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굿따니까야 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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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굿따라나까야≫의 번역을 위한 근대적인 교열본인 로마나이즈화된 ≪앙굿따라니까야≫(The Aṅguttaranikāya)가 리차드 모리스(Richard Morris)의 편찬으로 1885년 영국의 빠알리성전협회(PTS)에 의해 출간되었다.

그리고 그 ≪앙굿따라니까야≫의 최초의 근대적인 번역으로 니야나띨로까(Nyanatiloka)의 독일어번역이 “나열된 모음의 부처님설법(Die Lehrreden des Buddha aus der Angereihten Sammlung)”이란 이름으로 1917년에 라이프치히의 맑스 알트만 출판사(Max. Altmannn Verlag)에서  출간되었다. 니야나띨로까는 번역을 시작한 뒤에 곧 일차세계대전이 발발하게 되어서 고국에서의 감옥에 갇히는 둥 수난을 겪다가 오스트리아로 이송되고 미얀마, 스리랑카, 네팔, 오스트레일리아, 호놀룰루, 중국, 일본 등을 전전하면서 어렵게 이 책을 독일어로 번역했다.

그 후 훨씬 뒤에 우드워드(F. L. Woodward)의 영역이 “증가하는 말씀의 책(The Book of the Gradual Sayings)”이란 이름으로 1932년에 영국의 빠알리성전협회(PTS)에서 출간되었고, 곧이어 오기와라 운라이(荻原雲來) 등의 일역이 남전대장경 17-22권의 ≪증지부경전(增支部經典)≫이란 이름으로 동경의 대정신수대장경간행회에서 1935년 출간되었다.

역자는 이 모든 근대적인 번역을 참고하고 주석적 해설에는 다른 니까야의 주석과 함께, 주로 붓다고싸에 가탁된 ≪앙굿따라니까야≫의 주석서인 ≪마노라타뿌라니(Manorathapūraṇī)≫를 참고했다. ≪마노라타뿌라니≫는 방대한 분량의 주석서로 원래 그 이전의 고대 주석서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 주석서는 붓다고싸의 주석이라기보다는 그 이전의 위대한 주석서인 ≪마하앗타까타≫(Mahā-Aṭṭhakhatā) 또는 ≪물라앗타까타≫(Mūla-Aṭṭhakhatā)에서 유래한 것이다. 유명한 스리랑카의 역사서인 ≪디빠방싸≫(Dīpavaṁsa)와 ≪마하방싸≫(Mahāvaṁsa)와 붓다고싸의 설명에 따르면, 원래 빠알리어로 편찬된 ≪마하앗타까타≫는 빠알리 삼장과 함께 아쇼카 왕의 장남인 마힌다 장로가 BC. 307년 스리랑카로 가져와 마하비하라(Mahāvihāra) 승원에서 싱할리로 번역한 것이었다.

그리고 붓다고싸가 AD. 5세기에 스리랑카에 도착했을 때는 원래의 빠알리어 주석서는 사라지고 없었고, 남아있는 싱할리 번역주석만이 있었다. 그래서 그는 그 주석에 다시 설명을 붙여 중요한 부분을 싱할리어에서 빠알리어로 환원하여 번역을 했다.

그러나 12세기에 타밀의 왕이 남인도에서 스리랑카로 쳐들어와 승려들을 죽이고 불교의 모든 성스러운 성물과 경전과 문헌들을 불태우고 없애버렸다. 이 때 모든 빠알리 삼장과 주석서들과 남아있던 고대 싱할리 주석도 모두 사라져버렸다. 그러나 다행히 불교는 이미 미얀마에 전해져서 그곳에서 한참 꽃을 피우고 있었기 때문에 다시 빠알리 삼장과 붓다고싸의 빠알리 주석서들을 역수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고대 싱할리 주석서들은 영원히 사라졌다.
 


≪앙굿따라니까야≫는 빠알리어로 전승된 테라바다 불교의 경장에서 네 번째 니까야에 속한다. 경장의 배열 순서로는 첫 번째가 ≪디가니까야≫이고 두 번째가 ≪맛지마니까야≫이고 세 번째가 ≪쌍윳따니까야≫이다.
≪앙굿따라니까야≫는 네 니까야 가운데 가장 경전의 숫자가 많지만 전체 분량으로는 ≪쌍윳따니까야≫보다 약간 적고, ≪맛지마니까야≫보다는 훨씬 크다. ≪앙굿따라니까야≫는 11개의 니빠따(nipāta)라는 모아엮음으로 나뉘어져 있다.

≪앙굿따라니까야≫의 후렴시인 ≪웃다나≫(uddāna)와 ≪쑤망갈라빌라씨니≫(Smv. 23)나 ≪앗타쌀리니≫(As. 25)에 따르면, ≪앙굿따라니까야≫는 총 9557경을 포함하고 있고, 에드문드 하디(Edmund Hardy; AN. V. iv.)가 빠알리성전협회본 ≪앙굿따라니까야≫의 숫자를 밝힌 바로는 2344경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미얀마육차 결집본의 ≪앙굿따라니까야≫에는 실제로 7231개의 경전이 포함되어 있다. 미얀마육차결집본은 미얀마정부가 영국식민지에서 해방되자 민족 주체성을 확립하려는 일환으로 불교부흥을 선언하면서 1954년부터 1956년까지 미얀마 승려 2423명과 인도, 스리랑카, 네팔, 캄보디아, 태국, 라오스의 승려 144명이 참여하여 빠알리 대장경을 다시 결집한 것이다. 비록 이 육차결집본이 지금까지의 빠알리대장경판본 가운데 가장 신뢰할 만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방대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육차결집본이 제시하고 있는 경전의 숫자가 주석서에서 언급하는 숫자에 훨씬 못 미치는 것은 불전결집이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증거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앙굿따라니까야≫의 경전의 숫자가 달라지는 것은 법문을 어떻게 경으로 나누어 편집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지 질적‧양적으로 내용의 차이가 있어서 경의 숫자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PTS본에 하나의 경에 반복적 표현이 생략된 파래그래프를 형성하고 있는 것들이 다른 판본에서는 백 개 이상의 경들로 확대되기도 한다. 이 방대한 경들은 모아엮음이라는 권에 소속되는데, 제1권 모아엮음은 ‘고리 하나 모아엮음’으로 하나의 법수만 등장하는 가르침의 경으로 구성되고, 제2권 모아엮음은 ‘고리 둘 모아엮음’으로 두 개의 법수로 구성된 가르침의 경으로 구성되고, 이렇게 해서 제11권 열한 모아엮음까지 있다.

‘앙굿따라’라는 이름 자체가 이러한 ‘점증하는 고리’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열한 개의 모아엮음 가운데 특이한 것은 제6권부터는 고유한 각 권의 고리와 법수의 일치는 단위 법수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경에 나오는 단위 법수들의 합계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제11권은 오리지널한 것이 아니다. 이 마지막 편은 다른 편에 비해서 분량이 작고 ≪맛지마니까야≫의 두 경전(MN. 33, 52)이 온전하게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책의 크기를 부풀리기 위해 후대에 삽입되었을 가능성이 높다.(Ndb. 8)  따라서 ≪앙굿따라니까야≫는 ‘고리 더하기 모아엮음’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제1권의 첫 경은 하나의 법수를 다루기 때문에 “수행승들이여, 나는 여자의 형상처럼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다른 하나의 형상을 보지 못했다. 수행승들이여, 여자의 형상은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라는 경구로 이루어져있다. 이와 같이 해서 법수별로 다루어져서 각 모아엮음의 권이 구성된다.

그리고 이를 테면, 다섯 가지 장애五障:pañca nīvaraṇāni)는 제5권 다섯 모아엮음의 한 경에 소속된다. 그러나 주의해야 할 것은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다섯 가지 장애와 같은 경우에는 그것이 각각 개별적으로 분리되어 하나씩  다루어질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제1권 하나 모아엮음에서 장애의 각 요소가 각각 다섯 개의 경에 별도로 소속된다. 따라서 어떤 법수가 반드시 자신과 일치하는 모아엮음에만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일단 경들이 이렇게 법수에 따른 권으로 분류되면, 다시 대체로 10개 단위의 경전으로 이루어진 품으로 나뉘어 진다.
 


테라바다의 ≪앙굿따라니까야≫에 해당하는 싸르바쓰띠바딘(Sarvastivādin:說一切有部)의 그 해당 경전의 범어 이름은 ≪에꼿따라아가마≫(Ekottarāgama:增一阿含經)이다. 이 경전의 원본은 현존하지 않으며, 다만 그 일부의 필사본만이 동투르케스탄에서 발견되었다. ≪에꼿따라아가마≫는 그 첫 번째 번역은 AD. 384년 부진(符秦)의 다르마난디(Dharmanandī:曇摩難提)가 장안(長安)에서 모두 50권본으로 번역되어 있고 두 번째 것은 AD. 397-398년, 카슈미르[罽賓國]의 수행승들인 쌍가악끄샤(Saṅghakṣa)의 구술과 쌍가데바(Saṅghadeva:僧伽提婆)의 번역으로 건린(建隣) 동정사(東亭寺)에서 모두 51권으로 한역되었다.

그런데 현재 송(宋)‧원(元)‧명(明)의 장경에서는 모두 역자가 다르마난디로 되어 있고 고려대장경에는 역자가 쌍가데바로 되어 있다. 그런데 󰡔중아함후기󰡕와 󰡔고승전󰡕에 따르면, 첫 번째 번역이 완벽하지 못해 쌍가데바가 개역한 것으로 나타나 있어 전자와 후자의 역자가 확연하게 구분됨을 알 수 있다. ≪에꼿따라아가마≫의 내용은 한역의 증일아함경을 통해서 살펴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앙굿따라니까야≫와  증일아함경(增一阿含經)은 이름이 유사하지만 내용은 별로 크게 일치하지 않는다. ≪앙굿따라니까야≫는 증일아함경보다는 한역 중아함과 잡아함경에 일치하는 경이 더 많다.

≪디가니까야≫의 끝의 두 경은 핵심되는 법문의 내용이 법수의 고리와 관계된 것으로 일반적인 ≪디가니까야≫의 경들과는 설법형식이 다르고 오히려 ≪앙굿따라니까야≫의 경의 형식을 따르고 있다. 그것은 ≪디가니까야≫가 먼저 성립하고 그 다음에 간추린 경이 만들어지고 거기에 인연담 등이 더해져서 ≪앙굿따라니까야≫가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추측해 볼 수 있게 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디가니까야≫의 마지막 두 경은 지혜제일의 싸리뿟따가 설한 것으로 아비달마의 논서에 가까운 것이다. 전설에 의하면 ≪앙굿따라니까야≫는 제일결집 당시에 편찬되어 아누룻다에게 위촉되어 그의 제자에 의해서 전승되어 내려왔다고 한다. 아누룻다는 천안제일로 가르침에 대한 앎과 봄이 예리한 자였다. ≪앙굿따라니까야≫는 내용상으로 풍부해져서 대승불교에 가까운 여러 색채를 띠게 되어 네 니까야 가운데 가장 나중 성립한 것이다.

이 ≪앙굿따라니까야≫에 포함된 대부분의 경들은 그 본질적인 가르침은 역사적인 부처님에게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독립적이고 완결된 경의 구조를 갖게 된 것은 늦어도 밀린다왕문경(Milindapañhā) 이전이라고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오래된 경전으로서 밀린다왕문경이 ≪앙굿따라니까야≫를 자주 인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앙굿따라니까야≫는 밀린다 왕문경이 성립된 기원전 1세기경 이전에 성립된 것은 분명하다.
 


역사적 부처님의 가르침이 집대성되어 있는 각각의 니까야들은 내용상 상당히 상이한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의 연구 결과는 부처님의 가르침과 관련하여 특수한 목적 하에 편집된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냐나뽀니까(Nyanaponika)와 비구 보디(Bhikkhu Bodhi)에 따르면(Ndb. 9), ≪디가니까야≫는 인도 종교와 사회적 배경 하에서의 부처님의 위대성과 그 가르침의 위대성을 전파하기 위해 특수하게 편집된 것이다.

그래서 첫 경전부터 삿된 이론들에 대한 열거와 비판으로 시작하며 이어지는 많은 경들이 부처님과 바라문이나 이교도와의 논쟁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 경들은 신들이나 정령들이나 이교도의 지도자들에 비해서 월등한 부처님의 위대성을 다루고 있다.

그에 비해서 ≪맛지마니까야≫는 관심을 안으로 돌려 승원 안에서의 수행생활과 수행승들의 명상수행에 알맞은 기본적인 교리를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짧은 경들의 방대한 집합을 보여주는 ≪쌍윳따니까야≫와 ≪앙굿따라니까야≫는 모두 긴 경들이 보여주는 희곡적인 요소는 결여되어있지만, 문학적 비유나 철학적 이론, 종교적 수행의 구조 등을 밝히는 데서는 비교적 긴 스토리의 경들로 구성된 ≪맛지마니까야≫나 ≪디가니까야≫보다 훨씬 다양하고 심오한 측면을 갖고 있다.

특히 ≪쌍윳따니까야≫는 심오한 철학적 이론과 다양한 수행의 주요한 구조를 명확히 표현해주고 있어, 이미 수행의 초보적 단계를 지났고 부처님의 지혜의 심오한 측면에 관심을 갖는 수행자들에게 궁극적 지혜를 깨닫게 할 목적으로 편집되었다. 이러한 ≪쌍윳따니까야≫에 비해 ≪앙굿따라니까야≫를 편집하게 된 동기는 편집자의 관심이 단순한 통찰에서 개인의 교화로 이동한 결과였다.

그래서 ≪앙굿따라니까야≫는 부처님의 가르침 가운데 심리적 측면이나 윤리적 측면을 재가신도의 일상적인 관심과 연결시키고 교육적 측면에서 법수의 고리와 연결시킨 부처님의 가르침의 원형적 편집을 보여주고 있다. 실용적인 입장에서 ≪앙굿따라니까야≫는 다양한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로서 서른일곱 가지의 깨달음에 도움이 되는 길을  다루고 있는 ≪쌍윳따니까야≫의 제5권 󰡔위대한 모아엮음(Mahāvagga)󰡕과는 명상수행의 관점에서 일치한다.

≪앙굿따라니까야≫의 편집자들은 일부러 불필요한 중복을 없애기 위해 이론적이고 철학적인 측면은 법수적인 모음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앙굿따라니까야≫에서는 세속적이고 윤리적이고 정신적인 이 세상에서의 실천적인 생활과 관련된 재가의 제자들에게 설하는 경전들이 두드러진다. 이러한 두 니까야의 특징을 살펴보면, 우리는 ≪쌍윳따니까야≫와 ≪앙굿따라니까야≫가 원래에 가르침에 내재하는 진리에 대한 보완적인 관점을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쌍윳따니까야≫는 인간과 사물의 친근한 교감적인 세계가 인연에 따라 생성하고 소멸하는 비인격적으로 조건지어지는 현상의 세계로 이끌어질 수밖에 없는, 명상적인 통찰을 통해 도달되는 심오한 관점을 열어주지만, ≪앙굿따라니까야≫는 그 다음 단계에서 불교교육의 측면에서 아비담마로 절정에 이르는 불교적 사유의 전형을 보여주기도 하는 것이다.

≪앙굿따라니까야≫는 다른 니까야들과 겹쳐지는 부분도 있지만 특히 ≪인시설론≫(Puggalapaññatti)과 ≪법집론≫(Dhammasaṅgaṇi)에서 많은 병행성이 발견된다.

출처 : 뉴스렙(http://www.newsre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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