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종헌 종법의 과거 현재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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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석 - 전 대한불교조계종 변호사

승가대 신문 

 

대한불교 조계종의 종법령은 1962년 3월 22일 제 정되어 1962년 3월 25일 공포된 종헌을 최고 규범 으로 승려 자격의 득실,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승려법 등 37개의 종법, 67개에 이르는 종령으로 구성되어 있다.(2006년 기준)

최초의 자주적인 종헌은 1929년 1월 3일 조선불 교선교양종 승려대회에서 제정되었으나 일제의 간 섭과 각 본사 주지에 대한 임면권이 없어 실제 시행 되지 못한 한계가 있었고, 이후 1945년 9월 서울 태 고사에서 각 지방의 본산 대표 5명씩 60여명이 참여 한 전국승려대회 즉‘조선불교혁신위원회’가 1946년 5월 28일 종단의 최고 규범인‘조선불교교헌’을 제정·반포하였다.

그 주요 내용은 조계종의 가풍을 간직하되 한국 불교 전체의 흐름을 담겠다는 취지로 기존 종명‘조 계종’을‘조선불교’라 칭하고, 중앙에 중앙총무원, 중앙교무회, 중앙감찰원을 두고, 각 지방에는 도별 교구를 설치하는 등 태고사법과 본말사 제도를 소 멸시키는 등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기 위한 원칙을 천명하였는데, 위 조선불교교헌도 재정통합, 인적청 산, 대처승과 혁신단체의 갈등으로 그 규범력은 오 래 지속되지 못하였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종헌은 1962년 통합종단이 출범하면서 비로서 현재의 최고 규범성을 가진 통 합종단 종헌이 제정되어 현재까지 25차례의 개정을 겪었는데, 잦은 종헌의 개헌은 당시 종단 정치의 혼 란상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통합 종단 종헌의 제정 당시 주요 특징은 종헌 제9조 규정과 같이 통합종단의 모습을 갖추기 위하여 출가 독신승을 중심으로 하되 대처승의 기 득권을 인정하고, 조직적인 측면에서 장로원(원로 회의), 중앙종회, 총무원, 법규위원회, 감찰원을 두 어 현재 기관 구성의 골격이 갖추어진 점이다. 종법은 통합종단의 종헌이 공포된 즉시 승려법, 계단법, 중앙종회법 등 종단의 주요 근간이 되는 종법들이 제정·시행되었다. 특이한 점은 승려법이 통합종단 종헌이 시행되기 이전인 1961년 6월 21일 제정·공포되어 시행된 점에서 승려법의 의의를 되 새김하여 본다.

특히 승려법 제2조 승려법의 목적 규정을 보면 ‘승려가 사회의 정신적 지도자이며 봉사자이며 성 직자로서 고매한 인격과 자질과 능력을 갖추어 평 소 언행에 대중의 사표가 되고 불타의 구세 원력 실 천자로서 수행과 전법을 통하여 불국토 건설의 사 명을 다하게 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위 목적의 표현은 일반 대중이 승가를 바라보는 존경의 표현 이자 승가 스스로 대중의 사표가 되기 위한 가장 준 엄한 표현이 아닐까 한다.

나아가 승려법은 승려가 되기 위한 기본 조건과 입적, 사미, 비구계 수지, 은사 및 재적 본사 설정 등 승려로서의 신분을 취득하고 유지하기 위한 모든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승려법의 개정사를 찾아보면 승려 신분의 취득 요건 즉 사미계 수지 요건의 변천사를 알 수 있는데 1986년 이전에는 중학교 이상의 학력이거나 종단에 서 지정한 교구에서 행자생활을 하였음이 인정되었 고, 그 이후에는 고졸 또는 동등 이상의 실력이 있는 자, 연령 15세 이상으로서 본사 주지의 추천을 받은 자로 규정하여 학력이 사회의 흐름에 맞게 상향 조 정되면서도 종단의 자율적 결정에 따라 사미계를 취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두고 있어 사회의 변화 와 승가의 전통을 적절히 조화시키고 있는 점이 특 색이다.

다음 현재의 종법령에 대한 문제점을 살펴보기로 한다. 첫째, 종헌 제4장에는 의식과 법회라는 장을 두어‘본종의 의식은 불조의 유훈과 전래의 백장청 규 및 예참법에 의존한다’고 규정하며 항례법회의 종별과 일자, 임시법회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으나 종단 법요 의식에 핵심이 되는 위와 같은 의식이 종 법 등을 통하여 규정된 바가 없어 한국 불교의 전통 을 대외적으로 표방할 수 있는 정형화된 신성한 종 교 의식이 체계화되어 있지 아니한 점은 매우 안타 까운 일로서 향후 이에 대한 연구와 체계화, 법제화 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현재 종법을 제·개정하기 위하여는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2/3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도록 하여 법률안 제·개정을 매우 어 렵게 하고 있으며, 중앙종회를 통과하면 확정과 동 시에 종회의장이 공포하여 종법 제·개정을 실행하 여야 하는 집행부(총무원장)의 법률안 제·개정에 대한 견제권이 존재하지 아니한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법률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 과반수 의원의 동의로 법률안이 성립되고 대통령이 공포권을 가지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출 석의원 2/3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것과는 상당 히 대조적으로 중앙종회의 권한을 강화한 것이다. 이러한 종법의 제·개정의 곤란함과 견제 수단의 부족으로 인하여 총무원은 그 위임된 종령 제정권 을 통하여 1개 종법에 수개의 종령을 제정·시행하 는 방안으로 변칙적으로 운영하고 있고, 일반 종도 들의 입장에서 어떠한 종법에 어떠한 종령이 있는 지조차 알지 못하여 일선 주지 소임을 보고 있는 승 려가 종무행정상 행하는 행위가 종법령에 저촉되는지 여부조차 예측할 수 없는 점이다.

이것이 과거 집행부의 권한 남용으로부터 종도들 의 권리의무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기능하였다 는 점을 고려한다하여도, 현재 종도들의 권리 보장 과 구제 수단에 대한 인식이 향상되어 가고 있는 점, 다양한 여론집단이 형성되어 있는 점에 비추어 보 면 집행부에 의한 중앙종회 입법권에 대한 견제 장 치, 종법령의 통일화 작업은 무엇보다 필요한 일이 라 할 것이다.

셋째, 현행 종법령은 1994년 개혁회의에 기초하 여 그 토대가 형성된 법안으로 앞서 본 바와 같이 종 법 개정의 어려움으로 인한 탄력적인 종법 개정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점, 종법과 다양한 종령간 에 상호 충돌이 발생하는 점 등을 고려하여 정밀한 분석과 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넷째, 종법령이 성안되기까지 종도들에 의한 사 회적 합의 절차가 정착되지 아니한 점이다. 중앙종 회법, 법제업무운영규정 및 종법·종령안 입법 예 고에 관한 규정에는 20일 이상의 기간을 정하여 입 법예고, 공청회 등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무릇 법령은 종도들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을 규율하고 시행과 동시에 강제력이 동원되므로 그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의사형성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종단의 종법령 제·개정안의 현실을 보면 대부분 이러 한 절차가 생략되거나 형식화되어 있다.

법령의 무지가 용서되는 것이 아니지만 최소한 어떠한 법령이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지, 그러한 입 법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종도들의 의사 를 반영하고 종도들로부터 새로 시행되는 종법령이 예측가능성을 통하여 종도들이 기존에 누리고 있는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여야 종도들의 애 종심 및 자발적인 준법의식이 고취될 것이라 생각 한다.

나아가 입법과정에서 종도들의 의사반영 뿐만 아 니라 법 시행의 혼란과 충격을 막기 위하여 공포 후 시행기간을 일정기간 유예하는 제도의 정착이 필요 하다.

몇십년간 누려온 권리가 한순간에 제한되는 상황 에서 종도들의 혼란은 가중될 것이므로 법 시행으 로 인한 충격을 방지하기 위하여 권리를 제한하는법령의 시행은 공포 후 3개월 정도 등의 시행유예기 간을 두는 방안이 적극 검토되어야 할 것인다. 현행 법령에 의하여도 공포 후 20일이 경과된 이후에 시 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종법 제·개정과 동시에 대부분 시행되도록 하고 있어 시행유보에 대한 입 법자의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한 것이다.

최근 180회 임시중앙종회에서 선거공영제 등을 도입한 총무원장 선거법 개정안, 영구적인 사설사 암의 창건주 권한을 인정하고 있는 현행 사설사암 등록및관리법에 대한 개정안, 종단의 시급한 문제 인 승려노후복지령이 1983년 3월에 제정되었으나 실효성 없이 존재하다가 의미있는 내용을 포함한 승려노후복지법 제정안, 승랍기산에 관한 승려법 개정안이 모두 폐기되었다.

위 법안들은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으나 총무 원장선거법 개정안은 선거인단 선출을 둘러싼 문제 점, 승려법상 사유재산을 금지하고 있음에도 선거 활동을 위한 재정적 문제, 선거비용으로 인한 다양 한 후보자의 기회 제공이 부여되지 아니한 점을 보 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법안이다. 사설사암등록법은 현행 법령이 사설사암 창건주 에게 승려유무, 종단소속 유무와 무관하게 영구적 으로 창건주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 점을 제한하는 장치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법안이 다. 사설사암법의 창건 내력과 현재까지의 운영상 태를 감안한다하여도 신도 창건과 승려 창건, 창건 주 입적시 창건주 권한의 행사 주체, 창건주 권한의 양도 인정여부 및 절차, 기존 1세대 창건주의 입적 과 2세대 창건주로 변경되는 시점에서 위 창건주 권 한 승계와 관련하여 종단내 분쟁이 많이 발생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에 대한 문제점 들에 대한 심도 깊은 위 개정법안을 최대한 이른 시일내에 개정되 어야 할 부분이다.

승려노후복지법은 수행과 전법에 전념하며 무소 유를 실천한 승려가 노후에 승려로서의 위의를 갖 출 수 있도록 복지관련 규정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위 승려노후 문제는 1994년 개혁회의 당시부터 쟁 점이 되었던 종단내 가장 중요한 사업중에 하나이 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시행방안이 전혀 제시되지 아니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제는 모든 여론에 도 불구하고 법제정을 하여야 할 사안이다.

승려의 정의, 권한 및 의무와 관련하여 가장 중대 한 관련성이 있는 승랍기산과 관련한 승려법은 율장에서 거론되는 승랍기산점과 과거 승려법상 사미계 수지부터 승랍을 기산한 점간의 갈등, 약5년간 승랍의 공백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점을 해결할 방책 의 마련이라는 중대한 의미를 가진 법안들이 제대 로 논의되지 못하고 폐기된 것은 매우 아쉬운 부분 이라 생각된다.

더욱이 승려징계에 관한 모든 사항을 규정하고있는 승려법상 징계 조항은 징계 사유와 징계 유형 을 나열하고 있을 뿐 징계 사유별로 그 징계의 범위 가 너무 크고 그 징계 집행을 담보할 제도적 장치도 존재하지 아니한다.

즉, 주지 등 종단 내 공직을 생각하지 아니하는 승 려에게는 거의 아무런 실익이 없는 징계에 그치고 있고, 공직을 생각하는 승려에게는 공권정지 1개월 만 확정되어도 주지 임기에 맞물려 2만기를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는 등 징계의 양형이 과중하고 그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점, 징계 이후 그 집행을 담 보할 방안이 없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보완이 반드 시 필요하다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점에도 불구하고 각 율원의 활발 한 연구 성과, 한국불교학연구회 및 중앙승가대· 동국대에서 율장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여지고 있는 점, 건전한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점, 그 어떤 종교 단체보다 공개적이고 투명하며 자유로운 여론 매체 가 활성화되어 있는 점, 앞서 거론한 개정 법률안들 이 수년동안 계속하여 중앙종회에 제출되고 있는 점, 종도들의 관심과 입법과정에 참여하려는 움직 임이 활성화 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종도들의 권리를 향상시켜 종단의 안정과 전법을 위한 종단 법령의 미래는 이 봄날의 햇살처럼 따뜻하게 비춰 질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