

     무리여, 알지라
     마음이 증오의 근원임을.
     아래로 열여덟 지옥들에서
     위로 브라흐마의 하늘(梵天界)까지
     일체 마군들이 권세 합하여
     나를 대적할지라도
     우주에 편재하는 지혜 바다에는
     잔물결 일으키지 못하나니
     내 마음속에 두려움이 사라졌기에.

     그대, 마군과 비인간의 무리들아,
     온갖 주문과 마법으로 해칠지라도
     나의 평정심(平靜心)을 깨뜨리지 못하리라.
     그대, 불쌍한 악마들아,
     그대들이 할 수 있는 일을 할진저!

이후 미라래빠는 진여삼매(眞如三昧)에 들었다.
모든 마군들은 미라래빠의 위대함에 감동을 받아 뉘우치고 신심을 지니게 되었다. 그들은 미라래빠에게 예배드린 뒤 그의 주위를 여러 번 돌고 나서 말하였다.

“저희들은 참으로 눈이 어두워 위대한 수행자를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저희들의 잘못을 용서하소서! 이제 그 어떤 가르침을 주시더라도 따르겠습니다. 진리와 인연을 맺도록 가르침을 베푸소서!“

미라래빠는 응답했다.
“그렇다면 나는 그대들에게 다음과 같은 가르침을 주겠다.
‘앞으로는 죄를 짓지 말고 덕을 실천하라!'”
악마들은 한 목소리로 외쳤다.
“예, 저희들은 순종하겠습니다!“

그들은 미라래빠에게 심장과 목숨을 바치고 미라래빠의 지시에 복종하기로 약속한 후, 자신들의 거처로 돌아갔다. 그들 가운데는 망 지방에서 온 쎄이라모도 있었지만 나머지는 리워뺀와르에서 온 지방신들이었다.
미라래빠는 리워뺀와르의 악마들을 이미 정복하였으므로 거기 가서 더 이상 명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깨달음의 동굴’에 며칠 더 머물기로 하였다.
이때 그는 매우 고양된 상태에 있었으므로 다음과 같은 노래를 불렀다.

     여기 '깨달음의 집'에서
     보리심을 완성한
     명상자 미라래빠는
     진리 향한 요가를 실천하노라.
     위대한 깨달음을 성취하여
     어머니 같은 뭇 중생들을
     온전한 깨달음의 경지로 인도하리.

어느 날, 어떤 보시자가 나무 한 짐과밀가루 반 말을 짊어지고 미라래빠의 동굴로 찾아왔다. 그는 옷을 넉넉히 입지 않아 매우 추워 보였다. 그는 미라래빠에게 말하였다.

“스승이시여, 락마는 남부에서 가장 추운 지방이고, 이곳은 락마에서도 가장 추운곳입니다. 추위를 피하시도록 털옷과 예물을 드릴 테니 받아주십시오.”
미라래빠는 물었다.
“사랑하는자여, 그대 이름은 무엇인가?”
“라바자와라고 합니다.”
“참으로 훌륭한 이름이구나. 그대의 예물, 매우 고맙지만 나에게는 밀가루도 털옷도 필요치 않다. 그대가 정히 원한다면 밀가루 푸대는 받을 수 있지만, 털옷은 진정 필요치 않다.”
미라래빠는 그 이유를 노래하였다.

     마음이 혼란한 자는
     집으로 가는 길을 잃어버린
     미아와도 같아
     여섯 세계(六道)를 방황하네.
     미망의 업에 사로잡혀
     무수한 환영을 보고
     끝없는 감각에 탐닉하네.

     때로 나는 거짓된 배고픔을 느껴
     음식을 장만하기도 하네.
     때로는 공들여서 건물도 짓고
     때로는 돌을 먹는 고행도 하네.
     때로는 공성(空性)의 음식을 먹고
     때로는 세상 음식을 끊기도 하네.

     목마를 때면 맑은 물을 마시지만
     때로는 타액에 의지하기도 하네.
     대자대비의 샘물 자주 마시고
     신들의 감로수를 마시기도 하네.

     때론 추위를 느껴
     생명 에너지 2대 통로 옷을 입네.
     내부열 행법은
     열(熱)과 황홀한 기쁨을 주네.

     때로는 은둔 생활에 기분 전환필요해
     친구와 함께 살고 싶으면
     각성(覺腥)의 지혜를 친구삼네.

     또한 열 가지 덕스러운 밝은 행을행하고
     실체(實體)의 참지식을 명상하여
     스스로 빛나는 마음을 분명히 아네.

     나는 명상자 미라래빠,
     참지식의 보석으로 장식했나니
     사람들 가운데 사자(獅子)라네.

     유능한 승일자요, 명상의 통달자는
     설산에 은둔하며 수행하네.
     공덕의 열매 거둔
     명상자 미라래빠는
     사람들 가운데 호랑이라네.

     깨달음의 마음 세 번 각성시켜
     방편과 지혜의 차별 없음에미소지으며
     찬란한 구원의 계곡 우거진 숲에살면서
     중생을 이롭게 하는 열매 거두네.

     나는 명상자 미라래빠,
     사람들 가운데 독수리라네.
     뚜렷한 생기행(生起行)의
     힘찬 양날개 지니고
     안정된 원만행(圓滿行)의 날개짓하며
     둘이면서 하나(二卽一)인 진여의 창공을
     높이 솟아오르네.
     하여 초월 진리의 동굴 속에 잠드네.
     나와 남을 유익케 하는 열매를 거두나니
     미라는 사람중의 사람이라네.

     미라는 형상의 참모습을 보는 자.
     훌륭하고 충고를 주는자,
     속성(屬性)조차 사라진 수도자라네.

     미라는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 자요.
     양식 없는 걸식 수행자요.
     옷 없는 벌거숭이요,
     보석지니지 않은 거지라네.
     머리 둘 곳 없는 자요.
     바깥 일을 걱정하지 않는 자라네.
     하지만 모든 수행의 통달자라네.

     미치광이처럼 미라는
     죽음이 와도 행복하네.
     일체를 소유하지 않고
     일체를 원하지 않나니.

     재물을 얻으려는 행위는
     질투와 분노를 유발하네.
     보시자를 괴롭히고
     잘못된 길로 나아가게 하네.
     명상자에게는 모든 것이 멋지고 장엄하도다!
     자비심과 축복하는 마음을 지녔거든
     보시자여! 그대가 원하는 보시를 하라.

     그대는 행복하고 번창할진저!
     건강하고 평안하고 장수할진저!
     내생에 붓다의 정토(淨土)에 태어나
     진리를 수행하며 만인을 위해 헌신하여라!

노래를 듣자 그에게는 스승을 향한 깊은 신심이 우러나왔다.
“선생님은 성취한 수도자이시므로 이런 것들이 없이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선생님께서 여기에 머무시는 것은, 죄악으로 가득찬 세상 세상들을 유익케하기 위함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저를 불쌍히 여기시어 예물을 받아주십시오.”
그이후 미라래빠가 ‘깨달음의 동굴’에 머무는 동안, 이 보시자는 계속 훌륭한 음식과 식량을 공양하였다. 미라래빠는 지고한 명상의 기쁨에 젖어 한동안 거기 머물렀다.

어느날 락마의 몇몇 주민들이 찾아왔다. 그들은 미라래빠에게 여쭈었다.
“선생님, 이 장소가 좋습니까? 여기에 머무는 것이 행복하십니까?”
“그렇다! 나는 참으로 행복하다. 이 은둔 생활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
그들은 다시 여쭈었다.
“왜 이곳이 그렇게 마음에 드십니까? 여기에 사시면서 행복한 이유는 뭡니까? 저희들에게 말씀해 주세요.”
미라래빠는응답으로 노래하였다.

     여기는 고요하고 평화로운
     깨달음의 동굴.
     위로는 신들의 거처인 설산이
     하늘 높이 솟아있고,
     발 아래 까마득한 마을에는
     신실한 신도들이 살아가고,
     사방을 에워싼 봉우리에는
     백설이 가득 쌓여 있네.
     앞에는 소원 성취의 나무들이 울창하고
     골짜기 사이사이 초원에는 야생꽃이 활짝 피고
     달콤한 향기 찾아 연꽃 위에는 벌나비떼 잉잉거리고
     굽이진 강둑과 호수 위에는
     흰 두루미들이 긴 목을 늘어뜨리고
     아름다운 정경에 도취되어 있네.
     나뭇가지 사이로 산새들이 노래하고
     수양버들은 미풍에 하늘거리네.
     나무 꼭대기에 원숭이들 매달려 즐거워하고
     양떼가 흩어져 풀을 뜯는 목초지에서
     생기에 넘쳐나는 목동들의
     아름다운 갈대피리 소리.

     욕망과 갈망에 불타는 세속 사람들은
     세사(世事)에 얽매여 대지의 노예가 되었도다.

     명상자 미라래빠는
     빛나는 보석 바위에 홀로 앉아
     이 모든 걸 내려다보네.
     그들을 지켜보면서
     일체가 흐르는 물처럼 무상함을깨닫도다.
     그들을 응시하면서 나는 깨달았네.
     위안과 쾌락은 다만 환영이요, 물에 비친 그림자임을.

     인생은 요술 같고 꿈속 같아라.
     내 가슴속에서 대자비심이용솟음치도다.
     이 같은 진리에 어두운 중생을향하여.

     나의 음식은 우주의 공성(空性)이요
     나의 명상은 흩어진 마음 너머에있는 일념이네.

     무수한 영상과 다양한 느낌이
     눈앞에 펼쳐지나니
     윤회의 현상계는 참으로 기묘하여라!
     삼계(三界)의 진리는 진실로 즐겁나니
     오, 얼마나 경이롭고 놀라운가!
     본질은 텅 비어 있으나, 만물은 현현되고 있지 않은가.

마을 사람들은 노래를 듣고 매우 기뻐하며 더욱 깊은 신심을 지니게 되었다.
그들은 미라래빠에게 지극한 절을 올린 후 기쁨에 겨워 집으로 돌아갔다.

이 장은 미라래빠가 락마에 머물 때의 첫번째 이야기이다.

 
Leave A Reply

Exit mobil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