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마힐소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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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마경힐소설경
불국품(佛國品=부처님의 정토에 대한 법문)
1.1 법회가 설해진 인연
이렇게 법문하시는 것을 내가 들었다.
어느 때에 부처님께서 베살리 성 안 망고나무 동산의 절에서 큰 비구 대중 8천 사람과 함께 계셨는데 보살은 3만 2천이었으니 여러 사람이 잘 아는 이들이었다.
그 분들은 큰 지혜와 덕행을 다 성취하였으니, 모든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이룩된 이며, 불법을 보호하는 성곽이 되어 바른 법을 받아 지니며, 사자 같은 큰 소리로 법을 연설하여 그 이름이 시방에 퍼졌으며, 사람이 청하지 않아도 일부러 그들의 동무가 되어 위안하며, 삼보를 받들어 이어 끊어지지 않게 하며, 마군과 원수를 항복받고 외도들을 제어하며 나쁜 업이 이미 깨끗하여졌고 온갖 번뇌를 여의었으며, 마음은 항상 걸림없는 해탈에 머물러 있으며, 바른 생각과 선정(禪定)과 총지(總持)와 변재가 다함이 없으며, 보시(布施)와 지계(持戒)와 인욕(忍辱)과 정진(精進)과 선정과 지혜(智慧)와 방편(方便)과 힘과 명예가 수미산 보다 높으며, 깊은 신심이 견고하기 금강과 같았다. 법의 빛을 널리 비추어 주는 것이 감로수를 뿌리는 듯, 여러가지 음성 가운데 가장 미묘하며 깊이 인연법을 사무쳐 보고 모든 잘못된 소견을 끊어버리므로 진리 본바탕의 유무를 논하는 분별된 소견이 조금도 남지 않았으며, 법을 연설하는데 두려움 없기 사자후와 같으며, 그 강연하는 것이 우뢰소리 같으며 이미 한량없는 경계에 이르렀다.
여러가지 법보를 모으게 하기를 마치 바다에서 보배 캐는 길을 지도하는 듯하며, 모든 법의 깊고 묘한 이치를 다 통달하고 또 중생들의 가고 오는 곳과 중생의 마음가는 곳을 잘 알며, 무엇으로 비교할 데가 없는 부처님의 자재한 지혜와 십력과 사무소외와 18불공법에 가까웠으며, 온갖 나쁜 곳으로 들어가는 문을 닫으시면서도 다섯 갈래로 다니면서 그 몸을 나투시며 큰 의사가 되어 여러가지 병을 치료할 적에 그 증세에 맞추어 약을 쓰게 하며, 한량없는 공덕을 다 성취하고 한량없는 부처님 세계를 다 장엄하였으며, 그를 보거나 그의 법을 듣는 이는 모두 이익을 입고 여러가지 하는 일이 헛되지 아니하여 이와 같은 여러가지 공덕을 모두 갖추었다.
그 이름을 등관보살·부등관보살·등부등관보살·정자재왕보살·법자재왕보살.법상보살·광상보살·광엄보살·대엄보살·보적보살·변적보살·보수보살·보인수보살·상거수보살·상하수보살·상참보살·희근보살·희왕보살·변음보살·허공장보살·집보거보살·보용보살·보견보살·제망보살·명망보살·무연관보살·혜적보살·보승보살·천왕보살·괴마보살·전덕보살·자재왕보살·공덕장엄보살·사자후보살·뇌음보살·산상격음보살·향상보살·백향상보살·상정진보살·불휴식보살·묘생보살·화엄보살·관세음보살 득대세보살·범망보살·보장보살·무승보살·엄토보살·금계보살·주계보살·미륵보살·문수사리법왕자보살이라 이러한 이들이 삼만이천 사람이 있다.
또 일만 범천왕 시기왕 등이 다른 사왕천으로부터 부처님 계신 곳에 와서 법문을 들으려 하였고, 또 일만이천 제석천왕들도 다른 사왕천으로부터 와서 회중에 앉았으며, 이 밖에도 큰 위력을 지닌 모든 천인과 용왕과 야차, 건달바, 아수라, 가루라, 긴나라, 마후라가들이 모두 와서 회중에 앉았으며 여러 비구와 비구니와 우바새 우바이들이 모두 와서 회중에 앉았다.
그 때에 부처님이 한량없는 대중에게 둘러 호위되어 공경을 받으며 법문을 하시니 마치 수미산이 바다 위에 나타난 듯이 여러 보배로 꾸민 사자좌에 앉으시어 그 위엄을 모든 대중들에게 펼쳐 보이셨다.
1.2 부처님께서 일산으로 신통을 보이심
그 때에 베살리 성안에 한 장자의 아들이 있었는데 이름을 보적이라 하였다. 다른 장자의 아들 오백인과 같이 칠보로 꾸민 일산을 가지고 부처님 계신 곳에 와서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각기 가지고 온 일산을 함께 부처님께 공양 올렸다. 그 때 부처님은 위신력으로 그 여러 일산을 모아 한 일산으로 만들어 삼천대천세계를 두루 덮으니 그 세계의 깊고 넓은 모양이 온통 그 일산에 나타났다. 또 이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여러 수미산과 설산, 목진린다산, 마하 목진린다산, 향산, 흑산, 철위산, 대철위산과 큰 바다와 강과 개천과 냇물과 샘물이며 해와 달, 별들이며 천궁, 용궁과 여러 신의 궁전이 모두 보배 일산 가운데 나타나고, 또 시방에 계신 여러 부처님과 그 부처님의 설하시는 모습까지 이 보배 일산 가운데 나타났다.
그 때에 모든 대중들은 부처님의 거룩한 신통력을 보고서 일찍이 보지 못한 상서임을 찬탄하며 합장경례하며 부처님의 존안을 우러러 보며 잠깐도 눈을 떼지 못하였다.
장자의 아들 보적은 부처님 앞에서 게송으로 아래와 같이 찬탄하였다.
청정한 눈 선정 속에 공덕은 오래 쌓아 명망 역시 끝이 없어 중생들의 이끄시니 지심정례 하옵니다.
대성께서 신통으로 변화하시어 시방세계 많은 국토 나타내시며, 부처님의 설법하는 온갖 모양이 그 가운데 나타남을 듣고 봅니다.
부처님의 크신 법력 뛰어나시고 법재로써 중생에게 보시하시되, 모든 법의 깊은 내용 잘 아신, 제일 가는 진리법을 증득하시네.
모든 법에 자재하심 얻었으니 머리 숙여 진리의 왕 부처님께 지심정례 하옵니다.
법은 본래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니라 인연으로 인해 생긴 것이라, 이러한 깊은 법으로 중생 건지니 받아 듣고 닦게 되면 열반을 얻네.
생사고해 빠져있는 중생들 제도하시는 큰 의왕이신 끝없는 공덕바다에 지심정례 하옵니다.
칭찬에도 비방에도 흔들림 없이 착한 이와 나쁜 이를 고루 사랑하시는 그 마음 평등하기 허공 같으니, 이 분을 누구인들 공경않으리.
부처님 내려주신 작은 일산에 그 가운데 삼천세계 나타내시며, 천궁·용궁 신장들의 사는 궁이며 건달바와 아수라와 야차세계며, 이 세간의 온갖 것을 다 보게되니, 열 가지 큰 힘으로 변화하시고 세존 말씀과도 모두같다 하나니 이러한 신통력은 불공법일세.
부처님이 한 소리로 설법하시니 중생들은 근기따라 수행하고 이익 얻나니 이러한 신통력은 불공법일세.
부처님이 한 소리로 설법하거든 두렵다는 이도 있고 기뻐도 하며 의심도 사라지니 이러한 신통력은 불공법일세.
십력 정진하는 부처님께 정례합니다.
두려움이 없는 부처님께 정례합니다.
불공법에 머문 부처님께 정례합니다.
천상·인간에서 이끄시는 길잡이 되시는 부처님께 정례합니다.
번뇌 얽힘 끊은 부처님께 정례합니다.
저 언덕에 이른 부처님께 정례합니다.
중생 제도 하는 부처님께 정례합니다.
생사의 길 여읜 부처님께 정례합니다.
중생이 오 가는 곳 모두 아시고 모든 법에 해탈의 도 얻으셨으며, 세상에 애착없어 연꽃 같으며 모든 법의 공적함을 증득하시며, 모든 법상 통달하여 걸림없으시니, 허공 같이 공적하신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그 때에 장자의 아들 보적이 이 게송을 설하고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오백인 장자의 아들이 다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어, 불국토가 청정해진 일을 듣고자 하옵니다.
바라옵건데 세존께서는 여러 보살들의 국토를 깨끗이 하는 인행(因行)을 말씀해 주소서.”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착하다, 보적아. 네가 능히 여러 보살들을 위하여 여래가 국토를 깨끗이 한 인행을 물었으니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라. 너에게 말하여 주리라.”
이 때에 보적과 오백 장자 아들은 부처님의 분부를 받잡고 조용히 들었다.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보적아, 보살은 중생을 위하여 불국토를 취하느니라. 왜냐하면 보살이 교화할 중생을 따라 불국토를 갖는 것이며 조복할 중생을 따라 불국토를 갖는 것이며 중생들이 마땅히 어떤 국토로써 부처님의 지혜에 들어갈지에 따라 불국토를 갖는 것이며 중생들이 마땅히 어떤 국토로서 보살의 근기를 일으키는지에 따라 불국토를 갖느니라.
왜냐하면 보살이 깨끗한 국토를 갖는 것은 모두가 중생을 이익케 하기 위함이기 때문이니라. 마치 어떤 사람이 빈 땅에다 집을 지으려 하면 마음대로 장애가 없으려니와 만일 허공에 집을 지으려하면 지을 수 없나니, 보살도 그러하여 중생을 성취하기 위하여 불국토를 갖기를 원하는 것이니 불국토를 갖기를 원하는 것이 허공에 집을 지으려는 것이 아니니라.
보적아, 알지어다. 곧은 마음이 보살의 정토이니, 보살이 부처될 때에 아첨하지 않는 중생들이 그 나라에 와서 나느니라. 깊은 마음이 보살의 정토니 보살이 부처될 때에 공덕을 갖춘 중생들이 그 나라에 와서 나느니라. 보리심이 보살의 정토니 보살이 부처 될 때에 대승 중생들이 그 나라에 와서나느니라. 보시하는 것이 보살의 정토니 보살이 부처될 때에 모든 것을 애착하지 않는 중생들이 그 나라에 와서 나느니라. 계행을 지니는 것이 보살의 정토니 보살이 부처될 때에 열가지 착한 도(十善道)를 닦아 소원이 만족한 중생들이 그 나라에 와서 나느니라.
욕된 일을 참는 것이 보살의 정토니 보살이 부처될 때에 삼십이상으로 장엄한 중생들이 그 나라에 와서 나느니라. 꾸준하게 나가는 것(精進)이 보살의 정토니 보살이 부처될 때에 모든 공덕을 부지런히 닦는 중생들이 그나라에 와서 나느니라. 선정을 닦는 것이 보살의 정토니 보살이 부처될 때에 마음을 걷어 잡아 어지럽지 아니한 중생들이 그 나라에 와서 나느니라.
네 가지 한량없는 마음인 사무량심(四無量心)이 보살의 정토니 보살이 부처될 때에 사랑하고 불쌍히 여기고 기뻐하고 널리 용서하는 중생들이 그나라에 와서 나느니라. 네 가지 포섭하는 마음인 사섭법(四攝法)이 보살의 정토니 보살이 부처될때에 해탈법에 포섭된 중생들이 그 나라에 와서 나느니라. 방편이 보살의 정토니 보살이 부처될 때에 방편으로 걸림 없는 중생들이 그 나라에 와서나느니라.
서른 일곱가지 수행을 돕는 삼십칠조도품(助道品)이 보살의 정토니 보살이 부처될 때에 사념처, 사정근, 사신족, 오근(五根), 오력(五力), 칠각지(七覺支), 팔정도(八正道)를 닦는 중생들이 그 나라에 와서 나느니라. 지은 공덕을 잘 회향(廻向)하는 것이 보살의 정토니 보살이 부처될 때에 온갖 공덕을 갖춘 나라를 얻게 되느니라. 팔난(八難)을 말하여 제하는 것이 보살의 정토니 보살이 부처될 때에 그 나라에 삼악도와 팔난이 없느니라.
스스로 계행을 지니고 다른 이의 잘못을 말하지 않는 것이 보살의 정토니 보살이 부처될 때에 그 나라에 계율을 범한다는 말도 없느니라. 십선을
닦는 것이 보살의 정토니 보살이 부처 될 때에 단명하지 않고 살림이 넉넉하며 깨끗한 행실을 가지고 말하는 것이 성실하며 항상 부드러운 말을 하고 권속이 흩어지지 아니하며 다투는 일을 잘 화해 시키고 말하는 것이 남에게 이익되며 남을 미워하지 아니하며 정견(正見)을 지닌 중생이 그 나라에 와서 나느니라.
그러므로 보적아, 보살이 그 마음이 곧으므로 좋은 일을 행하게 되며 좋은 일을 행하므로 깊은 마음을 얻으며 깊은 마음을 따라 조복되며 뜻이 조복되므로 말한 대로 행하며 말한 대로 행하므로 능히 지은 공덕을 잘 회향하며 회향심을 따라 방편이 생기며 방편을 따라 중생을 성취하며 중생을성취하므로 불국토가 깨끗해지며 국토가 깨끗하므로 설법하는 것도 깨끗하고 설법이 깨끗하므로 지혜가 깨끗하며 지혜가 깨끗하므로 그 마음이 깨끗하고 마음이 깨끗하므로 온갖 공덕이 깨끗하여 지나니라. 그러므로 보적아만일 보살이 깨끗한 국토를 얻으려거든 먼저 그마음을 깨끗이 하여야 한다. 그 마음이 깨끗하면 불국토가 깨끗하여 지느니라.”
그 때에 사리불이 부처님의 위신력을 입어 이렇게 생각하였다.
‘만일 보살의 마음이 깨끗하면 불국토가 깨끗해진다 할진대 우리 세존께서는 보살행을 하실 적에 마음이 부정하지는 않았을 터인데 어찌하여 이 사바세계가 이렇게 깨끗하지 못할까?’
부처님께서는 벌써 그 생각을 아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해와 달이 깨끗하지 못하여서 장님은 보지 못한다고 하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그것은 장님의 허물일지언정 해와 달의 허물은 아닙니다.”
“사리불아, 중생의 죄업으로 여래의 국토가 깨끗하게 장엄된 것을 보지 못할지언정 여래의 허물은 아니니라. 사리불아, 나의 이 국토는 깨끗하건만네가 보지 못하느니라.”
그 때에 나계범왕이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사리불이여, 이 불국토가 깨끗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하지 마시오. 왜냐하면 내가 보기에는 석가모니의 국토가 깨끗하기가 마치 자재천왕의 궁전과 같소.”
사리불은 말했다.
“내가 보기에는 이 사바세계는 험한 등성이와 깊은 구렁창이 있고 가시덤불·자갈밭·흙과 돌, 여러 산 등 더러운 것으로 채워져 있소.”
나계범왕은 말하였다.
“당신의 마음이 높고 낮고 하여 부처님 지혜에 따르지 못하므로 이 국토가 부정하다고 보는 것입니다.사리불이여 보살은 모든 중생에게 한결같이평등하고 깊은 마음이 청정하여 부처님의 지혜를 의지하기 때문에 곧, 이 불국토가 깨끗한 것을 보는 것이오.
그 때에 부처님이 발가락으로 땅을 누르니 삼천대천 세계가 즉시에 여러가지 보배로 장엄된 것이 마치 보장엄 부처님의 무량한 공덕으로 장엄된 국토와 같았다. 모든 대중은 처음 보는 일이라고 찬탄하며 자기네가 보배 연꽃 위에 앉은 것을 보게 되었다.”
부처님이 사리불에게 이르셨다.
“너는 이 불국토가 깨끗한 것을 보느냐?”
“예, 그러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예전에는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였더니 지금에 이 불국토가 깨긋한게 장엄됨이 활짝 드러났나이다.”
부처님은 사리불에게 이르셨다.
“사리불아, 나의 불국토가 항상 이렇게 깨끗하건만 변변치 못한 사람들을 제도하기 위하여 일부러 여러가지 나쁜 것이 가득한 부정한 국토를 나타내보인 것이니 마치 여러 천국 사람들이 한 그릇에 밥을 먹더라도 제각기 그 복덕을 따라서 밥빛이 다른 것과 같으니라. 그렇다 사리불아, 만일 사람의 마음이 깨끗하여지면 이 국토의 공덕장엄을 보게 되느니라.”
부처님이 이렇게 깨끗한 국토를 나타내어 보일 적에 보적이 데리고 온 장자의 아들 오백 사람들은 다 무생법인을 얻었고 팔만사천 사람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발하였다.
부처님이 신통을 거두시며 이 세계가 다시 예전과 같이 되는 것을 보고, 성문법을 구하는 삼만이천 천상사람과 인간 사람들은 이 세상의 생겨나고없어지는 법이 다 무상한 줄을 알고 세속의 번뇌를 멀리 여의고 법을 보는 눈이 깨끗함을 얻었으며, 팔천비구들은 모든 법의 공한 이치를 깨닫고 번뇌가 다하고 마음이 열리었다.
방편품 (중생을 교화하는 수단)
그 때에 베살리 성 안에 한 장자가 있는데 그 이름은 유마힐이라 한다.
그는 일찍이 한량없는 부처님을 받들어 모시고,깊이 선의 종자를 심었으며 무생법인을 얻어, 변재가 걸림이 없고 신통에 자재하며 총지를 얻어 두려울 것이 없게 되며 마군과 원수를 항복받고, 깊은 법문을 증득하였으며 지혜로 생사의 바다를 건넜고, 모든 방편을 통달하여 큰 소원을 성취하였으며, 중생의 마음으로 하는 짓을 밝게 알며, 또 중생들의 근기가 영리함과 노둔함을 잘 분별하여 오래전부터 불도에 마음이 순일하여 베살리 성에 살면서 한량 없는 재물을 가지고 가난한 사람을 포섭하며, 계행을 깨끗하게 지니면서 파계하는 사람들을 교화하며, 욕됨을 참는 덕행으로 성내기를 잘하는 사람을 교화하며, 꾸준하게 정진하므로서 게으른 사람들을 교화하며, 한결같이 선정을 닦으므로써 마음 산란한 사람들을 교화하며, 결정적인 지혜를 닦으므로써 어리석은 사람들을 교화하며, 흰옷 입은 속인이지만 스님들의 청정한 계율을 받들어 지니며, 세속에서 살림살이를 하지만 삼계에 애착하지 않으며, 처자를 거느리고 있지만 항상 깨끗한 범행을 닦으며, 권속이 있기는 하지만 항상 멀리 여의기를 즐기며, 보배로써 장식하기는 하지만 공덕으로 닦아 얻은 상호로써 몸을 치장하며, 음식을 먹기는 하지만 선정의 즐거움으로서 맛을 삼으며, 장기와 바둑 놀이판에 가더라도 그 일로써 사람을 제도하였다.
여러 외도들을 받아주면서도 바른 믿음을 고치지 아니하며, 세속의 경전을 밝게 알지만 항상 불법을 좋아하며, 모든 사람에게 존경을 받는 것이 공양중에 으뜸이 되며, 정법을 받아 가지므로 어른과 아기들을 포섭하며 살림살이에 뜻대로 되어 속계의 이익이 생기더라도 그것으로 만족하지 아니하여 사 거리 번화가를 다니면서 중생을 이익케 하며, 정법으로 다스리는 곳에 들어가서 여러사람을 구원하며, 경서를 강론하는 데에 들어가서 대승법을로써 인도하며, 글 배우는 학당에 들어가서 어린이들을 잘 인도하며, 음란한 집에 들어가서 음욕의 허물을 보여주며, 술 파는 집에 들어가서 그 뜻을 굳게 세우게 하더라.
만일 장자들 축에 있게 되면 장자들 가운데 어른이 되어 좋은 법문을 말하여 주며, 거사 가운데 있게 되면 거사들 가운데 어른이 되어 탐착심을 끊게 하며, 왕족 가운데 있으면 왕족 가운데서 어른이 되어 욕된 것을 참도록 가르치며, 바라문 가운데 있게 되면 바라문 가운데서 어른이 되어 교만한 마음을 없애게 하며, 대신 가운데 있게 되면 대신들 가운데 어른이 되어 바른 법을 가르치고, 왕자 중에 있게 되면 왕자들 가운데 어른이 되어 충성하고 효도하는 일을 보여주며 내관 중에 있게 되면 내관들 가운데 어른이 되어 궁녀들을 올바르게 교화하며 서민 중에 있게 되면 서민 가운데 어른이되어 복 짓는 일을 일으키게 하며 제석천에 있게 되면 제석천 가운데 어른이 되어 무상한 이치를 보여 주며, 사천왕 중에 있게 되면 사천왕들 가운데 어른이 되어 모든 중생을 보호하였다.
장자 유마힐이 이러한 한량없는 방편으로 중생을 교화하여 이익케 하였다.
그는 하나의 방편으로 몸에 병이 있노라고 하고 있었다. 그가 병이 났다는 말을 듣고 임금과 대신과 장자와 거사와 바라문들과 왕자와 여러 권속들 수천명이 와서 병문안을 하였다. 유마힐은 그 몸에 병난 것을 인연으로 널리 법문을 하였다.
“여러분, 이 몸뚱이란 덧없고 늘 건강한 것이 아니며, 큰 힘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단단한 것도 아니며, 빨리 노쇠하여 가는 것이라서 믿을 것도 못되며, 괴로운 것이고 시끄러운 것이며 모든 병의 집합소입니다. 여러분, 이와 같은 몸뚱이를 지혜있는 이는 믿을 것이 없는 것이요. 이 몸은 물거품과 같아서 만질 수가 없으며, 이 몸은 멀리 눈에 어리는 아지랑이와 같아서 목말라 하는 애정으로 생긴 것이며, 이 몸은 파초와 같아서 속에 굳은 고갱이가 없으며, 이 몸은 요술장이의 눈속임 영상과 같은 것이며, 이 몸은 꿈속과 같아서 허망하게 사라지는 것이며, 이 몸은 그림자와 같아서 업으로 나타난 것이며, 이 몸은 메아리와 같아서 인연으로 응답하는 것이며, 이 몸은 구름과 같아서 잠시 변하여 없어지는 것이며, 이 몸은 번개와 같아서 잠깐도 머물지 못하며, 이 몸은 따로 주장하는 이가 없는 것이 마치 땅과 같으며, 이 몸은 오래가지 못함이 지나가는 바람과 같으며, 이 몸은 사람이라 할 존재가 없는 것이 마치 한데 잠시 모여 이루어진 물과 같으며, 이 몸은 진실하지 못하니 지.수.화.풍의 요소들이 결합한 것이며 이 몸은 공한 것이니 나와 내 것을 여읜 것이며, 이 몸은 앎이 없나니 초목이나 돌맹이와 같으며, 이 몸은 본래 작용도 없지만 바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것이며, 이 몸은 깨끗지 못한 것이라 더러운 물질이 가득 찬 것이며, 이 몸은 허망한 것이라 목욕하고 옷 입히고 먹여 주어도 마침내 마멸되어 없어지고 마는 것이며, 이 몸은 모든 화근이라 백 한가지 병이 늘 괴롭히는 것이며, 이 몸은 벼랑이나 웅덩이처럼 늙음에 쫓기어 떨어져 들어가는 것이며 이 몸은 안정된 것이 아니니 늘 죽음으로 나가는 것이며, 이 몸은 독사와 같고 원수같고 도둑과 같으며, 빈 촌락과 같으니 오음 십팔계 십이입으로 잠시 모여 있을 뿐입니다.
여러분, 이 몸은 싫증을 내고 걱정의 원인이니, 마땅히 부처님 몸을 좋아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부처님 몸은 곧 법의 몸이니 한량없는 공덕과 지혜를 따라 생겼으며, 계행과 선정 지혜와 해탈과 해탈지견으로 생겼으며, 사랑하고 연민히 여기고, 함께 기뻐하고, 평등하게 대하는 자비희사의 사섭법으로 생겼으며 보시 바라밀, 지계 바라밀, 인욕 바라밀, 정진 바라밀, 선정 바라밀, 반야바라밀 등의 모든 바라밀로 생겼으며, 방편을 닦는 공덕으로 생겼으며, 신통을 따라 생겼으며, 세가지 밝은 지혜를(三明) 따라 생겼으며, 삼십칠조도품을 따라 생겼으며 삼매와 알아차림(止觀)을 따라 생겼으며 십력과 사무외와 십팔불공법을 따라 생겼으며 온갖 나쁜 짓을 끊고 온갖 착한 짓을 쌓으므로부터 생겼으며 진실한 마음으로 생겼으며, 청정한 법으로 말미암아 여래의 법신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부처님의 몸을 얻어 일체 중생의 병을 끊고자 하거든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일으켜야 합니다.
이와 같이 유마힐 장자가 병을 위문하는 이들을 위하여, 때마다 설법하여 무수한 사람들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일으키게 하였다.
제1. 불국품(佛國品)
이렇게 법문하시는 것을 내가 들었다.
어느 때에 부처님께서 베살리성안 암나나무동산절에서 큰 비구 대중 8천사람과 함께 계셨는데 보살은 3만2천 이었으니 여러 사람이 잘 아는 이들이다.
그 분들은 큰 지혜와 덕행을 다 성취하였으니 모든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이룩된 이며 불법을 보호하는 성곽이 되어 바른 법을 받아 지니며 사자 같은 큰 소리로 법을 연설하여 그 이름이 시방에 퍼졌으며 사람이 청하지 않아도 일부러 그들의 동무가 되어 위안하며 삼보를 받들어 이어 끊어지지 않게 하며 마군과 원수를 항복 받고 외도들을 제어하며 나쁜 업이 이미 깨끗하여졌고 온갖 번뇌를 여의었으며 마음은 항상 걸림 없는 해탈에 머물러 있으며 바른 생각과 선정(禪定)과 총지(總持)와 변재가 다함이 없으며 보시(布施)와 지계(持戒)와 인욕(忍辱)과 정진(精進)과 선정과 지혜(智慧)와 방편(方便)과 힘을 명예가 높이 날리기 수미산 보다 지나가며 깊은 신심이 견고하기 금강과 같으며 법의 빛을 널리 비추어 주는 것이 감로수를 뿌리는 듯, 여러가지 음성 가운데 가장 미묘하며 깊이 인연법을 사무쳐 보고 모든 잘못된 소견을 끊어버리므로 진리 본바탕이 있느니 없느니 하는 두가지 소견이 조금도 남지 않았으며 법을 연설하는데 두려움 없기 사자후와 같으며 그 강연하는 것이 우레 소리 같으며 이미 한량없는 경계에 이르렀다.
여러가지 법보를 모으게 하기를 마치 바다에 보배 캐는 길을 지도하는 이와 같이 하며 모든 법의 깊고 묘한 이치를 다 통달하고 또 중생들의 가고 오는 곳과 중생의 마음가는 곳을 잘 알며 무엇으로 비교할 데가 없는 부처님의 자재한 지혜와 열가지 힘과 네가지 두려울 것 없는 것과 18뛰어난 법(不共法)에 가까웠으며 온갖 나쁜 곳으로 들어가는 문을 닫아 버렸지만 다섯 갈래 길(五道)로 다니면서 그 몸을 나타내며 큰 의사가 되어 여러가지 병을 치료할 적에 그 증세에 맞추어 약을 쓰게 하며 한량없는 공덕을 다 성취하고 한량없는 불세계를 다 장엄하였으며 그를 보거나 그의 법을 듣는 이는 모두 이익을 입고 여러가지 하는 일이 헛되지 아니하여 이와 같은 여러가지 공덕을 모두 갖추었다.
그 이름을 등관보살.부등관보살.등부등관보살.정자재왕보살.법자재왕보살.법상보살.광상보살.광엄보살.대엄보살.보적보살.변적보살.보수보살.보인수보살.상거수보살.상하수보살.상참보살.희근보살.희왕보살.변음보살.허공장보살.집보거보살.보용보살.보견보살.제망보살.명망보살.무연관보살.혜적보살.보승보살.천왕보살. 괴마보살.전덕보살.자재왕보살.공덕장엄보살.사자후보살.뇌음보살.산상격음보살.향상보살.백향상보살.상정진보살.불휴식보살.묘생보살.화엄보살.관세음보살 득대세보살. 범망보살. 보장보살.무승보살.엄토보살.금계보살.주계보살.미륵보살.문수사리법왕자보살이라. 이러한 이들이 삼만이천 사람이 있다.
또 일만 범천왕 시기 등이 다른 4천하로부터 부처님 계신 곳에 와서 법문을 들으려 하였고 또 일만이천 제석천왕이 또한 다른 4천하로부터 와서 회 중에 앉았으며 이 밖에도 큰 위력을 지닌 모든 천상사람과 용왕과 야차, 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들이 모두 와서 회중에 앉았으며 여러 비구와 비구니와 우바새 우바이들이 모두 와서 회중에 앉았다.
그 때에 부처님이 한량없는 대중에게 둘러 호위되어 공경을 받으며 법문을 하시니 마치 수미산이 바다 위에 나타난 듯이 여러 보배로 꾸민 사자좌에 앉으시어 그 위엄이 모든 대중을 덮어 눌렀다.
그 때에 비야리 성중에 한 장자의 아들이 있었는데 이름을 보적(寶積)이라 하였다. 다른 장자의 아들 오백인과 같이 칠보로 꾸민 일산을 가지고 부처님 계신 곳에 와서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어 예배하고 각기 가지고 온 일산을 함께 부처님께 받들어 올렸다. 그 때에 부처님은 위신력으로 그 여러 일산을 합치어 한 일산이 되어 삼천대천세계를 두루 덮으니 그 세계의 깊고 넓은 모양이 온통 그 일산 가운데 나타나고 또 이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여러 수미산과 설산, 목진린다산, 마하목진린다산, 향산, 흑산, 철위산 대철위산과 큰 바다와 강과 개천과 냇물과 샘물이며 해와 달, 별들이며 천궁. 용궁과 여러 신의 궁전이다. 보배일산 가운데 나타나고 또 시방에 계신 여러 부처님과 그 부처님의 법문 말씀하시는 모양이 또한 이 보배 일산 가운데 나타났다. 그 때에 모든 대중들이 부처님의 거룩한 신통력을 보고 일찍이 보지 못한 일임을 찬탄하며 합장하고 경례하며 부처님의 존안을 우러러보며 눈을 잠깐도 돌리지 않았다.

장자의 아들 보적이 부처님 앞에서 게송으로 아래와 같이 찬탄하였다.
맑은 눈 선정에 드셨고 공덕을 오래 쌓아 명망도 끝없네 중생들의 도사일세 정례합니다.
대성께서 신통으로 변화하시어 시방세계 많은 국토 나타내시며 부처님의 설법하는 온갖 모양이 그 가운데 나타남을 듣고 봅니다.
부처님의 크신 법력 뛰어나시고 법재로써 중생에게 보시하시되 모든 법의 깊은 내용 잘 알으시어, 제일 가는 진리의 법 증득하셨네.
모든 법에 자재하심 얻었사올세, 머리 숙여 법왕님께 예배합니다.
법은 본디 있지도 없지도 않은 것이나 인연으로 모든 법이 생겨났으니 이러한 묘법으로 중생 건지니 받아 듣고 닦게 되면 열반을 얻네.
나고 죽음 제도하는 큰 의왕이신 끝없는 공덕바다에 정례합니다.
칭찬에도 비방에도 움직이지 않고 착한 이와 나쁜 이를 고루 사랑해 마음가짐 평등하기 허공 같으니 이 어른 그 뉘라서 공경 않으리.
작은 일산 부처님께 받자왔더니 그 가운데 삼천세계 나타내시며 천궁, 용궁 신장들의 사는 궁이며 건달바와 아수라와 야차, 세계며 이 세간의 온갖 것을 다 보게되니 열가지 큰 힘으로 변화하신 것인고 세존 말씀 자기 말과 같다하나니 이러한 신통력은 불공법일세.
부처님이 한 소리로 설법하시니 중생들은 깜양 따라 제각기 알고 들은 대로 행을 닦아 이익 얻나니 이러한 신통력은 불공법일세.
부처님이 한 소리로 설법하거든 두렵다는 이도 있고 기뻐도 하며 의심도 끊거니와 싫어도 하니 이러한 신통력은 불공법일세.
십력정진 하는 이께 정례합니다. 두려움이 없는 이께 정례합니다.
불공법에 머문 이께 정례합니다. 천상. 인간 큰 도사께 정례합니다.
번뇌얽힘 끊은 이께 정례합니다. 저 언덕에 이른 이께 정례합니다.
중생제도 하는 이께 정례합니다. 생사의 길 여읜 이께 정례합니다.
중생이 오가는 곳 모두 아시고 모든 법에 해탈의 도 얻으셨으며 세상에 애착 없기 연꽃 같으며 모든 법의 공적함을 증득하시며 모든 법상 통달하여 걸림 없을 새, 허공 같이 텅 빈 이께 귀의합니다.
그 때에 장자의 아들 보적이 이 게송을 설하고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오백인 장자의 아들이 다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삽고 불국토가 청정하여진 일을 듣고져 하나이다. 바라옵건데 세존께서는 여러 보살들의 국토를 깨끗이 하는 인행(因行)을 말씀하소서.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착하다, 보적아. 네가 능히 여러 보살들을 위하여 여래가 국토를 깨끗이 한 인행을 물었으니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라. 너에게 말하여 주리라.
이 때에 보적과 오백 장자 아들은 부처님의 분부를 받잡고 조용히 들었다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보적아, 중생을 위하여 보살이 불국토를 취하느니라.
왜냐하면 보살이 교화할 중생을 따라 불국토를 갖는 것이며 조복할 중생을 따라 불국토를 갖는 것이며 중생들이 마땅히 어떤 국토로써 부처님의 지혜에 들어갈는지에 따라 불국토를 갖는 것이며 중생들이 마땅히 어떤 국토로서 보살의 근기를 일으키는지에 따라 불국토를 갖느니라.
왜냐하면 보살이 깨끗한 국토를 갖는 것은 다 중생을 이익케하기 위함이니라. 마치 어떤 사람이 빈 땅에다 집을 지으려 하면 마음대로 장애가 없으려니와 만일 허공에 집을 지으려 하면 마침내 될 수 없나니 보살도 그러하여 중생을 성취하기 위하여 불국 토를 갖기를 원하는 것이니 불국토를 갖기를 원하는 것이 허공에 집을 지으려는 것이 아니니라.
보적아, 알지어다.
곧은 마음이 보살의 정토니 보살이 부처될 때에 아첨하지 않는 중생들이 그 나라에 와서 나느니라. 깊은 마음이 보살의 정토니 보살이 부처될 때에 공덕을 갖춘 중생들이 그 나라에 와서 나느니라.
보리심이 보살의 정토니 보살이 부처될 때에 대승 중생들이 그 나라에 와서 나느니라.
보시하는 것이 보살의 정토니 보살이 부처될 때에 모든 것을 애 착하지 않는 중생들이 그 나라에 와서 나느니라.
계행을 지니는 것이 보살의 정토니 보살이 부처될 때에 열가지 착한 도(十善道)를 닦아 소원이 만족한 중생들이 그 나라에 와서 나느니라. 욕된 일을 참는 것이 보살의 정토니 보살이 부처될 때에 삼십이상으로 장엄한 중생들이 그 나라에 와서 나느니라.
꾸준하게 나가는 것(精進)이 보살의 정토니 보살이 부처될 때에 모든 공덕을 부지런히 닦는 중생들이 그 나라에 와서 나느니라.
선정을 닦는 것이 보살의 정토니 보살이 부처될 때에 마음을 걷어잡아 어지럽지 아니한 중생들이 그 나라에 와서 나느니라.
네가지 한량없는 마음(四無量心)이 보살의 정토니 보살이 부처될 때에 사랑하고 불쌍히 여기고 기뻐하고 널리 용서하는 중생들이 그 나라에 와서 나느니라.
네 가지 포섭하는 마음(四攝法)이 보살의 정토니 보살이 부처될 때에 해탈법에 포섭된 중생들이 그 나라에 와서 나느니라.
방편이 보살의 정토니 보살이 부처될 때에 방편으로 걸림 없는 중생들이 그 나라에 와서 나느니라.
삼십칠 조도품(助道品)이 보살의 정토니 보살이 부처될 때에 四념처, 四정근(正勤), 四신족(神足), 오근(五根), 오력(五力), 칠각지(七覺支), 팔정도(八正道)를 닦는 중생들이 그 나라에 와서 나느니라.
지은 공덕을 잘 회향(廻 向)하는 것이 보살의 정토니 보살이 부처될 때에 온갖 공덕을 갖춘 나라를 얻게 되느니라.
팔난(八難)을 말하여 제하는 것이 보살의 정토니 보살이 부처될 때에 그 나라에 삼악도와 팔난이 없느니라.
스스로계행을 지니고 다른이의 잘못을 말하지 않는 것이 보살의 정토니 보살이 부처될 때에 그 나라에 계율을 범한다는 이름이 없느니라.
십선을 닦는 것이 보살의 정토니 보살이 부처 될 때에 단명하지 않고 살림이 넉넉하며 깨끗한 행실을 가지고 말하는 것이 성실하며 항상 부드러운 말을 하고 권속이 흩어지지 아니하며 다투는 일을 잘 화해시키고 말하는 것이 남에게 이익되며 남을 미워하지 아니하며 정견(正見)을 지닌 중생이 그 나 라에 와서 나느니라.
이러므로 보적아, 보살이 그 마음이 곧으므로 좋은 일을 행하게 되며 좋은 일을 행하므로 깊은 마음을 얻으며 깊은 마음을 따라 조복되며 뜻이 조 복되므로 말한 대로 행하며 말한 대로 행하므로 능히 지은 공덕을 잘 회향하며 회향심을 따라 방편이 생기며 방편을 따라 중생을 성취하며 중생을 성취하므로 불국토가 깨끗해지며 국토가 깨끗하므로 설법하는 것도 깨끗하고 설법이 깨끗하므로 지혜가 깨끗하며 지혜가 깨끗하므로 그 마음이 깨끗하고 마음이 깨끗하므로 온갖 공덕이 깨끗하여 지나니라.
그러므로 보적아 만일 보살이 깨끗한 국토를 얻으려거든 먼저 그 마음을 깨끗이 하여야 한 다. 그 마음이 깨끗하면 불국토가 깨끗하여 지느니라.
그 때에 사리불이 부처님의 위신력을 입어 이렇게 생각하였다.
만일 보살의 마음이 깨끗하면 불국토가 깨끗해진다 할진대 우리 세존께서는 보살행을 하실 적에 마음이 부정하지는 않았을 터인데 어찌하여 이 사바세계가 이렇게 깨끗하지 못할까?
부처님께서는 벌써 그 생각을 아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해와 달이 깨끗하지 못하여서 장님은 보지 못한 다고 하느냐? 그렇지 않읍니다.
세존이시여, 그것은 장님의 허물일지언정 해와 달의 허물은 아닙니다.
사리불아, 중생의 죄업으로 여래의 국토가 깨끗하게 장엄된 것을 보지 못 할지언정 여래의 허물은 아니니라. 사리불아, 나의 이 국토는 깨끗하건만 네가 보지 못하느니라. 그 때에 나계범왕이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사리불이여, 그런 생각을 하지 마시오. 이 불국토가 깨끗하지 못하다고. 왜냐하면 내가 보기에는 석가모니의 국토가 깨끗하기가 마치 자재천왕의 궁전과 같소.
사리불은 말하기를, 내가 보기에는 이 사바세계는 험한 등성이와 깊은 구렁창이 있고 가시덤불. 자갈밭. 흙과 돌. 여러 산 등 더러운 것으로 채워져 있오.
나계범왕은 말하였다.
당신의 마음이 높고 낮고 하여 부처님 지혜에 따르지 못하므로 이 국토가 부정하다고 보는 것이외다.
사리불이여 보살은 모든 중생에게 한결 같이 평등하고 깊은 마음이 청정하여 부처님의 지혜를 의지하기 때문에 곧, 이 불국토가 깨끗한 것을 보는 것이오.
그 때에 부처님이 발가락으로 땅을 누르니 삼천대천 세계가 즉시에 여러 가지 보배로 장엄된 것이 마치 보장엄 부처님의 무량한 공덕으로 장엄된 국토와 같았다. 모든 대중은 처음 보는 일이라고 찬탄하며 자기네가 보배 연꽃 위에 앉은 것을 보게 되었다.
부처님이 사리불에게 이르시기를 너는 이 불국토가 깨끗한 것을 보느냐? 예, 그러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예전에는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였삽 더니 지금에 이 불국토가 깨긋한게 장엄됨이 활짝 드러났나이다.
부처님은 사리불에게 이르셨다.
사리불아, 나의 불국토가 항상 이렇게 깨끗하건만 변변치 못한 사람들을 제도하기 위하여 일부러 여러가지 나쁜 것이 가득한 부정한 국토를 나타내 보인 것이니 마치 여러 천상 사람들이 한 그릇에 밥을 먹더라도 제각기 그 복덕을 따라서 밥빛이 다른 것과 같으니라.
그렇다 사리불아, 만일 사람의 마음이 깨끗하여지면 이 국토의 공덕장엄을 보게 되느니라. 부처님이 이렇게 깨끗한 국토를 나타내어 보일 적에 보적이 데리고 온 장자의 아들 오백 사람들은 다 무생법인을 얻었고 팔만사천 사람이 아뇩다라 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발하였다.
부처님이 신통을 거두시며 이 세계가 다시 예전과 같이 되는 것을 보고 성문법을 구하는 삼만이천 천상사람과 인간 사람들은 이 세상의 생겨나고 없어지는 법이 다 무상한 줄을 알고 세속의 번뇌를 멀리 여의고 법을 보는 눈이 깨끗함을 얻었으며 팔천비구들은 모든 법의 공한 이치를 깨닫고 번뇌 가 다하고 마음이 열리었다.
제2. 방편품(方便品)
그 때에 베살리성 안에 한 장자가 있는데 그 이름은 유마힐이라 한다.
그는 일찍이 한량없는 부처님을 받들어 모시고 깊이 선의 종자를 심었으며 무생법인을 얻어 변재가 걸림이 없고 신통에 자재하며 총지를 얻어 두려울 것이 없게 되며 마군과 원수를 항복받고 깊은 법문을 증득하였으며 지혜로 생사의 바다를 건넜고 모든 방편을 통달하여 큰 소원을 성취하였으며 중생의 마음으로 하는 짓을 밝게 알며 또 중생들의 근기가 영리함과 노둔함을 잘 분별하여 오래전부터 불도에 마음이 순일하여 베살리성에 살고 있으면서 한량없는 재물을 가지고 가난한 사람을 포섭하며 계행을 깨끗하게 지니면서 파계하는 사람들을 교화하며 욕됨을 참는 덕행으로 성내기를 잘하는 사람을 교화하며 꾸준하게 정진하므로서 게으른 사람들을 교화하며 한결같이 선정을 닦으므로써 마음 산란한 사람들을 교화하며 결정적인 지혜를 닦으므로써 어리석은 사람들을 교화하며 흰옷 입은 속인이지만 스님들의 청정한 계율을 받들어 지니며 세속에서 살림살이를 하지만 삼계에 애착하지 않으며 처자를 거느리고 있지만 항상 깨끗한 범행을 닦으며 권속이 있기는 하지만 항상 멀리 여의기를 즐기며 보배로써 장식하기는 하지만 공덕으로 닦아 얻은 상호로써 몸을 치장하며 음식을 먹기는 하지만 선정의 즐거움으로서 맛을 삼으며 장기와 바둑놀이판에 가더라도 그 일로써 사람을 제도하였다.
여러 외도들을 받아주면서도 바른 믿음을 고치지 아니하며 세속의 경전을 밝게 알지만 항상 불법을 좋아하며 모든 사람에게 존경을 받는 것이 공양 중에 으뜸이 되며 정법을 받아 가지므로 어른과 아기들을 포섭하며 살림살이에 뜻대로 되어 속계의 이익이 생기더라도 그것으로 만족하지 아니하여 네거리에 다니면서 중생을 이익케 하며 정법으로 다스리는 곳에 들어가서 여러 사람을 구원하며 경서를 강론하는 데에 들어가서 대승법을로써 인도하며 글 배우는 학당에 들어가서 어린이들을 잘 인도하며 음난한 집에 들어가서 음욕의 허물을 보여주며 술 파는 집에 들어가서 그 뜻을 굳게 세우게 하더라.
만일 장자들 축에 있게 되면 장자들 가운데 어른이 되어 좋은 법문을 말하여 주며 거사 가운데 있게 되면 거사들 가운데 어른이 되어 탐착심을 끊게 하며 왕족 가운데 있으면 왕족 가운데서 어른이 되어 욕된 것을 참도록 가르치며 바라문 가운데 있게 되면 바라문 가운데서 어른이 되어 교만한 마음을 없애게 하며 대신 가운데 있게 되면 대신들 가운데 어른이 되어 바른 법을 가르치고 왕자 중에 있게 되면 왕자들 가운데 어른이 되어 충성하고 효도하는 일을 보여주며 내관 중에 있게 되면 내관들 가운데 어른이 되어 궁녀들을 올바르게 교화하며 서민 중에 있게 되면 서민 가운데 어른이 되어 복 짓는 일을 일으키게 하며 제석천에 있게 되면 제석천 가운데 어른이 되어 무상한 이치를 보여 주며 사천왕 중에 있게 되면 사천왕들 가운데 어른이 되어 모든 중생을 보호하였다.
장자 유마힐이 이러한 한량없는 방편으로 중생을 교화하여 이익케 하였다. 그는 하나의 방편으로 몸에 병이 있노라고 하고 있었다. ‘그가 병이 났다’는 말을 듣고 임금과 대신과 장자와 거사와 바라문들과 왕자와 여러 권속들 수천명이 와서 병을 위문하였다.
유마힐은 그 몸에 병난 것을 인연으로 널리 법문을 하였다.
여러분, 이 몸이란 덧없고 늘 건강한 것이 아니며 큰 힘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단단한 것도 아니며 빨리 노쇠하여 가는 것이매 믿을 것도 못되며 괴로운 것이고 시끄러운 것이며 모든 병이 모인 것입니다.여러분, 이와 같은 몸을 지혜 있는 이는 믿을 것이 없는 것이요.
이 몸은 물거품과 같아서 만질 수가 없으며 이 몸은 멀리 눈에 어리는 아지랑이와 같아서 목말라 하는 애정으로 생긴 것이며 이 몸은 파초와 같아서 속에 굳은 고갱이가 없으며 이 몸은 요술장이의 눈속임과 같은 것이며 이 몸은 꿈속과 같아서 허망으로 보이는 것이며 이 몸은 그림자와 같아서 업으로 나타난 것이며 이 몸은 메아리와 같아서 인연으로 울려나는 것이며 이 몸은 구름과 같아서 잠시 변하여 없어지는 것이며 이 몸은 번개와 같아서 잠간도 머물지 못하며 이 몸은 따로 주장하는 이가 없는 것이 마치 땅과 같으며 (땅 자체는 주장함이 없음) 이 몸은 오래지 못함이 지나가는 바람과 같으며 이 몸은 사람이라 할 존재가 없는 것이 마치 한데 모여 이룩된 물과 같으며 이 몸은 실답지 못하니, 지.수.화.풍의 사대(四大)가 모인 것이며 이 몸은 공한 것이니 나와 내 것을 여읜 것이며 이 몸은 앎이 없나니 초목이나 돌맹이와 같으며 이 몸은 본래 작용도 없지만 바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것이며(움직이는 힘을 바람이라 함) 이 몸은 깨끗지 못한 것이라 더러운 물질이 가득 찬 것이며 이 몸은 허망한 것이라 목욕하고 옷 입히고 먹여 주어도 마침내 마멸되어 없어지고 마는 것이며 이 몸은 모든 화근이라 백 한가지 병이 늘 괴롭히는 것이며 이 몸은 벼랑이나 웅덩이처럼 늙음에 쫓기어 떨어져 들어가는 것이며 이 몸은 정한 것이 없으니 늘 죽음으로 나가는 것이며 이 몸은 독사와 같고 원수, 도둑과 같으며 빈 촌락과 같으니 오음 십팔계 십이입으로 모여 되었나니라.
여러분, 이 몸은 싫증나고 걱정거리라 마땅히 부처님 몸을 좋아해야 할 것이외다.
왜냐하면 부처님 몸은 곧 법의 몸이니 한량없는 공덕과 지혜로 쫓아 생겼으며 계행과 선정 지혜와 해탈과 해탈지견으로 생겼으며 자.비.희.사로 생겼으며 보시.지계.인욕.유화(柔和).정진.선정.해탈.삼매.다문(多聞).지혜의 모든 바라밀로 생겼으며 방편을 닦는 공덕으로 생겼으며 신통으로 쫓아 생겼으며 삼명(三明)으로 쫓아 생겼으며 삼십칠도품으로 쫓아 생겼으며 지관(止觀)으로 쫓아 생겼으며 십력과 사무외와 십팔불공법으로 쫓아 생겼으며 온갖 나쁜 짓을 끊고 온갖 착한 짓을 쌓으므로부터 생겼으며 진실한 마음으로 생겼으며 청정한 법으로 말미암아 여래의 법신이 생겼느니라.
여러분, 부처님의 몸을 얻어 일체 중생의 병을 끊고저 하거든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발할 것이니라. 이와 같이 유마힐 장자가 병을 위문하는 이들을 위하여 때에 따라 설법하여 무수한 사람들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게 하였다.
제3. 제자품(弟子品)
그 때에 장자 유마힐은
‘내가 이렇게 병들어 누웠는데 자비하신 부처님께서 나를 어여삐 여기시지 아니 하시는가?’하고 생각했다.
부처님이 그 뜻을 아시고 사리불에게 이르셨다.
“사리불이여, 네가 유마힐에게 나아가 병을 위문하여라.”
사리불은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 사람에게 가서 병을 위문할 수 없나이다. 그 까닭은 제가 예전에 산속 숲나무 아래서 조용히 좌선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유마힐이 와서 말했습니다.
‘여보시오. 사리불이여, 반드시 앉은 것만이 좌선하는 것이 아니외다.
좌선이란 것은 삼계(三界)에다 몸과 뜻을 나타내지 않는 것이 좌선이며,
멸진정에서 일어나지 아니하고 온갖 위의 행동을 나타내는 것이 좌선이며
부처님의 도법을 버리지 않고서 범부의 일을 나타내는 것이 좌선이며
마음이 안에도 머물지 않고 밖에도 머물지 않는 것이 좌선이며
외도의 사견에 흔들리지 않으면서 삼십칠도품을 닦는 것이 좌선이며
번뇌를 끊지 않고서 열반에 들어가는 것이 좌선이니
이렇게 좌선하는 이라야 부처님이 인가하시는 것이요’라고 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내가 그 때 그 말을 듣고 잠시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에게 병문안을 할 수 없나이다.”
부처님은 목건련에게 이르셨다.
“네가 유마힐에게 가서 병을 위문하여라.”
목건련은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그 사람에게 가서 병을 위문할 수 없나이다. 그 까닭은 제가 예전에 베살리성에 들어가서 어떤 마을에서 거사들을 위하여 법문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유마힐이 와서 말했습니다.
‘목건련 존자님, 흰 옷 입은 거사들에게 설법하는 것은 당신의 말씀과 같이 말할 것이 아니외다. 설법이란 것은 마땅히 법답게 말하여야 합니다.
법에는 중생이란 것이 없나니 중생이란 [더러운] 때(垢)를 여의었기 때문이며
법에는 나라는 것이 없나니 나라는 때를 여의었기 때문이며
법에는 목숨이라는 것이 없나니 생사를 여의었기 때문이며
법에는 사람이란 것이 없나니 과거와 미래가 끊어진 때문이며
법은 항상 고요한 것이니 모든 형상을 없애버린 때문이며
법은 형상을 여읜 것이니 반연할 것이 없기 때문이며
법은 이름이 없나니 말로 형용할 수 없기 때문이며
법에는 말씀이 없나니 생각과 관을 여의었기 때문이며
법은 형상이 없나니 허공 같기 때문이며
법에는 실없는 말이 없나니 끝까지 공한 때문이며
법에는 내것이 없나니 내 것을 여의었기 때문이며
법에는 분별이 없나니 식심(識心)을 여의었기 때문이며
견줄 것이 없나니 상대가 없기 때문이며
법은 어떤 원인에 속하지 않았나니 인연관계에 매이어 있지 않기 때문이며
법은 법의 체성과 같으니 법의 체성을 증득하였기 때문이며
법은 진여에 따르나니 따를 것이 없기 때문이며
법은 진실한 자리에 머무나니 있느니 없느니 하는 한쪽으로 흔들리지 않기 때문이며
법은 흔들림이 없나니 육진을 의지하지 아니한 때문이며
법에는 과거와 미래가 없나니 항상 어디나 머물지 않기 때문이며,
법은 공에 따르고 형상 없는데 따르며
인연따라 지어진 것 없는 것을 순응하며
법은 좋고 나쁜 것을 여의고 법은 더하고 덜함이 없으며
법은 나고 없어짐이 없으며 법은 높고 낮은 것이 없으며
법은 항상 머물고 흔들리지 않으며 법은 온갖 생각하는 경계를 여의었지요.
목건련 존자여, 법의 참 모양이 이러하거니 어떻게 말할 수 있겠나이까?
법을 말한다는 이는 말할 것도 없고 보일 것도 없으며 법문을 듣는다는 이도 들은 것이 없고 얻을 것이 없나이다.
마치 요술하는 사람이 요술로 만든 사람에게 법을 말하는 것과 같이,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법문을 말할 것이며
중생의 근기가 영리하고 아둔한 것을 알아야 하며
수승한 지견으로 걸릴 것이 없어야 하며
자비한 마음으로 대승법을 찬탄할 것이며
부처님의 은혜 갚을 것을 생각하여 삼보를 끊이지 않게 한 뒤에야 법문을 말할 수 있나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유마힐이 이런 법문을 말할 적에 팔백거사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나이다. 저는 이런 유창한 변재가 없기에 그에게 가서 병을 위문할 수 없나이다.”
부처님이 대가섭에게 이르셨다.
“네가 유마힐에게 가서 병을 위문하여라.”
가섭은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그 사람에게 가서 병을 위문할 수 없나이다.
그 까닭은 제가 예전에 가난한 촌락에 가서 밥을 비노라니 그 때에 유마힐이 와서 말했습니다.
‘대가섭 존자님, 자비심이 있기는 하면서도 넓지 못하여서 부자집을 버리고 가난한 집만 찾아가서 탁발하시군요.
평등한 법 가운데 탁발하는 것도 차례차례로 하여야 됩니다.
먹지 않는 법을 위하여 걸식을 할 것이며
인연이 화합상을 파하기 때문에 덩어리로 된 밥을 취하는 것이며
나고 죽음을 받지 않기 위하여 저 음식을 받는 것이며
텅 빈 촌락과 같은 생각으로 촌락에 들어갈 것이며
여러 가지 빛깔을 보아도 장님과 같이하며
소리를 듣더라도 메아리와 같이하며
냄새를 맡을 적엔 바람과 같이하며
음식을 먹을 적에 맛을 분별하지 아니하며
몸에 촉각을 받을 적에 무심정에 든 것과 같으며
모든 현상계가 다 요술로 만들어진 것처럼 제 바탕도 없고 남에게서 얻어진 것도 없는 줄을 아나니 본래부터 그런 것이 있는 것도 아니며 지금에도 없어지는 것도 없습니다.
대가섭 존자님, 만일 여덟가지 삿된 팔사(邪)를 버리지 않고 팔해탈에 들어가며
삿된 모양 같으면서 정법에 들어가며
한 그릇 밥으로 일체 중생에게 보시하며
여러 부처님과 여러 성현에게 공양한 뒤에 먹을 것이니,
이렇게 먹는 이는 번뇌가 있는 것도 아니요
번뇌를 여읜 것도 아니며 선정에 들어간 것도 아니요
선정에서 일어난 것도 아니며 세간에 머문 것도 아니요
열반에 머문 것도 아니며 그에게 밥을 베푼 이는 큰 복도 없고 적은 복도 없으며
이익이 될 것도 아니고 손해가 될 것도 아니니
이것이 불도에 들어가는 것이요 성문법에 의지하지 않는 것이니
가섭존자시여, 이렇게 밥을 먹어야만 남이 베푸는 음식을 공짜로 먹지 아니하는 것이외다.’라고 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그 때 이 말을 듣고 일찍이 없던 일이라 생각하고 모든 대승보살에게 존경하는 마음을 가졌으며 또 생각하기를 이 분은 속인으로서도 유창한 변재와 지혜가 이러하거늘 누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지 않을까 하고 그 후로는 성문법과 연각법으로 다른 사람에게 권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그에게 가서 병을 위문할 수가 없나이다.”
부처님이 수보리에게 이르셨다.
“네가 유마힐에게 가서 병을 위문하여라.”
수보리는 이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그이에게 가서 병을 위문할 수 없나이다. 그 까닭은 제가 예전에 그의 집에 가서 탁발하는데, 유마힐이 제 발우를 받아 밥을 가득 담아가지고 와서 말했습니다.
‘수보리 존자님, 만일 먹는데 평등한 이는 법에도 평등하나니 이렇게 탁발해야 공양받을 수 있습니다.
만일 수보리 존자님이
욕심·화내는 마음·어리석음의 삼독심을 끊지 아니하고 또한 그 마음과 함께하지도 아니하며
이 몸을 그대로 두고 하나의 실상을 따르며,
어리석음과 애착을 없애지 않고서 삼명과 팔해탈을 성취하며
오역상 이라 하는 것(逆相)으로서 해탈을 얻되 또한 풀어버릴 것도 얽어맨 것도 없습니다.
고집멸도 사성제를 깨달았다는 것도 없고 사성제를 깨달음이 없는것도 아니며,
과위를 얻음도 없고 과위를 얻지 않음도 없으며,
범부라 할 것도 없고 범부를 여의었다 할 것도 없으며
성인이라 할 것도 없고 성인이 아니라고 할 것도 없어서,
비록 모든 법을 성취하였으되 모든 法相(법상)을 여의여야 법을 받을 수 있습니다.
수보리 존자님, 부처님을 보았다는 것도 없고, 법을 들었다는 것도 없다면, 육사외도의 제자들도 당신의 스승일 것이니,
그들로 말미암아 출가하여 그들이 잘못 떨어지는 곳에 당신도 따라서 떨어져야만 밥을 받을만한 것입니다.
만일 수보리 존자님이 저 삿된 소견에 들어가서 열반의 저쪽 언덕에 건너가지 못하며
여덟가지 고난 중에 머물러서 어려움이 없지 못하며 번뇌와 함께하여 청정한 법을 여의었으며
당신이 무생삼매를 얻었으면 모든 중생도 그 삼매를 얻을 것입니다.
당신에게 공양하는 이는 복밭이라 이름할 것도 없으니,
당신에게 공양한다고 하는 이는 삼악도에 떨어진 모든 마구니 무리들과 함께 손을 잡고 원망하는 마음을 일으키게 됩니다.
당신은 마구니 무리들과 함께 온갖 번뇌와 평등하여 다름이 없는데, 모든 중생에게 원망하는 마음이 어디 있겠습니까. 모든 부처님을 비방하겠습니까 가르침을 비방하겠습니까. 들음도 없고 결국 멸도를 얻음도 없는 이와 그대가 이러할 것 같으면 공양받을 만합니다.’
세존이시여, 그때 이 말을 듣고 당황하여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서 발우를 두고 그 집에서 나오고자 하니 유마힐이 말하였습니다.
‘수보리 존자님, 두려워 하지 말고 발우를 받으십시오. 부처님께서 교화하신 분이 이렇게 다그친다고 두려워합니까?’
제가 말하였습니다.
‘아닙니다.’
유마힐이 말하였습니다
‘모든 법은 허깨비가 화현한 모습같아서 당신은 두려워하지 않겠지요. 왜냐하면 모든 말은 모습을 여의지 못하고, 지혜있는 사람은 문자에 얽매이지 않으므로 두려울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문자는 성품을 여의어서 문자라 할 수 없으니, 그것이 해탈이고 해탈상이 곧 모든 법인 것입니다.’
유마힐이 이런 법문을 말할 적에 이백의 천인이 법안이 청정해짐을 얻었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그에게 가서 병을 위문할 수 없나이다.”
부처님은 또 부루나 미다라니자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유마힐에게 가서 병을 위문하여라.”
부루나는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그 사람에게 가서 병을 위문할 수 없나이다.
그 까닭은 제가 예전에 큰 숲속에 어떤 나무 아래에서 신참 비구들을 위하여 설법을 할 적에 유마힐이 와서 저에게 말했습니다.
‘부루나 존자님, 설법하려거든
먼저 정(定)에 들어서 그 사람들의 마음을 관찰한 뒤에 설법하는 것이니 더러운 음식을 보배그릇에 담으면 안되며,
마땅히 이 비구들의 생각하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니 유리를 수정과 같다고 하여서는 안되며,
당신이 중생의 근본을 알지 못하면서 소승법으로서 인도해서는 안되며,
그가 본래 부스럼이 없는데 상처를 내서는 안되며,
한길로 가려는 이에게 샛길을 가리키지 말며 바닷물을 소 발자국에 넣으려 해서는 안되며
햇빛을 반딧불과 같다고 해서는 안됩니다.
부루나 존자님, 이 비구들은 오래 전에 대승의 마음을 내었다가 중간에 잊어버린 것이어늘 어찌하여 소승법으로 지도하겠습니까. 내가 보니 소승들은 지혜 열기가 장님과 같아서 중생들의 근기가 영리하고 노둔함을 분별하지 못하더군요.‘
그리고는 유마힐이 삼매에 들어서 그 비구들로 하여금 지나간 세상을 알게 하였으니
그들은 일찍이 오백부처님께 온갖 공덕의 씨앗을 심어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로 회향한 인연을 알게 되어, 비구들은 즉시에 본래 마음을 도로 얻고 유마힐의 발에 예배하고 유마힐이 그들에게 법문을 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다시 물러나지 않게 하였나이다.
제가 그때에 성문들이 중생의 근기를 관찰하지 못하고는 법문을 말해서는 안됨을 알았기에 그이에게 가서 병을 위문할 수 없나이다.”
부처님은 또 마하가전연에게 이르셨다.
“네가 유마힐에게 가서 병을 위문하여라.”
가전연은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그 사람에게 가서 병을 위문할 수 없나이다. 그 까닭은 예전에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법문의 요긴한 뜻을 말씀하신 뒤에 제가 다시 그 뜻을 부연하면서 이것은 무상(無常)과 고성제와 공(空)과 무아(無我)와 적멸(寂滅)의 뜻을 말하였는데, 그 때에 유마힐이 와서 저에게 말했습니다.
‘가전연 존자님, 생멸의 마음으로 실상법을 설해서는 안됩니다. 모든 법이 끝내 생멸함이 없는 것이 고성제의 뜻이며, 모든 법은 결국 있다고 할 수 없는 것이 공(空)의 뜻이며, 나와 나 없다는 것도 다르지 않는 것이 무아(無我)의 뜻이며, 법에는 그런 것이 없어서 지금 멸할 것도 없음이 적멸의 뜻입니다.’
유마힐이 이 말을 할 때, 여러 비구들이 해탈을 얻었습니다. 그러므로 제가 그에게 가서 병을 위문할 수 없나이다.”
부처님은 또 아나율에게 이르셨다.
“네가 유마힐에게 가서 병을 위문하여라.”
아나율은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그 사람에게 가서 병을 위문할 수 없나이다. 그 까닭은 예전에 제가 어느 곳에서 거닐고 있노라니 ‘엄정’이라는 범천왕이 일만의 범천인들을 데리고 맑은 광명을 놓으면서 와서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저에게 물었습니다.
‘아나율 존자님, 천안통으로 보는 것이 얼마나 멀고 넓은 정도입니까?’
이에 저는 바로 답하였습니다.
‘어진 이여, 나는 석가모니 부처님 계신 국토의 삼천대천세계 보기를 손바닥 위에 놓인 암마륵과 열매를 보듯 훤히 봅니다.’
그 때에 유마힐이 저에게 말했습니다.
‘아나율 존자님, 천안통으로 보는 것은 보겠다는 생각에서 보는 것입니까? 보겠다는 생각없이 보는 것입니까?
만일 보겠다는 생각이 있어서라면 외도들의 얻은 오통과 같은 것이요. 보겠다는 생각이 없이라면 곧 무위의 법이니 본다는 것이 있을 수 없을 것입니다’
저는 그 때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는데, 범천인들은 그 말을 듣고 희유한 깨달음을 얻고 절하고 유마힐에게 물었습니다.
‘세상에 누가 진정한 천안을 가진 분입니까?’
유마힐이 대답했습니다.
‘부처님, 세상에서 가장 존귀하신 그분이야말로 진정한 천안을 얻으신 분이니, 항상 삼매에 머물면서 모든 불국토를 다 보시되, 분별상이 없습니다.’
그때 엄정 범천왕과 그의 권속 오백 범천인들이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일으키고 유마힐의 발에 경례하고 홀연히 사라졌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그이에게 가서 병을 위문할 수 없나이다.”
부처님은 다시 우바리에게 이르셨다.
“네가 유마힐에게 가서 병을 위문하여라.”
우바리는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그에게 가서 병을 위문할 수 없나이다. 그 까닭은 예전에 두 비구가 계율을 범하고는 부끄러워서 부처님께는 묻지 못하고 저에게 와서 물었습니다.
‘우바리 존자님, 우리가 계율을 범하였는데 부끄러워서 부처님에게 여쭐 수가 없으니 바라건대 우리의 의혹과 뉘우침을 풀어주어 허물을 면하게 하여 주시요.’
그래서 제가 그들을 위하여 법대로 말하여 주었더니, 때마침 유마힐이 와서 말하였습니다.
‘우바리 존자님, 이 비구들의 죄를 더 보태게 하지 마십시오.
죄를 당장 없애줄지언정 그 마음을 어지럽게 하면 안됩니다. 왜냐하면 그 죄의 성품은 안에 있는 것도 아니고, 밖에 있는 것도 아니며, 중간에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부처님 말씀처럼 마음이 더럽기에 중생도 더럽다고 하는데, 마음이 청정하면 중생도 청정합니다. 왜냐하면 마음은 안에 있는 것도 아니고 밖에 있는 것도 아니며 중간에 있는 것도 아니듯이 마찬가지로 죄와 번뇌 역시 그러합니다.
모든 법이 또한 그러하여 이를 벗어나지 않나니, 심상으로 해탈을 얻을 때 더러움이 있다고 정녕 말할수 있습니까?’
제가 답했습니다.
‘아닙니다.’
유마힐이 말했습니다.
‘모든 중생의 심상에 더러움이 없다는 것도 그와 같습니다.
망상이 더러움이라도 망상이 없으면 청정함이고
전도됨이 더러움이라도 전도를 여의면 청정함이며
나를 취하려하는 것이 더러움이라도 나를 취하려하지 않는 것은 청정함입니다.
모든 법은 생멸하여 고정되어 있지 않으니, 허깨비 같고, 번개 같으며,
모든 법은 서로 의지할 것이 없어서 한 생각에 머물지 않으며
모든 법은 모두 허망하게 보는 것이니 꿈같고 불꽃같고 물속의 달같고 거울속 모습같아서
망상으로부터 비롯된 것입니다.
이것을 아는 것을 계율을 수지한다하고, 이를 아는 이가 참으로 아는 사람입니다.’
그때에 계율을 어겼던 두 비구가 말했습니다.
‘훌륭하고 지혜로운 이여! 우바리 존자님도 해낼 수 없는 일이며 계율 지니는 이 가운데 으뜸 가는 이라도 할수 없는 말입니다.’
제가 대답하였습니다.
‘부처님을 제외하고 어느 성문이나 보살들도 그 자유자재한 언변을 따를 수 없으며 그 밝은 지혜도 그러합니다.’
그리고 두 비구가 즉시에 의심과 뉘우침이 없어지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고 원을 세워 말하였습니다.
‘모든 중생이 모두 이러한 변재를 얻어지이다.’
그러므로 저는 그에게 가서 병을 위문 할 수 없나이다.”
부처님은 또 라후라에게 이르셨다.
“네가 유마힐에게 가서 병을 위문하여라.”
라후라는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그 사람에게 가서 병을 위문할 수 없나이다.
그 까닭은 예전에 베살리성에 있는 여러 장자의 아들들이 저에게 와서 예배하고 말했습니다.
‘라후라 존자님, 당신은 부처님의 아들로서 전륜왕의 지위를 버리고 출가하여 도를 닦았으니 출가하는 것이 무슨 이익이 있나이까?’
이에 제가 법과 같이 출가한 공덕을 말하였더니 그 때에 유마힐이 와서 저에게 말했습니다.
‘라후라 존자님, 출가한 공덕의 이익되는 것을 그렇게 말하지 마십시오.
왜냐하면 이익이나 공덕마저도 없는 것이 출가입니다.
세간법에는 이익이나 공덕을 말할 수 있지만, 출세간법에는 이익이나 공덕을 말할 수 없습니다.
무릇 출가는 여기에도 저기에도 중간에도 없으며, 62개의 견해들을 여의고 열반에 머무는 것입니다. 이는 지혜로운 이가 받아들이고 거룩한 사람이 실천하는 것입니다. 모든 마구니를 항복받고 오도의 중생들을 제도함에 오안(五眼)을 청정히 하고, 믿음 힘·정진의 힘·깨어있는 힘·마음집중의 힘·지혜의 힘인 오력(五力)을 얻으며, 오력을 바탕으로한 근기 오근(五根)을 세우되, 다른 이들을 괴롭히지 않고 온갖 악을 여의면서 외도를 꺽는 것이며, 허명을 초월하여 진창을 벗어나 속박되지 않는 것이며, 나라고 할 것도 내 것이라고 할 것도 없으며, 마음의 흔들림이나 어지러움이 없어 안으로는 기쁨으로 뜻을 지키고 선정을 따르며 허물을 여의는 것이니, 만약 이와 같이 해낼수 있다면 진정한 출가라 합니다.’
유마힐이 여러 장자의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그대들은 정법이 있는 곳으로 출가해야 하니, 왜냐하면 부처님 출현하시는 세상은 만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모든 장자의 아들들이 말했습니다.
‘거사님, 저희들이 부처님 말씀을 듣기로는 부모님 허락없이는 출가할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유마힐이 말했습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대들이 만일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게 되면 그것이 곧 출가하는 것이며 그것이 곧 구족계를 받는 것입니다.’
그렇게 말할 적에 장자의 아들 서른 두명이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일으켰으므로 저는 그에게 가서 병을 위문 할 수 없나이다.”
부처님은 다시 아난에게 이르셨다.
“네가 유마힐에게 가서 병을 위문하여라.”
아난은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그 사람에게 가서 병을 위문할 수 없나이다.
그 까닭은 예전에 세존께서 병환 중이실 때 우유가 필요해서 발우를 들고 바라문의 집 문앞에 서 있는데, 그 때에 유마힐이 와서 제계 말했습니다.
‘아난 존자님, 어찌하여 이 이른 새벽에 바루를 들고 여기 있나이까?’
이에 세존께 약간의 병이 나시어 우유를 쓰게 되었으므로 여기 와 있노라고 대답하였더니 유마힐이 또 말했습니다.
‘그 무슨 말씀입니까 아 그런 말씀 마십시오. 여래의 몸은 금강과 같은 몸이라 모든 나쁜 짓은 이미 끊어졌고 여러가지 선한 일만 모이었거늘 무슨 병이 있으며 무슨 괴로움이 있겠습니까. 그냥 가시오.
아난 존자님, 여래를 비방하지 말고 다른 사람이 그런 말을 듣지 않게 하며, 큰 위덕을 지닌 하늘 사람들이나 다른 정토에서 온 보살네로 하여금 이런 말을 듣게 하지 마십시오.
전륜성왕은 적은 복력을 가지고도 병이 없는데, 어찌 한량없는 복력과 많은 공덕을 갖춘 여래께 병이 있겠습니까? 어서 가십시오. 우리들로 하여금 이런 수치를 받게 하지 마시오.
외도나 바라문들이 이 말을 들으면 생각하기를
소위 스승이라고 하면서 제 병도 고치지 못하면서 어떻게 남의 병을 고치냐고 하리니 그냥 어서 가서 다른 사람으로 알지 못하게 하십시오.
부처님의 몸은 법의 몸이시고 애정과 탐욕으로 된 것이 아니며, 부처님은 이 세상에 가장 높은 이어서 삼계를 벗어나셨으며, 부처님 몸은 생사윤회에 떨어지지 않으시므로 모든 번뇌가 이미 없어졌으며, 부처님의 몸은 세간을 뛰어났으므로 나고 죽음에 떨어지지 않으시니, 이러한 몸으로 무슨 병이 있겠습니까?’
세존이시여, 저는 그 때에 부끄러운 마음이 생겨서 속으로 생각하기를 부처님을 가까이 모시면서 잘못 듣지나 않았는가 하고있었는데 허공 중에서 소리가 들렸습니다.
‘아난존자여, 유마힐 거사의 말과 같건마는 오탁악세에 나셨으므로 이런 일을 나타내어 중생을 제도하려 하시는 것이니 부끄러워 하지 말고 어서 우유를 가지고 돌아가시오.’
세존이시여, 유마힐의 지혜와 변재가 이와 같으므로 저는 그이에게 가서 병을 위문할 수 없나이다.”
이렇게 오백명의 제자들이 제각기 지난 일과 유마힐이 하던 말을 부처님께 사뢰고 모두 유마힐에게 가서 병을 위문할 수가 없다고 하였다.
제4. 보살품(菩薩品)
그 때에 부처님은 미륵보살에게 이르셨다.
“그대가 유마힐에게 가서 병을 위문하여라.”
미륵보살이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나는 그 사람에게 가서 병을 위문할 수 없나이다.
그 까닭은 제가 예전에 도솔천왕과 그 권속들에게 다시 물러서지 않는 지위에서 행할 일을 설하였습니다.
그 때에 유마힐이 와서 말하기를
{미륵보살님, 세존께서 당신에게 수기하기를 ‘이 한생 마치고 아뇩다라삼먁삼 보리를 증득하리라.’고 하셨나이다.
어느 생으로 수기를 받았나이까? 과거생입니까? 미래생입니까? 현재생입니까?
만일 과거생이라면 과거생은 벌써 지나갔고 미래생이라면 미래생은 아직 오직 않았고 현재생이라면 현재생은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니,
부처님이 말씀하시기를
‘비구들이여, 네가 지금 이 순간에도 태어나기도 하고 늙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한다’고 하시던 것과 같습니다.
만일 생이 없는 것으로 수기를 얻었다면 생이 없는 것은 곧 부처님의 지위이니
그 지위에서는 수기를 받을 것도 없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도 없거늘 미륵보살님이 어떻게 한 생에 성불하리라는 수기를 받았나이까?
진여가 생기는 것으로 수기를 받았는가?
진여가 없어지는 것으로 수기를 받았는가?
만일 진여가 생기는 것으로 수기를 받았다면 진여는 생기는 것이 아니요,
진여가 없어지는 것으로 수기를 받았다면 진여는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일체중생이 모두 진여며 일체법이 또한 진여며
성현들도 또한 진여이며 미륵보살님까지도 또한 진여이니
만일 미륵보살님이 수기를 받았다면 일체중생도 수기를 받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진여라는 것은 둘이 아니며 다르지도 아니한 탓이며
만일 미륵보살님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다면
일체중생도 또한 얻어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일체중생이 곧 보리인 탓입니다.
만일 미륵이 열반을 얻었다 면 일체중생도 열반을 얻을 것이니
그 까닭은 여러 부처님께서 모든 중생이 마침내 적멸한 것이 곧 열반이라, 다시 열반에 들것이 없는 줄을 아시는 탓입니다.
그러므로 미륵보살님이여, 그러한 법문으로 모든 범천들을 유혹하지 말지니 실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말할 이도 없고 또한 물러갈 이도 없나이다.
미륵보살님, 마땅히 이 범천들로 하여금 보리라고 분별하는 소견을 버리게 할지니
왜냐하면 보리라는 것은 몸으로 얻을 수도 없고 마음으로 얻을 수도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적멸한 것이 보리니 모든 형상을 없애기 때문이며
관하지 않는 것이 보리니 모든 반연을 여의었기 때문이며
행하지 않는 것이 보리니 기억하는 생각이 없기 때문이며
끊는 것이 보리니 모든 소견을 버렸기 때문이며
여의는 것이 보리니 모든 허망한 생각을 여의었기 때문이며
막는 것이 보리니 모든 소원을 막기 때문이며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보리니 탐착이 없기 때문이며
따르는 것이 보리니 진여에 따르기 때문이며
머무는 것이 보리니 법의 자성에 머무기 때문이며
이르는 것이 보리니 진실한 자리에 이르기 때문이며
둘이 아닌 것이 보리니 주관의 의식과 객관인 법진을 여의었기 때문이며
평등한 것이 보리니 허공과 같기 때문이며
하염없는 것이 보리니 머물고 멸하는 것이 없기 때문이며
아는 것이 보리니 중생들의 마음과 행을 알기 때문이며
모이지 않는 것이 보리니 여러가지 받아들이는 것이 모이지 않기 때문이며
합하지 않는 것이 보리니 번뇌습기를 여의었기 때문이며
처소가 없는 것이 보리니 형상과 빛깔이 없기 때문이며
거짓 이름이 보리니 이름이 공하기 때문이며
요술과 같은 것이 보리니 취하고 버릴 것이 없기 때문이며
산란치 않는 것이 보리니 항상 고요하기 때문이며
고요한 것이 보리니 자성이 청정하기 때문이며
취할 것 없는 것이 보리니 반연을 여의었기 때문이며
다르지 않은 것이 보리니 모든 법이 평등하기 때문이며
견줄 데 없는 것이 보리니 비유할 것이 없기 때문이며
미묘한 것이 보리니 모든 법을 알기 어려운 때문입니다.}
라고 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유마힐이 이런 법문을 할 적에 이백 범천들이 무생법인을 얻었나이다.
그러므로 나는 그이에게 가서 병을 위문 할 수 없나이다.”
*
부처님은 광엄동자에게 이르셨다.
“그대가 유마힐에게 가서 병을 위문하여라.”
광엄동자는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그 사람에게 가서 병을 위문할 수 없나이다.
그 까닭은 예전에 제가 베살리성에서 나갈 적에
유마힐이 마침 성으로 들어오기에 저는 곧 경례하고 물었나이다.
‘거사님, 어디로부터 오십니까?’
그는 도량으로부터 오노라고 대답하기에
저는 또 묻기를, ‘도량이란 어느 곳입니까?’ 하였더니
그는 대답하기를,
{곧은 마음이 도량이니 거짓이 없는 까닭이며
행을 닦아 가는 것이 도량이니 능히 일을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며
깊은 마음이 도량이니 공덕을 증진하기 때문이며
보리심이 도량이니 잘못이 없기 때문이며
보시가 도량이니 갚기를 바라지 않기 때문이며
보리심이 도량이니 잘못이 없기 때문이며
계행을 지니는 것이 도량이니 소원이 구족하기 때문이며
욕된 것을 참는 것이 도량이니 모든 중생에게 마음이 걸리지 않기 때문이며
꾸준히 닦아 나가는 것이 도량이니 중단하는 일이 없기 때문이며
선정을 닦는 것이 도량이니 마음이 조복되고 단련되기 때문이며
지혜가 도량이니 모든 법을 분명하게 보기 때문이며
자랑하는 것이 도량이니 중생을 평등하게 여기기 때문이며
불쌍히 여기는 것이 도량이니 피로와 괴로움을 견디기 때문이며
기뻐하는 것이 도량이니 법문을 즐거워하기 때문이며
마음을 놓아버리는 것이 도량이니 사랑하고 미워하는 것이 끊어지기 때문이며
신통이 도량이니 육신통을 성취하기 때문이며
해탈이 도량이니 애욕과 번뇌를 등지고 놓아버리기 때문이며
도량이니 갖가지 방편으로 중생을 교화하기 때문이며
네 가지로 포섭하는 것이 도량이니 중생을 잘 포섭하기 때문이며
많이 듣는 곳이 도량이니 들은 대로 행하기 때문이며
마음을 조복받는 것이 도량이니 모든 법을 바로 관찰하기 때문이며
삼십칠조도품이 도량이니 세간법을 놓아버리기 때문이며
사성제가 도량이니 세상을 속이지 않기 때문이며
십이인 연이 도량이니 무명에서 노사까지가 다함이 없기 때문이며
온갖 번뇌가 도량이니 번뇌가 곧 실상임을 알기 때문이며
중생이 도량이니 나라는 것이 없는 줄을 알기 때문이며
일체법이 도량이니 모든 법이 공한 줄을 알기 때문이며
마군을 항복받는 것이 도량이니 무엇에나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며
삼계가 도량이니 따로 나갈 데가 없기 때문이며
사자후를 하는 것이 도량이니 두려울 것이 없기 때문이며
십력과 사무외와 십팔불공법이 도량이니 모든 허물을 여의었기 때문이며
삼명이 도량이니 지혜에 장애된 것이 없기 때문이며
한 생각에 일체법을 아는 것이 도량이니 일체지를 성취하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선남자여.
보살이 만일 모든 바라밀로써 중생을 교화하면
온갖 하는 행이 모두
발을 들 적이나 발을 디딜 적이나 모두 도량으로부터 와서 불법에 머무는 것입니다.}
라고 하였습니다.
이 법문을 말할 적에 오백의 하늘사람들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그이에게 가서 병을 위문할 수 없나이다.”
*
부처님은 다시 대세지보살에게 이르셨다.
“그대가 유마힐에게 가서 병을 위문하여라.”
대세지보살은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그 사람에게 가서 병을 위문할 수 없나이다.
그 까닭은 예전에 제가 고요한 곳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마왕 파순이 일만이천 하늘여인들을 데리고 제석천왕 모양으로 풍류를 잡히고 와서 그 권속들과 함께 나의 발에 예배하고 합장하고 한쪽에 서 있거늘
저는 이가 재석천왕인 줄 알고 일러 말하기를,
‘어서 오시오. 교시가 제석이여,
비록 복덕이 있더라도 함부로 수용만 할 것이 아니요.
오욕락이니 무상한 줄을 알아 선의 씨앗을 심으며
몸과 생명과 재물에 대하여 길이 무너지지 않는 법을 닦아야 합니다.’라고 하였더니
그가 나에게 말하기를,
‘보살이여, 이 일만이천의 하늘여인을 받아 시봉하는 종을 삼으시오.’라고 하기에
저는 ‘교시가 제석이여, 이 법답지 아니한 것들로 나를 유혹하지 말라. 그것은 마땅한 것이 아니니라.’하였더니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마힐이 와서
‘이것은 제석이 아니오, 마왕으로서 당신을 꾀는 것입니다.’하고 저에게 말했습니다.
다시 마왕에게 말하기를,
‘이 하늘여인들을 나에게 달라. 내가 받아야 한다.’라고 하자
마왕은 놀라서 두려워하면서 유마힐이 자신을 침노하려 한다고 생각하고 몸을 감추어 도망가려 하나 몸이 숨겨지질 않았습니다.
그의 신통력으로도 도망갈 수가 없었더니
공중에서 큰소리로 외치기를
‘파순이여 그 하늘여인들을 거사에게 돌려주어야 떠나갈 수가 있으리라.’라고 하니
마왕은 두려워 하면서 할 수 없이 유마힐에게 하늘여인들을 내어 주었더이다.
그 때에 유마힐은 하늘여인들에게 이르기를,
‘마왕이 너희들을 나에게 주었으니 이제 너희들은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어라.’하며
그들에게 맞도록 설법하여 하늘여인들로 하여금 보리심을 발하게 하고 다시 말하기를,
너희들이 이미 보리심을 내었으니 이제부터는 법락을 즐기고 다시 오욕락을 즐기지 말라.
어떤 것이 법락입니까?
항상 부처님 믿기를 즐겨하며 법문 듣기를 즐겨하며
스님에게 공양하기를 즐겨하며 오욕락 여의기를 즐겨하며
오음을 원수같이 여기기를 즐겨하며 사대를 독사 같이 보기를 즐겨하며 바깥 경계를 즐기며
선정을 닦아 번뇌의 때를 여의고 지혜 닦기를 즐기며
보리심을 넓히기를 즐기며 뭇 마군을 항복받기를 즐기며 모든 번뇌 끊기를 즐기며
부처님의 국토를 깨끗하게 단장하기를 즐기며 상호를 성취하기를 즐기기 때문에 모든 공덕을 닦으며
도장을 장엄하기를 즐기며 깊은 법을 듣되 두려워하지 않기를 즐기며
세 가지 해탈문을 즐기며 때 아닌 것을 즐기지 않으며 도반을 가까이 하기를 즐기면서
도반 아닌 이 가운데 미워하는 마음을 내지 않기를 즐기며
나쁜 지식을 멀리하기를 즐기며 셩을 남에게 보시하는 것이 보살이라 하나이다.
내가 이미 놓았으니 너는 데려가되 그들도 법을 좋아하는 원을 구족하게 할지어다.
그 때에 하늘여인들이 유마힐에게 말하기를,
우리들이 어떻게 마의 궁전에 머무르리까? 여러 누이여, 법문이 있는데 무진등이라고 이름하니 너희들이 배울 것이다.
무진등이라 함은 마치 한 등불이 다음 다음 등에 불붙이어 백천 등을 밝히어
어두운 데를 다 밝히어 그 밝음이 끊임이 없나니
이와 같이 한 보살이 백.천 중생을 인도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발하게 하지만
그 도는 꺼지게 하지 않을 수 없는 하늘 사람들도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발하면 부처님 은혜를 갚게 되는 것이며
또한 일체중생을 크게 이익되게 하리라.
그 때에 하늘여인들이 머리를 조아려 유마힐의 발에 예배하고 마왕을 따라 천궁으로 돌아가 문득 보이지 않더이다.
세존이시여, 유마힐이 이러한 자재한 신통력과 지혜와 변재가 있기 때문에 제가 그이에게 가서 병을 물을 수 없나이다.”
부처님께서 장자의 아들 선덕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유마힐에게 가서 병을 위문하여라.”
선덕은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그 사람에게 가서 병을 위문할 수 없나이다.
그 까닭은 예전에 아버님 계신 집에서, 큰 보시를 베풀고 오는 스님네와 바라문들과 모든 외도와 가난한 이, 미천한 이, 고아들, 거지들을 일혜 동한 공양하노라니,
그 때에 유마힐이 회중에 들어와서 내게 말하기를,
여보시오 선덕님, 대보시회는 당신과 같이 차려서는 아니 됩니다.
마땅히 법으로 하는 보시회를 베풀 것이어늘, 어찌 하여 재물로 보시하는 일을 하리이까?
거사님, 어떻게 하는 것이 법으로 보시하는 것입니까?
법으로 보시하는 것은 먼저도 없고 나중도 없어서 한꺼번에 일체중생에게 공양하는 것이 법으로 보시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는 말씀입니까?
보리로써 사랑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중생을 구제하기 위하여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일으키며,
정법을 가짐으로써 기뻐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지혜를 섭수함으로써 평등한 마음을 일으키며,
정법을 가짐으로써 기뻐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아끼고 탐하는 이를 포섭하므로
보시 바라밀을 일으키고 계율을 범한 이를 교화하기 위하여 지계 바라밀을 일으키며,
내가 없는 법으로써 인욕 바라밀을 일으키고, 몸과 마음을 여읨으로써 정진 바라밀을 일으키며,
보시를 위하여 선정 바라밀을 일으키고, 일체지를 위하여 반야바라밀을 일으키며,
중생을 교화하면서 한 마음을 지니고 세간법을 버리지 아니 하면서 실상법을 여의지 아니하여,
일부러 몸을 받으면서 세속에 얽매이지 아니하고, 정법을 보호하므로 방편을 잘 활용하며,
중생을 제도함으로써 사섭법을 일으키고,
온갖 높은 이를 공경하여 섬기므로 교만한 마음 없애는 법을 일으키며,
몸과 목숨과 재물에 세가지 견고한 법을 일으키고, 여섯가지 생각하는 가운데서 생각하는 법을 일으키며,
여섯가지 화합하여 공경하는 데서 질박하고 곧은 마음을 일으키고,
올바르게 행하는 착한 법으로 깨끗하게 사는 법을 일으키며,
마음이 깨끗하여 즐거워 함으로 성현에게 가까이함을 일으키고,
나쁜 사람을 미워하지 아니 하므로 조복하는 마음을 일으키며, 출가하는 법으로 깊은 마음을 일으키고,
말한 것과 같이 행하므로 많이 듣는 마음을 일으키며, 다투지 아니하는 법으로 공(空)한 곳을 가리는 마음을 일으키고, 부처님 지혜에 나아가므로 좌선하는 마음을 일으키며
중생의 얽힌 번뇌를 풀어 주기 위하여 보살행 닦을 마음을 일으키고, 상호를 구족하고 불국토를 정화하기 위하여 복덕업을 일으키며
중생들이 마음을 알고 적당하게 법문을 말하므로 슬기로운 업을 일으키고, 일체 법이 취할 것도 없고 버릴 것도 없는 둘을 알아 한실상의 문에 들어가므로 지혜업을 일으키며, 일체 번뇌와 일체 장애와 일체 나쁜 법을 끊으므로 일체 착한 업을 일으키고,
일체 지혜와 일체 착한 법을 얻기 위하므로 일체 조도법을 일으킬지니
선남자여, 이렇게 하는 것이 법으로 보시하는 법회며, 만일 보살이 이러한 법보시 하는 법회에 머물러 있는 이는 대시주가 되며,
일체 세간의 큰 복전이 되나이다.
세존이시여, 유마힐이 이런 법문을 말할 적에 바라문 가운데 2백 사람이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아오며,
저는 마음이 청정하여 처음 보는 즐거움을 얻고 머리를 조아려 유마힐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값비싼 영락을 벗어 드렸더니,
유마힐이 받지 아니 하므로 거사님, 바라건데 이것을 받아서 주고 싶은 이에게 주십시요. 하였더니,
유마힐이 그제야 영락을 받아 두 몫을 내어 한 몫은 그 회중에 있는 가장 못난 걸인에게 주고, 한 몫은 난승여래께 바치니,
여러 회중들이 광명세계에 계시는 난승여래를 뵈오며, 그 진주영락이 저 부처님 위에서 변화하여 네 기둥으로 된 보배 좌대가 되었는데 사면에 장엄을 드리웠으나 서로서로 가리우지 아니함을 보았나이다.
그때에 유마힐이 이러한 신통변화를 나타내고 다시 말하되,
시주가 만일 평등한 마음으로 가장 못난 거지 한 사람에게 보시하되, 만일 부처님께 보시하는 것과 같이 여기어 분별을 내지 아니하고, 대비심이 평등하여 과보를 구하지 아니하면 이것을 일러 구족한 법보시라 하나니라.’하더이다.
그때에 성중에 있던 가장 못난 걸인도 그의 신통력을 보며 그의 법문을 듣고, 역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사옵기,
나는 그이에게 가서 병을 위문할 수 없나이다.”
이렇게 여러 보살들이 제각기 부처님을 향하여 지나간 인연과 유마힐이 말하던 것을 말씀드리고,
모두 그이에게 가서 병을 위문할 수 없노라고 사양하며 물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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