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화행자 필독서

경허선사 참선곡

조회 수 4

홀연히 생각하니 도시몽중(都是夢中)이로다. 
천만고(千萬古) 영웅호걸 북망산 무덤이요, 부귀문장(富貴文章) 쓸데없다. 황천객을 면할소냐. 
오호라, 나의 몸이 풀끝에 이슬이요, 바람속의 등불이라. 
삼계대사(三界大師) 부처님이 정령(丁寧)히 이르기를 마음깨쳐 성불하여 생사윤회 길이 끊고
불생불멸 저 국토에 상락아정(常樂我淨) 무위도(無爲道)를 사람마다 다 할 줄로 팔만장경 유전(遺傳)이라, 
사람되어 못닦으면 다시 공부 어려우니 나도 어서 닦아 보세. 
닦는 길을 말하려면 허다히 많건마는 대강 추려 적어 보세. 
앉고 서고 보고 듣고 옷 입고 밥 먹으며 사람들과 대화하는 일체처 일체시에 
소소영영(昭昭靈靈) 지각(知覺)하는 이것이 무엇인고

몸뚱이는 송장이요, 
망상번뇌 본공(本空)하고 천진면목(天眞面目) 나의 부처, 
보고 듣고 앉고 눕고 잠도 자고 일도 하고 눈 한번 깜짝할 제 천리만리 다녀오고 
허다한 신통묘용(神通妙用) 분명한 나의 마음 어떻게 생겼는고 

의심하고 의심하되, 
고양이가 쥐 잡듯이 
주린 사람 밥 찾듯이 
목마를때 물 찾듯이 
6,70 늙은 과부 외자식을 잃은 후에 자식생각 간절하듯 
생각생각 잊지 말고 깊이 궁구하여 가되 
일념만년(一念萬年)되게 하여 백침망청 할지경에 대오하기 가깝도다.

홀연히 깨달으면 본래 생긴 나의 부처 천진면목(天眞面目) 절묘하다.
아미타불 이 아니며, 석가여래 이 아닌가. 
젊도 않고 늙도 않고 크도 않고 작도 않고
본래 생긴 자기 영광(靈光) 개천개지(盖天盖地) 이러하고 열반진락(涅槃眞樂) 가이 없다. 
지옥 천당 본공(本空)하고 생사윤회 본래 없다. 
선지식을 찾아가서 요연(了然)히 인가(印可)받고 
다시 의심 없앤 후에 세상만사 망각하고 수연방광(隨緣放曠) 지나가되 
빈 배같이 떠돌면서 유연중생(隨緣衆生) 제도하면 보불(報佛)은덕 이 아닌가. 

일체 계행 지켜가면 천당 인간 수복(壽福)하고 대원력을 발하여서 
항수불학(恒隨佛學) 생각하고 동체대비(同體大悲) 마음먹어 빈병걸인(貧病乞人) 괄세말고 
오온색신(五溫色身)생각하되 거품같이 관(觀)을 하고 
바깥으로 역순경계(逆順境界) 몽중(夢中)으로 관찰하여 희로심(喜怒心)을 내지 말고
허영(虛靈)한 나의 마음 허공과 같은 줄로 진실히 생각하여 
팔풍오욕(八風五欲) 일체경계 부동(不動)한 이 마음을 태산같이 써 나가세. 

허튼소리 우스개로 이날 저날 헛 보내고, 
늙는 줄을 망각하니 무슨 공부하여 볼까. 
죽을 때 고통 중에 후회한들 무엇하리. 
사지백절(四肢百節) 오려내고 머리골을 쪼개는 듯 오장육부 타는 중에 앞길이 깜깜하니 
한심참혹(寒心慘酷) 내 노릇이 이럴 줄을 누가 알꼬. 
저 지옥과 저 축생에 나의 신세 참혹하다. 
백천만겁 미끄러지고 넘어지니 다시 인신(人身) 망연하다.
참선 잘한 저 도인은 앉아 죽고 서서 죽고 앉아 죽고 앓도 않고 선탈(蟬脫)하며 
오래 살고 곧 죽기를 마음대로 자재하며 항하사수 신통묘용 임의쾌락(任意快樂) 자재하니 
아무쪼록 이 세상에 눈코를 쥐어 뜯고 부지런히 하여보세. 
오늘 내일 가는 것이 죽을 날이 당도하니 
푸줏간에 가는 소가 자욱 자욱 사지(死地)로세. 

이전 사람 참선할 제 마디그늘 아꼈거늘 나는 어이 방일하며, 
이전 사람 참선할 때 잠오는 것 성화하여 송곳으로 찔렀거늘 나는 어이 방일하며 
이전 사람 참선할 제 하루해가 가게 되면 다리 뻗고 울었거늘 나는 어이 방일한고. 

무명업식 독한 술에 혼혼불각(昏昏不覺) 지나거니 오호라 슬프도다. 
타일러도 아니 듣고 꾸짖어도 조심않고 심상히 지나가니 
혼미한 이 마음을 어이하여 인도할꼬. 
쓸데없는 탐심 진심 공연히 일으키고 쓸데없는 허다 분별 날마다 분요(紛擾)하니 
우습도다 나의 지혜, 누구를 한탄할꼬. 
지각없는 저 나비가 불빛을 탐하여서제 죽을 줄 모르도다. 
내 마음을 못 닦으면 여간계행(如干戒行) 소분 복덕 도무지 허사로세.
오호라 한심하다.
이 글을 자세보아 하루도 열두때면 밤으로도 조금 자고 부지런히 공부하소.
이 노래를 깊이 믿어 책상 위에 펴놓고 시시때때 경책하소. 
할 말을 다하려면 바다같은 먹물로도 다 쓰지 못함이라. 
이만 적고 그치오니 부디 부디 깊이 아소. 
다시 할 말 있사오니 돌장승이 아기나면 그 때에 말할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